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end)
건삼군 2019-01-01 1
터무니없이 큰 지진에 휘말려, 알수없는 이유로 과거로 갔다가 내가 살던 미래로 돌아온지 벌써 1주일이라는 시간이 흘렀다.
어지러운 감각과 함께 깨어나 눈을 떠보니 나와 나타샤는 나란히 병실에 누워있었는 상태였고, 우리가 일어난 걸 확인한 간호사가 서둘러 알리자 이내 소영 아줌마, 제이 삼촌, 유정 이모, 그리고 유리 이모가 병실 안으로 들어와 나와 나타샤를 번갈아가며 껴안았었고, 우리는 지난 몇일동안 우리가 겪었던 일들을 비밀로 간직하며 병원에서 퇴원했다.
모든게 다시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온 뒤, 그동안 밀려있던 학교 과제들을 서둘러 끝내고 주말을 맞이한 나는, 지금 처음으로, 부모님의 묘지를 보러 현충원을 찾았다.
엄마와 아빠가 날 떠나가고, 장례식을 치른 날부터, 단 한번도 찾아간 적이 없는 부모님의 묘를 보는 것은 어쩐지 생각보다 마음이 개운하였다.
사실 딱히 성묘같은걸 할 생각은 없었다. 그냥 제이 삼촌이 가보라고 말해서 한번 와봤을 뿐.
살짝 기대는 했었지만, 역시나. 미래는 바뀌지 않았다.
아빠와 엄마는 여전히 내 곁에 없다.
“...여기인가?”
제이 삼촌이 준 안내지도를 바라보며, 부모님의 묘를 찾던 나는 ‘이세하’ 그리고 ‘이슬비’ 라고 적혀져있는 묘비를 발견하고는 그 앞에 무릎을 꿇고 앉아 가져왔던 꽃다발을 각각의 묘 앞에 내려놓았다.
성묘를 어떻게 하는건지는 잘 모르지만, 대충 드라마나 영화에서 본것 처럼 이렇게 하면 되겠다고 생각한 나는 묘비 앞에 앉아 물기가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그러니까 클로저, 그만 두라고 했었잖아... 바보아빠.”
서로 재미있게 게임도 하고, 투닥거리기도 하고, 밥도 같이 먹었던게 고작 1주일 전인데도, 더 이상 아빠, 엄마의 모습을 볼 수 없다는 사실이 쓰라리게 아파왔다.
눈물이 조용히 뺨을 타고 흘러내리며 묘비를 적셨지만 나는 그런 눈물을 손으로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 이게 뭐지?”
자리에서 일어난 그 순간, 부모님의 묘비 옆에 놓여져있는 작은 액자를 발견한 나는 액자 속에 놓여진 아빠와 엄마가 서로 목에 팔을 두른 채 웃으며 찍은 사진을 보고는 가까이 다가갔다.
작은 액자에 끼어진 사진을 직접 들어 자세히 보려고 한 순간, 묘비의 옆에 쓰여져 있던 글을 읽은 나는, 그만 들고있던 액자를 떨어뜨릴 뻔 했다.
-이세하, 이슬비, 차원문을 닫아 평화를 이루어낸 이들, 이곳에 묻히다.
“평...화?”
대체 무슨 뜻일까, 생각하며 경악과 함께 아무런 말도 하지 못하고있던 내게, 누군가가 뒤에서 익숙한 목소리로 말을 걸어왔다.
“그래. 세하 동생은... 차원문을 영원히 닫아버리기 위해 아직 어린아이에 불과했던 널 어쩔수 없이 남기고 떠난거야.”
“!!”
갑자기 들려온 목소리에 뒤를 돌아보자 그곳에는 하얀머리에 노란 선글라스, 그리고 검은색 정장을 입은 남성, 제이 삼촌이 서있었다.
“그게 무슨...”
“부모한테 있어서 무엇보다도 중요한건 자식이지. 세하 동생, 그리고 대장은, 널 위한 차원종이 없는 평화로운 미래를 자신들의 목숨보다 소중히 여긴거야.”
“그럼 클로저를 그만두지 않은 이유가 임무가 중요해서가 아니라...”
“너에게 보다 나은 세상을 물려주기 위해서지. 정말이지... 누가 누님 아들 아니랄까봐...”
머리가 제대로 돌아가질 않았다.
차원종들이 더 이상 나타나지 않던 이유, 클로저가 되는 것이 의무가 아니라 선택으로 바뀌었던 이유. 그게 바로 아빠하고 엄마 덕분이라니...
그저 고집이 쎄고, 임무를 무엇보다도 중요시 여겼던 탓에 날 떠나버렸다고 알고있던 부모님이, 사실은 날 위해서 날 떠났다는 걸 도저히 쉽게 받아들일 수가 없었다.
“...난 그런거, 바라지도 않았는데!! 내가 원한건 그저, 아빠랑 엄마랑 같이... 살아...”
감정이 복받쳐 올라온 탓에 숨이 가쁘고, 눈물이 멈추지 않고 뺨을 타고 계속해서 흘러내렸다.
묘비에 기대어, 그저 울고, 또 울기를 반복하자 제이 삼촌이 내 등을 토닥여 주시고는, 이내 자리를 비켜주셨고, 제이 삼촌이 떠나가자 나는 억지로 참아왔던 울음소리를 더 이상 참지 않고 더더욱 크게 울기 시작하였다.
처절한 울음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며 바람을 타고 흩날렸다.
한 소녀의 부모님이 바랬던 것.
그저, 자식이, 하나뿐인 딸이 평화로운 세상에서 평화롭게 살아가는 것.
그 소원은, 그들의 목숨을 대가로 이루어졌다.
정작 하나뿐인 딸은 그런 것 보다는 그들과의 일상을 원했음에도 불구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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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절하면서도 슬픈 감정을 띈 울음소리가 울려퍼짐과 동시에, 잔디밭에 피어있던 민들레의 꽃잎이 바람을 타고 날아와 위로하듯 소녀의 앞에 떨어졌다.
어느 5월달의 맑은 하늘아래, 한 소녀는 멈추지 않던 눈물을 억지로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소녀의 검은 머리카락이 바람에 슬프게 휘날리고, 밝은 햇빛이 소녀의 눈동자에 비치며 눈물에 반사되었다.
소녀는 눈물은 멈추지 않았지만
소녀는 슬픔을 걷어내지 못했지만
하지만 소녀의 마음은, 그 어느 떄보다도 맑게 빛나고 있었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