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버넌트 - 죽음에서 돌아온 소녀 [신서울 - 10.]
fithr 2024-09-15 1
주변을 경계하며 탐색하던 세 사람은 어느새 신논현역 부근에서 다시 만났고.
이상할 정도로 유독 조용한 신논현역에서 이상한 느낌을 받았다.
삐-
“응? 이 소리는-”
삐- 삐이-.
무언가 긴장이 풀리는 듯한 지저귐에 고개를 들자.
이전에도 본 적이 있던 검은 색 털을 가진 작은 체구의 새, 병원까지 가는 동안 멀미로 기절해있는 동안 어딘가로 사라졌던 새는 어느새 가연의 머리 위로 한 바퀴 빙 돌더니, 가연의 머리 위를 둥지 삼아 안착했다.
“놀러 온 거니. 하지만 지금은 안돼 언제 싸우게 될지 모르거든.”
삐- 비이- 삐-.
무슨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괜찮다며 여기 있을 거라고 고집을 부리는 것 같다.
“이젠 이 언니 능력이 헷갈리네.”
“연이 언니는 정말 동물에게 사랑받는 것 같아요.”
섬에서도 그렇고 신 서울로 와서도 이런 일이 있다며 신기해하는 루시와 이젠 대체 능력이 뭔지 헷갈린다는 은하.
으르르르-
“응?”
“뭔가 익숙한 소린데요.”
“어… 호, 호야?”
캥-! 캥-!
삐-. 삐비-. 비-.
흥분한 듯 짖는 호야와 그런 호야를 보며 약이라도 올리는 것처럼 지저귀는 새.
‘아- 이건 좀 곤란해질 것 같은데.’
두 마리가 싸우는 소리 때문에 쫓고 있던 섬의 주인에게 들킬 수도 있다.
그리고 슬슬 두 동물의 시끄러운 소리에 은하의 표정이 점점 무섭게 변하고 있었다.
할 수 없지-.
“너희 둘 조용히 안 하면 혼낸다.”
호와 검은 새를 혼내려 엄한 표정을 지으며 하지 말라고 단호하게 말하는 가연.
평소 유한 분위기와 달리 단호한 분위기에 조금 색다르지만, 혼나서 시무룩해진 호와 검은 새를 보며 미안해서 쓰다듬어주고 싶다는 생각을 가까스로 참고 있는 모습에 은하와 루시는 역신 역시인가…. 라며 쉽게 바뀔 리가 없다며 다 진정됐음 이제 그만 가자며 신논현역의 앞으로 가자.
부산에서 나타나는 호퍼타입이라 불리는 곤충형 차원종.
그 잔해를 개조해서 만든 듯한 갑옷을 입은 누군가. 그자를 본 순간 가연은 이전 섬에서 본 거대한 차원종 이후로 처음 느끼는 짙은 혐오감에 곧장 전투 태세를 갖추고 그에 호응하듯 호와 검은 새가 털을 부풀려 상대를 위협한다.
“흠? 네 녀석들은 누구지? 전우치 녀석만이라 아니라 반쪽이, 그 녀석까지 호출하길래 신경이 쓰여서 나와봤더니 별 묘한 녀석들을 만나게 되는군. 전우치나 반쪽이 둘 중 어느 쪽에서 보낸 거지? 새로운 견습 도사인가?”
“도사… 라고 하는 걸 보니, 그쪽도 그 웃기지 않는 종교단체의 관계자인가 **?”
“……감히 내 앞에서 교단을 우롱하다니, 목숨이 아까운 줄 모르는 배교자구나. 그러고 보니… 거기 너 그때의 그 ‘마녀’잖아.”
갑옷을 입은 이는 은하의 말에 격분하더니 곧이어 은하의 옆에 있는 루시의 얼굴을 보더니, 곧 분노에 가득찬 듯한 목소리를 내뱉었다.
“제 얼굴을 아시는 걸 보니 당신은 그 종교단체의 관계자군요. 그리고 전우치, 그게 섬의 관리자가 가진 이름인가요? 가르쳐주셔서 고마워요, 기억해 둘게요.”
“**라! 네 녀석 때문에 얼마나 많은 도사가 쓰러졌는지 알아?! 나도……”
“그건 전적으로 당신들 책임 아닌가요.”
“넌 또 뭐냐! **, 전우치 녀석이나 반쪽이 녀석이나 두 녀석 다 내게……!! ……후, 아니야. 저 녀석들을 죽이면, 내가 전우치 녀석만이 아니라 반쪽이 그것들보다 낫다는 게 입증될 거야. 그러면 프로메테우스들도 날 다시 봐주시겠지. 그리고 내 개인적인 원한도 갚을 수 있을거고.”
“와아- 진짜 뭐 없어 보이네.”
“**라! 내 영광을 위해 여기서 죽어라!”
분노가 터져 나와 이미 언어능력이 떨어지는 듯한 말을 난발하는 갑옷은 그대로 세 사람에게 덤벼들었다.
갑옷의 양 팔에서 빔처럼 쏘아지는 위상력. 하지만 가연이 만들어내는 무수한 수의 보이지 않는 검들이 두 사람을 지켜내면서 날아드는 빔을 요격시켰다, 그리고 가연이 빔을 처리하는 동안 은하는 재빠르게 접근해 미리 코팅시켜둔 날붙이들을 날렸다.
하지만 갑옷의 경도가 은하의 생각보다 더 뛰어났던 건지 제대로 박히지 않았고, 갑옷은 그런 은하를 낚아채 던져버리고는 빔이 아닌 폭격과 돌풍을 시전 하자. 루시가 감옥관을 날려 갑옷과 함께 놈이 날리려던 폭격을 격추시켰고, 돌풍은 가연이 스킬로 짓눌러버렸다.
“은하 씨, 괜찮아요.”
“예… 뭐, 그럭저럭 괜찮아요. 그런데 저 갑옷 생각보다 단단한데요. 설마 코팅이 안 박힐 줄이야.”
“그것도 그거지만, 생각보다 공격 수단이 많아서 그런지 조금 성가셔요.”
세 사람이 같이 싸우는 데 유효타는 고작 한방.
갑옷 자체의 내구력과 위상력을 빔으로 전환해서 쏠 수 있는 데다 폭격을 쏘거나 돌풍을 일으키는 등 생각보다 사용하는 수단이 많아서 성가시다.
“으음- 그럼 제가 저 사람을 잠깐 붙들고 있을게요. 그 틈에 두분이서 저 사람을 제압해주시겠어요.”
“알겠어요.”
“오케이.”
[특수기: 가위 눌림]
가연의 말에 두 사람은 곧바로 공격 태세를 다잡았고, 두 사람의 움직임에 맞춰 가연은 스킬을 사용해 그를 짓누른다.
“큭- 이게 무슨…!”
불 가시의 거력에 의해 짓눌리는 그.
벗어나려고 발버둥을 치지만 가연의 가위눌림에선 쉽게 빠져나올 수 없었다.
그리고 그런 상황에서 루시는 감옥관을 휘두르자 감옥관은 둘로 나누어져 하나의 거대한 짐승의 ***로 바뀌어 그를 물어뜯는다.
“은하 씨!”
“좋아, 아주 예쁘게 잡아놨네.”
[깎인 뼈]
빠른 속도로 회전하며 자신의 앞에 놓인 그를 무차별적으로 베어버리는 은하.
“크아아-!? 이런 **!! 망할 배교자 놈들이!!”
은하에 공격에 대한 마지막 발악인 듯 양손에서 난사하는 강렬한 돌풍.
하지만-
“미안하지만- 댁내 지인 탓에 이런 거엔 미리 대비해두고 있거든요.”
“뭣…!?”
[특수기: 메아리친 비명 – 깎인 뼈]
일전의 전우치와의 두 차례 전투를 겪은 후 은하는 언제나 최악으로 변할 수도 있다는 것을 상정하고 대책을 준비해두고 움직이기 시작했기에 그의 공격에 대비해 미리 대응할 기술을 준비해두었다.
“내가 특수기까지 사용하는 게 오랜만이라 조절할 자신이 없어요. 그러니- 알아서 살아남아.”
그 뒤론 은하의 일방적인 폭력에 가까운 전투를 펼쳤고, 가연은 어느새 뒤로 다가와 눈을 가렸다.
“커헉- !? 마, 말도 안 돼… 이 몸이… 교단의 겹습 도사인 이 몸이…!”
“견습? 그렇다는 건… 그 전우치란 녀석보다 격이 떨어진단 뜻이지?”
“배교자 따위가 함부로 입을 놀리지 마라! 나는… 나는 그 녀석보다 약하지 않아! 그 녀석같이 환술 따위에 의존하는- 나약하고 비겁하기 짝이 없는 녀석이! 그런 녀석이 프로메테우스들께 이름을 부여받고… 내게는 아직 이름이 없다니! 나는 곧… 더 위대한 경지에 이를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도 이름을 부여받을 수 있을 거야. 무명의 견습 도사가 아닌, 진짜 도사로서의 이름을 가지게 될 거란 말이다!”
“예예~ 잘 알아들었으니. 이제부턴 얌전히 따라와. 그쪽한테 묻고 싶은 게 좀 많거든.”
살벌한 눈빛의 은하.
그런 은하가 가연에게 눈짓으로 잘 잡아두라고 전하였고.
“그런데, 전우치가 그 섬의 주인이라는 건 알겠는데. 반쪽이는 또 뭐야?”
“그러게요. 전우치와 반쪽이, 왜 두 사람을 말한 걸까요?”
“나라고 알겠어? 뭐, 붙잡았으니 한번 물어보면 뭐든 알 수 있-”
순간 상공에서부터 쏟아지는 무수한 흑색의 탄환.
아주 짧은 찰나의 순간에 날아든 기습에 세 사람이 반응도 하기 전에 튀어나온 두 물체.
세 사람보다 더 작은 두 물체는 순식간의 상공에서 떨어지는 물체를 격추시키며 나타나는데.
“!? 저… 저건…”
“……이게 뭔.”
“호, 호야…?”
크르르-
삐이이-
두 마리의 동물은 상공에서 떨어지는 흑색 탄환을 격추시키면서 몸집을 부풀린 채 사납게 울면서 위를 바라보았고, 그 위에서 보이는 검은 색으로 칠해진 법의를 입은 반쯤 잘린 하회탈을 쓴 남성.
“호오- 그걸 다 막을 줄이야.”
“?! 다, 당신은…!”
“이렇게 다시 뵙게 되어 영광입니다. 신녀님.”
일전에 쇼핑물에서 만난 전우치와 같은 교단의 도사로 추정되는 인물.
그리고-
“허나, 아직 개안을 하지 못하셨군요. 아버님께서 심려가 크시-”
“……**.”
가연의 양 아버지가 보낸 사람.
“그 사람은… 내 아버지가 아니야. 난… 그 사람의 딸이 아니야!”
무언가에서 벗어나려는 듯 격렬하게 거부하는 가연의 함성에 앞에 나선 두 마리의 동물이 반응하였다.
호의 주위에서 타오르는 다수의 화구가 남성을 향해 짐승처럼 달려들었고, 호가 날린 화구를 남성이 간단히 회피하자. 그 배후에서 날아드는 깃털의 폭풍, 예상 못 한순간에 날아드는 깃털의 폭풍에 한 발짝 늦게 반응한 남성의 하회탈이 부서졌다.
“…하. 나름 쓸만한 것들을 두고 있군요. 아버님께서 기대가 크시겠습니다.”
“**, 조용히 해. 조용히 해!”
이전이라면 볼 수 없었던 극도로 격앙된 모습의 가연.
그 모습에 은하와 루시도 반응을 못하였을 때.
“안타깝지만, 오늘은 신녀님께 용무가 있어 온 것이 아닙니다.”
그 말과 함께 어느새 바닥에 널브러져 있어야 할 견습 도사가 사라져있었다.
“오늘은 이자의 회수를 위해 온 것입니다.”
“!? 어, 언제-!!”
“…!! 이게 무슨…”
같은 자리에 있던 은하와 루시가 인식조차 하지 못한 순간에 견습 도사를 대려온 그는 가연을 향해 꾸벅 고개를 숙였다.
“그럼- 다시 만날 때를 기다리겠습니다.”
그 말과 함께 사그라들 듯이 사라지는 남성.
잡으려고 하였지만, 세 사람이 닿는 것보다 더 빠르게 사라졌다.
“…….”
남자가 사라지자 가연은 긴장이 풀린 건지 풀썩 주저앉았고.
그런 가연을 보며 은하는 묻고 싶은 게 많지만, 우선은 돌아가자며 강남 CGV로 돌아갔다.
돌아가는 동안 가연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자신의 품 안에 안겨있는 호와 새를, 아이처럼 꼭 안을 뿐이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