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43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26 1

 클로저들이 한 명씩 점프해 하얀 종자를 처리한다. 각자 무기로 처리하고 있지만 클로저 한 명에게 종자가 달라붙었다. 재빨리 떼어버리려고 했지만, 이미 몸을 뚫고 들어간 채였다.

"재민아. 괜찮아?"
"어? 응. 지금은 괜찮아."

 한영수 요원이 달려가 그의 몸을 살폈다. 뚫고 들어간 흔적도 남기지 않았다. 재민이라고 불린 클로저는 지금은 괜찮다고 하지만, 나는 뭔가 불안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차원종에게 적용되었을 때는 분명히 그 차원종이 죽고 나서야 기생 식물의 싹이 자랐었다. 정황상으로 그렇게 보이지만, 좀 더 지켜볼 필요가 있었다.

찰칵-

 하늘을 날아다니는 하얀 종자를 찍었다. 이건 꼭 보고할 필요가 있었으니까. 스마트폰은 차원 압력에도 버틸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졌기에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아직 하얀 종자는 많이 남아있었다. 나도 권총을 꺼내 사격했다.

"근접 전사는 뒤로 물러나! 원거리 공격으로 처리한다!"

 종자는 무수히 많았기에 원거리 공격 능력을 가진 클로저들이 처리했다. 한발 씩 조준사격으로 종자를 없애지만, 수가 너무 많았다.

파앙!

 한영수 요원이 발포한 산탄총 하나에 밀집된 종자가 한꺼번에 소멸되었다. 게임에서 보여줬던 산탄총의 위력과 비슷했다. 건슈팅 게임에서 나온 위력과 같았다. 산탄총 한 발을 발포할 때마다 수많은 종자들이 소멸되었다. 산탄총이 실제로는 광범위한 위력을 보이지 않는다고 알고 있었는데 게임처럼 효과가 나타난 건 위상력 때문이었다.

"좋아. 계속 이동한다. 재민이는 몸이 안 좋아지만 곧바로 보고하도록 해."
"알았어."

 종자가 몸 속에 들어갔지만, 지금 당장은 몸에 이상이 없는 듯 했다. 그나저나 우주복 안에 있으니 더웠다. 방호복을 입은 사람들이 몸에 땀이 가득한다고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차원압력에 견디기 위해서니 참았다.

"혹시 맨드란 타입의 차원종이 있는 게 아닐까요?"
"저도 그 생각했습니다. 알려진 식물 차원종 중에 맨드란 타입이 꽤나 유명하죠. 독을 내뿜는 녀석이니 조심해야 합니다."

 한영수 요원님도 내 생각과 동일했다. 맨드란 타입 차원종이 이곳에 있을 가능성이 있었다. 물론 정예 클로저들이 전부 처리해주겠지만, 방심은 금물이었다. 주변을 살펴보다가 구멍이 고여 있는 게 보였다.

"저, 잠시만요. 저 앞에 조그마한 구멍이 군데군데 있는데 혹시 함정 아닐까요?"

 함정을 파는 몬스터는 조그마한 구멍으로 게임 플레이어들에게 비추고는 했었다. A급 클로저들도 그걸 유심히 살펴보다가 고개를 저었다.

"위상력 기운이 안 느껴집니다. 저건 함정이 아니에요."
"네? 그런가요?"

 내가 보기에는 함정인 거 같은데 클로저들의 말대로 내 착각일 가능성도 있었다. 클로저들은 원래 위상력 기운을 감지할 수 있었다. 특히 A급 클로저 이상은 땅 속에 숨은 차원종의 기운까지 감지할 수 있었다. 저들이 말한 거라면 틀린 게 아니겠지. 벌꿀오소리 팀이 구멍 쪽으로 다가갈 때였다.

쿠르릉-

"으아아아!"

 뭔가가 갑자기 땅 속에서 튀어나와 클로저 한 명을 끌고 내려갔다.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뭐가 끌고 내려간 건지 모르겠다. 클로저들이 다급하게 무기를 꺼내 갑자기 생겨난 구멍쪽에 시선집중했다. 나도 권총을 꺼내 땅속을 향해 조준했다. 끌려들어간 클로저는 어떻게 되었을까?

쿵! 쿵! 쿵!

 곳곳에 구멍이 생겨남과 동시에 클로저의 비명이 울려퍼졌다. 벌써 5명이 땅 속으로 끌려들어갔다. 이러다가 나까지 당하게 생겼다. A급 클로저도 감지하지 못한 차원종이었다.

"이런, 도대체 어떻게 된 거야? 우선 여기서 피해!"

 이대로 가만히 있다가는 녀석들에게 끌려내려가게 생겼다. 나는 곧바로 슈즈를 작동시켜 하늘로 날아올랐다. 이럴 때는 신발에 달린 부스터가 도움이 되었다.

"사이킥 무브로 피하세요! 다들!"

 벌꿀오소리 팀이 전원 사이킥 무브로 높이 뛰어올랐다. 땅 속에 뭐가 있었는지 모르지만 재빠른 녀석이라는 건 알 수 있었다. A급 클로저들의 반응속도보다 빠른 점으로 봤을 때 반응 속도가 순간 빠른 걸 수도 있었다. 구멍이 없는 쪽으로 착지한 뒤에 구멍 쪽을 살펴보았다. 분명히 땅 속에 뭔가가 있었다. 그런데 위상력 기운이 느껴지지 않았다면 도대체 정체가 뭘까? 지금까지 알려진 S급 차원종이라도 반응지수가 높아서 클로저들이 발견하지 못할 리가 없을텐데.

"도대체 뭐지? 5명이나 당하다니."

 한영수 요원님도 당황한 기색이었다. 우선 정체를 확인하기 위해 섬광탄을 구멍 안으로 투척했다. 아래서 비명이 터져나오자 곧 녀석의 정체가 드러났다.

키야아아아-

 거대한 녹색 줄기가 길게 늘어진 파리지옥이 섬광탄 때문인지 공중으로 치솟아올랐다. 저런 차원종도 지금까지 본 적이 없었다. 한영수 요원이 산탄총으로 발포하자 줄기가 끊어지며 녀석의 머리가 이쪽으로 날아와 쓰러졌다. 

"맨드란 타입의 차원종같이 생겼는데 뭔가 다르군요."
"위상력 기운이 안 느껴져."
"뭐라고요?"

 위상력 기운이 안 느껴진다는 말에 놀랐다. 뭐야? 이 식물은 아예 위상력이 없다는 말이었나? 끌려들어간 클로저들은 어떻게 된 걸까? 이러다가 진짜로 죽게 되어버린 건 아니겠지? 섬광탄을 한 번 더 던졌다. 또 다른 줄기가 괴성을 지르며 튀어나왔고, 한영수 요원이 또 한 번 발포했다. 

"섬광탄이 다 떨어졌어요. 저건 대체 뭘까요?"
"생긴 거 봐서는 맨드란 타입인 거 같은데, 위상력이 느껴지지 않은 건 처음입니다. 단순한 식인 식물인 걸까요?"

 혹시 몰라서 바닥에 떨어진 돌멩이를 주워 조그마한 구멍이 난 곳으로 던졌다. 그러자 그곳이 무너져내림과 동시에 뭔가가 빠르게 솟아올랐다가 내려가는 게 보였다. 역시, 그 구멍은 함정이었다. 저게 뭔지 모르겠지만, 알려지지 않은 차원종이라는 건 이해했다. 우선 녀석의 머리로 보이는 부분을 촬영했다.

"플레인 게이트 내부에도 알려지지 않은 차원종이 많군요."
"그거야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설마 이 정도로 위험한 곳일 거라고는 상상도 못했습니다. 감시 요원님이 보시기에는 어떤가요?"
"저희쪽으로 오지 않은 거로 봐서는 단지 영역을 수호하는 녀석들인 거로 보였습니다. 그리고 자세히 보면, 눈이 없는 거처럼 보이네요."

 파리지옥처럼 생긴 녀석의 머리에는 눈이 보이지 않았다. 아니면 눈 구조가 다르게 되었던가? 지금까지 확인된 차원종들은 눈 구조가 명확하게 구분 되었었다. 황갈색이든, 흰색이든, 확실히 구분되었는데 이 차원종에는 그런 게 없었다. 

"제 생각에는 그 구멍이 일종의 신호탄으로 작용되어 녀석들이 반응했던 거 같아요."
"소리를 듣고 공격하는 겁니까?"
"아뇨. 그게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소리만 듣고 반응했다면 우리가 사이킥 무브로 뛰어오르거나 제가 하늘 위로 날아올랐을 때 녀석들이 우리를 붙들었어야 했어요."

 산탄총의 발포음이 크게 들렸는데도 여기는 아무 이상 없었다. 눈으로 보는 것도 아니고, 소리를 듣는 것도 아니었다. 그들만이 감지할 수 있는 무언가가 땅 위에 있었다는 거로 보였다. 다시 말해, 조그마한 구멍이 난 곳만 피해간다면 저런 녀석들과 교전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였다.

"우리 임무는 조사다. 굳이 저런 차원종들을 상대로 싸우다가 죽을 수는 없지. 우회해서 간다!"

 현명한 선택이었다. 저 땅 속에서 나오는 녀석의 정체도 제대로 모르는데 함부로 싸울 수는 없지. 어차피 우리는 이곳에 탐사하러 온 거였다. 여기까지 오는데 통신은 전부 끊기기 때문에 살아돌아가지 않으면 정보를 전달할 수 없었다. 우리 목적은 어디까지나 탐사, 곧바로 우회해서 들어가기로 했다.

"감시 요원님께서는 생각보다 머리가 잘 돌아가시는 거 같군요. 녀석에게 청각이 없을 거라고는 생각 못했습니다."
"우연으로 안 거에요. 여기까지 하고 그냥 돌아가는 게 어떨까요?"
"아니, 좀 더 이동하도록 합시다. 저 녀석의 정체를 알아내기 전까지는 돌아갈 수 없습니다."

 동료를 5명이나 잃고도 전혀 겁을 먹은 모습을 보이지 않았다. 유니온에서 벌꿀오소리 팀을 보냈던 이유가 바로 이거였던 모양이었다. 다른 클로저들도 망설임이 없었다. 그렇게 나오신다면 나도 할 말은 없었다.

"알겠습니다."
"의외군요. 유니온 요원 중에는 당신처럼 겁을 먹지 않은 사람은 거의 없었던데 말이죠."
"정말로 한 명도 없었나요?"
"그건 아니죠. 많지 않다는 얘기입니다."

 각성하지 않은 민간인이라면 무서워하는 게 당연했다. 나는 늑대개 팀과 하도 많이 작전 수행해서 공포에 내성이 생겨서 무서워하지 않은 거였다. 한영수 요원의 능력을 의심한 건 아니었지만, 일본에서 봤던 검은색 차원문이 또 다시 나타난다면 전멸할 위험이 있었다.

"한영수 요원님. 만약 검은색 차원문이 나타난다면 곧바로 후퇴하도록 해주세요."
"왜죠?"
"일본 정예 클로저들도 상대하지 못한 차원종들이 그 안에서 나왔습니다. 가장 강하다고 알려진 S급 클로저도 이기지 못한 상대입니다."
"그런 녀석들과 비교하지 마십시오. 한국은 전투민족입니다. 그리고 우리는 어떠한 강적이라도 두려워하지 않고, 목숨걸고 싸우는 벌꿀오소리팀입니다."

 가슴을 주먹으로 툭 치며 자랑스럽게 말씀하셨다. 검은색 차원문에서 뭐가 나타나도 그냥 싸우겠다는 건가? 이름값하는 것도 정도껏 했으면 좋겠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2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