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하가 슬비와 게임 중계를 보러 가는 이야기 (1)

푸른폭염 2015-02-25 11

구름이 걷히고 맑은 날씨의 어느 날. 차원종에 의해 폐허가 된 도시 속에 있는 한 임시 건물 안에서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온다.


“아 세하야, 지금 들어갈 거야. 준비해?”

“알았어, 언제든지 들어가!”


강남 사태가 종결되고 강남에는 재해 복구 본부가 설치되었다. 복구를 돕기 위해 유니온 관계자 뿐 만이 아니라 민간인 자원봉사자들도 이곳 강남에 모였다. 아스타로트를 쓰러트린 검은양팀도 재해 복구를 위해 차원종 잔당들을 소탕하고 있다. 한편 지금 검은양팀 사무실 안에 있는 두 개의 컴퓨터에 검은양팀의 게임폐인인 이세하와 자원봉사자 자격으로 이곳 강남으로 온 세하의 절친 한석봉이 나란히 앉아서 게임을 하고 있다.


그들은 지금 한창 유행중인 모 AOS게임을 하는 중. 등급은 석봉이가 훨씬 높지만 실제로 둘의 실력은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 지금 석봉이가 세하의 승급전을 돕고 있다. 초반에 열세를 보였던 것과 달리 세하석봉 듀오의 활약으로 게임은 팽팽한 균형이 이뤄지고 있었다.


“이제 실버 승급전이라니... 아 진짜 전 시즌 골드가 어쩌다 이런 심해에...”

“어, 어쩔 수 없었잖아...? 그동안 클로저 일 때문에 바빴었지?”

“그래 진짜 게임도 못하고 일만 죽어라 했다고.....”

“유리나 스, 슬비는 맨날 게임만 한다고 말하던데...?”

“아 물론 휴대용 게임은 짬짬히 했지만...... 이런 오래 걸리는 AOS 게임은 할 수가 없었어.....”


그리고 떠오르는 것은 분홍머리에 파란 눈을 가진 소녀, 이슬비였다. **..... 틈만 나면 게임 하지 말라고 위상력까지 써가며 방해하는데, 한판에 40분씩 걸리는 이런 게임을 할 수 있을 리 없다.

“이슬비, 그 녀석 진짜......”

“저기 세, 세하야...... 혹시 스, 슬비가 나에 대해서 말했던 거 없어.....?”

석봉이가 말을 더듬으면 묻는다. 뭐지? 혹시 잔소리라도 들었나? 하긴 내게 지지 않을 정도로, 아니 오히려 나 이상으로 게임을 하는 석봉이가 슬비에게 잔소리를 듣더라도 이상할 거 같지는 않다. 그 녀석이라면 분명 ‘석봉아, 게임 하는걸 조금 자제해야 할 것 같아. 그렇지 않으면 어느 바보처럼 될 거야.“ 같은 소리를 할 것이 틀림  없다.


“........”

“세, 세하야?”

“아, 미안 딱히 욕은 안하던데? 그러고 보니 너 유니온 쪽으로 진로를 잡기로 결심했다면서? 슬비가 그러더라.”

“아, 아하하....그, 그거 말이구나.....?”

“잘됐다. 나중에 나랑 같이 일하면 좋겠다.”

“응 그, 그러게...”


어째선지 실망하는 석봉이. 뭐 잘못 말 했나 잠시 생각했지만 그럴 틈도 없이 다시 게임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바론이라 불리는 거대한 중립 몬스터 앞에서 양 팀의 긴장이 고조되어간다. 게임 시간은 50분을 지나가는 장기전, 현재 승급전의 상황은 2승2패. 이 마지막 전투가 승급전의 결과를 결정지을 것이다.


“세하야 이제 이니시 걸거야. 포지션 잘 잡고 있어.”

“그래! 충분히 이길 수 있어! 실버로 가자!”


석봉이의 신호를 기점으로 공격을 시작하는 세하와 석봉. 그때 갑자기 둘의 컴퓨터의 전원이 꺼진다. 당황한 세하와 석봉. 특히 세하는 얼굴이 창백해지고 어쩔 줄 몰라 한다.


“어, 어....? 뭐지? 세하야 정전인가?”

“아니 그럴 리가 없는데? 왜 갑자기 꺼진 거지? 어?!! 이러면 안 되는데??”


** 듯이 키보드를 두드려보는 세하. 그때 뒤쪽에서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린다. 뒤를 돌아보자 분홍머리의 소녀가 있었다.


“야 이세하!! 어디 갔나 했더니 또 게임하고 있었어? 그리고 석봉이 너도 내가 게임 하는 거 자제하라고 했지?”


.......우리의 리더께서는 화가나신 표정으로 뽑혀있는 콘센트를 들고 서 있었다.....
멘탈이 부서지는 소리가 들린다. 아니 원래라면 그런 게 들릴 리가 없지만 지금 세하의 귀에는 정말로 소리가 들려온다.....


“야! 이슬비!!! 지금 승급전중이라고! 뭐하는 거야!!”

“...어, 어? 스, 승급전? 그, 그러니까 AOS 장르의 게임에서 자신의 등급을 높일 때 하는 시험 같은 거?”

“그래! 그 승급전이다, 그 승급전!! 지금 한타 직전이었는데 뭐하는 거야!!”

“세, 세하야 우선은 재부팅, 재부팅!! 빨리 켜야 해!”

“그, 그래 이슬비 당장 그거 다시 꽂아!”

“아, 알았어.”


세하는 바람과 같은 속도로 컴퓨터를 리부팅하고 게임을 실행한다. 그러나 야속하게도 지연되는 로딩. 이 사무실의 컴퓨터는 성능이 그리 좋진 않다.


“으아... 제발, 제발 빨리 켜져라...!”


마침내 게임이 재실행되지만 이미 펼쳐져 있는 흑백화면. 곧이어 세하 팀의 기지가 섬광을 내며 폭발한다. 붉은색의 글씨로 나온 패배 메세지...... 실패다. 브론즈 탈출의 꿈은 저 멀리 날아가 버렸다. 혼이 나간 것 같이 멍 해져있는 세하. 옆에서 석봉은 걱정되는 눈으로 세하를 보고 있었고 슬비는 당황하며 어쩔 줄 몰라 한다.


“세, 세하야 괜찮아...?”

“이, 이세하, 미안해 진짜 몰랐어......”

“...슬비야... 오늘 차원종 잔당의 수가 평소보다 좀 적지 않던...?”

“어? 으, 응. 그랬었어. 웬일인가 싶었는데...”

“그거 내가 아침에 혼자서 다 쓸어버려서 그런 거거든? 유정누나한테 허락도 맡고 게임하는 거였거든?”

“어? 그, 그런 거였어? 아니 난 진짜 모르고...”

“하아......”


땅이 꺼질 듯이 한숨을 쉬는 세하. 주인에게 혼나는 강아지처럼 슬비가 안절부절해 하는게 조금 귀여웠지만 지금 그런 걸 생각할 때가 아니다. 석봉이와 함께한 5시간이 공중으로 분해되었다. 언제 다시 승급전까지 가지...... 그 와중에 자기도 할 말이 있는 지 슬비가 입을 연다.


“아니, 나는 내일 같이 놀러 가기로 한 일정에 대해서 물어보려고 널 찾고 있었는데 아무리 찾아봐도 안 보여서.... 그런데 유정언니가 석봉이랑 게임하고 있다고 하길래.....”

“응? 약속? 그런 게 있었나?”

“뭐? 이세하, 까먹은 거야?! 지난번에 게임 중계 보러 가기로 했던 거 내일이잖아?”
“아 그게 내일이었나?”

“하여간 세하 너는 약속 했던 것도 까먹고.....”


지난번 G타워에서 훈련 프로그램을 끝낸 직후 만난 슬비에게 같이 AOS 게임 중계를 보러 가지 않겠냐고 물어봤었다. 원래는 석봉이와 가려고 했던 건데 석봉이는 일정이 안 맞았고 의외로 슬비가 보는 쪽에는 흥미가 있다고 해서 약속을 했다. 그 뒤로 데이트 아니냐고 꼬치꼬치 묻는 유리 때문에 고생했던 기억이 떠오른다.....


“아니 잠깐만 지금 그게 문제가 아니잖아 내 승급전은 어쩔 건데?”

“그, 그러니까 그건 미안하다니까?”

“저, 저기 세하야 그게 무슨 소리야? 슬비랑 놀러간다니? 데, 데, 데, 데이트 하는 거야?”
“무, 무슨 소리야 데이트라니 그, 그런 거 아냐!”

“그, 그래. 석봉이 너 내일 열리는 게임 대회 중계에 같이 못 간다고 했었지? 어떻게 할까 하다가 슬비가 게임 중계에는 관심이 있다고 해서 같이 보러 가기로 한 거야.”

“어, 어? 그 때 그걸 슬비랑 같이 보러 가기로 했다고....?”

“으, 응. AOS 게임의 중계라면 팀의 운용에도 도움이 돼서 전부터 관심이 있었거든”

“그, 그랬구나......”


어쩐지 석봉이가 굉장히 슬픈 표정을 짓고 있었다. 중계를 보러 가지 못한 게 그렇게 아쉬웠나?



                                      _



석봉이가 돌아 간 뒤 어느새 저녁이 되었다. 주방으로 가서 저녁을 준비하는 세하. 오늘은 각자 집으로 가기 전에 다 같이 저녁을 먹고 가기로 했다. 그라나 먹을 줄만 알고 만들 줄은 모르는 유리, 평소 유니온 숙직실에서 살다 보니 요리 할 기회가 없는 슬비, 독신생활을 하지만 어째선지 요리 실력은 떨어지는 유정누나, 정체불명의 약들만 만들고 다니는 제저씨, 테인이에게 요리를 요구하는 건 무리겠고.... 팀원들이 다 이 모양이라 과거 차원전쟁의 영웅이었던 알파 퀸을 어머니로 둔 세하는 바쁜 어머니 대신 가사 일을 도맡아 하던 경험을 살려 검은양팀의 식사를 책임지게 되었다. 곧 능숙한 솜씨로 저녁을 차리고 검은양팀은 모두 식탁에 모였다.


““잘 먹겠습니다!!””

“잘 먹을게 동생.”


모두 각자 자기가 좋아하는 반찬들을 집기 시작한다. 그런데 고기만 계속 가져가는 한사람.....


“어이 서유리, 편식은 안좋아?”

“그래 건강이 제일이라고, 체소도 좀 먹어.”

“음? 하지만 고기가 맛있는 걸?”


어째선지 유리를 한번 보았다가 이어서 자기를 보는 슬비. 잠시 무슨 생각을 하다가 갑자기 고기를 가져가기 시작한다. ......대강 짐작은 되지만 모른 체 하자.


“그건 그렇고 유정누나, 저 내일 하루 휴가 낼 게요”

“아, 저도요.”

“음? 둘이 어디 가니?”

“어, 뭐야, 뭐야? 데이트인거야??”

“아, 아니 그런 거 아냐. 지난번에 세하랑 같이 게임 중계 보러 가기로 했던 게 내일이어서 그런 것뿐이야.”

“오 그런 거라면 이 형도 가보고 싶은데 동생.”

“아, 저도요 세하 형!”

“아... 그게 표가 두 장밖에 없어서.... 원랜 석봉이랑 가려고 했던 건데.....”

“역시 동생.....”

“역시 데이트인건가요, 세하 형?”


아무렇지도 않게 대형 폭탄을 떨어뜨리는 두 사람. 당황해서 지원군을 요청한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니까요! 슬비야, 너도 뭐라고 좀 해봐!”

“........”


왜 아무 말도 없는 거지? 옆을 보자 슬비의 얼굴이 머리색과 구분이 안 될 정도로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뭐, 뭐야... 데이트라고 한 거 때문에 이렇게 된 건가.....?


“자, 잘 먹었어 이세하.”


말을 마친 뒤 사이킥 무브를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빠르게 사라지는 슬비. 당황한 나머지 아무 말도 못하는데 유리가 끼어든다.


“와 세하 좋겠네! 귀여운 슬비랑 데이트라니!”

“아니 그러니까 그런 게......”

“잘 먹었어 동생.”


제이 아저씨도 다 먹었는지 그릇을 들고 일어난다. 그리고 세하의 어깨를 두드리며


“잘 해보라고 동생.”


이라고 말한 뒤 식탁에서 사라진다.


“재밌겠다, 테인아! 몰래 따라가 볼까?”

“그럴까요, 유리누나?”

“절대 따라오지 마! 아니 표가 없으니 애당초 못 들어오겠구나, 다행.....”

“세하야 쟤네들이 표가 없다고 포기 할 것 같니?”


유정누나의 한마디. 물론.....


“......그럴 리 없겠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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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으로 써보는 팬소설입니다! ..... 중학생이다 보니 필력도 많이 후달리고 ㅠㅠ 애당초 자기 만족으로 끄적여본 글이라 어떤지 잘 모르겠습니다. 그리고 다음화가 언제 나올지도 모르겠는게... 막상 써놓고 보니 다음 내용이 잘 안 떠올라서... 일단 반응이 좋다면 최대한 빨리 써보겠지만....ㅠㅠ

2024-10-24 22:23:5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