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편][유리&세하] 잊을 수 없는 것. 에필로그 下편(사과문 포함)

수민혜 2015-02-24 17





글을 시작하기 전에, 먼저 사과의 말씀부터 올립니다.


전, 어제 새벽중에 이번 하편을 올렸었다가... 제가 말 없이 글을 삭제하게 되었습니다.


그 이유는, 제가 너무 " 사심만 불태운 " 나머지...


내용에 대한 진척이 너무나도 나가지 못한 엉망진창의 글이 되었던 것입니다.


그러니까, 제 의도와는 전혀 다른 글이 올라왔던 겁니다.





제가 글을 쓴걸 보고 누군가가 화를 엄청 냈는지, 저주를 했는지... 악몽을 꿔서 이른 시간에 잠에서 깨버리고 말았더군요...


... 그래서, 결단을 내려... 그 깨어난 시간에 이전에 올렸던 하편을 지우고,


조금 더 시간이 지난 지금. 지금의 하편을 올리게 되었습니다.


그 과정을 거치고, 수정과 내용 추가를 통해, 이번 편을 다시 선보이게 되었구요.


혹시라도, 앞의 글을 보신 독자 분들에게... 혼동을 드려 죄송스러운 마음을 이렇게 전해봅니다.









그럼, 이제부터 글을 보시게 될텐데요.


내용이 꽤 많이 바뀌었다고 생각합니다. 앞에서 지우기 이전 글을 보셨던 분들은 크게 느끼실 부분일거에요.


하지만... 그 때보단 더 부드러운 글이 되었다고 생각합니다.


독자 분들의 판단이 어떨지는 모르겠지만... 말이죠.



앞에서의 제 이야기는 여기까지 입니다.


나머지 이야기는, 아래에서 하도록 할게요! : )








이 글의 이전 편은 아래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closers.nexon.com/ucc/fanfic/view.aspx?n4pageno=1&emsearchtype=WriterName&strsearch=%ec%88%98%eb%af%bc%ed%98%9c&n4articlesn=1467 ← 중편 링크!






그리고 오타 및 이상한 부분이 느껴지는 글귀는 상시로 수정하니까, 어감이 바뀐다고 해서 당황하지 마세요! : )



그러므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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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자, 방해꾼도 밥하러 갔겠다. 이제 여자끼리의 시간을 가져볼까? "


라고 말씀하신 세하네 엄마였다.


" 아... 하하... "


나도 일단 세하를 따라가고 싶기는 했지만... 게임 이외의 약점이 세하에게 있다는 말을 듣고선, 내 몸은 정직하게도 세하네 엄마를 향해 있었다.


... 분명, 세하는 속으로 엄청 불안해하겠지...?


" 세하의 약점이 궁금할거야. 안 그러니, 유리야? "


내가 속으로 세하를 걱정하고 있다는 것을 알았는지, 아줌마가 말씀하셨다.


" 아... 네. 궁금해요. 헤헤... "


하지만, 나도 욕심은 부리고 싶었는지 그렇게 답해버렸다.


" 후훗, 그럼 잠깐만 기다려줄래? "


그렇게 말씀 하시면서, 아줌마는 잠깐 방으로 들어가셨다.


아줌마가 오시는 동안 혼자 있기엔 조금 심심했던 탓일까, 거실을 천천히 둘러보기 시작했다.


내가 사는 집이랑은 역시 달랐다. 넓은 거실에... 여러명이 앉기 좋은 넓은 소파,

그 사이로 소파들과 잘 어울리는 모양의 탁상, 우리 집에서는 볼 수 없는 벽걸이형 TV... 인가? 아무튼 그 것도 있고.

그리고 바로 옆에는 넓은 창문이 있었고, 그 너머로 베란다가 있어서 조금 어두운 밖의 배경이 눈에 들어왔다.

넓은 창문을 열고서 베란다로 나가면, 바로 바깥 바람을 맞을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이 왜 그렇게 멋져보였는지...


여기까지만 본다면 정말 나무랄데 없이 좋은 집이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문득 세하가 떠올랐다.


세하는, 늘 혼자라고 했었다. 집에 돌아와도 늘 혼자였고, 세하의 엄마... 아줌마는 거의 뜸하게 볼 정도였다고 했을만큼 얼굴을 마주보는게 어렵다고 했었다. 그래서, 이 넓은 집에 세하가 혼자 있었을 것을 생각하니... 마음이 조금 먹먹해졌다.


어렸을 때부터 알고 지내왔던 세하와 나. 엄마와 아줌마의 만남으로 처음 만난 나랑 세하는 그 이후부터 친해져왔다.

처음 만났던 그 때도 세하는 항상 무표정한 얼굴로 게임기를 가지고 놀고 있었다. 그런 세하가 왠지 모르게 신경이 쓰였던걸지도 모른다.

세하가 무슨 반응을 보였든, 난 세하의 옆에 단짝처럼 붙어다녔다. 세하는 그런 내가 신경쓰여서 짜증을 낼때도 있었지만... 그렇게 화내고 있을때 웃음을 지어보일때면, 난감해하면서 게임기로 고개를 돌린 세하가 생각나자 저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 혹시, 지금도 그럴까?


" 찾았다~! "


그 때, 아줌마는 외침과 함께 무언가 가지고 나오셨다. 모양새를 보니... 앨범이었다.


" 이건...? "

" 세하의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의 이야기가 담긴 앨범~! "


... 네? 저, 제가 들은게...


" ... 네!? 정말이에요? "


나는 아줌마의 말에 다시 앨범으로 눈을 돌렸는데... 우와. 갑자기 앨범에서 광채가 나는 느낌이었다.


" 왜, 한번 볼래? "

" 네! "


나는 당연히, 고민 없이 긍정을 외쳤다.


" 헤에, 하지만 그냥 보여주기는 싫은걸? "

" 네에!? "


너무해요! 라고 하고 싶었지만... 어른 앞에서 그런 말을 할 수는 없었다. 정말 너무하다고 해도, 아닌건 아닌거였다.


" 으음~, 뭐가 좋을까? "


나는 아줌마의 말에 심장이 두근거렸다. 뭐... 뭘 제안하시려는걸까...?


" 그래! 날 ' 어머님 ' 이라고 부르면 이 앨ㅂ... "

" 어머님!! "


그대로 주저없이 입을 열고서 외친 나를 볼 수 있었다.


...... 어? 내가 지금 무슨 말을...? 어... 어!?


" ...... 으아아앗!? 죄송해요! "


나는 그제서야, 내가 무슨 말을 내뱉었는지 알아버렸다. 그 것에 나는 엄청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아무리 제안하신다고 해도 말이지... 어머님이라고 주저없이 말을 하다니? 뭘 어떻게 설명해야할지...

내가 아니어도 다른 사람들 같았어도 나랑 비슷한 반응을 보였을거야...


" 풉... 푸하하하핫! "


그리고 그런 내 모습을 보고서 발을 동동 구르며 박장대소를 터트리시는 아줌... 아니, 어머님 이셨다.


" 어... 어머님...! "


나도 지금의 내가 부끄러운 줄은 알았는지, 얼굴이 확 빨개지는 듯한 느낌을 받아버렸다.


" 아이고, 배야. 푸하핫! 와, 정말 대박이야. 어떻게 한번의 고민도 없이 어머님! 이라고 외칠 수가 있어, 하하핫... "

" 그... 그래도... "


헉, 그냥 잠자코 말을 들었어야 했는데... 꼬리가 길면 잡힌다는게 뭔지 보여준다는 듯, 그 말 한마디로 어머님께서 내게 시선을 주셨다.


난... 그대로 체념한다 생각하고서 입을 열었다.


" 어... 어머님 이라고 부르고 싶었어요... 세하네 엄마... 시니까요. 아... 안되는 거였나요...? "


우우... 내가 정말 무슨 말을 하는거야... 지금의 난, 반 자포자기 심정이었다.


" 에이, 왜 안되! 사실 이렇게라도 안하면 세하랑 결혼식 할때까지 어머님 소리 한번도 못들어볼 것 같아서, 일부러 이렇게 자리를 깔아준 거였거든. 그걸 그대로 활용할 줄은 상상도 안했지만, 이 결과도 나쁘진 않다고 생각해. "


어머님은 눈물을 찔끔 짜내시는 손짓을 하시면서, 동시에 내게 앨범을 내미셨다.


" 자, 세하의 추억이 담긴 앨범이야. "


아직까지도 광채가 나던 앨범에서 눈을 떼지 못했던 나는, 곧 눈을 깜박이면서 앨범을 봤다.

... 내 눈에 콩깍지가 씌였는지, 아직도 광채가 나는 앨범이 눈에서 떨어지질 않았다. 그런 앨범을 보고선...

손을 내밀줄 알았지만 내 몸은 생각과는 다르게 고정되어 있었다.


" ... 어머님이랑 같이... 보고 싶어요. 그래도 되요? "


그리고 어머님을 보면서 그렇게 말씀드렸다. 세하의 어릴 때부터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보는게 어디 쉬운 일이었을까?

그 기회를 놓치고 싶은 생각은 없었다. 다만, 그 기회는 나만이 누려서는 안됬다.

어머님께서 주신 기회를, 어머님과 함께 하고 싶었다. 분명 무의식적으로 떠오른 말이지만, 내 마음 속에선 그 것을 간절히 바라고 있기 때문에 이런 말을 했던 것이리라 생각했다.


" ... 고마워, 새신부. "


내 얘기를 듣고서 손을 꼭 잡아주신 어머님. 어... 그 전에...

... 지금 내가 들었던 얘기가... 뭐였지? 새... 새신... 새신부...? 내 머리속에 울리는 말이 정말 이게 맞는거야?

나는 아무런 말도 못하고, 어머님의 손길을 받아 소파에 앉고선 세하의 추억이 담긴 앨범을 보게 되었다.

머리 속이... 새하얘지는 기분이었다.


' 새... 새신부... 그럼... 내가 세하의 신부...?

...... 으으... 일단 진정하자... 정신 차리자구! '


라는 마음가짐을 안고, 앨범을 살펴보기로 했다.


첫장을 넘겨서 본 사진은, 우선 어머님으로 보이는 젊은 여자분과, 다른 여자분 이렇게 해서 두분이 계신 사진이었다.

복장을 보아하니, 학창시절을 떠올리려는 듯 우리와는 다른 구식 교복을 입고 있으셨다.

같은 복장이지만, 어머님 쪽에선 활발한 인상으로 주목을 받았었다면, 옆에 있는 분은 인상에서 드러나는 고운 외모로 주목을 받는 분이 있었다. 그런데 어째... 이 고운 인상의 여자분에게서 익숙한 느낌을 받아버렸다.

내가 생각하는게 맞다면, 이 분은...


" 혹시... 오른편에 계신 분이... "

" 응. 너희 엄마야. 유진이. "


맞췄다는 듯이 말씀하신 어머님의 말에, 옆의 여자분이 내 엄마라는 것을 알았다.

그도 그럴게... 사진에 있던 엄마의 사진이나, 지금의 모습이나... 엄마는 정말 예쁜 모습 그대로 지금까지 유지되고 있었다.

... 여자인 나도 인정하고 싶을 정도였다.


" 어휴, 아무리 생각해도 이 때의 유진이는 진짜 이기적인 외모로 남자들의 남심을 죄다 사로 잡았다니까? 정말 내가 살면서 미스테리 였던건, 이 시기부터 내가 유진이랑 둘도 없는 친구가 됬다는 거야. "


추억에 잠기신 듯 미소를 지으시며 그 땐 그랬지, 하는 느낌을 보여주셨다.


" 처음 만났을 때였나? 길을 가고 있는데 불량배 여럿이서 여학생 한명을 괴롭히고 있었던거야. 그런 불의를 보고 참을 수가 없어서, 그 불량배들을 때려눕히고 그 여학생을 구출을 했던 적이 있었지. 그 여학생이 지금의 유진이야. 아마... 그 때부터 유진이가 나랑 단짝처럼 붙어다녔던 것으로 기억해.

알고 보니까, 유진이가 타지에서 전학을 오는 바람에 학교 내의 사정을 잘 알지 못했거든. 친근하게 다가온 남학생들을 따라갔다가, 봉변을 당할뻔 했던 것을 내가 구해준게 되버린거야. 나도 딱히 친구가 많은 것은 아니어서, 서로 단짝처럼 지내기로 하고서 매일같이 붙어다녔어.

그 때 이후로 우리 둘한테 별명이 붙어버렸는데... 유진이가 공주님이고, 내가 공주님의 여기사 라고 불렸었지. 왜 나는 기사냐고 하면서 항의를 한 적이 있었는데... 불량배도 때려잡는 애가 무슨 공주님으로 불리길 바라냐 라는 말을 듣고 꽤나 충격을 받기도 했었단다. "


뒤... 뒷얘기를 하실 때 어머님 표정이... 웃는게 웃는게 아니신 것 같았다. 어... 얼마나 충격을 받았으면...

그러고보니... 나도 남 얘기 할만한 처지는... 아니구나.


" 그런 나를 위로해준게 유진이였어. 너도 충분히 아름답다고, 그 아름다움이 색안경에 가려져 다른 사람들이 그 진가를 못 알아보는 거라고 말야. 유진이는 그런 애였어. 자기 자신보다, 타인의 장점과 좋은 부분을 알려주었고, 그걸 지지해줬구. 정말, 이 때의 유진이가 너무나도 어른스러워서 닮고 싶어했을 정도였어. "


어머님은 인정하시는 듯이 추억에 잠긴채 미소를 지어주셨다. 방금 전의 웃음과는 차원이 다른 것 같았다.


그렇게 앨범을 넘기다가, 남자 두분과 함께 있는 어머님과 엄마의 사진이 눈에 띄었다.


" 이 사진은 무슨 사진이에요? "


난 그 사진을 가리키며 어머님에게 물었다. 어머님은 그 사진을 보면서, 그리움에 잠긴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 이 사진이... 내가 클로저 요원 시절 때 격려차 와준 유진이한테 내가 믿는 동기 녀석 둘을 소개시켜줬을 때였을거야. "


어머님은 그 말씀과 함께 내 손을 꼭 잡아주시면서 말씀을 이어가셨다.


" 그리고 이 두 남자가 각각, 세하의 아빠랑 유리... 네 아빠이기도 하단다. "

" ... 네? "


난 그 말씀을 듣고서... 어머님이 나를 붙잡은 이유가 여기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버렸다.

어쩌면 세하의 또다른 약점을 알려준다는 것이 이유가 아니라... 세하가 모르는 비밀을 내가 알고 있기를 바라시는 마음이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 세... 세하랑... 저희... 아빠요...? "

" 응. 너희들 눈 뜨기도 전에 돌아가신... 너희들의 아빠란다. "


어머님의 말씀을 듣자마자, 두 남자분의 모습으로 시선을 돌렸다.

찬찬히 살핀 난, 두 분의 모습에서 각각 세하랑... 내 동생 유신이의 얼굴이 떠올랐다.

지금 유신이는, 내가 마련해준 돈으로 친구들끼리 여행을 가있는 상태여서 이 사진을 못본다는게 아쉬울 따름이었다.

물론, 유신이가 있었다면 이 앨범을 볼 수 있었는지는 미지수였지만 말이다.


" 네 아빠는 정말 혀를 내두를 정도로 지식파였어. 전투도 담당했지만, 나랑 활동했을 당시에 브리핑 역할을 도맡을 정도였거든. 무엇보다... 어떤 여자가 대시를 걸어도 별 관심 없다는 듯이 반응하고는 했었어.

의외로 내가 활동 했던 시절에는 예쁜 여자 동료들도 많은 편이었거든. 그래서 우리들 사이에선 철벽남 이라고 인식되서 어떤 여자한테 반할지 궁금해하곤 했었는데, 이 때 찾아와준 유진이를 보더니... 그 자리에서 굳어버리는거 있지? "


아빠에 대한 설명을 짧게 해주신 어머님. 얘기를 들어보니, 정말 유신이는 아빠의 모습과 성향을 그대로 받은 듯 보였다.

내가 활동적 이었다면, 유신이는 책과 공부를 정말 좋아했다.

그 때문에 학교에선 매번 높은 성적을 유지하고 있었고, 덕분에 어느 학교에서나 유신이를 받아주는 스펙을 쌓은 상태다.

내 동생이지만, 정말 자랑스러운 동생이었다.

물론, 너무 철저한 나머지 어머님 말씀 같이 철벽남 같은 분위기는 감출 수는 없었지만 말이다.


" 같은 마음이었는지, 유진이도 네 아빠를 보고서 한눈에 반했다고 하더라구. 이후로 격려차 많이 와줬고, 그럴 때마다 우린 네 아빠랑 유진이를 보면서 놀려먹기 급급했어. 그 과정에서 난 세하네 아빠랑 눈이 맞았지.

정말이지, 우리 팀원들이 나랑 아빠들을 볼때면 항상 놀림을 받아버렸구 말야. 그런데, 오히려 그런게 더 좋았던거 있지? 말은 그렇게 해도, 우리들의 행복을 지지해준 것 같아서... 그 녀석들이 정말로 고마웠어. 그래서 시기가 잡혔을 때, 결혼을 했고. 그 땐... 누구도 부럽지 않은 결혼식을 치르기도 했단다. "


그 때의 기억에 젖으신 듯... 행복했던 그 시절로 돌아가신 표정을 지어주셨다.

뭐... 뭐야... 어머님이 너무 예뻐 보이시잖아... 사랑을 하면 저렇게 아름다워지는걸까...?


' ... 어...? 나... 나 지금... 질투한거야? '


그런 생각을 하자, 난 다시 한번 부끄러워서 속으로 소리 없는 비명을 질러버렸다.

질투할 대상이 없어서 어머님을 질투하다니... 벼... 별꼴이야...!


... 그러면서도... 나... 나도, 어머님처럼... 예뻐질 수 있을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으으... 부끄러워...

곧 시선을 돌린 나는 앨범을 넘기면서 아이를 안고 계신 어머님과 엄마의 모습이 담긴 사진을 볼 수 있었다.

두 분 모두 아이를 안고서 사진을 찍은 장면이었는데... 날짜가...


" 6월... 3일? 세하 생일 때네요? "

" 응. 유진이랑 한날 한시에 같이 낳자고 내가 약속했는데... 못 지키게 되서 내가 이 날에 세하를 출산한 날이기도 해... "


조금 부끄러우셨는지, 어머님은 머리를 긁적이시며 말씀하셨다.


" 으, 이건 유리 너 때문이야! 넌 뭐가 급하다고 유진이를 고생 시켜가지구! 네가 예정일을 딱 지켜서 출산되는 바람에 내가 긴장해버려서 세하의 출산 시기가 늦어졌다구! "

" 네...? 네!? 제... 제가요!? "


... 이건 또 엄청난 내용이었다.


" 내가 임신을 한주 늦게 하기는 했지만... 유진이랑 시기 최대한 맞추려고 내가 얼마나 관리를 해왔는데... 흐으... 우리 새신부 미워... "

" 저... 어... 어머님!? "


갑자기 침울해지신 어머님을 보자, 난 어떻게 이 상황을 극복해야할지 갈피가 잡히지 않았다.

세하라도 있었으면, 어떻게든 달래드릴 수 있었을텐데... 나 혼자 달래드려야할 것을 생각하니, 조금 막막했다.

그... 그래서 나는...


" 어... 어머님~♡! "


... 어... 엄마한테 가끔... 아주 가끔... 부리는 애교를 어머님한테 선보이기로 했다.


" 으... 으앗!? 새신... 아니, 유리야! 왜... 왜 이러니! "


어머님은 나의 그 반응에 얼굴이 새빨개진채로 나를 바라보셨다. 저... 저도 부끄러워요...


" 저 때문에 침울해지신 것 같아서, 위로해드리고 싶어서요! 부족하긴 하지만, 세하의 신부가 되면 세하만큼 어머님한테 효도해드릴게요! 그러니까 기분 풀어주세요~♡ 네~? "


나는 최대한 어머님의 기분을 풀어드리기 위해 엄청난 발언을 터트린 줄도 모르고 있었다.

... 그리고, 그 발언을 터쳤다는 것을 안 순간, 속으로 엄청난 비명을 질러버리고 말았다.


" ... 유... 유리야. "


그제서 진정이 되신 듯, 어머님은 나를 지긋이 바라보셨다.


" 네... 네! 어머님. "


나는 순간 경직된 듯이 반응을 해버렸다. 으... 갑자기 왜 이렇게 오한이 들지...? 라는 생각을 한 순간...


" ... 으휴, 너는 정말 좋겠다. 정말 엄마의 성향을 그대로 똑같이 받아버렸으니까. "

" 네...? "


그렇게 말씀하신 어머님이 내 쪽으로 오시더니, 좋아서 못참겠다는 듯한 표정을 지으시고서 내 볼을 꼬집고 주욱 당기셨다.

마치, 세하를 살리기 이전에 지나 언니한테 당했던 그대로가 떠오르는 상황이었고, 또한 그 고통은 너무나도 익숙했다.


" 요, 요 기특한 애교는 어디서 배워가지구! 나 순간 거짓말 안하고 유진이한테 애교 받은 것처럼 느낀거 알아? 어쩜 이렇게 엄마랑 딸이랑 아주 판박이야! 아유, 귀여워! 사랑스러워! "

" 어... 어허잉... 아... 아하여... 이어 호 노코 마흐하이며 아해하여...? 흐이... "

(어... 어머님... 아... 아파요... 이거 좀 놓고 말씀하시면 안될까요? 흐잉...)


나는 살면서 내 볼이 이렇게 잘 늘어나나 싶을 정도로 주욱 당겨지는 내 볼살을 느끼면서, 동시에 당겨지는 만큼의 고통도 느껴졌다. 흐으... 정말 아파...


" 헤헷, 그만 놔줄까? "

" 에...! 에! "

(네...! 네!)


어머님의 말씀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끄덕이는 나를 볼 수 있었다.

그 모습을 보더니 씨익 웃어보이시면서, 동시에 다시 주우욱- 당기시다가 탁! 하면서 놓아주셨다. 그리고...


" ... 아우우우... "


... 나는 양손을 내 볼을 문데면서 그 고통이 가시길 간절히 바랬다. 흐잉... 너무 아팠어요... 어머님...
그렇게 아파하고 있을 때였다. 눈가에 조금 부드러운 감촉이 느껴져서 눈을 떴는데, 어머님이 내 눈가에 고인 눈물을 조금 닦아주신거였다.


" 에구, 눈물이 많은 것도 똑같다니깐. 진짜 엄마랑 판박이네, 판박이. "

" ... 헤헷. 저는요, 엄마랑 똑같다는 말을 듣는게 정말 좋아요. "

" ... 어쩜 이리... 못 말리는 점도 똑같네? 어휴, 이 못 말리는 새신부야. "


어머님의 말을 듣고서, 나도 모르게 활짝 미소를 지어보였다.

하지만 내 말은 진심이었다. 다른 엄마들을 보다가, 우리 엄마만 보면 우리 엄마만큼 예쁜 사람은 없어서 난 정말 크면 엄마처럼 닮고 싶다는 생각을 했었으니까.

막상, 이렇게 어머님 한테서 엄마랑 판박이라는 말을 듣자, 기분이 너무 좋았다.


그런 나를 보시던 어머님의 표정이 조금 바뀌셨다. 어머님의 그 표정은... 이제는 말해야 되는걸까? 하는 느낌이 느껴질 정도였다.

무슨 말씀을 하시려는 걸까...? 하고 생각하던 순간... 눈 앞에서 믿기지 못할 상황이 벌어졌다.


어머님이... 내 앞에서 무릎을 꿇고서 나를 올려다보고 계신 거였다.


" 어... 어머님...? 이게 무슨... "

" ... 유리야... "


어머님은 내 양손을 꼭 잡아주셨다. 그런데... 어머님의 손이... 너무 많이 떨고 계신 것 같았다.


" 미... 미안해... 유리야... 내가 그 때 더 빨리 네 아빠를 구했다면... 적어도 네 아빠는 살릴 수 있었는데... "

" 어... 머님...? "

" 너무 늦었지만... 미안해... 유리야... "


나는 그 때, 어머님의 눈에서 흐르는 눈물을 보게 되었다. 왜 울고 계시냐며 묻고 싶었지만, 이후에 들려오는 얘기 때문에 그 말을 할 수가 없었다.


차원 전쟁 종결 시기에, 급작스러운 차원종의 습격으로 인하여 요원들의 긴급 출동 명령이 떨어졌다고 했었다.


어머님도 출동하려고 했었지만, 아직 산후 조리기간이 끝나지 않은 상태라 세하네 아빠랑 내 아빠는 어머님을 두고 출동을 하게 됬다고 했다. 차원종의 전력이 강한 편이 아니라는 보고였기 때문에 그녀의 부재로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라고 두 분께서 어머님을 말렸기 때문에 했던 선택이었다.


하지만 결과는 참담했고, 그 여파로 세하의 아빠는 그 자리에서 전사, 내 아빠는 자리를 박차고 출동한 어머님이 무사히 구출하시긴 했지만... 길어야 3년 이라는 시한부 판정을 받으셨다고 했다.


그 사건이 종료되고, 차원 전쟁은 정말 종지부를 찍게 되었지만... 어머님과 엄마의 삶은... 그대로 무너지시는 줄 알았다고 말씀하셨다. 특히... 어머님은 그 죄책감 때문에 엄마를 더 볼 수 없으셨다고 하셨다. 세하의 아빠는 그렇다고 쳐도, 내 아빠만큼은 구해주고 싶었는데... 그러지 못했다는 이유로... 그렇게 하셨다고 했다.


그 이후에도, 유신이를 낳자마자 돌아가신 내 아빠의 영향에... 어머님은 절망을 감추실 수 없으셨다 하셨고... 그 때문에 어머님께선 우리 엄마와의 연락을 차마 할 수가 없었다... 라고도 말씀해주셨다.


" ...... "


그리고 다시 어머님은 엄마를 만나 용서를 구하고 지금까지 오게되었다... 라는 얘기로 어머님은 길고 슬픈 이야기를 마치셨다.

얘기 이후로, 어머님과 나는... 서로 오가는 말이 없었다. 어머님은 말 없이 눈물을 흘리고 계셨고, 나 역시 그 아픔이 고스란히 전해지는 바람에 어머님보다 더 눈물을 쏟아내는 것 같았다.

생각해보면, 난 어릴 때 아빠를 조금 본 것 말고는 본 기억이 없었다. 아빠는 어디가셨냐며 물었을 때, 엄마가 슬픈 미소를 지으시면서 말없이 나를 안아주셨던 기억만 날 뿐이었는데... 이런 내막이 있었을 줄은 상상도 못했다.

나 조차도 이렇게 슬퍼하고 있는데... 그 때의 슬픔을 지금까지... 어머님과 엄마가 짊어지고 있었다는 것을 느끼자... 무언가 북받쳐오는 감정을 느꼈다. 그래서 나는...


" ...! "


말 없이... 어머님을... 안아드렸다. 그 것에 놀라신 어머님이 느껴졌지만... 그 것은 상관하지 않고 난 얘기를 이어갔다.


" 흑... 어머님... 은... 바보에요... 그 일이... 어머님 탓이... 아니... 잖아요... 흑... 그런데... 왜... 왜 이렇게... 아파만 하고... 참고만... 계셨던 거에요...? 왜... 왜 어머님을 망가트리면서까지... 왜 그렇게... 흑... 어머님이나 엄마가 없었으면... 저희도 없는건데... 잘못 되시기라도 했... 흑.. 했다면... 저흰... 어떻게 하라구요...! 왜... 왜...! 왜 그렇게 두분이서만 짊어지시는 건데요... 왜... 왜...! 흑...! 흐아아앙...! "


나는 결국, 참지 못하고 목을 놓아 울어버렸다.

이 순간 만큼은, 어머님과 엄마가 정말 미웠다. 그토록 아파하셨으면서... 내색 한번 안하시고, 우리를 돌보시면서 지금까지 살아오셨다는 것이... 너무 화가났다.

하지만... 그래서 어머님이 고마웠다. 이 이야기를 듣고서... 이 아픔을 평생 안고 살아가실 수도 있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는데... 그러지 않고... 지금이라도 이런 얘기를 해주신 것에... 너무나도 감사한 마음이 앞섰다.


그런 내 뒤편으로 어머님의 온기가 느껴져왔다. 자신을 미워하지 않고, 오히려 위로해주어서 고맙다는... 뜻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 어머님... 고마워요... '


우는데 정신이 없어서 말하지 못했던 말이지만... 그러한 마음이 어머님에게 전달되길... 간절히 바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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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


난, 옷을 갈아입고 손을 씻은 이후에 유리네 엄마 뒤에서 잠자코 고민에 잠겨 있었다.

... 아, 진짜... 뭐라고 불러드려야하지? 이전처럼 아줌마...? 아니면... 어... 어머님?


" ...... "


...... 어... 어머님...? 지금 이 말이 내 머리 속에서 나온 말이 맞는거냐?


" ... 어머님? "


그리고 정신차린 순간, 내 귀에서 들려오는 이 한마디가 들려왔다.

... 어? 야! 이세하, 너 지금 니 입에서 무슨 말이 나온거야!


" 어머, 세하 왔니? "


내 목소리를 듣고서 유리네 엄마가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아... 이젠 모르겠다.


" 아... 네. 어머님. "


난 유리네 엄마를 어머님... 이라고 부르며 곁으로 다가갔다.


" 손에 물 묻히게 해서 미안하지만... 조금 도와줄 수 있겠니? "


하지만 아무런 느낌도 없으셨다는 듯, 나를 보며 태연하게 말씀하시는 어머님을 보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물론, 어머님의 그런 태연함에 비해 저녁을 준비하시는 분주함은 감추시진 못하셨지만 말이다.

... 휴, 다행이다. 기분 나빠하시지는 않으시는구나.


음...? 아니지? 물 소리 때문에 못 들으신거겠지? 아마 그럴거야.


" 그럼요. 뭐부터 도와드릴까요? "


그제서 나는 잡념을 던지고 손을 걷어서 어머님을 돕기 시작했다.

오늘 저녁 메뉴는 샤브샤브 였다. 고기를 좋아하는 유리와, 채소를 곧 잘먹던 내 안목을 믿고서 엄마가 선택한 메뉴라고 하셨다.

상상만 해도, 입맛이 다셔진 나는 있는 정성을 다해 어머님의 옆에서 저녁 식사 준비를 도와드렸다.

이래뵈도 혼자 사는데엔 도가 터버렸... 아, 내가 지금 무슨 말을 하는거야?


" 헤에, 세하가 부엌에서 실력 좀 쓴다는 지수의 말이 사실이었구나? "


내가 식자재들을 손질하던 모습을 보셨는지,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 아하하... 평소에 혼자 있을때가 많아서 그래요. "


보기만 해도 아삭한 식감을 줄 것 같은 상추를 씻으면서 덧붙이듯이 얘기를 이었다.


" 그럴 땐 라면으로 종종 식사를 하긴 하지만, 그게 조금 입에 안맞을 땐 직접 재료를 사서 밥 해먹고 그런 것 같아요. "

" 후훗, 우리 유리랑은 전혀 다른 면이 있구나. "

" 네...? 아하하... "


그 말씀과 함께, 어머님이 말씀을 이어가셨다.


" 애가 정말, 몸만 컸는지... 이 아줌마가 없으면 밥도 잘 못챙겨먹고 엄마만 기다린 적이 정말로 많았단다. 가끔 반찬을 해놓고 일을 나가도, 반찬이 어디에 있는지를 몰라서 쩔쩔매던 때를 생각하면... 정말 유리가 나 없으면 어떻게 살아갈지 정말 고민을 많이 하기도 했구... "


한숨을 쉬며 조금 숨을 고르시는 어머님. 아직도 할 말이 남으셨나보다.


" 그렇다고 유리가 나한테 요리라도 배웠다면 모르겠지만... 대회 준비하랴, 나중에 가선 공무원 된다고 여기저기 뛰어다니랴... 밥을 제대로 챙겨 먹는지도 의문이 들 정도로 바쁜 모습만 보이더구나. "


... 유리가 조금 맹탕한 구석이 있는 줄은 알았지만, 어머님 한테서 이런 얘기를 듣자, 그게 정답이었다는 생각이 들어버렸다.

그런데... 왠지 그런 모습이 상상이 가는게... 그런 귀여운 모습의 유리가 머리 속에서 떠오르는 것 같았...


... 이 놈의 생각이 방정이다.


" 이렇게 말하고보니, 유리를 흉보는게 되버려서 미안하구나. "


그런 생각을 했던 때에 맞춰, 어머님께서 활짝 웃으시며 내게 그렇게 말씀해주셨다.


" 아... 아니에요. 유리를 바로 옆에서 보셨던 어머님 이시니까요. 유리를 걱정하시는 마음에서 하시는 말씀이신게, 마음으로 느껴져서요. 하하하... "


내가 무슨 말을 하는건지 갈피가 잡히진 않았지만, 내 얘기로 인해 어머님께서 미소를 지어주셨다.


" 후훗, 고맙구나. 새신랑? "

" 아하하......? "


......


... 어... 잠깐. 잠깐? 생각 해보자. 내가 들었던 말이 분명 새신랑... 이라고 했었지?


......


" ...... 네!? "


나는 도마위에 올린 채소를 썰다가, 기겁해서 힘없이 칼을 놓치고 놀란 표정을 지어버렸다.

저... 저... 어머님...? 새... 새... 새... 새신랑... 이라구요?


" 어머? 세하가 나를 어머님 이라고 불렀는데, 그럼 난 새신랑 이라고 부르면 되는거 아니었니? "


어머님께선 당연한게 아니냐며 물음표를 띄우신 표정을 지어보이셨다.

... 와... 아, 잠깐만요. 제가 놀란 이유가 되게 기분이...


엄청... 엄청나게 좋아서 놀란거거든요...? 아... 아니, 그러니까... 아니... 그... 저...

...... 결국 난 생각을 멈추고 그대로 굳어버렸다.


" ... 새신랑? "


그런데 그 말씀 하나로, 신기하게도 굳었던 내 몸이 활기를 되찾았다.


" 아... 네! 어머님! "


...... 나 왜 이러냐? 너무 당황해서 그렇게 소리치고 말았다.


" 아하핫! 진짜 지수 아들이구나? 그런 점에선 어쩜 네 엄마를 그렇게 닮았니? "


하지만 내 모습을 보시던 유리네 어머님은, 내게서 무언가를 보셨다는 듯이 맑게 웃어보이셨다.

맑게 웃어보이신다는 말을 한게... 그럴 수밖에 없었던건...


활짝 웃으실 때 유리네 어머님의 뒤편에서 빛이 났었기 때문이었다. 이런걸 바로 후광이라고 하지...?


" 새신랑네 엄마도 막 당황하고 그러면 정말 뭘 어떻게 대답 해야할지 몰라서 굳었다가, 다시 부르면 당황하면서 반응하고 그랬단다. 그런데 그런 점이 어쩜 이렇게 똑같을수가... 가끔 지수는 새신랑이 자신의 아들인지 고민한다곤 하는데, 새신랑은 영락없이 지수의 아들이야! 이 어머님이 보증할게. 아하핫! "


어머님은 우리 엄마에 대한 얘기를 해주셨다. 그 때문에 엄마가 병원에서 내게 얘기해준 것이 기억이 났다.

얼마 전에 어머님이랑 우리 엄마랑 술자리를 가지셨다고 했었는데, 거기에서 내 얘기가 나왔던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 말씀을 듣고선 한편으론 정말 다행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마... 그래도 최근엔 외롭지 않으셨었구나. 다행이다. ' 라면서 말이다.


" 하하하... 그... 그런 말은 처음 들어봤어요. 엄마랑 닮았다는 말이에요. "


난 조금 쑥스럽게 웃었다고 생각하며 얘기를 이었다.


" 엄마가 바쁘셔서 항상 혼자 있는 시간도 많은데다가, 부모님 참석이 필요한 행사가 있을 때마다 계시지 않던 엄마여서 그런지... 주변 친구들한테 전 누구를 닮았다, 이런 얘기를 들은적이 거의 없었으니까요. "


마음에 있던 얘기가, 나도 모르게 나와버렸다.

너무 편안하게 얘기를 시작했지만, 그게 내 나름대로 심각한 얘기라는 것을 알았을때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한 이후였다.


" ... 항상 바쁘신 엄마니까, 곁에 없어서 조금 원망했던 때도 있었어요. 하지만, 그런 생각을 해버리면 제가 엄마의 아들이라는걸 부정하게 되는거잖아요? "


얘기하면서, 엄마의 변호를 해주는 것도 잊지 않았다.


" 그래서, 엄마가 바쁘니까 나와 있어주실 시간을 가지지 못하시는거라 생각하면서 지내왔어요. 같이 있고 싶지만, 너무 바쁘시니까 그러지 못하시는구나... 하면서요. "


... 말하다 보니까, 무언가 가슴 속에서 먹먹함이 느껴져왔다.

그리고 이 먹먹함이, 그 때의 그리움에서 나오는 아픔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 엄마도 제가 보고 싶으시지만 바쁘셔서 못 보시는거고, 저도... 엄마가 보고 싶지만 엄마가 바쁘셔서 못 보는거고. 그렇게 생각해왔기 때문에 혼자 있었던 시간도 잘 적응했던거라 생각해요. 물론, 거기에 친구들의 도움도 있었기 때문에 익숙했던걸거에요. "


나는 그 것을 끝으로 이야기를 마쳤다. 그리고 타이밍 좋게도, 샤브샤브 재료들의 손질이 모두 끝난 후였다.


" 어머님. 손질 다 끝났는데 어떤 것부터 가져가면... "


그 때, 내가 누군가의 품에 안겨지는 듯한 느낌이 들어버렸다.


방금 전에도 느꼈던... 비슷한 온기의 품이었다. 그게 순간 너무나도 따뜻했던 나머지 순간 정신을 놓아버릴 뻔했다.


" 어... 어머님...? "


정신을 겨우 잡고서 확인해보니, 유리네 어머님이 나를 안으신 거라는 것을 알았다.


" 아픈 기억을 떠올리게 해서... 미안하구나. "

" ...... "


진심어린 위로가 담긴 목소리가... 내 머리속을 울렸다. 그 때문에 무언가 말하고 싶었는데 말하지 못했다.


" 하지만... 그 것으로 아픈 것을 계속 외면하지는 마렴... 꼭 참기만 하는게 능사가 아니란다. "


그 말씀에... 난 무언가 북받쳐오는 것을 참을 수가 없었다.


" 이젠 울어도 괜찮아... "


내 등에 손을 기대주신 어머님... 아... 안되는데...


" ... 하지만... 하지만... "


아... 나 왜 이래...? 이렇게 말도 못한채 떨고만 있는게 말이 되냐구...!

그런 내가 망설이고 있을 때, 어머님은 꺼놓으셨던 수도를 쎄게 틀어놓으셨다.


물끼리 부딪히는 소리가 너무 커서...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을 것 같았다.


" 울어도 괜찮단다... 아픔을 조금이라도... 덜어놓으렴. 이 어머님이 같이 아파해줄게... "


어머님이 그 말과 함께... 나를 힘있게 안아주셨다.


... 몸이 움찔거렸다. 그리고... 그 것을 시작으로 내 몸이 아까보다 더욱 떨리기 시작했다.


" ... 흑... "


그와 동시에... 나는 눈에서 흐르는 뜨거운 눈물을 주체하지 못했다.

그게 그동안 너무 억눌려있었던 탓인지... 울지 말자고 다짐했건만, 결국엔 완전히 터져서 소리를 내며 울고 있는 나를 볼 수 있었다.


" 흐흐흑... 흑... 흑... 흐윽... 끅... 흑...! 흐어엉...! "


이렇게 누군가의 앞에서... 아니, 어떤 때든간에 울어봤던 적이 있었을까...? 라는 생각과 함께 속에 담겨있던 먹먹함을 터트려버렸다.






" 진정이 됬니? "


얼마나 울었을까, 겨우 진정된 내 모습을 보시던 어머님이 조심스럽게 물어봐주셨다.


" 네... 괜찮아요. 그리고... "


나 역시 조심스럽게 어머님의 품에서 벗어난 뒤, 몸을 숙였다.

... 그렇게 해서라도, 감사의 표시를 하고 싶었다.


" 고맙습니다... 어머님. "


그런 내 모습을 보시던 어머님은 약간 놀라신 듯 했지만... 이내 미소를 지어주셨다.


" 위로가 되었다면, 그 걸로 됬단다. "


어머님의 말씀에, 나 역시 몸을 세우고서 미소를 지어보였다.


" 자, 그럼 이제부터 저녁 겸 상견례 예행 연습을 시작해볼까? "


활기차게 말씀하신 어머님의 말씀에, 나 역시 미소를 지으며 답했다.


" 네. 잘 부탁드려요. 어머님. "

" 후훗, 새신랑도 잘 부탁드려요? "


그리고 그 것이 신호가 되어, 나와 어머님은 서로 미소를 지었다.

내가 손질한 채소와 고기들은 어머님이 손수 옮겨주셨고, 난 거실에 있던 유리와 엄마를 불렀다.


이후에 이어진 저녁 식사 겸 상견례 예행 연습은... 나와 유리로선 굉장히 성대하게 치러졌다.

우리가 그 날 먹었던 저녁의 맛은... 절대 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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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먼저들 이렇게 쓰러지실 줄은 상상도 안했다. "

" 그... 그러게. "


나와 유리는, 난감한 표정을 지으면서 각각 우리의 옆에 있던 내 엄마와 유리네 어머님이 만취상태가 되셔서 술상에 엎어져 계신 모습을 보고 있었다.


그 자리에서 나와 유리는 당당하게 우리의 의사를 확실하게 밝혔고, 그 것에 동조해주신 엄마와 어머님은 우리의 선택을 지지하겠다시면서 축배를 들어올리셨다.

나와 유리는 음료수로 대신 하려고 했지만, 엄마와 어머님께서 딱 한잔만 하라시는 권유에 나와 유리는 한잔씩의 술잔을 들고서 건배를 했다.


처음 마시는 술의 감상평은... 굉장히 쓰고, 묘한 맛이었다.


어떻게 생각하면, 이렇게 쓴 걸 무슨 수로 마시는걸까? 하면서도, 묘하게 끌어당기는 이 느낌이 그렇게 나쁘지가 않았다.

하지만, 그게 위험하다는 것을 이미 알고 있었기 때문에 두잔만 딱 더 마시는 것으로 절주를 했다. 그렇게 딱 세잔을 마셨다. 내 건너편의 유리는... 나보다 한잔을 더 마셔서 네 잔을 마시긴 했지만, 의외로 말짱한 모습이어서 다행이라고 여겼다.


어... 어쨌든, 그렇게 해서 두분은 서로 술이 오가면서 친근하게 예전 학창시절 얘기랑 엄마와 어머님의 연애사 이야기, 솔직하게 나오는 이야기 등등...


우리는 그 이야기를 동경하듯이 경청했고, 이야기들의 절정에 달했을때마다 두분이 드라마 중요 부분에서 다음 시간에 방영하겠다는 흐름 끊기를 하시는 바람에 아쉬워하는 우리의 모습을 볼 수가 있었다.


그 것이 이어지고 이어져서... 지금까지 오게 되었다.


" 아, 일단 두분부터 방으로 모시자. "

" 응? 아, 응... "


내 의견에 조금 늦게 반응하던 유리.


" ... 괜찮아? "


조금 걱정이 되었던 나는 유리의 안색을 살폈다.


" 응. 괜찮아... 헤헤. "


베시시 웃어보이는 유리의 모습이 눈에 들어왔다.

... 그 모습이 너무 사랑스러웠다. 정말 이렇게 유리가 예뻤... 헉, 내가 지금 무슨 생각을...? 제발, 정신 차리자...


" ... 아, 일단 어머님부터... "

" 응... "


먼저 어머님부터 부축하여 엄마 방의 침대에 조심스럽게 눕혀드렸고, 그 다음으론 바로 엄마 역시 그렇게 해드렸다.

나란히 누운 두분을 보고서, 난 약간의 한숨을 쉬며 말했다.


" 으... 정말 술이란게 이렇게 무서운거구나. "


난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했다.


아시다시피 내 엄마는 학살마녀 알파 퀸 이라고 칭송받는 클로저의 정점에 서있는 분이다. 그런 분이 이렇게 술로 뻗으실 줄은... 내가 아닌 누군가로선, 정말 상상이 가지 않을 정도였다.


하지만, 기분 좋게 잠을 청하시는 것 같은 엄마와 어머님의 얼굴을 보고 있으니... 내 입에서 절로 미소가 지어져서 떨어질 줄을 몰랐다. 눈을 굴려서 본 유리도 나와 마찬가지의 반응이었다.


그리고 곧 고개를 흔들어 정신을 차렸다. 이대로 정신 놓으면 치워야하는 것을 내일 아침으로 미뤄야하는 불상사가 일어나기 때문이었다.


" ... 아. 가서 얼른 치우자, 유리야. "

" 응. "


우리는 조심스럽게 엄마의 방에서 나와 문을 닫았고, 식탁에 있는 그릇들을 치우기 시작했다.


유리와 나는 손발을 맞춰 식탁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식탁에 있던 식기들의 정리를 유리가 담당했고, 식탁에서 오는 식기들의 설거지는 내가 했다. 얼른 쉬고 싶은 마음은 유리나 나나 서로 같았기 때문에 더 열심히 정리에 임했다.


서로 일사불란하게 움직여준 덕에, 약간의 시간을 들여서 말끔하게 정리된 식탁과 식기들을 볼 수 있었다. 역시, 하나보단 둘이 더 일하기엔 수월했다.


" 유리야, 뭐 마실래? "


조금 남은 식기를 헹구기만 하면 되는거라, 먼저 쉬고 있으라고 유리를 보냈었다. 조금 떨어져있는 유리에게 그렇게 묻자


" 나 음료수~."


라며 조금 늘어지는 듯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 알았어. 금방 갈게. "


작은 유리잔에 얼음을 두개정도 놓고서 음료수를 따른 뒤, 유리에게 갔다.

내 방에 있었던 모양인지 신기해하는 유리의 목소리가 들려왔고, 곧 방에 도착한 나는 유리에게 음료수를 건넸다.


" 자, 여기. "

" 헤헷, 고마워. "


잔을 받은 유리는 곧 음료수를 시원하게 들이켰다. 보는 내가 다 시원해보일 정도였다.


" 시원해~! "


약한 감탄사를 터트리며 눈을 질끈 감고서 음료수의 맛과 차가움을 고스란히 느껴하는 유리였다.


" 풋... 푸핫! "


그 모습이 너무 귀여웠던 나머지, 입을 손등으로 막으며 웃음을 조금 터트려버렸다.


" 에엣...? 왜 웃는거야! "


내 모습을 본 유리가 조금 인상을 쓰며 나를 바라봤다. 으아, 뭐 때문에 그렇게 웃는거야! 하는 얼굴빛이 그대로 보여진 것을 보니까 참을 수가 없었다.


" 유... 유리 너가... 너무 귀여워서 그렇잖아. "

" 무... 뭐...!? 으잇! 자꾸 애 취급할래!? "


무언가 분했던 모양인지 나를 약하게 두들기면서 그만 웃으라는 몸짓을 보였다.


" 으앗? 아야! 그... 그만 때려! "

" 싫어! 나 약올린만큼 때려줄거야! "


어딘가 모르게 애교 섞인 목소리가 들려온 듯 했다. 하지만 그 것과는 별개로, 유리의 주먹은 정말 아팠다.

컥... 자... 잠깐. 생각해보니, 얘 손이 엄청 매웠었지? 주먹을 쥔 손으로 여기저기 맞다보니까, 내 몸이 남질 않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그 모습마저 귀여워서 막질 못하겠어...!


" ... 사... 사실을 말한건... 데... "

" 뭐...!? 우으...! 이세하! 너! 주거써! "



내가 거기에 불을 질렀는지, 유리가 혀가 꼬이는 목소리로 말한 뒤에 두들기는 속도를 높였다. 나의 이런 남모를 고통을 아는지 모르는지, 계속 분해하며 나를 두들기는 유리.

이대로면 아마 기절할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했던 나는 어떻게 해야할지 고민하고 있었는데...


" 어... 어어...? "


두들기다가 지쳐서 몸이 휘청인 유리를 발견한 나는 곧바로 몸을 움직여 유리의 아래로 몸을 받친 뒤에 바닥으로 넘어졌다.

쿵! 소리가 나면서 바닥에 넘어진 나는 눈을 잠깐 뜨지 않은채로 유리의 상태를 살폈다. 다리부터 몸까지 전부 나를 쿠션 삼아서 다친 것 같지는 않았다.


... 덕분에 나는 그 충격으로 인해 속으로 아픔을 호소해야했지만... 말이다.


" 윽... 유리야, 괜찮아? "


나는 천천히 눈을 뜨며 유리에게 물었다.


" 응... 난 괜찮아. 세하야말로 괜찮... "


유리의 답이 들려오다가 멈췄다. 그래서 이상한 나머지 눈을 마저 뜬 난... 유리가 왜 답을 마저 못했는지 깨달아버렸다.


" ...... "

" ...... "


... 유리가... 내 몸 위에서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그 것도... 조금만 앞으로 갔다면 서로 입술을 맞댔을 정도로... 가까운 거리였다.


...... 난 속으로 비명을 으악! 하면서 지르고 있었다. 몸을 소스라치게 반응시키면서 벗어나고 싶었는데, 아픈 몸은 말을 안듣지, 지금의 광경에 너무 놀라서 목소리조차 나오질 않지... 그나마 다친 구석 없는 유리마저 내 눈동자를 보면서 얼굴이 빨개진 채로 반응이 없지...


이... 이대로라면... 위험해...!


" ... 유... 유리ㅇ... "

" 미... 미안...! "


정말, 유리한테 너무 감사할 정도로... 유리가 먼저 소스라치게 놀라서 내 위에서 벗어나주었다.

덕분에 조금 숨통이 트이긴 했지만, 약간 어질했던 것은 어쩔 수 없었는지 몸을 일으키는게 늦어졌다.


" ... "

" ... "


뒤이어... 다시 이어진 유리와 나의 침묵... 그 어색함을 깨기 위해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 다... 다치진 않았지...? "

" 으... 응... "


유리는 고개를 푹 숙인채 고개를 끄덕여주었다. 휴... 그래도 다치지 않았으니... 다행이다.

... 그리고, 갑자기 너무 더웠다. 술을 먹어서 나오는 증상인가 싶었다. 내 방이 이렇게 뜨거웠나, 싶기도 한 상황이었다.


그래서 나는... 유리를 향해 이렇게 말했다.


" ... 내... 내 방에서 자. 난 거실에서 잘게. "

" 어...? "


유리는 어째서... 라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봤다.


" ... 여자를 거실에서 재울 수는 없으니까. 원래 남자가 거실에서 자야 하는거야. "


맞는 말을 꺼내기도 하면서, 그런 말 밖에는 꺼내지 못하는 내 자신을 보고는 머리를 긁적여버린다.

... 더 이상 여기에 있다간 무슨 일이 일어날지 몰랐던 나는 고개를 흔들고서 입을 열었다.


" 그럼... 잘 ㅈ...! "


난 마저 말을 마치지 못하고, 입이 막아졌다.

... 유... 유리의 입맞춤 때문이었다. 그리고... 나는 곧 유리의 그 입맞춤에 맞춰 비슷한 리듬을 타기 시작했다.


" ...! "


읍... 잠깐... 안돼. 이건... 안돼. 놓칠뻔한 이성을 겨우 붙잡은 나는 유리의 양 어깨를 잡아 나와 거리를 두게 했다.


" 하아...! "


그 것에 놀랐는지 유리가 거친 숨을 토해내었다. 그 모습을 본 난... 갑자기 심장에 불이라도 타기 시작했는지 뜨겁게 뛰기 시작했다.


진정... 진정해야 되는데... 제발... 진정하자...


" ... 유리야... 난... "

" 가지마... "

" ...! "


나는... 지금 내가 듣고 있는 말이 제대로 듣고 있는 말인지 의심이 될 정도로... 애처롭고 간절한 유리의 목소리를 듣게 되었다. 그 목소리에 놀라서 유리를 보고 있는데... 어느 순간부터 눈물을 흘리고 있던 유리의 얼굴이... 눈에 들어왔다.


" 흑... 가... 가지마... 세하야... 흑... 흐으으... "


... 아팠다. 이... 미치도록 뜨겁게 뛰는 심장 때문에 아파 죽을 것 같다.

유리의 우는 모습을 보는게 싫었다. 아니... 무서웠다. 그래서 난... 결국 유리를 우는 입을... 내 입으로 막았다.


" 읍...! "


이게... 이렇게 되면 안된다는 것을 나도 안다. 너무나도 잘 알고 있다. 그런데... 멈출 수가 없었다.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이렇게 할 수밖에 없는 내가 죽고 싶을 만큼 미웠다.

하지만... 나의 이기지 못한 충동을 위로하려는 듯... 유리 양팔로 나를 부드럽게 감싸주었고... 곧... 우리의 입술이 서로 얽혀 들어갔다.


몽롱하지만, 뚜렷해지는 정신. 서로를 원하는 마음. 서로를 다치게 하고 싶지 않은 마음...
그 모든 것이 하나가 되는 순간... 우리는 그 것을 좋아하는 감정 그 이상인... 사랑... 이라고 생각했다.


유리와 나는... 그렇게 서로 같은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







.







.






" ... 그런 일이... 있었구나. "


조금 시간이 지난 이후... 겨우 정신을 잡고 주체가 어려운 욕망을 이겨낸 나는, 유리를 아프게 하지 않았다는 것에 내 자신에게 감사해한 것과 동시에, 잠들지 못하는 유리의 옆에 누워 있으면서... 유리가 방금 전까지 엄마에게서 들었던 모든 이야기를... 내게 들려주었다.


엄마와 어머님... 그리고... 얼굴도 못본 돌아가신 아빠와 유리의 아빠...

자신의 부재에 대한 엄마의 죄책감... 그 아픔들을 정말... 고스란히 담고 지금까지 오셨구나...


... 엄마도 진짜 미련해... 미련하다구... 그 때문에 방금 전 그렇게 눈물을 흘렸는데도... 눈물이 흘러버린 나였다.


" ... 울어...? "


옆에서 유리가 조심스럽게 물어왔다. 그 목소리에 나는, 아니... 라고 할까 했지만, 이미 흐르고 있던 눈물은 가려지지 않았다.


" ... 응... "


내 대답을 듣던 유리는, 곧 내 품으로 안겨와주었다. 그 것에 놀란 나는 다시 한번 심장이 뜨겁게 뛰었다.

이... 이러지마, 유리야...


" 울어도 되... 세하 곁엔... 내가 있잖아... "


유리의 그 말에, 내 마음 속에 있던 무언가가 풀린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 앗... "


그런 유리를... 나는 꼭 껴안았다. 그런 유리가 내 곁에 있어준다는 것이... 너무나도 고마워서... 사랑스러워서... 말이다.


" 유리... 야. 네가 깨어났을 때, 하지 못했던 말이 있었는데... 들어줄래...? "

" 응...? "


두근... 두근... 내 심장 소리와 유리의 심장 소리가 서로 들려왔다. 이러다 심장이 터지는건 아닌가, 하면서 순간 고민하게 되었다. 하지만...


" ... 사랑해. "


나는, 곧 내가 하고자 하는 말을 전달하기에 이른다.


" ...! "


내 말을 듣고서 놀랐는지, 움찔거리는 유리의 몸짓이 느껴졌다.


" 내 곁에 있어줘서... 정말 고마워... 그리고... 사랑해... "


말하는 내내 살떨리는 목소리가 내 심장을 자극했다. 제발... 진정좀 해주라...


" 진심으로, 사랑해. 서유리... "


조금씩, 천천히... 그렇게 내 이야기를 전했다.

그리고... 유리가 내 품으로 깊숙히 파고 들어오면서... 나를 껴안았다.


" ...! 유리야...? "

" ...... 마워... "


내가 놀랄 틈도 없이, 유리가 내게 무언가 말하고 있었다.


" 유리야...? "

" ... 고... 마워... 세하야... "


유리가 그 말을 마침과 동시에...


" 흡...!? "


... 다시 한번 유리가 내 입술을 가져가버렸다... 그리고 이내 입술을 떼면서, 나를 보고 수줍게 말했다.


" 나도... 진심으로, 사랑해... 이세하... "


유리의 말을 듣고... 내 심장은 이미 내 심장이 아닌 것 같았다.


조금 참지 못했던 나는, 곧 유리의 입술을 가져갔다. 아까 전의 빼앗김에 대한 복수였다.

짧은 입맞춤 이후에 들려온 나와 유리의 숨소리... 사랑스러웠지만, 위험했기 때문에 나는 최대한 참고... 또 참았다.

그런 내 모습을 보더니, 조금 웃음을 터트려버린 유리였고, 나 역시 그런 유리의 웃음 때문에 웃음을 터트려버렸다.


오늘의 이 날은... 잊을 수 없는 날이 될 것 같았다.






.




.




.






" ...... "


으... 눈부셔. 창문에 비치는 빛이 감고 있는 내 눈 앞으로 비쳐지는 것을 보니... 해가 뜨고 있는 아침인 것 같았다.

그럼 추정 시간이... 약... 7시 40분 정도 되겠구나. 나는 천천히 눈을 떴다.


" ... 좋은 아침인가... 윽... "


잠깐 머리가 어지러운 느낌이 들었다. 참... 어제 엄마랑 어머님의 권유로 술을 조금 마셨었지...?

이게... 엄마가 말하는 숙취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 ... "


그러면서, 내 옆에서 새근 잠들어있는 유리의 모습을 발견했다.

... 어째, 자는 모습도 이렇게 사랑스럽지...? 그 때문에 유리의 머리를 쓸어 넘겨주었다.


" 우웅... "


아직 더 자고 싶었던 모양인지, 유리는 깨어나지 않았다.

... 하. 하. 하. 좋아. 그럼 느긋하게... 유리의 자는 모습이나 구경해볼...


- 벌컥!


" 아들! 아들! 아침 다 됬으니까 얼른 일어나! "


... 까- 했는데... 타이밍 좋게도... 엄마가 들어와서 산통을 깨버리셨다.

아, 이게 아니지...? 라고 생각한 순간......


... 아. 지금 내 옆에 유리가 있는... 데?


" ... 으아아아아아악!? 어... 어... 엄마!? "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내 방에 들어온 엄마를 향해 비명을 질러버렸다.


" 으앗, 깜짝이야! 어휴, 아들! 왜 갑자기 비명을 지르고 그래? "

" 아... 아... 아니, 아니! 엄마! 들어올 땐 노크라도 하고 들어오셔야죠! "


나는 무언가 찔리는 사람처럼 엄마를 향해 으악- 으악- 소리를 내고 있었다.


" 어머? 우리 사이에 무슨 노크가 필요하니? 그리고, 하도 시간이 지나도 나오지 않길래 직접 와서 부르러 온거거든? "

" ...... "


... 엄마의 말씀이, 하나 같이 다 맞는 말들이어서 뭐라 반박할 수가 없었다.


" 아... 아니, 그래도 그렇지! 습관적으로 그러시면...! "

" 우웅... 세하야...? "


그 때였다. 내 뒤에서... 사랑스러운 목소리로 나를 부르는 목소리가 들려온게...

... 하느님, 맙소사...


" ...... 어머... 새신부 까지 여기에 있었어? "

" 우웅...? "


새... 새신부...? 라는 건... 유리를 말하는 거겠지...?

그 말을 듣던 유리도 잠을 깨다가, 순간 자신의 처지가 어땠다는 것을 알고는...


" ... 어... 어... 어... 어머님...!? "


... 나와 똑같은 반응을 엄마한테 보이는 유리였다.


" ... 이게 무슨 일인지, 설명해주지 않을래? 우리 아들? "

" 저... 저... 있... 잖아요... 그게... "


이... 이걸... 어떻게 말을 해야하지...?

어... 술김에 같이 잤어요...? 유... 유리가 가지 말라고 해서 같이 잤어요...?

... 망할! 결국엔 같이 잤다는 것은 인정하고 가야하는거잖아!!


" 어머님... "


유리가 내 뒤에서 목을 양팔로 살며시 감싸주었다.

우... 우와... 살떨리게... 왜이래... 유리야...?


" 세하랑... 같이 있을 수 있어서... 좋았어요... "


... 정말 살갑고 수줍은 목소리가 나와 엄마와 내 귀를 부드럽게 울렸다.

응...? 잠깐... 그런데 왜 유리의 살결이 느껴지는... 헉?


" ......!? "


나는 생각을 멈추고 내 복장을 살폈다. 사... 상의가 걸쳐져있지... 않았다.

부... 분명 잘때는 상의를 입고 있었는데...? 어째서...?

유리의 상체가 내 등을 기대고 있었기 때문에, 옷감 특유의 촉감이 느껴진 것을 보니 다 벗어버리진 않아서 다행...

...... 뭐!? 설마... 유리도 소... 속옷 빼고... 걸쳐진 상의가 없단... 거야? 진짜 그런거야!?


" ... 아들. "


갑자기 무겁게 내려앉은 엄마의 목소리에... 나와 유리는 그 자리에서 놀랄 수밖에 없었다.


" 네... 네...? "


그게 무서웠던 나머지, 떨리고 있는 내 목소리가 들려왔다.

유리도 엄마의 분위기를 알아챘는지, 내 곁에서 떨어질 생각도 하지 못했다.


그리고... 엄마의 손에서 갑자기... 내가 쓰던 건블레이드가 나오는게 아닌가?


" ... 오늘, 저 하늘에 떠오를 하나의 별이 될 준비를 하려무나. "


엄마의 단호한 목소리가... 내 방을 울렸다.

...... 나... 오늘... 살아남을 수 있을까...?


라고 생각하면서도... 어느샌가 깍지끼며 잡은 유리의 손과 내 손은... 서로 놓치지 않고 꼭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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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 이 것으로, 진짜로 하편이 끝났습니다.


다만, 아직 이야기가 끝난 것은 아니므로... 다음 편이 진정한 완결편! 이 되겠네요.


한마디로... 상, 중, 하, 완결. 이렇게 네편이 되겠습니다.





............ 죄송합니다. 다 제가 부족한 탓이에요... llllllllOTL





아... 여튼, 잊을 수 없는 것 하편이 " 다시 " 나왔습니다.


그리고, 이번 편같이 올리고 말 없이 지우는 일은 없게 하겠습니다.


좋은 글... 까지는 아니어도, 기대에 부흥하는 글을 쓰도록 노력할거구요.


만일, 조금 늦더라도 이 사람이 애써서 글을 쓰는 모양이구나! 하면서 기다려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 )





물론, 이 글이 그렇게 기대에 부흥하는 글일지에 대한 고민도 됩니다.


제가 실력이 더 좋았다면, 이번 하편에서 모든 내용을 끝냈을텐데


세세하고 많은 것을 보이고 싶었던 나머지 욕심을 부리다가 결국 화를 불러버렸습니다.


... 면목이 없군요... 반성하겠습니다 ㅠㅠ...






그럼, 독자 여러분...! 마지막 완결편까지... 잘 부탁드립니다!



+ 이번 편의 포인트는... 유리의 ♡ 와 유리 중심의 내용입니다! : )

유리 부분 쓰면서 저 진짜 죽을뻔했거든요...? 독자 여러분...! 부디 그 것을 못본체하지 말아주시옵소서... lllllllOTL






P.s : 그러고보니, 완결편 에다가 모든 것을 쓰려면 이거보단 훨씬 길어질텐데... 독자분들 보시기에 지치진 않을까 걱정도 됩니다... llllllOTL



아! 그리고 완결편에서 간단하게 Q&A 를 하고자 합니다.



혹시라도 궁금하신점이 있으시다면...



이번 화를 보시고서 댓글로

하고싶으신 말씀 + 질문내용 ← 대로 적어주시면 완결편에서 Q&A 코너를 따로 작성한 뒤에 쓰도록 할게요! : )

(글에 관한 내용만 질문해주세요! 이후의 기획 글이라던가 등등... 그 외에... 다... 다른건 안됩니다...!)


물론~ 이렇게 글을 쓰고는 있지만... 설마 질문하시는 분들이 많기야 하겠어? ㅎㅎㅎㅎㅎㅎ


그... 그렇다고 돌은 던지지 말아주세요... 아파합니다 ㅑ (






그럼 정말로 여기까지! 모두들 좋은 하루 되세요!!








2024-10-24 22:23: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