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웅의 아들 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9-06-04 2

 평소처럼 기자들의 카메라 플래시를 받으면서 등교했다. 학교 수업의 진도는 훨씬 앞서 나갔으니까 책상에서 인내력을 가지고 수업을 듣는 것 밖에 할 일이 없다. 어제 꿈속에서도 그랬듯이 아버지가 하신 말씀 덕분에 내가 지금까지 잘 살아가고 있는 거다.


 외로움은 축복이다. 그렇게 생각하니까 타락하지 않고, 잘 견뎌왔었다. 게임에서나 만화에서 볼 때는 따돌림 때문에 악한 마음을 일으켜 세상을 재앙에 빠뜨리는 설정이 나오는데 내 경우네은 그렇게 되지 않았다. 물론 실제로, 인간이었다가 차원종 편을 서서 배반했던 사람도 있었던 사례가 있다.


 그리고 지금도 그 인내력이 작용하고 있다. 미리 예습과 복습을, 학기 분량 만큼이나 다 끝내버려서 어떤 수업을 듣던지 지루할 뿐이었으니까. 이게 다 아버지 덕분이라고 할 수 있다. 공부하면서 힘들고, 어려운 부분이 있기 마련이다. 그걸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인내력이다. 게임도 마찬가지다. 게임하면서 초반에는 레벨을 올리기가 쉽지만 가면 갈수록 올리기가 어려워지는 경우가 많으니까.


 아버지께서는 나를 바른 길로 이끌어주셨다. 이렇게 성장한 내 모습을 보여주고 싶었는데, 너무나 빨리 돌아가셨다. 그 점이 매우 아쉽다. 아버지가 내게 해주셨듯이 나도 뭔가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가슴이 아파온다. 엄마도 나와 같은 심정이었겠지. 그래서 내가 클로저가 되는 것을 막았던 거겠지. 안 그래도 언론에 알려지지 않는 사건이 벌어지고 있는데 내가 클로저 활동을 하다가 죽임을 당할까봐 그런 것일 거다.


"자, 모두 주목. 조례를 시작한다."

 담임선생님께서 들어오신다. 어라? 그러고 보니 오늘 유리가 안 보이네. 차원종 때문인가? 확실히 그럴 거라고 판단했다. 차원종과 싸우는 클로저 요원이 학교생활을 동시에 보낸다는 거 자체가 어려운 일이라는 거 잘 알고 있으니까. 다른 남학생들도 그 사실을 알고 있어서인지 왜 안오냐고 말하는 사람은 없었다.


"자, 10월 중순에 중간고사 시험이 있다. 그 때까지 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고, 열심히 준비하기 바란다. 쪽지시험보다는 만만치 않을 테니까 단단히 준비하도록."


 중간고사라, 아직은 10월 달이 아니지만 미리 대비하는 것도 좋은 일이다. 어차피 나는 만점이라고 생각이 들지만, 방심해서는 안 된다. 시험점수를 맞는 건 어떻게 보면 게임일 수도 있다. 시험문제를 풀 때는 문제에 적힌 질문을 정확하게 판단하는 게 중요하다. 그런 다음에 객관식이든 주관식이든 신중하게 답을 적는 게 우선이다. 먼저 시험지에 답을 모두 적은 뒤에, 한 번 더 돌아보면서 두 번 정도 검토한 뒤에 답안지에다가 답을 넣는다. 그게 바로 내가 시험을 잘 보는 방식이었다.


 다른 애들은 각자 다른 방법을 찾아서 해결할 것이다. 그런 애들이 어떻게 공부를 하든 그런 건 내 알바 아니다. 다만, 유리는 괜찮을까? 동생들 돌보고, 클로저 일 하고, 학교 공부까지 한다는 것은 엄청난 부담이겠지. 좋은 성적까지는 아니어도 중간 성적까지는 가능할 지도 모르겠다.


 중간고사 성적을 보고 내가 공부를 도와주던지 해야 되겠다고 생각했다.


-안내방송 드립니다. 차원종 경보가 발령되었습니다. 학생 여러분들은 대피장소로 이동해주십시오.


 수업 시작전에 방송국 스피커로 들려왔다. 학생들은 별로 동요하지 않았다. 예전에도 이런 일이 있었으니까. 처음에는 아수라장으로 변해서 난리도 아니었는데 지금은 하도 겪으니까 자연스럽게 선생님들 통제에 따르고 있었다. 알아서 처리하겠지. 전직 클로저들도 복귀했다고 하니까.



*  *  *



 스캐빈저 계열의 차원종 군단들이 시내에 모습을 드러냈다. 스캐빈저는 C급 차원종이다. D급 차원종까지는 특경대들이 알아서 해결할 수 있었지만 C급 차원종부터는 위상력을 가진 클로저만이 나서야 이길 수 있는 편이었다. 오른손에 검, 왼손에 권총을 들고 있는 유리가 단독으로 나서서 그들을 상대한다.


"하앗!"


 검으로 휘둘러서 스캐빈저 전사의 목을 베면서 교전은 시작되었다. 그들이 할 줄 아는 것은 한손검을 든 채로 상대방을 공격하는 것 밖에 없었다. 난쟁이들이 검을 들고 뛰어오는 모습, 수적으로 많은 편이었지만 눈에 보이지 않을 정도의 빠른 검술로 전부 베여져 나가고 있었다.


 불멸의 전사가 홀로 수많은 적을 상대로 끊임없이 베는 소드마스터로 보일 수준이었다. 그녀의 손에 또 하나의 검이 들려져 있었다면 그야 말로 이도류의 학살자라고 불릴 정도로 뛰어난 전투력을 보였을 수도 있다.


 그녀는 이도류가 아니었다. 한 손에 총을 들고 있는 하이브리드형 전투계열이었다. 검으로 근접해있는 적들을 베어버리고, 멀리 떨어진 적에 대해서는 권총으로 난사를 한다. 연속된 사격으로 총알이 박힌 스캐빈저들의 몸이 차례대로 터져나가고 있다.


"으읏."


 팔이 욱신거려서 얼굴을 잠시 찡그렸다. 붕대로 감싸진 팔이 붉어지고 있었다. 워낙에 커다란 상처였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이렇게 된 거였지만. 그렇다고 안 싸울 수는 없었다. 그녀에게는 클로저로서 일해야 되는 이유가 있었으니까.


타다다당-


 연발사격으로 그들이 낙옆처럼 고꾸라지고 있었다. 숫자는 아직도 많이 남아있지만 그녀에게 근접해서 공격을 한 방이라도 맞추는 스캐빈저는 단 한마리도 존재하지 않았다. 오히려 유리가 상대방쪽으로 먼저 달려들어서 차례대로 베면서 빠르게 지나가는 일이 벌어진다. 스캐빈저들은 고개를 사방으로 흔들면서 제자리에서 몸이 두동강이 나는 동족들을 보면서 겁에 질린 상황이었다.


 그림자가 빠르게 지나가면서 그들을 베면서 지나간다. 빠른 움직임을 가진 서유리만이 사용할 수 있는 신속베기였다.


"크에에엑!"


 한 손으로 불이 붙은 지팡이를 들고 있는 스캐빈저 주술사, 녀석이 불덩이를 날리지만 유리는 그것을 피해낸 다음에 권총으로 난사해서 녀석의 몸을 벌집으로 만들어버렸다. 위상력이 실린 탄환이라 문제없이 처리가 완료되었다. 주술사를 마지막으로 주변에 있는 스캐빈저들이 전부 쓰러진 것을 확인하자 유리는 안도의 한숨을 내쉬면서 주저앉았다.


"후우, 겨우 끝났다. 유정 언니, 여기는 이제 다 끝났어요, 네, 네, 지금 바로 돌아갈게요."


 칭찬을 들었는지 기분 좋은 얼굴로 연락을 주고 받고 있었지만 등 뒤에서 발자국 소리가 나서, 곧바로 뒤를 돌아보자, 피투성이가 된 스캐빈저 전사가 바로 코앞까지 날아와서 그녀를 벨 기세로 내리치려고 했다. 통화하고 있는 사이에 발생한 기습공격, 유리는 자신이 방어하기에는 이미 늦었다고 생각해서인지 얼굴이 새파래진 채로 몸을 움직이지 못했다. 이대로라면 당한다.


서겅-


 스캐빈저가 검을 들고 있던 팔이 잘려나감과 동시에 목에 조그마한 단검이 박힌 채로 유리 옆에 쓰러졌다. 숨을 헐떡이면서 겨우 살았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잠시 후에 하늘 위에서 천천히 공중부양을 하면서 낙하산 속도로 내려오는 요원이 있었다.


"고마워, 슬비야. 덕분에 살았어."


 슬비라고 불린 분홍색 단발머리 요원이 양 손에 단검을 든 채로 사뿐히 지면에 발이 닿은 뒤에 그녀를 차갑게 내려다보면서 말한다.


"유리야. 방심하지 말라고 했잖아. 차원종들이 완전히 죽었는지 확인부터 했어야지."

"미안해."


 한 손으로 뒷머리를 긁으면서 미소를 짓는 유리, 그런 그녀의 모습을 보며 두 눈을 감은 채 한숨을 내쉬는 슬비였다. 유리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권총을 허리춤에 꽂고, 검을 다시 검집에 넣은 뒤에 주변을 돌아보며 혹시 살아있는 차원종이 있는지 살펴보았다.


"그건 그렇고, 그 임무는 어떻게 되었어?"

"응? 아, 그게... 잘 안 되었어. 아무래도 무리인 거 같아."

"그래? 할 수 없지. 우리끼리라도 해결할 수밖에 없어."


 유리는 일이 잘 안 풀려서 어떻게 변명할 지 몰라 억지 웃음을 지으면서 말을 조금 더듬었지만 슬비는 쿨하게 넘겼다. 애초에 기대를 하지 않았다는 표정이었다. 그녀도 미성년자 클로저 중 한 명이었다. 다른 곳에 있는 차원종 출현장소를 먼저 처리한 다음에 이곳으로 왔다.


"저기, 슬비야. 이따 끝나고 같이 노래방 가는 게 어때?"

"보고하는 게 우선이야. 유리야. 먼저 갈게."

"응. 그래."

 같은 훈련 아카데미에서 훈련을 받은 동기이자 친한 친구사이였지만 매번 저렇게 쌀쌀대하는 태도가 그녀에게는 불편하게 느껴졌다. 혼자서 어딘가로 높게 점프하면서 가버리는 뒷 모습을 보며 안타까운 표정을 지었다. 이미 그녀의 과거를 알고 있기 때문에 슬비가 저러는 것은 당연하다고 알고 있으니까.


To Be Continued......

2024-10-24 23:23:2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