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비스의 주인 < IF-외전 > : 머나먼 과거에서 빚어진 환상

AI미스틱 2020-12-24 0





 “If, 만약 그 날… 그들이 그녀를 버리지 않았다면.”
 “If! 만약 그 날, 그녀가 그곳에 남지 않지 않았다면!”
 “If… 만약 그 날, 그들이 그녀를 데려가고자 하지 않았다면.”
 “그리고 만약, 그 날 그녀가 연구실로 향하지 않았다면.”

 “만약, 그들이 인류 침공을 준비하지 않았다면….”

 “이 모든 세계는 IF, 현실로부터 분리되어 나온 또다른 평행세계의 일. 언젠가는 일어났으나, 이제는 일어나지 못하는 만약이, 단 한번이라도 일어났을 때 벌어질 수 있는 사건의 끝.”
 “단 하루의 환몽, 단 일 년의 환몽, 단 십 년의 환몽. …단 이십 년의 악몽. 그 악몽을 거슬러 올라가, 그 끝자락에 닿았을 때, 그녀가 그 악몽의 끝에서, 어떤 사건을 겪었을지.”
 “혹은, 그 모든 일이 일어났음에도 불구하고 아무것도 바뀌지 않은 채, 우리는 이 시간을 살아갈지도 모르지.”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환상이라고 불리우는 꿈의 세계에서는… 자네가 바라는 ‘행복’이라는 두 글자의 꿈을 찾아 헤맬 가치가 있지 않은가?”
 “몸이 불타오르도록 소녀를 바라던 소녀여, 몸이 부서지도록 소녀를 바라던 소년이여, 과거의 연으로부터 벗어나지 못해, 현재까지 고통받은 단 두 명의 ‘인간’이여. 그대들의 의지를 존중하고, 또한 그대들이 원하고자 하는 바를, 그 꿈을, 그 행복을 그 몸에 새겨주기 위해서, 나는 이렇게 결정했다네.”

 “그대들이 만나지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대들이 막지 못했던 사건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리고 그대들이 받아들여야만 했던 ‘운명’이, 일어나지 않았다면.”

 “오게나, 이 몽환 극장에서, 이 무대 위에서 춤추며, 그 꿈을 누리게나. ─자네들은, 그럴만한 가치가 충분히 있으니까 말이야.”

 막이 오른다.
 가려져있던 몽환세계의, 가려진 커튼이 그 모습을 움츠리며 세계를 내비친다.
 한없이 무한에 가까운 가능성을 현실화시키는, 영원이나 다름없는 아득히 먼 평행세계의 일.
 그곳에서 그 소녀와, 그 소녀와. 그리고 그 소년은.
 ‘선택’을 하고, ‘배려’받고, ‘구원’ 받아서.
 그곳에 서 있었다.



‡     ‡     ‡

해당 외전은 연하은을 중점으로 작성되었습니다.

‡     ‡     ‡


 검은 위상력.
 한때 유니온의 미스테리로 남았던 힘은 지고의 원반으로부터 터져나온 약간의 ‘특이사항’으로 기록되었으며, 그러한 특이사항에 인력을 부을 가치가 없었다고 여겨진 유니온은, 그녀의 반쯤 죽어가는 몸을 거두어, 수명을 연장시켰다.
 짓이겨진 심장을 복구시키고, 형체를 알 수 없게 으깨어진 팔에는 대신 위상력이 흐를 수 있는 통로를 개통한 신식 의수가 달렸다.
 망가진 장기들을 대신하기 위해 여러 가지 기구를 일정 시간마다 사용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생활에 큰 영향을 미쳤지만, 전투 자체에 큰 문제는 없을 정도였다.
 하지만.

 “은퇴…하는거야?”

 반쯤 잠에 잠긴 목소리의, 10살 중후반대 즈음 되어보이는 여성이 입을 열었다.
 차원 전쟁이 끝난지 10년이 조금 넘었다. 그 이후, 세계에 남아있는 차원종 잔당들을 처리하러 다니던 팀 ‘하늘새’는 점차 한계에 봉착하고 있었다.
 기구로 전투 생명을 연장하는 것은 거의 무리에 이르렀고, 이제는 일상으로 돌아가야만 할 시기였다.
 어쩔 수 없는 은퇴 시기. 의수의 수명은 거의 끝나가고 있었으며, 몸에 쌓인 전투의 피로는 제대로 해소되지 못했다.
 이제는 더 이상 나아가기 힘든 시기가 다가온 것이다.
 끝내 안타까운 은퇴를 맞이한 친구─하은의 머리를 쓰다듬은 유주가 말했다.

 “여태껏 잘 해줬어. …힘들다면 이제 쉬어야지.”

 몽환극장, IF의 세계.
 그 안에서의 하은은 160cm가 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80cm에 달하는 유주의 키에는 차마 미치지 못해, 마치 아이를 쓰다듬는 듯한 착각이 느껴졌다.
 이제야 고등학교에 들어갈 나이인데도 불구하고 여태껏 싸워준 것에 감사를 표하고 있자니, 그녀는 씁쓸한 목소리로 답했다.

 “고등학교도 다시 다니고, 클로저가 아니게 됐으니, 이제 따로 할 일을 찾아야겠지.”

 차원 전쟁에 참여한 참전 용사 중 한 명이라고는 해도, 어쩔 수 없는 직장의 길.
 그것이 말로였다.
 그리고,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났을까.
 유주와 하얀이 클로저 팀으로서 서로 S급 승격 심사를 받게되었다는 연락을 받은 하은은, 곤란하다는 듯 노트북을 두드렸다.

 “끄응… 너무 복잡하단 말이지….”

 고등학교 졸업 이후, 대학생이 되어 아르바이트 자리를 구하려고는 했으나, 언제 써도 어색하고 복잡한 자기소개서의 형식에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둘이 S급 승격 심사를 받게 되었다는건 좋은 일이었지만, 그런 좋은 일과는 반대되는 일이었다. ─이쪽은 생계가 달렸단 말이지.
 이리 두들기고 저리 두들겨봐도 답이 나오지 않는 상황에 끝내 문서를 닫아버린 하은은 한숨을 내쉬었다.
 아직 위상력을 가지고 있는 위상능력자, 원한다면 현역으로 복귀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는 없겠지.”

 유니온으로부터 계속해서 의수를 받고는 있었지만, 그마저도 일정 주기마다 점검을 받아야만 했다.
 무엇보다 싸움으로부터 멀리 떨어져서 지낸지 벌써 몇 년인가. 돌아간다 해도 그다지 도움이 되는 일은 없을 터. 감이나 실력은 녹슬지 않았겠지만, 상황판단이나 즉각적인 선택에서 문제가 생긴다면 팀 전체에게 민폐를 끼치는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한숨을 연달아 내쉬자니, 전자메일 소리가 들려왔다.

 “…유니온…?”

 유니온 유소년 위상능력자 교육관리시설 ‘아카데미’에서 날아온 메일.
 호기심이 생겨 메일을 열어보니, 지금의 하은에게 막상 나쁜 일은 아니었다.
 아카데미에서 월급을 주는 대신, 아카데미 학생들을 가르쳐달라는 내용이 주를 이루었으며, 실습 등의 분야에서 활동하게 된다.
 한때 현직에서 움직였던 하은이 적합하다고 생각한 것인지, 아니면 이 상황을 읽은 것인지.
 알고 있었다는 듯이 날아온 메일의 모습에 주먹을 쥔 하은이 곧장 답장을 보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신서울 지부에 있는 아카데미로 와달라는 연락을 받은 하은은 곧장 열차에 몸을 실은 채, 날아갈 것만 같은 기분으로 아카데미를 향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늘 그렇듯, 현실은 이상과 같지 않다.

 눈앞에 오와 열을 지은 채 정렬되어있는 40명 남짓 될 법한, ‘팀장’ 후보생들.
 말 그대로, 8개의 반에서 각각 상위 5명만을 뽑아온 그 자리에서는 압박감을 느낄 수 밖에 없었다.
 고등학생이 다 되어가는 그들은 서로가 경쟁자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는 것인지 날카로운 기색을 여지없이 내뿜고 있었으며, 그런 기 싸움은 보고 있는 하은에게까지 전해지고 있었다.
 그리고 무엇보다 가장 앞에 서 있는 그 분홍머리!
 마치 벚꽃을 연상시키는 듯한 머리카락에 한낮, 드넓게 펼쳐진 대양을 비추는 그 눈동자.
 새로 온 실전 강사라는 말과 함께 번쩍이며 빛나는 그 광채는 하은의 기량으로는 감당해내기 힘들 정도의 빛을 내비치고 있었다.

 ‘나보다 잘하는게 아닐까.’

 사실 그런 생각이 들 정도였다.
 실전이라고 해봤자 결국 차원 전쟁 시기, 전투법도 제대로 구성되어있지 않던 구시대적인 것 뿐. 과연 이 엘리트들 사이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긴장에 서서히 아파져 오는 배가 쓰렸지만, 어떻게든 마음을 가라앉히자 어느샌가 옆에 서 있던 전 강사는 사라져있었다.
 그 말은.

 ‘…몇 분 동안 아무것도 안 한 거였구나.’

 왜 이쪽을 지독하게 응시했는지 알게 된 하은이 한숨을 내쉬자, 그제서야 팽배했던 기싸움이 해이해지기 시작했다.
 대신 집중되는 눈길에 부담감이 증가되었지만.

 “…우선 자기 소개부터 할게요. 저는 차원 전쟁 시절, 동아시아를 기점으로 활동했고, 부산을 마지막으로 한동안 전장에서 떨어졌었어요. 이 팔은 부산에서 잃어버렸고요.”
 “몇 년 전까지만 하더라도 신서울 지부 ‘하늘새’ 팀에서 활동했었지만, 의수의 부담과 몸에 쌓인 전투의 여파로 인해 은퇴할 수밖에 없었어요.”
 “여러분들이 알고 계실지는 몰라도, 클로저는 사람들을 지키기 위해, 그리고 그 사람들의 목숨을 떠안고 있다는 책임과 언제 죽을지도 모른다는 압박감 사이에서 움직이는 사람들이죠. …여러분은 누군가를 지키기 위해, 죽을 각오가 되어있을 거라고 믿어요.”

 피잉, 하며 손가락을 튕기자 허공에서 스파크 튀듯이 일렁인 검은 위상력은, 이윽고 주욱 늘어나 창의 형태를 이루었다.

 “잘 알고 계시겠지만 위상 능력은 여러 가지가 있어요. 염동력이라던가, 화염이라던가. …여러분들은 아직 어리기 때문에 앞으로 나아갈 길이 더 많으니까 너무 얽매이지 않아도 됩니다. 위상력에 포함되어있는 진짜 능력이 아니라면, 굳이 그 길만 골라서 나아갈 필요도, 가치도 없는 거죠.”
 “잡설이 길었네요, 그럼… 우선적으로 여러분들의 실력을 확인해볼 시간인 것 같으니, 아카데미 최고의 엘리트라는 명색에 걸맞도록 행동해주세요.”

 그리고 이내 따악, 하고 소리를 울리자, 커다랗게 지배하기 시작했다.
 정확히 무엇을, 얼마나 거대한지는 모르나, 자신의 내부에 존재하는 ‘검은 위상력’이라는 존재는 자신이 인지하기 힘들 정도로 엄청난 영향력을 가지고 있었다.
 세계 자체를 침식하여, 압도하고, 자신의 세계로 끌어낸다.
 이곳까지 도달하는데 얼마나 걸렸단 말인가. …하지만, 이런 압도적인 힘을 가졌음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힘을 모두 쓰지 못한다는 아쉬움이 있었다.
 끼잉, 수많은 반발 작용의 소리가 들린다.
 위상력은 위상력으로 밀어낼 수 있다. 엘리트나 다름없는 그들은 자신을 억압하는 힘이 ‘위상력’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벌써부터 대응하기 시작했다.
 하지만, 실전은 그렇게 시간을 여유롭게 주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은은 달려들지 않는다.
 단지 40이라는 숫자에 겁먹은 것이 아닌, 이것이 수업이라는 것을 알기 때문에.
 얼마 지나지 않아 40명이 모두 압박으로부터 풀려났을 적에는, 의외의 현상에 놀랄 수 밖에 없었다.
 아카데미 수석, ‘이슬비’라 하는 아이.
 위상구현력이나 잠재력 자체는 평균적임에도 불구하고 더욱 상위에 있는 아이들보다 높은 컨트롤을 구사해, 압박으로부터 거의 10초 이내에 빠져나왔다.
 꽤 괜찮은 재목을 찾은 것 같은 기분에 미소를 지은 하은은, 압박으로부터 풀려난 시간을 합쳐서 여태까지 모은 자료들을 모두 조합해, 총 8개의 팀을 구성했다.

 “여러분 모두 한 팀의 팀장 후보생이지만, 팀워크는 필수적인 요소. 서로가 바라보는 시선을 똑같이 느끼고, 부족한 시점을 인지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 되겠죠.”

 그리고 그 방법은 모의전이었다.
 물론 평범한 모의전은 아니었고, 훈련 프로그램을 이용한 팀 전용 모의전.
 경과 시간과, 서로의 판단, 그리고 합의, 팀워크.
 어느 부분에서 좋고 나쁜지를 판단하는 중요한 요소.
 적합함과 부적합함, 그리고 팀의 갈등.
 훈련 프로그램에 대한 익숙함과 낯섦, 그리고 불리한 상황 속에서의 판단까지.
 현직으로 있었을 적의 능력을 최대한 발휘하여, 팀장 후보생들을 전력으로 판단한다.
 결국, 그들 중에서 팀장으로 발탁되는 것은 단 10명. ─물론 그 이상이 될 수도 있겠지만, 아카데미 상층부에서는 그 숫자를 최대한 줄여, 최고의 엘리트를 뽑아내고자 하는 기분이었다.
 낯설고 불리한 전장, 그리고 처음 보는 적과 팀과의 불화, 팀원 간의 시너지.
 서로가 팀장이기를 바라는 상황 속에서, 그 모든 것을 이루는 것은 거의 불가능에 가까웠겠지만, 그 불가능을 거의 완벽에 가까운 수준으로 이끌어낸 팀이 딱 하나 있었다.

 “3팀의 이슬비…라….”

 팀장 후보생들을 상대로, ‘팀장’이 되는 것을 암묵적으로 인정받았다.
 물론 그러한 ‘인정’만으로도 다른 4명은 팀장이기를 포기한 것이겠지만… 아무래도 섣불리 판단할 바가 아니었던지라 빈 시간을 이용하여 팀장을 임의적으로 바꾸어, 오더를 내리는 주체를 바꾸어 진행해보았다.

 “완벽주의자에, 팀원의 적성과 포지션을 적절히 판단한 그 판단력.”

 그리고 불합리한 상황을 타개하고자 노력하는 ‘기개’와 그러한 기개를 실현시키는 ‘기술’.
 아카데미에서 원하는 ‘재능’이라면 재능이겠지만.

 ─그게 과연, 진짜 실전에서도 이룰 수 있는걸까.

 정해진 프로그램인 훈련 프로그램과는 달리, 언제 어디서 또다른 변수가 일어날지 모르는 실전은 달랐다.
 어떤 죽음이 다가올지, 어떤 위협이 다가올지.
 심지어 스쳐 지나간 공격 한 발마저도 위협으로 변할지도 모르는 그 실전 속에서, 그들은 어떤 반응을 취할까.
 그런 마음에 프로그램 조작실에 직접 쳐들어가, 여러 가지 변수를 실전에서 끌어올린 수많은 방법을 토대로 추가했다.
 상냥한 변수. 바나나 껍질이라던가─실제로 당했었고─ 미끄러운 타일 바닥이라던가.
 더 나아가 우수수 떨어지는 천장의 콘크리트 더미, 갑작스레 기울어 무너지는 건물 등.
 언제든지 일어날 수 있는 상황이지만 악랄하기 그지없는 일까지.
 당연하지만 학생들의 원성을 샀다.
 이런 걸 프로그램에 넣는다니.
 그리고.

 “실전에서 교과서에 배운대로만 싸울 수 있다면 정말 좋겠네요.”

 40명 전원이 모인 자리에서, 답해주었다.

 “여러분도 알겠지만, 훈련 프로그램은 여러분들이 생각하는 범주 내에서의 변수만 존재할 뿐이죠. 하지만, 그런 허접하기 그지없는 변수로 클로저인 여러분을 당황하게 한다거나 할 거라곤 생각지 않아요.”
 “그도 그럴 게, ‘팀장 후보생’이잖아요? 어떤 특정한 변수에 관해서는 교과서에서 이미 익혔을거고, 그렇다면 남은건… 여러분이 겪지 못했던 여러 가지 변수들뿐이겠죠. 저는 여러분들을 최대한 시험하고, 그 중에서 가장 최고라고 여겨지는 몇 명만을 남길 겁니다.”
 “사악하다느니, 너무하다느니, 심지어 더 나아가서는 미X다느니, 여러 가지 말과 소문이 있었지만, 저는 여러분들에게 알려주고 싶은 점이 있어요.”
 “현실을 알고 싶으면, 교과서에서 벗어나라고.”
 “초등학생 때 배우는 도덕을 어른까지 기억하지만, 그렇다고 배운 대로 행동하지는 않잖아요? 고등학생 때 국어에서 음절 같은 걸 배우지만 그걸 실제로 현실에서 써먹지는 않잖아요? 중학생 때 영어를 배우지만 실생활에서 그 영어를 많이 사용하지는 않잖아요?”
 “아카데미에서 배운 대로만 나올 거라는 환상에서 벗어나는 것. 그것이 여러분이 해야할 가장 최우선적인 과제에요. …그리고, 저는 그 환상을 깨우칠 수 있도록 제가 겪은 최악의 상황을 모두 동원해서라도, 여러분의 그 몸에 새겨드릴 거에요.”
 “클로저라는 건, 그런 존재라고.”

 ─클로저란 무엇인가.
 차원문에서 나오는, 민간인에 대한 ‘죽음’을 제거하고, 세계를 지키는 존재인가?
 아니다.
 같은 피를 흘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위해 싸우는 ‘성인’인가?
 아니다.

 “일어날 수 있는 모든 불합리에 대응할 수 있는 최고의 인재─그것이야말로 진짜 클로저죠.”

 불합리야말로, 이 세계에 존재하는 최악.
 그 최악을 이겨내고, 대응하는 것이야말로 클로저.

 “그럼, 훈련을 계속하도록 하죠. ─제가 먼저 시범을 보여드리도록 할까요? 여러분들이 그토록 어렵다고 말씀하신다면, 현장에서 몇 년이고 떨어져서 지낸 제가 직접 해보는 것도… 나쁘진 않겠어요.”

 훈련 프로그램이니 몸에 무리가 갈 정도도 아니었다.
 직접 몸으로 보여주겠노라 선언하니, 아무런 반발도 없었기에 스스로 훈련 프로그램의 기어 안에 들어가 기구를 장착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음성이 새어들어오기를.

 -손실된 오른쪽 팔은 현역 시절에 사용하시던 의수와 비슷한 성능으로 바꿔놓겠습니다.

 “부탁해요.”

 환한 빛과 함께, 전장으로 들어서니.
 그곳은 아마도 서유럽.
 불타오르며 온 세상이 무너져내리는 세상. ─용이 쳐들어오고, 격퇴당하던 시점.
 재앙이 다가왔던 시절, 그녀는 서유럽에 없었기에, 그만큼 좋은 본보기의 전장은 없겠지.
 낯설고, 불리한 전장. 적들은 이 전장에 익숙해져 있으며, 언제 무너질지 모르는 건물과, 갈라질지 모르는 대지를 거닐면서 천천히 현역의 모습을 되찾기 시작한다.
 무너지는 건물을 일으켜 세운다.
 깨져나오는 유리 조각을 피해낸다.
 으깨어져 발 디디기 힘든 잔해를 짓밟고 뛰어오른다.
 벽을 뚫고 나타나는 중갑의 적을 손으로 뭉갠다.
 보이지 않는 사각의 지대에서 튀어나오는 창날을 휘어내고, 붙잡아 던진다.
 칼날처럼 변화한 검은 힘이 적을 베어내고, 찌르며 피보라를 일으킨다.
 홍수처럼 터져나오는 먼지들을 뚫어내며, 어디에 있는지 모를 적들을 순간적으로 대응한다.
 발자국 소리, 공기를 가르는 감각, 그리고 그 따스한 숨결이 존재하는 곳을 찾아간다.
 핏물이 진득하게 거리를 물들일 무렵, 커다란 폭발이 일어났다. ─가스 폭발.
 폭발이 얼마나 거센지, 창문을 모조리 깨고도 폭풍처럼 튀어나와 연하은이라는 인간을 덮치니, 불꽃을 갈라내며 그 속에서 튀어나온 모습은 지옥에 있는 악마와도 같았다.
 불꽃을 붙잡아 내저으니, 폭발은 의지를 가진 듯 그 입을 벌려 차원종을 잡아먹는다.
 불타오르는 비명을 들으며 손으로 목을 꿰뚫고, 비틀이 뜯어낸다.
 머리에 난 두 뿔을 잡고, 반으로 가르며 나아간다.
 육중한 몸의 장기를 응축하여 뜯어낸다.
 시체가 되어버린 차원종을 이용해, 그들의 동료를 부순다.
 말 그대로 ‘학살’. 학생들이 원망하던 변수란 변수는 모두 일어나고 있음에도, 그 변수 속에서 광기에 젖은 기사마냥, ‘하늘새’ 팀의 현역 시절과는 다른 모습을 비친다.
 멀리서 저격하거나, 적을 압박하는 서포터가 아닌, 정면에서 다가서며 적을 위압하고, 죽음을 가져다주는 ‘광전사’.
 피로 온 전신을 젖히며, 불타오르는 거리를 휘어잡는 악마였다.

 “끝.”

 마지막에 이르러서는, 무릎을 꿇은 채 엎드린 A급 차원종의 머리에서 손을 빼낸다.
 S급 승격 심사 제안을 받을 정도로 활발했던 시기의 현역은, 그만큼이나 강했다.
 당시의 그녀와 동등한 정도의 수준이, 몇 년이나 지난 지금의 유주와 하얀 수준이라고 한다면 그녀의 강함이 얼마나 규격 외였는지 이해가 갈 정도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몸 상태의 악화 때문에 S급 한 명 수준의 전력을 잃어버린 유니온에게는, 뼈아픈 손실일 수밖에 없었다.
 이윽고 훈련 프로그램의 종류를 알리는 소리가 들린다.
 어두워지기 시작한 시야와 함께, 어느샌가 돌아온 감각은 의자에 앉아 있음을 암시했다.
 헤드 기어를 벗어내고, 훈련 프로그램 장치로부터 빠져나온 하은이 40명이나 되는 학생 앞에서 말하기를.

 “여러분이 겪은 변수는 몇 개나 되죠?”

 한 개, 두 개? 아니면 열 개인가, 스무 개인가.

 “그 모든 변수를 단 한 명이 해결할 수 있다면, 다섯 명인 여러분이 하지 못할 이유는 없습니다.”

 팀장이란 멀리서 바라보며 팀원들을 조율하는 자.
 그렇게 생각한 사람이 몇 있겠지만, 틀리다.
 전장을 직시하며, 어디에서라도 적절한 판단을 내릴 수 있는 능력을 갖춘 자.
 그런 능력을 가진 학생이야말로, 하은이 뽑을 수 있는 최고의 팀장이리라.

 “자, 그럼 계속해볼까요?”

 이 아카데미에 있는, 최고의 엘리트를 가릴 수 있는 테스트를.
 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 테스트가 끝나고, 시험만을 남겨둔 가운데, 주말의 쉬는 시간에 한 학생이 하은을 찾아왔다.
 처음 보았을 때부터 인상이 강하게 박히고, 팀별 훈련 프로그램 테스트에서 가장 우수한 성적을 낸─완벽주의자라고 불러야 할 정도로 완벽에 목메는 학생.

 “오랜만이네요, 이슬비 학생.”

 미소를 지으며 맞이하니, 그녀 역시 고개를 끄덕였다.
 마침 카페 안이었던 덕에, 앞자리에 앉기를 권유한 하은은 자신이 들고있던 서류뭉치를 내려놓았다.
 총 세 뭉치. 다 합치면 몇 페이지가 될지 모를 정도로 많은 자료였건만, 읽고있던 자료는 그 중에서도 가장 마지막 자료였다.
 테스트가 모두 종료된지 고작해봐야 며칠이 채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그 자료를 모두 읽었다는 걸까.

 “드시고 싶은게 있다면.”

 손을 내비치며 권유하자, 그녀는 사양하지 않겠다는 듯 주문했고, 그 중에서는 하은이 마실 아이스 커피도 들어있었다.
 쓴 맛에 커피는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았지만, 설탕을 넣으면 꽤나 먹을만했기에 딱히 아무 말도 하지 않다가, 이윽고 커피가 내려진 후 설탕을 넣고 있자니 그 모습을 보던 이슬비가.

 “…살쪄요, 선생님.”
 “…그런건 잘 아니까 굳이 콕 찝어 말하지 않아도 됩니다.”

 아카데미에 오면서 2kg이 더 쪘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간신히 정상 체중에 걸칠 정도였으니, 평소 그녀가 먹던 식습관이 얼마나 저체중을 유지할 정도였는지는, 말하지 않아도 잘 알겠지.
 더불어서 뒤이어 나온 케이크에 손을 대자.

 “살쪄요, 선생님.”
 “…같이 먹자고 시킨거잖아요….”

 살짝 공기를 입에 담은 채 뚱한 표정으로 답한다. 살찐다는 말을 두 번 연속으로 들으니 어느 정도 화가 난 하은이 도리어 살 찔거라며 반격을 하자니, 그녀는 괜찮다며 답했다.

 “아침마다 트레이닝 하니까요.”
 “…건강하네요, 이슬비 학생은….”

 하은은 딱히 운동하지는 않는다.
 운동도, 연습도 하지 않은 탓에 몸의 기량이 떨어질 수밖에 없겠지.
 그럼에도 불구하고 훈련 프로그램에서 그 정도로 압도적인 모습을 보여준 것은, 아마도 학생들이 보고 있다는 생각에 조바심이 난 것이리라.
 커피를 홀짝인 하은이 이슬비를 마주보고 물었다.

 “이슬비 학생… 사적인 대화니까 슬비라고 부를게요. 슬비 양은 어쩐 일로 찾아온거죠?”

 그러자 슬비는 포크로 케이크 끝자락을 깎아내리며 답했다.

 “…그 팀별 훈련 프로그램 말인데요… 조금, 뭐랄까… 제 팀에 대한 불만이 있다고 생각해서요.”
 “흐음….”
 “제 오더에 따라주지 않는 경우가 가끔 생겨서요. 오기라고 해야할까요? 갑작스러운 상황에 서로 판단이 엇갈려서 이도 저도 못하다가 팀이 엉망이 되는 경우도 있어요. …팀을 바꿀 수는 없을까요?”

 그 말에, 한동안 입을 다문 채, 커피잔을 바라보던 하은은 고개를 들어, 자신을 바라보는 슬비의 눈동자를 마주본 채 답했다.

 “안됩니다.”
 “…역시, 그렇군요.”

 예상했다는 듯이 답하는 그녀의 말에, 그녀가 생각하는 이유가 아니라며 하은이 말했다.

 “슬비 양은 굉장해요. 제가 현역 시절에 보아온 현역 클로저 팀의 팀장보다도 뛰어날지도 모르죠.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팀을 그렇게 짤 수밖에 없었어요.”
 “어째서죠?”
 “슬비 양이 너무 뛰어나서, 랄까요.”

 그녀의 학습 능력은 뛰어났다. 한 번 겪은 변수는 결코 놓치지 않는다.
 그렇기에, 팀을 여러번 바꾸면서도 그녀가 암묵적인 팀장이 될 수 있었을 터였다.
 하지만 그런 그녀였기에 팀을 그런 식으로 짤 수밖에 없었다.

 “다른 팀들과의 조화를 맞추기 위해서는 그럴 수밖에 없었어요. 무엇보다, 그 일방적인 명령 체계… 그게 가장 문제랄까요.”
 “…어떤 부분에서요?”
 “사람마다 가지고 있는 시점은 각각 다르죠. 스스로 체험하면 A인 것이, 멀리서 보면 B인 점이 꽤나 많을 정도로요. 슬비 양은 그 중에서 B에 해당하는 경우에요. 일전에도, 슬비 양의 오더는 정확했어요. 그 팀원이 피하고자 하는 방향으로 피했더라면 추가타가 들어왔겠죠. 하지만, 그런 점을 모두 이해하고 행동한다고 해도 사람의 본능적인 반응은 피할 수 없어요.”
 “명령을 듣고 인식한 채 움직이기까지 얼마나 시간이 걸릴까요? …본능은 슬비 양의 생각보다 반응이 훨씬 빨라요. 오히려 슬비 양이, 그를 구하기 위해 오더를 내리는 것이 더 합당하겠죠. 변수를 인지하고 그에 따른 대처방안과 주변 상황을 파악하는 것은 좋지만, 온전히 자신의 시각으로 보는 그 생각을 고쳤으면 하는 마음이었어요.”
 “하지만 이런 식으로 찾아온 모습을 보아하니… 팀원과 어떤 이야기가 있었던 것 같네요.”
 “…그건….”
 “분명 슬비 양의 행동에는 문제가 없었어요. 하지만, 그 완벽주의적인 성격이… 어쩌면 슬비 양이 팀을 구할 때, 하나의 걸림돌이 될지도 몰라요.”
 “무슨 말씀이시죠?”

 되물어보는 슬비의 질문에, 커피를 잠시 홀짝이며 답했다.

 “슬비 양이 원하는 대로, 팀원은 구해지지 않고, 팀원이 따라주지 않아요. …단지 그것뿐이죠.”
 “…그런, 가요….”

 어쩐지 기가 죽은 듯한 모습은 보기가 안쓰러웠지만, 어쩔 수 없는 노릇이었다.
 알아야만 하는 일이었으니까.
 결국 대화가 마무리되고, 서로 말도 하고 있지 않자니 어쩐지 어색해져, 하은이 입을 열었다.

 “잠시 제 개인적인 이야기를, 할까요?”
 “…선생님은 차원 전쟁 참전 용사라 들었어요.”
 “그렇기도 했죠. 하지만 그쪽 이야기가 아니고, 옛 동료들의 최근 소식이 있었거든요.”
 “‘하늘새’ 팀의 팀원분들… 인가요…?”
 “그렇죠. 제가 하늘새 팀의 팀장이었던 시절이 조금 떠오르지만, 제가 없어도 그 둘이서 잘 해낼 수 있을 거예요.”
 “하늘새 팀은 두 분이 현재 운영 중이신 건가요? …유니온의 팀은 최소 다섯 명은 되어야….”
 “그 둘이 최근 S급 승격 심사를 받게 되었거든요. …그 이전까지도 A급 요원으로 활동했었고요. 어쩌면 일전에 보여준 제 모습보다도 지금의 그 둘이 더 강할지도 모르고요.”
 “개인적으로… 아시는 사이이신가 봐요?”
 “같은 고아원에서 자란 친구니까요.”

 그리고 그 순간.

 ─콰장창!!

 유리창을 요란하게 깨고 들어오는 커다란 위협 속에서, 하은은 보다 빨리 반응했다.
 슬비를 띄어서 통행로 쪽으로 날려 보내고, 자신에게 다가오는 힘에 대적해 위상력을 발휘했다.
 콰앙! 하는 커다란 소리와 함께 하은의 몸이 자연스레 붕 뜨며 이내 착지하니, 갑작스레 쳐들어온 ‘적’은, 천천히 몸에 엉겨붙은 유리 조각을 털어내며 일어섰다.

 “누구지?”

 그것은 크고 어두운 무언가.
 압도적인 어둠을 그 속에 지니고 있었으며, 후드 속에 감추어진 의식은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구토가 올라올 정도로 어지러웠다.
 동시에 빛나는 두 눈동자는 선명한 핏물을 연상시킬 정도의 적색 빛을 띠고 있었다.

 “…찾았네요, 세계의 ‘열쇠’를.”

 기쁜 듯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에게는 미안하지만, 우선은 해야 할 말이 있었다.

 “무단 침입은 범죄야. 정문은 저기라고.”
 “아아… 그렇네요.”
 “나중에 청구서 보낼테니 각오하고.”
 “그때까지, 이곳에 살아 있으시다면요.”

 오싹한 감각이 목을 타고 오를 때.
 하은이 움직였다.
 팔을 들어올리자 뜯겨져오른 탁자가 그 행동을 방해하고, 동시에 비틀어서 내지르자 마치 강한 충격에 맞이한 듯 탁자가 으깨진다.
 그 너머에 있을 한 괴물은 어느샌가 천장으로 뛰어오른 뒤였으며, 그 사실을 인지한 순간 두 팔을 교차시켰다.

 ─끄카카카칵… 콰앙!

 길게 긁히는 듯한 상흔과 귀를 찢는 소음.
 사소한 일에는 신경조차 제대로 주지 않는 사람들의 분산스러움이 난리가 되어서, 비명이 노래를 뒤덮고 발소리가 혼란스러워 사람이 가는 길을 제대로 표시해주지 않았다.
 그런 와중, 카운터, 그것도 여러 가지 음료들이 잔뜩 놓여있는 진열대에 꽂아 넣어진 하은과, 그런 그녀를 계속해서 밀어붙이는 하나의 괴물은 치열한 접전을 벌이고 있었다.

 ‘역장 째로 밀어냈어…!’

 보통이라면 충격을 흡수해 순간적으로 카운터가 일어날텐데도 불구하고, 그것은 규격 외의 힘으로 밀고 들어옴으로써 역장을 통한 반격을 허용하지 않았다.
 단 1ms조차도 여유를 주지 않은 채 처박은 그것은, 순간적으로 손을 튕겨내더니 하은의 눈에 보이는 것만 총 다섯 개의 찌르기를 사용했다.
 트카캉! 하는 경쾌한 소리와 함께 역장의 여러 부분이 일렁이며 이윽고 터지고, 얼마 시간을 벌지 못하는 것 정도는 잘 알고 있었던 하은이 다가서니 그것은 곧장 손을 내려 베어낼 것만 같은 낌새를 내비쳤다.
 손날을 옆으로 흘려내고 그 안으로 파고들어 손바닥을 펼치니, 어느샌가 회수된 왼 팔이 들어올리고, 들어올려져 비어버린 빈 공간을 또다시 그 왼손이 노리며, 하은의 왼손이 다시금 붙잡아 비틀어낸다.
 말 그대로, 물고 물리는 카운터의 싸움. 조금이라도 밀리는 쪽이 순식간에 패배할 것이 분명한 상황 속에서.

 “읏…!”

 정확한 타이밍을 읽어 내지른 왼손의 찌르기가 환상적이게 꺾여 들어온 궤도의 오른팔에 얽혀들었다.
 비틀어지며 부러질지도 모르는 상황 속에서 빠악! 하며 들어오는 복부와 왼 뺨의 충격은 일시적으로 의식을 잃을 것만 같은 수준이었으나, 자신이 누구인지,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정확히 인지하고 있던 하은이 곧장 정신을 차린 채 반응했다.

 “…!”

 이번에는 괴물 쪽에서 놀란 듯 흔들렸다.
 뱀처럼 휘감은 팔을, 고양이처럼 몸을 띄어 흔든다. 비틀어진 손이 제자리로 돌아가며 순간적인 틈을 비추었으며, 그 틈을 놓치지 않은 채 날아오는 오른발의 공격을─

 ─쩌엉!

 서로에게 향하는 발차기.
 크로스카운터(Cross-counter).
 그럼에도 불구하고 살짝 떠오른 괴물과는 달리, 한참을 붕 떠서 날아간 하은의 몸은 큰 소리를 내며 통행로에 안착했다.

 ‘신장 차이가 너무 큰가….’

 그것의 크기는 몇 cm일까.
 가히 가늠할 수 없는 영역. 부족하다면 늘릴지도 모르는 그것의 크기는 하은이 예측할만한 것이 아니었다.
 비틀거리며 일어나고 있자니, 창처럼 다가오는 그 날카로움에 검은 위상력을 휘두른 오른손을 내질렀다.

 ─콰드득!

 그리고.

 ─뻐억!, 콰앙!

 하늘을 날아다니는 기계부품.
 샴페인의 기포처럼 일렁이는 그 톱니바퀴와 전선의 환상 사이를 비집고 들어오는 날카로운 뱀의 일격.
 입을 벌린 독사의 날카로운 이빨이 순식간에 복부에 찍혀 들었다.
 멀리 날아가다 못해 테이블을 몇 개씩이나 부순 다음에야 간신히 멈춘 하은은, 반쯤 박살나 기울어진 테이블을 붙잡은 다음에야 간신히 일어날 수 있었다.

 “의…수가….”

 아무리 일상용이라고는 하더라도 어지간한 충격이라면 버티는 데다가 검은 위상력을 둘렀음에도 불구하고 꿰뚫린 이 위력.
 상상한다는 의식을 넘어서, 이제는 이해할 수 없는 범주에 들어서고 있었다.
 욱신거리는 복부의 고통을 견디며 일어서니, 입가에서 피가 새어 나올 때 즈음에 그것이 입을 열었다.

 “나약하기 그지없는 인간의 몸. …그대로 가다가는, 죽을지도 모릅니다.”
 “그래서?”

 하등 관심 없는 일.

 “저와 함께 가시죠.”
 “내가 왜?”

 그것이 원하는 바를, 스스로 하겠다며 나설 필요는 없었다.
 설령 여기서 죽는다고 해도, 그 죽음은 클로저로서, 인간으로서 맞이하는 것.
 괴물과 함께해서, 괴물이 되어, 괴물처럼 죽는 것을 원하지 않는다.
 가늘게 뜬 눈동자 속에 담긴 상냥한 의지를 읽은 것인지, 두 팔을 벌리며 그것이 말했다.

 “망가진 오른팔, 시력이 한계에 달한 한쪽 눈. 그리고 기계 없이는 살아갈 수 없는 몸.”
 “…많이도 조사하셨군.”
 “그 모든 제약으로부터, 당신을 해방해드리겠습니다.”

 달콤한 한 마디.

 “육체, 능력, 권력, 재력, 심지어는… 힘까지.”
 “당신이 원하는 모든 ‘소원’을 들어드리겠습니다.”

 그것은 원초의 ‘에덴’에 존재하던 단 하나의 나무에 열린, 선악과와도 같은 달콤함을 가지고 있었다.
 사과 한 입만큼의 유혹, 아름다운 현혹.
 사탄의 입발림조차도 감히 그 한 마디를 따라가지 못하리라.
 악마들이나 다름없는 인간 세상에서조차, 거짓말이라 하더라도 하지 않는다는 ‘소원’의 이룩.
 그것이 ‘가능’하다며 내민 한 마디와 싸늘한 손은, 무심코라도 잡고 싶어질 정도였건만.

 “이게 내 답이다.”

 사과는 달콤하나, 달콤함만이 있을 리가 없었다.
 사과 따위, 고이 접어서 엿장수에게나 갖다 주라지.
 그리고 그 엿장수에게서 손수 공수해온 엿을, 내밀었다.
 왼손에 비추어진 단 하나의 손 표시. 가운뎃손가락을 우아하게도 들어 올린 하은은,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든 들어줄 수 있는 신이라면 처음부터 날 강제로 끌고 갔겠지.”
 “…그것은, 당신의 의사에 따라 다르겠죠.”
 “‘동의’를 필요로 하는 ‘소원을 이루어주는 계약’은 사기거든? 엿 하나가 싫으면 산山으로 해줄까?”

 **손가락과 엄지손가락까지 들어 올리며 말하자, 더 권유하는 걸 포기한 것인지, 입을 다문 그것은 이윽고 사악하다고 묘사해도 충분할 정도로 오싹한 검은 빛을 내비치기 시작했다.
 자신의 ‘검은색’과 비슷하다고 여겨질 정도의 검은색. ─뚫리지 않던 검은 힘을 뚫은 건 저것일까.
 상대의 역량을 평가하고 있었으나, 오히려 보면 볼수록 알 수가 없었다. 그 한계가, 그 그릇의 끝이 어디까지인지… 과연 얼마나 더 나아갈 수 있는지. 한 치 앞도 보이지 않는 아득한 나락 속에서 헤매는 듯한 기분이었다.
 그리고.

 ─떠엉!

 하은의 몸이 떠오른다.
 부웅, 떠오른 하은의 몸이 멈춘 것은 테이블 하나 치의 거리.
 간신히 착지한 하은이 한쪽밖에 남지 않은 팔로 피를 닦아냈다.

 ‘장소가 나쁜데.’

 외통수였다. 이 뒤쪽은 민간인이 사는 건물. 아직 대피도 채 끝나지 않았을 텐데.
 어떻게든 카운터 쪽으로 돌아가야만 하는 상황 속에서, 삼중 역장이 거의 동시에 깨졌다는 것을 그제야 인지한 하은이 입을 꾹 다물었다.
 힘의 격차가 너무 큰데.

 “자, 그럼….”

 비틀거리며 일어나서, 테이블에 앉아 놀던 학생들의 트럼프 카드를 손에 거머쥐었다.
 어디서 난 카드인지는 몰라도, 나중에 압수해야지.

 “마술 쇼타임.”

 그 말과 함께 트럼프 카드를 하늘로 내쏘자, 허공에서 흩어지는 트럼프 카드 속에서 약간의 미소를 내비쳤다.
 동시에 그녀를 뒤덮듯 갑작스레 많아진 트럼프 카드와 함께, 괴물이 눈에 보이지 않을 빠르기로 발을 휘젓자, 들이닥친 폭풍이 약하기 그지없는 종이 카드를 산산조각이 나기 시작했다.
 그러나, 마치 커튼처럼 쳐진 카드 너머에는 하은이라는 존재는 없었다.
 동시에.

 ─콰앙!

 본능인지, 아니면 알고 있었던 건지.
 순식간에 손을 들어 공격을 막아낸 그것은, 공격이 날아온 방향, 자신의 뒤편으로 몸을 돌렸다.
 당황한 듯한 하은의 모습은, 훈련 프로그램에서조차 보이지 않은 모습이었기에 슬비의 눈에는 그저 그녀가 상대하고 있는 괴물이 얼마나 규격 외의 존재인지를 인지하게 해주는 듯싶었다.

 “하찮은 마술은 끝입니까? …그럼 갑니다.”

 그 말과 함께, 슬비의 시야에서는 그것이 사라졌다.
 정확히는 가속을, 눈이 따라가지 못했다.
 육탄전 전문, 아마 그쪽이 아닐까.
 시야를 벗어나 순식간에 다가선 그 괴물의 오른팔로부터 습격하는 공격을 간신히 손으로 제지했으나, 손목을 들어 올려 튕겨냄과 함께 충격이 몰려들었다.

 콰장창!

 유리잔과 기계 등이 한껏 부서지는 소리와 함께 하은이 비교적 작은 몸이 하찮을 정도로 쉽게 내쳐지고, 그 커다란 소음 속에서도 어떻게든 일어났는지 이번에는 여러 가지 병을 던지기 시작했다.
 음료병부터 시작해서 어디서 난 걸지도 모를 술병까지.
 그리고 그다음으로 날아든 것은.

 ‘라이터?!’

 화재라도 낼 생각인가.
 하지만 차원종을 당황하게 한다거나, 순간적인 공황 상태에 빠트리기엔 폭발만큼 적합한 것도 없었다.
 물론 그 공격을 차원종이 맞았다면.
 마치 갈라진 물결처럼, 그것의 앞에서 순식간에 동강 나, 뒤에 떨어진 다음에야 흩뿌려진 음료와 알코올 속에서 그것은 날아든 라이터를 아주 가볍게 쳐부수고, 아래로부터 다가온 충격을 맞이한 라이터는 순식간에 분해되어, 그 반대쪽 면은 천장을 뚫고 나아갔다.
 아무것도 통하지 않는 상황 속에서, 숨을 고르며 카운터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하은은 손을 빙글 휘둘렀다.

 “익숙하지는 않지만.”

 손가락 끝에 맺힌 검은 구체.
 그리고 마치 예정되어 있었던 듯한 전개 속에서, 마치 영화를 찍는 듯한 긴장감.
 욱신거리는 충격들 속에서, 입에 고인 핏물을 퉷, 내뱉는다.

 ─철퍽.

 동시에, 약속한 것처럼 움직이기 시작한다.
 손을 들어 올림과 동시에 들어 올려지는 지면, 떨어지는 조명, 여기저기서 끊어져 날아오는, 연결되어있는 전선들과 피어오르는 가스들.
 그것을 모두 갈라내고 돌파하는 그것의 공격을 아래로 회피한 다음, 손등으로 들어 올리듯이 밀쳐낸다.
 투캉! 하는 소리와 함께 천장에 처박힌 괴물에게 손가락 끝을 향한 하은은 위상력을 집중해 탄환을 내뿜었다.

 ─전탄발사.

 투과과광!!
 커다란 소음과 함께 떨어져 내리는 먼지들. 하지만, 그 괴물이 그 정도로 끝날 리가 없었다.
 시야가 가려진 틈새를 이용해 입구 쪽으로 물러나 슬비를 난장판으로부터 끌어낸 하은은 그녀를 뒤로 내밀치며 말했다.

 “민간인들 대피시켜, 빨리!”
 “하, 하지만 선생님은….”
 “여기선 네가 방해야.”

 잔혹하게 들릴지도 모르는 이야기였지만, 사실이었다.
 아무것도 하지 못하는 짐꾼이 될 바에야, 사람을 구하는 클로저가 되어라.
 그 진심 담긴 한 마디에 침을 삼킨 슬비가 곧장 움직이며 사람들을 인도하기 시작하고, 그 뒷모습을 바라보던 하은은 움직이기 시작한 괴물의 기척을 느끼며, 손을 가로로 내젓는다.
 지잉, 하면서 뻗어지는 검은 창대.
 오랜만에 만지는 무기였건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익숙한 그 창대.
 마음 속에서 개념으로 짜맞추고, 촘촘히 엮어, 틈새 하나 없이 만들어낸 그것은, 최고의 영역에 해당할 정도의 경도와 강도, 그리고 밀도를 가지고있는 인류가 가진 현존하는 모든 병기 중에서도 가장 단단한 ‘창’.

 “와라.”

 적에게 향하는, 하은이 할 수 있는 최대한의 경의였다.
 동시에 카페 내부가 터져나가기 시작하고, 그 폭발에 응하듯 폭염을 이끌며 괴물이 나타난다.
 핑글, 휘두르며 불꽃 서린 공격을 휘젓고 튕겨내며, 흘려낸다. 한쪽 팔이 없는 만큼 방어의 수준이 약해졌지만, 그런데도 어느 정도 버틸 수 있는 정도였다.

 ‘제발, 빨리!’

 건물 내부에 있는 민간인들을 빼내 주기를.
 덜컥, 하며 붙잡힌 창대를 자신에게 확 끌어당기자, 그 속도에 걸맞게 날아가기 시작한다.
 저쪽에서 손을 놓으며 발로 내치고, 그 공격에 데굴, 구르며 도롯가에 안착한 하은은 일어나자마자 창대를 높이 휘둘렀다.
 즈캉! 하는 소리와 함께 그것의 발끝이 튕겨 올라간다.
 촤악, 하며 바닥을 긁어내며 지면을 불안정하게 만드니, 핑글 돌아 발차기로 되돌아와, 창대에 강하게 욱신거린다.
 쩌엉! 커다란 소음과 함께 몇 번이고 창을 돌려, 정면을 세로로 그어내자, 멀찍이 피해낸 그것이 있던 자리에 처박힌 창과 창이 남겨낸 커다란 흠집.
 그리고 흠집으로부터 피어오르는 강대한 위상력이 금가듯이 영역을 펼쳐 의사를 가진 듯 위협하기 시작한다.
 가볍게 허공으로 피해낸 그것을 향해, 창을 회수해 강하게 그어낸다.

 “아스트라.”

 지잉─하는 커다란 소음.

 ‘─이건….’

 아스트라를 계속해서 쳐다보던 그것은, 무엇인가 잘못되었다는 것을 인지한 것인지 자그맣게 무언가를 중얼거렸다.

 “─개방, 10%….”

 쩌어어엉!
 마치 날카로운 화살촉과 같은 형태로 날아간 아스트라는 어마어마한 이음異音을 내며 고막을 찢어내었다.

 스읍….

 그 사이, 창에 위상력을 흘려내기 시작한다.
 상대가 상대. 인명이나 재산피해 따위를 생각하면서 싸울 수는 없었다.
 최소 특A급, 아니면 그 이상의 괴물.
 최대한 위력을 축소하고, 피해를 축소하겠지만, 그런데도 이 선택을 미룰 수는 없었다.
 사람들을 대피시키는 것은 학생들의 몫.
 그리고 그 학생들을 지키는 것이 자신의 일이며, 사람을 지키는 것이 클로저의 일.
 그것이 설령 자신이 목표라 하더라도, 자신이 사라졌을 때, 지켜지지 못할 사람들을 위해서.

 “재주도 많군요, 당신은…!”

 푸확, 하며 아스트라의 연막에서 간신히 빠져나온 그것의 모습은 아까 전과는 사뭇 달랐다.
 그래, 손에 마치 갈퀴처럼, 무언가를 달고 있었다. ─닿는다면 어깨가 통째로 뜯겨나갈 것만 같은 위협을 가진 채.

 “이제 왔냐?”

 조절도 제대로 되지 않지만, 창 자체를 희생시킨다면 못할 것도 없다.
 위력은 최대, 범위는 최소.
 인류가 쌓아온 업을 담는다.
 주변에서는 마치 영화를 촬영하는 것처럼 보였던 것인지, 슬비의 인도에도 불구하고 카메라를 든 채 동영상을 찍기에 바빴으며, 그런 것 따위 따질 겨를도 채 없었던 하은은, 끝의 끝, 머리카락 한 가닥에 서려있는 위상력까지 모두 뽑아내어, 단 일점을 갈망했다.

 “─개방…”

 괴물의 옅은 소리와 함께 하은이 움직인다.

 “신의 위엄을 담아, 수라를 찢고 별들 사이를 헤엄치며, 하늘 너머로 날아가라!”

 그것은, 신에게 받은 최고이자 최강의 병기.
 단 한발의 힘이자, 힘의 극치, ‘증명’.

 “바사비─샤크티!”

 즈끼잉!

 공간을 일그러트리며, 차원 세계를 비틀어낸다.

 구우웅…!

 마치 그것은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듯, 끝이 날카로운 가시의 모습으로 한 괴물의 목숨을 노리고, 마치 굶주린 사자처럼 목숨이 끊어질 때까지 노린다.
 위상력으로 막지 못한다. 세계에 존재하는 ‘힘’이라는 개념을 넘어, 그 너머에 있을 터인 하나의 ‘존재’를 담고 있는 그것은, 위상력이라는 특이 작용을 무시한 채, 물리적 개념으로 힘을 발한다. ─동등한 조건에서의 물리력이 아니라면 막아내지 못하는, 그런 창.
 쩌엉! 하는 소리와 함께 커다란 반발 작용이 일어나기 시작하고, 그때부터는 점차 서로의 힘을 증명하는 시간이나 다름이 없었다.
 하늘 너머까지 날아갈 힘의 ‘별’이자 ‘창’은, 단 하나의 커다란 무언가에 의해 막히고 있던 것이다.
 그러나, 그럼에도.
 ‘필살’을 의미하는 ‘바사비 샤크티’는, 모든 세계를 거닌다.
 별들 사이를 헤엄치며 나아간다.
 그 끝에 있을 별의 목숨을 노리며, 나아간다.

 ─그래, 나아간다.

 괴물이 밀리며, 신의 창이 점차 나아가고 있었다.
 그 속도는 점차 빨라지기 시작하고, 그 거리의 격차가 벌어진다. 손에 쥐고 있던 창의 형태가, 마치 빨려 들어가듯 사라지기 시작한다. 여운없이 놓은 창은 이윽고 온 힘을 다해, 우주로 나아가고자 애쓴다.
 멀어지면 멀어질수록, 십자 창의 모습을 더욱더 강하게 비추기 시작한다.
 검은 ‘창’은, 하늘에 떠오른 ‘별’을 상징하듯, 십자의 ‘창’을 띄며 힘을 과시한다.

 “선생님!”

 ─이 정도면… 선생님의 역할도….

 충분히, 해낸 거겠지…?
 피로에 젖어, 꼬리 올리기조차 힘든 미소를 지으며 그녀를 맞이하고 있자니.

 “뒤에….”

 빠지지직….

 세계를 찢었을 터인 죽음의 창.
 물리력으로만 막아낼 수 있는, ‘일격필살’의 힘을 뚫고, 그것은 다시금 돌아와 존재를 증명한다.
 고개를 돌렸을 적에는 이미 늦었다는 듯 공격 채비를 하고 있었으나.
 무언가에 가로막힌 것처럼, 억압된 것처럼. 고통을 호소하듯이 몸을 멈추고, 그 사이 왼 팔을 뻗어 멀찍이 튕겨낸다.

 “슬비 양!”
 “네… 네!”
 “제 숙소에 가서 유니온 마크가 있는 케이스를 들고 오세요, 어서!”
 “하, 하지만….”
 “빨리!”

 만약 그것이 물리력을 통해 막힌 것이라면.
 그것이 진실이라면.
 아마 지금 존재하는 괴물을 막을 수 있는 것은 역사에 이름을 남긴 위대한 영웅들 정도… 혹은 그들과 동등한 선상에 있을 터인 전쟁의 잔재들.
 그러나 이곳에는 아무도 없다.
 전쟁에서 타오르고 **버린 불씨인 지금의 하은으로서는, 그를 감당해내는 것조차도 힘들다. ─하물며 한쪽 팔도 없는 마당에.

 “자, 그럼….”

 어떻게 한다.
 사용하던 최고 경도의 창은 소실되었으며, 바사비 샤크티마저 막혔다.
 결과적으로 그녀에게 남은 패는 바사비 샤크티처럼 창을 소모하지 않으면 사용할 수 없을 정도의 파괴력을 가진 것들뿐이나, 이런 시내에서 쓰다가는….

 ‘대피소에 들어가지 않으면 모두 죽는다….’

 그 시간을 벌어야하지만, 문제가 있다면 여기에 있는 사람들 모두 문제가 심각한 것을 인지하지 못한다.
 모두가 신기하다며 사진과 동영상을 찍을 뿐.
 이건 몰래 카메라라던가 영화 촬영 따위가 아니란 말이다.
 그 시점에서 슬슬 버럭, 화를 내려던 찰나.

 -A급 이상 차원종의 출현을 확인했습니다, 시민분들은 안내 방송에 따라 대피해주십시오.

 적절한 타이밍에 울리기 시작하는 경고음.
 도시의 분잡함을 덮어버릴 정도로 찌잉찌잉 울리는 그 경고음에 사람들이 당황하기 시작하고, 그제서야 하은이 입을 연다.

 “모두, 안내 방송에 따라 천천히 움직여주세요!”

 -다시 한번 알립니다. A급 이상 차원종의 출현을 확인했습니다. 시민분들은….

 그제서야 사태의 심각성을 깨달은 것인지, 아니면 단지 경고음이 울렸기 때문인지.
 사람들이 움직이기 시작하고, 차원종에 대한 공포가 가시지 않은 어른들은 누구보다 빨리 움직인다.
 그리고, 사람들이 모두 사라진 다음에야 먼지를 걷으며 모습을 드러낸 괴물이 말한다.

 “조용해졌군요.”
 “군중이 너무 많았지? 미안하군. …모습이 바뀌었는걸? 무슨 일이라도 있었나?”
 “글쎄요.”

 파앗.
 자리를 떨치고 움직이는 그것의 움직임은 눈에 띄게 느려져 있었다.
 돌아오는 발톱을 피해내고, 왼손에 새로운 창을 붙잡는다.
 강도나 경도는 이전에 비해 떨어지지만, 날카로움을 더욱 중시한 힘.

 ─피잇.

 어느샌가 돌아온 발톱이 볼을 스치며 지나가고, 피가 새어나온다.
 후웅, 하고 돌리는 창과 발톱의 연속적인 전투. 그 사이에서 벌어지는 순간적인 움직임들.
 1mm의 오차도 용서하지 않는 창끝과, 그 1mm를 날카롭게 파고드는 발톱의 모습은 용과 호랑이의 모습을 닮아가고 있었다.
 하지만, 승리라는 것은 언제나 강자의 편.
 한쪽 팔조차 없는 하은에게는 너무나도 버거운 상대였고, 그것은 얼마 가지 않아 증명되었다.
 한 번도 감지 않은 채 삼십여 합을 겨루고, 손에 쥔 창을 흔들며 페이크를 일으킨다. 동시에 찔러드는 날카로운 창끝을, 아래로부터 튕겨낸다.
 가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힘.
 쩌엉! 하며, 철 따위였다면 순식간에 부러져나갔을 충격이 손에 전해지며, 창이 하늘로 떠오른다.
 손이 찢어진 듯, 피가 허공을 가르고, 동시에 살짝 뛰어올라 달려드는 그것을 바라보며 살며시 미소지었다.

 “─아스트라.”

 ‘자신을 포격 선상에 두고…!’

 “날개 하나.”

 쯔까앙!
 검은 일격과 새하얗게 피어오른 무언가가 맞부딪히며, 뒤로 스쳐 지나간 괴물이 비틀거렸다.

 “…죽음에 대한 공포조차 없는 건가요.”
 “내가 할 일은 사람을 지키는 것.”

 허공에서 떨어져 내리는 창을 붙잡으며 답한다.

 “너희에게 내가 필요하다면, 내가 죽게 내버려둘 리가 없지.”

 물론, 그만큼 적이 강했지만.
 아직 차원압력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태.
 다행이라고나 할까, 전력을 내지 못하는 상태라는 게 하은에게는 축복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자, 와라!”

 쿠웅! 한 발자국을 강하게 디디며 답하자, 후드 속에서 붉은 눈을 빛내며 그것이 반응한다.
 그리고, 변화가 일어난다.
 두 팔과 두 다리. 각도는 제한되어 있으며, 한 번 휘두르면 쉬이 수정할 수 없는 궤도가 비틀어지며 들어오고 있었다.

 ‘정면으로 지르기!’

 창을 극한으로 휘두르며, 공격을 막아낸다.

 쿠우웅!

 원형으로 거대하게 퍼지는 파장이, 커다란 흔적을 남기며 충격을 분산한다. 창이 떠오르며 일시적으로 무방비해졌지만.

 “바루나스트라!”

 번쩍, 하며 창이 변화한다.
 동시에 뱀이 먹이를 물 때 몸을 뻗듯, 순식간에 창날이 늘어나 사이를 가른다.
 이내 줄어든 창대를 붙잡은 채 허공을 그어올린다.

 “아스트라!”
 “날개 둘.”

 쿠웅!
 ‘날개’라는 것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모르겠으나, 지금 일어난 현상은 분명한 ‘물리적 작용’.
 무언가가 간섭하고 있다는 여지를 충실히 남기고 있었으며, 동시에.

 “날개 셋!”

 우드득!
 갑작스레 형체를 드러낸 그것은, ‘거인의 팔’.
 새하얗고 커다란 그 팔이, 손을 뻗어 지면을 향한다.

 “─아스트라.”

 찌잉!
 마치 빔처럼 쏘아져나가는 아스트라의 힘이, 거인의 팔에 적중하며 일시적으로 그 진격을 막을 적에, 서둘러 몸을 피한다.
 콰과광! 떨어져내린 팔이 지면을 파괴하며 나아가고, 그 사이를 파고들며 괴물이 손끝을 뻗는다. 창끝으로 췽겨내고, 휘어들어오는 발톱을 흘려낸다. 이내 지잉, 허공을 그어 올리니 날아온 무언가를 막듯, 두 손을 앞으로 펼치며, 아스트라와 함께 하늘을 날아간다.

 “허공을 날아라─”

 ─나라야나스트라!

 지잉, 날에 검은 형체가 깃들고, 이윽고 무언가가 쏘아져나가기 시작한다.
 한둘도 아닌, 수십, 수백개가 될지도 모르는 그 숫자는 그야말로 폭포.
 동시에 터져나가는 아스트라의 향연. 마치 비가 쏟아지듯, 그 아스트라 모두가 괴물을 향해 날아간다.

 “─해방….”

 그리고 그 괴물이 하늘을 춤춘다.
 요정이, 정령이 하늘을 날아다니는 것처럼, 수십수백번 몸을 흔들고 비틀며 나라야나스트라로부터 몸을 피한다. 그리고 이내 멈추더니, 순간.

 ─콰앙!

 새하얀 빛과 함께, 나라야나스트라가 꿰뚫린다.
 수십수백개나 있었던 나라야나스트라가 단 한번에 쳐부숴지는 광경.
 마치 소설을 보는 듯한 이상한 현실을 바라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으니, 이내 다가온 그것의 발톱을 창끝으로 튕겨낸다.

 “재주도 많군!”
 “당신도!”

 그리고.

 “선생님!”

 ‘슬비 양?’

 일순, 다른 목소리에 정신이 팔렸을 때.
 자신의 앞에 다가온 발에 대처하지 못한 채, 그대로 날아간다.

 ─쿠궁… 쿵….

 건물 몇 개를 뚫으며 날아간다. ─기둥따위에 부딪히지 않아 건물이 무너지는 일은 없었지만, 날아간 거리는 실로 백 미터 이상. 발차기라고 부를만한 것이 아니었다.
 그 모습을 바라보고 있던 슬비가 순간적인 충동을 이기지 못한 채, 하늘에서 떨어진다.

 “너─!”

 핑글, 자신이 가진 무기가 일순에 흔들리며 쏘아져 나간다. 평소의 그녀라면 볼 수 없을 정도로 냉정함을 잃은 상태로, 적과의 차이를 살피지도 않은 채 먼저 몸을 내던진다.
 동시에.
 쨍그랑! 하는 소리와 함께 그녀와 케이스를 제외한 모든 칼날이 부러진다.
 거리는 아직 십수미터나 남아있는데, 이토록 그 격차가 큰 건가.
 눈으로 보고도, 마치 영화를 보는 듯한 현상에 숨을 들이마시고 할 말을 잃어버리니, 작은 괴물이 그녀의 하찮은 목숨을 빼앗을 준비가 끝났다는 듯, 몸을 내던지려던 순간.

 “트리슈나!”

 화악, 하고 다가온 단 한 자루의 창이 그 괴물과 함께, 하은이 날아간 거리보다 더 멀리 멀어지기 시작한다.
 콰광! 쾅! 거리가 파괴되고, 가게가 부서지고, 문명이 박살 나는 소리.
 그리고 한 쪽밖에 남지 않은 팔로 슬비를 끌어안은 채, 떨어진 옥상을 역행해 올라간 하은이 그녀에게 말한다.

 “케이스 열어요, 빨리!”
 “아, 알겠어요!”

 하지만 순간적인 죽음을 눈 앞에 두었기 때문일까. 몇 번의 조작 실패 끝에야 간신히 열 수 있었던 그 케이스에는, 다른 무엇도 아닌 ‘의수’가 들어있었다.
 일상생활용 의수와는 달리, 완전한 전투형 의수. 개량에 개량을 더해, 하은이 가진 검은 위상력은 물론이요. 그녀의 커다란 위상력조차 받아낼 수 있도록 만들어진 의수를 오른쪽의 접합부에 연결한다.

 -신경 접속 시작….

 “좀 빨리 돼라…!”
 “선생님, 그 차원종은….”
 “날려 보내긴 했지만 몇 초 못 벌어요. 슬비 양도 이제 대피소로 뛰어요!”
 “네?”
 “여기 있으면 안 돼요, 알겠죠? …지금부터 뛰세요!”

 콰앙!
 무어라 반문하기도 전에, 슬비의 뺨에 마찰의 흔적이 남을 정도로 빠르게 왼손을 뻗는다.
 말 그대로 무언가가 다가온 큰 충격.
 날아간 지 몇 초 되지도 않았건만, 어느샌가 옥상까지 달려온 그 괴물이, 슬비를 성가시다고 여긴 것인지, 먼저 죽이려고 했던 것이다.
 하지만 안타까운 것은.

 “나를 먼저 쳤어야지!”

 -접속 완료, 전투용 의수 가동.

 오른손으로부터 뻗어져 나온 검은 창이, 그것이 거리를 벌리게끔 만든다.
 이내 주저앉은 슬비를 뒤에 둔 채 하은이 말한다.

 “자, 2차전 시작이야.”
 “…판단 미스, 로군요.”

 두 팔이 모두 있는 그녀는, 일상생활용 의수를 사용할 시절과 많이 틀리다.

 -인공 피부 코팅.

 의수 시스템의 목소리와 함께 팔의 색이 천천히 평범한 살구색으로 돌아오기 시작하며, 이내 본래부터 존재하던 그녀의 팔인 것처럼 변화했다.

 “오른손으로 창을 잡아보긴 오랜만인데.”

 잘 할수 있을까의 문제가 아닌, 해야만 하는 일.
 그렇다면, 절대 실수하지 않는다. 그것이야말로 ‘클로저’인 자신이 해야할 일이니까.
 사뭇 진지해진 눈으로 그 작은 괴물을 바라보니, 이내 무언가 결심한 듯 말한다.

 “전신 개방, 10%.”
 “그 정도로 되겠어?”
 “그거야 보시면 알게 되시겠죠.”

 이내 모습이 조금 변화했다 싶었건만, 결과적으로 있는 것은 손톱을 덧씌운 듯한 무언가.
 그리고, 한참은 달라진 스피드.
 아까 전까지가 마치 달리는 인간이었다면, 지금은 날카로운 고양이처럼… 아니, 그 이상의 차이였다. 어마어마한 속도.
 그렇다 해도, 하은이 되찾은 두 팔의 실력을 끌어내릴 만큼은 되지 않았다.
 한쪽 팔로 휘두르던 창과는 달리, 양팔로 흔드는 그것은 대기를 찢고, 공간을 일렁이며 휘어서 찔러낸다. 이윽고….

 ─모조창 발현.

 검은 창이 일렁이며, 흐드러짐이 일어난다. 공간의 일그러짐은 아지랑이가 피어오른 형상을 그대로 옮겨붙인 것 같았으며, 이내 창을 내던진다.

 “파슈파타!”

 창 하나의 소모.
 하나를 만드는데 소요되는 시간이 상당하다는 것을 생각하면, 그 손실은 어마무시할 것이겠지만, 즉석에서 싸우면서 계획하고 짜내던 거라 아무래도 좋은 창이었다.
 내구도도 그럭저럭. 그렇다 보니 파괴력도 영 좋지는 않았지만, 최소한의 위협은 된 걸까.

 “날개 다섯.”

 퍼엉! 하고 터져 나온 특이한 것.
 마치 원반처럼 색인 첫 번째와 두 번째와는 다르게, 이번에는 마치 날개처럼 펼쳐진… 오색 빛의 오로라였다.
 육각형으로 이루어진 패널이 층층이 겹쳐서, 그 존재감을 확실하게 드러내고 있었으며, 하나뿐인 걸 보면 아무래도 여섯 번째 날개는… 아마 두 개가 되겠지.

 “그리고, 여섯.”

 쩌엉! 하며 공간을 찢는 소리와 함께 또 다른 날개가 오로라로 구성되어 펼쳐진다.
 동시에 속도가 확실히 올라갔으니, 차원압력에 천천히 익숙해지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듯싶었다.
 허공을 가르는 수많은 하얀색과 검은색의 마주침, 철과 철이 마주치는 듯한 커다란 굉음. 한때 S급 승격 심사를 받을 수 있을 정도의 실력자였던 하은과, 전력의 10%조차 확실히 내지 못하는 괴물끼리의 싸움이었다.

 ‘지금 만나서 오히려 다행일지도!’

 새로이 부여받은 팔은, 그야말로 최고였다.
 감이 잃어버리기 전에 그 괴물을 만나서, 정말로 다행이었다.
 1년, 혹은 반년만이라도 늦었다면, 이렇게 싸우는 것조차 불가능했겠지.
 그리고 무엇보다.

 ‘슬비 양 정말… 고마워요.’

 한껏 미소를 지으며, 어쩌면 영상 송출기로 보고 있을 그녀에게 닿기를 간절히 원한다.
 이 목소리가, 이 마음이, 그녀에게 닿아, 스스로 원망하지 않기를.
 콰과캉!
 폭음과 함께 하은이 허공을 뛰어 물러난다. 동시에 괴물이 확 다가오고, 우측 상단에서 들어가는 창날을 빙글 회피하며 튕겨낸다.
 동시에.

 ─콰앙!

 머리를 붙잡아 내달리니, 옥상의 난간을 부수고, 건물을 꿰뚫고, 그대로 유유히 허공을 날아, 아직도 옹기종기 모여있는 젊은 20대들의 성지─공원에 떨어졌다.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마냥 공원의 분수대를 박살 내고, 타일을 부수며 나아간다. 분수대에 부딪히기 전에 놓은 채, 반쯤 남은 분수대 위에 착지한 그 괴물이 손을 옆으로 뻗으며 말했다.

 “자, 이제 조금 따라올 마음이 생기셨나요?”
 “으….”

 등이 저려오는 상황에서, 아직까지 제안을 해오는 그녀의 모습에 무언가 불안정한 기분을 받았다. 서둘러 끝내려는 듯한 감각, 그것이 직감이 되어, 몸을 타고올랐다.

 “─바즈라!”

 반짝, 자그마한 일렁임과 함께 검은 일격이 쏟아진다.
 천둥처럼 내쏘아진 일격이 작은 괴물이 뻗은 손 하나에 가로막히고, 이내 사람들이 심각성을 깨달았는지, 괴성을 지르며 흩어지기 시작한다. ─그들 중 몇몇은 숨어서 아직까지도 촬영하고 있었지만, 하늘을 날아서 지면에 꽂히고, 그대로 주욱 그어내며 커다란 흔적을 남긴 채 손에 잡힌 창을 보고서는 곧장 사라졌다.

 “하아….”
 “인간을 위하는 그 마음이, 당신을 죽일겁니다.”
 “그건 내가 정하고, 내가 판단한다.”

 숨을 크게 들이마신다.
 부풀어오른 폐의 모습과 함께온 몸에서 검은 위상력이 터져나온다.
 위상력이 전신에 과부하를 걸며, 신체능력을 폭발적으로 상승시킨다.

 ‘최고 경도의 창을, 짜낸다.’

 그리 쉽게 되는 일은 아니나, 해야만 하는 일.
 느려진 것만 같은 시간흐름을 이용해, 최대한으로 빠르게, 그리고 촘촘하게 구성한다. 처음 그 창을 만졌을 때처럼, 시간을 한없이, 한없이 늘이고 늘여서, 마음 속에서의, 의식 속에서의 시간을 계속해서 늘린다. 무한히 늘려서 짜낸다.

 “나가파샤!”

 이빨을 뿌득거리며, 힘을 이끌어낸다.
 창의 형태를 한, 자신이 가진 최고의 힘을 가진 채 내달린다.
 그것이 가진 10%로는 따라오지 못할 속력으로, 몸을 불태우고 망가트린다.
 순식간에 다가선 채, 그 창을 찔러넣으니, 살상용으로 만들어진 창이 아니다보니 저항력 없이 수욱 들어가, 그것을 묶어낸다.
 동시에 그 어깨를 차고 높게 올라가니, 이미 주변은 한산한 상태였다.
 물론 사람들 모두가 대피소로 도망쳤을지 아닐지는 몰랐으나.

 ‘자산 피해라던가 인명 피해라던가, 그런걸 따질 시간이 아니라고…!’

 말 그대로, 지금 이곳에 있는 괴물을 여기서 막지 못한다면 최악의 사태가 벌어진다.
 인류에게 재앙이 될지도 모르는 개체, 전력이 개방되면, 특S급 개체가 될지도 모르는 공포에 압박받으며, 사람들은 두려워하며 살아가겠지.
 그리고 그 괴물은.

 ‘움직일 수 없어…?’

 작은 괴물은 순간 몸이 묶여 움직일 수 없었다.
 공간을 꿰어맞춘 듯한 기이한 창에 붙잡힌 것만 같았다. 욱신거리는 괴로움이 참을 수가 없었다.
 그리고 동시에 눈앞에 벌어지는 현상 때문에, 차마 그녀로부터 눈을 떼기도 힘들었다.

 검은 창을 손에 쥔 위대한 ‘용사’.
 그렇게 불러도 손색이 없을 정도의 힘.
 검은 창이 그 형태를 확고히 다진다.

 “창세를 읊어라.”

 자신을 현혹시킬 정도로 강한 주문을 읊는다. 사실상 효력이 없다고 해도, 사람을 구한다는 마음 일념을 담아, 온 전신을 태운다.

 ‘움직일 수가… 없다.’

 검은 창을 부순지는 오래되었으나, 몸이 도저히 움직이지 않는다.
 그리고 스피커에서, 커다란 경고음과 함께 정보가 새어나온다.

 -위상 파장 영역 확장, 위험수치 폭증.

 이해했다.
 그녀가 하고있는 일은 ‘위상 파장’의 고정.
 그 ‘괴물’을 중점으로 삼아, 세계를 고정시켜, 위력을 최대한으로 줄이고자 한다.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업화’를 붙잡을 영역을.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창세의 분노는, 그정도 힘으로 붙잡을 수 없겠지.
 이 영역은, ‘괴물’을 얽매기 위한 마법같은 사건.

 “인세를 거닐어라.”

 창세부터 인세까지 이어져온 방대한 양의 역사를 깃들인다.
 인간이 가질 수 있었던 수많은 시간을, 이 하나의 창에 담는다.
 의지, 감정, 그리고 정신과 역사.
 인간이 쌓아올린 모든 업業을, 이 하나의 창에 담는다.
 그녀가 가진 모든 것.
 내가 쌓아온 모든 것.
 클로저로서, 인간으로서, 한 명의 친구로서, 생명으로서.
 그 모든 것을, 창에 담아, 스스로를 속인다. 자신을 괴롭히는 이 뜨거움을 잊기 위해서.

 ─S급 차원종급 위상 파장을 확인했습니다. 대피소 방어 기재를 작동합니다. 위상 쉴드 전개.

 “멸망을 논해라.”

 앞으로 일어날 일이 무엇인가. 그것은 아무도 모르겠지.
 허나, 그 끝에 있는 것이 분명 ‘멸망’이라는 것은 그 누구라도 쉬이 알 수 있는 일이리라.
 보아라, ‘괴물’.
 ‘인간’이 쌓아온 무구한 역사의 업業을.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일지니.”

 검은빛을 번뜩이며, 손에 담겨있는 절대적인 힘을 내쏜다.

 “브라흐마스트라!”

 단 한 발의 신창.
 나아가는 일격에 담긴 인간의 힘.
 압도적인 힘이 다가오는 것을 바라보는 ‘괴물’이, 끝내 입을 연다.

 “─전신 해방, 80%.”


‡     ‡     ‡


 텅 비어버린 케이스를 가지고, 도망친다.
 선생님의 안위가 걱정되고, 그 전투의 끝에 있을 그녀가 걱정되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곳에 있을 자신은 단지 방해꾼이자 장애물임이 틀림없음을 알고 있었기에.
 울분이 터진다. 새어나오는 눈물을 감히 막을 수가 없었다.
 어째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걸까.
 부모님을 잃고 나서, 차원종이라면 용서할 수가 없어졌다. 분노를 해소할 길을 찾고싶었다.
 그러다가, 위상력을 각성했고, 차원종에 대해 복수를 하고자, 클로저 조기 양성 프로그램에 지원했다.
 그리고, 선생님을 만났다.
 상냥하고, 어딘가 덜떨어지고. 엘리트나 다름없는 자신들을 가르치기엔 뭔가 어리숙하다며 다른 이들은 말했지만, 어째서인지 그녀로부터 그리움을 느꼈다. 마치 부모님 같은 감정이었다.
 처음에는 온화하게, 그리고 수업이 시작되면… 어째서인지 엄격하게.
 때로는 상냥하게, 때로는 화를 내고. 선생님이라고 모두 같은 사람은 아니라는 듯, 인격이 두 개인 것만 같았다.
 어쩌면, 그녀를 언제부터인가 두 번째 부모님처럼 여기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만난지 세 달도 채 되지 않은 그녀를, 마음속 어디서부턴가 그렇게 생각하고, 의지하고 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 생각에 빠져있었을지도 모른다.
 그런데, 왜 지금의 자신은 단지 도망만 가고 있을까.
 분했다. 이렇게나 약한 자신이, 너무나도 실망스러웠다. 천재라니, 엘리트라니… 전부 자신의 착각이나 다름이 없었던게 아닐까.
 간신히 대피소에 도착했을 적에는, 도시의 모든 사람이 그 안에 들어있었다.
 대피소의 안에는 도시 모든 사람들이 1달간 먹을 수 있는 식량과 물, 그리고 설비가 내재되어 있었다. 거기에 바깥 카메라가 멀쩡하다면 볼 수 있는 영상 송출기도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 송출기에서는, 자신의 선생님이 목숨을 걸고, 싸우고 있었다.
 창을 마치 물처럼 일렁이며 다루는 그 아름다움은 차마 눈으로 좇을 수가 없었다.
 자신이 가져다준 그 한쪽 팔이, 전황을 뒤흔들고 있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가 짓고 있는 미소는, 어째서일지 자신의 마음속에 깊이 남아서, 강하게 이끌어주는 것 같았다.

 ─정말, 고맙다고.

 이윽고 이어지는 공방에서, 하은이 이끌려 날아간다.
 그곳에 남아있던 창은 십 초 남짓한 시간만에 무언가를 내쏘고, 허공을 날아 사라진다.
 화면이 전환되자, 그곳은 곧 공원. 20대들의 성지.
 그곳에 남아있는 인원들을 본 슬비가 오싹함을 느꼈다.
 선생님이 무언가를 각오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것이, ‘끝’을 암시하는 것을 인지한 슬비는 그곳에 남아있는 사람들을 보고, 서둘러 뛰쳐나갔다.
 누군가가 제지할 새도 없이 빠르게 뛰쳐나간 그녀는 서둘러 공원으로 달려가고, 그런 그녀의 뒤를 따르는 네 명의 인원─팀원들이었다.

 “너희는….”
 “팀장이 가는데 우리가 따라가지 않을 이유는 없지.”
 “걱정하지 마, 사람만 구하고 빨리 도망칠 테니까.”

 언제부터인가 자신을 ‘팀장’이라고 인정한 그 모습에, 어째서인지 눈물이 새어나와, 남몰래 슥 닦아낸 채, 정면을 응시한다.
 팀장이라면, 이런 거로 울면 꼴사나우니까.

 “…그래, 가자!”

 공원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걸까.
 일그러지고, 일렁이며, 커다란 무언가가 더욱 비대해져가는 듯한 감각.
 보고있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끼칠 정도였다.
 자신이 맡은 위치의 사람들을 완벽하게 구조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자신이 해야 마땅할 일.
 선생님이 하는 일에 대해, 최악의 사태를 예방한다.
 그리고 사람들을 모두 데리고 대피소에 돌아왔을 때엔, 이미 준비는 끝난 다음이었다.

 -창세를 읊어라.

 한 마디에 담긴 의미가 무엇인지, 알 필요따윈 없었다.

 -인세를 거닐어라.

 인간이 쌓아온 무구한 업의 증언.
 그녀가 살아온 세월 속에 담겨있는 전투의 흔적들이 묻어나오고 있었다.

 -멸망을 논해라.

 그리고, 그 괴물에게 향하는 작별의 말.

 -나는 죽음이요, 세상의 파괴자일지니.

 -브라흐마스트라.

 모든 것을, 내쏜다.
 창세의 신화부터 멸망의 끝까지 내달리는 단 하나의 창이 나아가 꽂힌다.
 동시에, 카메라가 다운되었다.
 커다란 역장이 느껴진다.
 그것은 얼마나 거대한가. ─닿은 것만으로도 대피소의 위상 쉴드가 박살나고, 방패가.
 위상력의 파장이 뻗어져 나가고, 간신히 닫은 대피소에 달린 카메라 너머로 마지막으로 비친 장면은.
 파장에 따라 휘어지고, 뭉개지며, 소멸하는 수많은 건물과 마천루들의 향연.
 ‘브라흐마스트라’의 이름을 가지기 충분한, 무자비한 멸망이었다.
 동시에 터져나가는 거대한 열은, 대피소 내부의 온도를 무려 3도나 올릴 정도로 커다란 불꽃이었다. 단열이 몇 층이고, 위상력을 몇 번이나 담아 제련했음에도 불구하고, 이 속의 온도고 3도씩이나 올라간다.
 괴물같은 화력이었다. ─섬뜩하고, 두려울 정도의… 힘.
 그럼에도, 그 창끝을 자신에게, 인류에게 향할 리 없다는 믿음이 있었기에, 그녀가 이길 때까지 기다린다.
 돌아와서, 미소를 지어줄 때까지.


‡     ‡     ‡


 그것은 거대한 폭염. 닿은 모든 것을 녹이고, 뭉개고, 불태우며, 동시에 검은 구체같이 변한 무언가는 그 안의 모든 것을 소멸시킬 힘이었다.
 그런데.

 ‘과연 괴물인가.’

 새하얗게 변한 그것이, 끝내 모습을 드러낸다.
 외투를 불태우며, 그 내부의 모습을 비친다.
 전신의 80%를 해방했다는 것이 어떤 모습인가.
 자신이 가지고 있던 모든 거추장스러운 것을 벗어던진 채, 오롯이 몸과 육신만이 남아있었다. ─그리고 최소한의 옷도.

 “아버지께서 직접 하사하신 옷을 불태우다니….”

 그것은 차마 믿기 힘들다는 듯 말을 새어냈다.
 그리고, 불타오른 옷의 재 너머로 드디어 그 모습이 비치기 시작한다.

 ‘하얀 머리카락과, 붉은 눈….’

 그것은 공포와 절망의 상징처럼 여겨졌다.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패닉에 빠질 것만 같은 고통. 그런데도 마주하고 적대한다.
 자신은 클로저이기에.

 ‘인간, 같아.’

 그리고, 그 내부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역시… 아버지가 선택하신… 위대한 ‘열쇠’….”
 “열쇠니 뭐니 하는데, 나는 네 아버지건 뭐건 관심없다고.”
 “그렇…겠죠. 아버지의 뜻과… 당신의 뜻은… 다르니까….”

 ‘곤란한데.’

 이젠 창이 없었다.
 위상력도 모두 쏟아부어, 아무것도 남지 않았다. 오직 몸 하나 뿐.
 그러나, 그것은 달랐다.
 아직 80%. 더 나아갈 여지를 남기고 있었다.
 이내 그 괴물도 그것을 인지한것인지, 웃음 섞인 목소리로 말한다.

 “이제 당신을 모시고 가면 되는 일인가요?”
 “…쳇….”

 이젠 정말로, 강제로 끌려가는 것 외에는 남지 않았다.
 그 사실을 인지하고, 씁쓸한 표정을 짓자니, 이내 그것은 몸을 움직이려다, 그만두었다.

 “…방해꾼이 왔군요….”
 “…이제 왔어?”

 구조 신호를 보낸지가 언젠데.
 간신히 시간을 맞췄다는 이야기나 다름없는 그 말에, 희비가 갈라졌다.
 한숨을 내쉰 그 작은 괴물은 이윽고 말한다.

 “어쩔 수 없군요, 여기서는 잠시 물러나겠습니다.”
 “도망치려고? 어떻게.”
 “힘으로요.”

 그 붉은 눈이, 더 섬뜩하게 일렁인다.
 오싹한 기분에 숨을 들이쉬자니, 그것이 말한다.

 ─전신 해방.

 반짝임. 그것은 밤하늘의 은하수 중에서도 가장 밝게 빛나는 별처럼 일렁이고.
 검은 위상력으로 이루어진 위상 파장을 깨부순 채 날아간다.
 아무리 ‘바사비 샤크티’로 약해진 ‘브라흐마스트라’라고는 하나, 설마 이렇게 쉽게 깨질 줄은 몰랐는지, 할 말을 잃은 하은이 가만히 있자니, 이윽고 힘이 다해 끝나버린 ‘브라흐마스트라’가 있었던 지역은 폐허나 다름없어졌다.
 허공에서 떨어져내려 착지하니, 하늘을 가르며 무언가가 나타났다.

 “리버스 휠….”

 그리고, 그 마크는.

 “하늘새!”

 ─S급 승격 심사가 끝나자마자 온걸까.
 기쁨을 감추지 못했다. 그와 동시에 자괴감이 몰려들었다.
 단 몇 초만이라도 더, 그것을 붙잡아둘 수 있었더라면.

 그 자괴감과 함께, 허공에 천둥소리가 울려퍼진다.
 불꽃과 천둥이 동시에 떨어진다. 저 고공에서, 떨어지는걸까.
 그리고 이내 두 명이 지상에 착지하니, 그중 여성─하얀이 쏜살같이 달려와 하은을 끌어안았다.

 “하은!! …괜찮지? 괜찮은 거지?!”
 “괜찮아, 하얀. 이것 봐. 멀쩡하다고.”
 “거짓말! 보고에 따르면 ‘브라흐마스트라’ 뿐만 아니라 ‘바사비 샤크티’까지 썼다면서! 소모가 심하잖아, 멀쩡할 리 없잖아!”
 “걱정이 너무 심해, 하얀. 난 이렇게 괜찮으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
 “정말?”
 “물론, …창을 몇 자루씩이나 날려버렸지만….”
 “그게 더 나아, 하은이 다치는 것보다는….”

 꾹 끌어안은 채 놓아줄 생각을 하지 않는 하얀과, 한참이 지나서야 다시금 돌아온 유주가 입을 열었다.

 “도망쳤어, 따라갈 수가 없을 정도야.”
 “…엄청, 빠르구나.”

 유주의 추적으로도 따라갈 수 없을 정도의 속력. 거기에 그 전투 능력.
 근접전을 위해 만들어진 존재라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으나, 얼마나 봐줬으면 하은이 멀쩡히 살아있을 정도일까.
 심지어 브라흐마스트라마저 부수고 도망칠 정도라면.

 “…폭풍이 벌어질지도… 모르겠어.”

 앞으로 벌어질 최악의 사태를, 유니온은… 어떻게 바라보고 있을까.


‡     ‡     ‡


 차원문 너머의 세계.
 뒤쫓는 푸른 번개를 따돌리고 돌아온 세상은, 그야말로 한 치앞도 보이지 않는 칠흑의 어둠.
 ‘아버지’의 영향이 점점 거세게 펼쳐지고 있다는 것을 인지한 작은 괴물의 머릿속에, 목소리가 울린다.

 -전신을 개방했더구나. 무슨 일이더냐.

 전신全身이라 함은, 본래 그것이 가지고 있던 진짜 힘.
 익숙하지 않은 차원에서 꺼내들기 버거워, 감히 개방할 엄두조차 내지 못하였지만, 개방하지 않는 이상 억지로 끌고가는데에는 무리가 있어, 하는 수없이 개방하였다.
 그 수치는 실로 80%에 달하는 수치로, 평범한 인간이라면 바라보는 것만으로도 공포에 의식이 생명을 유지하는 것을 포기한 채 죽어버릴 터였건만.
 그녀는 아무렇지도 않게 견뎌내고, 도리어 말을 쏟아내었다.

 “...아버지, 어쩌면… 그녀는 우리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을지도 모릅니다.”

 그 창에 깃들었던 것은 ‘인간’이라 불리는 그녀의 깊은 의지.
 괴물에게 향하는 인간의 뜻.
 쌓아올린 업의 모든 것을 토해내는 듯한 옥염을 느낀 다음에야 알았다.

 -그런가… 됐다, 그토록 저항이 심하다면, 설령 우리가 가지게 된다 한들 사용하기가 힘들겠지.

 “그 말씀은…”

 -우리는 단지 기다리기만 해도 좋다. 10년, 100년… 그 이상을 기다려도 좋다. 한순간에 타오르고 꺼지는 불꽃에 불과한 인간따위와 우리는 다르기에… 영원한 시간을 기다리자꾸나… 시간이야말로, 우리가 가진 최고의 아군이니라…

 “그녀에게 개입하고자 했던 모든 계획을 철수할까요?”

 -바깥의 적들과의 싸움이 머지않았다… 전력을 낭비할 시간따위 없으니… 그리 하도록 하거라…

 “아버지의 뜻대로 하겠습니다.”

 솔직히, 그렇게 쉽게 철수를 결단할 줄 예상치도 못했기에 약간의 당황함을 감추지는 못했으나, 결과적으로 그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한 작은 괴물은, ‘지구’라는 곳에서 만난 검은 인간을 떠올렸다.
 ─실로 흥미로운 인간.
 아버지의 의지와 뜻흘 가장 가까이서 느끼고 알현했음에도 불구하고 먹히지 않은 그 정신력은 대단한 수준이었다.

 “연하은…이었나요.”

 다음에 만날 때에는 그녀가 죽기 직전일지, 아니면 죽은 이후일지.
 어느 쪽이건 상관없지만, 꽤 기대가 되는 다음 만남이었다.







AI미스틱입니다.
2장 7화와 함께 IF, 이루어지지 않은 가능성의 세계 중 하나를 공개하였습니다.
이곳에는 만약 어비스들이 차원 침공을 하지 않았으며, 연하은이 연구소로 끌려가지 않았다면, 혹은 다른 무언가가 일어나지 않았다면.
그 때 일어날 일을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당연하지만 망가진 심장을 복구시키는 것은 유니온의 기술로도 힘든 일입니다. 하지만 가능했던 일은, 검은 위상력이라는 특수 능력과, 살고싶다는 강한 갈망이었겠죠.
그 덕에 심장은 간신히 복구시킬 수 있었으나, 대신 망가진 다른 내장 등은 기계에 의존하지 않으면 살아가기 힘들 정도의 상태에 이르렀습니다.
본래 수순대로라면 하은이 도착할 수 있는 최고의 해피엔드겠네요.
또한 이곳에서는 어비스들이 또다른 지구를 침공하지 않았기 때문에 차원압력에 익숙해지지 않은 상황입니다.
거기에 하은의 전투능력 또한 크게 증폭되었고요.

작중에서 서술되어있는 모든 묘사는 실제로 그녀가 저런 가능성 하에 자랐다면 일어날 수 있는 일입니다.
검은 위상력이라는 존재는 현존하는 위상력의 개념과는 틀리기 때문이죠.
거기에 내재하고 있는 위상력의 수치가 애초에 단위수가 다르기에 일어날 수 있는 불합리의 영역입니다.
솔직히 말해서 결전기 한 발에 도시가 홀라당 증발한다니,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요.
하지만 그걸 이루게 만드는게 검은 위상력이라는 증거입니다.

그리고 이번 루트에서는 어비스가 아예 연하은 자체를 포기하는 모습까지 비치는데요, 이는 쉬이 끝날 전쟁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 때문입니다.
또한 다른 차원과의 전쟁이 일어났는지, 쉽게 전력을 잃어버릴 수 없는 어비스의 상황에서 그런 최악의 상황은 피하고싶겠죠.



“자, 어떠셨나요? 여러분이 보신 이 가능성의 세계는.
절망이 가득한가요? 아니면 후회와 공포만이 남아있나요?
혹은… 아주 아름다운 세계가 여러분을 기다리고 있었나요?
손님께서 보신 그 세계야말로, 만약 모든 것이 정상적으로 흘러갔다면 일어날 수 있는 막의 끝에 있는 것이겠죠.
하지만 공교롭게도 그런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습니다~같은 동화 속 이야기는, 이제는 일어나지 않는 꿈의 이야기 중 하나.
수많은 선택과 갈등 속에서 이루어지고 나타날 무한한 꿈 속의 일부.
이 모든 것은 꿈, 아주 오랫동안 이루어지지 않았던 가능성의 환몽.

그럼, 손님.
여기서 막을 내리겠습니다.”
2024-10-24 23:36:0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