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32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27 2

 유리는 또 다시 병원행이었다. 붕대에 온몸이 감긴 채 병실에 누워있는 그녀의 모습을 보고 생각했다. 이번에도 그녀의 동생들을 다른 사람들이 돌봐줘야 될 거 같았다. 물론 내가 자진해서 할 생각이었지만. 이번에도 유리가 신세졌다면서 미안하다고 사과할 거 같았다. 심각한 화상이라 응급 치료를 받고 최신 의학기술로 치료를 받았다고 들었다. 의학기술계통에 대해서는 잘 모르지만 위상력 능력자들은 민간인보다 약의 부작용 걱정이 없기 때문에 효과가 뛰어난 대신에 부작용이 커다란 약을 먹어도 건강상 이상이 없을 정도였으니까.


 그러고 보니 유리는 거의 하루 아니면 이틀 만에 나아서 퇴원했고, 몸이 멀쩡한 상태로 금방 돌아온 걸 알 수 있었다. 나는 아직 다쳐본 적이 없었기에 실감이 나지는 않지만 입원해보면 알 수 있을 거라고 확신했다. 후우, 그나저나 그 남자에 대해서 생각에 잠겨본다. 분명히 전에 봤던 그 남자인데 자폭이라도 한 걸까? 그렇게 쉽게 끝날 사람이라고 생각이 들지 않았는데 이상했다.


 잠시 후에 병실 안으로 데이비드 국장님이 들어오셨다. 유리의 병문안을 온 것 뿐만 아니라 나에게서 이야기를 듣기 위해 오신 거 같았다. 실은 본부에 연락을 했었으니까. 유리가 그 가면의 남자와 교전을 벌인 뒤에 그 남자가 자폭을 해서 폭발에 휘말렸다는 사실을 말이다.


 국장님은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내 옆에 앉은 뒤에 입을 여셨다.


"이세하 요원. 그 남자가 자폭을 했다는 것은 틀림없는 사실인가?"

"네. 국장님. 제 눈으로 봤습니다. 예상못한 상황이라 유리도 그 폭발에 휘말렸던 거에요."
"뭔가 이상하군. 너무 부자연스러워."

"네?"


 뭐가 부자연스럽다는 건지 이해할 수가 없었다. 고개를 갸우뚱하는 나에게 유리가 정확히 폭발에 휘말린 시간이 몇시였냐고 묻자 나는 곧바로 저녁 6시 조금 넘은 시간이었다고 답했다. 분명 훈련 중에 일어난 일이었으니까. 국장님은 한 손으로 턱을 만지작거리면서 시선을 내리깐 채로 잠시 고민한 뒤에 말한다.


"실은 이번에 정예 클로저들이 대부분 습격당했는데 그 중에 4명이 사망하고 나머지는 커다란 부상을 입었다네. 그리고 그들이 습격당한 시간대도 6시 15분 정도 추정이 되네."

"뭐라고요!?"


 시신을 부검한 결과 알게 된 사실이라고 했다. 거기다가 정예 클로저들의 시신이 발견된 곳은 유리가 있던 고층건물에서 멀리 떨어진 곳이라고 했다. 거의 동 시간대에 발생한 것이기 때문에 동일 인물이라고 단정 짓기에는 어려운 상황이었다. 한마디로 유리와 교전한 상대와 정예 클로저들과 교전한 상대는 다른 인물이라는 얘기였다.


"어디까지나 내 생각이지만, 서유리 요원과 교전을 했던 상대가 가짜고, 정예 클로저들을 상대한 자가 진짜라고 생각이 드네."


 다시 한 번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진지하게 말씀하시는 국장님이다. 설명을 들으니 나도 이제 이해가 된다. 녀석은 아직 살아있다. 유리와 교전한 자는 아마 안드로이드거나, 클론이겠지. 그건 그렇고, 유리는 이번에 며칠 입원해야 될 거 같았다. 워낙에 커다란 폭발에 정면으로 휘말려버렸으니까.


"이세하 요원. 집에 연락을 하는 게 어떻겠나? 오늘 하루동안은 아마 서유리 요원은 일어나지 못할 것이네. 그 사이에 녀석이 습격할 수도 있으니, 어떤가? 싫다면 다른 요원을 불러서 경호를 할 수도 있네."
"아니요. 제가 하겠습니다."


 엄마에게는 따로 연락을 해야 될 거 같았다. 그 남자에 대해서 모르는 클로저가 경호하는 것보다는 한 번 이상 봤던 내가 하는 게 더 낫다고 판단했으니까. 서유리를 노리는 게 목적이 아닐 수도 있지만 클로저를 엄청나게 증오하는 것 같다고 그녀가 말했던 걸 기억하고 있으니까.



*  *  *



 UNION 신서울 지부, 이번에 출현한 A급 차원종 트룹 맹장이 이끄는 트룹계열 차원종에 관한 보고서를 받은 차재욱 지부장, 그는 페이지를 하나씩 꼼꼼하게 읽으면서 생각에 잠기고 있었다. 미성년자 클로저 관리국장인 데이비드와 그의 옆에 뚱뚱한 체형을 가진 단발머리 남성이 서 있었다.


"이번에 복귀 클로저들이 A급 차원종을 물리쳐준 것은 다행이지만, 부상자는 어떻게 되었나? 김태형 국장."

"네! 사망자는 나왔지만 다른 사람들은 무사히 치료를 받았습니다."

"그 사람들의 유족들에게 충분한 보상을 준비하도록 하게. 김태형 국장."

"네! 지부장님!"


 신서울지부 복귀 클로저 김태형 국장. 그는 군대에서 정신교육의 모범이 되는 사람처럼 충성심이 강한 모습으로 패기 있게 대답하면서 주변 사람을 놀라게 만들었다. 그의 목소리는 수업 중에 딴 짓을 하고 있는 학생을 깨우는 데 충분할 정도의 규모였다.


"데이비드 국장. 그러니까 동시간대에 그 가면을 쓴 녀석이 두 장소에서 목격 되었다는 말이지?"
"네. 그렇습니다. 살아남은 미성년자 정예 클로저가 증언했고, 이세하 요원도 증언한 내용입니다. 틀림없습니다."


 정예 클로저들은 미성년자와 복귀 클로저 둘다 포함 되어있다. 출동하는 것은 동일하지만 정예 클로저들이나 전투력이 약한 클로저들끼리 따로 노는 경향이 있기 때문에 출동명령이 내려지면 실력이 비슷하고 통하는 사람들끼리 동일한 장소로 가기 마련이었다. 이러한 습성을 눈치챈 사내가 정예 클로저들이 모여있는 곳을 습격해서 그들을 재기불능으로 만들었다고 확신했다.


"상대는 정예 클로저들도 당해내지 못할 정도의 실력을 가졌군. 마치 알파퀸 서지수를 보는 거 같아."


 지부장이 두 눈을 반쯤 감은 채 보고서를 다시 한 번 집중해서 본다. 그도 나름대로 생각한 게 있었다. 두 요원이 각각 다른 장소에서 거의 동일한 시간대에 목격했다는 것은 사내 둘이 동일인물이 아니라는 것을 알고 있고, 자폭한 쪽이 가짜라는 것도 단번에 알 수 있었다.


"아, 그렇지. 김태형 국장. 그 목격되었다는 파편 어떻게 되었어?"

"폭발물 전담반에게 넘겨서 분석을 의뢰했습니다. 이제 곧 결과가 나옵니다!"

"위상 억제기를 폭파시킨 것은 분명히 차원종이 아니고 폭탄으로 의심되는 것에 의한 폭발이라고 했지?"

"네!"


 김태형 국장의 대답에 지부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위상 억제기가 파괴되었을 당시에 다른 파편이 떨어졌었다는 복귀 클로저의 증언이 있었다. 빌딩 벽도, 위상 억제기의 잔해도 아니었다. 그렇다면 폭탄이라고 단정 지을 수밖에 없는 거다. 지부장은 서서히 그 남자에 대해서 좁혀가고 있다고 느꼈다. 폭탄의 정체를 알아내면 그거와 관련된 상인을 만나서 사간 사람 중에 용의자를 파악하는 것을 시작으로 서서히 정체를 파악할 수 있으니까.


"일단 현재까지 알아낸 것이라면, 인간에 대해서 증오하고 있고, 클로저에 대한 증오는 더더욱 많이 있다. 그리고 안드로이드나 클론을 이용하고, 폭탄까지 이용한다는 건, 상당히 돈이 많은 재벌일 가능성이 높거나, 아니면 자신이 직접 만들어낸 것일 수도 있다. 그 사람 처럼 말이지."

"단서가 더 있으면 더욱 더 좁힐 수 있다고 확신합니다. 지부장님."

"동의한다. 데이비드. 아직 서유리 요원이 안 깨어났다고 했지? 그녀가 깨어나는 대로 사건 당시 상황을 듣도록 한다. 그리고 폭발이 일어났다는 건물 옥상도, 꼼꼼하게 조사하도록."


 지부장의 명령에 두 국장은 동시에 "네!" 라고 답했다. 차재욱 지부장은 상대가 인간과 클로저를 증오하는 인물이라는 것을 알게 된 이상, 범위를 계속 줄일 가능성이 머지 않았다고 확신했다. 웃는 얼굴 가면을 쓰는 자, 하얀날개와 검은날개를 언급한 자, 어디서 많이 들어본 이야기라고 생각하기도 했지만 촉으로 오는 성급한 판단은 오히려 그릇된 법이기에 입 밖으로 꺼내지는 않았다.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30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