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끄적끄적-시환란] 사랑해- 란아.
혜우비 2015-02-25 4
사랑해- 란아.
[김시환-선우란]
-낑깡
흩날리는 벚꽃잎과 바람을 타고 날아오는 꽃내음이 봄이라는 것을 알려주었다. 오토바이로 주행하기 딱 좋은 날.
가늘게 뜬 눈으로 평소처럼 칼을 손질하던 그 순간 내 귓가에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시환씨"
검은 양 팀의 리더 이슬비. 솔직히 바로 이름이 기억나지는 않았다. 그저 흩날리던 벚꽃잎과 유사한 색깔을 가진 머리카락을 보고 꽤 특이한 머리카락 색 이었기에 떠오른건 검은양 팀의 리더 뿐. 여기까지 찾아 왔다는 건 이유가 있겠지.
"무슨일이시죠 손님?"
그녀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들 동시에 당황했다. 뭔가 안좋은일이 있나? 위로해달라고 온 건 아닐테고...
한쪽 눈을 가늘게 뜨고 그녀를 지켜보다 이어서 자신의 뺨을 타고 흐르는 눈물들을 닦고 그녀의 입에서 나온 말은 내 모든 사고회로를 정지하게 만들었다.
"서, 선우란 요원님께서...운명 하,하셨습니다."
"...네?"
일순간 차원종이 내 몸을 강하게 압박하는 것 처럼 움직일 수도 없었다. 엄청난 압박감이 온 몸을 휘감았다.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머리 속이 온통 하얀 백지처럼. 지금 내가 숨을 쉬고있는지조차 잊어버릴만큼 정말 강한 타격을 받은 느낌이었다. 그런 나를 정신차리게함과 동시에 내 마음에 긴 창을 강하게 찔러넣은 말은
"내일... 선우란 요원님의 발화를 한다고 합니다. 오늘이... 마지막입니다."
"...장난이 지나치시군요 손님."
더 잔혹한 말. 발화 또 다른 말로는 화장. 죽은 사람의 시신을 불에 태워 한 줌의 재로 만드는 것. 장난이라고 믿고싶어 부정하며 그녀를 바라보았지만 그녀의 눈에는 조금의 거짓도 담겨있지 않았다. 순간 누군가 내 목소리를 억누르는 것 처럼 목소리가 쉬이 나오지 않았다. 식은 땀이 흐르고 손에도 땀이 차 쥐었다 폈다 하며 몇 차례 시도를 한 끝에 나온 떨리는 목소리로 힘겹게 그녀에게 물었다.
"란이는... 어디있습니까"
"선우란 요원님은 지금...유니온 신서울지부의 영안실에 계십니다."
그 말을 출발신호로 내 몸을 감싸던 압박감이 순식간에 사라졌고 심장이 요동치기 시작했다. 영안실. 장례절차를 밟을 때까지 시체를 보관해두는 곳.
"그, 그럴리가요. 쿠쿡... 란이가... 분명 멀쩡하게 나갔는데... 그럴리가요... 그럴리가 없어요 그럴리가..."
**사람처럼 중얼거리는 나를 이슬비는 정말 안타깝게 바라보았다. 하지만 그도 그럴것이 그가 그녀를 마음에 두고있다는걸 아는 이슬비는 눈치채고있었다. 짝사랑하던 상대가 죽어버린 사람. 드라마에서만 있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이 현실로 일어나자 별로 달갑지 않았다. 드라마는 가상이고 지금이건 현실이라 그런건가. 잠시 생각하던 이슬비는 아직도 혼란스러워하는 김시환에게 팔을 뻗어 그의 팔뚝을 잡았다.
"가요. 선우란 요원님께."
"..."
"선우란 요원님도 김시환씨를 기다리고 계실거에요."
아무 말도 안했다. 그냥 그녀가 가는대로 따라갔을 뿐. 그녀는 자신의 염동력과 위상력을 이용한 사이킥 무브로 신서울지부까지 이동했다. 내가 있어서 그런지 속도는 약간 더뎠지만 그래도 빨리 도착할 수 있었다.
신서울지부 로비로 들어서자 내가 오길 기다리고 있었다는듯 검은 양 팀이 서있었다.
그런건 아무래도 상관없으니 어서 그녀를 보고싶어, 봐야겠어, 안보면 진짜 미쳐버릴 것만 같아.
"오른쪽에 문을 열면 지하로 내려가는 통로가 있어요. 지하 3층이 영안실이에요. 그리고...이거 걸치세요. 많이 추울테니까요."
누가 말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 내게 중요한건 그녀를 보는 것. 누가 건내주는지도 모르는 겉옷을 받자마자 순간적으로 몸이 비틀거렸다. 그만큼 긴장을 많이 한건가. 한발자국 한발자국 문에 가까워지고 떨리는 손으로 문을 열었다. 벌처스의 사람이 함부로 유니온의 건물에 들어갔다가는 오해받기 쉽상이다. 하지만 그런건 다 제쳐두고 아랫입술을 꽉 깨문 채 아까 건내받은 겉옷을 두르며 서둘러 계단을 내려갔다. 내려가면서 주마등처럼 그녀와의 추억이 스쳐지나갔다. 한발자국 한계단 한발자국 두계단 발을 딛을때 마다 생각나는 추억에 머리를 세차게 흔들었다.
"란아, 란아."
엄마 잃은 아이처럼 네 이름만 애타게 부르며 서둘러 뛰어내려가 도착한 곳은 영안실의 문 앞.
조심스레 문을 열자 온 몸을 휘감는 차가운 냉기에 소름이 돋았지만 일단 '선우 란'이라는 이름을 찾았다.
아까부터 내가 애타게 부르고 찾고 생각한 이름. 바로 눈에 보였다. 사물함처럼 간결하게 배열되어있는 것들 중에 '선우 란'의 이름이 써져있는 곳에 문을 열고 손잡이를 끌어당겼다. 바퀴와 바퀴가 맞물려 드드드드- 하는 소리와 함께 먼저 보인 건 란이의 얼굴. 반쯤 꺼냈는지 얇은 하얀 천으로 덮힌 그녀의 상체가 보였다. 꺼내던걸 멈추고 그녀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 날의 참혹한 일을 증명이라도 해주는 듯 얼굴에는 긁힌 상처가 있었다.
"란아... 선우 란..."
조심스레 그녀의 상처를 손가락으로 쓸었다. 사이킥 무브로 날아오면서 이슬비가 한 말이 떠올랐다.
갑작스레 등장한 '쉐도우'때문에 그녀의 목숨이 위독해 급하게 병원으로 옮겼지만 결국 사망했다고했다.
충격적이었다. 란이의 가장 친한 친구이자 라이벌 그리고 내 전우이기도했던 그녀도 그렇게 허무하게 떠나버리고
말았는데 이제 네가 그 뒤를 따라 가는구나. 둘 다 나만 남겨두고 떠나가는구나. 그 슈팅스타 팀에 생존자는 나밖에
없구나. 입술을 꽈악 깨물었다. 씁쓸하게 느껴지는 피맛에 입술이 뜯겨졌나보다. 눈 앞이 뿌옇고 그토록 보고싶던
너의 얼굴조차 잘 보이지 않았다. 눈을 한번 깜박이자 후두둑- 쏟아지는 눈물들. 내 뺨을 타고 내 턱끝에 맺혀 한방울 두방울 세방울 떨어지는 눈물이 느껴짐과 동시에 마음속에서 격한 감정이 느껴졌다. 뭔가 뜨겁고 답답하고 꽉 막혀있는 듯한 감정이 손바닥으로 그녀의 얼굴을 감싸자 손바닥에 그대로 느껴지는 차가움에 폭발해버렸다.
"윽- 흐윽...끅... 란아, 란아... 미안해. 미안해. 내가 미안해. 미안해."
미안하다는 말 밖에 나오지 않았다. 왜 그런지 이유도 모르겠다. 버퍼링이 걸린 것 처럼 계속해서 미안해라는 말만 나왔고 내 두 눈에서는 끝없이 눈물만 흘러내렸다. 할말은 너무 많은데, 무슨 말 부터 해야할지도 모르겠는데 지금 느껴지는 감정때문에 더이상 말하기도 벅차고 눈물이 앞을가려서 그토록 보고싶던 네 얼굴조차 제대로 보이지 않아서 답답해 미쳐버릴것 같아. 한손으로는 그녀의 손을 꼭 잡고 한 손으로는 가슴부분의 옷을 쥐어뜯으며 울분을 토했다. 옷 매무새가 보기싫게 꾸겨져도 아랑곳하지 않고 더욱 더 힘을 줬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무슨 짓을 할지 몰라서. 당장이라도 살려내라고 소리지르고 난리칠 것 같아서. 터져나오려는 울음소리를 간신히 삼키고 흘러내리는 눈물을 대충 닦아낸 뒤 떨리는 어깨를 진정시키려는 듯 심호흡을 몇번 했다. 하지만 자꾸 목이 메어서 목소리가 나오지를 않는다. 옷을 쥐던 손을 힘없이 떨군 후 간신히 나오는 목소리로 말했다.
"란아. 있잖아... 나 사실 많이 아팠어. 너의 모든게 내 발목을 잡고 나를 옭아매서 "
위상력을 잃고 슈팅스타팀을 나오게 됬을 때 네가 눈에 밟혀서 도저히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았을 때 겨우 마음을 추스리고 벌처스 밑에 들어간 후 그냥 묵묵히 일만했어. 잊고싶어서 잊으려고 노력했지 아니, 보고싶어서 노력하고 노력했어. 나는 벌처스 너는 유니온 언젠가는 만날 수 있을거라는 희망을 갖고 묵묵히 장사만했지. 장사꾼답게 거짓웃음을 팔며 진실된 웃음은 네 앞에서만 짓기로 나 자신과 약속하고 그렇게 살았어 어차피 네가 아니면 웃음도 잘 나오지 않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이게뭐야..."
중간중간 나오는 목소리때문에 뒷말은 다 끊겨버리고 속으로만 외쳤다. 구로역에서 다시 만났을 때. 네가 나에 대한 감정이 분노라는 것 쯤은 금방 느낄 수 있었어. 나라도 그랬을 테니까. 차마 말할 수 없었어. 내가 위상력을 잃었다고 말하면 네가 지을 표정을 볼 수가 없었어. 두려웠으니까. 하지만 지금 후회가 **듯이 몰려와. 차라리 그때 너에게 그 사실을 말했더라면 조금 더 많은 시간을 함께 보낼 수 있었을까. 조금 더 너의 곁에 있을 수 있었을까. 이미 엎질러진 물을 주워담기에는 너무 늦어버린 것 같아. 전부 다 사라져버렸어. 물은 이미 증발해버렸고 컵은 산산조각나서 다 깨져버렸어. 마치 너와 나의 모습같이 너는 사라져버리고 그로인해 내 마음은 산산조각이 나서 아파. 많이 아파.
"있잖아... 란아..."
마천루 옥상에서 두명의 차원종과 조우했을 때 오직 니 생각밖에 들지 않았어.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은 나에게로 다가오는 두 차원종을 보고 너를 못보고 이대로 죽는건가 하고 말이야. 란아. 내 오랜 벗, 동료이자 전우였던, 그리고... 내 첫사랑이자 짝사랑. 첫사랑은 이루어지지 않는다는 슬픈 말이 있어. 정말 그런가봐.
"너가 돌아... 돌아오면... 고백하려고했어."
널 좋아한다고 오랫동안 좋아했다고. 그 마음이 이젠 너무 커져버려서 사랑이 되어버렸다고.
구로역에서 검은 양 팀이 너에 대해 말했을때. 심장이 멎는 줄 알았어. 나와 너만 알고있던 헥사부사를 다른사람이 알고있다는건 예상치 못한 일이니까. 그들이 너에게 갔을 때 뭘 하려는지 대충 짐작이 갔기에 중간에 말을 가로챘지.
오랜만에 만난 네가 나한테 냉담했던건 참을 수 있었어 아니, 참을 것도 없었어. 너를 다시 만났고 내 눈에 네가 보이고 내 귀에 네가 '시환이 형'이라 부르는 목소리가 들리는 것 만으로도 나는 만족했으니까. 그 이후에 검은 양 팀이 너와 한 내기. 조금만 충격을 줘도 부숴져버리는 것을 완벽하게 지켜냈을 때 나는 결심했지. 내가 너의 발목을 잡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과 함께 너를 놓아주기로 그리고 나도 너를 잊기로. 그들에게 마음에도 없는 말로 둘러대며 너를 놓아줬는데, 내 마음은 아직도 네가 존재했나봐. G타워에서 너와 함께 작업했을 때 다시 그때 그 시절로 돌아간 것 같아서 한편으로는 좋았어 그리고 기뻤지. 너와 마주앉아 얘기하고 너의 얼굴을 본다는 것. 내가 지금까지 묵묵히 일해온 보상을 받는 기분이었어. 그래서 그들에게 재료좀 모아달라고 부탁했지. 너의 헥사부사를 좀더 가볍게! 좀 더 단단하게! 차원종의 공격을 피할 만큼 피하고, 맞아야 한다면 그 충격을 견딜 수 있는 고강도로 만들기 위해 열심히 노력한 결과 마침내 성공했고 너는 내가 업그레이드 시킨 헥사부사를 타고 작전을 수행했지. 기분이 좋았어. 네가 기뻐하는 모습을 보니 나도 기뻤어. 조금은 내게 마음을 열었는지 옛날처럼 '시환이 형'이라고 불러주는 네 모습이, 네 목소리가 좋았어. 정말 시간이 이대로 멈췄으면 하는 바램도 있었지. 정말 시간이 멈췄다면 좋았을걸. 그럼 이렇게 되지는 않았겠지. 너의 오토바이를 손질하면서 그냥 단순히 업그레이드 시키겠다는 생각만 한 건 아니야.
"쿡쿡.. 사실 약간의 흑심도 담겨있었어."
손을 뻗어 만지고 싶은 파란 머리색과 보면 볼수록 빠져드는 붉 눈동자. 너와함께 헥사부사를 타고 너의 파란 머리카락과 벚꽃잎이 흩날리는 도로를 질주하며 이곳저곳 바다든 맛집이든 어디든지 둘이서 이걸 타고 가고싶다는 마음으로도 만들었었지. 네 붉은 눈동자가 내 눈을 바라봐줄때까지 기다릴거라고. 그런데 너는 혼자타고 가버렸구나. 나를 두고. 너의 반쪽인 헥사부사를 데리고 멀리 떠나버렸구나. 이제 너는 내 곁에 없겠지. 너의 얼굴을 보는 것도 오늘이 마지막이야. 내일은 오지 않을거야. 네가 그 불속에 들어가 한 줌의 재가 되는 것을 도저히 볼 수가 없을 것 같아. 지금도 충분히 힘들고 아프니까. 기일이 되면 찾아갈께. 무덤이든 납골당이든 어디든 네가 있는 곳으로 찾아갈께.
란아, 란아, 선우 란. 몇번이고 네 이름을 부르고 불러도 너는 대답하지 않겠지. 몇 번이고 네 이름을 부르고 네 모습을 떠올리고 네 목소리를 기억할거야. 영원히 죽을때까지. 죽어서도 너를 잊지않을거야. 사랑해- 란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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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시환이와 란이입니다! 저번에 신강고 퀘스트 깰때 란이가 말했던 쉐도우때문에 목숨을 잃어버린 친구가 생각나서 만약 란이도 그렇게 떠나버린다면 어떨까 해서 써봤어요. 그 친구는 별로 나오지도 않았지만... 뭔가 시환이 성격에 속 시원하게 말을 못할 거 같고 모든걸 짊어지고 갈 것 같아서 써봤습니다. 시환이가 시환이같지 않다구요? 그럼요 누가 썼는데요. 죄송합니다(ㅠ_ㅠ) 저는 지금 이 둘의 투샷을 간절하게 원하고있습니다(제발ㅠㅠ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