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3장 3화, 천사 사냥 中
AI미스틱 2021-03-17 0
“개체 우리엘, 의식을 잃었습니다.”
-위상 파장 안정화, 허무의 관 정상화.
오세린의 등장과 거의 동시에 순간적으로 의식을 잃은 우리엘의 폭주는 곧장 진압되었으며, 아주 잠시동안의 시간을 번 허무의 관은 시스템상의 오류가 아닌, 실제로 허무의 관 내부에서의 위상력 출력을 확인했음을 밝혔으니, S급 차원종조차 평범한 개가 되어버리는 허무의 관을 망가트리는 것이, 특S급 차원종이라 부르는 것이었다.
괴물, ‘힘’의 상징. …그것이 표방하는 것은 절망이었으니, 다운되어가는 허무의 관의 모습이, 그것을 절실하게 깨닫게 해주고 있었다.
수많은 작전 끝에 포획한 특S급, 우리엘.
고작해봐야 출력 따위의 차이가 아니었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 신이 내려오기 위해 제조된 몸과, 법칙으로부터 이어받은 법칙의 편린이었다.
그러나, 아무리 법칙을 손에 넣었다고는 하나, 이미 망가질대로 망가진 정신, 더 이상 붙이기도, 꿰매지도 못할 정도로 망가져, 이제 아무것도 남지 않은 훼손된 정신은 정신계열 클로저인 오세린이 접근하기 쉬운 상태에 부합했다.
“제가 일시적으로 그녀의 정신을 잠재웠어요. …말을 나누고 싶어서 찾아왔는데,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을 줄은 몰랐네요….”
“오세린 요원….”
오세린이 가한 순간적인 행동은 현재 상황을 유지하는 것밖에 하지 못한다.
한 번 당한 이상, 두 번은 당하지 않을 터. 검은 힘을 휘감게 된다면 그 이후 그녀가 간섭할 여지는 없어질 것이 분명했기에, 유주가 유리창 너머로 물었다.
“무슨 일로 찾아온거지, 오세린 요원?”
“특S급 차원종 어비스 계열… 아니, ‘클로저’ 연하은 씨에게 볼일이 있기 때문이에요.”
허무의 관이 안정되어가는 사이, 오세린은 적어도 그녀의 진의를 알고싶다며, 정신 감응을 시도하고 있었다.
그녀가 읽을 수 있는 것은 강한 감정의, 격한 격류와도 같은 것. 의식이 아닌 내면적으로 드러나는 성질을 읽는 것으로 대상의 의도에 감정적으로 다가가려는 것에 가까웠다.
하지만 허무의 관이라는 시설 특성상 그리 쉽지는 않았던 걸까, 한참이 걸린 다음에서야 정신 감응에 성공한 오세린은 악몽에서 깨어나듯, 강렬한 숨소리와 함께 식은땀을 흘리며, 숨을 고르기 시작했다.
─화산의 구덩이처럼 끓어오르는 듯한 분노와 증오, 그리고… 깊은 슬픔….
그것만이 느껴지는 가운데, 아련히 느껴지는 단 하나의 감정에, 오세린은 마음을 다잡았다.
‘클로저’로서 존재했던 연하은이라는 인간… 그 최후의 파편. 그것은 아무리 법칙이 내려앉고, 꿈속에 가라앉아 있다 하더라도 그녀를 지탱해주는 주춧돌로써 존재해왔다.
정신 감응이 강해진다. 감정을 읽어내는 정신 감응일지언데, 이토록 강렬하게 끌려가는 감각은 처음이었던 오세린은 마치 물이 흐르듯 단지 끌려가는 것 외엔 할 수 있는 일이 아무것도 없었다.
암흑과도 같은 천지. 상하좌우조차 구분되지 않는 그 안쪽에 들어서니, 그 검은 것들은 모두 분노이자 증오. 자신을 저버린 인류와 유니온에 대한 분노와, 또한 그녀를 실험체로써 무자비하게 사용했던 그들에 대한 깊은 증오였다.
숨쉬기조차 벅찬 감정 속에서 고개를 돌리며 활로를 찾고 있노라니, 피부를 스치는 바람 하나에도 격렬한 슬픔이 담겨있었다.
─지킬 수 있었을텐데.
지키지 못했다는 슬픔과.
─죽을 수 있었을텐데.
죽지 못했다는 슬픔과.
─어째서….
내가 이런 일을 당해야만 하는가에 대한 슬픔이 뒤섞여서.
마치 지옥도. 망령의 원혼소리처럼 메마른 외침만이 다가와 정신을 침식한다.
일방적으로 읽어내는 정신 감응과는 달리, 서로의 감정을 공유하는 감정 공유. 상대 쪽의 강한 감정에 의해 침식당할 우려가 큰 그 메리트를 오세린은 알고 있었기에 쉬이 사용하지 못했고, 또한 어떤 감정을 공유한다 해서 알 수 있는 일이 없다는 것을 알고 있었기에, 사용하지 않았건만.
도대체 무엇이 그녀를 일방적으로 이런 세계까지 끌어들였던가.
귓가를 메아리치는 아우성, 어지럽기 그지없는 세상.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 세상 속에서, 걸어가는 그녀를 가지 말라는 듯, 달라붙으며 잡은 한 손이 있었다.
“가지…마….”
강하게 붙잡는 손길에 이끌려, 고개를 돌리니, 검게 물든 세상과는 달리 새하얗기 그지없는, 단 한 줄기만 비치는 세상 속에는.
“가지 마….”
울고있는 소녀가, 있었다.
그리고 이 새가만 세계에서.
그 자그마한 소녀를, 상처입은 소녀를. …아픔 속에 울고 있는 소녀를 위해 울어주는 목소리는, 어디에도 들리지 않았다.
‡ ‡ ‡
“자연 재해.”
…특S급 차원종에 대해서는, 이 한마디만으로도 충분히 설명이 된다.
자연재해. 마주하는 순간 죽는다. ─그 정도의 격차가 존재하며, 한낱 인간 따위가 막아설만큼이나 약한 것이 아니다.
그러나.
“지금부터 하늘새 팀은… 일본의 ‘이자나미’를 비롯한 특S급 차원종, 어비스 계열. 인식명 ‘우리엘’을 상대로 토벌을 시작하겠습니다.”
리르의 목소리는 확고하고 단호했으나, 그것에 대해 한 손을 들며 유주가 물었다.
“…그 이자나미 팀 말인데, 감당할 수 있긴 한건가?”
“거기에 대해서는 민수호 부산 시장님께서 아머드 특경대를 파견해주시기로 하셨습니다.”
“아머드 특경대… 쉬이 움직일 수 있는건가?”
“모르겠습니다만… 차원종과의 대규모 교전 이전에, 클로저와의 전투 역시 염두에 두어**다고 말씀하시더군요. 결국, 부산과 클로저는 대척점에 있으니까요.”
그리고 애초에 클로저란 인간을 지키기 위한 직업.
아무리 아머드 특경대라 해도, 아무리 적이라 해도 섣불리 진심을 냈다가는 일본의 국제적인 입장에 해가 끼칠 것을 우려할 것이다.
하지만 그걸 염두하더라도.
“이자나미의 ‘여우’는 어떻게 할거지?”
S급 클로**지 가게된다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거기서부터는 ‘영웅’이라 불리는 존재들과 맞먹는 영역. ─전쟁에서 살아남은 인재들을 뛰어넘는, 재능조차도 다가갈 수 없는 성지.
대 테러 진압은 물론 시가지 전투를 비롯한 모든 상황에 대해서 압도적인 우위에 서 있다.
현 시점에서 각국의 ‘영웅’들은 이미 ‘알파’들에게 다가갈 정도의 기량을 가지고 있었으니, 설령 전투에서 뒤떨어진다 한들 당시의 그들에 비해 더 높은 실력과, 많은 경험을 보유하고 있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이었다.
그런 수준의 ‘여우’를 상대로 버틸 수 있는 인간은 현재 하늘새 팀에서는 유주나 하얀, 둘밖에 존재하지 않는다. …도대체 어떻게 아머드 특경대만으로 버틸 수 있다고 단언하는건지.
하지만,
“그들은 일본 국민들을 살리기 위해 정부가 그들과 손을 잡는 것을 용인했습니다. …그들도 결국 클로저. 거기에 아머드 특경대가 가지고 있는 특수 장비들을 사용한다면, 어쩌면 버티는게 마냥 무리만은 아닐겁니다.”
“그런가. …하지만 저쪽에서 움직이기 전까지는, 우리도 섣불리 움직일 수 없겠지.”
“그렇죠. 우리가 이곳에 왔다는걸 저쪽은 알고있지만… 저들이 어떤 행동을 할지, 어디에 있는지… 우리는 모르니까요.”
결국 저쪽에서 어떤 식으로 나와야지만 대응이 가능하다는 결론밖에 없으니 답답할 수밖에 없었다.
차원종은 적어도 차원종들이 나타나는 등의 전조 현상은 보였지만, 이들은 그런 전조 현상조차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지금 당장 싸우는 것도 무리인 것이 파리에서부터 싸워온 데미지의 축적이 너무 거대했기에, 그걸 풀 만킁믜 시간적 여유는 필요했다.
“우선 어비스가 행동을 보이기 전까지는… 충분히 몸을 휴식시켜두세요.”
─부산이 아무리 평화롭다고는 해도… 언제 전쟁이 벌어질지 모르니까.
그리고, 하늘새 팀이 그토록 우려하던 사태는 벌어지지 않았다.
우연인지 부산에 도착한 지 채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마치 해안가에서 산책이라도 한 듯 발견된 한 명의 여성은, 하늘새 팀과 안면이 있었다.
“…도망쳐 온 건가? 녀석이, 도망치는걸 두고 볼 리 없는데.”
“거래였으니까요. …여기까지밖에 말하지 못해요.”
그렇게 말한 ‘현단아’의 클론은, 잠시 자신을 복잡한 시선으로 바라보는 단아를 보고서는, 몸을 돌려 그 손으로, 상처입은 단아의 볼을 매만졌다.
“아프니?”
“…네….”
─많이, 아주 많이.
그 날, 관이 불타는 그 날.
그 날… 백골이 잿더미가 된 그 날.
…그, 날… 어머니를 떠나보낸 그 날….
모든 것을 잃어버렸고.
유니온은, 그 모든 것을 탈취했다.
아프고 아파서, 이 몸에… 이 마음에 남은 상처가 도진다. 아프게 찢어진다.
날카로운 철의 단검으로 심장을 도려내듯, 쑤시는 가슴 부위가 아물지 않아, 말이 채 나오지 않는다. 차오르는 무언가에 말문조차 막혀, 할 수 있는 것이 아무것도 없었다.
“어머니, 난….”
난…….
“나는….”
꾸욱, 강하게 쥔 두 손에 방울져서 떨어진다.
주륵, 짙게 드리워 가려진 두 눈에서 새어나오는 눈물이 상처를 타고 흐른다.
차라리 만나지 않았다면 좋았을 것을.
차라리 몰랐더라면 더 좋았을 것을.
하지만.
…모른다면, 선택지조차 주어지지 않기에.
당장 눈앞에 다가온 강한 부정不正을 억지로 ‘바르다’라면서 받아들이면서, 끝내 울음을 터트리며, 헤엄치는 목소리로, ‘어머니’를 향해 말했다.
“나는… 올바르게….”
차마 그 이상 나아가지 못한 목소리에, 마치 알겠다는 듯, 천천히 다가가 단아를 끌어안은 ‘현단아’는, 끌어안은 팔에 더욱 힘을 주며, 텅 비어있는 ‘가짜’의 몸 안에, ‘진짜’의 파편을 흘려넣으며 말해주었다.
“…잘 커줬어, 단아야. …잘, 커줬어….”
슬픔과 괴로움 사이에서, 더 편해지기를 갈구한 소년의 갈망은.
그 갈망에 동조하듯, 소년을 위해 어머니의 가면을 쓰고, 그녀는 함께 울어주었다.
그 슬픔을 이해해주는게 아프고, 아프고, 아파서.
하염없이 아파서, 눈물이 더 이상 나오지 않을 때 까지.
단아는… 어린 아이로 돌아가 ‘보고싶었다’며, 어린 아이처럼 울고있었다.
“누군가 말했나니, 울고있는 사람을 위해 우는 이야말로, 진정 사랑스럽게 가련한 사람이노라 하였다.”
“…무슨 이야기야, 세이지?”
“그냥… 어떤 소설의 한 구절이에요.”
하지만.
“부산 사람들에게 있어, 우는 이를 위해 울어줄 수 있는 이는 없겠죠.”
“그렇겠지.”
자신을 위해 우는 것만으로도 괴로워하는 이들에게, ‘타인을 위해 울어달라’고 감히 말할 수 있을까.
가족을 잃고 모든 것을 잃은 사람들에게 누가 감히 말하랴. 그것은 그저 기만일 뿐이니까.
하지만, 오히려 그들이야말로 더 기만자일지도 모른다.
자신을 위해 하염없이 울어준 소녀를 위해, 단 한마디의 눈물조차 내어주지 않았으니.
기만자가 아니고서야, 그들에겐 울음을 요청도, 울음을 원할 자격조차 없었다.
“어느 누군가의 슬픔과 괴로움을 방관한 이들이, 누군가에게 분노할 자격이 주어질까요?”
“저들에게 있어서는 우리야말로 방관자…라고 여겨지는 것일지도 모르지.”
“그렇다 해서, 그 방관이 합리화될 수는 없는 법이니까요. …‘사람을 바라보기 위해, 난 사람을 위해 사랑을 하였다’고도 하니까요.”
“어디의 구절이야?”
“…방금 지어낸거에요, 뭐… 무슨 의미가 있다면 좋겠지만요.”
“그래?”
‘사람을 바라보기 위해 난 사람을 위해 사랑을 하였다.’
어째서인지, 만들어진 존재인 그에게 어울리는 듯한 이야기였다.
“저는 인간의 형태를 한 가짜일 뿐, 인간조차 아닌 도구니까요.”
“…세이지….”
무언가 복잡미묘한 표정을 하고있는 세이지를 바라본 하얀은, 그의 이마에 딱밤을 날리더니, 이윽고 웃으며 말했다.
“어린 애가 그런 고민 하지 마. 사람이면 어떻고, 사람이 아니면 뭐 어때? 사람처럼 살아간다면, 그게 사람이라는 것인데.”
“…하얀 누나….”
“그러니 자신이 도구라는 것에 얽매이지 말고… 그저 살아가기만 하면 충분해.”
웃으며 그리 말하니, 알았다며 고개를 끄덕인 세이지는 문득 프레이 아델 로가 언제부턴지 보이지 않는다는 것을 인지했다. 부산에 해를 끼칠 우려가 없다면 그가 없어진다 한들 이곳 사람들에겐 아무 관계가 없겠지만… 일전까지 해왔던 실험만 생각해도 이미 선을 넘어버린 그를 잊어버린 것이 너무나도 큰 실책이라 여겨졌다.
“…언제부터….”
사라져 있었던 걸까…?
의문의 끝자락에 프레이의 행방을 걸쳐둔 채, 부산 사이에 어렵게 스며들고 있노라니, 며칠도 채 지나지 않아 부산에 재해가 몰려오기 시작했다.
“시간이 되었다.”
치직거리는 전광판에서 나오는 한 존재, ‘우리엘’이라 불렸으며, 현재는 법칙이 일그러진 기이한 후드를 쓰고있어, 낮임에도 불구하고 코 위쪽부터는 눈동자를 제외하고선 한 치도 보이지 않는 그것은, 손을 들어올리며 말했다.
어디서 구한 카메라인지, 그리고 어떤 경로로 이 부산 전체의 전광판에 연결했는지, 모든 것이 의문이었으나, 그에 대해 답할 생각따위 당연히 없다는 듯 손을 들어올린 그녀가 차갑기 그지없는 목소리로 말했다.
“절망을 보여주마.”
손을 들어올리니, 화면의 너머. 다르게 말하자면 그녀의 등 뒤에 펼쳐진 단 하나의 기이한 현상. ─검은 색으로 일괄된 나선의 창.
그것을 바라본 세이지가 무언가를 직감한 듯 중얼거렸다.
“불가능해… 저 정도의 형체를 갖추는건….”
이윽고 손으로 붙잡아 던지니, 어딘가의 산에 들이박힌 그것은, 산의 중턱부터 정상까지 으깨어 부수며 끌어당기더니, 이윽고 아무것도 없었다는 듯, 모래도, 먼지조차도 남김없이 모두 없애버린 뒤에야 영향력이 사라졌다.
“이제 끝날 시간이다. …악몽과 함께….”
그와 동시에 끊어진 전광판의 영상은 충격 그 자체였으며, 아직까지 차원종에 대한 공포가 채 사그라들지 않은 부산은, 그 영상이 진실인지 파악하기도 전에 빠르게 대처하기 시작했다.
울리기 시작한 강렬한 싸이렌, 귓가를 맴돌며 앵앵대는 소리와 함께 부선스럽게 움직이는 주민들의 행동은 마치 예약된 순서인 것처럼, 정확하기 그지없었다.
하지만 그 사이에서 유일하게 사람의 파도를 건너뛰어, 건물 사이를 넘어가는 이들이 있었으니, 그들이야말로 이곳 부산에 있는 유일한 클로저 팀, ‘하늘새’였다.
빠르게 움직이는 배경 사이로 세이지에게 하얀이 묻기를.
“아까 그건… 뭐였어?”
‘불가능하다’고 말한 그의 중얼거림을 들은 하얀은, 그 힘이 무엇인지 아는 것만으로도 강한 힘이 될 수 있다 말했으며, 그에 수긍한 세이지가 답해주길.
“중력의… 압축 형태에요.”
“중력의 압축 형태?”
중력은 본래 색을 가지지 않는다. 무형의 물질이자 파동이며, 끌어당기는 일종의 법칙과도 같다. 허나, 그러한 ‘힘’의 방향과 색을 볼 수 있는 세상이 있다면… 그들은 믿을까?
“일종의 이면 세계죠. 물론 볼 수 있는 사람은 없지만요.”
법칙에 해당하는 수준의 존재가 아닌 이상에야, 그런걸 볼 수 있을 리가 없다며 단언한 세이지는 아까 그 중력으로 이루어진 창의 형태를 말했다.
“중력은 본래 무형의 존재. 빚어서 만드는 것도 아닌, 단지 뭉치는 것 뿐이에요. 현재까지 가장 구현율이 높은건 아나 스타피트지만… 아시다시피 아나도 탄환 형태의 고질량탄, 저정도로 섬세한 세공은 불가능해요.”
그리고 동시에 피격된 순간 블랙홀처럼 빨려들어가는 그 힘은 이질적이었으니.
“위상력이 아닌 다른 무언가…겠죠.”
“어비스 녀석들이 쓰는 ‘검은 힘’이겠지.”
검은 힘. 이해할 수 없는 힘 그 자체로, 연하은이라는 존재에게 고통을 안겨준 힘. …그런게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누군가가 운다는 사실에 주먹을 쥔 하얀에게 유주가 다가와선 말했다.
“이 싸움… 이 전투… …마지막일지도 몰라.”
상대는 일본 최고의 베테랑 이나즈마 팀과 함께하는 최강의 어비스. 그렇기에, 누가 언제 죽더라도 이상하지 않을 정도의 싸움.
그 싸움을 어떻게 이끄느냐에 따라 향후 하늘새 팀의 생사가 갈리는 상황 속에서, 살짝씩이나마 스파크가 발현되고 있는 유주가 사뭇 비장해보이는 표정을 지은 채 잔잔한 말투로 흘려보내듯 말했다.
“그렇다 해도… 너만큼은 지킬게.”
─이번이 마지막이라 해도.
“…유주?”
그 말을 채 듣지 못한 듯, 고개를 돌린 하얀에게 아무것도 아니라며 발길을 서두르니, 하늘새가 모이기까지 3분도 채 걸리지 않았다.
발을 동동 굴리며 그들을 기다리고 있던 리르는 곧장 상황에 대한 보고를 개시했으니, 주요 내용은 두 개 뿐이었다.
첫째는 이나즈마 팀의 ‘붉은 여우’가 적군으로 참전했다는 소식과
둘째는 영상이 진실이라는 것.
“하나같이 좋은 소식은 아니군.”
“소식이라 한다면 절망적이겠죠.”
굳이 따지자면 절망적인 소식 중에서도 최악.
그렇기에 여느 때보다도 더 중요한 작전이었다.
“연하은 전 요원, 개체 우리엘의 주요 패턴에 대해서는 모든 사항이 기밀입니다만, 주 무기가 창이라는 인용하여 과거 파일을 불러내어 훈련 프로그램을 조성했습니다. …물론, 사용할 시간이 있는지 없는지는… 모르겠지만요.”
지금 당장 나타난 상대에, 처음 보는 힘. 그것에 대항하기 위해 그녀에 가장 가깝다고 여겨지는 ‘모형’을 만들어냈을 뿐이다. 그것이 얼마나 그녀에 가까운지는 아무도 모른다.
그러나, 그런 확률조차 완벽하지 않은 재현을 두고 도박할 정도로 느긋하지는 않았기에 서둘러 현장으로 향하고자 하니, 커다란 불꽃이 부산의 땅을 이어내는 다리에 피어올라, 여우의 형상을 띄었다.
무시무시하기 그지없는 위상력. 보는 것만으로도 덥다고 여겨질 정도로 방대한 불꽃은 자신이 여기있음을 대놓고 알려주는 행동이나 다름없었으나, 어쩌면 일부러 유인하는게 아닐까, 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였다.
“가야겠지.”
“잠시만요, 시장님께 들은 대로, 이자나미 팀의 상대는 아머드 특경대에게….”
“너는 저게… 평범한 인간의 힘으로 여겨지나?”
리르에게 넌지시 물어보니, 그것을 이해하지 못한 듯한 리르가 순간 잘못 들었나 싶어 고개를 기울이며 눈을 동그랗게 떴다.
“…에…?”
“…S급 클로저… 여기저기에 널려있는 어중이떠중이들과는 차원이 틀려. 하물며 A급조차도….”
─단 한 명만으로도 전장의 노래를 이끈다.
그렇기에 그것을, S급 클로저라 부르며, 많은 이들이 경의를 담아 그들을 이렇게 부른다.
“전장의… ‘지휘자’.”
그리고.
“만약 저게 ‘붉은 여우’라면… 아머드 특경대는 간다고 해도 의미가 없어.”
능력따위에 의존하지 않는 순수하고도 차가운 철의 검기. ─그리고, 동시에 뜨겁게 타오르는 붉은 홍염의 주인인 그 붉은 여우는… ‘부상으로 인한 전장 이탈’만 아니었더라면, 필시 일본 최강의 인간이라고 자부할 수 있으리라.
카득! 하며 갑피가 뜯겨져나간다. 관절부를 잇는 부위가 특히나 약한 갑옷들은, 관절부쪽의 갑피부터 시작해 천천히, 마치 옷을 벗겨내듯 수월하게 부서진다.
특S급 개체 아바돈의 시체로 만들어진 특경대의 아머임에도 불구하고, 두 다리로 채 걷는 것조차 용하지 않은 이의 검에 이토록 의미없이 부서진단 말인가. 찰캉, 하며 맑은 소음과 함께 검이 칼집에 수거되고, 동시에 열 명에 가까운 인원이 실 끊어진 인형마냥 쓰러졌다.
“클로저는 사람을 지키는 자. …칼날로 베어낸 곳은 관절부 뿐. 그 외에는 칼등으로 인한 충격이니 부상은 비교적 적겠죠.”
물론, 칼날로 쳤을 때에 비해 비교적 적다는 의미일 뿐이다.
약 1m에 가까운 길이의 칼날. 그것은 ‘일본도’라기 보다는 ‘태도’에 가까웠으니, 실로 가공할만한 괴력이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적의 상태가 이상했으니.
“…붉은, 여우….”
전쟁의 막바지, 일본에 나타난 최악의 재해, ‘검은 문의 산지기’… 통칭 ‘바알’.
순수한 죽음과 살육을 상징하는 괴물, 특S급의 재해 바알은 서유럽의 용이 실패했을 때, 일본으로부터 재침공을 시도하기 위해 커다란 차원문을 열고 나타났으니, 대부분의 군세를 다른 군세에 합류시킨 그것은 홀몸으로, 일본 국토를 유린했다.
그리고 서유럽의 용의 재해가 끝나가며 차원 전쟁이 마무리되려고 하니, 그제서야 나오기 시작한 자신의 군세를 이끌고 침공을 가하였으니, 이에 대항해 바알의 앞을 막아선 단 한 명의 클로저가 있었다.
그 클로저가 바알을 홀로 막아내는 동안, 수많은 클로저들이 가세하여 차원문을 닫는데 성공했으니, 바알의 토벌 끝에 두 다리를 잃어버린 그녀의 이름은 ‘나즈키 유키호’. 일본 사상 최강의 클로저임과 동시에… 일본 최초의 ‘S급 클로저’였다.
허나, 이 당시 잃은 두 다리로 인해 본 가업을 잇는 것이 어렵게 되었고, 이동하는 것조차 위상력에 의존하지 않으면 불가능해진 그녀는 결국 전선에서 은퇴, 자신과 함께 위상력을 각성한 동생을 대리로 내세움과 동시에 ‘이자나미’ 팀의 정점에 군림했다.
그런 그녀가 이곳에 나타났다는 것은, 결국 일본은 어비스라는 개체와 손을 잡기로 결정했다는 것인가.
“…도대체, 어째서….”
특경대원들을 이끄는 팀장이 그리 묻자, 유키호가 여우의 눈동자로부터 새어나오는 그 안광을 내비치며 답하기를.
“나는, 클로저이기에.”
“…우리 부산 시민들은, 사람조차 아니라는 것이냐!”
“…아니.”
아머드 특경대 팀장의 분노에 완고한 부정 의사를 밝힌 유키호가 씁쓸한 표정을 내비치며 답했다.
“…그저, 같은 조국을 둔 국민 전체를… 구하고 싶을 뿐이야.”
“무슨….”
꽈앙! 순간적으로 사라진 유키호의 칼등이 팀장의 어깨와 목 사이를 정확히 내리쳤으니, 강렬한 통증과 함께 관절부가 뜯겨져나가고, 그 사이를 놓치지 않은 손날이 톡, 하며 맥을 찔러내었다.
사실 말이 ‘톡’이라는 것이지, 사실상 사람이 기절할 정도의 수준이라면 이미 커다란 충격이라는 점에서… 그녀가 지키고자 하는 것은 ‘부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확고히 하고 있었다.
“너희도 그렇잖아? 우리 일본의 시나 현 하나와 너희 국가 전체 중 고르라 한다면… 망설이지도 않을테니까.”
자, 그럼─
“언제 오는거지? 하늘을 누비는 강자들이여.”
지금의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그저… 인간의 마음을 가진 채, 한없이 인간이면서 슬퍼하며, 인간이기를 그만둔 소녀의 명령을 듣는 것 뿐이니.
너희의 날개를 붙잡기 위해, 이 다리 위에서 불길을 태우며 기다리겠다.
그리고 정말, 얼마 지나지 않아.
‘자색’을 태우며 날아오는 이가 있었으니.
“이쪽은 하 얀… 당신은?”
칼날을 빼내어야할 정도의 기를 발산하는 그녀에게, 예의를 다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의미를 담아, 친히 자세를 바꾸기 시작했다.
“나즈키… 유키호.”
힘이 들어가지 않는 양 발을, 마치 과거처럼 땅에 발끝을 세우며 답하니, ‘누워있던’ 모습에서 자세를 바꾸는 것에 위기감을 느꼈는지 자신의 검에 손을 가져다댄 그녀에게 말해주었다.
“S급 클로저… 코드네임 ‘붉은 여우’.”
카앙….
맑고 경쾌한 음색이 울려퍼졌으니.
유리같이 투명하면서도 깨끗한 여우의 칼날과, 칠흑같이 어두운 빛을 띄며 타다 남은 잿더미처럼 망가져있는 자색빛의 칼날이 맞부딪혔다.
터져오르는 한쪽 다리의 불꽃을 바라보자니, 저쪽은 ‘진짜’ 붉은 여우라는 생각이 드는 동시에 유주가 고개를 돌리니, 여우의 가면을 쓴 한 인간이 눈앞을 막아서고 있었다.
키는 170조차 되지 않는 소년…일까? 붉은 여우는 키가 170cm를 넘는 여성이라고 들었는데. 아니, 그 이전에.
‘조용하다.’
열기때문이 아닌, 고요함 때문에 주변이 메말라버릴 것만 같은 가뭄이 내린다.
그저 검을 휘두르는 건지, 아니면 말을 나눌 필요조차 없는 건지….
붉은 짐승의 빛이 번뜩이는 눈동자로 바라보는 것에 ‘짐승’의 위화감을 느끼고 있노라니, 그것이 검을 빼어들기 시작했다.
‘직도!’
직도를 사용하는 ‘이자나미’ 팀의 여우 가면, 그리고 소년.
고등학생 정도의 몸집을 가지고 있는 그가 누구인지 어느정도 인지한 유주가 자신의 건블레이드를 빼어들었다.
일단 부산으로 내려온 뒤, 임시로 지급받은 것이었기에 많은 출력을 감당해낼 수는 없었지만, 무기 없이 맞붙을만큼 실력이 떨어지는 상대 역시 아니었다.
“네가 누구인지… 어렴풋이 알겠군.”
그와 동시에 번뜩이는 칼날에 건블레이드의 날이 부딪히고, 철끼리 맞부딪히는 기음과 함께 유주가 올려쳤으니, 상대적으로 가벼울 수밖에 없는 소년의 몸이 허공을 날다가 이윽고 소리 없이 착지했다.
─이자나미의 가면과 직도. 그리고 소년.
단아같은 ‘창공’의 부드러움이 아닌, 지상에 내려앉은 ‘물’에 가까운 부드러움을 가진 강인한 칼날이자 격렬한 불꽃.
“여우의 대리인….”
몇 번씩 이야기는 들어보았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적이라는 형태를 통해 만날줄은 몰랐는데.
유주의 몸에서 스파크가 살며시 비춰나오니, 파삭하며 가면의 끝자락이 부서져내렸다.
언제 베였는지 이해할 수 없다는 듯, 부러진 곳을 살며시 만지작대는 그에게 유주가 말했다.
“베인게 아냐, 부서진거지.”
한국을 넘어 세계 최고의 위상력 크기를 가지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닌 괴물을 상대한다.
아무리 힘조절을 했다고는 하나 스파크는 계속 발산되고 있었으니, 검압 하나하나에 위상력이 담겨 파장으로 쏟아져 나갔겠지. 가면같이 연약한 것이 버틸 수 없는 것 정도야 당연한 일이었다.
“그럼 소년? 자네가 누구인지… 조금 알려줄 수 있나?”
그러자 소년은 그제서야 가면을 들어올리더니 품 속에 집어넣었다.
밝은 빛을 띄는 피부와 대조되는 짐승의 붉은 눈. ─말 그대로 산속의 짐승같은 눈과, 짐승에게 쫓기는 토끼의 푸근한 인상을 함께 가지고 있는 그는.
“…자기 이름부터 말하는 것이 예의라고… 한국에서는 가르치지 않던가…?”
예상 외로 한국말에 익숙해보이는 것에 조금 놀라자 거추장스러운 외투를 벗어낸 그는 직도를 붙잡았다.
“‘나즈키 유키하’.”
“나즈키… 나즈키? 보통 나츠키라 하지 않던가?”
“우리 일족의 시조 되시는 분께서 ‘나츠키’를 ‘나즈키’라 잘못 발음한 것이, 지금까지 쭉 내려오고 있었다. 그래서 한자는 ‘나츠키’다만, 발음은 ‘나즈키’라 읽더군. …그리고 남의 이름에 태클을 걸기 전에, 당신 이름부터 밝히는 것은 어떤지?”
“…유 주.”
“보통 이름은 두 글자 아니던가?”
“한 글자도 꽤 있다고.”
서로간에 한 번씩 태클을 주고받을 때, 무언가 인지했다.
‘붉은 여우’와 충돌하고 있을 하 얀….
“일났군.”
─일본인은 어느정도 친하지 않는 이상 성씨로 부르는게 예의일텐데, 하얀에게 그런 지식이 있을 리가 있나.
퍼엉! 터져오르는 홍염과 함께 자색 빛이 일렁였다.
어딘가 모르게 화나있는 듯한 불꽃에 실수하고 중얼거리며 이마를 붙잡았다.
하지만 오래토록 그렇게 있을 수는 없었으니, 지금 당장 눈앞에 다가온 재해를 막기 위해 유주가 빠른 진압을 하고자, 소년에게 미리 사과를 요청했다.
“많이 아플거다.”
“…넘어가게 두진 않습니다.”
─쿠르르릉!!
말이 끝나는 순간 번뜩이는 뇌광과 함께, 터져나가는 번개를 막아내고 휘어내니, 간신히 목숨을 부지한 그 사이를 파고든 유주의 손이, 나즈키 유키하의 얼굴 앞을 가리고서는, 번쩍였다.
─쿠릉… 구르르릉….
한때 특수작전관리요원이자, 단일 행동이 가능했던, 준 S급 요원의 권한을 가졌던 유주의 힘은 압도적인지라, 붉은 여우도, 하물며 S급도 아닌 나즈키 유키하가 할 수 있었던 일은 단지… 약 5초 정도, 시간을 버는 일 뿐이었다.
하지만 역시…
“전뇌방전은 힘들군.”
전뇌방전으로 일어나는 커다란 방전 현상은 결국 압축된 위상력이 에너지의 형태를 갖춘 것 뿐. 그만큼 압축된 위상력을 담아내고 뿜어내기 때문에 몸에 오는 커다란 부담을 다른 방식으로 돌리는데에는 가능하지만, 장기전으로 가면 갈수록 방전이 심해지기 때문에 영 좋지않은 연비에 속했다.
비틀거리던 유주는 마침 눈에, 띈 주변에 쓰러져있는 특경대들의 무기들을 **보더니 이윽고 무언가 괜찮은 것을 발견한 듯, 무기를 작동시켰다.
커다란 번개의 소음, 그리고 터져나오는 폭염 속에서, 서로 마주보고 있는 인간이 한쪽은 다섯이었고, 한쪽은 셋이었다.
“두 명만 왔을 거라곤 생각을 하진 않았지만… 당신들, 정말 한국 지부에서 싸울 생각인건가?”
여우의 가면을 쓴 자. 석장을 손에 들고, 다른 한 손에는 부적 비스무리한 것을 붙잡고 있었으며, 나머지 하나는 전신 슈트를 쓰고있는, 빛바랜 회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졌으며, 불타는 눈동자를 가진 특이한 인간이었다.
─아니, 그 이전에.
“인간인건가? 당신은.”
어쩌면 똑같은 처지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넌지시 묻자, 그것에 순간 움찔하더니 팍, 튀어올라서는 손을 들어올렸다.
동시에 공간이 일그러지며 커다란 기곗덩이의 손이 나타났으니, 보는 것만으로도 압사를 예상케끔 하는 그 무지막지한 질량에 세이지가 흑색의 파장을 일렁였다.
─콰앙!!
검은 파장이 퍼져나가며 다리의 기둥을 부러트리고 터엉! 하는 소리와 함께 무언가가 강하게 튕겨 올라왔으니, 지짓대와 다리를 이어주던 와이어가 끊어지는 소리였다.
“…검은 힘?”
“인간의 냄새는 딱히… 나지 않는데.”
동질감, 어디선가 ‘똑같다’는 듯한 감정이 들었다. 동시에 세이지가 강하게 손을 내려치니, 흑색의 파장이 진동하더니, 충격파가 파장으로부터 강하게 쳐올려지고, 어느샌가 무기를 거둔 그녀는 체조 선수마냥 몇 번 펄쩍 뛰어서 물러났다.
그녀를 보며 세이지가 혀를 찼다.
‘부러트릴 생각이었는데.’
충격파는 분명 그녀의 팔을 직격으로 관통했을 터인데, 팔을 바들거리는 것 외에는 부러진 것도 없었던 듯, 주먹을 강하게 쥐었다.
하지만, 얼추 그녀가 누구인지 이해는 가기 시작했다.
한 명의 팀장으로서, 한 분대의 팀장에 선 자로서 적의 전력을 파악하는 것쯤은 당연한 일이었기에.
“‘블랙 엔젤’… 타치바나 아유미.”
“나를 알아?”
“물론.”
탄생한 기원이 어느정도 연관이 있으니까.
지키기 위해 더 강한 힘을 강구하고, 언제부터인가 ‘지키기 위한’ 것이 아닌, ‘나라간 경쟁’이 되어버린 이 세계에서 인체 실험은 몇몇 나라에선 거의 당연하다는 듯 일어났다.
그 중에서도 가장 피해가 적어, 향후 몇 년동안은 경제 규모가 가장 거대했던 일본이 한 짓은.
“헤카톤 케일의 두개頭蓋 파편으로 만들어낸 최초이자 최후의 완성작. ‘피를 강구하는 죄악’, 666 모듈의 개량… 코어, ‘엔젤 하트’를 장착한 인간병기. 심장의 펌프질로 인한 ‘생명력 순환’을 원동력으로 발생시키는 대량의 위상력 증폭. 그리고.”
─‘허수 공간 생성’의 힘.
“방대한 위상력을 토대로, 무식하게 거대하고, 그만큼 무거운 물체조차도 넣었다 꺼낼 수 있는 ‘병기’라면야 하나 뿐이니까.”
“너… 너무 많이 아는 것 같은데….”
“말했잖아? …어떻게 보면 같은 동포라고.”
정보정도야 어느 정도 들어본 적이 있었지만… 설마 성공했을줄은.
침을 삼킨다.
한쪽은 일본이 실패했던 최종병기 ‘헤븐즈 도어’ 최초이자 최후의 완성작, 나머지 한쪽은 여우의 가면을 쓴 특이한 위상능력자. 그리고 남은 하나는 움직일 생각조차 보이지 않는 평범한 소년… 아니, 평범하지야 않겠다만.
“숫자 맞겠어?”
“5대3이라느니, 그런걸 따지기 위해 이곳에 있는건 아닌데.”
세이지의 질문에 타치바나 아유미가 답하니, 세이지가 착각하지 말라며 웃음을 흘렸다.
“너희 셋으로 숫자가 맞겠느냐고.”
─몸이 버티지 못했던 세이지의 검은 위상력.
그 기원을 따라 올라가다보면, 전쟁이 끝나기를 한없이 갈망한 자그마한 소녀의 ‘절망’이 깃들어 있었으니.
그녀가 이 세계에 잔존한 시간이 길면 길수록, 세이지가 가진 힘의 ‘절망’은 깊어지나, 그 절망이 세이지를 해하지 않게 된다.
즉.
“최초의 ‘검은 색’을 보여주지.”
백색의 낡아버린 머리카락이, 마치 회춘한 듯 검게 변질되어간다. 빛을 잃은 절망의 흑빛 눈동자가, 태양을 담은 듯 황금색으로 물들어간다.
죽어버린 육체에 생기가 북돋아 오르듯, 생명과 함께 날아오르는 그 존재가 품고있는 힘이 도대체 무엇인지, 얼마나 거대한지 이해할 수 없을 정도였다.
투욱, 머리카락을 묶어두던 자색의 머리끈이 끊어져 떨어져, 발목까지 내려오는 길다란 머리카락이 그대로 흘러내린다. 몸에서 새어나오는 검은 위상력에 거스르지 않겠다는 듯, 찌익거리며 목에 감겨있던 붕대가 뜯어져 흩어진다.
지금 이곳에서.
─나는 ‘연하은’을 재현한다.
다리가 붕괴했으니.
붕괴한 다리 중 일부가 들어올려졌다. 그 일부가 도대체 어디에 안착했을지는, 그 위에 있을 네 명의 클로저만이 알고있을 일이겠지.
“너!”
“저 넷은 갈 길 두고, 나랑 좀 싸우자고.”
힘의 크기가 맞다면야, 뭐….
“이쪽은 버티기만 해도 충분하지만, 너희는 어떨지.”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아만큼은.
그 누구의 방해도 받지 않고 곧장 현장에 도착했으니.
건물을 날카로운 창처럼 으깨고 압축해, 열 개가 넘는 건물이, 수십 미터는 족히 넘을 정도의 건물이 그렇게 떠있는 모습은 공포스럽기 그지없었다.
질량만 해도 수천톤. 아**트, 시멘트, 그 외에도 수많은 것들이 담겨있을 저것이 얼마나 위협적인지는, 안 봐도 알게 되겠지.
“역시 네가 제일 먼저 왔구나, 현단아.”
“…연하은, 누나….”
처음 보았을 때와는 많이 달랐다.
이질감이 강하게 느껴지던 그 때의 그녀와는 틀리게, 순수하게 증오와 절망만이 남은 눈동자는 그것이 ‘진짜’라는 것을 알려주고 있었다.
간신히 만나는 첫 만남에 우리엘이 싱긋 웃으며 말했다.
“너와 만나는걸 기대하고 있었어.”
“어째서 이런 짓을.”
그런 그녀의 말에 대해 단아가 ‘왜’, ‘어째서’라며 물었건만, 그것에 대해 우리엘은 깊이 생각하지 말라며 답했다.
“인간에게 배신받고, 버림받고, 주워져 실험당했다. …그리고 죽임당했다.”
“누나.”
“이 모든게 인간을 위한 행동이고, 인간을 위한 일련의 행위라면.”
─도대체 어째서, 그 자그마한 소녀는 인간을 위한 행동에 의해 희생당해야만 했다는 건가.
“안 그래? 나와는 다른 금색을 품은 소년.”
그리고 그런 썩어버리고, 쓰레기같은 세상에 증오를 품고 되살아난 소녀와, 똑같으나 다른 금색을 품은 소년이 만나는 것은 필연적인 일이었으리라.
증오와 분노, 그리고 절망만이 끝없이 물든 금색.
기쁨과 사랑, 그리고 희망만을 한없이 품은 금색.
대조되는 금**리의 만남은 멈출 수 없는 것이었으니, 우리엘의 금색이 먼저 번뜩였다.
─콰아아아!
단지 창처럼 압축한 빌딩을 내지르는 것만으로도 온 몸이 갈려나갈 정도의 풍압이 느껴진다. 미쳐 다 깨어지지 않은 주변 마천루의 유리가 부서지고, 옥상이, 시멘트로 붙여둔 회색 세상이 붕괴해 쓰러져 내려진다.
동시에 그런 빛 잃은 회색의 창을 관통하는 기이한 음색은, 거대하고 무거우며, 길다란 빌딩의 압축체를 통째로 소멸시켰으니.
“우리는….”
“우리는.”
서로의 목소리가 교차했다.
“당신을 계속, 기다리고 있어요.”
“더 이상 함께하지 못해.”
빌딩이 일그러지며, 사라진다.
그리고 하늘을 뒤덮는 흑색의 원탁이 세워졌으니.
─ 『 중력 나선창 』, ‘만다라’
절망과 희망을 비교하기엔.
소년의 세계는 너무나도 좁았다.
네, AI미스틱입니다.
천사 사냥, 어떻게 보면 맞는 말일지는 몰라도, 어떻게 보면 틀린 말입니다.
실제로 이 천사 사냥이 이루어지는 것은 아주 오래될 일일지도 모르니까요.
그리고 이번에 ‘이자나미’ 팀의 전력 중 일부를 드러내었는데요.
세이지가 세 명을 데리고 간 것은 사실 어느 정도 해명이 필요할 것이라 여겨지기에 이 자리를 빌려서 말씀드립니다.
세이지는 충분히 사기입니다. 여태껏 위상력을 받쳐주지 못하는 육체 때문에 약하다 느껴졌을 뿐입니다.
연하은이라는 개체가 이 세상에 머무르고 있으면 있을수록, 또한 존재해 있기만 한다면 그에게 주어지는 부담을 적어지니까요.
신이 강림하고 줄곧 이 세상, 그것도 부산에 상당히 머물었기에 부산에서 싸우는 것만큼 적합한 것은 없겠죠.
물론, 세이지가 우리엘만큼의 힘을 사용할 수는 없습니다만, 적어도 현재 ‘능력’만 따진다면 이미 S급입니다.
당연히 능력만 S급이지만요.
그리고 두 번째.
일본에서 진행되다가 폐기된 ‘헤븐즈 도어’ 프로젝트가 나타났습니다.
추락한 용 헤카톤케일의 두개골 파편을 통해 차원종에 대항하는 것은 물론, 강력한 무력을 얻기를 원한 그들은 빠른 경제 발전을 이룩하며, 벌처스로부터 비싼 가격을 받아 헤카톤케일의 작은 파편을 얻어내는데 성공했습니다.
물론, 그것만으로는 위상능력자를 만들어내기에는 턱없이 모자랐기에 10살 미만, 혹은 그 이하의 어린 아이들을 상대로 인체 실험을 시행했고 유전자 결합 등, 여러 가지 실패 끝에 만들어진 최초이자 최후의 실험체이자 동시에 완성체가 바로 ‘타치바나 아유미’입니다.
전투용 슈트를 입고있는 이유에 대해서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었다, 정도만 언급해드릴 수 있습니다만, 이쪽의 경우 심장에 666모듈의 개량형. 그것도 코어식 개량형인 ‘엔젤 하트’를 장착함으로써 방대한 위상력 증폭을 이루어냈습니다.
그 덕에 저런 무식한 무기도 들고다니는게 가능해졌죠.
타치바나 아유미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다음번에 다루도록 하겠습니다. 작중 언급으로 이야기가 풀릴지, 혹은 다른 쪽으로 풀릴지는 모르겠습니다만.
세 번째.
유 주와 나즈키 유키하의 차이가 왜 이렇게 큰가? 라는 의문이 드실 수 있겠습니다만, 엄연히 말씀드리지만 일본은 10명 외엔 S급 클로저가 없으며, 또한 나즈키 유키하는 S급으로 올라갈만한 실적도, 능력도 되지 않습니다.
어디까지나 어림잡아 A급 클로저에 해당될 뿐이죠. 그럼에도 불구하고 S급인 자신의 누나의 대행으로 활동하는 것은 많이 대단합니다만… 하얀과 싸우는 누나에 비하면 새 발의 피겠죠.
유 주는 정상적인 루트를 타고 올라갔을 경우, S급 시험에 합격할 수 있을 정도의 경험과 능력을 가지고 있습니다. 단지 강등을 당하고, 꽤 많은 리미터 해제를 통해 제재를 많이 받는다던가, 혹은 상성이 좋지 않다던가. 여러모로 안좋은 상대를 꽤 많이 만나고 있어서 일어나는 일일 뿐입니다.
실제로 여태껏 싸워온 상대 중 대부분이 어비스의 주인이라는 것을 생각하면 몇 번이고 싸우고 살아나온게 더 용하다는 생각이 드네요.
네 번째.
하 얀과 나즈키 유키호의 싸움은 어떻게 흘러갈지, 저도 참 흥미진진합니다.
한쪽은 S급으로 올라갈 능력과 실적이 있으나 강등을 당한 전 A급 요원. 한쪽은 일본 10석의 일좌를 차지하고 있는 정점 중 한 명.
사실상 이 S급 클로저라는게 말이 쉽지, 이곳 어비스의 주인 내부에서는 실제 게임 내부처럼 극히 드문 존재입니다... 실제 클로저스 내에서도 트레이너, 전** 제이 등, 규격을 넘어선 괴물들 외엔 S급 클로저로 판정받은 실력은 김기태 외엔 언급도 잘 없고요.
그리고 이미 나즈키 유키호는 특S급 ‘재해’인 바알을 상대로 승리한 전적도 있는 등, 여러모로 실력 증명이 되어있기도 하죠. 물론 현재는 다리 부상으로 인해 전선 은퇴를 했지만, 그럼에도 일본을 지탱하는 10명의 S급 클로저 중 하나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그럼 왜 일본에 ‘주인’ 개체가 나타났을 때 다들 움직이지 않은 건가요?”
라는 의문이 나오기 좋습니다만.
사실상 이 S급 클로저라는게 형편이 좋아서 S급 클로저인거지, 일본 내부에서 그들에 대한 대우는 몇몇 영웅을 제외하면 크게 알려져 있지도 않습니다. 그리고 10명 중 몇 명은 자리 채우기 용으로 들어간 걸수도 있고요. 확실하게 순수한 실력과 실적은 ‘바알’ 하나만으로 10석 중 하나를 차지한 나즈키 유키호와, 10석 필두이면서도 팀 ‘아마테라스’의 팀장 외에는 크게 없다고 해도 무리가 아닙니다.
그리고 ‘석’의 숫자는 중요하지가 않습니다. 애초에 나즈키 유키호의 경우 활동 자체가 없어서 실적이 없는 것 뿐, ‘석’의 숫자에 따라 강함이 좌우되지는 않습니다.
다르게 말하면, 일본 S급 클로저 중 일부는 ‘A급’ 중에서도 강한 편일 뿐, 단지 자리채우기 용인 S급입니다. 사실 S급 시험도 아니고, A급 그대로 남아있는데 일단 일본 내에서는 그렇게 알려져 있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결과적으로, 이번 일본 사태에 있어서 직접적으로 나설 수 없었던 이유는 최소 2개체 이상의 주인과, 더 있을지도 모를 주인과의 전투에서 S급 클로저를 잃기에는 너무 큰 전력 손실이었기 때문, 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S급 클로저 한 명 = 주인 한 명’은 아니니까요.
주인이 군단장과 대비되는 존재기는 하지만, 엄연히 말하자면 군단장보다 강합니다.
군단장은 이름없는 군주로부터 얻은 힘이 아니지만, 주인 개체들은 스스로의 강함과 더불어 별의 주인으로부터 받은 검은 힘이 결합되어 있으니까요.
그리고 마지막으로 단아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과거 단아의 설정에 있듯, 단아의 눈동자는 특이하게도 연하은과 똑같은 ‘황금색’입니다.
또한 2장에서 3장으로 오면서 또 시간이 꽤 지났는데요, 약 1년에 가까운 시간입니다. 외형에 또 얼마나 변화가 있었을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확실한 점은 정신적 성장이 강하게 이루어졌다는 점이겠죠.
그리고 이번 화를 통해서, 그간 유니온에 가져온 감정과, 복제된 어머니에 대한 강한 감정을 표출해 보았습니다만, 여러분의 가슴에 와닿았다면 좋겠네요.
그럼, 3장 3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울고 있는 이를 위해 울어주어라.”
“그러하다면 그런 그대를 위해 누군가 울어주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