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38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7-03 2

 몇 차례 대련을 더 했지만 역시나 유리에게는 검술로 이길 수가 없었다. 유리는 검도대회에 나간 적이 있다고 스스로 말했었다. 유니온 클로저였지만 위상력을 쓰지 않는 조건으로 나간 거 뿐이었으니까. 어떻게 해서든 자제를 해서 정당하게 우승을 한 모양이었다. 나는 스포츠를 ** 않아서 그런 건 잘 모른다. 엄마도 마찬가지다. TV를 틀면 뉴스나 드라마 밖에 안 보시니까.


"세하는 검술을 배운 적 있어?"

"아니, 톤파술만 배웠어."

"흐음, 그럼 이번에는 톤파술로 해** 그래?"

"그럴까?"


 톤파술이 유리에게는 더 불리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이도류가 공격과 방어를 병행해서 가능하게 해주는 것이지만 유리는 검 한자루만으로 둘 다 하기에는 버거울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래도 방심하지는 않는다. 길고 짧은 건 해봐야 아는 법이니까.


 톤파라고 하지만 검날이 바깥으로 나와있기 때문에 검처럼 사용할 수 있었다.  아버지가 만들어주신 건 블레이드지만 톤파로 변할 수 있는 게 조금 특이한 점이 있다. 지금까지 이런 변형 무기는 없었다고 알고 있는데 혹시 아버지께서 내 몸을 걱정해서 이렇게 만들어주신 게 아닌가 생각해본다.


"자, 간다!"


 유리가 덤벼든다. 톤파로는 검 한자루를 들고 있는 상대방을 상대할 수 있었다. 이 승부에서 알 수 없다고 생각한 것은 무기의 문제가 아니다. 유리는 민첩성이 강하다. 내가 톤파 하나로 검을 막아내고 나머지 하나로 즉시 반격하려고 해도 빠른 움직임으로 피해낼 수 있으니까.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없는 검 한자루를 가진 상대라면 누구나 민첩성이 강할 것이다.


카앙! 부웅-


 예측대로다. 유리의 검을 왼팔로 들어서 톤파로 막아낸 뒤에 나머지 톤파 하나로 공격용으로 찌르기 공격할 때 뒤로 살짝 물러나면서 피해낸 유리였다.


"오오, 정말 위험하네.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할 수 있구나. 피하지 않으면 내가 당하겠는 걸."


 그거야 움직임이 느렸을 때에 이야기다. 빠른 움직임을 가진 그녀가 할 말은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아무튼 차원종과 싸웠을 때보다 더 움직임을 빠르게 하면서 공격과 방어를 동시에 했다. 이 톤파로 움직여서 수직이든 대각선이든, 수평으로 베는 검을 다 쉽게 막아낼 수 있다. 공격도 공격이지만 방어가 뛰어난 편이었으니까.



*  *  *



 승부는 나지 않았다. 가상 훈련을 끝내고 현실세계로 돌아왔다. 톤파로 끊임없이 검을 방어하고 반격을 했지만 서로에게 공격 한 번을 먹이지 못했다. 유리는 생각보다 빠른 움직임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따라잡지 못한 수준이었다. 그래도 유리의 기분이 이제 완전히 풀린 거 같으니까 걱정할 필요는 이제 없을 거 같았다. 나중에 또 기운없을 떄 힘이 되어주면 그만이었으니까.


"오늘은 미안해. 휴일인데 이렇게 억지로 어울려줘서."

"아니야. 나도 좋은 경험이 되었어. 유리 너는 강하구나."

"세하 너도 강해. 처음부터 내 움직임을 읽어서 막아낸 사람은 거의 없을 정도라고."


 누군가에게 수련을 받은 것도 아니지만 게임에서 NPC로 나온 스승이 알려준 방법을 따라했을 뿐이다. 온 감각을 동원해서 상대방의 움직임을 파악하는 거였으니까. 그건 그렇고, 제이 아저씨가 말한 게 조금 신경이 쓰였다. 그 남자의 위험 때문에 클로저를 그만두라고 말하는 거 같았다. 다른 사람들은 몰라도 나에게는 엄마 이름이 있으니까 그만두는 것도 자유라고 알고 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이제 뭐할거야?"

"집에 가야지. 동생들 밥 차려줘야 되니까. 세하야, 오늘은 고마웠어."

"아니야. 나야 말로 고마웠어. 귀중한 체험을 했으니까."
"화, 나지 않았어? 보통 이런 시간에 불러내면 다들 불편해하던데, 그게 뭐랄까, 세하 너는 아카데미 출신도 아니었으니까."

"알아. 이해해. 내 몸을 걱정해주고 한 일이잖아. 이번 기회에 알려줘서 고마워. 클로저라는 일이 얼마나 위험한 일인지 확실히 알려주었잖아."


 유리는 몇 번이나 차원종이나 남자에게 당해서 병원에 입원했었다. 민첩성이 뛰어나고, 검술 전문가라고 해도 부상을 피할 수는 없다는 얘기였다. 다른 클로저들도 마찬가지다. 차원종과 싸우면서 조그마한 상처 하나 정도는 많이 가지고 산다. 나 혼자만 그런 일이 없었지만. 그만큼 내가 톤파를 잘 활용한 것도 있고, 강력한 위상력으로 범위공격을 한 영향이 있다.


"세하, 너는 참 다정하네. 보통 이렇게 하면 불편해하던데."


 미성년자 클로저들이라고 해도 쉬고 싶은 마음은 있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다른 클로저 요원들은 유리가 권할 때마다 불만이 가득한 표정으로 대해준 모양이었다. 확실히 그런 생각도 실은 들기도 했지. 그래도 정당한 이유를 알고 보면 누구나 기분이 풀리기 마련이다. 지금 이건 내게는 이로운 방향이었으니 별로 화를 낼 이유도 없다.


"괜찮아. 다음에 시간 날 때, 또 대련상대가 되어줄게."

"응! 고마워. 먼저 갈게."

"어, 잘가."


 손을 흔들면서 작별인사를 했다. 유리는 먼저 달려간다. 평소보다 더 신나는 사람처럼 보인다. 이걸로 된 거겠지. 국장님의 부탁도 들어주었고, 개인적인 바람도 이루어진 셈이니까. 나도 집으로 가서 엄마와 같이 시간을 보내야겠다. 지금 엄마가 계실 때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게 더 좋으니까.



*  *  *



 데이비드는 김태형 국장과 테이블에 마주앉은 채로 동일한 보고서를 보며 눈을 반쯤 감은 채로 집중했다. 김태형 국장도 마찬가지다. 한참 말이 없이 보고서 페이지를 넘기면서 보다가 데이비드가 먼저 말을 걸었다.


"폐허가 된 연구소를 조사해야겠군요."

"동의합니다. 폭발을 일으킨 폭탄 파편은 어느 군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소재로 만들어져 특정할 수가 없습니다. 하지만 안드로이드는 다릅니다. 안드로이드를 만든 연구소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가면을 쓴 남자의 모습을 했던 안드로이드들이 폭탄 스위치를 눌러서 자폭하긴 했지만 파편이 완전히 소멸되는 것은 아니었기 때문에 안드로이드 부품이 남아있을 정도였다. 전 세계에서 만들어내는 안드로이드이긴 하지만 자폭하면서 생겨난 그것을 조회하면서 그 부품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들을 조회해본 결과를 김태형 국장이 이야기한다.


"미국, 중국, 일본, 러시아, 한국, 이 5개국에 있는 안드로이드 연구소에서 문제의 부품으로 만들어진 안드로이드들이 존재합니다. 현재 그 사실을 총본부에 보고했고, 곧바로 조사하라는 명령이 내려져 왔습니다."

"그렇군요. 우리 나라에도 안드로이드 생산 연구소가 있었죠?"
"감찰 요원들이 조사에 나서고 있습니다. 그 연구소에서 남자의 정체를 알아낼 지도 모릅니다."


 김태형 국장은 가면의 사내가 안드로이드 연구소와 관련된 자라고 확신했다. 아니면 그 직원들 중에 섞여 있으면서 단독으로 저지르는 게 아닌가 하고 생각했다. 확신을 할 수가 없지만 가능성이 있는 거라면 뭐든지 시도해봐야 되는 법이다. 그렇기 때문에 김태형 국장은 그에게 말한다.


"우선 안드로이드 생산 연구소에 감찰 요원이 잠입해서 정보를 캐내는 중입니다. 안드로이드 거래 내역을 **보게 된다면 거래한 사람을 알 수 있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되도록이면 빨리 잡아야 됩니다. 피해가 더 커지면 안 되니까요."


 총본부에서 지시한 사항으로 이미 다른 나라에서는 조사가 이루어지고 있으니 한국에서도 이루어지는 것도 당연한 일이었다. 우선 그 안드로이드들을 구매했을 가능성이 크니까. 그리고 차원종 잔해들도 대부분 그 남자에게 빼앗기고 있는 상황이라 차원종 연구하는 데에도 지장이 생길 수준이었기에 빨리 잡아야 된다고 데이비드는 생각했다.



*  *  *



 캄캄한 어둠, 기다란 팔로 이루어진 로봇들이 한 자리에 모여 스파크를 일으키면서 뭔가를 조립하고 있었다. 조립하는 장소가 한 군데가 아니라 방 전체가 섬광으로 빛날 정도로 용접을 벌이고 있는 자리. 로봇들이 활동하는 것을 조용히 지켜보던 가면을 쓴 남자는 천천히 가면을 벗은 뒤에 이마에 묻은 땀을 닦았다.


"아직 모자라. 저 잔해들을 더 빠르게 모을 방법 없을까?"


 군 수송기로 잔해를 회수하기도 하지만 그렇지 못한 적도 있었다. 강대국 나라로 들어갔을 때 군 수송기가 파괴될 것을 우려하여 최대한 안전한 방법으로 잔해를 수집하려고 했지만 그것만으로도 한계가 있었다. 정예 클로저들이 아니더라도 다른 클로저들이 나서서 훼방을 놓을 수도 있으니까. 수송기가 파괴될 위험도 감수해야 된다는 얘기였다.


 잠시 고민한 뒤에 그의 입가에 차가운 미소가 흘렀다. 예전에 차원전쟁 중에 겨우 봉인을 성공한 차원종이 있다는 걸 떠올렸다. 그는 혼잣말로 중얼거리면서 다시 가면을 썼다.


"티어매트, 그 녀석을 이용하면 되겠군."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43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