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궁쥐 자작캐) 침식의 계승자 Prologue : 돌아가다
DianBurned 2021-01-23 1
이 글은 가상의 시궁쥐 5번째 멤버입니다.
최대한 시궁쥐 스토리에 맞춰갈 예정이며 5번째 멤버가 나오면 아마 멈출 예정입니다.
+24년도, 개정판으로 변경되었습니다.
시작하겠습니다.
눈을 감으면 여전히 선명히 보인다. 나에겐 가장 다정하고 강했던 그 분의 모습이.
그 순간의 나는 항상 말했다. 제발 날 데려가 달라고. 날 혼자 두지 말아달라고...
"아가, 뭘 그리 생각하고 있느냐?"
누군가의 물음에 눈을 떴다.
눈 앞에는 널럴한 잿빛의 두루마기를 걸친 회색 머리칼의 남자가 있었다.
한쪽의 역안에 머리 둘레에 헤일로같은 옅은 빛의 고리를 두르고 있는 그 모습은, 인간의 모습임에도 인간이 아님을 알 수 있는 그 남자는 부담스러울 정도로 얼굴을 가까이 들이밀었다.
"외부차원으로 갈 생각에 기대 되느냐? 아니지... 네 입장에선 여기가 외부차원이였지. 어찌 됐든 기대되느냐?"
"저리 가, 영감. 이제 와서 기대는 무슨 기대."
청년은 남자의 얼굴을 밀쳐내며 일어났다.
"그런 것 치고는 준비를 만빵으로 해놨구나."
"이제 와서 당연하잖아. 여기 오고 나서 지겹게 기다렸다고."
잿빛의 남자의 눈에 비친 청년은 결연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남자보다 소매만 조금 짧은 진홍의 두루마기.
꼬리처럼 길게 늘어진 풍성한 노리개가 달린 붉은 실의 허리띠.
노리개 옆에 대롱대롱 매달려 있는 턱 없는 탈-이매탈-을 살짝 어루만지며 짧고 단호하게 이어 말했다.
"이때를."
자신의 옆에 세워져 있던 금빛의 장궁을 집어 손에 꽉 쥐며 말하자, 그의 주변으로 여러 달 모양 같은 칼날과 다양한 형태의 검과 창이 그의 뜻에 동조하기라도 하듯 구현되며 빛을 발했다.
"자자. 진정. 아가."
남자가 손가락을 튕기자 칼날, 검, 창들이 진정하듯 가라앉았다.
"매번 똑같구나. 그 다급한 성질 좀 가라 앉히거라."
남자는 청년의 주황빛 머리를 헝클듯이 쓰다듬으며 이어 말했다.
"다급해지지 말라고 했거늘.... [그 녀석] 관련해선 아직도 많이 어리숙하니 영 걱정이구나."
한숨을 내쉬면서도 청년을 귀엽다는 듯이 마구 쓰다듬었다.
청년은 부끄러운지 얼굴을 붉히며 남자의 손을 치우고 남자와 같은 잿빛 눈을 가늘게 뜨며 말한다.
"그래도... 오래 기다렸는걸. 내 힘으로 복수할 이 순간을."
청년이 강아지 풀 죽은 마냥 축 처지며 주저앉자, 남자는 그의 앞에 쭈그려 앉으며 말했다.
"그러니까 더욱 차분히, 확실히 해야지. [그]를 죽이고 모독하던 그들의 앞에 당당히 나서서 선언해야 하지 않겠느냐."
"[그]의 계승자가 이 곳에 돌아왔노라고."
"------!"
그 말을 들은 청년의 눈빛이 날카롭게 빛나더니, 양쪽의 동공이 수정과도 같은 X자로 변화하였다.
청년의 달라진 눈빛을 보고나서야 남자는 만족했다는 듯 일어서며 말했다.
"에구... 수다 좀 떠드는 사이에 준비가 다 끝났구나. 내 분신들 잘 챙기거라. 말하지 않아도 네 안에 새겨졌으니 괜한 참견 같지만야."
남자의 말대로 준비하는 청년의 주변에 구현되어 있던 칼날과 검, 창들이 잿빛의 빛가루로 변하며 청년의 몸에 깃들듯 스며들었다.
"가면 연락하거라. 어차피 항상 연결은 되어 있으니 연락이야 언제든 하지만야."
"자, 이제 침식하거라. 그래야 통로에 가해지는 차원 압력을 버틸게다."
드드드드드------
남자의 말이 끝나자마자, 그들의 근처에 있던 산맥-산맥처럼 보였던 거대한 몸이 움직였다.
"본체로 공간을 집어 뜯을 수 있는 건 아주 잠시 뿐이니 서두르거라, 아가."
남자는----- 차원종들 중에서도 오래된 차원종이자 스스로를 [무장왕]이라 자칭하는 그의 본체가 허공에 양손을 뻗더니, 무언가를 벌렸다.
쩌적----- 쩌저저저적-----
무엇인가 찢어지는 소리와 울리더니, 찬란하게 빛나는 통로가 열렸다.
"안다고. 알아..........후우. 침식률 50%....!"
청년이 숨을 내쉬며 힘을 발하자, 청년의 반신은 차원종 마냥 변해가기 시작했다.
손끝에 발톱처럼 날카롭게 금속의 칼날이 돋아나고, 손목에서부터 돋아난 잿빛의 갑주는 팔과 어깨를 넘어 가슴을, 다리를, 목을 넘어 뺨까지 돋아 청년의 반신을 갑주로 뒤덮었다.
역안으로 변한 한쪽 눈이 남자를 바라보았다.
"갈게, 영감. 이제 유니온과 교단, 그 모두를 무너트리러."
"이젠 당신의 본체를 볼 일이 없겠지. 그런 일이 생긴다면... 내가 원하는 걸 이루고 죽어서 네게 몸을 넘길 때겠지."
"안녕. 그리고, 이따 연락하자고. 영감."
남자의 본체에 인사를 남기듯 작별을 고하며, 본체가 만들어낸 차원문을 향해 몸을 던졌다.
청년이 넘어가자마자 문은 빛을 잃으며 순식간에 허물어 사라져버리고, 문을 열었던 남자의 본체는 언제 움직였냐는 듯 조용히 침묵하였다.
정적만이 공간을 맴돌자, 남자는, 과거의 신은 씁쓸하게 홀로 읇조렸다.
"네 [형]은 살길 바랬는데 넌 정반대의 길을 걷는구나... 잘 가거라. 멍청한 나의 계약자. 은인, 그리고 나의 친구."
"잘 살거라. 그 옆에서... 지켜보고 있으마."
신 뷜란트은 본체의 운용을 멈추고 그가 사라진 곳을 조금 쓸쓸히 보다가 어둠 속으로 사라진다.
-Profile-
이름 : 자온 - 刺韞 (끊어 내고 감춰지다)
클래스 : 서쎄서(successor)
나이 : 21세
공격타입 : 물리
생일 : 02/05
혈액형 : O형
신장 : 173cm
취미 : (외부차원 넘어가기 전)악기 연주(현악기류), 그림 그리기
현재 취미 : 실 뜨기과 실 조형, 전투술 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