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5 부산 에필로그
Heleneker 2024-01-11 1
마지막 후기로도 만나뵐게요!
후기+6부 관련+자온 프로필로 금방 올리겠습니다!
"음.... 미래 아가. 이제.... 용서해줘도 괜찮지 않느냐?"
"안 돼."
"저.... 그럼 나는?"
"자온 너도 그대로 있어."
다 울고난 후, 머리색과 눈색이 돌아온 자온과 그 옆에 어느새 조그맣게 줄어들어 있는 뷜란트는 볼을 빵빵하게 부풀린 미래 앞에서 양무릎을 꿇고 있었다.
목숨을 잃을뻔한 기술을 사용한 자온과 그것을 말리지 않고 방관하고 있었던 뷜란트. 그 둘에게 화가 난 미래가 그들을 무릎 꿇린 것이다.
"그, 미래 아가. 아가는 너희를 구하고 싶어서...."
"조용, 뷜란트. 자온이 그렇게 위험한 기술을 쓸 걸 알았으면 진작 막을 수 있었잖아. 자온이 사라지지 않을거라는 걸 알고 있었다고 해도, 나 막은 거 아직 화 안 풀렸어."
"여, 영감은 잘못 없어. 내 의사를 존중해준...."
"자온, 너도 잘 한거 없어. 그런 힘, 왜 사용한 거야? 그걸로 저수지나 우리를 구한다고 해도 네가 사라지면, 우리가 좋아할 거 같아?"
초월 변형 능력 온리 원, 운명 개찬 능력 모이라. 그 두가지 기술의 대가를 들었었던 미래는 조곤조곤한 목소리로 자온을 다그쳤다.
"으읏.... 정곡이라 할 말이 없네."
"그래도.... 무사해서 정말 다행이야, 자온."
"그래.... 그럼 일어나도 될까? 다리에 감각이...."
"안 돼. 좀 더 있어. 내가 화 풀릴 때까지."
단호한 미래의 말에, 은근슬쩍 일어나려던 둘은 얌전히 다시 무릎 꿇었다.
"...아가. 그 힘들, 지금은 발현도 안 되지?"
"어. 다시 써보려고 하니까 전혀 안 되더라."
"인연 중 계승의 능력, 원래 그 힘은 힘을 이어받는다 해도 완전히 이어받는 것은 아닌 것 같더구나. 어딘가 하자가 있어 보이더구나."
"내 힘의 경우엔 서로의 연결이 끊기면 기능에 문제가 생기고, 운이 그 아이의 경우엔 힘을 다시 사용하려면 시간이 필요하다는게 하자일게다."
"하지만 실 능력이랑 지금의 영감의 몸은? 둘 다 형님의 능력이지만 한번도 그런 거 느껴본 적은 없었는데?"
"실 능력은 아마 본디 원래 힘에 비해 일각도 안 되는 힘이라 지장조차 안 가는 것으로 보이는구나."
"영감 몸은?"
"내가 몸을 줄여서 힘의 소모를 줄이고 있단다. 솔직히 이번 일들 때문에 좀 아슬아슬하게 풀릴 뻔하긴 했단다."
"얘기가 잠시 다른 곳으로 흘러갔다만... 그 힘들, 다시 쓸 수 있더라도 최후의, 정말 최후의 순간까지는 쓰지 말거라. 존재와 수명이 실시간으로 갉아먹히는 느낌, 다시 받고 싶은게 아니라면 말이다."
"알았어."
"의외로 고분고분하게 답하는구나? 조금 반항할 거라 생각했는데 말이다."
"기분탓인지 모르겠지만 내가 그 힘들 남발해서 내가 사라진다면.... 끔찍한 일이 생길 것 같은 느낌이 들어서."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느냐, 허허."
자온의 말에 설설 웃는 뷜란트와 달리, 자온은 잊혀버린 기억에서 불안감을 계속 느끼고 있었다.
"아니라면 다행이지만..."
"뭐, 이 얘기는 여기까지 하고 일단 다른 문제들도 있단다."
"문제가 또 있어!?"
"음, 첫번째는 무리한 상태에서 그 힘들까지 사용한 결과, 네 힘의 균형이 깨진 상태란다. 염화와 경화는 둘째치고, 네가 자주 사용하는 내 영혼과 의지의 힘, 무기 구현과 갑주의 능력까지 막힌 상태일게다."
"뭐야, 그게? 독일 때보다 더 심하잖아!?"
"그 때랑 달리 독이랑 광기 때문에 골골거리지는 않잖느냐. 훨씬 낫지."
"뭐가 나아? 쓸 수 있는 패가 줄은 거잖아! 다른 능력은 몰라도 구현 능력은 없으면 엄청 불편하단 말이야!"
"잠깐 못 쓰는 것이니 불평은 이것까지 듣고 하거라. 두번째 문제는..."
철그럭---
"이거.... 내 활조각이잖아."
뷜란트는 [대행의 권능]의 매개체 중 하나였던 그의 부서진 활조각을 보여주며 이어 말한다.
"그래. 운이 아가의 대행의 권능을 담았던 매개체 중 하나지."
"아가 너는 잘 몰랐겠지만, 권능을 담기 위해 운이 아가가 개조한 이 활은 엄청나게 튼튼했단다. 내가 네가 쓰기 편하도록 더 튼튼하게 조정했지만."
"그래서? 물론 이 활이 형님의 유품인데다 오래 쓴만큼 애착있는 거긴 하지만 활은 다른 걸 쓸 수 있잖아."
부숴진 활의 조각을 쥐며 말하는 자온에게, 뷜란트는 아련한 눈빛으로 그를 보며 말한다.
"다른 활을 쥐어보면 알게다. 네가 쓰기엔, 다른 활들은 네게 너무 무르다는 걸."
"그게 무슨..."
"뷜란트 씨, 활 보급 받아왔어요. 그런데 왜 이렇게 많이 요청하신 건가요? 안 그래도 활은 비주류인 무기다 보니 요청하신 양은 다 못 구해왔네요."
"아. 일단 이정도면 충분하단다. 고맙다, 수현 아가."
활을 잔뜩 받은 뷜란트는 자온에게 가져가라는 눈짓을 하며 말했다.
"당겨 보거라. 내가 왜 그런 말 했는지 알게다."
"무슨 활 가지고..."
볼멘소리를 내며 활시위를 힘껏 당기자,
티이이이이이잉-------
자온이 당기는 힘을 견디지 못한 활시위가 맑은 소리와 함께 끊어져 버린다.
"음.... 뭐, 활줄은 평소처럼 능력으로 만들면 되니까."
평소와 같이 활줄을 만들어 걸은 자온이 다시 한번 활시위를 힘껏 당기며 활을 시험해본다.
쿠드드득!! 퍼컥!!!
활시위를 통해 가해지는 압력과 활대를 쥐고 있는 손의 압력을 견디지 못한 활이, 비명을 지르며 으스러지고 부러졌다. 당황해하며 멋쩍어하는 자온을 보던 뷜란트는 작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것도 해결책이 시간 좀 걸리니.... 그동안 짧게라도 훈련 좀 하자꾸나."
"어, 어..... 응..."
뷜란트는 자온에게 힘조절을 스파르타로 가르치며 조용히 홀로 생각한다.
자아... 비운 아가. 네가 바라던 대로 이 아이는 인간으로 남았단다.
다만 되살아나면서 침식황으로도 가까워진듯 한데.... 과연 이게 미래의 운명에 어떤 영향을 끼칠려나...
콰드득!!!
"힘 빼랬지!! 힘!!"
"아, 안다고오!!"
그의 진중한 고민은, 무기를 또 부숴버린 자온 앞에서 잔소리와 함께 흩어져 사라진다.
******
시간을 조금 거슬러, 센텀시티를 향하는 벌처스 특주 운송 트럭 내부.
"사망 판정이 내려지기 직전에 캡슐에 넣었습니다. 살려낼 수 있는 건 정도연 씨 뿐입니다."
"이 냉동캡슐, 임시지부장님의 상태가 악화됐을 때를 위한 걸로 알았는데요. 당장은 그분께 필요 없다지만, 이렇게까지 할 만큼 중요한 분인가요?"
"핫핫. 어쩌겠습니까. 그대로 놔뒀더라면 죽고 말았을 겁니다. 책임은.... 제가 지겠습니다."
"좋아요. 저도 그들에게는 빚이 있어요. 최선을 다하죠. 하지만 100퍼센트 생존을 장담할 수는 없어요. 그리고 인공장기의 사용에는 유니온의 허가가 필요해요.
"그 부분은 오세린 요원님이 애를 써주실 겁니다."
한기남과 정도연은 냉동캡슐에 넣어진 저수지의 상태를 체크하며 오세린의 연락을 기다리며 센텀시티를 향한다.
******
한편, 센텀시티 미락 수변 공원.
콰아아아아아앙!!!!!
폭발음과 함께 엄청난 불기둥이 치솟아 오른다.
"꺄앗...!!" "으아악...!" "쿠헉...!" "우아아앗...!!"
타닥.... 타다닥....
털썩---
"슬비야.... 유리아... 미스틸.... 아저씨...."
불기둥이 사라진 자리에 한명을 제외한 15명의 위상능력자가 듬성듬성 그을린 채 쓰러져 있었다.
"한 명 남았군."
걷힌 불기둥 너머에서, 벽안의 소년이 천천히 걸음을 내딛다. 서있는 한 명의 클로저는 간신히 일어섰지만, 전신은 다른 위상능력자들처럼 엉망진창으로 그슬려 있었다.
"도망칠 체력이 있나? 그렇다면 도망쳐 봐라. 가서 동료들에게 경고를 하려거든 해라. 그래봤자, 너희는 이 불꽃 앞에 무력할 뿐이다."
화르르르륵....!!
소년의 주먹에서 불꽃이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나는, 오메가 나이트. 가장 마지막까지 타오를 불꽃."
"적을 모조리 태울 때까지, 이 불꽃은 멈추지 않는다....!!"
부산이 사랑하는 영웅의 모습을 한 불꽃의 소년, 오메가 나이트는 불꽃으로 모든 것을 태우기 시작했다.
******
"영차...."
오메가 나이트가 남은 한 클로저를 추격하러 간 사이, 한 위상능력자가 쓰러진 클로저들을 잔해 수집용 기계에 올려놓는다.
"이걸로 15명째... 나이트가 마지막 한명을 곧 데려오겠지. 퀸의 아들이라고 했지."
잠시 손을 멈춘 위상능력자는 하늘을 보며 중얼거렸다.
"좋겠다, 퀸은.... 누군가가 자신의 능력과 전투 스타일을 이어받아 준다는 거, 꽤나 부러운 일이구나."
"그에 반해 나는.... 하아.... 정말, 어쩌다가 이렇게 된 건지...."
홀로 독백하던 푸른 머리칼의 창잡이는 깊게 한숨을 내쉬고는, 섬광처럼 순식간에 사라진다.
*****
".... 네. 잘 부탁드릴게요. 인공장기의 사용 허가를 내려주세요. 네. 신생 클로저 팀의 명의로요."
한편, 오세린은 저수지에게 사용할 인공장기 사용허가를 위해 분주히 연락을 취하고 있었다.
"...네? 팀 이름이요? 어떤 식으로 지으면... 될까요?"
"적이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이미지로요...? 상황이 이래서, 모두에게 의견을 들어보기도 어려운데..."
"적이 싫어하거나.... 두려워하는 이미지...."
발 끝을 바닥에 톡톡 두드리며 잠시 고민하던 중,
오세린은 팀 이름을 결심한 듯, 휴대 전화를 꽉 쥐며 말한다.
"....그래요. 확실히 그들은 더러울지도 몰라요. 하지만, 그건 그들이 운명과 맞서 싸운다는 증거예요."
"운명에 끌려다니는 실험실 생쥐와는 달라요. 더러워져도, 그들은 악착같이 운명과 맞서 싸울거예요."
"당신도 그 사실을 무의식 중에 인정한 거예요. 이제 그들이 당신의 손에서 벗어난.... 강하고, 자유로운 존재라는 걸요."
"고마워요. 그들에게 멋진 이름을 붙여줘서."
FIFTH EPISODE 부산
-FIN-