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벤트] The Closer - [프롤로그]
티컼 2014-12-12 1
[띠리리릭 띠릭 띠리리~콰앙 쾅쾅!]
"바보같아."
말 그대로였다.
검은 양이라는 이름도, 검은 유니폼을 맞춰입는다는 것도, 허리에 찬 칼인지 총인지도 모르게 생긴 이 요상한 무기도.
하나같이 전부 바보같았다.
"초능력을 가지고 무기를 휘두르며 차원을 넘어온 괴수들을 때려잡는 까만 유니폼의 고교생...이라."
손에 들고 열심히 두들기고 있는 게임기 속 주인공의 비범함 조차도 날려버릴 정도로 스펙타클한 설정이 아닐 수 없었기에 세하는 더욱 더 이런 자신의 상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끄아아악!]
"아, 이런..."
이런 저런 잡생각이 머리를 어지럽히기 때문일까, 게임기를 두드리던 손가락이 살짝 미끄러져 점프키가 아닌 방향키를 두들겨버렸고, 한참 보스전 중이던 세하의 캐릭터는 진부한 피격음과 함께 쓰러져 버렸다.
[GAME OVER!]
"에라이!"
마지막 목숨이 다 했다며 저장한 지점부터 불러오기 위해 세이브 데이터를 불러오겠냐는 알림창이 떠오르자 세하는 짜증스런 표정으로 게임기의 전원 버튼을 내려버리곤 게임을 하기위해 한껏 쭈그리고 있던 몸을 일으켜 세우곤 기지개를 쭉 펴며 주변을 둘러 보았다.
"뭐가 차원종이야...평화롭기만 하구만...이럴 시간에 조금이라도 더 레벨업을 해놓지 않으면..."
신서울 주변을 둘러보고 또 둘러보아도 그 '괴물 엄마'가 말했던 차원종이니 뭔지 하는 괴물들은 보이지도 않는다. 차원전쟁 이후로는 더더욱...정확히 말하자면 다른 클로저 요원들이 신속히 처리해 주는 것이겠지만...
적어도 자신의 앞에 나타나는 건 아니지 않는가?
'괴물처리는 클로저 요원들이 처리하면 그만,'이라고 생각해왔던 세하로써는 어머니의 뜻을 이해할 수 없었다.
"위상력이니 뭐니...관심도 없고 말이지..."
물론 자신의 엄마가 차원전쟁을 종식시키는데에 큰 기여를 한 인물이란 것은 주변에 널린 군인,경찰 아저씨들이나, 검은양 본부에서 만났던 관리요원(유정이라는 이름이였던 것 같다.)의 말로 익히 들어알고 있었다.
하지만 엄마는 엄마고 자신은 자신이지 않는가!
세하는 어머니에게 떠밀려 검은양 프로젝트에 참여하기위해 유니언 신서울 지부를 찾아갔을 당시 자신을 바라보던 기대와 호기심등등으로 가득찬 주변의 시선을 생각하면 아직도 짜증이 슬슬 밀려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하아..."
"와아악!"
"으억!"
땅이 무너져라 한숨을 내쉬던 세하는 갑작스레 뒤에서 얼굴이 나타나자 깜짝놀라 뒤로 털썩 주저앉고는 소리쳣다.
"야! 서유리! 갑자기 무슨짓이야!"
"놀랏~지! 그냥 우울해 보이길래~"
길게기른 검은 흑발...그리고 한국인 답지않게 푸른 눈...꽤나 이쁘장 하다면 이쁘장한 모습의 서유리가 여느때와 다름 없이 장난기 가득한 웃음을 지어보이며 어깨동무를 해왔고 그런 서유리의 모습에 세하는 어이가 없어진 모양인지 무엇인가 강력하게 화를 내려다 그만두어 버렸다.
"이런...하아...아니다, 그나저나...오늘도 이렇게 하루종일 대기만 하고 있으면 되는건가?"
"엉? 응 뭐 그럴껄? 아직은 우리가 당장 할 만한 임무는 없다고 들었어."
"그래...후아아암...빨리 끝났으면 좋겠다...집에가서 게임이나 하게..."
맥이 빠진다는 듯한 표정으로 나른한 하품을 하며 중얼거리는 세하의 말에 유리는 약간 멍해진 표정으로 물었다.
"방금도 했잖아? 지금 손에 들고있는 게임기로 말야."
"이건 야외용 게임기라구. 집에선 컴퓨터를 해야지..."
"으이구...이런 게임중독자 같으니라구...너 잠은 자는거야?"
"수면시간은 하루 두 시간이면 충분하다구."
"...중독자같으니...그런데 이게 뭐가 그리 죽어라~하고 재미있게하는..."
파지지지직!
"으음?"
"무슨 소리가..."
세하와 유리가 있는 바리케이트 너머에서 들려오는 요란스러운 스파크음이 들려오자 그들은 무의식중에 무기를 집어 들고는 소리의 근원지를 향해 고개를 돌렸다.
"크르르륵....!"
"키이이이이!"
"저건 차원종...!"
마치 도마뱀을 연상캐하는 머리와 짧은 팔다리...차원종 홉 고블린과 스캐빈저였다. 갑작스래 도로 한복판에 등장한 차원종들로 인해 당황해있던 군인들은 이윽고 정신을 차리곤 재빨리 총을 들어 차원종들에게 사격을 가했지만,C급 차원종인 스캐빈저와 홉 고블린들에게 일반적인 화기가 통할리 없었고 결국 그들의 행동은 차원종들의 화를 더욱 돋궈버리는 결과를 낳고 말았다.
"키이이이이이이이익!"
"으윽?"
"조심해!"
소총에 머리를 맞고 잔뜩 화가난 스캐빈저 한 마리가 세하에게 달려들었고 어느샌가 자신의 무기인 권총 한 자루와 칼을 꺼내든 유리가 세하를 발로 힘껏 밀어낸 뒤 그대로 몸을 회전시켜 괴물을 걷어 차버렸다.
퍼어억!
유리덕에 공격에서 벗어난 세하는 유리에게 살짝 엄지를 치켜들어보였다.
"휴우...떙큐, 그나저나 이거 진짜냐..경보도 없이 갑자기...!"
"일단은 우리가 처리해야겠어. 군인 아저씨들이 쏴대는 총알도 효과는 별로없는것 같고...또 알아? 잘했다고 보너스 딸지도?"
"내가 생각하는건데...나도 나지만 너도 만만치 않게 이상해..."
"이왕 이렇게 된거 열심히 해보자구! 자~가자! 빵빵한 봉급의 공무원을 향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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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같은시각 검은 양 임시 회의실.]
"정말...그 아이들을 전투에 투입시키려는 겁니까?"
갈색의 긴 머리카락을 내려 기른 한 여성...검은 프로젝트의 관리요원 김유정은 누군가와 연락을 하고 있는 듯, 노트북을 향해 약간 화가 난 듯한 목소리로 말했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구요. 그런 아이들을 차원종과의 전투에 내보낸 다는건..."
"그런 소리 하지마, 그 정도는 나도 충분히 알고 있으니까 말이지."
모니터 너머에서 들려온 남자의 말에 유정은 발끈하며 외쳤다.
"그렇다면 더더욱..."
"그러니까 더더욱 그 아이들이 필요한거야, 차원전쟁으로 인해서 수 많은 클로저 요원들이 목숨을 잃었어...지금 같은 상황이기에 그런 학생들의 고사리같은 손이라도 빌려야만 하는 거라고...알았나?"
"...알겠습니다."
"좋네, 프로젝트는 그대로 진행 하도록...모쪼록 자네의 보살핌이 많이 필요할거야. 특히 그녀의 아들은 더더욱..."
"그녀...라면...아, 세하군을 말씀하시는 건가요?"
"그래...잠재능력으로만 치자면 검은 양 팀안에서도 발군이라 할 수 있지만...다른 아이들에 비하면 열의가 부족해."
"확실히...세하군은 임무라던가 자신의 위상력 개발엔 크게 흥미를 보이지 않았어요."
"그런가...그녀가 안다면 아주 아쉬워하겠군 그래, 뭐 그 아이에 대해서도 자네에게 맡기겠네, 자네가 잘 해줄거라 난 믿어의심치 않아."
약간 빈정거림이 섞인듯한 말에 유정은 짜증스럽게 살짝 입술을 깨물었지만 이윽고 마음을 돌린 듯 얼굴 표정을 풀었다.
"...감사합니다."
"그럼, 수고하게."
[수신종료.]
모니터가 꺼지자 유정은 방금전까지 침착한 표정을 유지하던 사람이 맞는가 의심 될 정도로 머리를 쥐어 뜯으며 신경질 적으로 외쳤다.
"..으으으...! 으아아아아아아! 이 망할 인간이! 나한테 다 떠넘겨 버리고는...!"
분명 며칠 전까지만 해도 눈부신 성과를 올리고 올려서 자신을 무시하던 높은 양반들의 콧대를 납작하게 눌러주리라~는 원대한 꿈을 가지고 있었건만...익숙치도 않은 애돌보기 신세라니! 유정은 머리가 아파오는 것을 느끼고는 수차례 심호흡을 한 뒤 노트북을 닫으며 중얼거렷다.
"후으...하여간 내 팔자엔 마가 낀게 분명해...그렇지 않고서야..."
그런데...자신의 팔자를 두고 푸념을 늘어놓고 있던 바로 그때...유정은 주머니의 핸드폰이 요란한 진동음을 내는 것을 느끼곤 제빨리 얼굴 표정을 조금전의 포커 페이스로 싹 바꾸곤 전화를 받았다.
"네, 유니온 신서울지부 김유정입니다..."
[아! 받았다! 유정이 언니! 지금 여기에...으익! 잠깐만요!]
전화기 너머로 들려온것은 다름아닌 유리의 목소리였기에 유정은 긴장을 살짝 풀고는 대답했다.
"어머..유리구나, 무슨 일 있니? 주변이 너무 시끄러운거같은데..."
[아 지금 조금 큰일이 나 버려서요! 임무중에 갑자기 차원종들이 나타나는 바람에...!]
"뭐어!? 조,조금만 기다려! 우리가 갈테니까 조금만...!"
[아니에요! 저랑 세하가 정리할테니까 거기서 기다리고 있으라구요!]
"무슨소리야! 너흰 차원종과의 전투 경험도 별로 없는데..."
[그러니까 이번 기회에 경험을 쌓아야죠 경험을! 그럼 허락해 주시는거죠? 그런거죠?]
"자,잠깐만! 유리야!"
[나중에 보너스 두둑히 챙겨주시는 거 잊으시면 안되요! 가자 세하야!]
[으으으...귀찮아...]
"얘들아! 얘들아!?"
뚜우우우...
유정이 다급히 전화기를 들고 소리쳤지만 전화는 이미 끊겨져 버린 뒤였고 유정은 방금전까지 자신을 괴롭히던 두통이 더욱 더 심해지는 것을 느끼며 소리쳤다,
"흐윽...내 팔자야...!"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