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11】
가람휘 2015-03-24 16
또 다시 몇 일간의 평화가 지속되었다.
학교에서는 오늘부터 정상 등교하라는 문자를 학생들에게 보냈고, 당연히 나도 받았다.
인터넷과 SNS에서 차원종이 민간인을 공격하지 않는다던가, 차원종에게 구조되었다던가 하는 이야기가 계속 나왔고, 높으신 분이 기자회견에서 아직까지 민간인이 공격당한 경우는 확인된 것이 없다고 발언한 탓.
어제까지 없었으니 오늘도 없을 거라는 멍청한 생각.
교복을 입고 학교로 향하는 내내, 이렇게 교복을 입는 게 몇 달 만인가 하는 생각을 했다. 얼마나 오랜만인지, 예전에는 늘 입었던 옷이 이제는 어색하고 불편할 정도.
뭐, 사실 예전에도 불편하기는 했지만.
“아! 이세…!”
“이세하!”
교실에 들어오자 우정미가 나를 보고 다가오려 했으나, 다른 애들이 먼저 다가왔다.
“야, 이세하! 유하나가 차원종이랑 결탁했다는 게 사실이야?”
다가온 녀석들이 내게 물어본 말에 놀라 정미를 바라봤지만, 정미는 모른다는 듯 고개를 저었다.
이건 극비사항이다. 어떻게 민간인인 이 녀석들이 아는 건지는 모르겠지만, 그나마 다행인 점이라면 차원종이 될 뻔 했다는 사실까지는 알려지지 않은 모양.
“…몰라. 묻지 마.”
그렇다고 할 수도 없고, 비밀이라고 하면 그렇다고 하는 것과 다를 바 없으니 이럴 때는 모른다고 잡아떼는 게 상책이다.
하지만 녀석들은 내 말을 멋대로 받아들이고는 자기들끼리 떠들기 시작했다.
“하여튼 그 녀석 그럴 줄 알았어.”
“맞아. 뒤에서 다른 애들 뒷담 할 때부터 알아봤다니까?”
“아, 세하야. 유하나 걔 너희들 뒷담 엄청 했었다?”
“하여튼 쓰레기 같은 기지배.”
한다는 소리가 전부 유하나의 뒷담. 유하나가 뒷담을 했던 걸 말 하면서 정작 자신들이 지금 뒷담을 하고 있는 거라는 사실을 모르는 걸까.
참고삼아 말하자면 이 녀석들, 전부 유하나와 어울리던 녀석들이다. 좋다고 어울리던 놈들이 본인이 사라지자마자 그를 욕하기 시작한다. 이 녀석들, 서로를 친구라고 생각은 하는 걸까?
그리고 이 녀석들은 유하나가 우리에게 뒷담을 했다고 말하지만, 이 녀석들도 내 뒷담을 하던 녀석들이다. 유하나의 경우에는 몰랐지만, 이 녀석들은 대부분 나를 욕하고 다니던 녀석들이니까.
이제와서 내게 아양을 떠는 이유는, 평화가 사라지고 위험이 가까워지니 이제 와서 나와 친해져서 위험할 때 보호를 받겠다는 심상이리라.
…구역질이 난다. 전부 사라졌으면 좋겠다.
이 녀석들은 차원종과는 달라서 조금만 힘을 쓰면 갈기갈기 찢어져버리겠지.
“이세하! 뭐 해. 왔으면 자리에 앉지 않고.”
“아, 응.”
한참 녀석들이 떠드는 소리를 들으며 얼굴을 찡그리고 있었지만, 녀석들은 내게 아양을 떠는 주제에 애초에 내게는 관심조차 없어서인지 내 얼굴을 ** 않은 탓에 내 표정이 좋지 않다는 걸 모르고 계속 떠들고 있었다.
당장에라도 다 날려버리고 자리로 갈까 하는 생각을 하고 있자, 우정미가 소리쳤다. 그러자 녀석들의 시선이 우정미에게 모였고, 녀석들 사이에 지나갈 수 있는 틈이 생겼기에 그 틈을 밀고 지나가 자리로 향했다.
“뭐야….”
“하여튼 우정미 쟤는 성격이 저모양이라….”
“*** 없게.”
자리로 향하는 도중, 녀석들이 우정미에게 하는 말이 들렸다. 아마 정미에게도 들렸을 터.
그 소리를 듣고 녀석들을 돌아보자, 녀석들이 겁먹은 표정으로 입을 다물었다. 잘은 몰라도 내가 험악한 표정을 짓고 있는 모양.
자리로 가서 책상에 가방을 걸고 의자에 앉은 뒤 핸드폰을 꺼내 SNS를 살펴봤다.
[나 차원종한테 구조됨 ㅋㅋㅋㅋ]
차원종에게 들려진 채 무너진 건물 안에서 안전한 길가까지 구조되는 셀카와 영상을 올린 한 글이 한참 난리였다. 사람들의 반응은 하나같이 놀랍다며 웃기 바빴다. 본래라면 그대로 살해당했을 거라는 생각조차 못하는 모양.
그런대 곧 다른 글이 SNS를 가득 채우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죄다 퍼와서 도배가 된 것.
[나는 차원종이랑 클로저랑 싸울 때 클로저 공격에 휘말릴 뻔한 거를 차원종이 구해줬었음.]
이번에는 사진이나 영상조차 없는 글. 하지만 이 글은 적어도 나와 친구로 등록된 사람 전부가 퍼올 정도의 인기를 보이고 있었다. 올린 지 1시간도 되지 않았는데 퍼간 수가 1만을 넘어갔을 정도.
그 반응들이 하나같이 가관이었다.
[그럼 차원종보다 클로저가 위험한 거 아님?]
[차원종이 좋은 놈들이었네 ㅋㅋㅋㅋ]
[그럼 클로저 필요 없잖아]
[클로저들 다 없애야 되는 거 아님?]
[사실 차원종이 인간이랑 친해질라 하는데 클로저가 방해하는 거 아님?]
심지어 마지막 글의 경우에는 퍼간 수가 4천을 넘었고, 실시간으로 숫자가 올라가는 게 보일 정도로 인기가 높았다.
“멍청한 것들…. 정작 그 위험을 누가 가져왔는지는 생각도 안하고 차원종이 구해주고 클로저가 차원종과 싸운다고 클로저를 악인 취급 하다니….”
한심하다 못해 답답할 정도. 머리는 뭐 하러 달고 다니는 거지? 판단이라는 걸 할 줄 모르는 건가?
대체 왜 이런 것들을 지키기 위해 목숨을 걸고 싸워야 하는 건지를 모르겠다.
“이세하. 괜찮아?”
“어? 뭐가?”
“뭐긴 뭐야. 팔의 흉터 말이야. 엄청 큰데 괜찮은 거 맞아? 심하게 다쳤었어? 지금은 다 나은 거 맞아? 전에 대피소에서도 보였었는데.”
팔의 흉터. …이게 언제 생긴 거였더라. 말렉때? 아니다. 말렉 때에는 허벅지에 상처가 났었다. 그럼 칼바크 턱스때? 아니다. 그 때는 어깨와 옆구리였다. 하나 같이 급소 근처여서 확실하게 기억하고 있다.
그러면 유하나때? 그 때는 빔 공격에 등이 녹아내려서 커다란 흉터가 되었다. 그러면 아스타로트 때인가?
…역시 그 때도 아니다. 아스타로트 때에는 다리의 화상과 배의 흉터다.
그럼 이 팔의 흉터는 언제 생긴 거지?
“괜찮은 거 맞지? 어쨌든 너무 무리하지 마. 네 몸이 망가질 정도로 네가 무리할 필요는 없어. 네 건강이 제일이니까.”
“…푸훕.”
“뭐, 뭐야? 왜 웃어!”
정미가 나를 걱정하여 한 말이 내 웃음을 터트리고 말았다.
“아니, 제이아저씨 같아서… 크흡.”
“뭐, 뭐? 내 어디가 아저씨 같다는 거야!?”
“아니, 아니. 아저씨가 자주 하는 말이거든. 무리하지 마라, 건강이 제일이야.”
제이 아저씨의 말버릇. 매일같이 듣던 그 말이 정미의 입에서 나왔다. 그나저나 아저씨의 그 말을 듣지 못한 지도 벌써 2주가 가볍게 지나갔다. 조금 있으면 3주째. 아저씨는 괜찮은 걸까. 그러고 보니 병문안 한 번도 못 가봤었네.
“맞는 말이네, 뭐. 무리하지 마. 남들 구하려다 네가 죽으면 말짱 꽝이니까. ”
“걱정 해 주는 거야? 고마워.”
“거, 걱정은 무슨! 네가 다치면 널 치료하느라 다른 사람이 치료받지 못 하게 되잖아!”
내 말에 정미가 얼굴을 붉히며 소리쳤다. 예전에는 이게 정말로 나를 싫어해서 하는 소리인 줄 알았지만, 요새는 이게 창피함을 숨기려 하는 행동이라는 걸 안다.
정미와 친해지기 전에는 전혀 몰랐었는데, 이렇게 보니 이 행동이 어린 애 같아서 조금 귀엽기도 하다.
“어쨌든 고마워. 조심할게.”
“그, 그럼 됐어. 조심해. …걱정되니까….”
“응? 뭐라고?”
정미의 마지막 말이 너무 작은 목소리라 들리지 않았기에 다시 묻자, 정미가 화난 얼굴로 내게 소리치려 했다.
─────━━━!!!!
정미가 입을 크게 벌리고 소리치는 순간, 엄청난 굉음이 들려왔다.
“어, 어?”
물론 정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아니다. 정미의 목소리는 폭발음에 가려져서 들리지 않았다.
허겁지겁 자리에서 일어나, 아직 상황파악을 못하고 소리가 난 방향을 쳐다보기만 할 뿐인 녀석들을 밀쳐내고 밖으로 뛰어나가 창문을 통해 소리가 난 방향을 바라봤다.
“크리자리드 바머! 왜 여기에!”
운동장에는 크리자리드 바머와 드라군 가디언이 있었다. 뿐만 아니라 그 뒤를 따르는 수많은 용의 군단이 보였다.
1교시 직전인 덕에 운동장에는 사람이 없었지만, 학교를 향해 던진 폭탄으로 인해 학교 한 구석의 벽이 사라져 있었다.
휴교가 끝나고 정상 등교가 시작된 날, 우리 학교는 용의 군단에게 공습을 당했다.
세하의 커플링을 슬비와 정미 사이에서 한참 고민중입니다.
일단 드디어 3편 다 썼네요... 한 번의 전투편과 한 번의 설명편, 한 번의 일상편. 뭐지 이 미묘한 밸런스.
사실 개인적으로 설명편과 일상편을 최대한 줄이고 배틀과 스토리 진행 위주로 쓰려고 하고는 있지만, 떡밥을 뿌려야 해서 그러기가 쉽지 않네요.
덤으로 제저씨 등장 에피소드는 아직 이르다고 판단해서 뒤로 미루고 신강고 에피소드를 시작했습니다! 하핫!
30편 이전에 끝내는 게 목표였는데 이대로는 50편 찍을 기세네요. 책 한 권 분량 뽑아볼까...
일단 이번편에 주된 내용은
1. 같은 반 앞잡이들 때문에 세하 ㅂㄷㅂㄷ, 2. SNS보고 세하 ㅂㄷㅂㄷ, 3. 우정미의 귀여움데 세하 ㅂㄷㅂㄷ
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덤으로 흉터는 '고딩이 이렇게 큰 흉터가 남을 정도의 깊고 큰 상처를 입었던 경험이 썩어난다'라는 걸 쓰고 싶어서였습니다.
덤으로 중요한 떡밥이기도 하고요.
사실 일상편이 제일 쓰기 편하고 즐겁기는 하지만, 전투씬 빠지면 스토리가 진행 불가...
다음 편은... 언제 올 지 저도 알 수가 없네요.
일단 이왕 이렇게 된 거 다시 공략을!
또 명예의 전당 가면 3편 연참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