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3)
건삼군 2018-12-26 0
“...”
“...”
주변이 많이 어질러져 있는 방 안에서, 나와 푸른머리칼을 지닌 날카로운 인상의 소녀는 서로 어색한 분위기를 띄며 대화를 나누려고 하고있다. 하지만 서로 처음으로 대화를 나누는 탓에 어느쪽도 선뜻 말을 꺼내지 하지 못하고있다.
참고로 말하는데, 나는 이래뵈도 검은양팀에 들어오기 전 까지는 친구라고는 석봉이밖에 없었던 인간이다. 즉, 난 훌륭한 아웃 사이더, 다른 말로는 아싸라는 것이다. 그런내가 타인과의 대화스킬에 능숙할 리가 없다. 서유리 같은 천성부터 인사이더면 모를까, 나는 이렇게 한번도 대화를 나누지 않아본 상대하고 1대1로 대면 하는게 영 불편하다.
하지만 이렇게 서로를 마주보고만 있어서는 내가 이곳에 온 목적을 달성하지 못한다. 불편하더라도 일단 말을 꺼내봐야지.
“어, 그... 물어볼게 있는데...”
“뭔데?”
어물쩡 거리며 말을 꺼내자 바로 즉답하는 나타샤. 누가 나타의 딸 아니랄까봐, 말투 또한 나타처럼 까칠하다. 뭐, 나타처럼 폭언이나 디스를 퍼붓지는 않는 것 같지만.
“혹시, 미래에서 내가 세리한테 원망살 만한 일이라도 저질렀어?”
일단은 서론같은거 없이 바로 질문을 던진다. 뭐, 어차피 나눌만한 대화소재도 없으니까 말이다.
“뭐야, 세리가 말 안해줬어?”
“어.”
그저께 저녁에 얼핏 물어보긴 했는데 대답 안해주더라.
“...**. 괜히 세리의 일에 끼어들고 싶지 않은데...”
어이. **이 뭐냐 **이. 소녀라면 좀 더 고운 말을 써라. 아무리 아빠가 나타라지만 너까지 나타랑 비슷한 어휘를 사용하면 나타가 두명인 것 같아서 머리가 아파온단 말이야.
살짝 거친 말을 사용하는 나타샤에게 마음속으로 딴죽을 걸어본 나지만 그걸 굳이 입 밖으로 내진 않는다. 그야 내 앞에 있는게 나타의 딸이라면 분명 돌아올 대답은 안봐도 비디오니까.
“괜히 거창하게 길게 이야기 하진 않을테니까 잘 들어 아저씨.”
“...나 고딩인디?”
“시끄러. 나한테는 아저씨야. 그냥 입다물고 들어.”
어우, 야... 미래의 청소년들은 다들 그렇게 입이 험하니? 세리도 그렇게 왜 다들 날 그렇게 대하는겨? 아니, 다른 사람들한테는 꼬박꼬박 존대말을 쓰면서 왜 나한테는 반말인 것도 모자라서 풀 스트레이트 직구인데?
미래의 청소년들, 참으로 무섭도다.
“잘 들어. 미래에서 아저씨랑 아줌마는 세리가 어렸을 떄 세리를 우리집에 맡기고는 다시는 돌아오지 않았어.”
“...뭐? 왜?”
“그걸 아저씨 본인이 알지, 내가 어떻게 알아?”
“아니, 나도 모르는데...”
“아무튼, 그래서 미래에서는 이미 아저씨 장례식도 치뤄졌고 무덤까지 있다고.”
“뭐야, 나 죽은거야?”
“그럼, 임무를 나갔다가 돌아오지 않은 채 7년이라는 시간이 흘렀는데 사람들이 아저씨가 살아있다고 믿겠어?”
“...”
“그래서, 세리는 어렸을 떄 부터 우리집에서 지냈다, 이 소리야. 부모님도 없이.”
“...그런...”
“뭐, 우리 엄마가 있긴 했지만 엄마도 아빠가 돌아가신 뒤로는 바빠서 말이지. 학예회에도, 참관수업에도, 운동회에도, 세리는 항상 혼자였어.”
“...”
부모님을 어렸을 떄 부터 잃었던 소녀. 그 소녀가 부모님 없이 어떻게 살아왔을지는 뻔하다.
아무리 친딸처럼 대해주는 보호자가 있다고 하더라도, 부모님의 자리를 대신할 수는 없는법이다. 그런건, 이미 질리도록 알고있다.
사회는 평범함에서 벋어난 이들을 좋게 여기지 않는다.
부모님, 혹은 가족이 없다는 사실 하나 만으로도 따돌림을 당하고 배척당하는 일은 매우 흔하다. 그건 지금이나 미래나 다르지 않을 것이다.
“...어쨰서...”
대체 왜 미래의 나는, 미래의 슬비는 하나뿐인 딸인 세리를 홀로 내버려 두고 다시는 돌아오지 않은 것일까.
자식에게 있어서 부모가 어떤 존재이고 어떤 영향을 끼치는 지는 잘 알고있다. 당장 나만 하더라도 엄마가 어렸을 때 날 떠났더라면 난 지금 이 자리에 존재하지 못했을 것이다. 게다가 어렸을 적에 부모님을 잃은 슬비라면 더더욱 그 사실을 잘 알것이다. 그런데 어째서...
미래의 난, 대체 무슨 생각을 했었던 거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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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
홀로 집에 남아 거실에 앉아 잠시 비디오 게임을 돌려본 나였지만 그 어느것도 그다지 재미있게 느껴지지 않았다. 마음속 한구석이 안개가 낀듯이 답답해서 그런 걸까, 무엇을 해도 어제의 일이 잊혀지지 않는다.
만약 어제 미래에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아빠에게 말해 주었다면 아빠는 클로저를 그만 둔다고 하였을까.
하지만 어째서인지 어제 아빠와 다퉜던 그떄, 난 무의식적으로 아빠에게 미래의 이야기를 하는 것을 거부했다. 왜인지는 나도 모른다. 그저, 미래에 관한 이야기를 꺼내고 싶지 않았다. 떠올리고 싶지 않아서 일까, 아니면 보잘것 없는 반항심 떄문일까. 혹은, 아빠에게 말하고 싶지 않아서, 일까.
부모님을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던 것도 아니다.
하지만, 어떻게 생각하든, 입장을 바꿔서 생각해 보든, 나는 결코 이해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그랬던 것일까, 나는 어느새 이해하는 것을 포기하고 점점 부모님을 원망하기 시작했다. 그래야지, 마음을 붙잡고 나를 힘들게 하는 것들을 잊을 수 있으니까.
그렇게 혼자서 소파에 앉아 여러 생각들을 하고있던 와중, 갑자기 현관문의 잠금장치가 열리는 소리가 들리며 누군가가 집안으로 들어왔다.
아빠가 벌써 돌아왔나, 라고 생각하며 어제밤에 있었던 일을 떠올리고 급히 몸을 숨기려한 나지만 집에 들어온 사람의 정체는 아빠가 아니였다.
“어머, 넌 누구니?”
머리 뒤로 묶은 빛나는 은발, 아빠와 같은 금색으로 비춰지는 눈동자. 보자마자 바로 ‘아름답다’, 라는 생각이 들게한 외모를 지닌 여성이 현관에 선 채로 나를 바라보며 놀라운 목소리로 물었다.
“...”
여성의 아름다운 외모에 순간 넋이 나간 채로 감탄한 탓일까, 나는 여성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은 채 침묵을 지키며 그저 멍하니 여성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여성은 이내 턱을 손으로 짚으며 신기하다듯이 말하였다.
“음... 왠지 모르게 아들이랑 많이 닮은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고는 갑자기 내게 다가와 엄청난 괴력으로 끌어안는 여성.
“마치 딸이 생긴 것 같잖아! 귀여워라~”
“꺅?!”
수, 숨막혀, 뭐야, 대체 힘이 얼마나 센거야...
여성의 품속에서 괴롭게 발버둥치며 숨을 쉬려고 안간힘을 다하자 그제서야 여성은 팔에 힘을 빼고는 미안하다 듯이 말하였다.
“미안미안~ 너무 귀여워서 그만 껴안아 버렸네. 괜찮니?”
“콜록! 괘, 괜찮아요...”
그럭저럭, 이지만 말입니다.
“그래서, 넌 누구니?”
“어, 저는... 그...”
제차 물어보는 여성의 질문에 어떻게든 내 정체를 다른 사람에게 숨기라는 아빠의 부탁아닌 충고를 떠올린 나는 거짓말을 하려고 하였지만, 날 따스하게 바라보는 여성의 금색 눈동자에 그만 압도되어 차마 거짓말을 할 수가 없었다.
“...이집 주인의 딸, 이에요.”
“이집 주인은 나인데?”
“아~ 그렇구ㄴ... 네?”
잠만, 이분이 이집 주인이라고? 그렇다는 건 이 여성분이... 아빠의 엄마, 즉 내 할머니?!
순간 경악하며 눈을 비비고 다시한번 여성의 얼굴을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내 앞에 서있는 여성의 모습은 고등학생을 아들로 두고있는 가정의 어머니라는 사실이 믿겨지지가 않았다. 아무리 봐도 20대 초반으로 밖에는 보이지 않는달까...
“음... 내가 아무리 건망증이 조금 있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한테 딸이 있었다는 사실을 까먹었을 리는 없을텐데...”
“아니, 그... 할머.. 아니, 그쪽분의 딸이 아니라 당신 아들의 딸, 인데요...”
“에...? 설마 아들, 속도위반한거야?!”
아, 얼마전에도 이런 소리를 한 사람이 있지 않았나? 데자뷰인가...
“아뇨, 그게 아니라... 전 미래에서 왔어요.”
“미래?”
미래에서 왔다는 소리를 하자마자 금색으로 빛나는 두 눈을 초롱초롱하게 빛내며 궁금하다는 얼굴을 짓는 할머니가 아닌 모습을 하고있는 할머니.
...어디부터 설명해야 할까...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