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돌아와요 볼프강에 - 전편 -

참흑의연무가 2019-07-08 1


PM 11:50.

광안대교 중간쯤.

긴 금발의 남자인지 여자인지.... 어두운 밤 하늘 아래, 광안대교에 몸을 기대어 서서 밤바다를 구경하고있다.

"역시...반응이 없나?"

볼프강 슈나이더. 이 장발의 미남은 자신과 함께 싸워온 책을 들여다보며 중얼거렸다.
위상력을 불어넣어 책 안에 있는 사념의 힘을 빌려와 전투해온 볼프강만의 독특한 전투 스타일은 유니온, 아니 클로저들 중에서도 유일무이하다.
하지만 지금 그의 손 안에 있는 그 책은 얼마전부터 쓸수가 없다. 마치 평범한 고서처럼 빈티지해보이는 가죽으로 고급져 보일 뿐이었다.
볼프강은 슬며시 눈을 감고 짧게 한숨을 내쉬었다.

"잘가라."

그간의 추억과 고통과 슬픔을 애증으로 담아내서 광안대교 밖으로 멀리 던져버렸다.
캄캄한 어둠속으로 빨려들듯, 이내 책은 바다속으로...마치 심연속으로 돌아가는 것 마냥 사라졌다.
차가 안다니는 시간이라 멀찌감치서 볼프강을 지켜보고있는 동료들.
제이와 티나가 각자의 개성대로 볼프를 바라보고 있었다.

"마음아프겠지만. 힘 내도록 해라."
"...... 이봐요 할멈. 뒷자석에 앉아서 아이스크림 먹어가며 하기엔 멋지지 않은 대사입니다만."
"중요한건. 그런게 아니다. 너의 각오에 격려를 한다는 것뿐이지. 낼름."
"이봐. 티나. 공감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그런 태도는 후배님한테 상처를 줄수도 있다구."

제이는 자신의 자가용 본네트에 걸터 기대서서는 티나에게 훈계하고있었다.

"볼프. 오늘은 술이나 하러 가겠나? 애들이야 숙소에서 놀고있을테고. 어른들끼리 소소하게 한잔 하자고."
"거~ 어르신은 간때문에 술도 많이 못마시면서 왠일이에요?"
"뭐. 못마시는건 맞지만. 마셔야 할때 빠지는 건 동료로서. 선배로서 할 일이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같이 마셔주겠다. 물론. 취하지는 않겠지만."
".....가시죠."

제이가 운전하는 차를 타고 해운대쪽으로 달렸다.
해운대 해변이 바로 보이는 훌륭한 풍경의 스카이 바(bar)에 도착하니 우리 일행들이 반겨준다.

"아. 볼프. 다녀 오셨나요? 저희도 이제 막 자리에 앉은 참이에요."

엘리스는 몸매가 슬며시 드러나는 예쁜 원피스를 입고 있었다. 낮엔 이런 옷이 아니었는데.... 갈아입고 온건가?

"이야기는 들었어요 볼프강씨. 티나씨에게 연락을 받고 오늘 이 바를 전세냈으니 맘껏 즐기시길 바래요.

비싸보이는 고급 드레스로 이 바와 잘 어울리는 복장을 입은 바이올렛은 이번 휴가에 숙소와 모든 부대비용을 지원해주었다. 게다가 이런 멋진 곳에서 자리까지 제공해주다니. 벌처스의 재력이 대단하다곤 했지만.
나중에 안 사실이지만 숙소와 숙소건물에 있는 이 술집. 그리고 그 호텔 자체가 벌처스의 소유라고 한다.
대충 자리를 잡고 앉아 뭘 시킬지 궁리했다.

"제가 한잔 추천할까요?"

**어린 상큼한 목소리가 내 귀를 간지럽힌다.

"하피씨라면 믿고 맡길수 있겠지. 그럼 부탁좀 할께."
"후훗. 바텐더? 글렌리벳 두잔 주세요."

두 잔의 위스키가 나와 그녀 앞으로 내밀어 졌고. 난 잔을 들어 한모금 시음해봤다.

"좋은 향기에....달콤한 과일향이 나는군. 이거 괜찮은데?"

하피는 입꼬리를 올리며 웃어주었다.

"그죠? 이런 좋은 술을 맘껏 마실수있는 기회가 있을때 마셔야죠~"

긴 바 테이블에 하피와 나. 제이가 나란히 앉아있었다.
바이올렛. 파이. 티나는 창가쪽으로 밤바다를 감상하며 담소를 나누었고. 트레이너와 김유정. 엘리스와 재리는 넷이서 한테이블에 앉아 이야기를 하고있었다.

"그래. 후배님. 앞으로는 어떻게 할건지는 정했어?"
"글쎄요 어르신. 위상력 자체가 사라진건 아니라서요. 다른 분들처럼 무기를 쓰던지. 아니면 두분처럼 격투를 할것인지 고민중입니다."
"어머? 그럼 볼프강씨도 하늘을 한번 날아다니지 않으실래요? 공중에서 상대를 내려다보며 잘근잘근 밟는 느낌은 생각보다 짜릿하거든요."
".....미안하지만...그런취향은 없어."
"아니면, 나처럼 온몸으로 부딫히는 권법을 써보는건 어때?"
"쩝....차원종들하고 삻이 맞닿는건 더 끔찍할것 같아요."

머리가 지끈하군. 앞으로에 대해 아무리 고민해봐도 내키지가 않거나 딱 이거다! 할만한 것들이 떠오르질 않는다.

"볼프선배님. 그럼 검은 어떠신가요? 저나 바이올렛씨가 도움을 드릴수도 있을것 같습니다만."
"아니면, 나 처럼 총같은 화기류는 어떤가?. 아쉽게도 난. 너에게 지도편달을 해줄수 없다. 하지만, 그런 부분을 차처 하더라도. 화기류에 능숙해지면 여러모로 이득이 많을것이다."

어느새 내가 앉은 뒤쪽의 테이블로 자리를 옮긴 셋은 우리 이야기에 어울렸다.

"뭐 둘다 고려해** 않은건 아니야. 파이후배의 의견도 할망구 의견도 좋다고 봐."
"그럼, 뭐가 문제지?"
"간단해. 숙련도의 문제야. 총, 검, 격투 셋다 선택할 수 있는 범주이지만 결과적으로 난 유니온 훈련생으로 돌아가야 한다는게 정석이겠지. 게다가 지금의 스타일로 한평생을 지내온 여러분들을 따라잡기는 커녕 서포트 하기에도 무리라고 생각해."

그런 셈이다. 유니온 아카데미에서의 전투 커리큘럼이 존재하지만 결국 내가 그곳에 가게된다는 것 자체가 힘든 일이다.
제이나 하피는 담담히 입을 다물었다. 대게 어려서 발현되는 위상력의 특성상 유니온에 들어가는 연령대는 미성년자들이다.
그곳에서 졸업하는 나이대도 미성년에서 그친다.
때문에 이러나 저러나 어느 방면으로든 예외적인 케이스일 수 밖에 없는 것이다.
그리고 저쪽에서 들려오는 재리의 목소리.

"하지만 볼프. 그 선택이 예외일 뿐이지 문제가 되는건 아니에요. 물론 볼프의 성격이 눈에 뜨지 않고 자신만에 여유가 필요한것은 알지만.... 이 부분은 늦냐 빠르냐의 차이일뿐. 결코 볼프가 이상하지는 않다고 생각해요."

재리의 맞은편에 앉아있는 트레이너도 한마디 거들었다.

"그래. 중요한건 의지이지. 볼프강요원에게 지루할수 있는 옛날 이야기 하나 해주지. 바로 처음 지고의 원반으로 인류가 위상력을 가지게 된 때를 말이지."

응? 처음 위상력을 가지게 된떄라고? 그런거야 기본 교육때.....잠깐? 그때는 그냥 그렇게 위상력을 얻고 차원종과 대적했다고만 되어있었어.
김유정씨도 뭔가 의문스러운지 트레이너에게 물어본다.

"그때 당시의 이야기요? 그때 원반을 연구하던 연구원들이 폭주를 일으켜서 차원문이 열리고 일반 사람들이 위상력을 가지게 되기 시작한 일 말인가요? 하지만 기록에는 자세한 이야기가 적혀있더라도 차원종과의 대적을 하던 이야기 정도 뿐인걸요."

트레이너는 고개를 끄덕였따.

"맞소. 차원전쟁으로부터 꽤 오래전이긴 하지. 내가 어렸을때 들었던 이야기들. 특히나 내 아버지께서 그 이야기들을 들려주셨소."
모두 알고는 있지만, 모를수밖에 없는. 좀더 구체적인 과거를 들을수있다는 기대감에 모두 트레이너에게 집중했다.
" 처음 지고의 원반이 폭주를 할때. 차원물이 열림과 함께 인류의 불특정 다수에게 위상력이 부여되기 시작했소.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서는 혼란이 야기되었지.
위상력이라는 이질적인 힘을 조절하는게 힘든건 차처하고. 일상 생활에서 생활하기가 힘들었다고 하오.
눈이나 머리색이 변하는 것은 당황스럽지만 크게 문제되진 않았지만. 제어할수없는 위상력으로 인해 주변에 끼친 피해가 실로 끔찍했다고 합니다."

트레이너의 이야기가 본격적으로 이어졌고 나는 위스키를 한모금 들이키며 경청했다.
당시 인류에게 갑작스레 생긴 위상력으로 위상능력자가된 사람들로인해 일반인들이 많이 피해를 입었다고 한다.
위상력을 억제하지 못하는건 둘째치더라도 자신에게 지금 넘치는 힘과 에너지가 위상력이라는 사실조차 인지하지 못했던 사람들은 몸에서 나오는 위상력의 방출을 그냥 방치한채로 활동을 했고. 직,간접적으로 접촉한 일반사람들이 방출된 위상력에 의해 다치거나 죽는일이 많았다.
아이를 안고가던 엄마는 자신에게 발현된 위상력으로 인해 아이가 끔찍하게 자기 품에서 죽어버리고. 이로인한 좌절감과 증오로인해 정신을 놓고 주변의 모든것을 파괴하던 이야기.
반대로 아기에게 발현되어 부모가 죽거나 다치는 일.
회사에서 일하던 회사원이 동료를 다치게 해서 불구가 된일.
몸을 부딫히거나 공을 주고받는 스포츠에서 선수가 위상력으로 인해 다른 선수를 죽거나 다치게 하는일 등.
다들 들어본적 없는 끔찍한 이야기에 눈이 휘둥그레졌다.
가장 당황해보이는 김유정씨가 트레이너에게 되물었다.

"그치만 트레이너씨. 이런 이야기들이 어째서 전해지지 않은거죠? 하다못해 입소문정도라도 남아있어야 하잖아요!"
유리잔에 담긴 흑맥주를 마시며 목을 축인 트레이너가 이야기를 계속 했다.
"맞소, 그렇게 전해져야 되지만 만약 인류끼리 적대하게 된다면 그 피해는 겉잡을수 없었을거요. 게다가 마침 딱 좋은 총알받이가 있었으니까."
"총알받이요?"
"그렇소. 바로 차원종이지. 당시에 차원문의 크기는 크지도 않았고 지금처럼 많은 수가 등장하지도 않았지.
보통은 한두마리 정도. 많아봐야 너댓마리 정도뿐이 넘어오지도 않았고 그것도 지금 생각해보면 차원종 무리에서 제일 약한 정찰병정도의 차원종이었지.
정부나 언론은 그 차원종들에게 책임을 전가했고 이는 성공적이었소."
맞는 말 같다.
차원종이라면 아무리 약한 개체라도 일반인을 죽이거나 하는건 문제가 아니다.
"그렇게 차원종들에게 책임을 전가해두면 그들과 대적하는 것에 명분은 충분할테지.
그치만 문제는 하나였소. 위상력을 가진 차원종을 일반 군대가 상대하는것은 무리였다는 것이지. 애초에 소형화기인 일반 군인들 총으로 상대가 가능했다면 클로저라는 직업이 생길일도 없었겠지.
그치만 때와 맞물려 불완전한 위상능력자들이 현장에 나타났고 전문적이지는 않지만 말도안되는 힘드로 차원종을 제거했지. 그것을 본 각 나라의 정부에서는 일단 발견되는 모든 위상능력자들을 유니온이라는 기관에 모았소. 그것마저도 쉬운일은 아니었지만 말이지."
하긴 지금 살고있는곳을 강제로 떠나서 새로운 삶을 살아**다는 생각이들면 비협조적일수밖에 없겠지.
"그렇게 모인 위상능력자들은 유니온의 연구시설에서 생활하게 되었지. 각 나라의 지원과 역량을 동원해서 필요한 설비나 건물을빠르게 지어냈고 원반에 대해 연구중인 연구원들을 필두로 위상력의 제어방법을 익혀나갔소. 그리고 그들이 차원물을 닫아버릴수도 있다는것을 알게되면서 클로저라는 명칭의 팀이 개설되었고 보다 신속하게 차원문 발생지역에 접근하는것을 위해 본국의 지부로 보내졌소."

모두들 숨을 죽였다. 트레이너의 이야기는 간결했지만 상황들을 상상해보면 끔찍했을것이다. 그래서 차마 그 부분을 입에 담을수가 없었던 것이다.
트레이너의 이야기는 계속되었다.

"여튼 모였던 위상능력자들은 자신들의 적성을 파악해야만 했지. 이미 일상의 주변에서 험한꼴을 본 터라 더이상 그 생활을 못할거라는걸 그들 스스로 쉽게 납득했거든. 그렇게 전투쪽으로 진로가 잡힌 사람들은 다양한 전투스타일을 가지게 되었다네.
다양한 나라에서 모였기에 나라에 존재하는 무술들이나 그것을 기반으로한 자신만의 스타일. 보편적으로 알려진 스포츠에서 기반이 다져진 스타일등이 있었고 그렇게 중년의 회사원이었던 사람부터 아주머니들까지 다양한 연령대의 사람들이 첫 클로저로서 임무를 수행했다네."

난....지긋이 눈을 감고 있었다.
분명 난 아직 젊고. 클로저로서의 경험도 많다. 때문에 활동방향성정도만 바뀐다고 한다면 저 이야기에서 처럼 크게 힘들거라 생각되진 않는다.

"좋은 이야기 들려줘서 고맙군요 트레이너씨. 이번 휴가가 끝나고 고민들 좀 더 해보도록 하죠. 저에겐 몇년만에 온 이 휴가를 더 즐길 필요가 있어요."

다들 표정이 한결 편해진듯 하다.
그래.... 일단은. 휴가를 즐기자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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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볼프아저씨! 볼프아저씨이! 이런데서 잠만 주무실 거에요? 빨리 바닷물이라도 만끽 하셔야죠!"

여자의 목소리에 눈이 뜨여졌다.
습하지만 선선한 바닷바람. 뜨스한 공기와 열기. 눈을 슬쩍 뜨니 검은 머릿결이 햇빛에 한층 윤기있어보이는 긴 머리카락이 보였다.

"으음... 서유리 요원. 무슨 일이지?"
"왜 해변까지와서 이러고만 계세요오~ 바다에 왔으니 물놀이도하고 그래야죠."
"끄흠... 그래 뭐. 여기서 이러고 있을수도 없으니."

난 파라솔밖으로 나와서 몸을 좀 추스렀다.
옆에있다 우리팀 학생들쪽으로 달려가는 서유리양과 저쪽에 모여있는 우리팀 학생들과 늑대개팀의 레비아. 그리고 바이올렛은 한데 모여서 물뿌려대며 놀고있었다.
거기에 하피는 물속에서 이세하 요원에게 매달려놀며 재미있어하고 있었고. 이세하는 당황해하며 빠지지 않으려고 허우적대고있었다.
다들 정말 즐거워 보이네. 나도 좀 놀아볼까?

"저...저기~"
"응?"

옆에서 왠 여자가 내 팔을 톡톡 치며 날 불렀다.

"무슨 일이시죠?"
"저기...죄송한데. 저랑 사진 한장만 같이 찍어주실수 있나요?"
"사진? 왜 나랑..."

여자가 얼굴이 조금 붉어지며 베시시 웃는다.

"그쪽 굉장히 잘생기셨거든요. 그래서요..."

뭐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
나는 그 여자의 어깨에 어깨동무를 살짝 해주고는 가볍게 웃어주었다.

-찰칵!

그 여자의 일행들로 보이는 친구들과도 몇장 더 찍고서 인사하고 떠나갔다.

"헤에~"

뒤에서 소마가 의미심장하게 웃었다.

"뭐. 뭐야 소마."
"오오우~ 볼프쌤 완전 인기쟁이잖아!~"
"ㅇ.야!!.. 그런거 아니야. 쓸데없는 소리하지마."

소마가 뒤에서 스케치북과 색연필을 꺼냈다...... 아니 비키니 입은 상태에서 어떻게....?

"소마의 그림일기. 모두들 해변에서 즐겁게 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볼프쌤은 유독 더 즐거워 보입니다. 볼프쌤은 처음 보는 여자들을 후리..... 에고 잘못썻네. 줄그어놔야지. 쓱싹. 요렇게.... 자 그럼 다시, 홀리고 다니셨습니다. 소마의 그림일기 끝!"
"....."

말이 안나오는군..... 내가 어처구니가 없어서 말을 못하는 사이 휙 달아나 버렸다.... 소마녀석.... 두고보자.

"영상 저장 완료, 이 기록물은 추후 검토 분석을 해 봐야겠군요."

파라솔 그늘에서 오롯이 앉아 나와 소마를 지켜보던 인물이 있었으니.

"쇼그, 대체 뭐하는 거야 망할 깡통아."
"저는 깡통이 아닙니다. 뭐하냐고 물으신다면 저는 인간에 대한 연구를 하는 중입니다. 처음 보는 이성에게 호의를 넘어선 행동들. 호감이라고 하던가요?"
"미치겠군. 그래서 내가 처음보는 여자분들이랑 사진을찍은걸 연구하겠다고 녹화를 했다는거야?"
"네 물론이죠. 지금까지 3개팀 15명의 클로저분들을 비교분석했습니다만. 몇몇 여성분들이 처음보는 남자분들에게 호감을 받는걸 볼수 있었습니다. 다만 반대의 경우는 아직 없었습니다. 그러니 지금 이 장면은 첫번째 케이스의 기록이라고 할수있겠네요."

내 얼굴이 구겨지는군. 근데 뭐 지금 보면 이상할것도 없지.
미스틸군은 아직 어리기도 하고. 나타라는 녀석은 너무 타인에게 날카롭지. 세하는 굳이 밀어내거나 하진 않지만 이런 부탁엔 마음의 준비가 덜되었을것 같고.
트레이너나 제이, 이 두 늙은이들은 너무 부담스럽달까. 하지만 이런 이유들을 다 떠나서......
난 이런 멋진 풍경들을 유심히 응시했다.
모두들 각양각색의 비키니를 입고. 어마무시한 바디를 뽐내며 뛰노는 여성 클로저들.
서유리, 레비아, 하피, 소마등등 어마무시한 뇌살바디는 가히 함부로 말붙이기 어려운 것이었고. 슬비나 루나, 바이올렛또한 자신만의 비주얼로 꿀리지 않았다.
이 부분에서는 세트나 티나 할망구는 언급하지 말도록하자.
게다가 저 여신포스 뽐내는 무리에 섞여서 노는 남정네들에게 다른 여자들이 접근하기란 왠만한 자신감이 아니라면 시도도 안할 것이 분명했다.

그치만 그런 것과는 별개로 상당히 주목을 받고있군. 특히나 수많은 남자들은 멀찌감치서 저들을 바라보는것 만으로도 충분히 즐거운 모양이다.
온사방에 남자고 여자고 시선 방향이 죄다 이쪽이니 이거무슨.....

"볼프아저씨! 아저씨도 빙수 드실거죠?"
"으.응"

서유리가 후다닥 달려와서는 빙수에 대한 의견을 물어보았다.
이윽고 쇼그에게 주문을 부탁하는듯 하다.

"쇼그!. 그 배달어플 혹시 쓸수있어?"
"네 서유리 요원님. 어떤 빙수로 주문할까요?"
"으음~. 골고루 부탁할께!"
"네 주문 완료했습니다."

쇼그의 휴머노이드 모델의 눈이 조금씩 반짝 거리더니 이내 주문이 되었다고 한다.
근데 쇼그가 이런데 있어도 괜찮은 건가?

"이봐 쇼그? 궁금한게 있는데."
"네. 말씀하십시오 볼프강 요원님."
"그, 램스키퍼라고 했나? 거기에 있어야하는거 아냐? 정비소에 들어갔다고 하는 것 같던데."
"네. 괜찮습니다. 어차피 물리적인 복구는 정비소분들이 해결해주셔야 하고 저는 여기서 원격으로 체크만 하면 되거든요. 그리고 바닷바람이 걱정이라면 괜찮습니다. 저나 티나요원은 내부가 기계이지만 방수처리는 완벽하거든요. 그래도 조심해서 나쁠건 없지만 어차피 휴가가 끝날무렵엔 티나요원님과 함께 따로 정비를 받을 생각입니다."
"그렇군. 그렇게 이야기하니 괜찮겠지."

이제 다 같이 모여앉아 빙수들 먹기 시작했다.
양이 꽤 많아서 다들 작은 그릇에 조금씩 쉐어해서 먹고있다.

"루나야 루나야! 이거 한번 먹어봐!"
"이건 무슨 빙수인가요? 갈색 가루로 뒤덮여있는데."
"이건 미숫가루라고 굉장히 고소한 가루야, 그리고 그 안에 검붉은 건 팥이라고. 붉은 콩을 달게 끓여서 만든거거든. 빙수랑 같이 먹으면 정말 맛있어!"
"오오~"

이거 꽤 맛있네. 은은하게 단맛이 꽤 좋군.
그런데 먹다보니 이 미숫가루가 좀 흩날리네.
먹는 모습들을 둘러보니....이거 참....
다들 떨어지는 미숫가루가 흘러 내렸는데.
서유리, 레비아, 하피, 소마, 엘리스등은....미숫가루가 위쪽... 그곳 위주로 뭍어있는데.
다른 사람들은 배나 허벅지 쪽에 가루가 뭍어있다.
이슬비나 바이올렛, 루나는 표정이 썩 밝진 않아보이네, 세트는 세상 행복한 얼굴로 빙수를 먹고있다.

"아! 서유리님. 가루가 몸에 뭍으셨어요. 제가 닦아드릴께요."
"응? 아, 아힛! 아하하핫! 가.간지럽다야."

레비아가 휴지로 그....몸에 뭍어있는 가루를 살살 닦아내 주었다.
레비아의 손이 움직일때마다 서유리의 굴곡진 그곳이 같이 일렁거렸다.
그때 표정이 더욱더 굳어진 이슬비가 레비아에게 말했다.

"저기 레비아. 굳이 닦아줄 필요까지 없진 않을까? 어차피 바닷물에 들어가면 자연스레 닦일텐데 말이야."

표정은 웃지만 왠지모를 적개심 비스무리한게 느껴졌다.
제이 할배는 먼 바다를 바라보며 이 불편한공기를 혼자 외면하고 있었다.

"소마의 그림일기~ 검은양팀의 이슬비는 질투심이 강하다. 자신의 몸에 뭍은걸 닦아주기 바라며 질투를 하는 것 같다."

에구...소마.... 잘못짚은거 같아.
그나저나 이 빙수라는거. 예전에 독일에서 먹었던 거랑은 천지차이로 맛있네. 게다가 이 얼음은 우유라서 정말 부드럽고 맛있어. 얼음도 거칠지않고 말이야.
그리고 저쪽에서 바이올렛의 집사인 하이드가 묵직해보이는 봉투를 들고 나타났다.

"아가씨. 주문하신 음식 가져왔습니다."
"오. 하이드, 고마워요. 자, 여러분! 이것도 하나씩 드셔보세요!"

납작하고 기름진 원모양의 핫케익같은 걸 나눠주었다.

"호떡이군요."
"네. 부산에서 유명하다는 씨앗호떡이에요. 찬 것만 먹기 좀 그래서 따듯한것도 같이 먹는게 좋을것같아서요."

다들 밝은표정으로 나눠먹기 시작했다.
음... 안에는 꿀인가? 무슨시럽이지?. 게다가 안에 견과류가 잔뜩 들어있어서 달달하게 씹는맛이 좋네.






- 후편에 계속 -
2024-10-24 23:23:4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