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40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05 2
데이비드는 책상 위에서 한쪽 다리를 무릎 위에 올린 채로 보고서를 읽었다. 김태형 복귀 클로저 국장과 조사 보고서를 공유한 내용이었다. 클로저들을 습격하는 그 가면의 남자에 대해서 알아내야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할 수 있었다. 그가 어떤 인물인지, 목적이 무엇인지 알지 못하는 한, 그들에게는 그저 각자 조심하라고 말하는 수밖에 없다.
"답답한 노릇이군."
보고서를 책상 위에 올려놓은 뒤에 양 손을 머리 뒤로 향한 채로 상체를 의자에 완전히 밀착시킬 정도로 뒤로 젖혔다. 데이비드는 의자의 다리를 내려다보면서 아쉽다는 듯이 콧숨을 크게 내쉬었다. 이게 흔들의자였으면 잠시나마 즐길 수 있었을 텐데 하는 생각도 들었기 때문이다.
"클로저를 증오, 흑백의 가면, 차원종 잔해 수집, 안드로이드 연구소."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두 눈을 천장으로 향한 채 긴 생각에 잠겼다. 현재 감찰 요원에게 부탁한 일만 들어오게 된다면 그의 정체에 관해서도 한 발자국 앞서나갈 수도 있다. 그 결과가 일어나게 된다면 그 자를 체포할 수 있는 작전계획을 수립하는 것도 가능한 일이었으니까.
"국장님! 이슬비 요원. 지금 막, 도착했습니다!"
잠시 후에 문이 열리면서 슬비가 그의 책상 앞에 차렷 자세로 선 뒤에 거수 경례를 하며 말했다. 마치 군대에서 사병이 간부에게 상황 보고를 하러 온 것처럼 패기있는 목소리였다. 데이비드는 자세를 바르게 한 뒤에 양 손으로 깍지를 낀 상태에서 턱을 받친 뒤에 말을 한다.
"와줘서 고맙네. 일단, 그러니까... 조금 곤란한 일이 생겼다네. 상부에서 내려온 지시인데 개인적으로 이런 임무를 자네에게 주고 싶지 않네."
"저는 어떠한 임무라도 수행할 자신이 있습니다. 국장님."
어떠한 명령에도 따르고자 하는 그녀의 마음가짐은 인정할 만도 했지만 가끔은 의문을 가져서 납득이 안 된다고 말해주기를 바라는 그였다. 완벽하게 상부의 도구로 이용되는 것을 그도 원하지 않았으니까. 그래도 명령이니 어쩔 수 없이 그녀에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혹시, 티어매트에 대해서 아는가?"
"네. 알고 있습니다! 과거에 차원전쟁 때 가장 위험한 종으로 알려진 차원종, 수 많은 정예 클로저분들도 이기지 못했던 상대라고 알고 있습니다. 오직 알파퀸 서지수님만이 쓰러뜨릴 수 있었다고 들었습니다."
"그렇다네. 서지수 요원이 있었기에 녀석을 봉인할 수 있었지. 지금은 현재 유니온에서 클로저들을 주기적으로 관리를 보내고 있네."
티어매트, 고위급 차원종이었다. 정예 클로저들이 토벌하지 못하는 이유가 있었다. 나체인 인간여성을 하고 있는 차원종이라서 그런 게 아니었다. 클로저들 중에는 강한 위상력을 가지고 있는 자들이 많았다. 정예클로저 같은 이들이 대표적이다. 차원종들 대부분은 클로저들의 겉부분을 공격하는 편이지만 티어매트는 달랐다. 그녀의 공격은 다른 차원종들과는 다르게 특수한 것이기 때문이다.
"자네도 알다시피 티어매트는 사람의 마음 속에서 약한 부분을 끄집어 내어 그 부분에 대해서 집중적으로 공격한다네. 적을 내부로부터 부숴버리는 말을 하지. 그리고 사람의 머릿속을 읽으면서 끔찍한 과거를 머릿속에서 재현시키게 만드는 녀석이야. 그렇게 악몽에 무너지게 된 클로저들의 의식을 빼앗은 뒤에 그들의 생기를 빨아먹는 녀석이지."
데이비드는 과거 차원전쟁에서도 일했던 유니온 간부였기에 잘 아는 것이었다. 당시에 티어매트를 상대하는 클로저들을 관리하기도 했었으니까. 그 과거 이야기를 꺼낼 때 무거운 납덩어리가 자신을 누른 것처럼 무겁게 느껴지기도 했었다.
"네. 그래도 알파퀸님 덕분에 봉인이라도 된 거라고 알고 있습니다."
"그래. 봉인이지. 그래서 말인데, 티어매트 봉인실 경비 임무를 부탁하고 싶네. 이번에 상부에서 미성년자 클로저 2명을 경비로 보내라고 명령해서 말이네."
"저는 상관없습니다만 다른 한 명은 누구입니까? 제가 선택해도 되는 겁니까?"
"아니, 이세하 요원과 같이 가게나."
"세하 말씀이십니까?"
알파퀸의 아들이라고 알려진 그와 같은 경비임무였다. 딱히 싫어하는 편은 아니었지만 세하의 전력은 아직 부족한 점이 많다고 판단이 되었었다. 아카데미 훈련도 받지 않는 데다가 실전감각이 아직 모자라다는 점이다. 거기다가 잠재력이 커다랄 뿐, 아직 그 힘이 완전히 드러난 게 아니기 때문에 딱히 기대같은 건 들지도 않았다.
"유리와 함께 가도 되겠습니까?"
"아니, 서유리 요원에게는 다른 임무를 주었다네. 그러니 이번 만큼은 이대로 해주게나."
"알겠습니다. 국장님."
잠깐 망설였지만 슬비는 거수 경례로 마무리했다. 돌발상황이 발생할 때 파트너와 호흡이 맞아야 된다. 그 상대로는 아카데미에서 유일하게 친하게 지냈던 서유리가 적격이라고 그녀는 생각했었다. 그래서 유리와 같이 일하고 싶었는데 친한 사이도 아닌 세하와 같이 한다는 게 마음에 걸렸지만 어쩔 수 없이 따르기로 다짐했다.
* * *
집으로 돌아온 뒤에 침대 위에 잠시 누웠다. 평소처럼 일과를 보내다보니 완전히 익숙해지고 몸이 지루해지는 게 느껴진다. 유리는 내 대전상대가 되어준 덕분에 나도 제법 실전 감각이 몸에 붙게 되는 느낌이었다. 좀 더 강한 상대와 싸운다면 넘어서야 될 벽이 생기는 것이니 조금 더 스릴을 즐길 거라고 생각이 들었지만 여기는 게임이 아니니까 가능하면 흥분하지 말아야겠다고 판단했다.
"음?"
문자가 왔다. 모르는 번호, 내용의 P.S에는 이슬비라고 되어있다. 내일 티어매트 봉인실 경비를 같이 서게 되었으니 늦지않게 시간맞춰서 오라는 내용이었다. 티어매트? 그게 뭐지? 뒤에 봉인이라는 것이 붙어지는 걸 보니 아무래도 차원종인 모양이었다. 응? 차원종이라고? 인간이 아닐 거라고 추측은 되는데 차워종은 보통 위상력으로 퇴치한다고 알고 있는데 이상하다. 왜 봉인실이지?
"아들! 뭐하고 있니!? 응? 우리 아들, 드디어 어른의 여역에 다다르는 구나. 흑흑!"
멋대로 내 휴대폰을 뺏으면서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였다. 돌려달라고 말했지만 엄마는 도끼눈으로 휴대폰 문자를 보면서 말씀하신다.
"응? 이슬비라고? 여자아이네. 굳이 자기 이름을 밝히는 것을 보면 설마?"
"모르는 번호라서 그런 거에요. 엄마, 이상한 상상은 하지 말아주실래요?"
"어머, 엄마는 아직 아들을 넘기고 싶지 않은 걸. 세하야. 설마 그이처럼 가는 거 아니지!?"
양 손으로 내 어깨를 잡으면서 절규에 가까운 목소리를 내신다. 왜 갑자기 울상을 지으시는 거야? 내가 아버지처럼 간다고? 단지 문자가 온 거 뿐인데 왜 내가 죽는다는 소리를 하는 건지 모르겠다. 게슴츠레한 눈으로 한숨을 내쉰 뒤에 저녁밥 차리기 위해서 양 손을 들어 어깨를 잡은 엄마 손을 떼어내다가 티어매트 생각이 나서 도로 손을 놔주었다.
"엄마. 그러고 보니 티어매트에 대해서 알고 계시죠?"
"티어매트? 으응. 엄마가 어렵게 봉인한 상대였어. 녀석은 다른 차원종과는 다르게 인간의 마음 속에 약한 부분을 파고드는 정신공격을 주로 하거든. 엄마도 한 때는 어떻게 되는 줄 알았지 뭐야. 하하핫!"
억지로 웃으면서 말씀하신다. 손수건이 필요할 정도로 땀까지 흘리신다. 어느 교관이 자신의 나라의 우주선을 자랑하다가 결점이 있는 사실을 훈련생에게 발각되어서 크게 당황한 것처럼 보일 정도였다. 그렇게나 강력한 상대였을까? 그런 녀석을 봉인한 장소로 가서 경비를 서는 건가? 밤을 새는 것은 상관없을 거 같았다. 게임기를 새벽까지 한 적도 있었으니까.
"대체 무슨 일이 있었어요?"
"으응? 음, 너무 부끄러워서 말을 못하겠네. 그 때가 그러니까, 너희 아빠랑 가까워질 때였을까?"
검지로 뺨을 긁으면서 말씀하시는 우리 엄마, 뭔가 있는 듯 했지만 자세한 건 묻지 않았다. 위험한 차원종을 소멸하지 않고, 봉인에 그쳤던 이유도 분명히 있었겠지. 엄마 입으로는 말하기가 좀 힘드신 모양이다. 사람의 약한 부분을 파고든다. 나 같은 경우에는 어린시절 왕따당한 경험이라고 할 수 있다. 이미 극복하긴 했지만 떠올리면 아직도 괴롭기는 하지만.
"알았어요. 저녁밥 먹으러 가요. 엄마."
"응! 그러자. 오늘 저녁 메뉴는 뭐니?"
"가서 정할게요."
방문을 나서며 부엌으로 향한다. 자세한 건 모르지만 지금은 우선 밥부터 먹어야 되겠다. 나중에 가서 또 천천히 알아보면 되는 거니까.
To Be Continued......
어느 새 40편까지 왔네요. 시간 참 빨리도 가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