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관자(bystander) <4>
푸뉴스 2015-03-01 2
이건 분명히 단편일 텐데, 왜 이렇게 불길한 느낌이 들지.
그리고, 전투씬 말입니다만, 다들 기술명이랑, 발동 커맨드 표현을 잘 하시던데, 전 그런거 안하고 순수한 묘사로 구성합니다.
물론 스킬모션이나 발동커맨드나 그런 거 찾아다니기 귀찮아서는 아니고, 그러면 전투씬 자체의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이 소설은 유니온 카페에도 연재중.
그녀가 손을 허공에 넣고 뽑아드는 자세를 취하자, 놀랍게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서 한 자루의 예리한 검이 뽑혀져 나왔다. 보통의 검보다 가늘게 디자인된 검은 여자가 쓰기에 딱 좋은 모양새였다.
"오세린이라고 했던가, 이 인간들을 안내해줘서 고마워."
"다, 당신은 뭐에요?"
"말했잖아? 적이라고."
그 말이 끝나는 순간 거센 폭풍이 불어닥쳤고, 클로저들의 귀에 시끄러운 경보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고 위험 차원종 경보-
"이샤. 난 이 아저씨한테 볼일이 있으니까, 나머지를 묶어둬. 방해되지 않도록."
이샤가 고개를 끄덕이고는 순간적으로 사라졌다가 제이의 뒤편, 다른 검은양 팀원이 있는 장소 앞에 모습을 드러내 푸른 번개를 두 손에 머금었다. 동시에 다른 검은양 요원들도 전투자세를 취했다.
그럼...... 제이? 새 이름 말하기 좀 어색하긴 한데, 어쨌든 오랜만이야."
"......이렇게까지 말한다는 건 아무래도 그 여자가 맞는 것 같군. 언젠가 만나고 싶다곤 생각했지만 설마 이런 형태로 만나게 될 줄이야. 솔직히...... 실망스럽군."
제이가 노란 안경을 추켜올렸다.
"아하하. 남말할 처지는 아닌 것 같은데? 그냥 퇴물도 아니고 쓰레기가 다된 주제에. 아까 착지하고 허리 만지는 모습 보면서 웃겨 죽는 줄 알았다고."
"얼마 전까지만 해도 널 대단한 녀석이라고 생각했었다."
"헤. 지금은 아니라 이거지? 뭐 인간 입장에서 보면 그럴 만도 하지. 근데 말야. 너도 별반 다르지 않잖아?"
"지금 대체 무슨 소리를 하는 거에요? 제이 아저씨, 저 언니 알아요? 대체 뭐길래......"
"당신들 상대는 제가 합니다. 저한테 신경쓰시죠."
검은 머리의 소녀의 말을 이샤가 끊어내며 벼락 한 줄기를 떨어뜨렸다. 네 사람은 산개해 번개를 회피하면서 얼굴을 찌푸렸다.
"번개...... 왠지 안 좋은 기억이 생각나는데."
특이한 형태의 묵직한 검을 든 소년의 중얼거림에 이샤는 잠시 생각하는 듯한 표정을 짓더니 손가락을 튕겼다.
"아, 그 애쉬와 더스트의 '전' 하수인 말이죠? 이름은 기억 안 나지만. 그런 녀석하고 동급으로 취급하시면 곤란한데요. 같은 하수인 입장이지만 제 번개는 그것보다 더 따끔할 테니까. 조심하세요. 아가씨가 죽이진 말라고 말해두긴 했지만 힘 조절 잘못해서 죽여버릴지도 모르니까요."
"역시 당신도 차원종?"
이국적인 분홍빛깔의 머리카락을 한 소녀가 공중에 둥둥 뜬 단검을 일제히 겨누었다.
"설마요. 전 인간이고, 위상능력자에요. 당신들 입장에서 보자면 인간을 배신하고 차원종 편에 붙은 배신자...... 쯤 되려나요?"
네 사람이 서 있던 자리에 정확하게 벼락이 내리꽃혔다. 말 그대로 순식간이었다.
그 번개를 가장 먼저 뚫고 지나온 건 어린 소년이었다. 자기 몸만큼 거대한 창을 손에 든 소년은 돌진해 오더니 그 창을 그대로 찔러넣었다. 이샤의 몸은 창에 꿰뚫렸지만, 그 몸은 곧 한 줄기 번개의 입자로 변하더니 소년의 뒤에 모습을 드러냈다.
소년에게 틈이 생겨났지만, 다른 검은양 요원들은 그 틈을 메꿔 주기 위해 일제히 공격을 감행했다. 가장 먼저 행동을 취한 것은 분홍빛 머리의 소녀였다. 그녀의 손이 움직이자 그녀의 양옆에 빛이 모여들더니 입자포 줄기가 이샤에게로 날아들었다. 이샤는 소년을 공격하려던 행위를 중지하고 손을 휘둘렀고, 그녀의 양옆에서도 푸른 빛덩어리가 나타나더니 입자포와 부딪혀 함께 소멸해 버렸다.
그 사이 공중으로 점프한 건 블레이드를 든 소년은 푸른 기운이 일렁이는 검을 공중에서부터 그대로 아래로 내리쳐, 큰 공격을 시도한, 시도했다고 생각되는 이샤의 빈틈을 노렸고, 창을 든 소년은 그녀의 뒤에서 거대한 창을 막 휘두르려 하고 있었다.
"뭔가 착각을 하고 계신 듯한데."
이샤의 주위로 반구형의 파동이 퍼져나가며 그녀에게 접근해오던 모든 공격들을 일제히 튕겨내었다. 비교적 멀리 떨어져 있던 분홍머리의 소녀는 영향을 받지 않았지만, 접근 중이던 두 소년은 그대로 밀려나며 바닥에 엎어져서 몸을 연신 떨었다. 일시적인 마비증세를 보이고 있었다.
"적이 큰 공격을 하고 있다고 멋대로 착각하고 일제히 달려드는 건 위험합니다. 잘못하면 그렇게 돼요. 아시겠죠?"
"당신 누구죠? 정황으로 봐서 저 여자는 차원종이고, 당신은 하수인으로 보이는데, 대체 뭘 목적으로......"
"시간 벌이하는 건가요? 두 사람이 마비에서 풀릴 때까지?"
그 말에 그녀가 움찔했다. 이샤가 알기 쉽다는 듯 쿡쿡 웃자, 그녀의 얼굴이 새빨갛게 물들었다.
"음...... 목적이라, 목적은 딱히 없어요. 전 단지 아가씨가 당신들 검은양 팀, 이세하, 이슬비, 서유리, 제이, 미스틸테인....... 여러분을 보고 싶어하셨다 정도?"
"겨우 그게 목적이라는 게 말이 된다고......."
"여러분은 애쉬와 더스트에게 제의를 받았잖아요? 아마 아가씨는 그 제의 때문에 흥미가 생기신 거겠죠. 자랑은 아니지만 아가씨가 흥미가 생긴 것에 대해선 행동이 빠르시거든요. 저~기 제이 요원님과도 면식이 있으신 것 같고요."
그 말에 약간은 수긍하는 듯 보였다.
"그럼...... 언니는 왜 저 사람, 아니 차원종 편에 서게 된 거에요?"
이샤는 그녀의 말을 듣고 잠시 동안 망설였다. 하지만 곧, 그녀는 자신의 뒤에 쓰러져 몸을 떨고 있는 미스틸테인을 위상력을 조작해 검은양 팀 쪽으로 날려보냈고, 그런 그를 유리가 달려가 간신히 받아냈다.
"자진해서 시간을 벌어주는 꼴이 되겠지만, 아마 아가씨가 절 당신들한테 붙인 이유는 이야기를 해주라고 보낸 것 같단 느낌이 드니, 말씀드리도록 할게요. 그걸 말하려면 역시...... 아가씨에 대해서부터 이야기드려야겠죠. 아가씨는 원래 당신들과 같은 인간이셨고, 위상능력자셨고, 저기 있는 제이 씨처럼 차원전쟁에 참여했던 분이셔셨다는 것부터요."
"넌 어쩌다 그렇게 된 거냐? 내가 아는 세인은 좀 더 제대로 된 녀석이었을 텐데."
한편 세인과 대치하고 있던 제이가 인상을 찌푸리며 말을 내뱉었다.
"제대로 된 인간이라....... 웃기는 소리를 하는구나. 늙어서도 여전히 어린애야."
세인은 그를 비웃을 수밖에 없었다.
"네가 날 언제 마지막으로 봤는진 기억 안 나지만, 전쟁 이후로 난 만신창이가 됐다고. 너처럼 말야....... 내가 너랑 달랐던 건."
세인이 검을 한 바퀴 휙 돌렸다.
"선택의 여지가 있었나 없었나, 그것 정도일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