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식의 계승자 EP.4 사냥꾼의 밤 1화 사냥터지기 성

Heleneker 2022-10-11 1

4부부터는 노벨피아에서 재연재된 내용으로 이어지며 동시연재 됩니다.

4부도 잘 부탁드립니다! 시작합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쿠우우우우우-------


비행정 리버스휠의 엔진이 완전히 멈추자마자,

"Hurry up! 이쪽으로!"

캐롤리엘을 선두로 부상자들을 급히 성 내부로 들이기 시작했다. 

"다행이 늦지 않게 도착했네요. 괜찮으세요? 쉬지도 않고 계속 부상당하신 분들을 간병하시는 거 같던데."

감찰관은 캐롤리엘을 도와 의료 장비들을 작동시키면서도 우리의 안위를 꾸준히 체크해주었다.

"재생 능력 덕분에 남들보단 나아요. 멀미가 더럽게 나긴 했는데... 그냥 버텼어요. 한시가 급하니까요."

입가를 눌러 치밀어 오르는 토기를 억누르며 대답했다. 죽을 거 같긴 하지만, 진짜 죽기 직전인 두 사람에 비교하면 이런 거 별거 아니니까.
계속된 출혈로 창백해진 미래와 김철수를 보며 아무렇지 않으려 했지만..... 아, 토 나올 거 같아 죽겠네, 진짜.....

"성 안의 분들께 도움을 요청하려 했는데, 통신에 응답이 없네요. 일단 급한대로 설비를 빌려왔으니, 위급한 순서대로 치료를 시작할게요. 저수지 양, 저를 도와주세요!"

"아, 알겠어. 뭘 하면 되는데?"

"루시 양! 자온 씨! 두 분도 힘드시겠지만 도와주세요!"

"네, 뭐부터 하면 될까요!?"

"알겠습니다, 캐롤리엘 씨.... 우... 우우욱...."

"조금만 더 참으세요, 자온 씨!"

루시가 황급히 건네준 물을 한번 들이킨 후, 서둘러 캐롤리엘 씨의 보조를 돕기 시작했다.



*******


"아.... 힘들어...."

"싸우고 나서 휴식할 시간도 없었으니까요...."

먼저 밖으로 나온 나와 루시는 성에 비치된 벤치에 늘어지도록 앉았다.

[급한 치료는 끝났으니 두 분도 잠시 쉬고 계세요. 리버스 휠에서도 제대로 쉬지 못 하셨잖아요.]

캐롤리엘 씨의 조언을 따라 쉬러 나오니 애써 무시하고 있었던 피로가 한꺼번에 몰려오기 시작했다.

꾸벅..... 꾸벅.....

루시도 쌓인 피로가 있었는지 졸기 시작하고 있었다. 주위에 살기도 없으니.... 나도 조금만 잘까.
눈을 감자마자, 자온도 피로가 쌓여있는지 금새 잠이 들었다.



******



[....는 그럼에도 깃발을 놓지 않고 가장 앞에 나서서 싸웠답니다. 소중한 이들을 지키기 위해.]

따뜻하면서도 다정한, 그리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자, 오늘은 여기까지만.]

[피이. 더 듣고 싶은데.]

앳된 어린 아이의 목소리가 들렸다. 이 목소리는.... 어린 시절의 나인가? 

[또 읽어줄게. 오늘은 너무 늦었잖니.]

[알았어....]

아.... 기억났다. 가끔 잠이 안 올 때에, 형님께선 동화책을 가져다가 내가 잠들기까지, 아니면 늦게 까지 읽어주시곤 했지. 영웅담을 읽어주실 때엔 안 잘려고 애쓴다고 곤란해 하시는 일도 많았지만.

[형아. 형아. 그래서, ---는 앞으로 어떻게 돼? 나쁜 놈들을 모두 쓰러트리고 행복해져?]

---라고...? 그래, 분명히 유독 내가 좋아하던 영웅담이 있었던 거 같은데.... 이름도, 내용도 기억이 잘 안 나.
나 홀로 기억을 되뇌어 보았지만.... 기억이 나질 않았다.

[글쎄?]

[그게 뭐야---- 궁긍하잖아~~~~]

어리광부리는 어린 나에게 형님은 그저 웃으며 대답하셨다.

[---------]

뭔가 말씀하세는데, 조금도 들리지 않았다. 뭐라고 말씀하시는 거예요, 형님? 잘 안 들려요.

"...."

지금 저 말을 들어야만 할 거 같은데, 아니. 잊으면 안 될 것만 같은데....!

"....온."

하지만 점차 꿈에서 깨고있는 건지, 그날의 풍경이 점점 멀어지고 흐려져만 가고 있었다.



******


"루시. 자온. 일어났어?" 

저수지의 목소리에 눈이 뜨였다.

"깨워서 미안하긴 한데, 자. 물 마시면서 정신 좀 차려봐."

"고마워요, 저수지 씨!"

"고마워."

덜 깬 잠을 냉수로 깨면서 시간을 확인해 보았다. 한 20여분 정도 지난 거 같은데 정말 간호가 마무리 단계였나보네.

"저수지 씨, 세 분은 좀 어떠세요?"

"미래는 조금 전에 겨우 정신을 차렸어. 은하는 상대적으로 일찍 회복했고. 김철수 아저씨는... 미래보다 더 크게 다쳐서 좀 더 회복해야 할 것 같아."

저수지는 우리 곁에 앉으면서 한숨 돌리며 말했다.

"당장은 너랑 루시가 좀 수고를 해줘야 할 거 같아. 나는 미래랑 아저씨, 은하를 열심히 돌볼게. 뭐, 내가 할 수 있는 건 이 정도뿐이니까."

"돌보는 건 오히려 내가 부탁할게. 나는 그런건 오히려 잘 못하거든. 게다가.... 그녀석들을 기운내게 해줄 수 있는 사람은 너니까."
"특히 미래랑 김철수... 두 사람은 너를 보며 싸우는 거니까 평소처럼 네가 할 수 있는걸 해줘. 그래야 그녀석들도 힘내서 회복하겠지."

"그렇게 말해주니 나쁜 기분은 아니네. 고마워."

"아. 루시 양, 자온 씨. 여기 계셨군요? 전달드릴 사항이 있어요. 잠깐 시간 좀 내주실 수 있을까요?"

"네. 알았어요."

"저수지, 세 사람 잘 부탁해."

"맡겨 둬."

자신있게 말하는 저수지를 뒤로 하고 서둘러 감찰관의 뒤를 따라갔다.



*******



"그럼 전달 사항을 공유 드릴게요. 일단 미래씨와 은하씨는 순조롭게 회복 중이세요. 김철수 씨도 꽤 크게 다쳤었지만 지금은 순조롭게 회복중이니 너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될 것 같아요."

"정말로 다행이예요."

"그런데 감찰관, 그런 것치곤 안색이 좋아보이진 않는데요? 나쁜 소식도 있나 보네요."

정곡을 찔린 것인지, 감찰관의 안색이 더 어두워졌다.

"실은... 바로 조금 전에, 신서울 측과 연락했거든요."

"서피드가 너무도 신경 쓰여서요... 우리가 도망치기 직전에 보였던 그 거대한 감정이요. 그것 때문에, 후속으로 투입된 토벌팀이 걱정되었는데..."

감찰관이 잠시 하던 말을 멈추고 머뭇거리더니, 이내 머뭇거리던 말을 내뱉었다.

"그 토벌팀이.... 전멸했다는 보고를 받았어요."

"전멸이라니.....!"

"유하나 씨랑 카밀라 씨는 어떻게 됐나요?"

"운 좋게도 두분은 살아남으신 것 같지만... 테러리스트들도 막대한 피해를 입었다고 하네요. 아무래도 서피드가 성장을 한 것 같아요. 차원압력에 대한 적응속도가 지나치게 빠른 것 같아요. "

둘 다 무사하다니, 그나마 다행이지만.... 보통의 차원종이라면 오랜 제약 때문에 성장이 더딜 터인데... 뭔가 조건 있는 걸까?
조용히 분석하는 와중, 감찰관은 옅은 한숨을 내쉬며 말을 이어갔다.

"큰일이네요. 지금 신서울에는 대응할 수 있는 전력이 그다지 많지 않을텐데."

"서피드랑 전우치, 그 둘의 행방은 파악되었나요?"

"토벌팀을 제압한 후, 행방을 모르게 되었다고 하던데... 걱정이에요, 어디서... 무엇을 꾸미고 있을지. 서피드로 인해 위상변곡률에 무슨 변화가 있을지도 신경쓰이고요."
"이래로라면 서피드를 쓰러트리기 위해, 대규모 토벌대를 조직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토벌대를 구성된다면.... 저도 들어갈 겁니다. 지금의 서피드가 그렇게까지 성장한 건 어찌 보면... 그때 끝장내지 못하고 어중간하게 끝낸 제 실책이기도 하니까요."

"저도요. 저도 꼭 참여할 거예요! 전우치와 서피드는.... 저희가 감당해야할 어둠이니까요." 

"물론 여러분이 토벌대에 들어와 주신다면 큰 힘이 되겠지만 다만.... 두 분의 경우에는 생각해 봐야 할 문제들이 있어요."
"토벌대에 합류하기 위해서는 인적사항과 전투 데이터를 제출해야 해요. 하지만 두 분의 데이터는...."

데이터 얘기에 나도, 루시의 안색도 어두워졌다.

".....신뢰 받기 어려운 이야기가 너무 많겠군요."

"너도 그렇지만 나 같은 경우엔 가장 크게 문제 잡힐 건.... 차원종에게 힘을 받은 사실이겠지."

"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할 수도 없겠죠. 진실이 밝혀지면 더 큰 오해를 사고 말 테니까요. 아무래도 민수현 학생과 상담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요."



******



"아, 감찰관 님."

"민수현 학생."

"확실히.... 루시 양과 자온 형의 경우에는, 지금 우리가 가진 보고서를 그대로 넘기는 건 매우 위험할지도요."

사정을 들은 수현의 표정도 덩달아 어두워졌다.

"생존을 위해서 힘을 받았다곤 하지만.... 설득력 없겠지?"

"하지만 그렇다고 보고서를 허위로 작성하는 것도 리스크가 크죠. .... 제가 생각하기론 사실은 적되, 어느 정도 완곡해서 적어봐야겠어요."

"저도 같은 의견이지만... 루시 양과 자온 씨의 특수성을 알게 될 사람들이 모두 그 상항을 옹호해 줄 보장이 없네요."

"과거의 일이긴 카밀라 양과 늑대개 팀의 레비아 씨라는 사례가 있기도 하고요. "

레비아라는 사람은 모르겠지만 카밀라 건을 생각하면.... 결코 좋은 사례는 아니겠지.

"확실히 그럴 가능성도 있겠네요...."

"김유정 임시지부장님이 건강하셨다면 상담을 해볼 수 있을 텐데."

우리들 때문에 머리를 감싸고 끙끙거리며 고민하고 있으니 원...

어떻게 해야할지 나도 고민하는 찰나,

"두 분, 너무 곤란해 하실 것 없어요. 저는 괜찮으니, 그 분들에게 진실을 알려주셔도 돼요."


생각치도 못한 루시의 발언에 우리 모두 소스라치게 놀랐다.

"루시 양.... 괜찮으시겠어요?"

"처음에 저는 여러분께 제 정체를 숨겼어요. 여러분께서 저를 신뢰하지 않게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해서요. 하지만 그래서 여러분께 더 큰 오해를 사게 됐죠."
"하지만 막상 진실을 말씀드렸을 때, 여러분께서는 기쁘게도 제 이야기를 모두 믿어주셨죠. 그러니까.... 이번에는 제가 여러분과 모두를 믿을 차례예요."

네 선택은 그거구나, 루시. 용기가 많이 필요했을텐데.... 힘든 결정을 했어.
그러고 보면 영감도 감찰관과 제대로 마주했을 때, 나에 관한 걸 모두 진실되게 전달했었다고 했지. 그 덕에 감찰관이 날 많이 신용해주고 있고.
그럼.... 나도 당신들의 신뢰에 보답해야겠지.

루시의 용기 있는 대답을 듣고나서야, 나도 용기를 내서 답을 내렸다.

"나도 괜찮아요. 그냥 솔직하게 내버리죠. 괜히 고민 하지 말고."

"형도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고마워, 수현. 감찰관도 신경써주고 걱정해줘서 고마워요. 이렇게 나한테 신경 써주고 배려해주는 당신들의 곁에 좀더 있고 싶은데, 내 몸 하나 보전하자고 두 사람한테 폐를 끼치기는 싫거든요."
"유니온에도 수현과 감찰관같은 사람들이 아직 많을거라는 믿음을 걸어볼게요. 그러니 사양말고 올려버려도 괜찮아요. 뭣보다,"

루시의 어깨에 손을 턱 올리며 웃었다.

"우리는 약하지 않아요. 우리 한 몸 정도는 충분히 지킬 수 있거든요."

"그래요! 저희 몸은 저희가 스스로 지킬 수 있는 걸요!"

루시도 싱긋 웃으며 활기차게 대답하자, 감찰관은 그런 우리를 번갈아 바라보았다.

"....루시 양. 자온 씨."

미안함과 고마움의 감정이 뒤섞인 표정으로 작게 웃으며 말했다.

"그 믿음에 보답하도록 최선을 다 할게요 약속드릴게요."

"후후. 강인한 오세린 씨가 그리 말씀해 주시니 든든하네요!"

"고마워요, 감찰관."



[그런 알량한 마음을 신뢰하는 거야? 바보같긴. 키득키득]



갑작스레 들린 선명한 목소리에 누가 그런 말을 했는지 둘러봤지만, 

"형? 왜 그러세요?"

"수현, 방금 뭐라고 말했어?"

"네? 아니요. 아무말도 안 했어요."

"그래? 잘못 들었나...?"

확실히 누구의 목소리도 아닌 이질적인 목소리였지. 찜찜한 마음이 들었지만, 환청이 이렇게 선명하게 들린 적은 없었기에 일단 신경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럼 일단, 보고서는 따로 손을 대지 않고 전달하는 걸로 할게요. 곧바로 정리를 해둘 테니 잠시만....."

수현이 루시와 내 데이터 파일을 그대로 정리하려는 순간,


<위잉> <위잉> <위잉> <위잉>


"이건..... 차원 재해 경보?"

신서울이나 공항에서 간간히 들어봤던, 차원재해 경보가 들려왔다.

"차원종들이 나온 건가?"

"여기는 어느 클로저 팀의 본부라고 하지 않았던가요? 그런데 차원종 출현 대비가 안 되어있다니..."

"왜 그런 건진 나중에 알아보면 되겠지. 일단 나가서 상대할게."

"자온 씨는 저쪽을 부탁드릴게요. 저는 저쪽의 마물들을 상대하고 올게요!"

"그래. 몸 조심하고."

루시와 나는 서로 경보가 발생한 부근을 향해 달려가기 시작했다.



******



"후우..... 후우....."

발걸음을 잠시 멈추고, 가슴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공기가 안 맞나. 여기 오고 나서부터... 왜 이렇게... 숨 쉬기가.... 힘들지?"



TO BE CONTINUE.....
2024-10-24 23:36:5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