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unter-3화. 검은 붕대의 남자
pixi 2020-07-21 3
“이곳이 시간의 광장인가?”
다행히 3년전에 차원종의 출현으로 패쇄된 장소라 다른 사람은 보이지 않았다. 차원종 경보가 울린 지 3분, 클로저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산발적인 차원종의 출현 때문에 대처가 늦어지는 것 같았다. 덕분에 나는 편하게 조사할 수 있었지만
“그나저나 분명 차원종 출현 경보가 울렸는데, 차원종은 보이지 않는군. 대체 어떻게 된거지…?”
나는 시간의 광장 근처를 서성이며 주위를 둘러봤지만, 차원종들의 모습은 코뺴기도 보이지 않았다. 경보가 잘못된 것이었나…..라고 생각하며 돌아가려던 도중,
콰앙!!!!
옆에 있던 콘크리트 벽이 박살나며 위상칼날이 나를 향해 쇄도해왔다. 나는 살짝 몸을 틀어 위상칼날을 피한 뒤, 위상칼날이 날아온 곳을 바라보자 검은 붕대로 얼굴을 감은 한 남자가 허공에 떠 있었다.
“호오….평범한 인간 같지는 않다만, 자네는 누구인가? 내가 기다리고 있던 것은 자네가 아닌 데 말이야”
허공에서 내게 질문하는 남자의 주위에는 보랏빛 위상력의 기류가 흐르고 있었다. 저 녀석….혹시 반 차원종인건가? 게다가 저 위상력은…
“아무리 못해도 A급 이상인가. 장비도 없이 A급 차원종은 곤란한데…”
“호오오. 상대의 강함을 파악할 줄 아는 인간이로구나. 클로저같지는 않다만, 대체 정체가 무엇이지?”
내 말을 들은 것인지 검은 붕대의 남자는 흥미로워하며 내게 점점 다가왔다. 다행히 적의는 없어보였다. 아니, 그냥 적의를 가질 필요도 없는 것일지도 모른다. 저 녀석의 눈에는 그저 적당히 강한 인간으로 보일 테니까. 방심하고 있는 지금이라면 도망치는 것은 어렵지 않다. 하지만……
퍼억!!
“으음??”
“일단 1대 때려야겠어. 너 같이 마구잡이로 차원종을 소환하는 녀석은 두들겨 패야 하지만, 지금은 내가 전력이 아니라서 말이야. 못 이길 것 같으니까 딱 1대만 맞아라”
“크하하하하!!!! 정말 웃기는 인간이로구나.”
검은 붕대의 남자는 크게 웃으며 내 앞에 섰다. 1대 맞았는데도 기분 나빠하기는커녕 오히려 웃는 녀석이라니, 어디가 아픈건가…? 하여튼 녀석이 나를 대하는 태도를 보니, 도망칠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녀석은 지금 내게 흥미를 느끼고 있었다. 그렇다면 나도 최대한 장단을 맞춰주면서, 필요한 정보를 뽑아가면 될 뿐이었다.
“요즘 강남에 출현하는 차원종들, 네가 한 짓이냐?”
“그렇다고 할 수 있지. 내가 만든 발명품이 한 것이니, 내가 했다고 할 수 있다.”
“발명품…?”
힘을 이용해서 차원문을 연 것이 아니라, 장치를 이용해서 문을 연 것이었나?
“궁금한 것이 많은 인간이로구나. 나도 한때는 연구직에 종사했던 사람이니, 그 궁금증을 풀어주마. 차원문을 여는 것이 어려운 것이 아니지만, 이렇게 다른 장소에서 동시에 차원문을 열기 위해서는 장치를 사용하는 것이 더 편했지. 그렇기에 여기 이 가방을 이용하여 차원문을 연 것이다. 가방을 연 뒤 일정시간이 지나면 차원문이 열리도록 설계했지”
검은 붕대의 남자는 내게 서류가방을 들어 보여주며 말했다. 이 서류가방이 내부차원에서 외부차원으로 향하는 차원문을 만드는 장치라면, 이것만 있다면….
“궁금증은 다 풀렸느냐?”
“일단 급한 건 다 풀렸지. 네 녀석의 정체라든지 궁금한 것은 많다만, 굳이 알고 싶지도 않고, 귀찮아”
“그렇구나…..그럼”
검은 붕대의 남자는 내게 손을 뻗으며 말했다.
“죽어라”
콰아아악!!!!!!!!!!!!!
순식간에 녀석의 뒤에서 위상칼날들이 생겨나 내게로 쇄도해왔다. 나는 급하게 땅을 박차며 뒤로 뛰어올랐고 위상칼날은 내가 있던 자리에 내리꽃혔다.
“호오…..네 녀석, 평범한 인간은 아니로구나”
“갑자기 공격하는 게 어디있냐고……”
나는 당황스럽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녀석이 들고 있는 서류가방으로 시선을 옮겼다. 지금 녀석은 방심하고 있는 것인지, 위상방벽을 두르지 않고 있었다. 그렇다면 저 가방만 빼앗아서 도망친다면…..스케빈저 녀석을 외부차원으로 돌려보낼 수 있었다.
“후우….”
나는 몸을 긴장시키며 자세를 다잡았다. 녀석은 다시 보랏빛 위상칼날을 만들어 허공에 띄우고 있었다. 저 칼날들을 피하고 서류가방을 뺏은 뒤 도주, 어렵지 않다. 다리에 힘을 주며 땅을 박차려는 그때
-하지 마라!!-
“스…스케빈저?? 니가 대체 왜 여기에!!”
분명 집에 있어야 할 스케빈저가 검은 붕대의 녀석을 가로막으며 소리쳤다. 겨우 D급 스케빈저, A급 차원종인 녀석의 손짓 1번이면 죽을 것이 분명했다. 어떻게 할지 생각할 시간은 없었다. 전력으로, 온 힘을 다해 땅을 박찼다.
콰아앙!!!!!!!!!!!!
순식간에 녀석의 코앞에 도달한 나는 그대로 주먹을 뻗어 녀석의 명치에 꽃아넣었다. 녀석은 반응조차 하지 못한 것인, 위상칼날도 날리지 못한 채 그대로 내 주먹을 맞고 무릎을 꿇었다. 나는 곧바로 서류가방을 빼앗은 뒤, 쓰러지는 녀석을 걷어차 반대편 벽으로 날려버렸다.
-어…어떻게…-
“시간 없어. 빨리!”
나는 눈을 동그랗게 뜨는 스케빈저를 들어올렸다. 녀석이 정신을 차리기 전에 도망쳐야 했지만…….
“네 녀석…..정체가 무엇이냐”
“벌써 정신을 차린건가…?”
왼쪽 다리가 보랏빛 위상력에 감싸여 움직이질 않았다. 하필 가장 상대하기 어려운 ‘캐스터’ 타입이였나.
“대체 정체가 무엇이냐고 물었다!!!!!”
콰아앙!!!
“으아아악!!!!”
녀석이 붙잡았던 내 왼쪽다리를 벽을 향해 집어 던졌고, 나는 스케빈저를 품에 안은 채 그대로 벽에 쳐박혔다. **…..보급형 장비라도 있었다면 이런 꼴은 당하지 않았을 텐데.
“저런 것이 존재할 수 있는 것인가?? 만약 그렇다면……네놈은…..만약 네 힘이 진짜라면…”
녀석은 천천히 나를 향해서 발걸음을 옮겼다. 이미 전신이 보랏빛 위상력에 감싸여 움직일 수가 없었다. **…..이렇게 끝인건가??? 이렇게 허무하게??
“전하 집속탄!!”
파지지지직!!!!!!!!!!!
“크아악!!”
천천히 다가오는 녀석이 갑자기 자기장의 구체에 둘러싸였다. 덕분에 구속이 풀린 나는 몸을 일으켜 구체가 날아온 곳을 바라보았다. 그 곳에는 저번에 봤던 클로저를 포함해서, 똑같은 유니폼을 입은 클로저들이 서 있었다.
“괜찮으신가요???”
“네…덕분에…”
나는 황급히 스케빈저를 등 뒤에 숨기며 말했다. 다행히 클로저들은 저 검은붕대의 녀석과 대치하느라 나와는 꽤 거리가 있었기에, 스케빈저는 보이지 않은 것 같았다.
“저희는 신서울 지부 클로저팀, 검은양입니다. 이제 안심하셔도 됩니다.”
분홍머리의 여성클로저가 단검을 뽑아들며 전투를 준비했다. 다른 클로저들도 각자 건블레이드, 랜스 등 자신의 무기를 꺼내들며 전투를 준비하고 있었다. 하지만 검은 붕대의 녀석은, 클로저들이 아닌 나를 계속해서 노려보았다.
“이제 양은 필요없다. 네 녀석……네 녀석의 힘이 진짜라면……이 시련을 이겨내 보거라!!!”
연달아 기습을 받아 데미지가 상당한 것인지, 녀석은 차원문을 열고 도망치면서 날 향해서 서류가방을 집어던졌다. 미리 손을 봐둔 것인지, 서류가방이 바닥에 떨어지자마자 곧바로 차원문이 생겨났고, 그곳에는……
-크아아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