레비아의 회상록.

CodeW2 2019-08-17 0



 글을 보기에 앞서, 이 소설은 기존 레비아와의 설정을 변화 후 각색하여 적었습니다. 읽으시는 데 착오 없으시길 바라며 원작과는 다른 레비아가 어떻게 늑대개 팀에 들어오게 되었는지를 썼습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시기 바랍니다. 


   무거워.


    어두워.


    추워.

    

    외로워. 



   두려워. 


   무서워.


   그리고... 증오스러워. 



  

  내 눈앞에는 어둠만이 가득 깔려 있어. 앞으로 내가 걸어가야만 하는 곳이지. 하지만 나는 명확하게 알고 있어. 이 길은, 내게 강요된 길이라는 것을. 나의 삶은 원래 암흑으로 뒤덮인 것이 아니었음을. 


  난 본래, 군단내의 서열 2위 군단인 용의 군단 출신이야. 어머니는 내가 태어난 후에 돌아가셨고, 동족들의 존경과 충성을 한 몸에 받는 아버지의 뒤를 따라 나는 그의 직계후손으로서 차기 군단장이 될 예정이었지. 하지만 그것은 연기처럼 홀연히 사라지고 말았어. 


  

  지금보다 훨씬 어렸을 때라 정확하게 기억나진 않아. 하지만 기억해. 


아버지의 다리 끝을 붙잡고 애원했던 내 모습을. 그런 나를 발로 차서 반추형으로 생긴 차갑고 딱딱한 껍데기 속에 밀어넣은 그를. 그것을 가만히 지켜보던 동족들의 모습을. 그것에 일조한 군단 모두를. 


  그런 나를 보면서 어느 누구도 제의를 달지 않았어. 아무도 내게 손을 뻗어주지 않았어. 그들은 매몰차게 나를 나락으로 내몰았어. 내 인생도 같이. 


  

  훗날에 알게 된 것이었지만, 군단의 세계는 직계계급 중심의 사회를 이루고 있어. 몇몇 사람들은 내게 말하지. 너희 세계에서 그것은 당연한 것이라고. 네 세계의 출신에 따라 네가 그런 운명을 겪는 것은 당연하다고.


  훗, 그래. 당연한 거라고 생각하겠지. 말한 본인이 스스로 겪은 일이 아니니까. 


  

  그럼 하나만 말해보자. 나를 이렇게 망가뜨린 이들의 행동이 과연 정당하다고 할 수 있을까? 한 생명의 운명을 집단이 망가뜨리는 것 자체가 정당하고 올바른 일이라고 할 수 있을까? 나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 



  나는 더 이상 그들을 동족이라고 생각하지 않아. 내겐 동족은 없어. 아버지도 없어. 군단의 출신도 아니야. 그저 그들에게서 떨어져나온 하나의 개인일 뿐. 나를 인간의 도구로 전락시킨 그들을 곱게 보아 넘겨줄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어. 언젠가 그들은 혹독하게 대가를 치루게 될 거야. 그 주체가 꼭 내가 되지 않더라도 말이지.



  그리고 나를 도구로 부리는 인간들도 마찬가지야. 어쩌면 내가 본 군단의 모습과 그토록 일맥상통하는지. 아주 똑같아. 모습만 다르고 극히 일부분이랑 사상만 다를 뿐이지.


  그래. 결국 무리지어 사는 생명들. '중생'들이 뭐가 다르겠어? 결국 그 근본은 다 똑같아. 그런 자들과 같은 근본을 가지고 있는 나도 참 한심한 존재지만. 


  인류도 군단과 다를 바 없어. 힘없는 자에게는 큰소리치며 괴롭히고 빼앗고, 힘있는 자에게는 굽실대며 복종하고 빼앗기고, 누군가의 권력이나 재물 앞에 개인의 생명과 자유, 혹은 집단의 개인과 생명은 그저 먼지같이 무의미한 것에 불과하지. 


  사회라는 것을 이루고 있지만 그 실상은 자신의 이해타산에 맞지 않으면 빼앗고 싸우며 뺏기며 아규비환이나 다름 없어. 자신의 일이 아니면 무관심하고 스스로를 가두고 묶으며 한탄하고 분노하고 슬퍼하는 그 꼴을 보면 참 불쌍해. 자신에게 주어진 재능과 삶과 자유를 낭비하고 그것을 이용해 누군가는 떵떵거리며 살고 누군가는 굶주려 죽어가지. 


  더할 나위 없이 이기적이고 한심한 존재들이야. 자신의 소중함과 가치조차 모르고 그저 현재만 보고 살아가는 게 바로 인류와 군단이야. 안타깝게도 나 역시 그래. 그들의 꼭두각시가 되어 내 삶조차 내가 원하는 방향으로 이끌어갈 수조차 없으니까. 

  

  언젠가 나는 반복되는 어두운 내 삶에 절망해서, 그 저주받을 실험실에서 자살하려 했어. 사람들에게 내게 위험한 존재라는 걸 각인시켜서, 그들이 날 죽이게 만들 생각이었지. 내가 죽는 걸 그들이 허락할 리 없고, 나 혼자서는 할 수 없으니까. 


  계획은 성공적이었어. 인간들은 내가 재능을 드러낼 때마다 나를 두려워 했지. 두려운 듯 서로 속삭이며 어서 죽여야 한다고, 빨리 죽여야 한다고 말이야.


  잔인한 말이지만 나는 기뻤어. 가고 싶은 방향으로 가지도 못하고 시키는 대로 흘러만 갈 내 인생을 바라보면 너무나도 슬프고 비참했으니까. 그것을 빠르게 끝내고 싶었어. 때문에 나는 빨리 죽고 싶었어. 그것만이 내가 유일하게 편안해질 수 있는 일라는 것이 슬프긴 했지만 그만큼 기쁘기도 했어. 


  

  이 현실로 인해 더 이상, 아프지 않을 테니까.



  하지만 그것도 틀어져버렸지. 나는 원인 모를 폭주를 일으켰고, 그렇게 내 계획은 박살나버렸어.


  나의 폭주와 함께. 


  지금도 왜 그랬는지는 몰라. 내 의지로 한 것도 아닌데 그거 때문에 내가 이루고자 하는 목표마저 끝까지 이루지 못했어. 



  이제 나도 모르겠어. 더 이상의 방법은 없으니까. 


   

   내가 어떻게 하든, 용을 써봐도 내 삶을 끝낼 수 있는 자유조차 잡을 수 없다면

  놓아버리는 수 밖에. 그것이 최선이니까. 


   내가 무슨 인생을 살던지. 



   그것은 이제, 더 이상 나의 삶이 아니니까. 




2024-10-24 23:24:09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