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슬비 단편] The past of Leader

미분계수 2015-02-27 1


이슬비 그 아이 말이야?, 그런건 왜 궁금한데...? 혹시 너 슬비를? 하하 농담이야 농담.
으음... 뭐랄까, 슬비 걔는 말이야. 절벽에 핀 꽃...같달까? 항상 수석을 놓치지 않고.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고고한 모습은 아름답지만, 뭔가... 그냥 바라보고 있자면 외로워 보이는 느낌이지...

-이슬비가 다니는 학교의 클래스 메이트(익명)







 사방에서 뜨거운 열기가 피부를 찌르듯 느껴진다, 타닥 타닥 하는 불꽃이 내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은 움직이지 않는다. 상황을 파악하려고 정신을 조금 차리자 코를 찌르는 철분의 냄새가 느껴진다. 분명 이 냄새는 내가 어릴 적 칼을 만지다가 실수로 베였을 때 손가락에서 나던 빨간 물방울, 피의 냄새임을 나는 문득 눈치챘다.

사태의 심각함에 나는 몸에 힘을 주어봤다. 그러나 여전히 움직이지 않는다. 아니 움직일 수 없다는 표현이 더 정확할 것이다. 간신히 눈으로 주변을 확인해 보자, 상황은 끔찍하기 그지 없었다.



거의 반파된 아파트의 잔해에 깔린 내 두 다리. 그리고 처음 보는 괴생명체에게 무자비하게 학살당하는 사람들, 이 충격적인 상황속에서도 나의 머리에는 두 사람의 얼굴만이 떠올랐다.



부모님, 부모님은 어디 계신거지? 다급하게 주변을 찾아보아도, 보이는 건 낯선 사람들과 괴생명체들 뿐. 어디에도 내 시야 언저리에도 익숙한 두 분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다. 떨리는 마음을 부여잡고서 자기에게 최면을 걸었다.



분명 어디엔가 있을 거라고, 생각 해보니 두 분은 맞벌이를 하시기 때문에. 일 때문이라도 여기에 있을 리는 없다. 이미 대피해서 발을 동동구르며 나를 기다리고 계실지도 모른다. 그런 희망을 가슴에 품고서 간신히 잔해에 깔린 다리를 빼내었다.



운이 좋게도, 다리에는 커다란 상처등은 없었다. 수 많은 잔해들이 깔리면서 그들끼리 쌓여 살짝 공간을 만든 탓일지도 모르겠다. 한 발자국 내딛자 왼쪽 발목에서 시큰거리는 통증이 몰려왔다.



앉아서 발목을 확인하는 벌겋게 부어있었다. 아마도 발목이 삔 것이겠지. 부러지지 않았음이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아랫입술을 꽈악 깨물고 나서 이 위험한 장소를 벗어나기로 했다.



그러나 이 곳은 어디든지 위험장소였다. 마치 파워레인저와 같은 특촬물에서 튀어나온 악당과 같은 행태를 하고 있는 녀석들이 사람들을 마구잡이로 공격하는 곳은 내 다리로 아무리 벗어나도 시야에 들어올 정도였다.



물론 나는 그들이 시야에 보일 때 마다 사각에 숨거나, 도망치거나 하는 방식으로 피해자가 되지는 않았지만... 이미 나의 정신상태는 한계까지 몰려있었다. 멍하니 걸어다니던 도중, 나는 골목길에 들어왔음을 눈치챘다. 평소같으면 들어오지도 않을 장소이기에 얼마나 내 정신상태가 몰려있는지 확인하게 되었다.



몸을 돌려 다시 나가려는 도중... 왼팔에 뜨거운 통증이 느껴졌다. 오른팔로 그 부분을 감싸쥐고서 이 통증의 원인을 확인해 보았다. 손 틈 사이로 흐르는 피.



주위를 둘러보니 나의 허리 부분 언저리만한 생명체가 자신만한 칼을 들고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저 칼에 묻어있는 시뻘건 핏물들은 저 생명체가 나를 죽일 만한 힘을 가지고 있다. 라는 것을 깨닫기 까지 얼마 걸리지 않게 해줬다.



도망쳐야 하는데, 다리가 후들거려서 주저앉아버렸다. 녀석은 알 수없는 소리를 하며 내게 다가왔다. 한 걸음 한 걸음 다가올 때마다 죽음이 걸어오는 듯한 두려움에 사로잡혔다. 어서 도망쳐야 한다고 다리를 연신 주먹으로 내리치지만, 생물의 본능적인 공포는 이미 몸에 각인되어 명령을 무시할 뿐이였다.



어느 새 녀석이 바로 코 앞까지 다가왔다. 나를 이리저리 살펴보는 행위를 하더니 검을 높게 들었다. 아아, 죽는건가. 눈을 질끈 감고 다음에 올 참격을 기다리던 그 때―




" 많이 기다렸지? 꼬마 아가씨? "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과 다른 목소리가 들려왔다. 질끈 감은 눈을 떠보니 어느 새 괴생명체는 종이가 타듯 재를 남기며 사라지고 있었다. 어안이 벙벙해져 고개를 들자, 거기에는 긴 생머리의 여인이 서있었다. 무전기로 뭐라고 떠들더니 내게 손을 내밀어주었다.




" 안전한 곳으로 가야지, 어서 일어나 "




내게 내밀어진 구원의 손길을 잡으며 간신히 일어났다. 그제서야 왼 팔의 통증이 다시 나를 괴롭혔다. 그 여인은 어쩔 줄 몰라하더니 주머니에서 붕대를 꺼내 팔에 몇번 둘러주고서는 응급처치라 미안해, 라는 등의 말을 해 주었다.



여인을 따라 대피소에 도착하자, 그 곳또한 별로 좋은 상황은 아니였다. 부상자들의 신음소리와 사망자들, 그리고 사망자의 친인척들의 곡소리는 지금의 상황을 더욱 실감나게 해주었다.



여인은 나를 데려다 주고서는 다시 그 지옥을 향해 걸어갔지만, 혼자남은 나는 대피소에서 간단한 팔과 발목의 치료를 받은 뒤 돌아다녔다.



얼마나 지났을까. 시야에서 문득 두 사망자들이 흰 천으로 덮여져 있는 모습을 보았다. 그 때 내 마음속에서 알 수 없는 감정이 솟아올랐다. 이 불안한 감정은 무엇일까. 그 마음을 확인하기 위해 시체 두 구에게 다가갔다.



한 걸음 다가갈수록 불안함의 물결은 더욱 커져갔고, 두 시체의 바로 앞까지 다가갔을 때는 왠지 모를 눈물까지 나기 시작했다. ―아닐거야, 아닐거야. 마음속으로 연신 기도를 하며 흰 천 하나를 살짝 걷어내 보자, 그 곳에는



여태까지 보고 싶었던, 찾아왔던. 익숙한 얼굴이 있었다.



살짝 주름진, 면도를 안해 까칠까칠한 턱은 나의 아버지임을 내게 말해주고 있었다. 상황을 부정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 수록. 상황은 진실을 내게 강요했다. 떨리는 손으로 옆의 천도 걷어내자. 그 곳에는 어머니도 존재했다.



시야가 흐려지기 시작했다. 가슴은 두근거리고 다리는 자신의 본분도 잊은 채 몸을 지탱해주지 못하고 털썩 주저앉았다. 아버지의 얼굴을 만지자 까칠까칠한 수염이 느껴졌다.



뭐라 말하려고 하지만 말은 목에서 막혀, 그저 꺽꺽거리는 소리만 나올 뿐이였다. 이내 목 놓아 울기 시작했다. 담당자가 다가와 나를 달래주는 듯 했지만, 그것조차 나에겐 들리지 않았다. 그저 이 세계, 나를 둘러 싼 모든 상황이 원망 스럽기만 할 뿐이였다.



그렇게, 소리놓아 울 때 내 기억 언저리에 한 여성이 떠올랐다. 나를 괴롭게 하던 것들을 물리치던, 긴 생머리의 이름을 알지 못하는 그녀. 클로저, 클로저라고 했었지. 그 날 나는 마음 속으로 다짐했다.



클로저가 되겠다고.



슬픔이라는 늪에 온몸이 빠져 허우적 대던 그 날이였지만. 모든게 밉고 증오스러웠던 그 날이였지만. 내 눈으로 보던 하늘은 역설적이게도, 그 날의 하늘은 신기하게도 무척 푸르렀다.



―눈을 떴다, 흐르는 눈물이 이미 베게를 적시고 있었다. 천천히 이불을 걷어내고 상체를 들어올려 앉았다. 창문을 바라보자 그 밖에는 평화로운 거리의 모습이 나를 반겨주었다. 이 모든게 악몽이였다는 사실을 알려주었다. 그러나 그 날 이후로 매일 꾸고 있는 악몽이기에, 나는 별 다른 감정이 들지 않았다. 잠옷 소매로 쓰윽 눈가를 닦고서 화장실로 향했다.



샤워기를 틀자 따뜻한 물이 전신을 감싸주었다, 흘렀던 눈물들과 함께 샤워기로 몸을 청결히 한 뒤. 나와서 옷을 입었다. 그리고 시야 한 군데에 고이 접어놓은, 요원복을 확인했다.



훈련생의 증표. 아직은 미숙하지만 나도 클로저라는 증표이기에 나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소중한 복장이다. 처음 착용하는 뻣뻣한 느낌이 이상하리만치 기분이 좋다.



요원복을 챙겨입고서 거울로 확인한다. 아, 리본이 삐뚤어져 있었네. 리본을 다시 고쳐맨 뒤. 정말, 이제는 완벽한 복장임을 확인했다.



훌륭한 클로저라면 몸가짐부터 확실히 해야하는 법이라고 메뉴얼에 적혀있었지? 아직도 불안해서 이리저리 좀 더 확인한 뒤. 탁자 위의 단검 두개를 왼손에 쥐고서 방문을 열고 나섰다.



팀 '검은 양' 의 리더자리라고 했었나? 어서 빨리 팀원들을 만나고 싶은 마음 뿐이다. 모두 훌륭한 클로저들이겠지, 내심 기쁜 마음과 리더의 책임감이 느껴지는 무거운 마음이 양립하고 있다.



따스한 햇살이다, 오늘부터 무슨 일이 일어나게 될까?









Ps. 시간 부족으로 급하게 결말을 냈군요, 하하. 이거 정말 죄송합니다.
2024-10-24 22:23:5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