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기 부서진 이세하 이야기 - 下

블랙이세하 2015-02-17 1

*읽기 전에 주의*

-캐릭터 이해성이 부족해서 캐릭터 붕괴가 있을 수 있음

-세계관 붕괴일 수도 있고, 시간 축도 확실하지 않음

-그냥 학교 생활하면서 지내는 이세하와 나머지를 적고 싶었음

-진짜 그게 다임

-그래도 괜찮으면 스압 조심하면서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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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그럼 다음은... 어디보자."


결론부터 말하자면 유니온에서 나와 여기저기 돌아다녀봤지만, 차원종의 습격이 역시 걱정되는지 저녁이 되어서도 열려 있는 게임점은 별로 없었다.
그 결과, 나는 아직도 게임기를 만지면서 거리를 돌아다니고 있다.
집에 가서 편히 쉬면서 게임에 집중하고 싶지만, 그렇다고 해서 하루 정도의 간격을 두기에는 나의 예전 일상은 너무 소중하다.
다시 말해서 내 게임기로 즐겁게 게임을 하는 일상이 말이다.


"그렇다고는 해도, 이런 골목길까지 오게 되다니."


지금 내가 있는 곳은 구로역에서 조금 떨어진 곳으로, 허름한 뒷골목이다.
이곳에 내가 노리던 게임기 수리점이 있다고 일단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사실이지만...


"정말 있는 거야? 이 근처에..."


뒷골목 깊숙히 들어가면 들어갈 수록 문명과는 조금 떨어지는 듯한 허름한 간판들과 칙칙한 분위기가 그 사실을 의심스럽게 만든다.
어두운 뒷골목을 밝혀주는 빛도 지금 바로 눈 앞에 있는 가로등을 지나면 한동안 없어서 그 앞의 길에 게임기 수리점 이외의 무언가가 있는지도 모르겠다.


"응?"


에고. 이럴수가.
눈 앞에 불쾌한 3마리의 반딧불들이 보였다.
그렇다. 즉, 간단하고 평탄하고 솔직하게 말하자면 불량배들이다.
불안한데... 평범한 척하면서 지나가는 거다. 그래, 아무런 일도 없을 거야.
귀찮은 일에 말려드는 건 사양이라고?


"어이, 꼬맹이."


우와.
진짜냐.
거짓말이지?
아니아니, 내가 아닐 거야.
나는 그 목소리를 무시하고 지나가려고 했다.
그러자, 뒤통수에서 아픔이 느껴졌다.


"뭘 무시하고 있는 거야. 너 말이야."


아무래도 꿀밤이라도 먹은 모양이다.
나머지 불량배 2명은 낄낄거리고 있었다.
나는 뒤통수에 손을 가져다 대고 어떻게 대처를 할까 잠시 고민한 다음,


"네? 누구 말이에요? 이 근처에 꼬맹이라고 불릴 정도의 어린 아이는 안 보이는데요, 아저씨."


모르는 척하고 지나가자는 결론에 다다랐다.
시치미를 떼는 법을 아저씨를 보고 배웠다는 걸 증명하자.


"저는 뒤통수의 의문의 아픔을 느껴서 이만 실례하도록 할게요. 그럼 이만. 즐거운 시간 보내세요."


어색했겠지만, 분명히 웃는 것도 잊지 않았다.
좋아, 문제없다. 그럼 가볼까.

퍽!


"아야야..."


바닥으로 넘어졌다. 또 꿀밤이냐.
이번에는 아까보다 더 위력이 셌다고.
진짜 아프다. 어레? 근데 왜 아픔은 등에서 느껴지지?
꿀밤 따위에 왜 나는 넘어진 거지?


"자식이 연상이 말하는데 아주 재미있게 말하는데. 어디 더 떠들어** 그래?"


아아, 그렇구나.
나 등을 주먹으로 맞은 거구나.
어쩐지 잠시 제대로 숨을 못 쉬더라.
후우, 겨우 숨을 제대로 쉴 수 있게 되었네.
으응, 조금 화나지만 여기는 참는 게 좋겠지. 명색이 클로저스의 요원이기도 하니 여기서 괜한 소란을 일으켰다가는 명예훼손이 될 수도 있다.
냉정하고, 그리고 이성적으로...
그래, 여기는 그냥 저자세로 나가는 걸로 끝을 보자.


"아, 아저씨. 이러지 말자고요. 우리 평화롭게 해결하죠, 네?"


"하, 이 녀석. 그래. 이제야 상황파악이 되는 모양이네. 그래. 평화롭게 돈으로 우리 해결보자. 형들이 지금 돈이 조금 필요하거든. 너 지금 수중에 얼마 있냐."


"그러니까... 12만원 정도 있네요."


지갑을 열어보자 게임기 고치기 위해서 돈을 조금 넉넉히 가져와서 지폐가 많긴 많았다.
여기서 2만원 정도면 아직 게임기 고치는데는 여유가 있다.


"여기요, 2만원. 이거면 됐죠?"


나는 지갑에서 만원짜리 지폐 두 장을 꺼내 그 불량배에게 눈물을 훔치며 넘겨줄려고 하였다.


"하하, 그래. 그거면..."


됐다.
라고 그는 말하려고 했던 걸까.
잘 모르겠다. 그는 말보다 주먹을 먼저 내게 던졌으니까.


"어허허, 이거 보게. 피해?"


그 주먹을 피하여 냉큼 거리를 벌린 나였지만, 바로 뒤에 아까 그 2명이 몰려든 것이 느껴졌다.


"안 되겠네. 그 태도가 마음에 안 들어. 연장자로서 확실히 교육을 시켜주지. 그리고 그 12만원은 교육값이다."


"아... 교육을 안 받는 선택지는 없나요?"


돈이 없어지는 건 곤란해서...


"그런 게 있을까 보냐...!"


뒤의 두 사람이 나의 팔을 잡았다.
눈 앞의 불량배의 주먹으로부터 도망칠 수 없게라도 하기 위해서겠지.
그러나, 그런 상황은 내게는 아무래도 좋았다. 그건 옆으로 미루어낸 다음, 다른 걸로 내 머리 속에서는 재빠른 사고회전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생각해보도록 하자.
여기서 그들이 12만원을 다 가져가면, 나는 여기까지 온 것을 헛수고로 돌리고 다시 돈을 뽑으러 은행으로 돌아가**다.
그러는 시간 동안 게임기 수리점은 닫고야 만다. 그렇다면 내일쯤 다시 되어서야 이 길을 와야하고, 그러면 게임기를 고치는 일수가 하루나 더 늘어난다.
하루다. 석봉이의 게임기로 하는 소프트들도 다 재미있고, 게임기를 빌려주는 석봉이의 호의도 하루 정도 쯤 더 늘어날 거라는 걸 알고 있다. 석봉이는 좋은 녀석이니까.
하지만 석봉이한테는 미안하게도 그래도 나는 역시 내가 플레이하던 게임을 내팽개치고 언제까지나 다른 게임을 할 마음은 생기지 않는다. 내가 하던 게임을 내가 놓는 것은 어디까지나 올클리어, 즉 결말을 보고 난 다음이다.
그런 나에게 하루를 더 버티라니 결론은 나와있다.

자, 그럼 마지막 질문이다.
클로저스의 명예가 중요한가, 아니면 게임을 하는 시간이 중요한가.


"...위상력..."


대답은 나와있다.


---둘 다이다.


"...개방...!"


그렇게 중얼거리고 난 다음에 찾아오는 건 언제나 1초 정도의 침묵이다.
주변의 모든 적이 잠시 개방된 위상력에 날아가는 것이다. 그것을 가르는 바람 사이에 있는 나에게는 아무런 소리도 닿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다른 클로저스 요원들도 그렇다. 이건 위상력을 발현한 우리들만이 가지는 공통점인 것이다.


"...으윽... 도대체, 무슨 일이..."


그리고 그 1초의 침묵은 언제나 허무하게 끝난다.
평온한 1초와는 대조적인 쓸데없는 목소리로.


"넌 도대체..."


"으아, 시끄럽네. 도대체 거기 뭐 하고 있는 거야?!"


어레?
이 목소리는...


"서유리."


"어? 세하잖아?! 뭐야, 뭐하는 거야?"


"별 거 아니야."


나는 한숨을 쉬고, 위상력을 개방함으로서 같이 날아가버린 가방과 게임기를 회수하러 움직였다.
그러면서 불량배들 중 한 명의 근처로 본의 아니게 접근하게 되자,


"히익...!"


꼴사납게도 겁먹은 듯한 그 반응에 웃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뭐야, 우리 사이에 비밀이야?"


"너와 내 사이가 뭔데 그래."


"에이 참, 매정하긴. 히히. 친구 사이지, 당연히."


"그래그래. 됐으니까 가자고."


"그... 우왁?"


"왜 그래?"


긍정의 대답 대신에 돌아온 이상한 목소리가 들려와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거기에 펼쳐진 장면에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는 수 밖에 없었다.
나에게 주먹을 먹이려고 한 그 불량배가 그 근성만큼은 인정해줘도 괜찮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할만큼 다시 일어서 서유리를 붙잡고 있었다.


"아까는 잘도 해줬구나 킥킥, 그래도 마지막까지 방심하면 안 되지. 여자친구를 인질로 삼으면 제아무리 너라도..."


"뭔가 착각하는 모양인데요. 걔 제 여자친구 아니에요. 방금 못 들었어요? 친구 사이라고요."


나는 더 이상 그 광경에 흥미를 느끼지 못하여 석봉이한테 빌린 게임기를 켰다.
켜졌다. 다행히도 아까 위상력 개방할 때 그만 날아간 것치고는 별 문제 없는 모양이다.
이것마저도 고장났다면 내일 석봉이를 만날 면목이 없다.
그런 생각을 하면서 이어폰까지 끼려고 한 그 순간이었다.


"시끄러, 이 괴물!!"


그 말에 잠시 손이 움찔하고 멈췄다.
나는 조금 조급한 마음으로 서유리의 표정을 살폈다.
아쉽게도 그녀의 머리카락이 방해라서 표정을 알아보기 힘들다.


"똑똑히 들었다고. 위상력 개방한다는 이야기. 너 클로저스의 요원이지?"


아. 결국 클로저스의 요원까지 생각하게 되었나.
귀찮게 되었네, 정말. 에라, 모르겠다. 다시 게임 세계로 도피다, 도피.


"차원종을 처리한다고 어쩌고 저쩌고 하면서 결국에는 너희들이 있으니까 차원종들이 계속 처들어오는 거 아니야!! 위상력인지 뭔지 모르겠지만, 평범한 인간에게는 너희도 차원종들과 마찬가지로 괴물이라고...!!"


퍽!
아까 내가 저 불량배에게 맞았을 때보다 훨씬 둔탁한 소리가 들리는가 하더니, 이번에는 불량배가 땅바닥으로 넘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늦잖아. 뭐하느라고 그렇게 시간을 끌어?"


나는 이어폰을 꽂으려던 손을 다시 움직여서 한 쪽 귀에 이어폰을 꽂는 것에 성공한다.
그리고 그 불량배를 땅바닥으로 쓰러뜨린 장본인인 서유리를 바라**도 않고 질책한다.


"뭐라고? 이게 다 너 때문이잖아! 에휴, 이 매정한 녀석아. 여자가 불량배한테 붙잡혀 있는데 구해줄 기미조차 보이지 않냐?"


"구하긴 뭘 구해. 너는 내가 알기로 2번째로 터프한 여자인데. 오히려 널 구하러 가다가 나까지 네 기술에 휘말리는 게 아닐까 불안했다고."


"야! 내가 그런 실수할 것 같아?"


"안 하겠지."


"그러니까!! 엥? 어? 아, 알면 됐어."


"그래. 그럼 돌아가자."


"...뭔가 말린 기분인데. 에이, 모르겠다. 히히. 그래!!"


단순한 녀석이라 다행이다.
나는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하면서 뒤에 남겨진 불량배들을 내버려두고 가던 길을 가기로 마음 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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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션 클리어!"


나는 기분 좋게 소리를 지르며 수리점에서 나왔다.
다행히도 스마트폰이 가르쳐준 정보는 정확하였다.
심지어, 오늘 안으로 바로 수리를 해준다는 신속함을 보여주어서 대만족이었다.
자, 그럼 바로 게임을 해보도록...


"오, 끝났어? 그럼 얼른 돌아가자."


서유리.
아직 있었던 거냐.


"응? 뭐야, 그 표정은. 모처럼 내가 기다려줬는데?"


가슴을 두드리며 웃어보이는 유리를 지나서 나는 이어폰을 귀에 꽂고 걸어나가기 시작했다.


"에효, 정말...!"


유리는 곧장 내 옆으로 달려와 나란히 걷기 시작했다.
나는 그것보다도 당장 내 게임기가 제대로 작동하는지 확인해보았다.
여태까지는 전원도 별 문제 없이 켜지고, 소프트 또한 제대로 작동된다. 문제는 키보드이다.
A버튼과 B버튼으로 조작해본 결과, 완벽하였다.


"하아, 다행이다."


"야야, 참내. 그 게임기가 뭐라고 그렇게 오두방정이야?"


"모르는 소리 하지 말아. 이 게임기야말로 나의 인생이라고."


"...아무렇지 않게 슬픈 이야기를 하는 구나."


"그것보다, 괜찮냐?"


나는 게임기에서 눈을 떼지 않고 물어보았다.
서유리의 시선이 나에게 갑자기 고정되는 게 몸으로 느껴졌지만, 애써 무시한다.


"뭐가?"


"...아니야. 지금 거 없는 걸로."


"에이, 그러니까 더 궁금해지잖아. 뭔데? 뭐가?"


또 이 녀석은 아무런 경계심 없이 몸을 기대온다니까.
정말 둔감한 녀석이다.


"아, 알았어. 이야기할 테니까 달라붙지 좀 마."


"너무해. 우리 사이에."


"그래. 친구 사이는 맞지만, 조금은 자각하라고 말하는 거야."


"자각하라니...?"


고개를 갸웃거리는 유리.
이 녀석은 도대체 어떤 가정 교육과 중학교 교육을 받아온 것이냐.
그리고 도저히 이해가 안 가는 게 어떻게 이렇게 순진하게 자라올 수가 있었던 거냐.
요즘은 초등학생도 너보다는 여러모로 지식이 많겠다.
아, 바보라서 그런 거구나.
오케이, 납득.

...라고 입 밖으로 내뱉으면 맞겠지.


"하아...! 그러니까...! 네가 여자라는 사실을 말이야."


"어?"


눈을 동그랗게 뜨는 서유리.
그 후에 약간의 침묵이 지난 후, 갑작스레 얼굴이 빨갛게 변하기 시작했다.
나는 도저히 그 이상, 그런 모습을 바라볼 수 없어서 고개를 돌리고 게임기에 시선을 고정한 채 발걸음을 재촉하였다.


"......"


탁탁.
달려오는 소리가 들리더니, 서유리가 언제나와는 다르게 소란스러운 말 하나 없이 조용히 내 옆을 걷기 시작하였다.
언제나라면 달려와서 헤드락 걸고 웃어넘길텐데, 조금은 자각하려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러니 말한 사람으로서 보람이 있다는 것이다.


"......"


그래.
그건 참 좋은데 말이야.


"......"


...어색해.
오늘 두번째로 어색해서 토할 것 같다고 생각하였다.


"...으아아아아악!! 아니야. 역시 이런 건 나한테 어울리지 않아!!"


정말 토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찰나,
유리가 먼저 소리를 지르면서 머리를 긁적였다.


"뭐, 뭐야. 갑자기?"


"방금 거 기억에서 삭제. 좋아. 완료. 히히. 그래서 세하야, 뭐가 괜찮냐고 물어본 거야?"


"기억을 삭제할 수도 있는 거냐. 편리하네. 정말."


"히히, 복구는 불가능하지만 말이야."


그럼 안 되잖아.
역시 바보구나. 그래도...
아까보다는 이게 더 진정되는 것 같다.


"그래서, 뭔데? 이야기해주기로 했잖아."


"...아아, 그 이야기."


잘 하면 이야기 안 해도 될 줄 알았는데.
아쉽다. 그래도 아까처럼 분위기가 어색해지는 것도 조금 그러니 어쩔 수 없이 이 이야기라도 하자.


"아니, 방금 그 불량배가 괴물이라고 했잖아. 위상력을 가진 것만으로 그런 이야기 듣고 상처받았을까봐. 너는 위상력 발현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말이야."


그래서 아까 유리의 표정을 살핀 거지만, 아무래도 표정을 읽기가 힘들었다.


"...엥? 그런 이야기 했었어?"


"어?"


...어? 아니, 네? 아니아니, 예?
그러니까... 뭐라고?


"사실은 그 때 오늘 저녁은 뭘로할까 생각하느라 정신이 없어서... 처음에는 붙잡히고 곧 네가 대강 알아서 정리해주겠지라고 생각해서 그 다음부터는 대강 자유로운 정신에 몸을 맡겼다고 할까..."


"...긴장감의 조각도 못 찾아보겠네!"


"히히. 언제든지 탈출할 수 있으니까 말이야. 그런데 정신을 되찾았을 때도 아직 내가 구속당해 있고 네가 게임을 하고 있지 뭐야. 어이가 없어서 바로 탈출했지."


"하아... 너도 참 대단하다."


"오오, 세하한테 칭찬을 받다니 축복할만한 기념일인데?"


"마음대로 생각하세요. 자유로운 정신을 가진 용사여."


괜한 걱정에 자신이 한심스럽게 느껴진다.

나도 자유로운 정신에 몸을 맡기자라는 생각에 다다른다.


"그래도, 그럼 세하 넌... 괴물이라는 말 많이 들어온 거야?"


"...어?"


"네가 방금 그랬잖아. 위상력 발현한지 얼마 안 되었으니까 그런 이야기 듣고 상처받았냐고."


으윽.
바보인 주제에 쓸데없는 곳에서 감이 좋네.

이 녀석, 역시 의외로 머리가 나쁘지 않은 걸지도 모르겠다. 그 동물적인 감으로 돈을 많이 벌 거 같다.


"그러고보니, 유정 누나가 그러더라. 신강고에서 정미가 위상력을 가진 우리한테 적의를 내비췄을 때, 너와 제이 아저씨는 의연했다고. 아저씨는 나이가 있으니 이해하지만 너는..."


"...맞아. 몇 번 들어왔지. 그러다보니 익숙해지더라."


몇 번이라기 보다는 수백번은 더 들어봤지만, 수백번이나 몇 번이나 그렇게 큰 차이는 없겠지.

어느 쪽이던 기분이 더러운 건 마찬가지이


"너야말로 괜찮은 거야?"


"어? 괜찮은데? 문제 없어. 익숙해졌다니까."


"게임기 ** 말고, 나를 보고 말해."


"...하아. 서유리."


"응."


"괜찮아. 문제 없어. 익숙해졌다니까."


내 얼굴이 어떤지 모르겠지만, 분명히 웃고 있었다고 생각한다.
괴물이라는 말을 몇 번이나 들어왔다. 그리고 그럴 때마다 옆에서 괜찮냐고 물어본 사람이 있었다,
그런 것까지 포함해서 나는 정말로 익숙해진 것이다. 그러니까, 이럴 때의 대처 요령은 이미 누구한테 들을 것도 없이 숙지하고 있다.
웃어 넘기는 것이다.


"...뭐야."


그런데 서유리는 나의 머리를 쓰다듬고 있었다.


"네가 울고 있는 듯한 얼굴을 하고 있었으니까."


웃고 있었는데요?
적어도 눈물은 느껴지지 않는데.
뭐라는 건지 이해불능이다.


"하여튼, 너는 몸만 큰 어린아이라니까."


"하아, 언제나 느끼는 건데 남동생 취급하지 마."


"히히. 이 누나의 마음을 몰라주다니, 아직 멀었구만."


"모르긴 뭘 모른다는 거야."


"아니, 모르는 거야. 알 리가 없지. 응응."


달려나가서 가로등의 빛을 받으며 고개를 끄덕이는 서유리.
그 사실이 도저히 납득이 가지 않아서 나는 서유리가 쓰다듬은 머리카락에 남은 낯간지러운 느낌을 털어내듯 머리를 털고는 시선을 다시 게임기로 되돌렸다.
그리고는 다시 발걸음을 옮긴다.


"그나저나, 괜찮을까? 아까 그 불량배들. 너 신고 당하는 거 아니야?"


다시 나에게 맞춰서 걷는 서유리.


"애초에 왜 공격한 거야? 클로저스의 요원으로서의 명예 같은 거 생각 안 한 거야?"


"생각했지. 그래서 참았는데, 생각해보니까 클로저스의 요원인데 불량배에게 꼴사납게 맞고 얼굴 부어서 그 다음 날 출근하는 것도 명예롭지 않더라고. 그래서 게임기 수리비도 굳힐 겸 위상력을 개방한 거지."


아까 일순간 생각해낸 엄청난 논리이다.
군더더기 하나 없는 논리라서 거부감이 없었다.


"우와, 엄청난 궤변이다. 형편에 맞춰서 생각해내다니 너도 참 대단해."


"뭐...!?"


바보 같은 이 완벽한 논리를 궤변이라고 하는 건가.
나는 그 사실이 너무 충격이라서 괜히 짖궃은 장난을 치기로 마음 먹었다.


"...마지막 일격을 가한 건 너니까 문제 없어."


"뭐어? 안 돼!! 나는 먹여 살려야하는 가정이 있다고."


가벼운 농담인 셈이었는데 눈물을 글썽이는 유리에게 나는 다시 한번 당황한다.


"윽... 농담이야. 농담. 내가 책임을 질게. 그러면 됐지."


"히히. 쌩큐."


그러자, 방금까지의 눈물이 어디로 갔냐는 듯 싱긋 웃어보이는 유리였다.


"...야, 너 나한테 앞으로 매정하다고 하지 마라."


"뭐어? 또 왜?"


"아니, 그냥."


그 후에는 장난을 주고 받고는---
라는 어폐가 있으나, 나는 받기만 하였다.
장난을 치는 것은 어디까지나 서유리였다.
---우리는 또 내일 학교에서 만날 걸 이야기하며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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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 다음 날 아침...


"...야, 이슬비!!!"


나는 학교에 등교하고 얼마 안 있어 이슬비를 찾아 뛰어다니게 된다.
그 원인으로서 그녀가 어제 말한 취재에 있다.


"왜 그래?"


그녀는 내가 어째서 이렇게 크게 자기를 부르는지 전혀 예상조차 하지 못한다는 표정을 관철하며 귀를 막고 있었다.


"이거!!"


나는 그녀의 눈 앞에다가 오늘 학교 신문을 보여줬다.
정확히는 클로저스 요원인 나와 슬비 그리고 서유리에 관한 취재인 항목.
그리고 그 항목 중에서 내가 주제인 항목.


"아, 내가 취재한 내용들이 적힌 신문이잖아. 그게 뭐 문제라도 있어?"


"아니, 나도 한 항목을 빼면 없다고 생각했어. 의외로 리더로서 팀원을 잘 보고 있구나 생각할 정도로 내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잘 써줬고."


"고마워. 네 이야기 쓰는데 나도 엄청 고생했어."


"다만!! 좋아하는 여성이라는 칸에 게임 속의 여자라고 쓴 건 뭐야?!"


그렇다.
나는 이런 말 한 적은 없다.
그냥 귀찮아서 이슬비한테 맡긴 것도 사실이지만, 그래도 설마 이런 내용을 쓰리라고 누가 생각이라도 했으랴.
아니, 애초에 이 질문은 캔슬이 아니었나?


"응? 그건 네가 어제 내 앞에서 열변한 내용을 토대로..."


"...쿨럭!! 그 때 그거냐!!"


이런.
제이 아저씨도 아닌데 피를 토할 뻔했다고.


"이 질문은 어제 계속된 주제니까 빼기가 그래서 일단 넣은 거 뿐이고 대답도 네가 말한 걸 토대로 썼을 뿐이야."


"...그렇죠."


단 한 가지.
문제는 이걸 이제 전교생들이 읽는다는 거죠.

영원한 흑역사가 하나 추가됨으로서 자살감으로 삼을 추억 또한 늘어났다.
게임기 고장으로부터 시작해서 인생의 끝까지 와버렸다. 예. 제 인생은 이걸로 마감하도록 하겠습니다.
포켓 속의 게임기의 액정화면이 부서지는 듯한 소리가 들려온 것 같았다.

2024-10-24 22:23:27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