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 연말 기념 QnA
루이벨라 2019-01-07 0
연말 기념으로 QnA를 받아보았습니다. 중복 및 몇몇개 등은 추스려서 올리는 QnA입니다.
추가 질문이 있으시다면 게시물의 댓글에다가 적어주세요.
Q 01. 개인적으로 세하와 유리가 서로 죽은 세계에 대한 이야기가 가장 인상이 남았는데 어떻게 구상하셨고 계기는 무엇인가요? 덤으로 작가님의 좌우명은?
A : 저 질문에 있는 이야기가 제가 ‘사계’ 라고 불리는 시리즈인데, 생각해보면 아주 사소한 계기였습니다. 한 때 마음에 드는 시를 모티브로 하여 소설을 쓰는 것에 빠졌던 적이 있는데, 사계 시리즈의 첫 화가 거기에 해당이 됩니다. 모티브가 되었던 시는 이거입니다.
언제나 당신 곁에 내가 있습니다.
발코니의 푸른 풍경이 흔들릴 때
바람이 한숨 지으며 지나가고 있음을
당신이 믿는다면
내가 푸른 나뭇잎 사이에 숨어
한숨 짓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등뒤에서 알 수 없는 희미한 소리 울릴 때
아득한 목소리가 당신 이름을
부르고 있음을 믿는다면
당신 주위의 그림자들 사이에서
내가 부르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한밤 중에 입술이 바짝 마르고
두려움으로 심장이 두근거릴 때
보이지는 않지만 당신 곁에서
내가 숨쉬고 있음을 알아주십시오
내용 전개가 이 시에서 크게 벗어나지는 않습니다. 그러면 세하가 살아있는 곳에 스토리는 무엇인가요? 여기서 If라는 조건과 제가 좋아하는 평행세계 설정을 섞었습니다. 유리가 아니라, 세하가 살아있는 세계의 이야기도 써보고 싶다! 라고 하게 되어서 단편으로 끝내려던 글을 시리즈로 쓰게 되었습니다.
세하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전개하자, 제가 두 사람의 이야기의 시작을 ‘여름’ 으로 했다는 걸 깨달았습니다. 사람이 마음을 정리하는 데는 가장 필요한 건 ‘시간의 흐름’ 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1년 뒤에 이 둘은 어떤 마음가짐을 가지고 살아갈까, 라는 걸 보여주기 위한 목표로 삼았습니다. 그리고 극적인 분위기 연출을 위해 만물이 살아가기 시작하는 ‘봄’ 에 서로 만나게 되는 장면을 넣었습니다. 그리고 봄이 지나고 이야기의 시작이 되었던 ‘여름’ 으로 되돌아오게 한 겁니다.
좌우명은 어떤 좌우명을 말하시는지 모르겠지만, 글을 쓸 때의 좌우명을 물어보시는 거라면 ‘내가 쓰고 싶은 글을 쓰자’ 라는 주의입니다. 참으로 고맙게도 제가 쓰고 싶은 글을 쓰는데도 불구하고, 많은 분들이 제 글을 좋아해주시니 감사할 따름입니다.
Q 02. 열린 결말을 왜 그리 애용하시나요? 또 그 특이한 소설 주제는 어디서 나오나요?
A : 저 본인이 열린 결말을 아주 좋아하기 때문입니다. 애니메이션이나 다른 소설 등의 결말 부분을 보고 나면, 그 결말 뒤로 ‘이런저런 설정이 들어가서 이야기가 이어지면 어떻게 될까?’ 라는 상상을 많이 했습니다. 초등학교 때 독서 감상문 쓰기에서 책의 뒷이야기를 이어서 써보세요! 와 같은 비슷한 놀이를 저 혼자 즐겨했습니다. 어쩌면 이때부터 팬소설을 쓰기 위한 나름의 단련(?)을 하고 있었던 건지도 모르겠네요. 이야기가 좀 새어나갔는데, 저 자신의 이런 경험 때문에 독자 분들에게도 ‘그 뒤의 이야기를 독자님들 취향에 맞는 엔딩을 상상해보세요~’ 라는 뉘앙스가 큽니다. 이런 열린 결말이 대다수인 단편이 많아서인지, 이 뒤의 이야기를 잇고 싶으면 자연스럽게 이어지게 되어 하나의 시리즈가 되는 경우가 많습니다.(작품 구상 때 굉장히 즉흥적인 사람입니다)
특이한 소설 주제라...정작 저는 그렇게 생각하지는 않습니다. 그냥 일상에서 흔히 지나가다가 누구나 한 번쯤은 생각해보는 소재들이라고 생각합니다. 주로 쓰는 소재는 ‘IF(만약에)’ 로 시작하는 소재인거 같군요. ‘만약 검은양 중 한 명이 그 때 애더남매와 계약을 하게 되었다면?’ 혹은 ‘몇 년의 시간이 흐른 후에 검은양이 존속되어 있는가?’ 등등. 그냥 제 개인적인 실험 정신으로 인해 탄생한 작품 등이 많습니다. 가끔은 친한 지인 분의 썰을 참고하여 – 허락은 받습니다 – 제 개인적인 창작물로 만드는 경우도 있습니다.
그리고 소재가 대부분 비극적이라고도 하시는데, 제가 글을 쓰기 시작할 때 일종의 ‘바이블’ 같은 책이 하필이면 ‘헤어진 두 남녀가 다시 만나는 이야기’ + ‘열린 결말’ 의 책이라서...거기에 많은 영감을 받다보니 작품 성향이 그쪽으로 흐르게 되더군요.
Q 03. 자신이 쓴 글을 되돌아볼 때 어떤 느낌으로 보시나요?
A : ‘흑역사 취급’ 아니면 ‘이 시절의 내가 지금의 나보다 더 잘 썼다’ 라는 정도? 전 제가 보고 싶은 글을 쓰는 사람이기에, 제 예전 글이 재미없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흥미진진하고 가끔씩 리메이크를 해보고 싶은 생각이 들죠.
공홈에는 단편만 올려서 단편 작가로 많이들 생각하시겠지만, 저는 클로저스 기반 장편을 쓴 적이 있습니다. 총 130화 정도 되는 분량입니다. 이 장편도 가끔씩 읽다 보면 참 재밌더군요. 이건 제가 가끔씩 시간 날 때 정주행하는 작품입니다. 덤으로 제가 ‘글 쓰는 실력’ 이 최고조에 올랐다고 생각했던 시기의 작품입니다.(이 이후에는 제가 그만큼의 피지컬을 내지 못한다고 생각하는 중입니다.)
Q 04. 작가님이 지금 이렇게까지 오게 된 계기나 그럴만한 사건이 있으신가요?
A : 딱히 없고요, 전 제가 보고 싶은 글을 아무도 안 써 주시기에 제가 쓰기 시작한 겁니다. 정말 사소한 계기에요.
클로저스 캐릭터들 2세 이야기라던가, 평행 세계물이라든지 등등. 아직도 쓰고 싶은 건 많습니다.
Q 05. 해피 or 배드?
A : 전 해피엔딩을 좋아합니다. 그런데 제가 생각하는 ‘해피’ 와 다른 분들이 생각하는 ‘해피’ 가 약간의 차이가 있는 거 같습니다. 전 ‘한 쪽이라도 살아있으면 해피지.’ 라고 생각하는 사람이기에...
Q 06. 굳이 꽃말을 인용해서 소설을 많이 쓰시는 이유는 무엇인가요?
A : 물건에다가 의미 부여하는 걸 좋아합니다. 복선 깔기 아니면 떡밥 투척이라고 해야 할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