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 x 갓오하] 제 이름이 진모리라고 하네요. -1

신류희 2015-03-01 6

Chapter 1 만남



17년 전. 지구 곳곳에 정체 모를 차원문이 열리고 이계의 생명체가 전 세계를 습격한다. 차원문을 통해 끊임없이 쏟아져 들어오는 이계 생명체들에게는 통상적인 공격 수단이 통하지 않았고, 도시는 무자비하게 파괴되고 폐허로 변한다.


하지만 차원문의 개방이 나쁜 일만 불러온 것은 아니었다. 극소수의 인간들은 차원문이 열리면서 발생한 '위상력'에 의해 각성하게 되고, 초월적인 능력들을 얻는다. 각국 정부는 위상력에 눈뜬 이능력자들을 이용해 이계 생명체를 제압하고 막대한 희생 끝에 차원문을 닫는 데 성공한다.


문을 '닫는다'는 뜻에서 이능력자들은 '클로저(Closer)'마무리로 불리게 되고 이계 생명체의 습격에는 '1차 차원전쟁'이라는 이름이 붙는다.


이계 생명체가 사라진 세상은 평온을 얻었고, 무너진 도시는 신도시로 빠르게 재건된다. 차원문과 위상력에 대한 조사는 착착 진행됐고, 인류는 위상력이 특이점에 이르면 차원문이 열린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하지만 차원문에 대한 완벽한 이해는 아직 불가능했다.


결국 차원전쟁을 견디고 끝까지 살아남은 클로저들은 UN 산하의 유니온(UNION)이라는 조직에 들어가 지역별 위상력의 특이점들을 찾으며 2차 차원전쟁 재발 방지에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리고 이 이야기는 그런 세상에 환생하게 된 한 소년과 그 동료들에 대한 이야기였다.

 

 

 

 

"드디어 17년인가."


대한민국의 신서울의 강남에 위치한 한 학교. 신강 고등학교의 옥상 위에서 한 소년이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삐죽삐죽 뻗어있는 검은 머리카락과 검은 눈동자를 지녔으며 머리에 수면 안대를 쓴 소년이었다. 소년의 이름은 진모리, 환생자였다. 그가 환생한 세계는 전생의 세계와 비슷하지만 다른 점이 많았다.


어느 날, 세계 곳곳에 나타난 차원문과 차원종들. 그리고 차원전쟁. 전생에서는 전혀 들어본적이 없는 사건이 이 세상에는 일어나 있었다.


"하아. 기왕이면 평화로운 세계에나 환생시켜 줄 것이지."


개인적으로 러브코미디 세계 같은 곳에 환생시켜주기를 원했던 모리였다. 이유는 간단했다. 그런 장르 쪽이 평화로울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이미 환생은 해버렸고 태어난 이상, 살아갈 수 밖에 없었다.


"거기다 진모리라니."


모리가 고개를 숙이며 한숨을 내쉬었다. 진모리. 그가 있던 세계에서 웬만한 사람은 다 알고 있는 사람의 이름이었다. 바로 갓 오브 하이스쿨이라는 웹툰에 나오는 주인공으로 그 진짜 정체는 서유기에 나오는 원숭이, 제천대성 손오공이었다. 그런 진모리로 환생을 했지만 손오공으로서의 힘은 전혀 가지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다른 것만은 가지고 있었다. 바로 모리의 할아버지, 진태진이 북파 ITF 태권도를 기반으로 만든 초 실전주위의 태권도, 리뉴얼 태권도를 말이다. 그리고 이 세계에도 그의 할아버지 진태진이 존재하고 있었고 모리는 그에게 어렸을 때, 리뉴얼 태권도를 전수받았다.


모리의 할아버지 진태진은 과거 차원전쟁에서 그 '알파 퀸'보다 뛰어난 전투력을 보이며 차원종들을 쓰러뜨려 나갔다. 그야말로 일인 군단이라고 불릴 정도의 힘을 가진 진태진이 주먹과 발을 휘두를 때 마다 수많은 차원종들이 피를 흘리며 쓰러져 나갔다.


그런 진태진은 차원전쟁이 끝나자 그대로 아무런 소식도 남기지 않고 세상에서 모습을 숨겼다. 수많은 이들이 진태진을 찾아다녔으나 진태진은 발견되지 않았다. 모리는 그런 진태진에게 아기 때부터 거두어져 8살이 될 때까지 함께 지냈다. 하지만 8살이 되고 학교에 갈 나이가 되자 진태진은 모리를 서울로 보냈고 모리는 그렇게 서울에서 학교를 다니게 된 것이었다.


"학교 같은거, 관심 없는데 말이야."


모리가 입술을 내밀며 뾰로퉁하게 말했다. 이미 대학생 생활까지 해 본적이 있는 모리였기에 그다지 학교에 가고 싶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저 그가 가장 좋아하는 할아버지와 둘이서 살기를 원했다. 같이 밥을 먹고, 수련을 하고, 대련을 하고, 웃고, 자고, 그런 평범한 생활을 원했다. 하지만 진태진은 모리의 미래를 생각해 그를 서울로 보냈다. 서울로 올라온 모리는 그 때부터 혼자 서울에서 지내며 학교에 다니고 있었다. 딱히 가고싶지는 않았지만 학교에 가서 친구들을 많이 사귀었으면 하는 진태진의 바램을 모리로서는 무시할 수가 없었다.


"하아."


"모리야~"


"응?"


결국 어쩔 수 없는 현실에 한숨을 내쉬던 모리가 자신을 부르는 목소리에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그곳에는 검은 머리카락을 길게 기른, 17살이라고는 생각되지 않는 풍만한 가슴과 몸매를 지닌 여학생이 모리에게 다가오고 있었다. 그 여학생의 이름은 서유리, 이 학교의 학생으로 모리에게는 몇 안되는 친구 중 한 명이었다.


"여어, 검도 소녀."


"풋! 여기서 뭐하는거야, 태권 소년?"


모리의 말에 유리가 피식 웃으며 대답했다. 검도 소녀와 태권 소년이란 말은 이곳 신강 고등학교에서는 이 두 명을 가리키는 말이었다. 모리와 유리는 수많은 태권도 대회와 검도 대회에 나가서 뛰어난 실력으로 대회를 우승한 전적이 있었다. 그렇다 보니 둘은 각각 태권도와 검도 분야에서 미래의 샛별로 주목받고 있었다.


모리야 선천적으로 뛰어난 신체와 재능, 그리고 진태진에게 배운 리뉴얼 태권도가 있었고 유리 또한 모리보다는 못하지만 그래도 뛰어난 신체와 재능을 지니고 있었다. 거기에 끝없는 노력까지 겹쳐지자 누구보다 빠르게 강해질 수가 있었다.


아무튼 이야기를 되돌려서 그렇게 서로의 분야에서 유명한 둘은 지금은 같은 반이기도 하며 어렸을 때부터 친한 사이였다.


"그나저나 내일 대회 준비는 잘 되가는 거야?"


"응? 아, 응! 나를 누구라고 생각하는 거야? 스승님도 많이 가르쳐주고 계시고 나도 열심히 하고 있다고. 이유는 당연히 우승! 히히!"


환하게 웃는 유리를 보며 모리도 피식 웃었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모리는 속으로 내심 안타까움을 느꼈다. 우승이 목적이라고 말은 했지만 실제 유리가 노리는 것은 우승이 아닌 우승 상금이 분명했다. 차원종의 공격으로 유리의 아버지의 회사가 망하자 유리네 집안은 경제적인 부담감에 시달릴 수 밖에 없었다. 매일매일 어떻게든 돈을 벌어야 하는 유리네 가족 사정상 유리가 검도를 하는 것도 솔직히 부담감이 적지는 않았다.


하지만 그들은 자신의 딸이 원하는 검도를 시켜주었다. 그것이 자신들에게 얼마나 힘들지 알면서도 말이다. 그것을 유리도 알고 있기에 누구보다 열심히 연습을 하며 대회에서 우승해 그 상금을 부모님에게 가져다 드리려는 것이었다. 단순하게 말하자면 정말로 착한 아이라고 할 수 있겠지만 다르게 보며 쓸쓸한 아이였다.


'그렇게 생각해봤자 내가 참견할 일이 아니니까.'


괜한 동정심은 화만 부른다는 것을 알고 있기에 모리는 그것을 딱히 드러내지는 않았다.


"참 그나저나 모리 너도 곧 있으면 대회 있지 않아?"


"응? 뭐, 그렀지."


"헤에. 그럼 이번에도 모리가 당연히 우승하는 건가?"


"글쎄? 그건 그 때 가봐야 알 수 있겠지."


"겸손한 척 하기는."


그렇게 말하며 다시 웃는 유리의 모습에 모리도 웃었다.


"그나저나 여기는 무슨 일이야?"


"아, 맞다! 학교도 끝났으니까 같이 가자!"


"우정미는 어쩌고?"


"정미는 오늘 약속이 있어서 먼저 가**데."


우정미. 모리와 유리랑 같은 반 여학생으로 모리랑 유리와는 어렸을 때부터 친한 친구인 소녀였다. 유리의 사정을 들은 모리가 벤치 위에서 몸을 일으켰다.


"그럼 어쩔 수 었지. 가자."


"오!"


그렇게 둘은 학교 옥상에서 내려오기 시작했다. 계단을 걸어 내려와 복도를 걷자 많은 아이들이 집에 가던가 아니면 청소를 하고 있었다. 교실에 들려 가방을 챙긴 두 명이 다시 복도에 나오자 익숙한 얼굴이 보였다. 손에 게임기를 들고 있는 검은 머리의 남학생이었다.


"세하야!"


남학생을 본 유리가 외쳤다. 그러자 게임기를 들고 있던 남학생, 이세하가 고개를 들어 모리와 유리를 바라보았다.


"모리랑 유리네."


그러면서 세하가 게임기의 전원을 끄고는 둘에게 다가왔다.


"너도 집에 가는거지? 같이 가자!"


"뭐, 좋아."


본인도 별로 상관없는지 유리의 제안을 가볍게 받아들였다. 세하까지 모여 세 명이 된 모리들은 그렇게 걸음을 옮겼다.

학교를 나와 도로를 걷는 세 명의 모습은 이랬다. 셋 중 가장 활발하면서 밝은 유리가 이야기를 시작하면 그것을 들은 모리와 게임 중이던 세하가 대답하는 모습이었다.


그런 세 명의 모습은 나름 시선을 끌었는데 일단 가장 큰 이유는 유리였다. 충분히 미인이라 불러도 될 정도의 외모와 몸매를 지니고 있으니 시서니 집중될만 했다.  하지만 본인은 전혀 신경쓰지 않았으며 알기 모르게 모리와 세하가 양 옆에서 유리의 몸을 가려주고 있었다.


그렇게 길을 걷던 중 세 명의 시선에 무언가가 보였다.


분홍색 머리카락을 지닌 소녀의 앞에 인상이 험한 남자들이 소녀를 둘러싹 있었다. 딱 봐도 좋은 일이 아니라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저녀석들 또 저러네."


"도와주려는거지?"


유리의 물음에 모리는 그저 씨익 한 번 웃고는 대답대신 그들을 향해 다가가기 시작했다.


"뭐, 적당히 해."


여전히 게임기에 시선을 향하던 세하가 말하자 모리는 가볍게 손을 흔들었다.


"이봐 아가씨. 우리가 돈이 필요해서 그러는데 돈 좀 빌려달라고?"


"죄송하지만 초면인 사람에게 돈을 빌려드릴 수는 없습니다."


"이 꼬마가 진짜!"


분홍머리 소녀의 말에 더 이상 참지 못하겠는지 소녀의 앞에 있던 남학생이 손을 들어올렸다. 그 순간 남학생은 자신의 어깨를 두드리는 느낌을 느꼈다. 그에 고개를 돌려 뒤를 바라보자 그곳에는 그와 일행들에게 있어 절대 잊을 수 없으며 동시에 보고싶지 않은 얼굴이 있었다.


"여어, 오랜만이네."


"히익! 지지지, 진모리!?"


언제 자신들의 사이로 들어온 모리를 본 남학생들은 얼굴을 새하얗게 변하며 모리로부터 순식간에 멀어졌다.


"예전에 또 이런 짓 하는 모습을 보이면 어떻게 된다고 했지?"


웃으면서 말하고 있지만 남학생들의 눈에는 사신이 웃는 것 처럼 보였다.


"도, 도망쳐어!"


한 남학생이 외치면서 뒤돌아 뛰어가자 나머지 아이들도 비명을 지르며 도망쳤다.


"정말 귀찮은 녀석들이야."


도망치는 학생들의 뒷모습을 보면서 모리가 중얼거렸다. 그리고 뒤로 등을 돌리고는 분홍머리의 소녀를 바라보았다. 한국인으로 보이지 않는 분홍색 머리와 푸른 눈동자가 어딘가 남들과 다른 느낌을 주었다.


"이봐, 괜찮아?"


"무슨 소리야?"


모리의 물음에 소녀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 모습에 모리는 설마하고 생각했다. 눈앞의 이 소녀는 방금 전, 자신이 삥을 뜯기고 있었다는 것을 전혀 모르고 있다고 말이다.


"너, 지금 자신이 뭘 겪었는지 모르는거야?"


"...단순히 돈을 빌려달라는 것을 거절한 것 뿐이잖아."


"허..허허허..."


소년의 대답에 모리는 어이가 없다는 듯한 웃음 소리를 내었다. 대체 어디서 살다 왔는지는 모르지만 눈앞의 소녀는 사회에 대한 상식이 약간 부족해 보였다.

"하아. 뭐, 됐어. 일단 나는 진모리. 너는?"


"이슬비야."


서로의 이름을 주고 받고 있을 때 모리의 뒤에서 유리와 세하가 다가왔다. 그러자 모리가 뒤의 두 명에 대해 소개했다.


"여기 두 명은 내 친구인 서유리랑 이세하야."


"안녕! 난 서유리야, 만나서 반가워!"


"안녕."


활발한 성격을 가진 유리답게 인사 또한 밝고 힘찼다. 그런 유리에 비해 세하는 건성인 듯이 인사를 했다. 어느날 만난 네 사람. 하지만 네 명은 아직 몰랐다. 자신들에게 이어진 인연의 깊이와 운명을 말이다.




이렇게 클로저스 게시판에 한 번 올려봅니다. 근데 이거 괜찮나요? 재밌으면 추천 좀 해주세요~

2024-10-24 22:24: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