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단장 이세하] 운증용변 STD(雲蒸龍變 Seha The Dragon) 【 6 】
가람휘 2015-03-17 10
“윽, 이 녀석들 엄청 강해!”
특별할 것 없는 평범한 드라군 블레이더와 아지다하카들. 하지만 그들조차 아스타로트때에 비해 엄청나게 강했다. 높게 쳐야 B-급 정도의 차원종들이 지금은 낮게 잡아도 B+급 이상의 힘을 내고 있었다.
상대하지 못 할 정도는 아니지만, 기존의 차원종들을 생각하고 전투를 시작했기에 당황하지 않을 수 없었다.
“후… 피해상황은?”
“우리는 멀쩡해.”
“이쪽도 다행히 부상자는 없어.”
얼추 정리가 끝난 뒤 슬비가 일행을 돌아보자, 유리와 미스틸은 전혀 문제가 없는 듯 보였고, 특경대원들은 조금 지치긴 했어도 다행히 다친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시간이 없으니 조금 더 강행하죠.”
“걱정 마. 이 정도로 쓰러질 만큼 우리 애들은 약하지 않으니까.”
시간이 없다. 용이 눈치를 채고 찾아오기라도 하는 날에는 틀림없이 전멸이다. 도망조차 칠 수 없을 터. 그러니 그 전에 둥지를 파괴해야만 한다.
마음 같아서는 잠시 휴식을 취하도록 하고 싶지만, 강행군을 펼쳐야만 한다.
하지만 다시 주변을 경계하며 이동을 개시하려던 순간.
“크악!”
뒤쪽에서 비명이 들려왔다.
소리에 놀라 뒤를 돌아보자, 특경대원 한 사람이 날아가 있었고 그가 서 있던 곳에는 베가본드가 나타나 있었다.
“읏…!”
“사격 개시!”
갑작스러운 등장에 놀라 당황해 행동이 늦어졌다. 오히려 곧바로 전투를 개시한 건 특경대원들이었다.
“슬비야!”
“그래!”
유리의 부름에 뒤늦게 정신을 차리고 베가본드를 향해 달려나갔다.
“화염 폭…!”
단검을 들어 올리고 베가본드에게 던지려던 찰나, 한 순간에 베가본드가 눈앞에서 사라졌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등 뒤에서 한기가 느껴졌다.
고개를 돌려 뒤쪽을 바라보자 보이는 것은 나를 향해 검을 휘두르려 하는 베가본드의 모습.
“음속 베기!”
그걸 보자마자 곧바로 서유리가 이슬비를 향해 달려오며 이슬비의 등 뒤에 있는 베가본드를 향해 검을 휘둘렀다. 하지만.
채앵!
검과 검이 부딪히며 서유리가 밀려났다.
“베고 지나가지 못했어!?”
서유리의 음속 베기는 위상력을 이용해 고속으로 이동하며 빠르게 적을 베고 지나가는 기술. 음속 베기라는 이름대로 보고 나서 회피하거나 막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다.
하지만 베가본드는 그 서유리의 참격을 눈으로 보고 공격하던 도중 자세를 비틀어 막아낸 것으로도 모자라 힘으로 서유리를 압도하여 튕겨내기까지 했다.
“이거 정말 베가본드 맞아!?”
베가본드는 본래 B+급 정도의 차원종. 헌데 정작 지금의 모습은 A급 차원종 이상이다. 위상력 자체를 떠나서 단순하게 ‘전투센스’가 차원이 다르다.
이건 흡사 인간을 상대하는 것 같은 기분.
놀란 탓에 한 순간 행동이 멈춘 순간, 베가본드가 발도 자세를 취했다.
“하앗!”
이번에도 반응이 늦었다. 유리는 아직 튕겨진 탓에 공중에 떠서 착지하기 전. 정작 제 때에 반응한 것은 미스틸이었다.
“궁니르!”
공중으로 도약한 미스틸이 창을 거대화시켜 힘껏 휘둘렀다. 허나 이번에도 베가본드는 발도자세에서 자세를 변경하여 두 자루의 검을 X자로 교차시켜, 휘두르던 미스틸의 거대한 창을 막아냈다.
“말도 안 돼!”
A급 차원종은 물론이며 S급 차원종인 아스타로트조차 미스틸의 궁니르를 저렇게 막아내지는 못했었다.
위상력의 정도나 물리적인 힘을 떠나서 순간적인 판단력과 반사 신경이 이미 인간이나 차원종의 범주를 뛰어넘었다.
거대한 궁니르를 튕겨낸 뒤 또 다시 자리에서 사라진 베가본드가 이번에는 미스틸의 등 뒤에서 나타났다.
“니드호그!”
그러자 미스틸은 베가본드를 확인하자마자 곧바로 검은 색의 창을 소환해 자신의 등 뒤로 떨어트렸다.
아무리 베가본드라도 이것까지 막아내지는 못했는지 창에 맞고 땅으로 낙하했다. 그리고 그 틈을 놓치지 않고 미스틸이 계속해서 창을 불러내기 시작했다.
“콜 랜스! 묠니르!”
녹색과 청색의 창이 잇따라 소환되어 땅에 낙하한 베가본드에게 꽂혔다. 녹색의 창은 팔을 스치코 땅에 꽂혔으나, 청색의 창은 확실하게 베가본드의 복부에 꽂혔다.
베가본드가 자신의 복부에 꽂힌 푸른 창을 뽑아내려 하자 미스틸은 땅에 착지하기도 전에 허공에서 잇따라 공격을 개시했다.
“라그나로크!!!”
미스틸의 머리 위에 차원문과 흡사한 구멍이 생기는가 싶더니 그곳에서 무수히 많은 창들이 낙하하기 시작했다.
그걸 본 베가본드는 자신에게 꽂힌 청색의 창을 뽑아내기를 포기하고 두 자루의 검으로 낙하하는 창들을 튕겨내기 시작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 지금껏 이런 차원종은 본 적 조차 없다. 가끔 드라군 블레이더가 공격을 막아내고 반격하긴 했지만, 그것은 어디까지나 미리 반격자세를 취하고 그 후에 맞은 공격을 튕겨낸 것에 불과했다. 저런 식으로 자신을 향하는 공격을 마구잡이로 튕겨내는 것은 본 적도 없다.
저건 마치─
“─인간갔잖아.”
인간. 그 때 그 때 자신의 판단에 따라서 행동하며 적의 공격을 막아내고 빈틈을 노린다. 차원종은 이런 행위를 하지 않는다. 낮은 급의 차원종은 지능이 떨어져 그런 판단을 내리지 못하고, 높은 급의 차원종은 자신들의 힘에 도취되어 인간의 공격을 막으려 하지 않는다.
하지만 저것은 어딜 어떻게 봐도 겉모습을 제외하면 인간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이것이 이번대의 용이 만들어낸 결과물인가.
위험하다. 만약 둥지를 파괴하지 못한다면 저런 괴물이 앞으로 얼마든지 나올 수 있다는 이야기다.
“크아아아아아!!!”
창을 튕겨내던 베가본드가 갑자기 멈칫 하더니 비명을 질렀다. 복부에 꽂힌 청색의 창에서 흘러나온 전류가 베가본드의 몸을 잠시 마비시킨 것.
그리고 그 한 순간에 미스틸이 불러내던 창들이 베가본드의 온 몸에 꽂혔다.
“크, 후우─! 크후아아아아아!!!”
몸 여기저기에 창이 꽂힌 상태로 검을 지지대삼아 간신히 서 있는 베가본드.
허나, 미스틸이 자신이 소환한 창들을 일제히 폭발시키자, 베가본드의 몸에 꽂혀있던 창들도 커다란 굉음을 내며 폭발하였고, 폭발로 인해 생겨난 흙먼지와 빛이 사라지자 베가본드는 사라지고 칼날파편만이 남아 있었다.
“후아─! 이게 뭐야! 말도 안 되잖아!”
몇 번이고 내가 반복했던 말을, 유리가 다시 한 번 말하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정말로 힘들었어요….”
커다란 기술을 잔뜩 쓴 탓에 미스틸도 지쳤는지 그대로 바닥에 주저앉아버렸다.
─나만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
“…잠시 쉬었다 가자.”
“아냐. 난 괜찮아. 미스틸, 어때?”
“저도 괜찮아요. 이대로 움직여요.”
바닥에 주저앉았던 유리가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난 뒤 미스틸을 일으켜세웠다. 미스틸 또한 유리의 손을 잡고 일어난 뒤 보급용 생수를 마시며 자리를 잡았다.
처음 베가본드에게 공격당했던 특경대원도 크게 다친 곳은 없었기에, 결국 우리는 휴식 없이 곧바로 이동을 개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