별과 얼음의 동화-외전 그녀들의 시간
firsteve 2018-12-26 10
고요한 마을이 뒤집어진 것은 처음 보는 차량이 마을의 입구에 도착했을 때였다.
드디어 도착했네…..진짜 이런 곳에 사람이 사는 곳이 있을 줄이야….
운전석에 앉아있던 세하가 차창 밖으로 보이는 마을을 보며 중얼거렸다.
마을 입구 쪽에서 사람들이 차를 기웃거리며 보는 것을 발견한 세하가 웃음을 지었다.
사람들 불안하게 하는 것도 그러니까 슬슬 인사나 해볼까….
세하가 그런 생각을 하며 시동을 끄고는 조수석에 잠들어 있는 금발의 여성을 다정하게 불렀다.
“누나. 일어나. 다 왔어.”
“으음…..벌써 다 왔어? 나 계속 잤어?”
몽실몽실한 금발을 흔들며 그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에, 세하가 새삼스럽게 예쁘다는 듯 그녀의 볼을 쓰다듬었다.
“응. 다 왔어. 멀미는 좀 어때?”
“잠드니까 좀 나아졌어. 심심했지? 미안….아직도 영 탈 것에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손을 뻗어 자신의 손을 만지작거리는 그녀의 모습에 세하가 웃음을 지었다.
“새삼스럽긴. 이제 슬슬 나가자. 마을 사람들 기다리는 것 같은데.”
세하가 먼저 문을 열고 나가, 그녀가 앉아 있는 쪽의 문을 열어주자, 파이가 행복한 표정으로 그의 손을 잡으며 걸어나왔다.
“파이…? 파이 윈체스터….맞지?”
“촌장? 오랜만입니다. 많이 늙었네요.”
자신을 알아보고 다가오는 촌장의 모습에 파이가 빙그레 미소를 지으며 말하자, 세하가 그녀를 보며 고개를 갸웃거렸다.
“이분은 누구야?”
“아…미안. 세하, 너는 중국어 못 하지…..소개할게. 이 분은 우리 마을 촌장이야. 마을에서 몇 안되는 나한테 뭐라고 안 하는 분이셔. 촌장. 내 약혼자 이세하. 나랑 같이 유니온에서 클로저 일을 하고 있어.”
“아하, 약혼자인가. 흠,흠. 반갑네, 미스터 리. 난 이쪽의 촌장일세.”
“아, 영어다. 처음 뵙겠습니다. 파이 누나 약혼자 이세하 라고 합니다. 잘 부탁 드립니다.”
정중하게 인사를 나누는 그의 모습에, 그제서야 뒤에 있던 마을 사람들이 조심스럽게 다가왔다.
“저거 파이 윈체스터지? 동생 잡아먹은 주제에 잘도 여기로 돌아왔네.”
“그러게 말이야. 유니온인지 뭔지에 들어갔다더니 뻔뻔하게 돌아왔네.”
“콱 죽어버렸으면 좋았을텐데. 일족의 수치 같으니라고……”
들려오는 말에 파이가 자신도 모르게 그의 손을 꼭 잡았다.
분명 유니온에 들어가기 전까지 듣던 말이었다.
하지만….새삼스럽게 듣는 순간, 짜증이 올라오는 것과 동시에, 자존감이 떨어지는 느낌이 그녀를 감쌌다.
그래도 다행이야…..세하가 중국어를 모르니까…..이런 말…..세하한테는 들려주고 싶진 않으니까….
파이가 애써 감정을 정리하며 그를 바라본 순간, 그녀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그의 눈은 정확하게 자신을 비난하는 사람들을 향해 있었다.
“누나….저 사람들이에요? 누나한테 그딴 소리 하던 사람들이?”
평소보다 낮은 목소리와 가라앉은 눈빛에 그녀가 말리려고 했으나, 그것보다 빨리 그가 앞으로 나아갔다.
“안녕하세요. 마을 여러분. 처음 뵙겠습니다. 파이 윈체스터의 약혼자 이세하라고 합니다.”
그것은 중국어였다.
제가 좀 나쁜 버릇이 있어서 말이죠….누가 누나에 대해서 이야기를 하면 꼭 듣게 되는 나쁜 버릇이.
차갑기 짝이 없는 말에 방금 전까지 수군거리던 마을사람들이 오싹한 듯 뒷걸음질쳤다.
“누나가 당신들을 자랑스럽게 여기니까 예의를 차려주려고 했는데….적당히 하세요. 나는 누나랑 달리 성격이 굉장히 안 좋거
든요. 마음 같아서는 당신들 같은 거 무시하고 그냥 슈에 씨만 구하고 가려고 했어요. 누나가 원해서 참고 있는 거니까 선을 지켜요. 내 여자한테 한 번만 더 그 딴 소리하면…..그 때는 가만히 안 둘 테니까.”
분명 소리를 지르거나 격하게 말하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에게서 느껴지는 것은 마치 빛이 없는 어둠을 걷는 듯한 오싹할 정도의 고요한 살기였다.
마을 사람들이 그에게서 날아오는 무서울 정도로 압축된 감정에 뒷걸음질을 치며 공포에 떠는 그 때, 파이가 조용히 그의 팔짱을 꼈다.
“괜찮아. 세하야. 네가 그렇게 화 안 내도 돼. 내가 할 수 있어.”
“누나…..”
“괜찮아. 난 보호 받는 공주님이 아니야. 맡겨줘.”
상냥하게 웃음을 지은 그녀가 조용히 앞으로 걸어 나왔다.
“오랜만이야, 다들. 모두 나한테 할 말 많은 것 같은데 그건 나중에 천천히 들어줄게. 그렇다고 해서 그걸로 더 이상 상처 받고 자신감을 잃진 않을 거야. 그런 거에 연연해 하지 말라고 날 안아주는 세상에서 제일 멋있는 남자가 내 옆에 있으니까.”
파이가 살짝 고개를 돌려 그를 바라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나에 대해서는 뭐라고 해도 이제 더 이상 상처 받지 않아. 신경도 쓰지 않을 거야. 하지만….만약 그런 말들이 내 남자에게 향한다면…..”
파이가 조용히 검을 뽑아 옆으로 얼음의 기둥을 만들며 그들을 차갑게 바라보았다.
“그 때는 가만히 안 있을 거야. 내가 못 할 것 같지? 그럼 해봐. 그 자리에서 당장 얼려줄 테니까.”
방금 전 그를 보던 따뜻한 눈빛이 아닌 세상 모든 걸 얼려버릴 듯한 눈동자에 마을 사람들이 할 말을 잃고 얼어붙었다.
이윽고, 촌장의 중재로 겨우 마을 안으로 들어온 세하가 주변의 집들을 보며 신기하다는 듯 두리번거렸다.
“진짜 무협소설에 나올 것 같은 곳이네….이런 곳이 존재하긴 했구나….”
“응. 자랑스러운 우리 마을이야. 슈에의 일이 끝나면 천천히 보여줄게.”
파이가 그의 손을 잡으며 말하자, 세하도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꼭 잡았다.
꽃샘추위를 뚫고 몇 분을 걸었을까, 그의 눈에 익숙한 건축물이 눈에 띄었다.
“저거….누나네 집이지? 저번에 얼음으로 만든 거랑 똑같이 생겼네.”
“으으….그 이야기는 하지마….안 그래도 미안하단 말이야….”
파이가 그의 상처를 흘긋거리며 웅얼거렸다.
아무리 강력한 소마의 영약이라도 죽음까지 갔던 사람의 상처를 없었던 걸로 하긴 힘들었다.
그 때문에 남아버린 상처들이 그녀의 머리에 계속 달라붙었다.
“또 그런다. 괜찮아. 이젠 아프지도 않고. 그리고 뭔가 남자다워 보이지 않아?”
진짜 너란 애는 왜 그렇게 긍정적인 거야…
파이가 어이 없다는 듯이 말하면서도 내심 고마운 듯 팔짱을 낀 손에 힘을 줘 그녀의 품으로 그를 끌어당겼다.
이윽고 안으로 들어온 세하가 주변을 둘러보고는 웃음을 지었다.
딱 누나 같네. 묘하게 아름답고 예쁜 느낌이야.
속으로 그렇게 생각하며 둘러보던 세하의 눈이 가장 안쪽의 방에 고정 되었다.
꽃이 핀 듯 하얀 성에들이 낀 문에 세하가 파이를 흘긋 바라보았다.
떨고 있네.....역시 저기에 있는 건가….슈에 씨는….
맞잡은 손으로 그녀의 떨림이 전해져 왔다.
저곳을 볼 때마다 얼마나 죄책감에 시달렸을지 감조차 안 올 정도의 떨림이었다.
그렇기에 그는 그녀의 손을 더욱 꼭 잡았다.
그녀가 두렵지 않도록, 차가운 과거에 얼어붙지 않게, 그는 그의 온기를 그녀에게 전했다.
“그럼 가 볼까, 누나. 슈에 씨를 만나러.”
가까운 공원이라도 가자는 듯한 가벼운 말투에 그녀가 그제서야 미소를 지었다.
그래 뭘 무서워 하는 거야, 파이….넌 혼자가 아니잖아….너에겐….이 사람이 있잖아.
몸의 떨림이 그녀의 마음에 응하듯 서서히 줄어들었다.
“가서 반하지나 마. 나랑 쌍둥이라고 해도, 우리 슈에는 예쁘단 말이야.”
“그거 돌려서 자기가 예쁘다는 거지? 하여간에….”
“그…그런 거 아니거든? 빨리 가서 보란 말이야.”
세하가 유도했다는 걸 모른 채 그의 손을 잡고 걸어가는 그녀의 모습에 세하가 작게 웃음을 짓고는 그녀를 따라 하얀 과거의 방으로 들어갔다.
그곳은 정말 그녀의 과거를 나타내는 듯했다.
차갑게 얼어붙은 가구들과 벽, 그리고 그곳에서 그 어떤 것보다 강한 존재감을 뽐내는 얼음기둥이 그의 눈에 담겨왔다.
“…..여기가…..누나의 출발점이구나.”
간신히 내려놓은 세하의 말에 파이가 무겁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곳에서….모든 게 시작됐어. 내가 검을 잡고, 슈에가 얼음에 갇히고, 내가….후회하게 된 모든 것의 시작점이야.”
파이가 조심스럽게 얼음기둥에 다가가더니 기둥에 손을 얹으며 중얼거렸다.
오랜만이야, 슈에…..잘 지냈어?
따뜻한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였지만, 그의 눈에는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눈이었다.
얼마나 많은 시간을 후회하면 저렇게 보는 것만으로도 울어버릴 감정이 되는지.
얼마나 많은 시간을 방처럼 얼어붙은 채 살아온 걸까.
그는 도저히 짐작조차 되지 않았다.
어떠한 말도 꺼낼 수가 없었다.
들어오기 전까지는 뭐라고 그녀에게 위로의 말이라도 건네고 그녀에게 용기를 주어야 한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압도적인 감정의 흐름에 그는 할 말을 잃고 그녀를 바라볼 뿐이었다
“…..이제….시작해야겠다. 감정도….겨우 다 추슬렀고….”
파이가 떨리는 손으로 검을 뽑기 시작했다.
하지만 누가 봐도 불안한 감정이 넘실거렸다.
그녀의 뒤에서 은은히 빛나는 빛이 불안하게 흔들거렸다.
할 수 있어….할 수 있잖아….아니….해야 하잖아….해야 해…..실패 하면 안돼….
불안함에 자신에게 최면을 걸 듯 혼잣말을 하며 떨리는 검 끝을 얼음기둥으로 향하는 그녀의 모습에, 그가 조용히 그녀를 뒤에서 껴안았다.
“세…세하야…?갑자기 왜….”
“불안해 하는 것 같아서 힘 좀 주려고.”
껴안은 팔에 힘이 들어갔다.
“불안해 하지마. 나도 되돌려줬잖아. 누나는 할 수 있어.”
세하가 조심스럽게 검을 잡은 그녀의 손을 잡았다.
강하면서도 부드러운 그녀의 손이 그의 손 안에 잡히자, 세하가 말을 이어갔다.
“과거에 짓눌리지 않게 내가 옆에 있어줄게. 그러니까 우리 해보자. 누나가 해내는 거야.”
차가운 과거에서 흘러나오는 냉기를 날려버릴 듯한 온기가 그녀에게 전해져 왔다.
나도 참…..여기까지 와서 주눅 들어있을 필요 있어? 이렇게 날 바라봐주는 남자가 있는데.
검을 잡은 손에 힘이 돌아왔다.
“….내가 얼어붙으면 꼭 녹여줘. 알았지, 세하야?”
자신을 바라보는 그녀의 눈에 그가 고개를 끄덕였다.
망설임 따위는 없는 고고한, 그가 사랑하는 그녀의 눈이었다.
이윽고 그가 몸을 떼자, 그녀가 심호흡을 하고는 앞을 응시했다.
“….슈에. 지금 구해줄게. 조금만 더 기다려줘.”
파이가 검을 쥐고 얼음기둥을 향해 말했다.
“녹아라, 얼음. 내 동생을 돌려줘!”
순간, 방을 감싸고 있던 한기가 순식간에 검으로 빨려 들어왔다.
손 끝부터 얼어붙고 몸에 성에가 끼기 시작하는 듯 상태는 위험했지만 그녀의 눈에는 더 이상 두려움 같은 건 찾아볼 수 없었다.
이런 추위에 질 것 같으냐….내 동생은 내가 구할 거야. 나는….슈에의 언니란 말이다!!!!
파이의 눈이 강하게 빛났다.
주변을 감도는 한기나 그녀의 몸을 시시각각 갉아먹던 얼음들도 어느새, 검으로 모두 빨려 들었다.
그럼에도 슈에를 가둔 얼음기둥에는 전혀 이상이 없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포기할 파이 윈체스터가 아니었다.
그녀가 빠져나가려고 하는 검을 꽉 잡으며 외쳤다.
“위상력 개방!!!!!!!!”
순간 그녀의 뒤로 날개가 펼쳐지며 그녀의 위상력이 널뛰었다.
“내가….내가 포기할 듯 할 것 같으냐! 내 동생을….내 소중한 동생을….우리 슈에를 내놓으란 말이다!!!!!!”
전력을 다해 외치는 그녀의 말이 닿았던 것일까.
그녀를 감싸고 있던 얼음기둥에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유리가 깨지는 듯한 소리와 함께 슈에의 몸이 침대로 사뿐히 내려앉았
다.
슈에…!
자신의 몸은 안중에도 없는 듯 파이가 그녀에게 달려갔다.
따뜻했다.
7년 동안 보고 만졌던 차가운 얼음기둥 속의 동생이 아닌 따뜻하고 생기 있는 동생의 모습에 파이가 황급히 그녀를 깨우기 시
작했다.
“우응…..언니….?벌써 아침이야? 나 아직 졸린데….”
슈에가 눈을 비비며 몸을 일으켰다.
“어라? 언니? 언제 금발이 된 거야? 혹시 위상력인가 뭔가의 영향으로 그렇게 된 거야? 우와….멋지…우와왓!”
슈에가 신기하다는 듯 그녀를 보며 방긋 웃음을 짓자, 파이가 그녀를 껴안은 채 침대에 쓰러졌다.
“어….언니? 가…갑자기 왜 그래….?”
“슈에….슈에…..슈에…..”
말이 이어지지 않았다.
그녀를 되돌리면 하고 싶었던 말이 산더미 만큼 많았다.
7년 동안 하루도 빠짐없이 그녀에게 해주고 싶었던 말을 생각했다.
하지만….그녀는 더 이상 말을 할 수가 없었다.
7년만에 겨우 다시 찾은 동생의 온기와 미소에 그녀는 울면서 동생의 이름을 부를 수 밖에 없었다.
슈에…슈에….
“어…언니….왜 그래….우…울지 마, 언니….대…대체 뭐가 어떻게 된 거야….”
슈에가 당황한 표정으로 자신을 껴안은 채 우는 파이의 등을 토닥였다.
“미안해요, 슈에 씨. 7년만의 재회라서 누나가 감정이 많이 격해졌나 봐요.”
“7년만의 재회…?누나…?대체….그게 무슨 말이신지……그것보다 누구세요?”
“아….먼저 자기 소개를 한다는 걸 깜빡 했네요. 파이 누나의 약혼자 이세하라고 합니다. 누나랑 같이 클로저로 일하고 있습니
다.”
“야…약혼자?! 아니….그….그것보다….7년만의 재회라는 말부터 설명을 해주세요. 전 방금 전까지 잘 자고 있었는데….”
슈에가 자신의 품에서 울고 있는 파이를 토닥이며 그를 바라보자, 세하가 숨을 한 번 내쉬고는 말을 이어갔다.
“사실은 슈에 씨는 7년 동안 얼음기둥에 갇혀 있었어요. 슈에 씨가 주워 온 그 검을 누나가 잡으면서….누나가 검에 선택을 받
았어요. 그 여파로 슈에 씨가 얼음 기둥에 갇혀있었던 거고요.”
“7….7년씩이나 얼음 기둥에 갇혀있었다고요? 그…그러면 전 왜 멀쩡한 거에요? 그….얼음에 갇히면….동사하잖아요! 그런
데….어떻게….”
“…..그 때 누나가 무의식적으로 능력을 발휘했어요. 슈에 씨가 동사하지 않도록 시간을….계속 멈춰왔어요. 지금까지.”
그의 말에 파이가 눈물범벅이 된 얼굴로 슈에를 바라봤다.
“세하 말이….맞아….내가….네 검을 훔쳐서….그래서….얼음에….그래서….시간을….멈춰서…지금까지….”
울음에 잡아 먹혀 제대로 말이 이어지지 않았지만 슈에는 파이의 말을 이해했다.
거짓말이 아니라 정말로 7년씩이나 얼어 있었다는 것을, 그리고 그녀를 위해 7년씩이나 파이가 그녀를 지켜왔다는 것을 슈에의 머리가 이해해버렸다.
“……아무래도….자매들끼리 쌓인 이야기도 많을 것 같으니까 저는 마을 사람들에게 가서 슈에 씨가 얼음에서 깨어났다고 전해둘게요.”
“가…같이 가, 세하야.”
파이가 벌떡 일어나 그를 따라가려다가 다리에 힘이 풀려 그대로 바닥을 향해 곤두박질쳤다.
그런 그녀를 잽싸게 한 손으로 안아 올린 그가 그녀를 슈에 옆에 앉히며 한숨을 쉬었다.
“날개까지 꺼내가면서 전력으로 힘을 쏟아냈으면서 뭘 따라오겠다는 거야….쉬고 있어, 누나. 이 정도는 남자친구한테 맡겨달라고.”
자매끼리 쌓인 이야기 마저 하고 있어. 금방 다녀올게.
세하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이마에 입을 맞춰주고는 방을 나섰다.
그가 나간 지 얼마 지나지 않아, 밖에서 환호소리가 들려왔다.
그와 동시에 폭발음이 들려온 것은 기분 탓 이었다.
“……언니.”
“응. 슈에….”
자매는 한참 동안 말을 하지 못했다.
파이도 슈에도 뭐라고 할 말을 찾지 못했다.
뭐라고 말을 시작해야 할 지 도저히 감이 오지 않았다.
“…..나…..진짜 7년 동안 얼음 속에 있었어? 언니가….내가 가져온 검을 잡아서….그래서….언니가 선택되고 난 선택 못 받아서…..얼어붙은 거야?”
무겁게 뱉어진 슈에의 말에 파이의 심장이 쿵 하고 내려앉았다.
“…..응. 네가 그 검을 가져온 날….그 날 밤….난 네 검을 훔치려 들었어. 그 검만 없으면…..널 뛰어넘을 수 있을 거라고…..그
때 열등감으로 그런 짓을 저질렀어….”
파이가 피가 날 정도로 주먹을 세게 쥐었다.
“미안해, 슈에…..나 때문에…..네가 7년씩이나…..얼음에…..”
파이의 말에 슈에가 조용히 그녀와 얼굴을 마주했다.
거울로 비친 듯한 똑같아 보이는 얼굴.
다른 것은 눈 색깔과 머리 색깔 뿐 어느 것 하나 똑같았다.
그런 그녀의 눈에 비치는 자신의 모습에 파이가 고개를 돌리려 했다.
도망가지마, 언니. 날 보고 이야기 해.
슈에가 그녀의 고개를 돌려세우며 말했다.
“그래서….내가 얼음에 갇힌 뒤에는 언니는 어떻게 했는데?”
“널 되돌릴 방법을 찾기 위해 온갖 노력을 다해보다가….유니온에 들어갔어. 거기라면 너에 대한 정보가 있을까 하고 마지막 희망으로 들어간 거야.”
“내가 묻고 싶은 건 그게 아니야! 내가 묻고 싶은 건…..그 동안 언니가 마을에서 어떤 취급을 받았냐는 거야.”
뜻밖의 질문에 파이가 놀란 표정을 짓자, 슈에가 그녀의 어깨를 잡으며 말했다.
“내가 모를 줄 알아? 내가 얼음에 갇히기 전에도 마을 사람들은 언니 보고 나쁜 말만 해댔어! 그런데, 내가 얼어붙은 이유가 언니였다고 한다면….그걸 마을 사람들도 알았겠지…..그 뒤에…..언니는 어떻게 된 거야….?”
“……일족의 수치, 태어나선 안 되는 일족의 둔재….그리고 동생을 잡아 먹은 것 이라는 소리까지 들어봤어. 그리고….난 네 자리를 메꾸기 위해 너의 그림자가 되기로 했었어.”
처참한 말에 슈에의 표정이 굳었다.
부들거리며 떨리는 손이 그녀의 감정을 대변해주고 있었다.
“……때려도 돼. 찌르고 싶다면 찔러도 돼. 네가 하고 싶은 대로,기분이 풀릴 때까지 날 헤쳐도 좋아. 넌….그럴 권리가 있어. 나한테 화내도 돼. 내가 잘못한 거니까.”
파이의 말에 떨리던 슈에의 손이 올라갔다.
그 모습에 파이가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얼마든지 맞아줄 자신이 있었다.
그녀가 자신에게 가하는 모든 행동에 대해 파이는 묵묵히 받아들이기로 했다.
그것이 그녀에게 속죄하는 길이라고 파이는 생각했다.
하지만 슈에의 행동은 그녀의 생각을 아득히 뛰어넘었다.
올라갔던 손은 그녀를 슈에의 품으로 끌어들였다.
“미안해…..미안해, 언니…..나 때문에 그런 소리 듣게 만들어서….미안해, 언니….”
“왜…..왜 네가 사과 하는 거야? 넌 화를 내야지. 널 7년씩이나 얼음에 가둔 날 원망해야지!”
“어떻게 언니를 원망하란 말이야….!난...못해….못한다고!”
“슈에…..”
“사고로 갇힌 동생을 위해, 마을에 그런 소리를 들어가면서 7년씩이나 날 지켜온 언니를 어떻게 원망해….언제나 나 때문에 비난 받아온 언니를….언제나 나 때문에 노력을 인정 받지 못해온 언니를….나 때문에 언제나 상처 받아온 언니를 어떻게 원망하란 말이야!!!! 난 못해….절대 못해….”
그녀의 어깨가 젖어갔다.
몸의 떨림이 멈추지 않았다.
원망을 들을 거라고 생각했다.
저주를 들어도 할 말이 없다고 여겨졌다.
언니라고 불러주지 않아도 상관 없었다.
하지만….그녀는 그녀를 언니라고 불러주었다.
그녀에게 미안하다고 말해주었다.
그것이 그녀를 무너뜨렸다.
겨우 버텨오던 감정의 둑이 무너져 내렸다.
“미안해 슈에…...널 이제야 구해줘서….미안해….”
“미안해, 언니…..나 때문에 7년 동안 힘들게 해서….미안해….”
말은 더 이상 나오지 않았다.
두 사람에게 더 이상 말은 필요 없었다.
두 사람에게 필요 한 것은 그저 지금의 감정에 마침표가 찍힐 때까지 우는 것.
그것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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슈에의 생환을 기념하는 축제가 열린다는 소식을 들고 세하가 돌아 올 무렵이 되어서야 겨우 두 자매의 울음에 마침표가 찍혔
다.
“그래서, 그래서? 그래서 그 다음엔 어떻게 됐는데?”
“헤이를 되돌리려고 했어. 그 때 정말 힘들었어. 너를 지키는 것과 동시에 헤이를 변하기 전으로 되돌려야 했으니까. 솔직히 그 땐 아슬아슬했지…..한 발만 잘못 내디디면 네가 동사할 수도 있었고, 헤이는 꼼짝없이 돌이킬 수 없는 상태가 되었을 테니까.”
“우와….대단해, 우리 언니! 우리 언니 최고! 헤헤~”
찰싹 달라붙어서 애교를 떠는 슈에의 모습에, 파이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또 듣고 싶은 이야기는 없어?”
“있어! 그 아까 전에 제대로 인사 못했는데 약혼자 라는 그 분은 어떻게 만난 거야?”
“총장을 심판하기 위해 힘을 합치게 되면서 처음 만났어. 그 때가 벌써 2년 하고도 반년 전이네….”
파이가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놓인 음료를 마셨다.
“우와….동화 같아. 근데 그 분 중국 쪽 사람이야? 우리 말 잘 하던데?”
“걔, 한국 사람이야….나도 몰랐어…..난 걔가 중국어 모른다고 생각했거든.”
“우와…..그러면 배운 거야? 우리 언니만큼 언어를 잘 하는 사람이 또 있었네~”
슈에가 파이의 어깨에 비비며 말했다.
“이왕 말 나온 김에 자랑 좀 해봐, 언니. 어떤 사람이야, 약혼자라는 분은?”
“….너랑 비슷한 사람. 따뜻하고 다정한 사람. 한없이 여리면서도 누구보다 굳센 사람. 홀로 울고 있는 나에게 사랑이라는 감정을 준 사람이야.”
자연스럽게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철이 일찍 들어 어른스러우면서도 때때로 무심결에 튀어나오는 어린애 같은 일면에 얼마나 많은 구원을 받았을까.
세어보는 게 무서울 정도로 많았다.
서로에게 구원이 되었다고 말해도 될 만큼 오랜 시간 동안 쌓여온 감정이었다.
“으아아…달달해….부러워…..역시 언니는 날 부럽게 만든다니까.”
“그게 무슨 소리야?”
의아하다는 표정으로 물어오는 파이의 모습에 슈에가 그녀의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
“난 있지…..언제나 언니가 부러웠거든. 일족의 천재라는 틀 밖에서는 움직일 수 없는 나랑 달리, 언니는 그 누구보다 자유롭고 멋졌으니까.”
타오르는 모닥불 소리가 그녀의 귀를 간질였다.
“그래서 속으로 얼마나 질투했는지 몰라. 내가 자유로워진다면 난 하고 싶은 게 많은데 왜 언니는 날 따라오려고만 할까. 난 이것 말고는 아무것도 할 줄 모르는 바보인데. 천재는 언니인데….하면서 말이야.”
처음 듣는 동생의 속마음에 파이가 놀란 표정을 지었다.
자신과 정반대인 동생의 생각에 파이가 그녀의 비단 같은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서 언니가 위상력인가 뭔가를 각성해서 날 이겼을 때….솔직히 기뻤어. 이제 나는 자유로워 질 수 있구나. 언니는 언니의 노력을 보상 받을 수 있겠구나. 모두가 행복해질 거라고 생각했어.”
“검만 없었으면 말이지….”
“그 땐 그랬어. 검 때문에 또 내가 언니를 이겼을 때….솔직히 검을 버리고 싶은 것도 사실이었거든. 겨우 찾은 자유가 검 때문에 날아가버렸다고 생각했으니까.”
“나랑 딱 반대네. 정말이지….이 검 때문에 얼마나 많은 시간을 낭비해온 걸까, 우리….”
“그래도 난 그 검 덕분에 좋은 것도 많았다고 생각이 되는데? 특히, 언니한테는.”
“응? 그게 무슨 소리야?”
“후훗….시치미 떼기는. 검 덕분에 언니한테 선배도 생기고 후배도 생기고 제자도 생기고, 제일 중요한 약혼자도 생기고~”
작게 웃음을 지으며 놀려대는 슈에의 행동에, 파이가 버둥거리며 팔을 휘저었다.
“여기 있었네, 누나. 방에서 이야기 할 줄 알았는데.”
“어서 와, 세하야. 여기 앉아.”
“그래요, 약혼자 씨. 언니 옆에 꼭 붙어 앉아주세요.”
배시시 웃음을 지으며 말하는 슈에의 모습에, 세하가 미소를 지었다.
“그냥 세하라고 불러주세요, 슈에 씨. 저도 이름으로 부르고 있으니까요.”
“세하. 응, 응. 좋은 울림이네요. 아, 언니. 이 분 한국 분이라고 했지? 한국에서는 언니의 남편을 뭐라고 불러?”
“뭐라고 불러, 세하야?”
“형부 라고 하는데? 하긴….누나는 모를 만도 하지…..그런 호칭은 한국 사람들도 잘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형부. 형부. 형부. 응. 기억했어. 그럼 이제부터 형부라고 부를게요, 형부?”
“형부라니….그리고 말 편하게 하세요. 제가 연하잖아요.”
“아닌데요? 전 아직 15살이랍니다?”
“얼음에 갇혀서 시간이 멈춰있었다고 해도 서류상으로는….”
“15살이랍니다?”
“아니….”
“15살이랍니다?”
“……”
“15살이에요. 형부.”
“하아….알았어요…..그렇게 생각할게요. 슈에 씨.”
“우우….딱딱해. 언니. 형부 원래 이렇게 딱딱해?”
“사실 낯을 좀 가려…..상처 많은 사람이라서…”
“편하게 해도 되는데. 언니 약혼자잖아, 형부는? 가족이니까 편하게 해도 될 텐데….”
다 들리거든요.
세하가 한숨을 쉬며 앞에 있는 음료수를 마시자, 슈에가 눈을 반짝였다.
“그거 언니가 마시던 건데~간접 키스하셨네요, 형부~?”
“아, 그래요? 누나 미안해. 누나 마시던 건데 입 대서.”
“괘…괜찮아…..괜찮으니까, 잠깐만 얼굴 좀 식히게 해줄래?”
파이가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손부채질을 하자, 슈에가 싱글싱글 웃으며 그를 바라봤다.
“언니 침몰~근데 형부는 왜 침몰 안 해요? 안 부끄러워요?”
“새삼스럽게 왜 부끄러워하나요? 이미 할 거 다 했는데.”
“우아아아!!!동생 앞에서 말하지 마!!!”
파이가 앙탈부리듯 그를 때리기 시작하자, 슈에가 키득거리며 웃음을 지었다.
“우리 언니 수비였구나…..”
“수…수비라니! 나도 공격은 한단 말….아니…나 뭐 말하는 거야…흐에에….”
자폭에 자폭을 거듭하며 거듭 침몰하는 파이의 모습에 세하가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그런 두 사람의 모습을 슈에가 한참동안 말 없이 바라보다가 조용히 입을 열었다.
“언니를 잘 부탁 드려요, 형부.”
“슈….에?”
“우리 언니…..저 때문에 상처 많이 받은 사람이에요. 강한 척, 안 힘든 척 잘 하고 어리광 피우라고 해도 못 피워요. 씩씩한 척 혼자 다 하면서, 혼자 있으면 잘 울고 엄청 여려요. 그러니까….저희 언니를….제가 못해준 만큼, 마을 사람들이 준 상처보다 더 많이…..우리 언니를 사랑해줘요, 형부.”
진지하게 다가오는 그녀의 표정에, 세하가 미소를 지었다.
어쩜 이리도 자매가 똑같을까.
너무나도 올곧고 아름다운 눈이었다.
괜히 그녀의 모습이 크게 느껴졌다.
“상처보다 잘 해줄 자신은 있는데, 슈에 씨가 못해준 사랑은 제가 못 채워줄 것 같네요.”
그 부분은 슈에 씨가 누나랑 같이 있으면서 메워주세요.
상냥하게 미소를 짓는 그의 모습에, 슈에가 자신도 모르게 가슴 부근을 쥐었다.
분명 파이한테서 자신에 대한 말을 들었을텐데.
자기 때문에 얼마나 그녀가 손해를 보고 나쁜 말을 들어왔는지 더 잘 알텐데.
그럼에도 그는 자신에게 상냥하게 웃으며 손을 내밀었다.
세상에서 가장 나쁜 쌍둥이동생에게 가장 착한 쌍둥이언니를 맡기다니…..얼마나 사람이 좋은거야….
그제서야 언니인 파이가 세하에게 빠진 이유가 이해가 됐다.
이렇게 다정하고 상냥한 사람이라면….후훗….우리 언니가 반할 만도 하네….왠지….속이 시원해졌어…
슈에가 작게 미소를 지었다.
“후훗…..진짜 못 당하겠네요…..언니는 좋겠다. 형부 같은 사람 만나서. 아니지….난 언니랑 쌍둥이니까 뺏을 수 있나?”
“세…세하는 절대 안 줄 거야. 얘는 내 꺼야!”
파이가 세하를 꼭 껴안으며 슈에를 보자 그녀가 싱글싱글 웃으며 파이를 바라보았다.
“안 뺏어. 그리고, 애초에 못 뺏어. 난 당신만 보고 있어요 라는 눈으로 달달하게 언니한테만 고정되어 있는걸? 그리고 언니가 언니 입으로 이야기 했잖아. 내.꺼.라.고.”
“우아아아!!!잊어, 잊어, 잊어!”
파이의 달아오른 얼굴이 모닥불에 더해져 피어 올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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며칠 뒤….
마을에서의 며칠간의 생활을 뒤로 한 채 세하가 마을 밖에 나와 배웅해주는 촌장에게 악수를 청했다.
“덕분에 잘 지내다가 갑니다, 촌장님.”
“아니야. 나야말로 덕분에 마을의 분위기를 바꿀 수 있어서 좋았어. 조금 오래 걸리긴 하겠지만…우리도 이제 앞으로 나아가야 하는 거겠지. 우리 쌍둥이 자매들이 하는 것처럼 말이야.”
촌장이 세하의 뒤에 있는 파이를 보며 웃음을 짓자, 파이도 미소를 지었다.
“마을을 잘 부탁 드릴게요, 촌장님. 우리의 자랑스러운 마을이잖아요.”
“그래. 네 말대로 네가 우리에 대해 이야기할 때 자랑스러워 할 수 있는 그런 마을이 되게 만들어보마. 뭐….당장은 힘들겠지
만. 우리는 더 나아질 수 있겠지.”
“네. 사람은 더 나아질 수 있으니까요.”
파이가 미소를 지었다.
그것은 지금까지 마을에서 보여주었던 어딘가 어두운 웃음이 아닌 후련한 얼굴의 웃음이었다.
“웃차…형부~제 짐 다 실었어요. 출발하셔도 돼요~”
“곧 갈게. 차에 타고 있어.”
며칠 사이 부쩍 친해져 말을 놓기로 한 두 사람의 모습에 촌장이 안심이 된다는 듯한 표정을 지었다.
“그럼 파이와 슈에를 잘 부탁하지, 세하.”
“걱정 하지 마세요. 잘 돌려보내드리겠습니다.”
차에 타기 전 모두에게 꾸벅 인사를 한 세하가 차에 탑승하자, 파이가 귀 뒤에 멀미약을 붙인 채 그를 맞이했다.
“인사는 다 했어?”
“누나가 할 소리는 아니라고 보는데….마을 사람은 누나랑 처제였잖아. 인사 제일 많이 한 건 나인 것 같은데.”
“그야 당연하죠~우리 언니랑 저를 데리고 가시는데~”
“네, 네. 여부가 있을까요, 공주마마 님들.”
세하가 웃음을 지으며 차에 시동을 걸자, 슈에가 창문을 내리고 몸을 내민 채 마을 사람들에게 손을 흔들었다.
“모두 안녕~세상을 보고 올게요~”
“다음에 또 올게요. 그 때 다들 건강해요!”
두 자매의 인사에 마을 사람들이 손을 흔들어주자, 세하가 웃음을 지으며 마을을 빠져나갔다.
이윽고, 한적한 도로를 달리기 시작하자, 뒤에서 슈에가 배시시 웃으며 파이가 앉아있는 좌석의 뒤에서 그녀를 끌어안았다.
“드디어 마을 탈출~흐아아….이게 세상 밖이구나….”
“앞으로 더 재미있는 게 많을거야, 슈에. 내가 아는 모든 걸 그리고 내가 하고 싶은 걸 너와 함께 해줄게.”
“오~역시 우리 언니~최고!”
애교를 떨며 파이에게 달라붙는 슈에의 모습에 세하가 미소를 지었다.
“그래도 다행이네. 솔직히 마을을 나오기 전까지는 마을 사람들이랑 화해 못 할 줄 알았는데. 대단해, 누나.”
“솔직히 네가 다 했잖아. 나랑 슈에가 집에서 우는 동안 네가 밖에서 마을 사람들이랑 담판을 지어놓고는….”
“나는 판을 깔아준 거야. 거기서 잘해서 사과를 받아낸 건 누나지.”
파이를 띄워주는 듯한 말에 파이가 세하를 향해 달달한 눈빛을 보내자, 슈에가 졌다는 듯이 고개를 저었다.
“그나저나, 형부. 저는 한국으로 가면 어디서 살아요?”
“사냥터지기 팀의 숙소에서 머물게 될 거야. 그 편이 마음이 편할 것 같아서.”
“응. 나도 그게 마음이 편하고, 애들도 잘 받아주겠지.”
“애들은 좋다고 난리일 것 같은데요….특히, 소마랑 세트는.”
두 사람에 대한 반응을 생각하던 파이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아하하하! 예상이 가니까 더 웃겨, 아하하하!”
“뭔데, 뭔데? 뭔데, 언니? 나도 좀 알자~”
“네가 어제 말했던 우리 제자들 중에서 소마랑 세트라는 애가 많이 활발한데, 반응이 대강 예상이 돼서.”
“어떤 반응인데?”
그녀의 물음에 파이가 싱글벙글 웃으며 두 사람의 예상 반응을 흉내 냈다.
“우아아아아아!파이 쌤이 둘이야! 그렇다면 이제 더블 파이인가? 음 아니야….뭐라고 해야하지….음…..파이 더하기 파이는 파이리?”
“소마네. 그건 그 썰렁한 개그 스타일은 특히나.”
“파이가 둘이 됐다. 파이는 분신술도 쓸 줄 아는 거냐? 이제 그러면 세트의 부하가 많이 많이 늘어나는 거냐?임금님은 기쁘다!”
“세트네. 그건. 임금님 소리하는 건 걔 하나 잖아.”
“우와….형부 다 알아 들어….나도 같이 살게 되면 알아 들으려나….근데 나랑 말이 통하려나….”
“괜찮아. 내가 있잖아. 그 아이들도 되게 살갑고 정이 많아서 괜찮을 거야.”
“좋았어. 우리 예쁜 언니만 믿고 갈게~”
차창 너머로 지저귀는 새들처럼 명랑한 소리가 차 안에 퍼져나갔다.
얼어붙었던 그녀들의 시간이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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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크리스마스에 마감!....이라고 했으나 캐나다 기준이네요. ㅋㅋㅋㅋㅋ
이번엔 대강 밝혀진 정보들과 제 나름대로의 해석을 조합해서 만든 파이와 세하의 외전입니다.
다음 이야기는…..모르겠어요. 갑자기 캐릭터를 괴롭히고 싶어져서 뭐가 나올 지 모르겠어요.(유리,미스틸:흠칫.)
두 사람의 아가들이 나오면 좋겠지만, 다른 게 튀어나올 수 있다는 점 양해바랍니다.
해피하고 아기자기한 또다른 외전이냐, 아니면 다크하고 시리어스한 검은 기사들의 이야기냐, 아니면 또 다른 이세계의 이세하의 이야기일 것인가.
그것은 머리님과 손님의 지시에 따르기로 하고…..저는 이만 물러가겠습니다.
모두 새해가 얼마 남지 않았네요. 못 맞출 확률이 높으니 미리 인사드립니다.
클로저스를 하는 여러분. 그리고 제 글을 사랑해주는 모든 분들.
올해도 수고 많으셨습니다. 남은 며칠 잘 보내시고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여러분과 영원히 함께 하고 싶은 firsteve였습니다.
모두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福