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유리&세하]잊을 수 없는 것. 에필로그 完結(완결) 편(스크롤압박 주의)
수민혜 2015-03-07 16
[중편][유리&세하]잊을 수 없는 것. 에필로그 完結(완결) 편(스크롤압박 주의)
... 아, 안녕하세요.
열흘정도만에 돌아온 수민혜 입니다.
이 글을 어떻게 끝낼까 고심하고 고심하던 끝에 이렇게 완성하게 되었는데요.
먼저 말씀드릴 부분은... 이 글은 굉장히 깁니다. 제가 적은 글들 중에서 역대급이네요.
스크롤바의 압박이 매우 강력하오니... 주의하시며 봐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이 글의 전편은 아래의 링크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링크↓
그리고 틀린 글귀가 있거나 어감이 안맞으면 수시로 수정 들어가니까 글귀가 바뀐다해서 당황하지 마세요!
... 지만, 이번엔 정말 장난 아니군요... 어느세월에 찾느냐인데...
그... 그냥 방치할까...
... 농담입니다. : )
아, 잡설이 길었습니다. 그럼 이제 시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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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후... 긴장된다. "
난, 오늘 극도의 긴장상태를 유지하고 있었다. 오늘이 바로... 유리와 나의 결혼식 날이기 때문이다.
상견례 예행연습이 결국엔 상견례가 되어버렸고, 그 이후부터 결혼 준비를 차근차근 해오면서 4년이 지난 지금. 유리와 내 나이 22세에... 드디어 유리와 결혼을 하게 되었다.
" 아들! 준비는? "
엄마가 내 방문을 노크 하시면서 물어오셨다.
" 가... 가요! 준비됬어요. "
떨리는 목소리가 주체가 되지 않았는지 조금 떨린 목소리로 엄마에게 답해버렸다. 그 것을 듣던 엄마는 눈치가 빠르게도...
" 그래? 목소리가 떨리는거 같은데? "
그 것을 꼬투리 잡으시면서 내게 그렇게 말씀하셨다.
" ... 안 떨리면 사람 아니거든요? "
" 푸하핫! 아들, 너무 솔직한거 아냐? "
엄마는 문 너머에서 나한테 너무 솔직하다고 핀잔을 주셨다. 그런데... 그럴 수밖에 없는걸 어떻게 해.
결혼식 이전에 유리와 함께 드레스를 보러 갔었는데... 그 때 드레스를 입었던 유리의 모습이 너무 예뻐서 정신을 한동안 차리지 못했던 기억이 다시 떠올랐다. 아, 진짜... 예쁘다, 아름답다... 이 말들 말고 다른 단어는 없나? 이 단어들로는 유리를 표현하기엔 너무나도 부족했다.
" 언제는 솔직한게 좋다고 하셨으면서요? "
" 하핫! 우리 아들, 기억력 좋다? "
문 너머에서 엄마의 유쾌한 목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내가 갖고 있는 긴장감을 풀어주시려고 엄마가 신경을 써주는 것을 알았던 나는 엄마 모르게 미소를 지었다.
" 얼른 준비해! 신랑된 사람이 하객분들의 접객을 해야할 것 아냐! "
" 윽... 알겠어요. "
으... 잊고 있었다. 아름다운 유리의 모습을 볼 수 있는 것도 좋지만, 접객하는데에 있어 소홀함이 없게 하는 것 또한 잊어선 안됬었지... 신랑이 되는게 뭐이리 힘들어?
후... 실수하지 말고, 잘해야지. 내 생에 한번 밖에 없는 날이니까.
" 지금 나가요! "
" 보자... 본격적인 결혼식 진행은... 오후 3시구나. "
나는 결혼식장에 도착해서, 결혼식 진행과정을 다시 한번 외우고 있었다. 10분 전에 결혼식 진행 방송이 나올거고... 그 이전까진 모든 준비를 마쳐야하는구나. 일단 그 전까진 오시는 분들 접객 해드려야하고... 신부인 유리도 별실에서 손님들 접객을 하게 될테고.
나도 그렇지만 유리도 고생하는구나... 싶기도 했다.
" ...... "
그나저나... 진짜 떨린다. 내가... 유리의 남편이 되는건가...? 이 결혼식이 잘 끝나면...?
... 유리의... 바로 옆에 있을 수 있는걸까...?
"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는거니? "
등 뒤에서 날카롭고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으악, 깜짝이야! 하는 마음과 동시에...
" ... 뭐야, 리더잖아? "
그 익숙한 목소리의 주인공을 향해 그렇게 말했다. 목소리만큼, 그 모습 역시 익숙했고... 그 주인공은 우리 검은양 팀의 리더인 이슬비였다.
" 반응이 왜 그래? 반갑지 않은거야? "
내 반응이 시원찮았는지 인상을 쓰면서 그렇게 말했다.
" 또 그렇게 까칠하게 반응해야 되겠냐? 그리고, 반갑지 않은게 아냐. 조금 놀라서 그랬어. "
조금 툴툴대며 반응했던 난, 속으로 뜨끔하면서 재빠르게 뒷 얘기를 이었다. 이런 반사신경이 있을 줄은 상상도 안했던 나로선 꽤나 놀랄만한 일이었다.
" 어...? 어... 그래. "
나의 빠른 대처 때문에 슬비 녀석도 조금 당황한 모양이었다. 나도 속으로 당황했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 세하야... 나도 왔어. "
슬비의 바로 뒤편에서 손을 흔들며 내게 인사하는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 역시 익숙한데... 하면서 내 시야에 들어온 사람은, 내 둘도 없는 게임 친구인... 석봉이였다.
녀석, 최근에 슬비랑 같이 다니기 시작하면서부터 얼굴색이 많이 좋아졌는데? 예전에나 볼 수 있었던 다크서클이 이제는 티가 나지 않을 정도로 지워져있었다. 아마 슬비 녀석 때문에 제때 자고 일어나고 하는 모양이었다.
" 어? 석봉이 너도 왔네? "
" 응. 명색이 친구의 결혼식인데... 와야하지 않겠어? "
석봉이가 서스럼없이 친구의 결혼식... 이라고 해주는 말에, 난 순간 말문이 막혀버렸다. 친구... 친구...
... 어찌나 그 말이 내 마음 속에 와닿았는지, 게임이 친구였던 내게 게임이 아닌 사람 친구가 있다는 것에... 기뻤다.
" ... 고맙다. "
어떻게 답해야할지 몰랐던 나는... 있는 그대로의 내 진심을 둘에게 전했다.
" 뭐... 뭐가 고맙다는거야! "
" 뭘 이 정도 가지고 그래... "
둘은 나의 그런 반응에 놀랐는지 어떻게 해야할지 갈피를 잡지 못했다. 하긴 당연한 결과였다. 나 조차도 이런 반응인데, 둘은 오죽할까. 나한테 있어서... 진짜 친구는 이녀석들이 맞았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녀석들한테 정말로 고마웠고... 내 자신한테 미안했다.
여지껏, 친구에 인색하면서 살았다는 것에 말이다. 일반인도, 클로저도... 이렇게 친구가 될 수 있는데 말야.
' 너희 둘은 나한테... 얼마나 귀중한 말을 해줬는지 모를거다. 내가 말 안할거니까. '
속으로 그렇게 속삭였고, 둘을 보며 얘기했다.
" 아, 유리는 지금 별실에서 따로 기다리고 있을거야. 한번 가봐. "
" 그래? 그럼... 유리한테 가볼게. 그리고... "
" 응? "
슬비 녀석이 무언가 얘기하려고 했는지, 잠깐 뜸을 들였다. 무슨 얘기 하고 싶냐며 물으려고 했을 때-
" ... 접객 잘해. 실수하지 말고. "
격려의 톤으로 그렇게 말했던 녀석이었다. 나는 씨익 웃으면서 답했다.
" 그래. 다시 한번 고마워. "
" 일일히 고마워 하지마! 당연한 걸 가지고... "
" 그... 그럼 우린 가볼게. 접객 잘하고, 결혼식 때 화... 화이팅 해! "
석봉이 녀석이 힘내라는 뜻으로 내게 말해주었다. 나보다 더 기뻐하면서 격려해주는 친구라니... 얼마나 좋은 녀석인거냐, 너...
" 그... 그만 가자, 석봉아. "
그런데, 그 때 석봉이의 손을 슬비가 살짝 잡아주면서 이끌고 가려는게 아닌가?
" 어...? 어... 그... 그래... 그럼 이따가 봐, 세하야. "
" 어? 어, 그래... "
내가 대답했을 땐 이미 저만치 간 이후였다.
... 내가 본 광경이... 제대로 본건가? 분명 슬비 녀석이... 석봉이의 손을 먼저 잡고, 얼굴이 빨개진 것 같았는데...?
제대로 본거... 맞나? 맞는거지...?
" ... 살고 볼일이네. "
문득, 그런 진심을 느껴버린 나였다.
" 무슨 일인데 살고 볼일이라는 애늙은이 같은 말을 하고 그러니? "
" ... 으아아아아아악!!!! "
갑자기 옆에서 다시 한번 익숙한 목소리와 함께 나를 놀라게 한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 아악! 이모! 하나밖에 없는 조카 죽일 작정이야!? "
그 곳엔... 바로 내 한분밖에 없는, 서지나 이모님 이셨다.
" 뭘, 새삼 놀라고 그러셔? "
" 인기척은 해야할거 아냐! 이모, 안 그래도 특수요원 이라서 조용하게 다가오면 인기척도 안 느껴진다구! "
" 너도 정식요원이거든? "
이모가 너는 뭐 안 그렇냐, 라는 톤으로 그렇게 맞받아치니 할말이 없어졌다. 생각해보니 나도 요원이잖아...
... 아니지?
" ... 아니, 격이 다르잖아요. 격이! "
" 짜식, 부럽냐? "
" 이모! "
난 못말리겠다는 목소리로 이모를 나무랐다.
" 서지나 요원, 조카를 그렇게 대하면 안되지 않나. "
역시, 귀에 익는 목소리다. 하지만 좀처럼 뵙기 힘든 분의 목소리인데...?
" 어라...? 국장ㄴ... 아니, 지부장 님? "
" 내 자리가 이제서 실감이 나는군. 아직은 국장님 이라고 불러도 좋네. 무리하지 않아도 되. "
난처하게 웃으시며 내 말에 답해주신 데이비드 리 지부장... 아니, 국장님이 아직은 편하니까 일단은 국장님 이라고 해두자.
" 아... 네. 아차, 제 결혼식에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국장님. "
" 하하, 반갑게 맞이해줘서 고맙네. 아, 결혼 축하하네. 세하 군. "
국장님이 내게 손을 내밀어주셨다. 난 그 손을 반갑게 맞이하며 악수했다.
" 신서울 지역 복구 관련해서 바쁘신 것 아니셨어요? "
" 자네들이 틈틈히 도와준 덕에, 이제는 공사 인력만 투입하면 될 정도까지 되었네. 게다가 명색이 검은양 팀의 창설자인 이 국장님이란 인사가 빠질 수야 있겠는가. "
" 국장님... "
무언가 울컥한 기분이 들었다. 높으신 분이 이렇게까지 내게 신경을 써주는구나, 하면서 어깨가 펴지는 느낌을 받았다.
" 물론, 그 것만이 이유는 아니죠, '국장' 님? "
" ... 하하, 서지나 요원... "
국장님께서 이모의 말에 눈을 감고서 난감해하셨다. 국장님의 분위기는 마치... 무언가 약점이 잡힌 사람? 어떻게 말해야할지 모르겠는 사람? 같은 느낌이라고 해야하나?
그런 느낌이 들어서 내가 수상한 눈빛을 이모한테 보냈다. 그 것을 보던 이모는, 내게 이렇게 말씀해주셨다.
" 우리, 연인 사이로 참석한거야. 국장님과, 요원의 커플 동반! "
" 아, 그런거였어? 난 또 뭐라ㄱ... "
...... 응? 어? 뭐? 내가 지금... 뭘 들은거지?
" ... 어? 이모, 방금 뭐라고... "
" 데이비드 국장님과 서지나 요원의 알콩달콩한 커플 동반~! "
" 하하하... "
......
" ... 뭐어어어!? "
나는 너무 놀라서 비명밖에 지르질 못했다. 아... 아니, 잠깐. 그... 그러니까... 국장님이랑... 이모랑... 둘이 커플이라고?
혹시나 싶어서 두분의 표정을 번갈아봤는데... 국장님이 난감하게 웃어보이셨고, 이모는... 활짝 미소를 지으시면서 브이! 를 하고 있으셨다. 이정도쯤 되면... 인정해야되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왜?
" 얘, 너도 어떻게 된게 신부랑 똑같이 표정에서 하고 싶은 말이 드러나는거니? "
" ... 어? "
신부...? 유리 말하는건가?
" 그래! 유리 말하는거야. 그 애도 어쩜 너랑 비슷하던지, 얼굴에서 하고 싶은 말이 그대로 드러나는거 있지? 너도 그러는거 보니까, 되게 신기하기도 하더라구. 좋아하는 사람들끼리는 서로 닮아간다는 '방증' 인가? "
" ... 지금 국장님이랑 이모를 보면 그런 의견은 '반증' 인데? "
" 혼날래? "
" 어... 아니? "
나는 즉답하기는 했지만, 미심쩍은 눈빛으로 이모를 바라보았다. 내 눈빛의 의도를 읽은 이모는, 조금 얼굴을 붉히더니 나한테 한소리 하셨다.
" 사... 사귄지 한달 정도 됬단말야! 너희처럼 오래 연애하면 어색하지 않을거거든!? "
" 네, 그러실거라 생각해요. "
" 아악! 조카! 이러기야!? "
결국 이모는 억울하다는 듯이 외치셨다. 흥, 쌤통이다. 이모 얼굴, 이젠 완전히 빨개졌네.
" 아아, 둘 다 너무 그러지 말게. 좋은 날에는 좋은 모습만 보여야하지 않겠나. "
그 때, 이모와 나를 중재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물론 국장님 한분 밖에는 없었지만 말이다. 이모와 나는 국장님에게 사과를 드렸다.
" 괜찮네. 가족 같아서 보기 좋았으니까. 아, 그리고... 세하 군. 이번 세하 군의 결혼식 주례는 내가 봐줘도 되겠나? "
생각지도 못한 제안에 나는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은 뒤 국장님에게 묻듯이 말했다.
" 네? 저희의 주례를... 말씀이신가요? "
사실, 주례자를 구하려고 했지만 마땅한 사람이 없어서 미루고 있었던 차였다. 내 주변에 사람들이 이렇게 없었나 싶기도 했지만... 있다 해도 이렇다 할만한 사람이 없었다. 제이 아저씨한테 주례를 부탁드릴까 했지만, 오히려 영광이지만 내 쪽의 제안을 한사코 거절하시겠다고 하셨다.
... 하긴, 아저씨 결혼식 올릴때도 중도에 피를 토하시는 바람에 모두가 놀랐던 그 때를 어떻게 잊을 수가 있겠어. 그런 상황인데 주례를 서달라니, 거절할만도 하셨다.
그제서 다시 생각난거지만, 그 때도 주례자를 국장님께서 해주셨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래서, 유리와 내 결혼식에도 국장님 같으신 분이 주례를 서주셨으면 좋겠다... 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것이 현실이 되니까 나로썬 뭐라고 말할 수 없었을 정도였다.
" 진... 심이신가요? "
" 내가 언제 진심이 아닌 것을 말했던 적이 있었던가? "
" ... 그건 아니죠. "
되돌아 생각해보면, 국장님은 정말이지 무모하기 짝이 없는 분이셨다. 헤카톤케일을 저지 및 제거를 위해 헬기를 이용한 이중작전을 계획하신 것도 그렇고, 용의 궁전에선 아스타로트와 정면으로 만나겠다고 하신 것도 그렇고... 진심으로 행한다면, 기꺼이 행하는 사람이 국장님 같은 분이셨다. 지금 이 상황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한다.
" 그럼, 내가 자네 결혼식의 주례를 서도 괜찮겠나? "
국장님은 다시 내 뜻을 물어주셨다. 음, 이렇게까지 정중하게 부탁하신다면야... 거절할 이유는 없었다.
" 네.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국장님. "
난 그렇게 답하며 몸을 숙여 감사를 표현했다. 그 것을 보던 국장님과 이모는 서로를 보시더니, 이내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어떤 의미의 미소인지는... 모르겠지만 말이다.
" 그럼 유리 양을 만나고, 주례 준비를 하러 가보겠네. "
국장님의 말씀이셨다. 하긴, 주례를 보시겠다고 결정하셨으니 연습도 하셔야할 것 같았다.
" 그렇게 됬으니, 실수 없이 접객 잘하고! "
" 그럼, 조금 있다 결혼식에서 보도록 하겠네. "
" 네. 두분, 조금 있다가 뵐게요. "
난 그렇게 두분을 보내드렸다.
뒤에서 보니까, 국장님이 이모를 직접 에스코트 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아무래도 두 분의 말은 진심이신듯 보였다.
" ... 와, 국장님이 유리와 나의 결혼식 주례를 서주신다고...? "
지금 난 이 상황이 진짜인지 구별하기 위해 고개를 갸웃거렸다. 국장님쯤 되시는 분들은 요원들을 한명 한명 신경쓰는게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닐텐데, 이렇게 신경을 써주시는 것을 보니까 내심 존경스럽기도 했다.
" 무엇보다, 이모와 연인 관계가 되셨다는 것에 가장 놀라기도 했고... "
그래. 무엇보다 가장 놀란건 이 부분이었지. 그 왈가닥 이모가 국장님의 눈에 들어왔다는 부분.
... 어쩌면 내 결혼식보다, 두분이 가장 큰 이슈가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버렸지만 이내 그 생각을 거뒀다.
누가 뭐라고 해도, 오늘의 주인공은 유리와... 나. 이렇게 둘인 것은 변함없다. 이런 이슈로 기 죽을일은 없었다.
" ... 참, 오늘 처남이 초청강연 있던 날이었지? "
그러다가 문득, 처남의 생각이 났다. 내가 말하는 처남... 유리의 남동생인 유신이를 말하는거였다.
유신이는 유리가 위상력으로 인해 희비가 교차하는 것을 보고서부터 위상력에 대한 관심을 보였다고 했다.
원래 공부를 잘해서 그런지 굉장히 명석했고, 궁금한건 굉장히 못참는 성향은 유리를 닮았는지 무언가를 분석하는데에 있어서 특화되있는... 전형적인 연구원 성향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 유신이는 현재 유니온 연구진 소속으로 일하고 있었고, 최연소 박사 학위를 받은 공로로 인해 여기저기 초청강연을 뛰고 있는 것이다.
" 역시... 그냥 가지 말라고 할걸 그랬나? "
난 조금 아쉽다는 듯이 말했다. 중요한 초청강연 이라고 해서 우리는 신경쓰지 말고 다녀오라고 유리와 내가 유신이를 만류했던 것이 떠올랐다. 본래 유신이의 선택에 달려있는 부분이었다는것을 알았지만, 유신이의 앞날에 우리가 방해를 하면 안될거라는 생각이 있었기 때문에 다녀오라고 한 것이었다. 단, 최대한 빠르게 끝내는 조건을 약속하고서 말이다.
" 무리한 부탁을 한건가... 싶기도 하고. "
그 약속을 제안한 나도 바보같기도 했고, 그걸 지키겠다고 하는 유신이 녀석도 그렇고... 어지간히 나나 유신이나 미련하긴 매 한가지였나보다.
" 무슨 생각을 그렇게 골똘히 하는건가요, 세하 군? "
이번에도 내 뒤편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하지만 조금 외국인 특유의 어색한 어투가 느껴지는 것을 보니... 누군지 알 것 같았다. 나는 곧 뒤를 돌아서 그 사람에게 고개를 숙여 인사했다.
" 캐롤리엘 누나. 안녕하세요. "
그 사람은 다름아닌 캐롤리엘 누나였다. 최근 강남 복구 관련해서 출현하는 차원종들을 연구한다고 바쁜 모양이던데, 그 바쁜 시간을 내주셔서 와주신 모양이었다.
" 오, 세하 군. 오늘 너무 멋있는데요? 역시 새신랑이 될 사람이라서 그런건가요? "
" 아... 하하하, 고마워요. 캐롤 누나. "
" 후훗, 세하가 조금 더 늦게 클로저 요원으로써 활동했다면 제가 데려가고 싶었을 정도인걸요?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저와 함께 사랑의 도피를 하는건 어때요? "
" ...... 죄송하지만, 사양할게요. "
난 정말로 저 말이 캐롤리엘 누나한테서 나온 말인지 감이 잡히질 않았지만, 설령 저 말이 진심이라고 해도 그럴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내 천생배필을 두고 어디를 가겠다고?
" 후훗, 세하 군이나 유리 양은 정말 알기 쉬운 것 같아요. 방금 얘기는 농담이었으니까, 너무 당혹스러운 표정 짓지 말아요. "
" 아하하... 알기 쉽다는 말이 더 상처 받는 이야기 같은데요? "
농담처럼 나는 그렇게 말했다. 왜냐면, 난 진심으로 유리를 사랑하고 있으니까. 그 사랑이 남들의 눈에도 보일 정도라면, 그 것은 모두 유리와 나의 사랑에 대한 질투라고 보면 된다고 생각하면 굉장히 간단한 일이었다. 유리에 관해서라면, 알기 쉽다는 말을 듣는다는 것 자체는 상처 같은게 아니었다. 오히려, 내겐 축복이었다.
" 오우, 세하 군? 너무 노골적으로 행복해하는 표정 짓는거 아닌가요? "
" ... 어, 그래보였어요? 그러면 잘 보신건데? "
내 답을 듣던 캐롤리엘 누나는 실소를 터트리셨다.
" 오 마이 갓! 세하 군, 언제 그렇게 능청스러워 지신거에요? "
" 누나도 사랑이라는걸 한번 해봐요. 오히려 누나가 저보다 더 능청스러워질 것 같아서 무서운데요? "
" What!? "
캐롤리엘 누나는 못 믿겠다는 표정을 짓고서 나를 바라보다가, 활짝 미소를 지어보이셨다.
" 후훗, 부럽네요. 둘이 정말 잘 어울려요. "
" 조금 있다가 유리한테 가시면 유리가 아깝다고 하실게 분명할걸요? "
" 와우! 그러면 그 것 나름대로 Interesting! 흥미롭겠네요! "
감탄사를 아끼지 않으며 유리와 내게 찬사를 보내주는 캐롤리엘 누나. 그러다가 누나 쪽에서 먼저 손을 내밀어주셨다. 악수 차원에서 내민 손인 것을 알았던 나는 그 손을 반갑게 맞이했고,
" 오늘, 제 결혼식에 참석해주셔서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
누나한테 그렇게 말씀드렸다.
" 후훗, 반갑게 맞이해주셔서 고마워요. 세하 군. 그럼, 이따가 결혼식 때 봐요? "
" 네. 응원 많이해주세요. "
" Ok! Good Luck! "
그렇게 말하시면서 손을 흔들며 유리가 있는 곳으로 걸어가셨다.
" ... 유리와 나는 변한 것 같은데, 다른 사람들은 그대로구나. 아니, 오히려 그 반대일 수도? "
문득 난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내 나이 18세, 비교적 어린 나이임에도 클로저 요원이 되어 결혼식을 준비하는 지금까지 요원으로써 활동하고 있고, 그로부터 4년이 지난 지금. 아직도 그 부분은 현재진행형이다.
어떻게 보면 특별한 나날이었지만... 그다지 특별하게 느껴지지 않은 나날이었다. 그러나, 그 과정 중에서 생긴 특별한 일이 있다면... 내 인생에 있어 천생배필을 찾았다는 것과... 그 천생배필과 오늘 결혼식을 치른다는 것.
오늘은, 어느 때보다 더 특별한 날이 될 것이라 생각한다. 그 어떤 순간보다도... 말이다.
" ... 으, 아는 사람만 본 것 같은데도 이렇게 지치냐... "
결혼식에 아는 사람만 왔음에도 불구하고, 난 조금 지쳐있었다. 요원 생활 하면서 만났던 사람들을 모두 접객한 것이다보니...
" 요원으로 활동하면서 만난 사람들이... 정말 많았구나. "
조금 낯선 감정이 앞선 것 같으면서도, 그 낯선 감정이 너무나도 반갑다고 말하면... 굉장히 이상한거겠지?
" 그러고보니, 아저씨랑 테인이는 좀 늦네. 한시간 뒤면 곧 결혼식 시작하는데... "
난 혹시나 싶어 주변을 둘러보았다. 이 곳에 오는 길을 헤매지는 않나 싶은 마음 때문이었다.
" 세하 형! 누구 찾는거에요? "
" 으아아아악!! "
이번에도 내 뒤에서 놀라게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진짜! 하면서 돌아본 곳에는...
" 안녕, 세하 동생. "
" 그 동안 잘 지냈니? 세하야. "
" 세하 형! 오랜만이에요! "
내가 기다린 반가운 손님 중 세명이 있었다. 반갑지 않은 손님이 어디있겠냐만은, 이 셋만큼은 앞에서의 슬비와 마찬가지로 정말 반가운 손님들이었다. 바로, 유정 누나랑 제이 아저씨. 그리고 테인이 이렇게 셋이었다.
" 어휴, 깜짝이야! 인기척들은 좀 하고 오세요! "
하지만 그건 그거였고, 놀랐다는 것은 변함이 없었기 때문에 나무라듯이 셋을 보며 말했다.
" 조금 돌아서 오느라고 뒤에서 오게 되버렸군. 미안하게 됬어, 동생. "
제이 아저씨가 먼저 말하는 것으로, 뒤이어 유정 누나와 테인이가 말했다.
" 아하하... 미안해, 세하야. 사실 우리 애 데려오느라고 조금 늦어버렸어. "
" 제이 아저씨랑 유정 누나랑 같이 왔어요! 조금 늦은건 죄송해요. "
유정 누나의 애를 데리고 나왔다는 말에, 나는 반색을 하며 그 애를 찾았다. 여기서 말하는 애는... 당연히 제이 아저씨랑 유정 누나의 사이에서 나온 아이를 부르는 말이었다. 내가 왜 그렇게 반색을 하냐고? 당연히... 애가 귀여워서지!
" 유림이는 여기 있어요! "
테인이의 말이었다. 조심스럽게 안고 있는 것을 보니 자고 있나 싶었지만...
" 애가 다칠 것 같아서 조심히 대하느라구요. "
" 잘했어, 테인아. "
나는 테인이에게 유림이를 조심스럽게 받았다. 으... 아이가 이렇게 귀엽다구! 유림이 녀석... 유정 누나를 쏙 빼닮아서 그런지 더 귀엽게 느껴진 것 같았다.
... 내 아이도 이렇게 귀여우면 좋으련만... 나 닮으면... 큰일날거야. 정말로.
" 테인이가 기특한 면이 많아서, 나중에 자기 애인 생길때도 잘해줄 거 같다니까? 다른 누군가랑은 다르게... 말야. "
그렇게 말하시면서 힐끗 제이 아저씨 쪽을 보시는 유정 누나. 제이 아저씨는 그 눈빛을 보고는...
" ... 음... "
이제는 벗어버린 선글라스를 버릇처럼 치켜올리시는 제스처를 취하는 아저씨. 자신 역시 할 말이 없다는 듯한 반응이었다... 만...
" ... 흥. "
유정 누나는 그 모습을 보면서 새침한 표정을 짓기에 급급하셨다.
... 어째... 이 분위기는... 여자 쪽에서 공격했는데 남자 쪽에서 일방적으로 함락당한 느낌이 나는데...? 그 때문에 유정 누나가 별 말씀을 못하시는 것 같고... 이거 설마...
" 두분... 어제 밤에 무슨 일 있으셨어요? "
" 쿨럭! "
" 켈록! "
내 질문에 두분은 정곡을 찔렸다는 듯이 동시에 반응하셨다.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하더니...
" 네? 밤에 무슨 일이 있는데요? "
우리들의 얘기에, 테인이는 정말 아무것도 모르는 사람처럼 순수한 얼굴을 하면서 우리들을 향해 물었다. 아... 이 녀석도 곧 알때가 올텐데... 아직도 모르는건가? 아니면... 모른 척? 아마 이 녀석의 성향을 봐선... 정말 몰라서 묻는거겠지... 싶었다.
" 무... 무슨 일은! 그... 그런게 있단다, 테인아. 그쵸? 여... 여보...? "
유정 누나가 조심스럽게 아저씨를 향해 물으셨다.
" 쿨럭... 쿨럭... 으... 응? 아, 뭐... 그렇지. 그렇고 말고. "
아저씨 역시 누나의 의견에 동조하며 겨우 고개를 끄덕여주셨다. 그로 인해 테인이는 그런가보다, 하면서 고개를 끄덕이며 넘겼다.
밤에 무슨 일이 있었겠냐고? 그야... 당연히... 꼭 말을 해줘야 아는건 아니겠지?
" ... 아, 유리는 지금 별실에서 기다리고 있어요. 두분이랑 테인이를 많이 기다리고 있을거에요. "
내 얘기를 듣던 제이 아저씨가 먼저 반응해주셨다.
" 아, 그래? 그럼... 마저 접객 해야할테니까 우린 이만 가볼게, 동생. "
" 그래, 세하야. 접객 실수 없이 해야하는거 알지? "
" 네. 알고 있어요. 그럼 조금 있다가 뵐게요. "
" 세하 형! 결혼식 화이팅 하세요! "
" 그래. 고맙다. "
나는 그렇게 두분과 테인이가 가는 곳을 향해 손을 흔들어주었다.
자... 이제 중요한 손님이 딱 두명이 남았다. 유리의 가장 친한 친구이면서, 나 역시도 친구로서 지내고 있는 우정미랑... 처남만이 남았다.
" 어? 생각해보니까... 정미 녀석이랑 처남이랑 둘 다 유니온 연구원 소속이잖아? "
갑자기 생각났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정미 녀석은 차원종 위상력에 관한 연구진 소속이고... 처남은 인간의 위상력에 관한 연구진 소속... 어쩌면 둘은 한번쯤 만나지 않았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지만, 그건 나중에 둘의 이야기일 것이라 생각한다.
" 음... "
하지만, 그렇게 기다리면서 난 문득 핸드폰을 바라보고 있었다. 접객 하면서 메세지 온 것만 알고 있었는데, 무슨 메세지가 온거지? 하면서 핸드폰을 확인했다. 수신자는... 처남이었다.
강연이 조금 늦게 끝나서 이제 출발했다는 메세지였다. 시간이... 1시 25분? 자가용 이라면 그 곳에서 오는 것까지 40분 정도 지나면 올만한 거리였지만, 아직 개인 차량이 없던 처남이었기 때문에 대중교통을 이용해서 오려면 조금 시간이 걸릴 것 같았다.
" 시간 계산을 하면... 이거 결혼식 시작 직전에나 볼 수 있겠는데...? "
지금 시간이 2시 5분이니까... 어디서 택시라도 잡고 오지 않는 이상, 20분 정도는 더 걸릴거라고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 세하 형님! "
저 멀리서 다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리고 그 목소리는 내가 그토록 기다렸던 처남의 목소리였다. 처남이 내 쪽까지 왔을 때, 반겨주면서 말했다.
" 어, 처남 왔어? "
" 제가 많이 늦었나요? "
급하게 뛰어왔는지 숨차하는 모습을 결국 보이고 마는 듯한 분위기를 보였다. 나는 무릎에 손을 기대며 숨을 고르던 처남의 등을 두드리면서 질문에 답을 해줬다.
" 늦게 와도 봐줄 생각이었어. 오늘 중요한 초청강연이 있는 날이었잖아. "
물론, 내 생각보다 일찍 와서 놀랐다는 말은 하지 않았다.
" 그래도 이제 와서 죄송합니다, 형님. "
" 너무 그러지마, 처남. 처남이 바쁜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
나는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고, 내 얘기에 유신이 역시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리고 이내, 나와 유신이는 평소처럼 서로를 대했다.
" 세하 형님, 아직 제가 처남이라는 말을 듣기엔 조금 부담스러운데요? "
" 처남도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그런거야. 정 부담스러우면 그냥 유신이라고 불러줄까? "
"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하하, 알겠어. 유신이가 부탁하는데 들어줘야지. "
우리 둘의 얘기를 듣던 주변 하객들이 우리를 힐끗 보면서 지나쳐갔다. 우리만 결혼식을 하는 것은 아니었으니 이해는 하지만... 이 시선이 은근... 부담스러웠다. 눈길을 주던 하객들 대부분이 여자여서 그런 걸지도...? 일단 생각을 멈추기로 했다.
" 아, 누나는 만나고 오는 길이야? "
" 아뇨. 형님 먼저 찾아뵌 다음에 찾아가려고 했어요. "
" 그래? 그럼 얼른 가봐. 누나가 너 기다리고 있을거야. "
"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
나의 말을 듣고, 유신이는 내게 인사하면서 자리를 벗어났다. 그런 유신이를 보면서 난 감탄을 감추지 못했고, 동시에 나 자신을 다시 한번 반성했다.
" 녀석... 바빠서 못봤더니, 그새 의젓해졌네. "
유신이의 지금 나이엔 아직 누군가에게 앳된 모습을 보여도 될 때인데, 저렇게 의젓한 모습을 보고나니까 들었던 것이다.
" 자... 그럼 우정미, 이 녀석만 남았네. 지금 쯤이면 연락할 법도 한데, 왜 연락이 없... "
그렇게 중얼거릴 때였을까, 누군가에게서 전화가 왔다.
" ...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
피식 하면서 그 대상이 누군지 확인한 나는, 그 전화를 받았다.
" 어, 우정미! 지금 어디야? 어, 식장 내부라고? 유리 있는 곳이... "
나는 간략하게 위치를 주고 받으면서, 유리가 있는 곳을 정미 녀석에게 알렸다.
" 그래. 그럼 조금 있다가 보자. 응. "
정미 녀석과의 통화는 거기까지 한 뒤에, 전화를 끊은 나는 곧 식장 내부로 들어가서 결혼식 준비에 대한 마지막 절차들을 확인했다.
그 사이에 약간의 해프닝이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도 그 것을 잘 풀었고, 다시 결혼식을 준비하는 것으로 모든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이제... 남은 것은, 유리와의 결혼식. 단 하나였다.
식장 내부에서 음악이 울려퍼졌다. 결혼식 시작의 첫걸음 이었다.
후... 이제 시작인가...? 엄청 떨려서 심장이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았다. 어느정도 냐면... 이 심장소리 때문에 음악이 나오는지 안나오는지도 제대로 들리지 않을 정도라면 믿을 수 있을까?
그러던 와중에 음악이 흐려졌고, 이내 끝남과 동시에 국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이번 결혼식의 사회자 겸... 주례자가 되주기로 하신 국장님 이셨다.
" 자... 그럼 지금부터. 신랑 이세하 군과, 신부 서유리 양의 결혼식을 거행 하겠습니다. "
...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이다.
" 먼저, 양가부모님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모두 박수로 환영해주시기 바랍니다. "
국장님의 말씀 이후에 들려오는 박수갈채 소리가 들렸다. 오늘... 애써 표현은 안하긴 했지만, 두 분이 한복을 곱게 차려 입으신 그 모습이... 넋을 놓을 정도로 아름다우셨었다. 지금의 이 박수갈채는, 내가 들어왔던 박수 소리보다 훨씬 크다고 느낀건... 기분 탓은 아닐 것 같았다.
" 이야... 이렇게 아름다우신 두 분께서 신랑과 신부의 어머님 이시라니, 이 곳에 오신 하객분들 모두가 질투를 불러 일으키는 외모가 아닐까 합니다. 그렇지 않습니까? "
" 그렇습니다! "
... 열렬한 환호 속에서 엄마와 어머님을 띄워주시는 국장님이라니... 국장님 답다고 해야하나...?
곧 국장님의 주례에 따라 단상에 마련된 초에 점화식이 이루어졌다. 초에 불이 켜져있었는지, 다시 한번 박수갈채가 이어졌다.
그리고 박수갈채 사이로, 국장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 하지만, 오늘의 두 주인공 앞에선 질투와 시기를 받고 있는 어머님들도 별 수 없을 것이라 생각됩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늘의 두 주인공인 신랑, 신부 입장이 있겠습니다. "
헉, 이럴수가. 이제 내가 나갈 차례인가?
" 먼저 신랑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랑, 입장! "
... 맞았군. 그 것을 알아챈 순간, 난 다시 한번 복장을 확인하고서... 크게 심호흡을 한 뒤에 출발했다. 그리고 내가 나온 순간... 안에서 들었던 박수갈채 만큼 큰소리가 내 귀를 울렸다.
카펫을 걸어나아갈 때마다, 이전에 겪었던 모든 일들이 떠올랐다. 아주 어렸을 때부터...? 희미하게 기억나는 내 옆에 꼭 붙어다니던 어린 여자아이의 얼굴이 떠올랐고... 이후에 시간이 흘러서 고등학생의 나이로 신입 요원으로써 활동하게 된 순간과... 그 순간부터 지금까지 함께해온 순간들 모든게 기억났다. 그 기억들 중에서 가장 궁금했던건... 그 여자아이였다.
내 곁에 유리가 있으니 허튼 생각은 하지 않았지만, 문득 그 여자아이는 뭘 하고 있을지 궁금해졌다. 이제는 다 커서 여자가 되어버린 여자아이는... 지금쯤 뭘 하고 있을까? 어쩐지 그 애... 유리와 정말 많이 닮은 것 같았는데...
... 잠깐... 유리를 닮았다고? 그럼 설마... 그 애가 바로... 서유리?
순간적으로 여자아이와 유리와의 모습을 비교해본 결과... 둘이 동일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되는건 머지않은 일이었다.
" ...! "
그래서 나는 순간적으로 놀랐지만, 그렇다고 해서 걸음을 멈추진 않았다.
' ... 아아... 그랬던... 거였어? '
곧 단상 앞에 선 뒤로, 잊고 있었던 기억을 떠올렸다.
오래전... 엄마한테도 말하지 못한, 기억하지 못했던 아주 오래전에 있었던 일... 이제서 떠오른 그 기억을 말이다. 그렇게 단상 앞에 도착했다.
" 다음은 이 자리에 있는,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신부 서유리 양의 입장이 있겠습니다. 신부, 입장! "
국장님이 곧, 내 신부가 될... 유리를 부르셨다. 그리고... 저 멀리서 걸어오는 아름답다 라는 말로 표현이 불가능할 정도로 아름다운... 내 여자가 걸어오고 있었다.
그 때의 나는 외로움에 묻혀있었고, 그 외로움을 항상 내 옆에서 달래주던 내 또래의 어린 여자애가 있었다.
내가 화가 낼때면 조금 놀란 표정을 짓다가, 곧 바보같이 웃어주면서 나를 달래고... 뒤로 나 없는 틈을 타서 소리를 닫은채 울고 있었던... 그 여자애... 그 눈물을 보고서 찢어지게 아팠던 마음 때문에 그 애를 필사적으로 피해다녔던 기억이 떠올랐다.
그 정도로 슬프게 한 녀석이 무슨 낯으로 그 애를 보냐, 라는 생각 때문이었다.
어린 나이였지만, 1년 정도 시간이 흘러 그 애도 날 잊었겠거니 하고 있었을 즈음... 그 애가, 유리가 다시... 나를 찾았다.
거기까지 회상했을 때, 유리가 내 옆에 섰다.
" 이제 신랑, 신부 두 사람이 모두 입장해서 주례자의 앞에 섰습니다. 두 분의 맞절이 있겠습니다. "
국장님의 주례에, 유리와 나는 서로 마주보며 섰고... 이내 몸을 숙여 서로 맞절을 했다.
그 때의 유리가 나를 찾았을 때, 언제나 그랬듯이 미소를 지으며 나를 찾았다고 말하는 유리를 볼 수 있었다.
유리의 그런 모습을 보고서... 난... 말도 하지 못한채 울고 있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어째서 그렇게 바보같이 웃기만 할거냐고, 상처받을 말을 듣는데도 왜 화를 내지 않느냐고, 왜... 그렇게 슬퍼해놓고 언제나처럼 웃으며... 나를 찾아오느냐고...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말이 나오지 않았다. 그저 그땐 울기만했고... 그런 나를 보면서 따라 울던... 유리의 우는 모습도 볼 수 있었다.
" 다음으로 주례자의 약력 소개가 있지만... 고리타분한건 넘어가도록 하겠습니다. "
이어진 국장님의 주례. 하지만 그 부분을 시원하게 넘어가주셨다.
... 국장님, 나이스.
" ... 이런, 주례자의 의견에 신랑께서 너무 기뻐하는 것 같습니다. 입가에서 미소가 떨어지질 않는군요. "
그런 나를 질타하듯이 부드럽게 말씀하신 국장님의 주례에, 주변 분위기가 화기애애 해졌다.
" 이어서, 신랑, 신부 두 분의 혼인 서약을 받겠습니다. "
국장님의 주례에 곧 유신이가 우리의 혼인서약서를 가져와주었다. 내가 그 것을 조심스럽게 받아들고, 모두가 보는 앞으로 돌아서서 그 서약서를 펼쳤다.
나와, 유리가 서약한 내용이 적혀있었고... 우리는 곧 서약서에 적은 내용을 읽어 내려갔다.
" 지금 이 시간부로, 세상 그 누구보다 아름다운 당신을 나의 아내로 맞이할 것을 서약합니다. "
" 지금 이 시간부로, 세상 그 누구보다 자랑스러운 당신을 나의 남편으로 맞이할 것을 서약합니다. "
내가 다 울었을 때였나... 유리가 다 울었냐며 조심스럽게 물어왔고, 그 때의 난 고개를 끄덕이기만 했다. 그런 내 말에 안심하던 유리는 다시 미소를 지어보였고, 유리의 웃는 모습을 보자 다시 내 심장에서 반응이 왔다. 저 꾸밈 없는 미소에 사과를 해야할 때라고... 말이다. 아프게하고 방치했던 그 때의 일을... 사과하라고 말이다.
하지만... 난 그러지 않았다. 아니, 못했다고 하는게 맞을까? 나 몰래 아파하던 유리의 그 마음들을... 사과 한번으로 모든 것을 메울 수 있는걸까? 아니, 메울 수 있다고 하더라도... 진실된 사과만으로 덮을 수는 없었다. 그 것만으론... 내 자신에게 용서가 되지 않았다. 그래서... 그 때의 일을 잊은 척... 잊은 척... 했다. 나중에 사과할 용기와 자격이 갖춰진다면... 꼭 사과하자고 다짐하면서 말이다. 그러다 결국 잊고 있게 된 그 때의 기억이지만... 이 순간에 그 때의 모든 기억이 났다는 것은... 어쩌면...
이 자리에서 그 때의 일에 대한 용서를 구할 때라는... 운명이 준 기회이지 않을까?
" ...... "
그런 생각이 들자, 회상에서 거짓말처럼 깨어났다. 모든 것이 명확해지고, 머리가 맑아지는 기분이었다. 그리고...
" 다음으로, 서약을 받은 주례자의 성혼선언이 있겠습니다. "
국장님의 주례에 곧 이모가 선언문을 가지고 나오셨다. 그 것을 건네받은 국장님은 미소를 지어보이시면서 곧 그 선언문을 펼치셨다.
" 아, 그 전에. "
아, 아니. 펼치시려다 다시 덮으셨다. 어째서...?
" 선언문을 낭독하기 이 전에... 혹시, 신랑이나 신부 측에서 하고 싶으신 말이나... 이야기가 있습니까? "
" ...! "
국장님의 말씀에... 난 순간 전신이 얼어붙는 기분이 느꼈다. 내가... 무언가 얘기할 거라는 모습을 보기라도 하신건가...?
... 잠깐... 그렇다면 이건...
" 이 순간을 위해 준비해놓은 말이나 이야기가 있다면, 어느 분이라도 좋으니 해주셔도 좋습니다. "
그렇게 말씀하시면서 국장님은 여유있게 우리 둘을 바라보셨다. 하객 분들은 술렁이셨고, 유리는 어쩔 줄 몰라하며 내 손을 꼭 잡고 있기만 했다.
... 난 그 것을... 기회로 삼아 국장님에게 말씀드렸다.
" ... 제가 있습니다. 그러니 제게 마이크를... 빌려주시겠습니까? "
나의 말에 국장님을 제외한 모두가 내게 시선을 집중하고 있었다. 시선이 따갑다고 느낀 순간을 이런 순간이라고 하는구나, 라는 것을 깨닫게 되는 때였다. 국장님은 미소만 지은 채 말없이 주례자용 마이크를 건네주셨다.
마이크를 건네받은 나는 잠깐의 마이크 테스트를 했고, 잘 되는 것을 확인하고는... 어렵게 첫마디를 열었다.
" ... 조금 지루하시겠지만, 제 어렸을 때의 이야기를 잠깐 하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야유가 들려온다면, 기꺼이 그 야유를 받겠습니다. "
하객 분들은 조금 술렁이시다가, 내 얘기에 경청하겠다는 듯 이내 잠잠해지셨다. 후... 감사합니다. 나는 시작하겠다는 얘기와 함께, 내 이야기를 시작했다.
" 저는, 어렸을 때부터 외로웠던 어린 아이였습니다. 정말, 길 잃은 아기양이 제 모습은 아닐까 하면서 고민했을만큼 굉장히 외로웠던 어린 아이였지요. "
조금씩 떨리는 목소리가 느껴졌고, 그 목소리를 진정시키는데 힘을 쓴 뒤에 입을 다시 열었다.
" 그러던 제게, 두 친구가 찾아왔었습니다. 하나는, 저를 잘 아는 분들이라면 다 아시겠지만 '게임' 이었습니다. 다른 하나의 친구를 만나기 이전까진, 정말 게임기와 한몸이 되었을 정도로 게임만 했던 어린 아이였지요. 그리고, 그 이후에 찾아온 다른 하나의 친구는... 바로, 그 당시의 저와 비슷한 또래의 여자아이 였습니다. "
거기까지 얘기가 나오자, 분위기가 순간적으로 뜨거워졌다. 그 애는 누구냐고, 이제와서 첫사랑을 떠올리냐며 핀잔을 주는 분들도 있었다. 하지만, 얘기는 아직 시작도 안했다구.
" 그 애는, 제가 게임에 집중하고 있을 때 유심히 보고 있다가 자신도 해보겠다며 떼를 쓰고는 했었습니다. 게임이 더 좋았던 그 때 당시엔 그 애가 보채는 것이 어찌나 싫던지... 여러번 그 애한테 화를 내고, 짜증을 냈던 적이 있었어요. "
다시 거기까지 오자, 나쁜 남자다! 라는... 하객들 대부분의 의견이 들려왔다. 아, 인정한다. 나 그 때는 진짜 나쁜 놈이었다. 그 때는 몰랐지만... 말이다.
" 어린 나이땐, 그렇게 화를 내면 왜 그렇게 화를 내냐며 맞받아치거나 울거나 할 수 있는 거잖아요? 싸울 수도 있는거구요. 그런데... 그 애는 그러지 않고, 말 없이 제게 미소를 지어주더라구요. 그리고... 그렇게 미소를 지을 때마다... "
그렇게 얘기를 끌면서, 내 손을 내 심장이 있는 쪽으로 기댔다.
" 여기. 여기가 그렇게 아팠습니다. 그래서 그 애의 시선을 피하며 게임하기에 바빴던 기억이 나더라구요. 그리고, 그런 일이 여러번 있었던터라... 한번은 그게 조금 걱정이 되었던 나머지 그 애의 뒤를 몰래 따라간 적이 있었습니다. "
걱정이 되긴 됬냐! 라는 하객들의 의견이 들려왔다. 죄... 죄송합니다. 제가 죄인이에요.
" 그런데 거기에서... 제게 지어주던 그 미소는 없었고, 소리 없이 울고만 있었던 모습을 보게 됬습니다. 앞에서는 저를 향해 웃어주던 애가... 그렇게 울고 있는 모습을 보니까... 어찌나 그게 그렇게 슬퍼보이던지... 그 애를 울렸던 죄책감이 너무 컸던 나머지 사과 한번 제대로 못해보고, 그 때부터 그 애를 피해다니기만 했던 때가 있었죠. "
내 떨리는 목소리를 하객 분들이 감지하셨던 걸까, 비난하던 하객 분들의 목소리가 완전히 사그라들어버렸다.
" 그 애를 볼 낯이 없었어요. 똑같은 일을 저지르고 싶지 않았던 마음이 컸던 것 때문에, 어린 나이땐 그게 최선인 줄 알고 그 애를 피해다녔거든요. 그러다가 1년 정도 지났을 때, 그 애도 나를 잊었겠거니 싶어서 돌아서 가지 않고, 멍하니 거리를 걷고 있었을 때였죠. 그런데... 그 1년이라는 시간이 무색할 정도로, 그 애가 귀신같이 저를 찾는게 아니겠어요? "
나는 난처하게 웃으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 그 애는...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제게 미소를 짓고 인사해줬어요. 무슨 일이라도 있었냐는 것처럼 말이에요. 그 모습을 보고선... 엄청 울고 있던 제 모습이 있더라구요. "
그 얘기까지 오자 심장이 크게 뛰는게 느껴졌다. 아... 이거, 지금 이렇게 뛰면 얘기가 안나오는데... 조금만 진정해라... 조금만.
" 얼마나 울었던지... 정말 그만큼 울어본 적도 처음이었어요. 그리고, 그런 저를 그 애가 같이 울어주면서 다독여주더라구요. 다 울었을 땐... 그 애가 먼저 다 울었냐고 물었고... 전 말 없이 고개만 끄덕였죠. 그런 제게 그 애가 다시 미소를 지어주었을 때였는데... 전 그 때... 그 애한테 그렇게 화내고 짜증을 냈던 것에 대해서 사과를 하고 싶었어요. "
조금 남았다... 라고 생각했을 때... 내 눈에서 얼굴을 타고 흐르는 무언가가 느껴졌다. 아... 야, 잠깐. 이건 아니잖아...!
" ... 그런데... 못했어요. 아니, 오히려 안했다고 보는게 맞을지도 몰라요. 왜냐하면... 그 사과만으로 용서를 받기엔... 제 자신에게 용서가 되질 않아서였어요. 그 동안 그렇게 마음 아프게 만들었으면서, 그 사과 한번으로 용서받길 바라느냐... 라는 마음이 더 컸기 때문이었거든요... "
이젠 주체가 되지 않는 떨림에, 감당이 되지 않았던 나였다. 하지만... 필사적으로 그 것을 감당하면서, 마지막으로 이야기의 끝을 맺었다.
" 그 이후부터... 그 때의 일을 기억하면서, 모르는 척하며 넘어갔어요. 꼭 기억하고 있다가, 나중에 꼭... 사과하기로 하고서 말이에요. 그런데 모르는 척 넘어가다보니, 그게 결국에는 잊어버리게 되더라구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져 왔던거구요. 그런데... 이 카펫을 밟으며 여기까지 걸어온 순간... 그 때의 일이 전부 기억이 나는거 있죠? 마치... 그 때의 일을, 이제 사과할 때가 되었다며 절 다독이는 것처럼... 말이에요. "
그 말과 동시에, 내 몸을 유리쪽으로 향했다. 그리고...
" 그래서 전... 그 애한테... 그 때의 일을 사과하려고 해요. "
유리를 향해 자세를 낮췄고... 마이크를 따로 둔 이후, 곧 양쪽 무릎 전부를 바닥에 기댔다. 그 모습을 보던 하객 분들은 일제히 일어나시면서 내 모습을 지켜보셨다. 그리고... 내 앞에 있던 유리는... 어느샌가 나처럼 눈물을 흘리면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 유리야... 그 때... 마음 아프게 해서... 정말 미안해... 그렇게 아파하는 줄 모르고 계속 아프게 했던거... 진심으로... 사과할게... 용서... 해줄래...? "
고개를 들어 유리에게 사과한 이후에... 유리에게 맡기겠다는 듯 고개를 숙이며 결과를 기다렸다. 나의 그 사과에, 하객 분들이 술렁이셨다. 그 주인공이 다름아닌 유리라는 사실에 놀라셨던 모양이었다.
... 용서를 바라지는 않았다. 사실... 용서해준다면 정말 기쁘겠지만... 용서하지 않아도 유리를 사랑하는 마음은 변함 없을 것이다. 유리가 느끼는 그 때의 서운함을 안고 살아갈 자신도 있었으니까. 그게 속죄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유리를 사랑하면서 속죄할 수 있다면... 기꺼이 그럴 수 있었다.
그 때, 내 얼굴에서 따스한 손길이 느껴졌다. 어느새 자세를 낮추고 나와 시선을 맞춘... 유리가 내게 뻗어준 손길이었다.
" 이... 바보야... 그걸 아직도 기억하고 있었어...? "
" ... "
나는 아무런 답을 하지 못했다. 유리는... 그 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 솔직히... 그 때 네가 화를 내거나 짜증을 낼때... 게임을 더 좋아한 나머지 내가 싫어진건 아닐까 하면서, 너 없을 때 많이 울기도 했었어. 그런데... 그렇게 화나 짜증을 내도... 너가 싫지 않았어. 그토록 외로워보인 그 모습이 마치 나를 보는 것 같았고, 그래서 내가 다가갈 때마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는 애처럼 반응하는 것 같아서 말야. 그래서 기다렸어. 네가 조금이라도 더 친절하게 다가와주길 하면서. 그러면서... 네가 알아주길 바랬어. "
유리는 그렇게 말하면서, 나를 천천히 일으켜 세웠다. 그 이끌림에, 난 따라갈 수밖에 없었다. 이내 다리를 펴고 일어났을 즈음에... 유리가 뒤이어 말했다.
" 너는 외롭지 않다고. 그리고 네 옆엔 항상... 내가 있다는 것까지... 알아주길 기다리면서 말야. "
그 얘기를 한 순간, 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읍!? "
유... 유리가... 내 입술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 그리고... 내 기다림은 결실을 맺었어. 네가 이렇게... 내 곁에 와줬으니까. 그러니까... 더 이상 나 때문에 아파하지마. 난 이제... 네 여자야. 너도 내 남자고. 알았지...? "
조심스럽고... 흔들리지 않게 내게 말하는 유리...
... 비... 비겁해... 네가 그렇게 사랑스럽게 말하면... 난... 널 사랑할 수밖에 없잖아... 나는 어렵게 입을 열었다.
" 응... 내 사과를 받아줘서... 이런 날... 받아줘서 고마워. 유리야. "
나는 그렇게 답했고, 유리는 미소를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나와 유리가 서로 같은 눈빛으로 바라보고 있을 때였다.
" 흠흠, 신랑과 신부가 기껏 준비해놓으셨던 성혼서약서가 여기 있습니다만... "
그 말을 듣자 우리는 아차, 싶었다. 그런데...
" 하지만 이제와서, 이 성혼서약서의 의미가 있을진 모르겠습니다. 왜냐하면, 지금 신랑과 신부는 성혼서약서보다 더 아름다운 서약을 맺었으니까요. 이보다 더 아름다운 서약이 어디있겠습니까? 그렇지 않습니까? "
국장님의 의견이 나온 순간, 그 의견에 동조한다는 듯 몇몇은 이미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 돌고 돌아서 지금까지 오게 된 그 사랑을 기반으로 한 그 서약을, 변함없이 지킬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주례사를 대신 하겠습니다. 하객 분들께서는, 신랑과 신부에게 박수로 그 앞날을 기원해주시길 바라겠습니다. "
그 얘기를 끝으로... 하객분들 모두가 우리를 향해 박수를 보내주고 있었다. 난 그 것을 모든 하객 분들의 축복이라고 생각했고, 그 축복 세례 속에서, 나는 다짐했다.
국장님의 주례처럼... 돌고 돌아서 맺어진 이 사랑을... 꼭 지키겠다고. 그 다짐 속에서... 내 평생을 함께할 유리를 위해, 내 모든 것을 바칠 것이라고 말이다.
" 으응... 흐읏... "
" 하아... 하... "
이후의 결혼식과 피로연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른채... 유리와 나는 단 둘이 한 방에 있었다.
오늘로써 우린 부부가 되었고... 유리가 결혼식에서 말한대로... 유리는 내 여자가 되었고, 나는 유리의 남자가 되었다.
이제... 우리 둘의 사랑을 막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난... 오늘, 유리의 모든 것을 가질 것이다.
" 세... 세하야... "
" 응...? "
유리와 나는 서로를 갈구했고, 애원하듯 서로를 감쌌다.
거친 숨소리... 미칠 듯이 뛰는 심장... 뜨거워진 몸... 몽롱해지는 정신... 그 외에 형용할 수 없는 수많은 감각과 감정.
그 모든것들이 뒤엉켜 하나가 되자... 주체할 수 없는 본능으로 인해 믿을 수 없는 힘들을 드러내고 있었다.
" 나... 무... 무서워... "
나는 순간 심장이 철렁이는줄 알았다. 그도 그럴게... 유리의 몸은 미약하지만 떨고 있는게 느껴졌고, 무언가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지 머뭇거리는 모습이 보였었다. 하지만, 나는 보채지 않고 조심스럽게 유리를 달래면서... 얘기해보라는 몸짓을 했다.
그 뜻을 알았는지, 유리는 내 달램을 온몸으로 받아들였고... 서서히 입을 열어주었다.
" 이 모든게 믿기지가 않아서... 내 곁에... 세하가 있어서... 너무 좋은데... 그래서 너무 무서워... 이 모든 순간이 꿈이 될 것 같아서... 깨어나면... 네가 없어질 것 같아ㅅ... 흐읏...! "
유리의 말을 의도적으로 끊어버리려는 듯, 유리가 민감해하는 곳에 자극을 주었다. 그러자 유리가 몸을 떨었고, 신음의 농도가 더 짙어졌다.
" 세... 세하야... "
" 지금 느낀거... 절실하게 느껴져...? "
나는 유리에게 그렇게 물었다. 나는 정말로, 유리가 그런 느낌을 가지지 않길 절실히 바랬다. 그래서 짖궂게도... 유리를 거침없이... 또한 절실하게 갈구했다.
유리는 부끄러웠는지 양손으로 얼굴을 가리려고 했다. 나는 다시 그 것을 막았고, 유리의 눈동자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깨끗하고 맑은... 그러면서 흔들리지 않는 아름다운 눈동자가 보였다.
" 응... 느껴져... 세하의 절실한 마음이 느껴져... "
유리가 미소를 지어보이면서 그렇게 말했다. 유리는 내 반응에 안심했는지 몸의 떨림이 아까보다 줄어들었다. 그 반응을 본 나는 곧 입을 열었다.
" 그게 현실이야. 지금 느낀 그 감각은 여지없이 현실이고, 나는 네 남자가 됬고... 네 앞에는 내가 있어. 그러니까, 다시는 너의 곁에서 떨어지지 않을거야. 네가 떨어지려고 해도, 내가 놓지 않을거고. "
그렇게 말하면서, 나는 유리의 눈망울에서 촉촉하게 차오르는 눈물을 보고 있었다. 그 것이 내 심장이 불타도록 뛰기 시작했지만, 애써 그 것을 참아내면서 나머지 이야기를 이었다.
" 네 앞에 있는 나도 현실이야. 그런 내가... 네 앞에 있어. 그러니... 무서워하지마. 서유ㄹ... "
나는 말을 다 끝마치지 못했다. 유리가 다시 한번... 내 입술을 가져갔기 때문이었다.
... 이걸로 치면 유리한테 몇번째로 입술을 뺏기는거더라...? 지금 유리와 나 사이의 감정은 한계 없이 높아져만갔고... 이제 더는 참을 수가 없었다. 유리가 내게서 입술을 뗀 그 순간... 난 통보하듯 유리에게 말했다.
" 너... 방금 나한테 엄청난 기회를 준거야. 그러니까... 너 오늘 잘 생각하지마... 알았어...? "
... 아, 이럴땐 조금 힘을 줘서 말해야하는데... 떨리는 목소리가 또 나를 방해했다. 하지만 전하고 싶었던 말은 다 전했으니 상관 없으려나...
" ... 응...♡ "
했던 찰나에... 너무나도 사랑스럽게 내 말에 답해준 유리... 이젠, 정말 못 참았던 나머지... 말 없이 유리의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런 내게 놀랐던 유리였지만, 이내 그 것을 받아들이며 마찬가지로 내 몸을 강하게 끌어안았다.
그 날, 유리와 나는... 진정한 하나가 되었다.
.
.
.
" ... 으음... "
창가를 통해 비춰진 따사로운 햇살이 내 얼굴을 감쌌다. 곧 그 햇살이 아침이라는 것을 알리는 신호였고, 그 신호에 따라 천천히 몸을 일으켜 일어나는 내 자신을 볼 수 있었다.
" ... "
천천히 눈을 떠서 주변을 둘러보니, 나 밖에는 없었다. 이런... 유리는 벌써 일어난건가? 싶었던 나는 곧 몸을 일으켜 방을 나섰다.
2층 계단을 내려가 1층 거실로 나온 나는, 오른편에 있는 부엌을 향해 시선을 돌렸다. 그리고 예상한대로... 유리가 있었다.
나는 주방에서 위험한 것을 들고 있지 않는 것을 확인한 다음에서야 유리에게 살금살금 다가갔다. 그리고...
" 여보... 잘 잤어요...? "
유리를 향해... 내 아내를 향해 그렇게 불렀다.
" 꺄악...! 여... 여보...! 일어났어요...? "
놀란 듯 보였지만, 사랑스럽게 나를 맞이하는 내 아내인 유리를 보니... 마음 속에서 꽃이 피는 기분이 들었다.
세월이 지나도... 그 아름다움이 사라지지 않은 유리는... 예전의 그 모습 그대로... 아, 아니. 그 모습에서 더 성숙해진 완전한 아름다움을 지닌 여자가 되어버렸다.
이런 여자가 내 아내라니... 난 전생에 세계를 구하지 않았나 싶었다.
" 응. 일어났어요. 아침 준비 하는거에요? "
" 네. 당신이 너무 힘들어보여서, 이번엔 이 아내가 손수 챙겨주려구요. "
" ... 우리 아내, 기특한데? 그럼 상으로... "
나는 아내의 뺨에 소리가 나도록 입을 맞춰주었다.
" 꺄앗... 여보...♡ "
아내는 부끄러워하면서 얼굴이 빨개졌다.
" 하핫, 우리 아내는 아직도 소녀네? 이 남편도 아직 소년이지만 말이지. "
" 후훗, 남편은 이미 남자에요. 그건 아세요? "
" 뭐어? "
나는 내 의견에 동조해줄줄 알았던 아내에게 약간 삐졌는지 입을 삐죽여버렸다. 그 모습을 보던 아내는 마찬가지로 내 뺨에 입을 맞춰주었다.
" 후훗, 농담이에요. 하지만, 우린 이미 부부니까 남자와 여자. 그 편이 더 성숙하고 어른스러우니까... 더... 좋지 않아요...? "
아내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머리속의 무언가를 강타할 정도의 강력함을 가지고 있었다.
서... 성숙...? 어른스러움...? 남자와 여자...? 아내도 자신이 해놓은 말이 어떤 의미인지 떠올리고는, 얼굴이 완전히 빨개져버렸다.
아... 아내... 아, 유리야... 너 정말...
" 우리 아내... 왜 이렇게 사랑스러운거야...! "
난 그대로 내 아내를 조심스레 껴안아버렸다.
" 꺄앗...! 여보...! "
그 반응에 좋으면서도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는 유리의 반응을 보니... 더 사랑스러운 것 같았다.
아아, 이대로 시간이 멈춰버렸으면 좋겠ㄷ...
" 우웅... 엄마...? 아빠...? "
... 하는 순간에, 우리의 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 가만...? 헉... 이 목소린...
" 와... 와앗! "
아내가 그 목소리에 반응하면서 손사래를 치며 내 곁을 벗어났다.
헉... 아... 아내가 날 밀어냈어... 아무리 자식 앞에서 보이는게 민망해도 그렇지... 그렇게 손사래를 칠 필요는 없는거잖아... 아침부터 괜히 울적해져버렸다.
하지만 그건 둘째치고, 아내의 어릴 적 모습과 쏙 빼닮은 모습의 이 여자아이는 서유나. 나와 아내의 사이에서 나온... 둘째 딸이다.
" 우... 우리 유나 일어났어? "
" 유나, 잘 잤어?
" 우웅... 네에-. "
잠이 덜깬 목소리로 우리를 향해 다가오는 귀여운 내... 아니, 우리 딸 유나. 아내가 그런 유나를 안아서 반겨주었고, 난 유나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는 것으로 반겨주었다. 정말... 어쩜 이렇게 예쁜 딸을 낳아주었을까? 내 아내에게 다시 한번 감사하고 싶다.
" 어... 아빠, 엄마. 안녕히 주무셨어요? "
그 뒤로 남자애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내 어릴적 사진이 담겨있던 앨범의 사진과 비슷하면서도, 아내의 유전자를 받아 그 사진보다는 더 세련된 멋을 가진... 벌써부터 미래가 기대되는 사내아이가 시야에 들어왔다. 이 녀석은 바로...
" 어, 세현아. 일어난거니? "
우리의 첫째 아들, 이세현. 나중에 커서 장남이 될 우리 가족의 첫째 아들이다.
" 네. 유나랑 같이 씻으려고 나왔었어요. 유나야. 씻고 오자. "
" 우웅... 시러어... "
유나는 투정을 부리듯 아내의 몸을 파고들었다. 으으, 정말... 귀여운건 아내나 딸이나 둘다 귀여워서 미칠 지경이었다.
" 우리 유나, 조금 있다가 유치원 가야지? 가서 친구들 만나고 하려면 오빠랑 가서 씻고 밥먹을 준비하자. 알았지? "
아내가 그런 유나를 포근하게 달래주었다. 그로 인해 유나는 투정을 부리면서도, 곧 이해한다는 듯이 아내의 품을 벗어나 제 오빠의 손을 잡았다.
" 히잉... 알았어요. 엄마가 부탁하시는데... 씻고 올게요. 가자, 오빠. "
" 그래. 저희 씻고 올게요. "
" 다녀오거라. "
둘에게 다녀오라고 말한 뒤 아내와 나는 서로를 바라봤다. 나는 심술난 표정으로, 아내는 미안하다는 표정으로 말이다.
그리고...
쪽... 소리가 나면서 내 입술을 가져가는 아내였다.
" 아까 손사래 친건 미안해요... 애들이 보기엔 아직은 민망해서... 이해... 해줄거죠...? "
이... 이해하다마다. 이해하지 못하면 그 남자는 악마다. 악마. 아니, 내 앞에 있는 아내가 천사라서 그런가...? 심장을 떨리게 하는데엔 충분한 능력이었다.
" ... 하핫,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금새 잊어버렸는데... 다시 떠올려주네요? 그런 뜻에서 우리... 오늘 밤에 셋째 가질까? "
그 말을 듣던 아내는 곧바로 평정심을 잃었는지 한순간에 얼굴이 새빨개져버렸다.
" 여... 여... 여... 여보...!! "
그리고 아내는 나를 보며 못말린다는 표정을 짓고서 내 가슴을 툭툭 때렸다. 세월이 흘러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건만, 아내의 손은 아직도 매웠다. 그래서 난 아내를 껴안는 것으로 그 매운 손을 피했다.
" 우우... 여보, 정말... "
민망해 죽을 것 같은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무래도 정말 듣기 민망했던 얘기였었나보다.
" 미안해. 아내가 너무 사랑스러워서 주체가 되지 않아서 그래. 그러니까... 선처해줄 수 있을까...? "
그래서 나는 아내에게 사과하듯이 말했다. 하지만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아내는 내게 심통을 부리듯 심술난 표정을 짓고 있었다.
이유가 뭐냐고 물어보려고 했던 순간...
" 거... 거기서 사과하면 어떻게 해요... 그럼 내가 뭐가 되냐구요... 그 대사 내가 하고 싶었던건데... 먼저 채가면 어떻게 한담...? "
듣던 사람도 수줍게 만들 정도의 파괴력을 지닌 한마디가 내 머리속을 울렸다.
...... 어? 내가 지금 듣고 있는 말이 정말인가...?
" 아... 아내... 아, 유리야... 그 말, 진심이야...? "
" 에...? 에엣...!? "
... 그제서 아내가 무엇을 말했는지 깨닫고는, 어쩔 줄 몰라하는 표정을 짓고 만다. 그리고... 나는 그 모습이 너무나도 사랑스러웠던 나머지, 아내를 다시 한번 꼬옥 안아주었다.
그게 진정이 되었는지, 아내 역시 나를 끌어 안아주었다.
지금의 이 순간이 너무나도 행복했다. 우리 둘째 딸, 유나. 첫째 아들, 세현이. 그리고... 내 생명의 은인이자... 나의 천생배필... 서유리. 유리와 아이들과 함께, 나는 이 행복한 시간을 계속해서 나아가고 있다.
나는 유리를 지키기 위해서 정식 요원이 되었고, 유리 역시 나를 지키기 위해 정식 요원이 되었다.
우리는 서로를 감싸고 지켜주기 위해, 서로 강해지고 또한 노력했다. 이후엔... 서로의 마음도 확인했다.
유리를 지키겠다는 약속은 변함이 없다. 하지만, 이제는 지켜야할 것이 더 늘었다. 바로... 내 가족.
내 아내가 된 유리와... 유리와 내 사이에서 나온 세현이와 유나. 사랑하는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 나는 오늘도 앞으로 나아간다.
세현아, 유나야. 앞으로도 건강하게 자라주길 바라고, 아빠가 너희를 사랑하고 있다는거 알지?
그리고... 내 아내, 서유리. 다시 한번... 내 곁에 와줘서 고마워. 진심으로... 사랑해. 내 사랑. 나의 천생배필... 서유리.
천생배필 - 하늘이 미리 전해준 결혼할 짝의 인연을 뜻하는 말.
잊을 수 없는 것 - 사랑하는 이를 지키고자 하는 마음.
(제목에서 말하고자 하고 싶었던 부분... 이라고 하면 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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QnA 질문 코너!
전편에서 댓글로 질문을 받았었는데요.
질문으로 보이는 분들것만 추려내서 답변을 해봤습니다. 간단히 즐겨주세요. : )
월하령 님 - 앞의 상중하랑 에필로그 상중하까지 다 잘 봤습니다만...에필로그가 본편보다 긴데, 이걸 에필로그라고 해야 하려나...?
= 어... 분량을 보니 정말이네요!? 저도 깜짝 놀랐습니다.
하지만 쓰다가보니 표현하고 싶은게 많았고, 관계도에 대한 설명도 하고 싶었기 때문에 분량이 많아졌던 것 같습니다.
줄여서 설명하기가 안되는 저를 용서하시옵소서... lllllllOTL
Hachlman 님 - 잠깐 결국 밤일을 설명해줘야하는거 아닌가!?
= 그걸 썼다간 글 삭제 당해요... lllllllOTL
고생하면서 썼던 것을 날리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ㅎㅎㅎㅎㅎㅎ
양해해주세요!
(아니면 개인 블로그에다가 밤일 묘사가 제대로 되있는 글을 올릴까 라는 생각도 하지만... 그건 상황 봐서요 깔깔깔)
pfeoj 님 - 으아아아 더보고 싶다.2기로 더 써주시면 안돼요?
= 이게 2기가 나온다면 저는 머리를 쥐어잡고 죽을 듯 말 듯한 사람이 되있을거라 생각됩니다.
그리고, 중편으로 기획했었기 때문에 이야기는 여기서 종료됩니다. 외전 편이 한편정도만 나올 예정이지만, 언제 올라올지는 글쓴이인 저도 모릅니다 : )
구금 님 -
세하유리를 파게된 계기가 무엇인가유?!
세하유리말고 지지하는 다른 커플링이 있다면 누구누구인가유!
소재는 어디서 얻으시나유?!
제일 선호하는 캐릭터는 누구인가유? 질문은 이정도!!
= ...... 한꺼번에 질문해주셨는데, 일단 이 질문들에 대해선 하나씩 숫자를 붙여 답해드리도록 하지요.
1 . 세하 유리를 파게 된 이유는, 솔직하게 말하자면 그 때의 인기 수치가 높았던 커플링이 유리x세하 였습니다.
제 경우도, 아직 성인 딱지도 못가진 애들보다는 성인 딱지를 가진 제이 쪽에 더 관심을 가지고 있었습니다만...
(결론적으론 어른스럽고, 어른다운 캐릭터를 좋아한다는 이야기입니다.)
그 당시엔 제이의 의존도가 굉장히 얕았고, 역할 또한 애매했기 때문에... 그 것에 대한 관심을 끌어올리는 것보단
대중적인 것을 선택하는 것으로 독자 분들의 관심을 끌어모으기로 했죠.
좀 속물처럼 답하자면, 대세를 따랐습니다. 그리고 여기에 나오는 애들이 죄다 잘생기고 예쁘장 하잖아요.
그래서 끌렸던 것인지도 모릅니다.
2 . 제이에 관련된 커플링을 선호하는 편입니다. 질문자 분께서 유리x제이 를 아끼시는 것을 알고 있구요... 껄껄.
솔직히 말하자면 유정x제이 쪽을 선호하고 싶네요. 위험한 상상을 자극하는 인물들이 아닙니까? 둘 다 어른이기도 하구요.
(수위 싫어하는 사람은 아닙니다. 오히려 좋아하는데 자중하고 있는거에요. ^_^)
그 외에도 유리x제이, 정미x제이(!?), 캐롤x제이 등등... 클로저스 스토리는 어느 곳에서든 다 엮이기 마련이니, 약간의 실마리가 주어진다면, 그 실마리 만으로 커플링이 되면 괜찮겠다! 싶으면 그 커플링을 만들어 지지하는 쪽입니다.
결과적으로는, 느낌이 좋은 분위기가 난다? 그러면 커플링! 이라는 저만의 공식이 이루어집니다. : )
3 . 소재를 얻는다라, 이건 조금 답하기가 애매하네요.
길을 걷다가 어느 장면을 보고서, 아! 저거 괜찮겠다. 하면 그게 소재가 되더라구요.
제 눈에서 보는 이미지, 혹은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이미지가 명확하다면, 그 소재 하나만으로 글을 쓰고는 했습니다.
가령, 비오는 거리를 걷는데 이 비오는 거리에서 누군가를 우산 없이 걷게 해보고 싶다! 하면 그 걸로 글을 쓰게 되는거죠.
결국, 거의 다 제 머리속에서 나온다고 보면 됩니다. 어디서 본게 많은건지, 그냥 상상력이 많다고 생각해서 그런건지는 모르겠는데... 쓰다보면 어느 순간 글이 완성되있는 마술이 펼쳐지더군요.
저도 가끔 제가 글 쓰는 형식을 보면 신기합니다.
4 . 선호하는 캐릭터는 역시나 제이 입니다. 또 추가하자면 데이비드 정도겠군요.
사실 클로저스 내에 있는 캐릭터들은 전부 선호대상의 기준이 잡혀있는 인물들입니다.
어느 캐릭터를 고르라고 한다면 조금 고민은 되겠지만, 구... 굳이 고르라고 하신다면...
남자 쪽에선 제이와 데이비드.
여자 쪽에선 김유정, 서유리, 우정미, 캐롤리엘 정도가 되겠군요.
자, QnA 코너는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혹시라도 이 글이나 글에 대한 궁금하신 점이 있으시다면 댓글로 질문 남겨주세요~
그리고, 본편은 잘 보셨는지 모르겠습니다.
짜임새 있게 끝내보자! 하면서 시간을 들여서 여기까지 쓰게 됬지만... 잘 표현됬는지는 아직도 모르겠습니다.
오직 판단은 독자분들에게 있으니까요.
이 것으로 잊을 수 없는 것의 본편은 모두 끝이 났습니다.
여기까지 와주신 모든 독자분들께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길고 긴 장정이었습니다. 원래 이렇게 길어질 글이었던가! 싶을 정도였네요! : )
이 글 이후로 휴식기를 조금 가지려합니다. 이 중편 하나로 머리가 터질 것 같았거든요... 쉴 시간을 주시옵소서. : )
그럼, 다음에도 들고 오게 될 글도 많이 응원해주길 바라는 마음을 안고서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함께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 이 아래로는 외전의 단편입니다. 간단하게 즐겨주셔도 되며, 본편을 읽는데 지치신 분들은 이 글을 지나치셔도 무방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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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런... 늦지 말아야하는데...! "
한 남성이 어디론가 급히 뛰어가고 있었다. 몸에 딱 맞는 블랙 수트에 세련된 검은색 구두. 지적이면서도 강인한 인상을 지닌, 준수한 외모를 지닌 남성이었다.
" 초청 강연이 이렇게 오래걸릴 줄 알았으면 입이 찢어져도 해서는 안될거였는데...! "
그는 자신의 신세를 한탄하듯이 중얼거렸다.
그의 나이 20세, 그는 유니온 연구원 소속으로 일하고 있으며 특히 인간이 다루는 위상력에 관해서 집중 연구하는 연구원이다.
그는 학생 때부터 굉장히 명석했고, 분석력과 판단력이 뛰어났으며 그는 모르고 있지만 그에게선 청중을 휘어잡는 카리스마를 지니고 있었다.
고등학생의 나이 때부터 위상력에 관해 많은 관심을 가지고 있었으며 가족 중 한명이 늦은 시기에 위상력이 발현되는 것이 발화점이 되어 현존하는 정보들을 토대로 위상력에 관한 분석과 견해를 본격적으로 내기 시작하였고, 그 결과 반년만에 자신이 가진 모든 견해와 결론을 유니온 연구진에 제출하기에 이른다.
비록 이론적인 견해였지만, 이 견해로 인하여 유니온 연구진 소속은 위상력 연구가 눈에 띄게 진척을 보였으며 이러한 견해를 제출한 그를 연구진 소속으로 영입하기에 이른다
그리고 그가 영입된 이후로 위상력에 관한 연구가 더 집중적으로 이뤄졌으며, 특히 자신의 가족처럼 늦은 시기에 위상력이 발현되는 위상 발현자들을 대상으로 한 테스트 제도를 마련하는 등 큰 실적을 이룬다. 뒤이어 그런 위상 발현자에 대한 신입 클로저 요원 영입 및 양성 계획이 추진되어 다시금 조명을 받게된 그는 최연소 나이에 박사 학위를 받아 초청 강연을 뛰어다니고 있는 상황이다.
" 이럴때 만큼은 유니온에 취직한게 잘한 일인지 헷갈릴 때도 있다니까... "
하지만 그 것은 그 것이었고, 그는 지금 자신의 처지를 한탄하기에 이른다.
오늘은 그의 가족 중 한명이 결혼식을 치르는 날이었다. 그리고 그 대상은, 앞에서 말한 것처럼 늦은 시기에 위상력에 눈을 뜬 장본인 이기도 하다.
늦게 뜬 위상력으로 인해 이뤘던 꿈을 잃고, 그 위상력을 기반으로 정식 요원이라는 또 다른 꿈을 안고 나아가 다시 한번 그 것을 이룬... 자신의 소중한 가족. 소중한 사람의 결혼인만큼, 늦지 않기 위해 최대한 빠르게 끝낸다는 것이 지금의 상황까지 왔다는 것을 한탄한 것이었다.
결국, 그는 대중교통 쪽으로 고개를 돌렸다. 도무지 지금 속도로는 제 시간 안에 도착하지 못할 것 같아서였다.
하지만 그의 바램과는 다르게 정류장에서 오는 버스들 대부분이 자신이 원하는 목적지와는 정반대의 길을 가는 버스들이었고, 그 주변에 있던 택시 정류장에는 단 한대의 택시도 대기하고 있지 않았다. 오늘의 자신처럼 바쁜 사람들이 많은가, 싶은 생각이 들면서도 큰일났다는 생각이 곧 앞서게 된 그였다.
그러나 그의 상황을 하늘이 알았을까, 택시 정류장에 한대의 택시가 오고있는 것이 보였다. 그에게 있어 지금 시야에 보이는 택시는 가뭄에 단비같은 존재였고, 그 택시를 잡기 위해 달려가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 어? " / " 어? "
그 말고도 다른 누군가 역시 그 택시가 필요하다는 것을 알기까지는, 오래걸리지 않았다. 그 때문인지 본의 아니게, 택시 뒷좌석 손잡이에 서로 손을 기대게 되는 그림이 그려졌다.
뒤이어 그 누군가가 여자라는 것에, 그는 속으로 깊은 한숨을 쉬었다. 왜냐하면...
" 이거 안놔요? 제가 먼저 잡은거 안보여요? "
... 그가 만났던 여자들은 하나같이, 전부 자신에게 공격적이었기 때문이었고 지금 역시 마찬가지였다.
" ... 잡은 사람이 얼마나 절실하냐에 따라 양보할 수 있는 법 아닙니까? "
물론 그런 것까지 일일히 신경쓸 상황은 아니었지만, 지금 상황이 절실한 만큼 그 역시 강하게 나오기로 했다.
" 뭐... 뭐라구요? 하! "
눈 앞의 여성은 그의 말에 어이를 상실했는지 짜증스런 표정을 지었다.
" 그 쪽이 얼마나 절실한지는 몰라도, 저도 절실해서 이 택시 잡은거거든요? 그러니까 남자인 그 쪽이 먼저 양보해주시죠? "
" 그건 피차 마찬가지라고 생각 되는군요. 그리고, 남자가 꼭 여자에게 양보해야하는 법이라도 있습니까? "
" 아, 이 사람이 진짜...! "
그렇게 둘이 서로 다투고 있을 때 뒷 좌석의 창문이 열리기 시작했다. 그 것을 보던 둘은 조금 주춤했고, 그 뒷좌석 창문을 열었던 기사가 둘을 보면서 말했다. 택시기사 치고는... 굉장히 젊은 인상의 남성이었지만 말이다.
" 두 손님, 피차 서로 바쁠텐데 이 기사 양반이 제안 하나 해도 되렵니까? "
" 그게 무슨 말씀이세요? 분명 제가 먼저 잡았는데! "
택시 기사의 말에 여성이 먼저 반응했다. 아무래도 지금 상황이 정말 억울했던 모양이었다.
" 택시 기사 경력 10년, 수많은 손님을 맞이했고 이런 경우도 심심찮게 많이 겪었지요. 하지만 공통적으로, 이런 경우가 있을 때마다 손님들은 서로 택시를 잡기 위해 절실 했었지 뭡니까? 그러니까 손님 두분에게, 서로 불만이 없는 제안을 하고자 하는데- 들어보시렵니까? "
" 이봐요, 기사 아저씨! 대체... "
" 제안을 들어보겠습니다. "
여성의 반응이 어땠건 남성이 제안을 듣고자 요청했다.
" 아니, 그 쪽이 뭐라고 제안을 듣자 말자 하는건데요? "
그 때문에 여성은 더 짜증난다는 반응을 보였고, 공격적으로 그를 대했다. 그 역시 지금 상황을 좋아하진 않았지만, 분을 가라앉힌 뒤 얘기를 이었다.
" 당신이나 저나 서로 바쁘다는건 양쪽에서 언급한 상태입니다. 그런데, 여기서 계속 이러고 있으면 여기 있는 모두가 시간을 허비하게 되겠죠. 기사 님께서 무슨 제안을 하실지는 모르겠지만, 서로 불만이 없을거라는 그 제안으로 둘 중 한명은 이 택시를 타게되는 것이니 들어볼만한 제안 아닙니까? "
" 윽... "
여성은 분하다는 듯이 반응했지만, 남성의 말이 전적으로 맞았다. 그녀 앞의 그도, 택시를 세운 택시기사도 모두 지금 시간을 버리고 있는거나 마찬가지 였으니까. 그래서, 여성은 고개를 끄덕이는 것으로 남성의 의견에 동조했다.
그 것을 보던 택시기사는, 역시- 라는 표정을 짓고는 얘기를 이었다.
" 이 기사 양반의 제안은, 손님 두분께선 제 신호가 끝난 순간에 가시려는 목적지를 말씀해주시는거에요. 두분이 각각 말씀하신 목적지에 따라 중요도를 이 기사가 판단을 해서 두분 중 한분을 태우고 갈거구요. 자,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불만은 없지 않겠지요? "
택시기사가 말을 마치며 두 남녀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두 남녀는 서로를 바라보고 있었다.
서로에게 불만이 없는 것은 맞았지만, 이렇게 되면 화를 돌려야할 곳은 택시기사 쪽이었다. 하지만, 택시기사의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택시기사는 둘을 두고 떠날 수도 있는 상황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크게 불만을 갖지는 못한 둘... 아니, 이미 남성 쪽에선 수긍하겠다는 의사를 보였으니 여성만이 그런 반응을 보였다.
결국, 여성 역시 수긍하는 뜻을 보였다. 여기까지 왔는데 고집을 부릴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 자, 그럼 신호 할게요~. 하나, 둘, 셋! "
택시기사가 신호하면서 셋까지 세었을 때, 둘은 동시에 외쳤다.
" XX 웨딩홀! " / " XX 웨딩홀! "
그리고 서로 같은 답이 나왔다는 것에 놀란 것은 이후의 일이었다.
" 어? " / " 어? "
놀란 나머지 서로에게 시선을 향한 두 남녀였고, 그 반응을 보며 재미있다고 생각한 택시 기사는 이내 둘을 보며 외치듯 말했다.
" 자자, 목적지가 같으면 어서 타세요! 바쁘신 분들 아니셨습니까? "
택시기사의 외침이 신호가 되어, 둘은 거짓말처럼 목적지를 향해 출발하는 택시에 몸을 담았다. 서로 시간이 없긴 매 한가지 였으니까.
" 출발합니다! "
" 자, 도착 했습니다! "
목적지에 도착하자 택시기사가 둘을 향해 말했다. 그러나 둘은 서로 주춤거릴 뿐 쉽게 내리지는 못했다. 아무래도, 택시비를 누가 내냐라는 고민을 하고 있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고민하는 것 자체로도 시간 낭비라고 생각했는지, 남성이 먼저 택시기사를 향해 지폐 한장을 꺼내서 택시 기사에게 건넸다.
" 여기 있습니다. "
그 것을 보던 여성은 아차 싶었지만, 이미 물건너간 상황이니 더 반응하지 않기로 했던 그녀였다.
" ... 갚아달라는 말, 하지마요. 서로 모르는 사이인데 그런 말까지 오가기엔 그럴거 아니에요? "
대신, 확실하게 하자는 듯한 어투로 얘기한 그녀.
" 그럼, 살펴가세요. 비매너 씨. "
그렇게 말하며 좌석의 문을 열고 나간 그녀였다. 그녀를 지켜보던 택시기사가 한마디를 붙였다.
" 우와, 한 성깔 하는 손님 분이셨네요? "
택시기사의 말에 동감하고 싶었지만, 그냥 입을 닫기로 한 그는 그대로 거스름 돈은 괜찮다고 말하며 택시에 내리는 남성이었다.
그는 택시에 내리자마자 시간을 확인하려고 주변을 둘러보던 순간, 어딘가를 향해 뛰어가는 자신을 볼 수 있었다. 그 곳은 바로...
빠앙! 빠아앙!
" ...! "
바로, 녹색 신호가 잡혀있는 신호등을 보고서 앞만 보고 가고 있던 여성이 있던 곳이었다.
경음기 소리를 빵빵거리며 다가오는 차량을 피해야하는 것이 상책이건만, 정작 그녀는 움직일 생각이 들지 않았는지 목석처럼 굳어있던 그녀. 차량이 곧 그녀를 향해 가까이 근접해갈 때였다.
단 한순간 찰나에 와락! 소리가 날 정도로 그녀를 끌어당긴 손길이 있었다. 바로 그녀와 택시 하나로 다투었던 그 남성이었다.
빠아아앙!!
경음기 소리를 더 크게 내며 도로를 지나치는 차량을 보며 안좋은 소리를 하는 사람들도 있었지만, 정작 사고를 당할뻔한 그녀를 걱정하는 이는 한명도 없었다. 단 한명을 제외하고는 말이다.
" ... "
너무 놀라서 말할 기운도 없었는지, 여성은 그저 자신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며 한숨을 몰아쉬었다.
" 하아...... "
그리고 다리에 힘이 풀려서 주저앉으려는 것을 그녀를 구한 그가 부축했다.
" 괜찮습니까? "
그녀는 그 목소리가 방금 전까지 자신과 다툰 사람의 목소리라는 것을 알았다. 그런데, 방금 전과는 다르게 꽤나 따뜻한 목소리로 자신의 안부를 묻자 방금 전에 다툰 사람이 맞는지 의심이 들 정도였다.
" ... 네. 괜찮아요. "
일단 괜찮다고 말한 뒤 걸어가려고 했지만, 방금 전에 풀린 다리 때문에 서있기도 힘들었던 그녀는 꼼짝할 수 없는 자신이 원망스러웠다.
그 것을 보던 그는 그녀를 부축하면서 근처에 있는 벤치에 그녀를 앉혔다.
" 이봐요... 나 괜찮은데요? "
벤치에 앉으면서 그녀는 아까처럼 조금 앙칼지게 말했지만, 그 얘기를 듣던 그는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이미 그녀의 상태를 알고 있지만 그럼에도 적대감을 감추지 않는 것을 보니 아무렇지 않고 싶어도 그러지 못한 그였다.
" 긴장이 풀려서 일시적으로 움직이지 않는거니까, 조금 쉬면 괜찮아질겁니다. "
그는 그녀의 말을 되받아치지 않고, 그렇게 말했다.
" 그럼, 전 이만... 먼저 가보겠습니다. "
그렇게 말한 뒤, 시계를 확인하며 몸을 일으키는 남성. 조금 난처한 표정을 지었지만, 곧 그 표정을 감추곤 간단하게 목례하며 자리를 벗어나는 그였다.
" ...... "
멀어져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던 그녀는, 조금 새침한 표정을 지어보였다.
" ... 뭐야, 저런 태도를 보일 줄 알면서... "
그녀로선, 오늘은 여러모로 사나운 일정인 것 같았다.
그리고 둘은 몰랐다. 둘의 앞에 어떤 새로운 인연이 있게 될지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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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음... "
흑색의 턱시도를 입고, 예식장 입구에서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한 남성이 보였다.
" 시간 계산을 하면... 이거 결혼식 시작 직전에나 볼 수 있겠는데...? "
그는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하면서 걱정된다는 듯이 중얼거리곤, 어떻게 해야하나 하면서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 세하 형님! "
그러던 그 때, 그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그 목소리에 반응한 사람은 다름아닌 이세하.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 중 한명이었다.
" 어, 처남 왔어? "
처남이라고 부르며 반갑게 맞이하는 세하의 모습에선, 꽤나 어른스러워진 면모가 눈에 띄었다.
세하가 처남이라고 부르는 그는, 그의 연인인 유리의 남동생 서유신 이었다.
" 제가 많이 늦었나요? "
세하는 자신의 생각보다 빠르게 왔던 유신을 보며 속으로 놀란 상태지만, 오히려 자신이 늦게 온 것은 아니냐며 묻는 유신의 죄송스런 표정을 보고는 미소를 지어보였다.
" 늦게 와도 봐줄 생각이었어. 오늘 중요한 초청 강연이 있는 날이었잖아. "
세하도 알고 있었다는 듯 괜찮다며 그를 다독인 세하.
그도 그럴 것이, 세하의 앞에 있던 유신의 초청 강연을 적극적으로 설득한 사람이 그 자신과 그의 연인인 유리였기 때문이다.
" 그래도 이제 와서 죄송합니다, 형님. "
" 너무 그러지마, 처남. 처남이 바쁜건 우리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니까. "
유신의 사과에 씨익 웃으면서 답해준 세하였다.
그리고, 사과의 얘기를 마친 유신은 곧 표정을 풀고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방금 전에 있었던 일의 표정과는 전혀 다른 표정이었다.
" 세하 형님, 아직 제가 처남이라는 말을 듣기엔 부담스러운데요? "
" 처남도 나를 형님이라고 부르니까 그런거야. 정 부담스러우면 그냥 유신이라고 불러줄까? "
" 그래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하하, 알겠어. 부탁하는데 들어줘야지. "
둘의 사이는 절친한 형과 동생 사이처럼 비춰졌다. 게다가, 둘은 자타공인이 인정하는 준수한 외모의 미남들이었다.
이 것 만으로, 예식장에 있는 여성들은 둘에게 여심을 빼앗기에는 충분했고 이미 빼앗긴 여성들도 있을 정도였다.
" 아, 누나는 만나고 오는 길이야? "
" 아뇨. 형님 찾아뵌 다음에 찾아가려고 했어요. "
" 그래? 그럼 얼른 가봐. 누나가 너 기다리고 있을거야. "
" 네. 그럼 가보겠습니다. "
세하의 말을 듣고, 유신은 세하에게 인사하면서 자리를 벗어났다.
" 녀석... 바빠서 못봤더니, 그새 의젓해졌네. "
그는 그러한 유신을 보며 감탄을 감추지 못했고, 동시에 자신을 다시 한번 반성했다.
" 그나저나... 우정미, 이 녀석은 왜 연락이 없... "
중얼거리면서 핸드폰을 꺼내던 그 순간, 우우웅! 하면서 울린 세하의 핸드폰이었다.
" ... 호랑이도 제말하면 온다더니. "
피식 하면서 수신자를 확인한 세하. 그리고 걸려온 통화를 받으며 말했다.
" 어, 우정미! 지금 어디야? 어, 식장 내부라고? 유리 있는 곳이... "
" 앗! 정미정미다! "
멀리서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연갈색 장발의 여성을 향해 손을 흔들면서 맞이하는 여성이 있었다.
그녀는 다름아닌 서유리. 순백의 아름다운 드레스를 입고 있는 그녀 역시 이번 결혼식의 주인공 중 한명이었다.
" 신부가 조신하지 못하게 그게 뭐니? "
그런 그녀를 질타하듯 대하는 대상은 다름아닌 우정미. 유리와 세하의 동창이자, 절친한 친구 사이였다.
" 헤헷, 나의 가장 사랑스런 친구인 정미가 왔는데 이 정도의 화답은 해줘야지! "
" 흥, 그런 애가 이렇게 빠르게 결혼하면 어쩌자는거니? "
조금 토라져있다는 듯 반응하는 정미. 그 반응에 조금 난처해진 유리는 어쩔 줄 몰라했다.
" 응? 아하핫... 미안미안. "
결국 사과를 해버린 유리.
" ... 거기서 사과하면 내가 뭐가 되는거람? "
곧, 표정을 풀고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온 정미였다.
" 세하한테 전화하면서 너 있는 곳까지 바로 왔어. 뭐... 사실, 더 빨리 올 수 있었는데 앞에서 일이 생기는 바람에. "
" 응? 무슨 일 있었던거야? "
유리가 걱정이 된다는 표정으로 정미를 바라보았다.
" 그냥... 별일은 아냐. 단지 모르는 사람이랑 실랑이를 좀 벌였거든. "
" 에엣? 실랑이라니? 대체 무슨일로? "
정미의 말에 유리는 놀란 모습을 보였다. 유독, 유리는 정미에게 무언가 일이 생겼다 하면 근심과 걱정을 드러냈다.
그만큼 아끼는 친구였기 때문이었지만, 때론 그게 너무 과해서 가끔 정미는 그런 유리가 부담이 될 때도 있었다.
물론, 오히려 지금은 그 부담을 즐기는 쪽에 가까워지긴 했지만 말이다.
" 사실은 말야... "
" 유리 누나! "
정미는 얘기를 시작하려고 한 순간, 그대로 굳어버렸다. 방금 전까지 들었던 익숙한 목소리였기 때문이다.
" 어, 유신이다! "
그렇게 말하며 다시 한번 손을 흔들며 반기는 유리. 유리의 시선을 같이 따라간 정미는 놀랄 수밖에 없었다. 물론...
" 어? " / " 어? "
유리가 반긴 유신 역시 마찬가지였다.
" 아앗! 그 쪽은 아까 그 비매너 씨? "
역시나 먼저 반응한 쪽은 정미였다. 이게 무슨 운명의 장난이냐, 라는 듯한 반응의 정미와...
" ...... 여긴 어쩐 일이십니까? "
황당한 표정을 지으며 정미를 바라보는 유신.
" 어... 혹시, 둘이 아는 사이야? "
그리고 그 사이에 오늘의 결혼식 신부, 유리가 있었다.
" ... 으... 그런 일이... 있었던거야? "
둘의 관계를 정미에게 자초지종 들었던 유리는 조금 당혹스러운 표정을 감추지 못했다.
유신이 평소에 차가운 인성을 가졌다는 것을 알았지만, 이토록 공격적일 줄은 몰랐었기 때문이었다.
정미의 설명에 약간의 오해가 있기는 했지만 정작 말 없이 정미를 바라보는 유신만이 있었고...
" ... 흥. "
그런 유신을 용서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획 돌려버리는 정미도 있었다.
둘 사이에 껴있던 유리는 어떻게 반응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자신의 친동생인 유신은 아무런 말도 없었고, 자신의 절친한 친구인 정미는 여전히 유신에게 적대감을 감추지 않았으니 당연한 결과였다.
" 유리야. "
그런 그녀를 구출해줄 구조대원이 나타났다. 바로 세하였다.
" 세하야! "
유리가 어찌나 반갑게 맞이하던지, 정미와 유신도 놀랄 정도였다.
" 어휴, 신부가 조신할 줄 알아야지. "
" 헤헤... 어째 정미랑 똑같은 말을 하네? "
유리의 말에 세하는 정미와 유신 쪽으로 시선을 돌렸다.
세하의 등장에 조금 늦게 몸을 일으켜 세하를 맞이하는 유신과, 그저 세하를 가만히 지켜보기만 하는 정미.
둘의 반응을 보고는, 유리가 난처해하는 이유를 알 것 같았던 세하였다.
몇분 전, 유리에게서 '세하야... 도와줘... ㅠ_ㅠ' 라는 메세지를 받고서 접객하는 것을 잠시 멈춘 뒤에 유리가 있는 곳으로 찾아온 세하.
무슨 일이 있는가 싶어서 걱정되는 마음에 유리가 있는 곳까지 왔건만, 정작 다른 곳에서 일이 터질 줄은 상상도 안했던 그였다.
뒤이어 세하는 정미가 설명한 것을 유리가 그대로 전달하여 설명을 마치자, 얘기를 모두 들은 세하는 잠깐 생각에 잠겼다.
세하의 생각으론, 정미가 봤을때의 유신은 굉장히 무례하기 짝이 없다는 점이었지만 유신의 시점에선 굉장히 절실했기 때문에 이런 상황을 만들었다는 것이다.
세하가 알고 있는 유신은, 절실하지 않고선 이런 사태 자체를 만들지 않으려 노력하는 사람이었다. 그런데 자신들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필사적이었던 결과로 이 사태를 만들었으니, 이 것은 자신의 책임 또한 있다고 생각한 세하.
그러나, 한편으론 자신의 친구에게 무례하게 굴었다는 느낌 또한 버릴 수는 없었기 때문에... 결국 단호해지기로 결심한 그는 유신을 향해 입을 열었다.
" 유신아. "
" ... 네, 형님. "
자신을 부르는 세하의 목소리에 긴장하는 유신.
" 우리와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것은 좋지만, 타인에게 좋지 않은 인상을 심어준 것은 잘못된 일이다. 알지? "
" ... 네. "
" 그럼, 유신이 네가 정미한테 진심으로 사과하는 선에서 끝내는걸로 하자. 이 이상 서로한테 상처주는 것은 서로가 바라는 일이 아니잖아. 안 그래? "
그렇게 말하며 세하는 정미와 유신을 번갈아봤다. 유신은 반성하는 듯 보였고, 정미는 방금 전과 같은 반응이었다.
" 자, 그럼 유신이가 먼저 사과해. "
" 네... "
세하의 의견이 신호가 되어, 유신이 자리에서 일어난 뒤 정미를 향해 몸을 숙였다.
" ... "
그 것을 보던 정미는 불편한 표정을 감추지 못한채 유신을 바라보기만 했다.
" 그 때 있었던 일은... 제가 잘못했습니다. 용서해주시면... 안되겠습니까? "
조금 사무적인 말투는 벗어나지 못했지만, 최대한 진심을 담아 정미를 향해 사과하는 유신이었다.
" ... "
그런 유신의 사과에도 불구하고, 정미는 반응할 생각을 하지 않았다.
그렇게까지 타일렀는데도 그러한 반응을 보이는 정미를 보자 조금 울컥했는지 세하가 뭐라고 하려고 하자...
" 형님... 제가 조금 심하게 굴었던 것은 사실이에요. 아직 화가 안풀리셨을테니까... 형님이 이해해주세요. "
그런 세하를 필사적으로 말린 유신이었다.
세하는 유신을 보면서, 분을 가라앉히고 속으로 한숨을 쉬었다.
유신의 성향은 유리의 성향과 많이 닮았다. 비록 겉으로 보기에는 서로 다른 기운이 있을지언정, 그 속을 비교하자면 둘은 거의 판박이였다.
그러다보니 타인이 사과를 받지 않으면, 사과를 받지 못할 정도로 잘못했다며 생각하는 것조차 똑같다보니 정말 속을 빼닮은 남매라는 것을 다시 한번 깨닫는 세하였다.
" 잠시 자리좀 비우겠습니다. 그럼... "
유신은 그 말과 함께 그 자리를 떠났다. 유리가 붙잡으려고 했지만, 완고한 유신의 태도를 막을 수는 없었기에 더 잡지는 못했다.
" ... 우정미. 이건 유신이가 나랑 했던 약속을 지키려고 했던 탓도 있으니까, 나 역시 사과할게. 이런 일 만들어서 미안하다. "
세하도 진심으로 정미를 향해 사과했다. 그 것을 보던 정미는, 결국 무언가 터진 사람처럼 유리를 보면서 반응했다.
" 너나, 네 동생이나 어쩜 그렇게 똑같을 수가 있니? "
" 에... 정미야...? "
유리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버렸다. 하지만, 동생의 잘못은 자신의 잘못마저 되기도 해서 별다른 반박은 하지 못했던 유리였다.
정미의 화가 유리한테로 튀자, 그 때문에 화가 났던 세하가 뭐라고 하려 했는데...
" ... 일부러 하지 않았던 말이 있어. 쟤... 쟤 데려온 다음에 말해줄게. 잠깐만... 기다려. "
자신 역시 당혹스러운 목소리로 말한 정미는, 그렇게 말해버리곤 유신이 나간 쪽으로 뒤따라 나갔다.
그 말을 들은 세하와 유리는 곧 의문을 드러냈고, 곧 그 의문을 풀어주기 위해 유신의 옷자락을 끌고 온 정미였다.
억지로 끌려온 듯한 유신은 뭐 이런 힘이 다있나 싶은 표정을 지어버렸다.
" 너... 대체 왜 그 말은 안했던거야? "
" ... "
유신은 정미의 물음에도 불구하고 입을 열지 않았다.
" ... 무슨 일이 있었던거야? "
유리의 조심스러운 질문도 들어왔건만, 유신은 답하지 못했다. 그 것을 보던 정미가 답답했는지 유신의 귀를 잡아당겼다.
그 강도가 조금 쎘는지, 정미의 손길에 딸려오는 유신이었다.
" 윽... "
" 왜, 아까전에 사고 당할뻔한... 나를 구했다는 얘기로 방금 전에 왜! 반박하지 않았던거냐구! 대답해봐! "
그리고 곧, 정미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어보였던 것에 대한 답을 드러냈다. 그리고 곧 둘에게 이후에 더 있었던 이야기를 들려주는 정미. 그 얘기를 듣고난 이후 세하와 유리는 유신 쪽을 향해 고개를 돌렸다.
단지 무례하기만 했던 줄 알았던 유신이, 알고 보니 정미의 생명의 은인이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곧 의문을 드러냈는데, 이유는 정미가 했던 얘기와 같았다.
셋이 유신의 답을 듣고 싶어했고, 셋의 반응에, 마지 못해 답하기로 한 유신은 입을 열었다.
" ... 그 얘기를 기회로 제 잘못을 덮고 싶지는 않았습니다. "
그 얘기에 정미는 놀란 눈빛을 보였다. 그 얘기 한번이면 자신을 얼마든지 압박할 수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그 것을 기회로 삼지 않고 싶었다는 말에 당황한 그녀. 곧 유신의 귀를 잡았던 손을 놓아주었다.
" 하여간... 정말, 자기 누나랑 똑같다니까. "
정미는 그렇게 얘기를 꺼냈고, 이내 뒷 얘기를 잇기 시작했다.
" 사실 나도 유신이 너한테 무례하게 굴었던거... 사과할게. 서로 필사적이었는데 이기적이기만 했던 내 잘못이 커... 그러니까... 나도 너한테 무례하게 굴어서 미안해. "
얘기를 마치곤 곧 손을 유신의 앞에 내미는 정미. 악수 차원으로 내민 손이었다.
" 사과, 받아줄거지? "
다시금 새침한 표정으로 돌아온 그녀. 본연의 모습을 되찾은 정미의 표정을 본 세하와 유리는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 저야말로, 제 사과를 받아주셔서 감사합니다. "
유신은 그렇게 말하며 정미의 손을 맞잡았다. 서로 사과를 받아준 것에 대한 감사의 표시였다.
" 아, 그리고... 난 우정미 라고 해. 편하게 정미 누나라고 불러. 나도 유신이라고 부를테니까. "
먼저 자신을 소개하는 정미의 말에, 유신은 조금 당황스런 표정을 지어보이다가 결국엔 미소를 지으며 자신을 소개했다.
" 네. 정미 누나. 그리고... 서유신 이라고 합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
- 2년 뒤 -
" 결국 이 위상력의 본질은, 인간이 가질 수 있는 또 다른 힘의 원천으로써... "
한 유명 대학교에서, 인간이 가진 위상력에 관하여 열띤 강연을 하고 있는 이가 있었다. 그는 바로 서유신. 유니온 연구진 소속이며 인간이 다루는 위상력을 전문적으로 연구하는 박사 학위를 가진 연구원 이었다.
다른 특이사항으로는, 특수요원까지 자리잡았다가 결혼 이후 요원 생활을 청산하여 알콩달콩 행복하게 잘 살고 있는 서유리의 남동생이라는 점이다.
" 이 힘을 가진 이들을 클로저라고 부르며, 과거 차원 전쟁 시대때부터 지금까지 고군분투하며 우리들을 지켜온... 인간의 영웅이라고 할 수 있겠습니다. "
청중을 둘러보던 그는, 눈에 띄는 한명의 여성을 향해 시선을 주었다. 그 시선을 받은 여성은 시선을 받은 것과 동시에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 것을 보던 유신은 미소를 지어보였고, 이내 마지막 한마디를 고했다.
" 이 것으로 강연을 모두 마치겠습니다. 함께 해주신 여러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 오늘도 대단하던걸? 역시 천재라고 해야할까? "
자신과 시선을 주고 받던 여성과 나란히 길을 걷고 있는 유신. 그 여성은 다름아닌 우정미였다.
" 항상 좋게 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 으휴, 넌 감사합니다 라는 말 밖에는 몰라? 고마워요, 라는 말도 있잖아. "
정미는 유신의 답에 핀잔을 주듯이 말했다. 유신은 자신이 실수를 했다고 여기곤 약간 기운이 빠진 듯한 표정을 지었다.
" 너... 너무 사무적으로 말하니까... 딱딱해보여서 그렇게 말한거야. 나랑 있을 땐... 긴장 풀고 있어도 되. 그러니까... 서운해하지마... "
그녀는 자신이 한 말에 대해서 수습하려는 듯 급하게 답했다. 그런 정미의 성향을 알고 있었던 유신은, 곧 입가에 미소를 띠면서 정미의 손을 조심스럽게 잡았다.
" 고마워요... 누나. "
" 어...? 그... 그래... "
유신의 손길을 피하지 않고 받아들인 정미는, 어느새 얼굴이 조금 붉어져있었다.
" ... 좋아요. "
" 응...? "
유신의 말을 듣지 못했는지 정미가 되묻듯이 물었다. 그리고...
" 누나랑 이렇게 나란히 걷는게... 좋아요. "
그제서 유신이 말하고자 했던게 무엇인지 알았던 정미는, 놀란 모습과 함께 당황하는 목소리로 유신에게 말했다.
" 무... 무... 무슨 소리를 하는거야...! 이 바보야...! "
" 하하핫. "
그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유신은 미소가 떨어질 줄을 몰랐다. 그 것을 보던 정미는, 그런 말을 듣던 자신도 좋았지만, 무언가 억울한 느낌을 받아버렸기 때문에 복수할 방법이 없나 생각에 잠깐 잠겼고, 이내 그 답을 찾았는지 유신을 향해 시선을 두었다.
" 유신아. 잠깐 나 좀 봐봐. "
" 네...? "
미소를 짓다가 정신을 차린 유신은, 그 말을 겨우 듣고선 정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어느새인가 가까워진 정미와의 얼굴을 본 유신은, 속으로 놀라며 어떻게 해야할지 감을 잡고 있었다.
" 무슨... "
하지만, 그가 감을 잡을 시간을 주지 않으려는 듯... 정미가 유신의 입술을 그대로 가져가버렸다.
" ...!? "
유신은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깨닫는 시간이 필요했고, 곧 그 것을 깨닫는 순간... 정미가 입술을 떼어냈다.
" 저... 정미 누나... 무슨... "
" 나, 너무 기다리게 하지마. "
정미의 말이 유신의 질문보다 한발 빨랐다. 그리고 정미는 뒤이어 말했다.
" 나를 잡아. 서유신. 내가 다른 곳으로 가버리기 전에... 네가 나를 잡으라구. "
그 말을 마치며 미소를 짓는 정미. 어딘가 떠나려는 사람처럼 말하는게 아닌... 마치 연인이 서로 나 잡아봐라~ 발랄한 분위기를 그녀 특유의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분위기로 이끌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 빠... 빨리 안 잡을거야...!? 서유신...! "
그 말을 듣던 유신이 정신을 차렸을 땐, 정미는 벌써 유신과의 거리를 몇발짝 떨어진 상태였다. 그 것을 보던 유신은, 짙은 미소를 지으면서 정미에게 고했다.
" 잡히면 평생 제 옆에 있어야 할겁니다! "
" 바... 바보야! 그렇게 말하면 내가 못 움직일 것 같아!? "
그 답을 듣자마자, 유신은 정미를 향해 달려갔고, 정미 역시 그가 다가오는 속도에 맞춰서 천천히 도망을 가다가 그에게 붙잡혀버린다.
그렇게 다시 만난 둘은, 서로를 향해 미소를 지어보였다.
결혼식에서 있던 해프닝의 주인공들은, 또 다른 사랑을 그려나아가고 있는 것 같다. 이들의 이야기와 사랑은, 이들이 이어가야할 몫으로 보이며...
또 다른 둘의 아름다운 시간은, 그렇게 첫 시작을 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