Closers Zero - Dark Side : Revelations 1화
신풍혈희 2015-03-24 2
1화. 추억
Empty Vessels
원혼
사람들은 나를 '괴물'이라고 불렀다. 그 이유는 간단했다. 내가 그들과 달랐기 때문이었다. 나는 아무 죄 없이 그들에게 괴롭힘을 당해야 만 했다. 나는 그들의 화풀이 대상이었고, 샌드백이었다. 하루하루가 지옥과 같았다. 몇 번이고 자살시도를 해보았다. 그러나 어째서 인지 세상을 향한 나의 미련은 져버릴 수가 없었다.
하루하루, 나아질 것이다 라는 희망따위는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왜 나는 세상에 미련을 가지고 있는 것인가. 아니 가져야만 한 것일까... 하지만.. 이러한 생각조차도 나에게는 사치에 불과했다...
퍼억! 퍼억!
그들에게 둘러싸여 구타를 당하는 것은 나의 일상이었다. 어느 날은 나무 막대기로, 또 어느 날은 야구공으로, 또 어느 날은 도대체 어디서 구해온 것인지 모를 '너클'로... 차라리 주먹으로 맞거나, 발로 밟히는 것은 양반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나는 그들에게 물었다. "뭣 때문에 날 이렇게 때리는거야?.. 내가 무슨 잘 못했어?"라고.. 단지 물었을 뿐 이었다. 하지만.. 그들의 대답은 나를 향한 욕설과 당연한 듯이 나에게 소리치는 "너는 괴물이니까!"였다. 더이상 묻지 않았다. 묻고 싶지 않았다.
그렇게 석양이 지도록 두들겨 맞은 나는...집으로 돌아와, 퉁퉁 부어오른 얼굴과 멍 자국으로 뒤덮인 피부로 거울 앞에 섰다. 거울을 바라보는 나의 모습은 '괴물'이었다. '내가 이렇게 생겨서, 그들이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는 것일까?' 나는 터지고 부풀어 오른 내 얼굴의 가죽을 뜯어버리고 싶었다. 서러웠다. 아무도 내 곁에 있어주지 않았다. 아무도 없었다. 아무것도 없었다. 나를 보살펴 줄 사람도.. 나랑 같이 놀아 줄 친구도..
피 묻은 식칼이 놓여있는 선반... 빳빳한 밧줄이 매달려있는 천장... 언제나 나를 기다리고 있는 '죽음'...
신은 공평하다고 말했던가? 이렇게 비참한 나에게도... '봄'이라는 것이 찾아왔다.
퍼억! 퍼억!!
여느때와 같은 하루였다. 그 날은, 유난히 그들이 나를 패는 것에 질려버렸는지. 각자 집으로 흩어져 버렸다. 그렇게 공터에 홀로 남아있을때.. 콘크리트 파이프 뒤에서 부스럭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제대로 때어지지 않는 발걸음으로 나는 파이프 뒤로 천천히 걸어갔다.
"헉!"
긴 머리와 나랑 같은 키의 귀여운 소녀. 그 아이는 내 얼굴을 보더니 겁에 질린 표정으로 슬금슬금 뒤로 물러났다. 나는 그 소녀에게 물었다. "너도... 내가 괴물이라고 생각하니?"라고... 언제나 그렇듯이, 나는 나를 향해 날아올 뻔한 대답들을 예상하였다. 하지만.. 그 소녀는 내가 전혀 생각치도 못한 대답을 해주었다. 그때 당시에는 전혀 생각할 수 조차 없었던 답을...
"넌... 착한아이야..."
처음에는 거짓말이라고 생각했다. 항상 '괴물'이라고 불리우던 내가 '사람'취급을 받는다니... 그것도 생판 모르는 소녀에게서... 나는 그 소녀에게 다시 말했다.
"거짓말하지마.. 너도 나를 괴물이라고 생각하고 있잖아"
그러나, 소녀의 대답은 똑같았다.
"너는 착한아이야!"
"거짓말하지마! 모두가 나를 괴물이라고 부르고 있어! 너도 나를 괴물로 보고 있잖아!!"
있는 힘껏 소녀에게 소리쳤다. 가슴 속에서 폭풍처럼 몰아치는 감정들... 나도 모르게 꾹꾹 억눌러 놓았던 감정을 그녀에게 터뜨렸다. 소녀는 울먹이기 시작했다. 끝끝내 그녀는 눈물을 보이며, 나에게 "바보"라는 한마디를 남겨놓고는 그대로 달려나갔다.
"아..!!"
실수다. 바로 알아차릴 수 있었다. 점점 더 멀어져가는 소녀를 향해 손을 뻗어보아도 잡히지 않았다. 섣불리 발이 때어지지 않았다. 그러는사이, 소녀는 이미 저 멀리 모습을 감춰버렸다. 나는 힘 없이 발을 때며, 그나마 유일한 안식처인 집으로 걸음을 향하였다.
터벅 터벅
석양이 다 지고, 달님이 모습을 다 들어낸 직후... 저 멀리서 나를 반겨주고 있는 텅 빈 나의 집이 보였다. 내일도 똑같은 하루가 시작되겠지. 그렇게 매일 매일... 같은 일상이 반복될꺼야. 왜냐하면 나는 괴물이니까.. 미움받기에 마땅한.. 그런 괴물...이었어야 할 터였다...
"늦었잖아!! 얼마나 기다렸는지 알아?"
"넌... 아까"
소녀는 순진한 웃음을 보이며 주머니에 있었던 손수건을 꺼내어 나에게 다가왔다. 왜 나에게 이렇게 잘 해주는거지? 처음에는 그저 의심 뿐 이었다. 소녀가 다가오자, 아까 그 소녀가 그랬듯이 뒷걸음질 쳤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녀는 멈추지 않고 나에게 다가왔다. 내 마음 속 깊숙히 박혀버린 '트라우마'라고 불리우는 비수.
두려웠다.
상처투성이인 내 얼굴에... 더럽혀진 내 얼굴은, 그들의 샌드백이 되었는데... 그녀도 나에게 그러는 것이 아닌가... 그들과 똑같이... 나를 화풀이의 대상으로...
스윽
그녀의 손이 내 볼에 닿았다. 눈을 질끈 감았다.
"어..?"
볼에 느껴지는 부드러운 감촉, 그녀는 쥐고있던 손수건으로 더럽혀진 내 얼굴을 닦아주었다.
나는 그녀에게 물었다... "왜 나에게 잘 해주는거야?... 난 괴물인데..?".. 소녀는 천진난만한 그 천사같은 미소를 지어주며 대답해주었다.
"그야... 너는 착한아이니까! 난 알아! 나쁜 애들은 걔네들이야!.. 너는 아무 잘못없어!.."
그때... 어째서 내 두 눈에서 눈물이 쏟아져내렸는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단지, 그때 내 마음 속에서 맴돌던 그것은... 처음으로 느낀 누군가와의 유대감... 그리고 그 이상의 것이었다는 것을.. 나는 느낄 수 있었다.
소녀는 나의 눈물을 닦아주었다. 나를 향해 내밀어준 손... 그 손은 나에게 '구원'과도 같았다. 나는 그 손을 잡았다. 그녀는 나에게 자신의 이름을 알려주며 물었다.
"난 서유리... 너는?"
"혈희..."
"응?.."
"백...혈희.."
내 이름을 듣자, 다시한번 나에게 미소를 보여주는 그녀... "내일 또 올께!"라는 말과 함께, 마치 실루엣이 사라지듯이 그녀는 저 멀리 사라져 버렸다. 나는 내 일생에서 처음으로 느껴보는 '행복'이라는 감정을 품은채 대답하였다.
"내일... 봐... 유리..."
[Ancestor of Closers...]
펄럭!!
"유리야.. 너는 반드시 내 손으로..."
팔랑
"지켜줄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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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화. 검은양 1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