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9화
검은코트의사내 2021-02-11 0
세상은 뜻대로 안 되는 일이 참 많은 법이었다. 트레이너는 운명의 그날이 오자마자 곧바로 티나가 출동한 곳으로 달려갔다. 하지만, 가는 중에 들려오는 사람의 비명이 그를 붙잡았다. 용의 군단이라고 알려진 크리자리드 부대가 민간인을 습격하는 중이었다. 그녀를 구하기 위해서는 서둘러야했지만, 클로저가 민간인을 보고 그냥 갔다는 소식이 퍼진다면 유니온 내에서 반감을 사게 되는 일이었다.
쾅! 콰쾅!
최대한 빠르게 크리자리드 군단을 제거한 뒤에 곧바로 티나가 있는 곳으로 빠르게 달려갔다. 그녀가 책형을 당해 죽어가는 걸 보며 가진 위상력을 대부분 주먹에 쏟아부어 놈을 날려버렸다.
"콜록, 콜록. 교, 교관님?"
"일어설 수 있나?"
걱정하는 말투는 아니었다. 전장에서는 아군이든 적군이든 냉정하게 행동해야 하는 법이라고 그녀에게 가르쳤었으니까. 티나는 천천히 일어나 자동소총을 들며 말했다.
"네! 교관님."
"여기는 내가 맡을 테니 다른 곳으로 가라."
"저도 같이 싸우겠습니다. 교관님."
"그렇기에 다른 곳으로 가라는 거다. 크리자리드들이 사람들을 위협하는 장소가 있다. 거기로 가라."
트레이너의 말의 의미를 안 티나는 그렇게 하겠다고 답하며 싸이킥 무브를 사용해 자리를 떴다. 트레이너의 주먹에 나가떨어진 파이몬이 정신을 차리며 그를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대는 뭐하는 인간인가? 짐을 날려버릴 정도로 강한 힘을 가진 인간이라니. 이름을 고하거라."
"트레이너다."
"짐은 용의 군단을 이끄는 군단장인 파이몬이니라. 강한 인간이여. 짐의 육체를 건든 대가를 치르겠노라."
파이몬은 붉은 위상력을 체내에서 내뿜으며 검을 한 번 휘두르자 초승달 모양의 검기가 트레이너를 향해 날아왔다. 그는 가볍게 몸을 움직여서 피한 뒤에 다시 한 번 주먹을 내질렀다.
쾅!
이번에는 파이몬도 전력을 내고 있어서인지 전혀 밀리는 기색이 없었다. 파이몬이 검을 휘두르는 걸 피한 뒤에 주먹으로 반격했다. 얼굴에 직격하는 순간에 붉은 보호막이 생성되어 파이몬을 보호했다.
부웅!
이어지는 검격을 피한 트레이너가 그와 거리를 두었다. 드디어 만나는 인간형 차원종, 전생에서 티나를 죽였던 차원종이었다. 트레이너는 이걸로 그녀를 살렸다고 생각했지만, 군단장을 처치하지 않으면 안 되는 일이었다.
"짐이 이렇게 전력을 내게 하는 인간은 처음이니라. 트레이너라고 했던가? 내가 제안을 하겠노라. 나의 부하가 된다면 그대를 이보다 훨씬 더 강하게 하겠노라."
"사양하도록 하지. 차원종의 부하가 되느니, 차라리 싸우다 죽는 편이 낫지. 그렇게 가르친 게 바로 나거든."
"호오, 그대가 가르친 제자였나? 참으로 놀라운 일이로다. 짐은 그대같은 전사를 원하고 있었다. 우리 용의 군단은 강대한 힘으로 세계를 정복할 궈리가 있노라. 우리 용의 군단에 대항하는 자에게는 파멸만이 있을 뿐이로다."
"그 파멸이 너를 찾아갈 거라는 생각은 안한 모양이군."
"짐이 지배하는 세상에 저런 거추장스러운 것들은 필요없다. 지금부터 짐의 진정한 힘을 보여주겠노라."
파이몬은 건물이 마음에 안 든다는 듯이 다 부숴버릴 기세로 위상력을 개방했다. 트레이너는 순순히 그가 힘을 발휘하게 둘 생각은 없었기에 그도 위상력을 발휘하여 선제공격을 가했다.
쾅!
"무례한 자로군. 아무리 발버둥을 쳐봐야 그대는 짐을 쓰러뜨릴... 아니!"
군단장을 둘러싼 붉은 보호막에 금이가면서 깨졌다. 트레이너의 주먹은 그대로 통과하여 그의 얼굴을 강타했다. 비명을 지르며 나가떨어진 파이몬, 그의 부하가 된 클로저들은 주인이라고 부른 자가 힘없이 나가 떨어진 걸 보며 입을 벌렸다.
"파이몬 님."
"어찌하여."
"큭, 제법 하는 구나. 인간."
파이몬은 한 손으로 상처부위를 한 번 감싼 뒤에 기합을 넣으며 검을 연속으로 휘둘렀다. 트레이너는 요리조리 피하다가 틈을 노려 뒷차기로 파이몬의 몸을 걷어찼다.
퍽!
"크억!"
또 한 번 나가떨어진 파이몬은 자신이 입은 갑옷에 금이 간 걸 보며 경악했다. 수많은 인간 클로저들 중에서 자신에게 상처를 입힌 사람은 처음이었다. 트레이너가 접근하자, 파이몬은 체내에 모아둔 위상력을 폭발시켰다.
펑!
충격파를 맞은 트레이너는 양팔로 얼굴을 가린 채로 뒤로 물러났다. 쉽게 당해줄 리가 없는 군단장이라는 얘기. 전생이었다면 그가 아직 미숙한 상황이었기에 이기는 건 어려울 지도 모르지만, 지금은 달랐다. 파이몬은 차원문을 열어 거대한 검은 용들을 불러냈다.
"크아아아!"
검은 용 수십 마리가 트레이너를 물어뜯기 위해 포위해서 달려들었다. 트레이너는 심호흡을 한 번 한 뒤에 가진 위상력을 주먹에 모아 땅에 꽂았다.
쿠우우우우!
주먹에 지면이 닿자마자 푸른 불꽃을 동반한 거대한 폭발이 일어나 달려들던 검은 용들을 한 순간에 소멸시켰다. 파이몬은 강한 기술이 그에게 통하지 않은 걸 보며 눈살을 찌푸리며 근접전을 벌였다.
캉! 캉! 캉! 캉! 캉!
트레이너는 위상력이 담긴 푸른 주먹으로 검과 맞부딪쳤다. 단지 위상력을 주입할 뿐이지만, 붉은 검날에 밀릴 정도는 아니었다. 20여 합을 벌이던 파이몬은 흥분한 나머지 그의 목을 겨냥하여 검을 수평으로 휘둘렀다. 트레이너는 이걸 기다렸다는 듯이 상체를 아래로 살짝 숙이며 검을 피한 뒤에 뒷차기로 검손잡이를 강타했다.
"이런!"
파이몬이 검을 놓쳤다. 트레이너는 가진 위상력을 다 쏟아붓는다는 기세로 파이몬의 몸을 두들겨 팼다. 주먹과 발차기가 쉴틈 없이 가해졌고, 파이몬은 비명을 지르며 밀리는 상황이었다.
콰장창!
갑옷이 박살났다. 파이몬은 한쪽 무릎을 꿇으며 트레이너의 강렬한 눈빛을 보았다. 처음이었다. 이계에서는 자신이 최강이었다. 다른 군단들도 자신의 강한 힘을 두려워했으며 조금이라도 밉상을 보인 종족에게는 파멸을 가져다주었다. 여기 있는 인간들도 예외는 아니다. 자신에게 복종하지 않는 사람은 모두 죽인다. 하지만, 반대로 자신을 압도하는 사내가 나타났다.
"이럴 수는 없다. 짐이 인간따위에게 당하다니."
트레이너는 그가 이해하지 못한 것도 잘 알고 있었다. 파이몬은 본래 이런 시기에 당할 차원종이 아니었으니까. 티나를 죽였던 차원종은 여기서 일을 끝낸 뒤에 몇 번 나타나다가 종적을 감추고 그 뒤로 나타나지 않았다. 전생에서는 그래왔지만, 이번에는 어림 없었다. 티나를 살리기 위해서라도 이 차원종은 자신의 손으로 죽인다. 지금의 트레이너 머릿속에는 그것 뿐이었다.
"이걸로 마지막이다. 차원종."
쾅!
트레이너의 푸른 불꽃 주먹이 파이몬의 얼굴을 또다시 강타했다. 갑옷도 부서진 상황에서 또 한 번 일격을 당한 파이몬은 그대로 숨을 거두었다. 트레이너는 숨을 헐떡이며 이걸로 된 거라고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내뱉은 뒤에 타락한 클로저들을 노려보았다.
"교, 교관님?"
"저, 저희는 속은 것 뿐이에요."
클로저들은 자신을 따르는 파이몬이 죽은 걸 보며 두려움에 물들었지만, 그는 싸늘한 얼굴로 그들에게 천천히 다가갔다. 전생에서도 그래왔던 트레이너의 방식은 지금도 이어졌다. 배신자는 절대로 용서하지 못한다는 걸.
"교관님!"
티나가 차원종을 처리하고 돌아왔을 때는 이미 트레이너의 손에 클로저들이 죽은 뒤였다. 그녀는 클로저들이 죽은 걸 보며 놀란 나머지 굳었다. 트레이너는 그녀의 반응을 보며 별로 놀라워하지 않았다.
"어째서."
"차원종의 편을 드는 클로저들은 전부 처단하는 게 마땅한 거다. 그들은 인류를 배신했으니까."
"하지만."
"죽일 필요는 없다고 말하고 싶은 거냐? 티나. 차원종을 상대한 것도 좋지만, 동료의 배신은 절대로 그냥 넘어가서는 안 된다. 그러지 않으면, 죄없는 사람들이 죽을 수도 있다."
전생에서 데이비드가 배신했을 때를 떠올렸다. 한 때 울프팩 관리 요원으로 활동했지만, 차원전쟁의 내막을 알아챘을 때는 원반을 장악하기 위한 목적으로 베리타 여단을 이끄는 단장으로 활동했고, 용의 군단과 애쉬와 더스트와 손을 잡아 검은양 팀을 사지로 몰아넣기까지 했다. 동료의 배신 한 번으로 공항 내에 있는 죄없는 사람들이 피해를 봤고, 뉴욕시에 있는 수많은 시민들도 목숨을 잃었다. 그렇기에 하루빨리 처리해야 한다는 게 트레이너의 생각이었다.
"교관님."
"내 말에 굳이 따르지 않아도 좋다. 이걸로 네가 무사하다는 건 확실해졌으니까."
파이몬을 쓰러뜨렸다. 티나를 죽인 인간형 차원종, 그것도 군단장을 쓰러뜨렸으니 이걸로 그녀의 죽음은 막아낸 거라 확신했다. 그녀가 자신을 원망해도 좋다. 처음부터 그녀에게 호감을 얻으려고 한 짓은 아니었으니까. 트레이너는 손목 시계를 보며 이만 자리를 뜨려고 하는데 그녀가 말했다.
"교관님. 구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티나의 진심어린 인사에 트레이너는 잠시 발걸음을 멈췄다. 등 뒤를 돌아서 그녀가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 내심 궁금하기도 했지만, 마음 약해진 자신을 들키기 싫었는지 입꼬리만 가볍게 올린 채로 사이킥 무브로 현장을 벗어났다.
To Be Continued......
Chapter.0 프롤로그(Pro~3화)
Chapter.1 차원전쟁편(4화~10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