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타x레비아]자장가
플루ton 2020-07-28 4
레비아 처음나왔을 때 본 레비아가 베개들고 찾아오는 짤이 문득 떠올라서 써봅니다.
시간은 대충 유니온 임시보부 끝난 시점으로해서 써봅니다. 즐감해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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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방 안.
사락……. 사락…….
스텐드의 작은 조명만이 어둠을 비추는 가운데 책장을 넘기는 소리만이 방안에 울렸다.
조용히 책장을 넘기는 청발의 사내, 나타는 눈 한번 깜빡이지 않으며 온정신을 책에 집중했다.
평소의 모습과는 전혀 일치하지 않는 진지한 표정으로 한 줄 한 줄 글을 읽어가며 책장을 넘기는 순간이었다.
콰르르르릉--------!
갑작스레 울린 굉음에 집중이 흐트러지며 책에서 시선을 뗀 나타는 읽고 있던 책을 내려놓고 소리가 들린 창가로 걸어갔다.
창밖을 내다보니 새까만 밤하늘로부터 굵은 빗방울이 쉴 새 없이 쏟아지고 있었다.
거기에…,
콰르르르르르르릉-----------!!!!
아까보다 더 큰 굉음을 동반하며 떨어진 번개가 어두운 세상을 밝혔다가 서서히 사라지길 반복했다.
“보아하니 내일까지 쏟아지겠네.”
짧은 감상평을 남기며 돌아선 나타는 벽에 걸린 시계를 보며 시간을 확인했다. 시계의 시침과 분침 모두가 로마자 1을 향하고 있었다.
“새벽 1시라. 나도 모르게 너무 열중했군.”
저녁 식사를 마치고 책상에 앉은 게 8시. 자신이 무려 5시간이 넘게 가만히 책만 읽었단 것을 깨달은 나타는 갑작스레 느껴지는 피로감에 몸을 틀었다.
읽던 책만 마저 읽고 자기로 다짐하며 나타가 다시 책상으로 다가가려는 순간이었다.
똑똑……!
정적을 깨는 노크 소리. 이런 늦은 시간에 누가? 의아해하며 나타는 천천히 방문을 열었다. 문을 열자마자 보인 것은 반짝이는 은발로 감싸진 자그마한 정수리였다.
“아, 안녕하세요?”
“이건 또 의외에……. 무슨 볼일이냐 레비아.”
문 앞에 선 프릴이 달린 귀여운 잠옷을 입은 은발의 소녀, 레비아는 불안한 눈빛으로 나타를 올려다보고 있었다.
이런 늦은 시간에 무슨 일로 자신을 찾아온 걸까 찬찬히 그녀의 상태를 살펴보던 나타는 그녀가 등 뒤로 감춘 커다란 베개가 눈에 들어왔다.
‘설마 여기서 잘려고 온 건……?’
순간 떠오른 가정을 부정하며 가만히 레비아를 바라보고 있으려니 그 입술이 천천히 열렸다.
“그, 나타님? 죄송한데 오늘 하루만 나타님 방에서 재워주시면 안 될까요?”
‘진짜 그거였냐?!’
골치 아픈 예감이 맞았다며 신음을 흘린 나타는 못마땅하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노려보았다.
“뭐? 내가 왜 널 내 방에서 재워줘야 하냐?”
“가, 갑작스레 이런 부탁 해서 죄송해요. 하지만 그, 그게……!”
이에 뭔가 이유를 설명하려던 레비아였지만,
콰르르르르릉------!!!!
“꺄악---!!!”
창밖에서 들린 천둥소리에 비명을 내지르며 주저앉았다.
“으으으....!”
천둥소리가 멎고도 양손으로 귀를 막고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을 가만히 내려다보던 나타는 멍한 표정으로 물었다.
“뭐야 너? 설마 천둥 번개가 무섭다느니 그런 소릴 하려는 건 아니지?”
“우으…. 죄, 죄송해요. 하지만… 꺅!”
뭐라 말하기도 전에 다시 울린 천둥소리에 비명을 지르는 레비아. 이래서는 답이 없겠다고 생각하며 나타는 창밖으로 다가가 위상력을 끌어올렸다.
비틂 없이 꼼꼼히 위상력으로 창문을 뒤덮은 순간 창밖으로 번개가 내달렸다. 하지만 방금전까지와는 달리 창문 너머로부턴 천둥소리는 물론이고 거칠게 떨어지던 빗물 소리조차 들리지 않았다.
“이걸로 아마 괜찮겠지. 자, 이제 말해봐. 설마 진짜로 천둥소리가 무서워서 날 찾아온거냐?”
“......네.”
간신히 자리에서 일어선 레비아는 작게 고개를 끄덕이며 긍정했고 나타는 황당함을 감추지 못했다.
“아니. 지금까지 싸우면서 겪은 일들이 천둥보다 더하면 더했지…. 겨우 저런 걸 무서워한다고?”
“그, 그게 말이죠…….”
황당해하는 나타에게 차분히 설명을 시작했다. 요약하자면 오늘 낮에 검은양의 이슬비에 권유로 봤던 공포영화가 계속 생각나서 잠자리를 설치는 와중 영화 속에서와 마찬가지로 비가 쏟아지고 천둥까지 치자 결국 참지 못하고 나타를 찾아왔다는 이야기였다.
‘아니 뭔. 어린애도 아니고……. 생각해 보니 어린애 맞네.’
어이없는 이유였지만 그녀의 나이를 생각하며 겨우 이해한 나타. 하지만 그래도 여전히 풀리지 않는 의문이 있었다.
“그래 그건 그렇다 치자. 근데 왜 하필 내 방으로 온 거냐? 좀도둑이라거나 부잣집 아가씨라거나 더 적당한 곳이 있을 거 아니야?”
그 말대로 지금 레비아의 상황이라면 잘 아는 사이라곤 해도 남자인 나타보다는 같은 여성의 특히 연상의 방을 찾아가는 게 더 일반적이리라. 문제는.
“그게 하피님은 저녁에 볼일이 있다며 나가셨다가 아직 안 돌아오셨고 바이올렛님도 벌처스 사업 관련 업무로 몇 일간 자리를 비우셔서.”
하필 이럴 때만 자리를 비우냐며 간신히 욕을 삼킨 나타가 남은 선택지를 이야기하려 했지만.
“거기에 티나님과 트레이너님은 김유정님과 일로 바쁘셔서…….”
이어진 레비아의 말에 이마저도 차단당해버렸다. 진심으로 욕을 하고 싶은 기분을 참으며 나타는 가만히 레비아를 바라보았다.
아마 다른 사람이었으면 아마 무시하고 돌아가라고 화를 냈으리라.
‘이 녀석에겐 화내기가 껄끄럽단 말이지…….’
하지만 그녀에게만은 비교적 무른 나타는 차마 그녀를 무시하지 못하고 깊게 한숨을 내쉬었다.
“이번 한 번만이야.”
“? 네?”
“이번 한 번만이라고! 알겠으면 냉큼 안으로 들어와!”
결국, 레비아를 방안으로 들인 나타는 침대를 가리켰다.
“난 아직 읽던 책이 남았으니 넌 먼저 침대에서 자라. 알겠냐?”
“네, 네!”
나타의 말대로 얌전히 침대에 눕는 레비아. 이를 가만히 지켜보던 나타는 대체 이게 뭐 하는 짓이냐며 작게 구시렁거리고는 의자에 앉았다.
복잡한 머릿속을 비우고 이 상황을 잊기 위해 온 정신을 책에 집중하고자 노력했다.
사락…. 사락….
“.........”
사락…. 사락…. 사락….
“....................”
사라……! 사락……!
“....................................”
“하아……. 안 자냐?”
“?!!!”
하지만 뒤에서 느껴지는 시선을 무시하지 못하고 뒤돌아보니 자신을 빤히 바라보고 있던 레비아와 눈이 마주쳤다.
눈이 마주친 레비아는 뭐라 변명도 못 하고 당황하며 입만 뻐끔거렸다. 이에 쓴소리를 내뱉기는커녕 부끄러워하며 양 볼을 새빨갛게 물들이는 그 모습이 제법 귀엽다고 생각하는 자신의 모습에 혀를 찬 나타는 결국 책을 읽는 것을 포기했다.
읽던 페이지에 책갈피를 끼워 넣고 책을 덮은 나타는 그대로 침대 옆의 바닥에 드러누웠다.
“? 바닥에서 주무시게요?”
“하나뿐인 침대는 네가 이미 차지했잖아. 그러니 이러는 수밖에.”
레비아는 미안한 표정을 짓더니 몸을 일으켰다.
“그, 그럼 제가 바닥에서 잘 테니까 나타님이 침대에서 주무세요! 여긴 애초에 나타님 방이시고 제가 무작정 찾아온 건데 바닥에서 주무시게 하기까지 하면…….”
“됐다 됐어. 바닥에서 자는 건 익숙해. 그러니까 그런 쓸데없는 걱정하지 말고 그냥 자라.”
거절 의사를 표한 나타는 계속되는 레비아의 제안을 무시하고 그대로 돌아누워 잠을 청하려 했지만 이어진 말에 반사적으로 몸을 일으켰다.
“아! 그럼…….”
“?”
“같이 자는 건 어떨까요?”
“?!!!”
깜짝 놀라 돌아보니 레비아가 침대 구석으로 몸을 옮기고 덮고 있던 이불을 들치며 빈 공간을 보였다. 마치 거기로 와서 누우라는 듯이.
“너, 너 말이야. 지금 네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알고 있는 거냐?”
“? 제가 뭔가 이상한 말이라도 했나요?”
뭐가 잘못되었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리는 레비아. 만약 그것이 연기라면 아카데미 여우주연상을 따고도 남았으리라 생각하며 나타는 한숨을 내쉬었다.
다시 거절할 수도 있었지만 그러려면 그녀의 무방비함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야만 할 것 같았기에 하는 수 없기 침대 위로 몸을 옮겼다.
침대는 두 사람이 편하게 눕기엔 아무래도 조금 좁았기에 결국 서로를 바라보는 형태로 누울 수밖에 없었다.
숨결마저 느껴지는 가까운 거리 탓에 레비아의 정보가 강제적으로 뇌에 들어왔다. 반작이는 은발 사이로 솟아난 조그마한 뿔과 주먹만 한 얼굴에 오밀조밀 들어차 있는 모양 좋은 눈코입. 따뜻한 체온은 물론이고 은은하고 달콤한 체향까지.
“저, 나타님?”
상태가 안 좋아 보이는 나타의 모습에 본인이 원인인 줄도 모르는 레비아는 걱정스레 말을 건넸고,
“이번엔 또 뭐! 왜 머리 쓰다듬으며 자장가라도 불러주랴?!”
혼란스러운 와중 되는대로 내뱉고 보는 나타. 말하고 나서야 자신이 무슨 말을 했는지 깨달았지만 이미 늦었다. 불안한 느낌으로 레비아를 바라보니 의외라는 듯한 하지만 동시에 기대하는 듯한 눈빛으로 자신을 보고 있었다.
“아, 아니 방금 건 말이 헛나온 거뿐…….”
“그럼 안 해주시는 건가요?”
변명에 급격히 시무룩해지는 레비아의 눈빛을 견디지 못한 나타는 한 번뿐이라는 말과 함께 이젠 될 대로 되라는 생각으로 천천히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기 시작했다.
그의 손을 따라 비단결 같은 은발이 손가락 사이로 흘러내렸다. 그 감촉에 놀라면서 나타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
고요하고 잔잔한 멜로디. 듣고 있으면 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노래를 자아내는 나타.
평소의 그라면 절대 볼 수도 들을 수도 없는 희귀한 광경을 말 그대로 코앞에서 바라본 레비아는 멍하니 그의 눈을 마주 보았다.
처음에 이방에 찾아왔을 때의 부끄러움은 이미 사라진 지 오래였다. 아무런 생각 없이 그저 머리를 쓰다듬는 조심스러운 손길과 방안을 채워가는 멜로디에 집중하고 있으려니 눈꺼풀이 점점 무거워져 갔다.
“........”
얼마나 지났을까? 조용히 잠에 빠진 레비아.
기다란 눈썹을 초승달형태로 늘어뜨리고 규칙적인 숨소리를 내뱉는 것을 확인한 나타는 그제야 손과 노래를 멈추었다.
“겨우 잠들었나.”
작게 한숨을 내쉰 나타는 그대로 몰래 침대에서 빠져나가려 했다. 하지만 언제 붙잡았는지 자신의 옷 소매를 꼭 붙잡고 있는 레비아의 손을 발견하고는 어쩔 수 없이 다시 침대에 누웠다.
‘이 녀석 탓에 대체 뭐 하는 짓인지. 이런 노래까지 다시 부르고 말이야.’
나타가 자장가라면서 불러준 노래는 그에게 있어 별로 떠올리고 싶지 않은 과거의 잔재 중 하나였다.
과거. 나타가 실험체로서 고통받던 초기. 아직 머리의 색이 변해가기 전.
연구원들은 실험체들을 한방에 모아두고 관리하였다. 다양한 전쟁고아들이 모인 그곳엔 한 남매가 있었다. 나타와 동년배로 보이는 남자애와 그보다 한두 살 어려 보이는 여자아이.
아직 어린 나이임에도 오빠는 고통에 매일 밤 흐느껴 우는 여동생을 달래려 애를 썼다. 그 과정에서 사용한 게 바로 자장가였다. 여동생이 울음을 그치고 곤히 잠들 때까지 오빠는 쉬지 않고 계속 노래를 불렀었다.
나타는 조금 떨어진 곳에서 매일 밤 그 모습을 지켜보다 들려오는 노랫소리를 들으며 잠을 청했다.
나타만이 아니다. 그 방에 있던 모든 실험체들에게 여동생을 위해 힘겹게 부른 그 노래는 뭔가 말로 표현하기 힘든 매력을 발휘하며 그나마 편안한 잠을 청할 수 있게 도와주었다.
하지만 이는 오래가지 못했다. 갈수록 강도가 심해지는 실험 탓에 수많은 실험체가 목숨을 잃었고 그 중엔 남매의 오빠도 포함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여동생 쪽도 유일한 버팀목이 사라지자 얼마 버티지 못하고 숨이 끊어졌다.
그 뒤 얼마 지나지 않아 실험체간의 살육전이나 실험폐지 등 큰 사건이 잇따라 일어나면서 잊고 있다가 최근 들어서야 겨우 떠오른 기억이다.
가사는커녕 노래를 부르던 남자애의 얼굴조차 기억나지 않는다. 기억나는 거라고 오직
“이 고요한 진정되는 멜로디뿐…. 괜히 떠올렸더니 더 짜증나네.”
회상을 마친 나타는 자신에게 이런 기분을 느끼게 한 원인이 레비아를 가만히 노려보다가 그 코를 살짝 막았다 놓아주는 것으로 가벼운 복수를 했다.
나타는 서서히 몰려오는 수마에 몸을 맡겼다.
그날 나타는 꿈을 꾸었다. 지금보다 한참 어린 자신의 모습이 그의 눈에 들어왔다.
어린 나타는 나타가 보이지 않는지 그를 신경도 쓰지 않고 자신과 몇 미터 떨어진 곳에서 울고 있는 여자애를 바라보고 있었다.
연신 오빠 어디 있냐며 흐느끼는 여자애의 목소리는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희미해져만 갔다.
어린 나타는 잠시 고민한 끝에 천천히 그쪽으로 다가갔다.
‘그러고 보면 이런 일도 있었던가?’
왜일까? 단순한 변덕이었을까? 같잖은 동정심? 그것도 아니면 그동안 오빠 쪽이 부르던 노래에 진 신세를 갚으려던 것이었을까?
자세한 이유는 기억나질 않는다. 그저 쓸쓸히 죽어가는 그녀를 그냥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그녀의 곁으로 다가간 어린 나타는 살며시 그 손을 붙잡았다.
“......오… 빠?”
눈이 잘 보이지 않는지 여자애는 나타를 자신의 오빠라고 착각했었다. 어린 나타는 이를 굳이 정정하지 않았다. 대신 천천히 입을 열더니 노래를 부르기 시작했다.
오빠 쪽과 비교하면 부족했지만, 여자애는 이를 알아차리지 못했다. 아니 그저 자신의 오빠가 돌아왔다고 믿고 싶었던 건지도 모르겠다.
“다행… 이다. 오빠… 와줬어……. 이제 어디 가지…… 마…. 함…. ㄲ…….”
체 말을 다 끝맺기도 전에 여자애는 정신을 잃었다. 나타는 알고 있다. 이제 이 아이가 다시 일어나는 일은 없으리라.
어린 나타도 이를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럼에도 그는 노래를 부르는 것을 멈추지 않았다. 식어가는 작은 손을 더욱 강하게 쥐며 다음날 해가 떠오를 때까지 끊임없이 계속 노래를 불렀다.
“정말이지. 쓸데없는 꿈이야. 깨어나면 다 잊었을 수 있으면 좋겠군.”
아직 정이라는 것을 완전히 버리지 못했던 미숙한 자신의 모습에 혀를 내두르는 나타. 하지만 하는 말이나 태도와는 달리 두 눈은 과거의 장면으로부터 떨어질 줄을 몰랐다.
“정말로…… 약해빠졌다니까.”
누구에게 하는지 모를 말을 마지막으로 나타는 그저 과거의 자신을 바라보았다. 아침이 밝아 꿈에서 깨어날 때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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끝. 쓰다보니 버릇대로 나타를 중심으로 썼지만 즐감하셨길 바랍니다. 그럼 200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