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Sunken is Starlight

SPYAIR 2015-02-23 6

이 주일에 한 번, 나는 이 곳으로 온다.


엄마조차 모르는 나의 비밀장소다.


엄마가 바쁘신 날만을 골라, 이곳으로 왔다.


이곳은 별이 잘 보인다.


누가 깎아놓은지 모르는 통나무의 밑동에 앉는다.


하늘을 올려다본다.


별이 빛난다.


수많은 별들이.


나를 비춰준다.


사실 나를 비추는게 아니다.


모두를 비춰준다.


나를 비춰주길 바란다.


나를.


나를.


나만을.


비춰주길 바란다.


아무리 노력해도, 인정을 받으려 해도,


결국 그들은 나를 나로 ** 않는다.


나도 노력한다. 그들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그들에게 있어서 나의 노력은 당연한 것이다.


어이가 없다.


'넌 그 사람의 아들이니까, 이 정도는 당연하지.'


'저 녀석이 알파 퀸의 아들이라고? 저게?'


사람들은


날 사람으로 ** 않는다.


그저 물건같은 것으로 본다.


난 당신들의 물건이 아니란 말이야.


난 이세하라는 이름이 있어.


당신들이 말하는 그 알파 퀸, 서지수씨의 아들이야.


하지만 그 아들이라는 것 만이 나의 존재이유는 아니란 말이야.


그런 어른들이라면 다 필요없어.


차라리.


"별빛에... 잠겨 버리라지..."


무심코 생각해 낸 말을 입 밖으로 내뱉었다.


처음엔 이게 무슨 이상한 소린가 생각했다. 하지만 생각해보니 멋졌다.


이거... 멋진데?


"별빛에... 잠겨라!"


다시 한 번 말해봤다. 꽤나 멋지다.


"푸훗!"


...어디선가 여자 아이의 웃음소리를 듣고, 난 쑥쓰러워졌다.


다시 보니, 내 나이 또래의 검은 머리카락을 한 여자아이가 웃고 있었다.


"으아아아... 방금 건 못 들은걸로 해줘!"


"아...알았어. 헤헤..."


여자아이는 웃으며


얼마 남지 않은 밑동의 자리에 앉았다.


"앉아도 돼?"


이미 앉아놓고 뭘 묻나. 난 무언으로 답했다.


"여기 경치 좋다~"


"그렇지? 여긴 내 비밀장소야."


"이제 비밀장소 아닌데?"


그 여자아이는 날 바라보며 웃었다.


그렇게 됐네. 이젠 두 사람의 장소가 되었다.


기왕 이렇게 된 거, 그냥 두 사람의 비밀장소가 되는 것도 나쁘진 않겠지.


"근데... 넌 어떻게 여기로 왔어?"


"여기? 아... 사실... 부모님이랑 싸웠어."


그 여자아이는 자신이 친구와 놀다 집에 늦게 들어온 걸 부모님이 혼내서, 울면서 그대로 집을 뛰쳐나왔다고 했다.


"넌 이런 근사한 곳을 어떻게 알아낸 거야?"


속마음이 복잡해지는 말을 받았다.


"어른들에게 들키기 싫었어."


"엄마한테도?"


"아니, 그런 건 아냐. 단지..."


난 아까 전까지 혼자서 속으로 삭히고 있던 말을 마구 꺼냈다.


"그들은 날 나로 ** 않고, 엄마의 아들로 봐. 엄마의 아들인 건 맞아. 그런데 이건 아니잖아!


난 나일 뿐이지, 나중에 자라서 엄마의 대용품이 될 그런 녀석이 아니라고! 나쁜! 나쁜 어른들!"


난 어느새 일어나서 돌부리를 걷어차며 울고 있었다.


"**... **!"


"..."


여자아이는 놀란 눈으로 날 바라보고 있었다.


그리고 나에게 다가와선


...


껴안았다.


"괜찮아... 울지마..."


마치 엄마의 품 속에 안긴듯 한 따뜻함. 난 그 속에서 흐느껴 울었다.




어느 정도 울다보니, 지쳐서 다시 앉았다. 그리고 다시 하늘을 봤다.


하늘에선 유성이 떨어지고 있었다.


"와! 별똥별이다!"


"저건 유성이야."


"그게 그거다, 뭐!"


여자아이는 자기도 안다는 듯이 삐죽댔다.


"근데... 너 집에는 안 가?"


"아 맞다... 엄마 아빠가 걱정하고 계실 텐데... 근데 혼나기는 무섭고..."


"가 봐. 아마 엄청 걱정하고 계실 거야."


"넌?"

"나? 난 괜찮아."


멀리서 누군가를 찾는 목소리가 들렸다.


"어... 엄마?"


여자아이는 어느새 눈에 눈물이 맺힌 듯 했다.


그 눈물에 별빛이 비춰 내 눈을 찔렀다.


"그럼, 다음에 또 보자. 난 이 주일에 한 번 여기로 와."


"어...그래! 그럼 그때 보자!"


여자아이는 그렇게 말하며 달려갔다.


아 참, 이름을 안 물어봤네.


"너, 이름이 뭐야?"


"응, 내 이름은..."


...


...


여기까지가 내 다섯 살 때 가장 기뻤던 기억이다.


이 주일 뒤, 난 그 곳으로 가봤지만, 그 아이는 찾을 수 없었다.


차원전쟁이 발발해서 민간인들은 위험한 처지였다.


들리는 소문에 의하면 그 아이는 부모님을 차원종에게서 잃었다는 듯 했다.


그 후 그 아이도 행방불명되었다고 들었다.


아마 그 정도였으면 그 아이도 무사히 살아있진 못할 것이다.


다시 그 아이를 보긴 어렵겠지.


난 아무도 없던 둘 만의 비밀장소에서, 혼자 울었다.


울고있던 날, 별은 밝게 비춰주었다.


하지만, 내 어린시절 방황하던 때 날 잡아줬던 세 가지를 생각하라면


게임과, 엄마와, 그 여자아이였을 것이다.


그리고 난 그 아이를 기리며, 그 아이를 죽인 차원종을 용서할 수 없어서, 클로저가 됐다.


언젠가 널 죽인 차원종도 죽이리라.


널 오랫동안 기억하리라.


널 잊지 않으리라.


그리고 난 현재, 수습 요원이 되었다.


그 이름모를 아이를 생각하며, 난 내가 쓰는 기술중 가장 강한 기술의 이름을 붙였다.


결전기. 유성검.


"별빛에... 잠겨라...!"


"그 대사... 좀 오글거린다고 생각하지 않니, 이세하?"


"넌 또 왜 참견이야! 넌 남자의 멋을 몰라! 유성이 얼마나 멋진데!"


"하지만 그 바보같은 대사는 그만해 줘."


저 녀석은 자꾸 참견이다. 내가 멋지다는데 뭘.


그런데 방금,


내가 별빛에 잠기라고 말했을 때


저 녀석, 웃고 있지 않았던가?


...착각인가?

2024-10-24 22:23:4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