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38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3-20 1
벌쳐스 사장은 이제 막 만들어진 거대한 생체 병기를 보았다. 군단장으로 알려진 헤카톤 케일 부품으로만 만들어진 개체였다. 클로저만으로 도시를 지켜내는 게 한계가 있다는 걸 직감하고, 정부 지원금을 받으면서 마침내 완성된 병기였다.
"신해랑 한 명뿐이라면 사로잡는 게 가능하겠지만, 미스터 블랙이라는 사람은 다르게 느껴졌어요. 차원종들이 그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었잖아요. 검은색 차원문을 발생시킨 인물이고, 카오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인물이니까요. 어쩌면 전에 봤던 릭스마이너도 그 사람과 연관되어있을 수도 있어요. 또 만나게 된다면 확실히 알아내야겠어요. 미스터 블랙과 어떤 사이인지......"
"드디어 완성인가? 이런 병기가 있으면 대한민국은 수호되는 거나 다름없겠지. 그럼 우리 벌쳐스를 지지하는 양들이 늘어날 테고, 우리 회사는 더 좋은 입지에 서게 될 수 있을 거야."
자신이 유니온을 제치고, 신뢰받는 기업으로 성장하며 세계적으로 회사가 커질 수 있는 기회였다. 알려지지 않은 차원종을 상대로 싸우니 시민들에 대한 불안감은 커졌다. 그걸 해소하기 위해 벌쳐스가 발표한 게 바로 헤카톤 케일 부품으로 만들어진 거대 생체병기였다.
"이름은 정했나?"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체는 우선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아직 정하지 않았습니다. 실험체는 우선 저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에 도달하게 하는 게 중요합니다."
김민국 박사가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헤카톤 케일 크기만큼 거대한 생체병기는 지금 동면중이었다. 깨어나게 된다면 자신들의 의지대로 따를 수 있게 제어장치를 설치하는 게 먼저였다. 지금 로봇팔들이 생체병기 머리에 제어장치를 심는 중이었다. 김민국 박사의 안전한 조치로 뇌에 안전하게 설치작업을 벌였다.
"실험체를 우리가 제어할 수 있는 걸 최우선으로 하고 있다는 건가? 아주 좋은 조치군."
"영화에서처럼 실험체가 우리 통제를 벗어나 재앙을 불러일으키는 짓은 하지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최태인 박사와 화이트 해커 도움으로 제어장치가 해킹당하지 못하게 할 생각입니다. 그리고, 군단장의 잔해로 만들어진 제어장치는 그 어떤 강한 위상력을 가진 능력자라도 깨뜨리지 못할 겁니다. 알파퀸 서지수라면 가능하겠지만, 그녀는 지금 감옥에 있고, 그녀 아들도 아프리카로 떠났으니 당분간 부서질 염려는 없을 겁니다."
박사의 말에 사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화이트 해커 중에서 뛰어난 실력을 가진 이들을 불러 보안에 빈틈이 있는지 하나하나 체크하여 조금이라도 빈틈이 없는 보안 시스템을 구축했다. 뛰어난 해커라도 함부로 해킹할 수 없게 만드려는 속셈이었다. 군단장 잔해로 만들어졌으니 지금까지 알려진 위험한 차원종 공격에도 제어장치가 망가질 일은 없었다.
"이게 대한민국 수호자가 된다면 우리 벌쳐스는 유니온도 함부로 대하지 못하는 거대한 세력으로 성장하는 거야. 지금까지 유니온 눈치만 보고 살았지만 이제는 유니온이 벌쳐스에게 눈치보며 살아야 할 거야. 하늘 하나에 두 개의 태양은 있을 수 없는 법이지."
사장은 입꼬리를 올리며 제어장치를 조립하는 로봇팔들을 보았다. 미래에 벌쳐스가 크게 성장할 일을 기대했고, 시민들이 지지하는 순간을 상상했다.
* * *
도쿄 지부로 돌아온 우리는 고이지 씨에게 설명을 들었다. 그 날, 찍혔던 검은 차원문과 그곳에서 나온 CKT부대 요원 신해랑의 모습이 드러난 화면과 교전을 벌인 영상까지 확인했다.
"인간형 차원종이라고 예상했지만 DNA정밀 스캔 결과, 저들은 인간이 맞습니다. CKT부대는 반 유니온 테러단체로 알려짐과 동시에 새로운 차원종과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저희는 그 차원종들을 직접 만들어낸 거로 추측하고 있습니다."
나도 그 생각 했었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은 차원종이 뜬금없이 모습을 드러내고, 전세계 동시다발로 모습을 드러내 침공했다. 그들이 생존을 위해서라고 하지만, 정말로 그 이유 뿐일까? 갑작스럽게 변한 환경도 CKT부대와 관련되어있을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저들이 미스터 블랙이라고 부르는 그 남자의 소행일 가능성이 높았다.
"미스터 블랙이라는 사람을 조사해보셨나요?"
"현재까지 알려진 정보는 없습니다만 저들의 우두머리라는 건 알고 있습니다. 얼굴, 본명, 등 알려진 정보는 하나도 없습니다. 검은색 차원문이라고 하니, 한 가지 생각난 게 있었습니다."
"검은색 차원문이요?"
"실은 저희쪽 연구원 한 분이 이세진 박사님 연구에 참여하셨을 때 들었던 이야기입니다. 카오스라는 존재를 연구하고 있었다고 했습니다."
들으면 들을수록 흥미로웠다. 카오스? 그게 대체 무슨 말이지? 세하의 아버지가 그런 정체불명인 걸 연구했었다고? 분명히 게임에서는 혼돈 그 자체라고 표현했었다. 그 검은색 차원문이 카오스와 관련되어 있다는 얘기일까? 하피 씨와 유키코 씨는 그저 경청하고 있을 뿐이었다. 카오스라는 존재를 두 사람도 모르기 때문이었다. 세하 아버지는 천재 과학자라고 알고 있는데 카오스를 조사하다가 과로사 하신 걸까? 세하가 말하지 않았지만, 정황상 그렇게 되었을 가능성이 매우 높았다.
"카오스를 연구하시다가 세상을 떠나신 거군요. 노다지 군단과 모스페어 차원종은 CKT부대가 만들어낸 차원종들이 아닐까요? 차원종이 굳이 인간을 따를 이유가 없는데 저들이 손을 잡았다는 건."
"인간이 차원종을 만든다고요? 물론 생물학적으로 가능한 이야기입니다. 실제로 인공세포로 인간을 수호할 차원종들을 창조해서 클로저 임무를 대신할 차원종 군단을 만든 사례도 있었지만 대부분 실패했습니다."
한 번도 성공한 적이 없었다는 건가? 게임에서 인간이 만든 종족이나, 괴물이 언급되기도 하지만, 현실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괴물을 만드는 게 쉽지 않은 모양이었다. 그래도 언젠가는 나오게 될 거라 확신했다. 인간의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두 분은 나와 고이지 씨가 진지한 대화를 한 게 신기했는지 번갈아가며 쳐다보고 있었다. 왠지 부담스러운데?
"저, 고이지 요원님. 한 가지만 여쭤볼게요. CKT부대는 다국적 사람들인가요? 아니면 한국사람만 있는 건가요?"
"다국적 사람들이 존재합니다. 우리 일본 사람도 섞여 있죠. 실은 저희가 요원 한명의 정체를 이미 파악했습니다. 여러분들이 마주했던 신해랑이라는 한국 요원은 한국 국가정보원에 조사 의뢰한 결과 이렇게 나왔습니다."
신상정보가 적혀 있는 용지를 내게 넘겨주었다. 신해랑, 나이는 23세, 부모가 음주운전 사고로 사망, 한국대학교 중퇴. 어두운 삶을 살다가 CKT부대에 합류한 모양이었다. 그곳에 들어가 특수훈련을 받고 전문 요원이 되었겠지. 혹시 나머지 요원들도 어두운 과거를 하나씩 가지고 있는 게 아니었을까?
"아직 신해랑은 일본 어딘가에 존재하고 있을 겁니다. 지금 저희 요원들이 필사적으로 찾고 있고요. 그 여자를 체포한다면 많은 정보를 알 수 있을 지도 모릅니다. 그 여자를 생포하는 일을 앞으로 도와주셨으면 합니다."
"네. 그렇게 하겠습니다."
예정시간보다 더 오래 있으라는 얘기였지만, 간절히 받아들였다. 친구의 아버지가 연구했던 카오스에 대해 흥미가 있고, 앞으로 위험한 순간을 알 수 있는 기회일 지도 몰랐다. 전력에는 도움이 안 되지만, 전술 분석같은 건 자신이 있었다.
"저, 요원님. 혹시 섬광탄 있나요?"
"네? 섬광탄은 왜 찾으시죠?"
"필요할 거 같아서요. 그림자는 강렬한 빛에 잠깐 사라지기도 하지 않나요?"
"필요할 거 같아서요. 그림자는 강렬한 빛에 잠깐 사라지기도 하지 않나요?"
"각성자라면 문제없겠지만, 일반인이 사용하는 건 위험합니다."
"그렇군요."
게임에서 군인들이 많이 사용하기에 괜찮을 줄 알았는데 의외로 인체에 해로운 모양이었다. 그러고 보니 귀마개를 하고 사격훈련을 한다고 했었나? 소리가 매우 커서 그런 거로 알고 있었다. 그림자 묶기 기술에 저항하려면 자동으로 터뜨릴 만한 섬광탄이 필요할 거 같았다. 상대방이 수리검을 던질 때, 미리 섬광탄 안전핀을 뽑아 타이밍 맞게 터뜨려 그림자를 수리검에게서 벗어나게 하면 되지 않을까?
"상대는 한 명이니 굳이 섬광탄을 사용하실 필요는 없습니다. 정예 클로저도 상시 대기중이니 그 여자가 나타나면 곧바로 출동해서 체포작전을 벌일 겁니다."
신해랑을 잡는 게 쉬운일은 아니겠지만, CKT부대를 잡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일본 클로저들과 협력해서 그 분을 잡으면 되겠지.
* * *
휴게실에 있는 자판기 음료수를 마시며 생각에 잠겼다. 신해랑을 잡는 건 쉽지 않은 일이었다. 그들은 조직적으로 움직이고 있으니, 동료가 잡히는 걸 그대로 보고만 있을 수 없었다. 수첩을 하나 꺼내 기록했다. 신해랑과 배원형, 그리고 세하 아버지가 조사했던 카오스, 그리고 미스터 블랙. 이사건의 중심은 미스터 블랙이라는 인물과 연관 되어있다고 생각하면 된다. 쓰레기 섬에서 배원형을 만났을 때는 녀석은 차원종에 대해 자세히 모르는 말투였다. 조직의 방식에 조금 맘에 안들어하는 눈치를 보였었다.
"미스터 블랙이라는 자가 그렇게 신경 쓰이는 모양이네요."
"그 사람은 인간과 차원종을 연결하는 고리를 가지고 있어요. 전에 만난 CKT요원 배원형은 차원종 존재를 자세히 모르는 눈치였거든요. 신해랑도 중요한 정보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그 사람은 인간과 차원종을 연결하는 고리를 가지고 있어요. 전에 만난 CKT요원 배원형은 차원종 존재를 자세히 모르는 눈치였거든요. 신해랑도 중요한 정보를 모를 수도 있다고 생각이 들어요."
하피 씨의 말대로 우두머리가 신경 쓰였다. 배원형이 그랬듯이 신해랑도 마찬가지였다. 그녀를 잡는다해도 얻을 수 있는 중요정보는 많지 않을 거다. CKT부대는 지금 움직임을 최소화하면서 세력을 조금씩 키우는 모습으로 보였다. 새로 나타난 차원종에게 집중하게 한 뒤에, 조직이 몰래 성장하려는 의도로 보였다.
"너무 그렇게 복잡하게 생각할 필요 없어요. 일본 내에도 정예 클로저들이 있으니까 고작 한 명을 상대로 고민하지 않아도 되잖아요."
"신해랑 한 명뿐이라면 사로잡는 게 가능하겠지만, 미스터 블랙이라는 사람은 다르게 느껴졌어요. 차원종들이 그 사람을 공격하지 않았었잖아요. 검은색 차원문을 발생시킨 인물이고, 카오스와 밀접한 관련이 있을 지도 모르는 인물이니까요. 어쩌면 전에 봤던 릭스마이너도 그 사람과 연관되어있을 수도 있어요. 또 만나게 된다면 확실히 알아내야겠어요. 미스터 블랙과 어떤 사이인지......"
인공위성 사진과 검은색 차원문에서 나오는 CKT부대 요원, 이 비밀을 풀어낸다면 세하 아버지가 알아내지 못했던 카오스를 알아낼 수 있을 거라 확신했다. 그걸 친구에게 전하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벌쳐스에서 받은 위성전화를 꺼내 세하의 휴대***를 입력했다. 해외로 멀리 떨어져 있어도 위성 전화 하나면 휴대폰 연결이 가능하니까.
뚜르르르르-
오랜만에 전화하는 거다. 세하는 잘 지내고 있겠지? 아프리카 내에 발생한 차원종들을 처리하느라 매일 바쁠 테니까. 잠시 후에 전화를 받았다.
"세하야. 나 석봉이야. 잘 지냈어?"
-어? 석봉이야? 이 번호는 뭐야? 네 번호가 아닌 거 같은데?"
목소리는 틀림없는 세하였다. 평소에 연락을 주고받은 번호가 아니었으니 놀란 기색을 보이는 건 당연했다.
"이건 위성전화야. 나 실은 벌쳐스에서 일하게 되었거든."
-뭐? 진짜?
"응. 너희 아버지가 카오스에 대해 조사하셨다고 했잖아. 요즘 검은 차원문이 발생하고 있다는 데 그거와 관련되어있지 않을까?"
-검은색 차원문? 그러고 보니 여기에서도 가끔 발생하고 있더라고. 노다지 군단이 마을을 파괴하고 다니고 있어. 클로저 인력난이 모자라서 우리가 숨쉴 틈이 없더라. 아, 바빠서 이만 끊을게. 출동 명령이라.
"어, 그래. 다음에 연락할게."
그 귀여운 소녀 안부를 물어보려고 했는데 거기까지 물어** 못했다. 세하 말로 봐서는 엄청 고생하는 모양이기도 했지만. 아프리카에도 노다지 군단이 나타나 습격하고 있었다. 전세계를 혼란에 빠뜨리려는 거 자체가 미스터 블랙의 목적이 아닐까? 뭔가를 탈취했다는 정보도 없었다. 벌쳐스와 유니온, CKT부대에게 강탈당한 최신 기술이나 아이템이 없었다.
To Be Continu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