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러스 맨 6화

검은코트의사내 2020-01-25 1

 나타는 석봉을 보며 경멸하는 눈빛을 보였다. 그는 민간인 구하는 귀찮은 일을 싫어했다. 거인이 있는 곳으로 시선을 돌리자 그의 입꼬리가 올라가면서 차가운 미소를 보인다.

"큭큭, 제법 강해보이는 녀석이잖아. 뭐야? 그 사장의 딸도 저기서 싸우고 있는 거야? 혼자 재미보고 있군. 다녀올게."
"어? 어."
"같이 가요. 나타 님."
"그럼 저도."

 처리부대 세 명이 곧바로 거인에게 접근한다. 건물 옥상 사이를 뛰어다니면서 빠르게 접근하는 모습을 본 석봉은 입을 벌렸다. 게임이나 슈퍼 히어로물에서 볼 수 있을 법한 장면을 실제로 보게 되니 당황했다. 잠시나마 넋을 놓고 있을 때 기침을 하던 클로저가 일어나서 석봉의 어깨에 손을 대며 말한다.

"쿨럭. 너, 저 처리부대와 아는 사이냐?"
"아, 네."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지만 저런 녀석들과 친하게 지내지 않은 게 좋아. 벌쳐스 녀석들은 범죄자를 대상으로 위상력을 강제로 주입해서 살생병기로 만들어냈어. 아, 이건 너 혼자만 알고 있어라. 원래 비밀이니까. 벌쳐스와 연관이 되는 건 가능하면 추천하지 않아. 다음에는 목숨이 위태로울 지도 모르니까."
"저, 괜찮으세요?"

 많이 다쳤는지 비틀거리는 게 보였다. 석봉은 팔 하나를 잡아서 부축해주었다. 복부에서 피가 흘러나오는 걸 보고 치료해야 할 거 같다고 생각했지만 지금 그가 할 수 있는 건 없었다.

"난 괜찮아. 유니온에 가면 나을 수 있으니까. 그럼 이만 가볼게."

 클로저는 이렇게 말하고 사라졌다. 석봉은 저들이 범죄자라는 건 알았지만 강제로 위상력을 주입당했다는 사실에 놀랐다. 저렇게 되어도 되는 걸까? 나라에서 인권문제로 ** 않은 걸까? 아무리 생각해도 이해가 안 되었다.

인권 단체에서 알면 가만 있지 않을 텐데. 아무리 범죄자라해도 이렇게 취급해도 옳은 일일까?

 저들이 어떤 범죄를 저질렀는지는 모르지만 사람을 강제로 전쟁터로 내보내게 만든다는 건 도저히 있을 수 없는 일이었다. 자연적으로 위상력 각성이 아닌 인위적인 각성이었으니까. 

"크아아아아!"

 거인형 차원종이 쓰러지는 게 보였다. 그저 푸른 빛이 생겼다가 사라졌다를 몇 번 반복해서 보일 뿐인데 쓰러지는 모습을 보니 역시 클로저는 대단하다는 걸 느꼈다.

*  *  *

 상황이 끝나고 나서 처리부대는 물론이고 아가씨와 하이드 씨도 내가 있는 곳으로 착지했다. 이게 바로 클로저의 전투, 괴수 영화에서 나올 만한 장면이 많이 보였다. 다른 사람들이 무서워할 만도 하다. 지금도 숨을 제대로 못 쉴 정도로 굉장했으니까.

"헉... 헉."

 이것도 계속 하다보면 적응하기 마련이다. 원래 처음부터 잘 될 거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내가 게임을 처음 시작할 때도 초보자로 먼저 시작했었다. 그리고 계속 반복한 결과 상위 랭킹에 오를 수 있었던 거니까. 엄마 아빠도 그랬다. 처음부터 잘하는 일은 없다고. 그러니까 나도 할 수 있다는 거다. 이미 나는 이런 일을 하기로 마음먹었는데 이제 와서 겁을 먹을 수는 없지.

 두 주먹을 불끈 쥐자 호흡이 이제 정상으로 돌아온다. 이걸로 진정이 된다. 클로저들은 이런 내가 오히려 이상하게 생각했는지 눈을 전부 반쯤 감은 모습을 보였다.

"야, 너 뭐가 그렇게 좋은 거야?"
"응? 아니, 그러니까. 이제 좀 진정이 되어서."
"진정이 되었어? 겨우 이런 일에 숨이 넘어갈 정도라니, 한심하군. 감시 요원이 그 정도 되어서야 되겠어?"
"나타 씨. 그런 발언은 삼가해주세요. 이제 막 감시요원이 된 지 얼마 안 된 사람이라고요."

 바이올렛 아가씨가 발끈하면서 말했다. 그래도 열심히 하려고 하는 내 모습이 좋게 보여진 걸까? 솔직히 내가 좀 미숙해보이기는 하지만 내 편을 들어주는 사람이 있어서 기뻤다. 그러자 나타가 발끈하면서 그녀를 무섭게 노려본다.

"뭐야? 지금, 내가 뭐 틀린 말 했어? 저런 비실비실한 녀석이 감시 요원으로서 자격이 된다고 생각해? 응? 목숨이 10개라도 모자란 녀석이야! 겨우 이런 일로 숨이 넘어갈 정도라면 쓸모가 없는 거나 다름없다고."

 쓸모가 없다는 소리에 나는 고개를 푹 숙였다. 어렸을 때 동급생들에게 괴롭힘을 당했던 걸 떠올린다. 쓸모 없다는 소리를 몇 번이나 들었는지도 모른다. 나는 운동 신경이 없고, 공부에도 소질이 없어서 반 평균에도 꼴찌를 하게 한 주범이었다. 많이 듣는 소리가 바로 이거다.

이 쓸모 없는 녀석.

 지금도 환청으로 들릴 지경이었다. 그런 내게 손을 내밀어준 사람은 딱 한 사람 있었다. 바로 이세하, 그 녀석은 클로저면서 나에게 쉽게 접근했다. 그 유명한 알파퀸의 아들이라 해도 잘난 척하지 않았고, 오히려 내가 하는 게임을 좋게 봐주었던 녀석이었으니까. 

"한석봉 씨. 괜찮아요?"
"아, 아니에요. 괜찮아요."

 아가씨의 말에 나는 회상에서 깨어났다. 부족한 건 노력하면 되는 거다. 나타 말대로 겨우 이런 일에 숨 넘어갈 일이라면 아예 클로저 앞에 당당히 설 자격이 없으니까. 세하가 나에게 접근해주었듯이 나도 그 친구에게 접근할 수 있는 그런 위치에 서고 싶다. 그러면 내가 좋아하는 여자애의 옆에도 설 수 있는 날이 오겠지.

"나타 요원을 욕하지 말아주세요. 제가 부족한 건 사실이에요. 감시 요원이라면 이런 일에 숨넘어가면 안 되잖아요."
"석봉 씨."
"전 정말로 괜찮아요. 앞으로도 잘 부탁드릴게요."
"뭐... 뭐야? 기분 나쁘게. 콜록."

 나타가 뒤로 한 걸음 물러나면서 기침을 몇 번하면서 소름끼치는 얼굴을 하고 있다. 다른 클로저들도 놀랐는지 눈을 동그랗게 떴다. 내가 상처받지 않고 오히려 좋게 받아들여줘서인가? 나는 나타의 말이 틀렸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이상한 분이시군요. 알겠어요. 더는 말하지 않을게요. 그럼 이만 철수하죠. 일은 끝났으니까."

 차원종이 전부 쓰러졌으니 여기 있을 이유가 없었다. 바이올렛 아가씨와 하이드 씨가 먼저 건물 아래로 내려갔고, 처리부대도 뛰어내렸다.

"으아! 잠깐만요! 저도 같이 가요."

 감시 요원 혼자 놔두고 가다니 너무하다. 그래도 집에는 다같이 가는 게 좋은데.

*  *  *

 다음 날에도 출근했다. 차원종에 대한 지식을 넓히기 위해 서재에서 꺼낸 도감 책을 읽어본다. 상당히 여러 종류의 차원종으로 되어있다. 그 중에 알려지지 않은 차원종도 있다. 이 책의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인류는 아직 차원종에 대해 전부를 모른다. 지금까지 알려진 차원종은 일부에 불과하며 아직 밝혀지지 않은 차원종만 수만가지가 넘는다고 되어있다. 그 뿐만 아니라 차원종을 바이러스로 분류한다. 바이러스도 인류가 전부 밝혀내지 못했다. 아직 세상에 알려지지 않은 바이러스도 수만 가지나 된다며 지금까지 나온 백신도 몇 안 되는 질병만 막을 뿐이라고 했다.

확실히 인류는 바이러스의 위험으로부터 안전하지 않다고 했지. 이 세상 누구도 바이러스로부터 안전할 수 없다.

 교과서에서도 배우는 내용이지만 게임에서도 응용되기도 하다. 바이러스 게임에서 나오는 인물의 대화에서 가끔 언급되니까. 차원종도 마찬가지다. 18년이 지났지만 차원종에 대해 완전히 다 안다고 할 수 없다. 지금까지 알려지지 않았던 차원종이 하나 둘씩 모습을 드러내고 있으니까. 전에 봤던 거인형 차원종도 그 중 하나다.

"어머, 열심히 하시는 군요. 차원종 도감에 대해 읽는 건가요?"
"감시관 님. 안녕하세요."
"열심히 하는 모습은 보기 좋아요."

 방긋 미소를 지어보이시는 감시관 님이다. 왜인지는 몰라도 저 분이 웃는 얼굴에는 사악한 기운이 느껴지듯이 무서웠다. 처음 만났을 때도 그러셨으니까. 어쩌면 당연한 건지도 모르겠다. 

"마침 시간도 있으니 앉아서 이야기를 해볼까요?"
"네. 감시관님."
"아, 잠시만요."

 감시관 님께서 주머니에 뭔가를 꺼내셨다. 알약같이 생겼는데 그걸 입에 넣으신 뒤에 숨을 크게 한 번 들이키셨다가 내뱉었다. 어디 몸이라도 안 좋으신 건가? 우리는 마주앉았다. 감시관 님을 앞에 두니 긴장되었지만 여기서 겁을 먹으면 안 된다.

"어떠신가요? 감시 요원으로서 할 만하던가요?"
"아직까지는 어려운 부분이 있지만 차츰 고쳐갈 겁니다. 감시 요원에게는 무기 같은 거 없나요? 현장에 나가서 직접 클로저들을 도와드리고 싶어서요."
"어머, 그러고 싶으신 건가요? 확실히 당신은 최근에 운동을 해서 운동신경이 옛날보다 많이 나아졌다고 했죠. 어쩌면 할 수 있을 지도 모르겠군요. 그런데 괜찮으시겠어요? 차원종과 싸운다는 게 보통 일은 아닐텐데."
"할 수 있습니다! 특경대 분들도 싸우시는데 제가 못할 리가 없다고 생각해요."

 꼭 클로저만 차원종과 싸운다고 할 수는 없다. 세하의 아버지도 위상력 능력자가 아니신데도 차원종과 싸운 경험이 있다고 하셨다. 그리고 현재 특경대들도 차원종과 싸움에 투입되고 있는 편이다. 그 사람들도 할 수 있는데 나도 못할 리가 없다. 무엇보다 감시 요원은 늑대개 팀과 함께해야 한다. 나타가 말한대로 그 정도 일에 겁을 먹는다면 감시 요원 자격이 없다고 확신했다.

"좋은 마음가짐이시군요."
"헉."

 씩 웃어보이는 감시관 님 얼굴이 무서운 나머지 나도 모르게 놀란 기색을 보였다. 제발 웃으실 때 조금 더 부드러운 표정을 보이시는 게 어떠신가요? 이렇게 말하고 싶지만 혼날까봐 무서워서 못 말하겠다.

"좋아요. 권총 하나 정도라면 감시 요원이 사용할 수 있어요. 다만, 차원종을 상대로 사용한다면 목숨을 잃을 수 있다는 거 기억해두세요."

 특경대가 사용하는 위상 관통탄이 들어있는 권총이라해도 방심해서는 안 된다는 얘기였다. 그거야 당연한 일이지. 무기가 조건에 맞는다고 해서 신체 능력까지 향상하는 건 아니니까. 게임에서는 공격력 증가, 체력 증가 같은 버프 효과가 있는 무기도 있지만 지금은 그런 거 생각하면 안 된다. 차원종을 상대할 수 있다는 거 외에는 아무것도 없다. 

"오늘은 보고서를 작성하시고, 내일 다시 저를 찾아오세요. 사장님의 허가가 나온다면 곧바로 사격 훈련을 하게 도와드릴 테니까요."
"감사합니다!"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허리를 90도 정도 굽히면서 감사인사했다. 처리 부대 요원들이 다 같이 싸울 때 감시요원인 내가 짐이 될 생각은 없다. 차원종을 상대로 도망칠 자신은 있고, 도감을 읽음으로서 차원종에 관한 지식을 얻으면 되는 거니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35:1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