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게인 클로저 프롤로그
검은코트의사내 2021-01-30 2
# 공식스토리 스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전쟁은 끝났다. 모든 재앙을 해결했지만, 상처만이 남았다. 폐허가 된 도시, 피를 흘리며 죽어간 수많은 시신, 두 주먹에서 지금도 떨어지는 새빨간 피, 한 때 울프팩 교관이었던 트레이너의 모습이었다. 수많은 전쟁을 치른 지금 그의 몸은 상처로 뒤덮였다. 검은양 팀과 늑대개 팀, 사냥터지기 팀, 시궁쥐 팀이 힘을 합쳐서 재앙을 막아내는 데는 성공했지만,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간 걸 떠올릴 때마다 가슴이 아팠다.
[이대로 잘 된 걸까?]
이번 전쟁에서 이겼다고 해도 마냥 기뻐할 사람은 없었다. 그는 눈 앞에 쓰러져 있는 노인을 내려다보았다.
미하엘 폰 키스크, 유니온 총장으로 활동하면서 세계 각지에 재앙을 일으켰다. 자신의 뜻에 반하는 자는 무조건 제거하려고 했고, 사람의 목숨을 벌레 취급한 인물이었다. 그의 손에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갔다. 그런 녀석을 자신의 손으로 죽였다. 하지만 개운하지 않았다. 그가 저지른 일은 대부분 되돌릴 수 없었으니까.
[어디서부터 잘못된 걸까?]
그는 고개를 들어올리며 커다란 한숨을 내쉬었다. 그를 죽였다고 해도 문제가 전부 해결된 건 아니었다. 유니온 총장의 부재, 폐허가 된 세계를 복구하는 과정이 이어졌다. 지고의 원반 폭주로 인해 발생한 일, 그 원반을 다시 통제하기에는 이미 늦어버렸다. 지구에는 여전히 차원문이 열리며 위상력 능력자들이 끊임없이 생겨났다.
[빌어먹을.]
미하엘의 얼굴 옆으로 주먹을 내리꽂았다. 지금 와서 화풀이해봤자 소용없었다. 전에 이리나 페트로브나가 말한 대의를 떠올렸다. 그 때 이미 지고의 원반을 파괴해서 위상력과 차원문을 완전히 닫아버렸다면 지금같은 비극은 없었을 거라 확신했다. 모두가 죽었다. 그들이 목숨을 바쳐서 세상을 구해냈다. 그렇지만, 그 이후에 밝은 미래라는 건 찾아보기 어려웠다.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지자 트레이너는 반사적으로 몸을 돌아 전투자세를 취했다. 처음 보는 인물이었다. 검은색 코트에 검은색 와이셔츠, 그리고 검은색 선글라스를 쓴 사내였다.
"누구냐?"
"모두가 죽어버린 미래에 혼자 남아있는 기분이 어떤가?"
"누구냐고 물었다."
트레이너가 눈살을 찌푸리며 물었지만, 사내는 양손을 코트 주머니에 넣으며 여유로운 미소를 드러냈다. 트레이너는 그가 보통 인물이 아니라는 걸 느꼈다. 자신을 눈앞에 두고도 조금도 긴장하지 않은 데다가 수많은 사람이 죽은 장소를 보고도 아무렇지도 않는 냉담한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사내는 미하엘의 시신을 한 번 내려다보고 난 뒤에 그에게 물었다.
"이 자를 죽여도 세상은 나아진 게 없지. 당연한 일이야. 인간의 욕심은 바이러스처럼 빠르게 퍼져나가서 또 다른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법이거든."
"무슨 의미냐?"
"그건 당신이 가장 잘 알 거야. 원흉을 죽였다고 해서 세상을 바꾸는 건 아니니까."
트레이너는 사내의 말을 듣고 유니온 조직을 떠올렸다. 미하엘이 사망했다고 해도 그의 측근이 아직 남아있는 한, 또 다른 재앙이 올 거라는 얘기였다. 강남 사태를 해결한 뒤에도 부패한 세력은 남아있었다. 뉴욕에서 지고의 원반관련 사건을 해결할 때도 그들은 아직 존재했다. 사건을 일으킨 원흉을 모두 체포해서 심판을 받게한다고 해도 새로운 적이 반드시 등장했다. 매일 그런 식으로 반복하다보니 주변에는 아무도 남아있지 않았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거냐? 지나간 과거는 되돌릴 수 없는 법이다. 새로운 적이 나타난다면 늑대의 이빨을 걸어서 그들을 막으면 되는 일."
"지고의 원반은 현재 파괴 불가능할 정도로 반응로가 높아졌어. 영원히 차원 전쟁속에서 살아갈 수밖에 없지. 유니온이 정상화가 되더라도 차원종이 출현해서 매일 싸워야할 거야. 그 전쟁으로 인해 인류는 언젠가는 멸망하겠지."
"어떻게 잘 아는 거지? 유니온 사람인가?"
트레이너는 지고의 원반에 대해 아는 사내를 보며 유니온과 관계된 인물이라는 걸 느꼈다. 사내는 피식 웃으며 안경을 한 번 끌어올리며 말했다.
"이 모든 일의 원흉이 뭐라고 생각하나?"
"그거야 당연히 미하엘 폰 키스크를 포함한 프로미넌스 회 소속이 남극에서 지고의 원반을 가지고 실험했기 때문이다. 그것 때문에 차원전쟁과 위상능력자가 생겨났고, 지금같은 상황이 오게 된 거다!"
자신만만하게 답하는 그였지만 검은코트의 사내는 듣고 싶은 대답이 아니었는지 고개를 좌우로 흔들었다. 그럼 뭐냐고 묻는 트레이너의 물음에 사내는 차갑고 냉담한 말투로 말했다.
"인간의 본질은 어둠이기 때문이지."
"뭐라고?"
"인간의 내면에는 수많은 종류의 어둠이 존재한다. 그 중에서 사람을 가장 많이 지배하는 건, 바로 욕심이다. 욕심이 인간을 지배한 결과라는 거지."
트레이너는 그의 말을 이해했다는 듯이 고개를 끄덕였다. 프로미넌스 연구원들이 지고의 원반을 실험한 이유, 그건 바로 자신의 커다란 연구 성과를 이용해 세상의 영웅이 되고자 하는 욕심 때문에 벌어진 일이라는 걸 알았다. 하지만, 그들의 예상과는 다르게 재앙이 벌어지자 뒷수습을 위해 유니온을 설립했다.
"당신은 철학자인가?"
"복잡한 이야기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난 너에게 거래를 제안하러 왔다."
"거래?"
사내는 손을 내밀어 거래를 제안했다. 트레이너는 무슨 말이냐고 물어보자 그는 이렇게 답했다.
"너를 과거로 보내주겠다. 지금보다 더 밝은 미래를 원한다면 말이지."
"무슨 말도 안 되는 소리냐? 인간이 과거로 돌아갈 수 있을 리는 없다."
트레이너는 믿지 않으려고 했지만, 사내는 내밀었던 손을 거두며 말했다.
"못 믿는 것도 당연하겠지. 지금 이대로 시간이 흐른다면 어두운 미래만 계속 이어질 거야. 하지만, 과거를 바꾼다면 밝은 미래로 갈 가능성은 조금이나마 생기지. 선택해라. 과거로 돌아갈 건지, 아니면 이대로 계속 나아갈 것인지."
사내의 말에 그는 갈등했다. 원반을 파괴할 수 없는 지금에는 계속 전쟁을 하게 되며 또 누군가가 희생을 하는 비극이 반복한다. 거짓말을 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가 어떤 대가를 원하는지는 몰라도 모든 걸 되돌릴 수만 있다면 목숨까지 내놓을 준비는 되어있었다.
"좋아. 거래를 받아들이도록 하지. 날 과거로 보내는 대신에 네가 원하는 게 뭔지 말해라."
사내는 그 말만 기다렸다는 듯이 트레이너에게 다가와 귀에 대고 작은 목소리로 속삭였다. 트레이너는 그 말을 듣고 놀랐지만, 이내 평정심을 되찾았다.
"상관없다. 내 이상을 실현할 수만 있다면, 어떤 대가라도 치르겠다."
"좋아. 좋은 마음 가짐이군. 그럼 시작하도록 하지."
사내가 손가락을 튕기자 트레이너는 극심한 어지러움을 느끼며 의식을 잃었다.
To Be Continued......
#안녕하세요. 검은코트의 사내입니다. 반년만에 이렇게 다시 뵙는 거 같네요. 지금까지 바쁜 일로 잠수 타다가 돌아왔습니다. 이번에 영웅의 아들 시리즈가 있긴 한데, 주인공 변경으로 인해 몰입이 잘 안 된다는 지적과 계획했던 내용에 개연성이 어긋난 점 때문에 결국 중단하기로 했습니다. 기다리신 분에게는 정말 죄송합니다. 이번에 새로운 소설로 다시 시작하게 되었습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인간의 본질은 어둠이다.]
-검은 코트의 사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