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54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4-12 1
바이올렛은 영문도 모른 체 늑대개 팀과 어딘가로 끌려왔다. 검은 양복을 입은 자들이 호위했다. 사장에게 물어보려고 했지만 그는 아무것도 알려주지 않았다. 하이드는 뭔가 이상한 낌새를 느꼈지만, 지금은 얌전히 따라갔다. 늑대개 팀은 그저 아무 생각없이 따라가기만 했다.
쿠우우우-
지하 시설로 들어왔다. 굳게 닫혀있던 철문이 양 옆으로 열렸고, 그 안에서 모습을 드러낸 거대한 몸집을 가진 모습에 바이올렛과 일행은 깜짝 놀랐다.
"뭐, 뭐죠?"
"어서 오십시오. 제물 후보 여러분."
김민국 박사가 반가운 얼굴로 그들을 맞이했다. 바이올렛과 늑대개 팀은 그의 발언에 발끈했다. 나타는 당장 무기를 꺼내 박사를 벨 기세였지만, 바이올렛이 팔을 들어 막으며 냉정한 모습으로 말했다.
"제물이라니, 그게 대체 무슨 말이죠?"
"바이올렛 아가씨 아니십니까? 아니, 지금은 그렇게 부를 필요는 없겠죠."
김민국 박사는 손가락을 한 번 튕겼다.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그들의 주위를 둘러쌌다. 하이드는 그녀의 앞으로 나서서 박사를 노려봤다.
"목적이 뭡니까?"
"당신들은 지금부터 여기 있는 헤카톤 케일의 살점이 되어주셔야겠습니다. CKT부대가 유니온의 신뢰를 무너뜨리는 바람에 저희 계획이 조금 앞당겨졌습니다. 거액을 투자해서 만들어진 이 병기를 깨워야 할 시간이니까요."
"뭐라고요? 지금 제정신으로 하시는 말씀인가요? 우리를 저 괴물의 살점으로 삼겠다는 거에요?"
바이올렛이 발끈하여 하이드가 건넨 대검을 들었다. 늑대개 팀도 각자 무기를 들어 그들과 대치했다. 정장을 입은 사내들은 전부 삼단봉을 꺼내들었고, 푸른색 전류가 흐르게 했다. 능력자 제압용 삼단봉이었다.
"제 아버지가 누군지 아시죠?"
"그 한심한 전 사장 말입니까? 혹시 모르실까봐 말씀드립니다. 전 어디까지나 사장님 명령에 따르는 겁니다. 어차피 친딸도 아니신 당신도 제물로 바치라는 명령을 받았습니다."
"그럴리가 없어요!"
동공지진이 일어날 정도로 혼란스러웠다. 바이올렛은 현실부정했다. 아무리 양녀라해도 이렇게까지 할 사람이 아니라고 생각해왔었다. 김민국 박사는 씩 웃으며 서류 한장을 그녀에게 건네주었다. 헤카톤 케일의 살점을 만드는 데 사용했던 인간 목록이었다. 바이올렛은 꼼꼼히 살펴보다가 낯익은 이름을 보고 눈을 크게 떴다.
"서...... 설마......"
"그렇습니다. 당신의 친 아버지인 전 사장도 헤카톤 케일의 제물이 되셨죠. 장례식할 때 쓰인 시신은 가짜로 바꿔치기 한 겁니다."
"어떻게 이런 짓을 할 수가 있죠? 당신은 우리 아버지를 따르는 사람 아니었던가요?"
"전 제 목적을 위해 해왔을 뿐입니다. 차원종을 만들어내는 건, 제 오랜 꿈이었습니다. 사장님께서는 그런 저를 믿어주시고, 지원해주셨습니다."
김민국 박사는 잠깐 눈을 감으며 과거를 떠올렸다. 그저 평범한 연구원이었던 그가 기획서를 제출했었다. 인공 차원종을 만들어내어 차원종에게 대항하겠다는 계획이었다. 클로저의 손실을 막을 수 있는 기회였다. 전 사장은 그걸 받아들였고, 마침내 만들어냈다.
"그 오랜 꿈 때문에 아버지를 죽인 건가요?"
"오해하시지 마시죠. 당신 아버지를 죽인 건 제가 아닙니다. 전 그저 시신을 받았을 뿐이에요. 사장님의 시신도 여기 헤카톤 케일에 쓰이기로 결정했었거든요."
헤카톤 케일을 만들어내는 데 인공 살점을 전부 만들어내기 어려워서 사람의 시신을 동원하기도 했었다. 특히 가장 많이 들어간 건, 처리부대였다.
"레비아가 고맙게도 처리부대 요원들을 상당수 해치워주었기에 좋은 소재가 되었습니다. 그리고 당신들의 살점까지 들어가면 완성됩니다."
"그럼, 저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된 거에요?"
"그럼, 저 때문에...... 모두가 그렇게 된 거에요?"
레비아는 죄책감이 들었다. 일부로 그런 건 아니었지만, 결과적으로 자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나타는 쿠크리를 들고 앞으로 나서서 말했다.
"야! 무슨 시덥잖은 소리를 하고 자빠졌어! 누구 맘대로 우리를 제물로 삼아! 죽고 싶어!?"
"이러고도 큰 소리 칠 수 있을까?"
김민국 박사가 리모컨을 꺼내 버튼을 눌렀다. 그러자 늑대개 팀 전원이 초커를 잡으며 괴로워했다. 그와 동시에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달려와 바이올렛과 하이드에게 삼단봉을 겨누었다. 조금이라도 움직이면 곧바로 공격하려는 기색이었다. 김민국 박사는 전원을 끈 뒤에 씩 웃었다.
"얌전히 제물이 되시면 편해지실 겁니다. 바이올렛 아가씨, 당신 실력으로 여기 있는 모두를 상대할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지 않겠죠? 당신은 처음부터 아무런 가치도 없는 사람이었어요."
바이올렛은 전에 한석봉이 말했던 걸 떠올렸다. 재벌가의 딸이라는 걸 제외하고 자신이 가지고 있는 게 무엇일까? 그런 건 없었다. 그가 그렇게 말했던 이유를 다시 한 번 깨달은 느낌이었다.
"제가 여기서 힘을 발휘하면 어떻게 될지 아시나요?"
"어디 해보세요. 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면 말이죠."
"어디 해보세요. 이들을 상대로 이길 수 있다면 말이죠."
김민국 박사는 조용히 뒷걸음질로 물러났다. 사내들이 삼단봉에 위상력을 투입시켰다. 바이올렛은 그들이 위상력 능력자라는 걸 알아봤지만, 전투력은 해볼만 하다고 보고, 대검을 휘둘렀고, 하이드도 나서서 그들과 싸웠다.
캉! 캉! 캉! 부웅-
민첩한 움직임으로 삼단봉으로 공격하지만, 바이올렛은 쉽게 당해주지 않았다. 하이드도 그들의 공격을 피하면서 발차기를 날려 한 명씩 넘어뜨렸다. 그렇지만, 김민국 박사는 오히려 미소를 지으며 여유를 부리고 있었다. 바이올렛은 푸른 검기로 한 명씩 차례대로 베었지만, 네 명의 사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어 그녀를 붙들었다.
"이익! 이거 놔!"
"아가씨!"
하이드가 그녀를 쳐다보는 순간, 사내의 삼단봉이 그의 등을 찔렀다. 하이드는 그대로 감전을 경험하면서 바닥에 엎어졌다. 바이올렛을 눕힌 사내들은 그녀가 움직이지 못하게 꽉 잡았고, 김민국 박사는 준비한 초커를 건네주었다.
"뭐하려는 거야? 그만해!"
바이올렛 목에 초커가 채워졌다. 발버둥쳤지만, 그들의 힘 때문에 강제로 당하게 되었다. 김민국 박사는 다시 초커 리모컨을 누르자 늑대개 팀처럼 신음을 냈다.
"크윽...... 윽."
"언제까지 그렇게 편하게 사실 줄 아셨습니까? 당신이 누려왔던 그 혜택은 이제 없습니다. 이미 실컷 누리셨으니 이제 끝내야하지 않겠습니까?"
"쓰레기 같은 인간!"
"약하군요. 저같은 사람은 호기심의 욕심에 빠져서 선을 넘어버린 악마라고 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김민국 박사는 차갑게 웃었다. 정장을 입은 사내들은 그녀를 강제로 일으켰다. 이걸로 제물로 삼을 준비는 완료되었다. 이대로 그녀를 수조에 넣어서 분해시키면 끝나는 거였다. 그녀가 저항할 때마다 초커의 불이 들어와 그녀를 더욱 괴롭게 만들었다.
"이제 작별의 시간입니다."
"아가씨!"
하이드가 일어나려고 해도 다른 사내들이 잡고 있어서 그러지 못했다. 바이올렛은 끝까지 안간힘을 쓰며 저항했고, 사내들은 강제로 그녀를 수조 안으로 넣으려고 했다.
"이 빌어먹을 자식들이!"
"얌전히 있어."
파지지직-
나타도 일어나서 박사에게 덤벼들려고 해도 초커 때문에 그러지 못했다. 한 명씩 수조 안으로 넣어서 이 자리에 있는 늑대개 팀을 끝내려고 했다. 모든 게 순조롭게 돌아간다고 생각했는데 박사가 든 리모컨이 박살났다.
콰장창-
"뭐야?"
총알이 날아와 리모컨이 박살났다. 날아온 방향으로 고개를 돌려보니 숨을 헐떡이며 권총으로 겨누는 한석봉이 서 있었다. 이어서 다른 곳을 발포했다. 헤카톤 케일을 잇고 있는 각 파이프 하나씩 조준해서 발포했다.
탕! 탕! 탕! 파파팍-
"뭐하는 짓이야! 다들 뭐해? 저 애송이를 빨리 막아!!"
검은 정장을 입은 사내들이 한꺼번에 달려들었다. 한석봉은 파이프를 쏘다가 그들의 손아귀를 피해 사이클 슈즈로 전속력으로 뛰어올랐다. 바이올렛은 이럴 때 갑자기 나타나준 한석봉이 반가웠다.
"지금이에요!"
바이올렛은 멍 때리고 있는 사내들을 쳐내고, 대검을 가지고 있는 사내의 얼굴을 걷어차고, 무기를 다시 되찾았다. 늑대개 팀도 다시 일어나 적들을 상대했다. 김민국 박사는 갑자기 예고도 없는 상황에 당황한 나머지 도망쳤다. 한석봉은 날아다니다가 사내 두 명에게 잡혀 지상으로 추락할 위기에 처했다.
이런, 큰일 났다.
이대로 빠르게 추락하면 거의 즉사였다. 어떻게든 벗어나야 하는데 상대가 위상력 능력자라서 힘으로는 무리였다.
퍼퍽!
나타와 레비아가 동시에 사내 둘을 쳐냈고, 하피가 석봉을 받아냈다. 그를 받아낸 하피는 흐뭇한 미소를 보였지만, 석봉은 얼굴이 붉어지면서 재빨리 내려달라고 외쳤다.
"어머, 부끄러워하시긴요."
"야! 비실이, 위험하게 여기는 뭐하러 왔어!"
"야! 비실이, 위험하게 여기는 뭐하러 왔어!"
마지막 적을 베어버린 나타가 석봉에게 와서 물었다. 그는 대답대신 헤카톤 케일을 잇는 파이프가 하나 둘씩 무너져 내리는 걸 보았다. 이런 건 존재하면 안 되었다. CKT부대의 해킹 실력이라면 제 아무리 뛰어난 보안을 자랑해도 반드시 뚫을 거라고 확신했다. 헤카톤 케일을 잇는 파이프에 구멍이 나면서 하얀 연기가 뿌옇게 되었다. 사이렌 소리에 연구진들이 우왕좌앙하면서 수습하려고 했다.
좋아. 이걸로 되었겠지? 헤카톤 케일은 깨어나지 않을 거야.
석봉은 그렇게 되기를 바랬지만, 그의 예상과는 다르게 헤카톤 케일의 팔이 꿈틀거리는 걸 보았고, 클로저들 모두가 놀란 눈으로 올려다보았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