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ime Paradox(12)
건삼군 2018-12-26 0
“세리야, 일어나. 학교가야지. 빨리 안일어나면 엄마가 또 잔소리할거다?”
“으... 5분만 더...”
“세리야!”
누군가가 시끄럽게 내 이름을 부르며 나를 꺠운다. 그 탓에 나는 아직 반쯤 덜 떠진 눈으로 침대에서 일어나 조용히 방을 나와 식탁에 다가가 자리에 앉았다.
식탁에는 아침이라고 하기에는 꽤나 호화스러운 음식들이 차려져 있었고 한 남성, 내 아빠가 앞치마를 두른 채 미소를 지으며 음식들을 나르고 있었다.
“늦잠을 자면 어떻해. 오늘은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며?”
“...그랬나...?”
참관 수업? 방금 막 일어나서 그런지 머리가 잘 안돌아가는데... 뭐, 아무렴 어떄. 아빠가 있다고 하면 있는거겠지, 참관 수업. 일단 밥이나 먹자.
“세리야, 일어났니?”
몽롱한 정신으로 식탁에 앉아 눈앞에 차려진 음식을 입에 대려고 한 그 순간, 긴 분홍색 머리칼을 지닌 여성, 엄마가 부드러운 목소리로 내게 인사하며 식탁에 앉았다.
“그나저나, 학부모 참관 수업이라는데, 뭘 입고가야하지...?”
“그냥 평소대로 입고 가. 넌 평소의 모습이 제일 멋져.”
“그, 그런가?”
눈앞의 부모님이 아침부터 대놓고 염장질을 하는걸 본 나는 애써 모른척 하며 음식을 목구멍 안으로 넘기기 시작하였다.
참으로 행복한 일상이다. 친절하면서도 허당끼가 가득한 아빠, 그리고 잔소리는 많지만 부드러운 엄마. 시끌벅적 하지만 다정함이 느껴지는 가족.
“아, 맞다. 아빠. 오늘은 아빠랑 같이 차타고 학교에 가도...”
그런 시끌벅적함 사이에서 보다 빠르고 편하게 학교에 가기위해 머리를 굴려 아빠에게 태워달라고 부탁하려던 그 순간, 나는 방금 전 까지만 해도 내 앞에 서있던 아빠의 모습이 사라졌다는 것을 깨닿고는 주변을 둘러보며 아빠를 불렀다.
“아빠?”
주변을 둘러보며 아빠를 불러보았지만 대답은 없다. 게다가 보이지 않는 것은 아빠만이 아니다. 아까 까지만 해도 내 옆에 앉아있던 엄마의 모습도 보이질 않는다.
“...엄마?”
점점 커져가는 불안감 사이에서 엄마를 불러**만 역시나, 대답은 없다.
뭔가 이상하다고 느낀 그 순간, 내가 들고있던 수저가 마치 유리조각처럼 깨지며 산산히 흩어졌다. 그리고 이윽고, 주변에 존재하던 모든 것들이 날카로운 소리를 내며 흩어지기 시작했다.
“엄마! 아빠! 대체 어디에...”
그렇게 모든 것이 흩어지며 사라지던 와중에도 부모님을 부른 그 순간, 하나의 꺼림칙한 목소리가 내 목소리에 답했다.
-이미 알잖아 이세리. 네 부모님은-
널 버렸다는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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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숨이 거칠다. 어제 막 사서 입은 잠옷은 식은 땀으로 홍건하게 젖어있고 온 몸이 떨림을 멈추지 않으며 두려워 하고있다.
악몽을 꿨다. 절대로 꾸고싶지 않았던 악몽을.
평화로운 일상. 만약 부모님이 날 떠나지 않았다면 내가 누렸을 그런 평범한 일상에 관한 꿈. 난 내게 있어서는 악몽같은 그 꿈을 꾸는것이 싫다. 왜냐하면 자꾸만 생각하게 되니까. 어쨰서 나는 저런 삶을 살지 못하는 것일까, 라고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물어보고 끝내는 점점 다른 무언가를 원망하게 된다.
그리고 나는 그런 내가 경멸스러워진다.
그런 자학적인 생각과 함께, 나는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여전히 적응이 되지 않는 마당같이 넓은 거실. 그런 넓은 거실에 홀로 선 나는 주변을 둘러보며 사람의 기척을 찾았지만 거실, 정확히 집에는 나를 제외한 그 누구도 존재하지 않았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부엌으로 향한 나지만 부엌 또한 그 누구의 그림자 하나 비추고 있지 않았다. 하지만 그 대신, 밥과 반찬들이 랩에 씌워진 채 식탁에 차려져 있었다.
“...맞다. 나 어제 아빠랑 싸웠지...”
그제서야 어제 밤에 있었던 일들을 떠올린 나는 또 다시 밀려오는 자학감을 뒤로하며 식탁에 앉아 밥을 먹기 시작하였다.
어젯밤, 집으로 돌아가던 길에, 나는 아빠에게 클로저를 그만 두라고 말했다.
서로 어떤 대화가 오갔는지는 잘 기억이 나질 않지만 아빠가 내 충고를 거절하고 그 뒤로 점점 격해진 감정으로 인해 다퉜다는 것 하나는 확실하게 기억이 난다.
지금 생각해 보면 어제의 난 참 바보같았던 것 같다.
갑작스럽게 클로저를 그만 두라고 하면 순순히 그만 둘리가 없는데 난 그걸 꺠닫지 못하고 그저 내 입장을 밀어 붙이기만 한 채로 이기적이게 굴었다.
난, 그런 내가 너무 싫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이기적인 나를 멈출 수가 없다.
대체 어떻게 해야 이 답답한 마음을 풀 수 있는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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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생, 오늘은 웬일로 이렇게 일찍 나왔어?”
이른 아침, 홀로 정수기에 컵을 갔다대고 물을 따른 뒤, 창틀에 기대 바깥을 보며 목을 축이고 있던 내게 한 남성의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오며 날 불렀다.
“그냥, 사정이 있어서요.”
나는 그런 남자의 목소리에 가볍게 대답하고는 계속해서 물을 마셨고, 이내 목소리의 주인이 내게 다가와 똑같이 정수기에서 물을 받아 마시기 시작하였다.
“뭐야, 세리하고 싸웠어?”
“...초능력자세요?”
“아니, 위상 능력자인데?”
어떻게 알았냐는 말투로 말하자 자연스럽게 농담으로 받아치는 노란 선글라스를 끼고있는 남성. 클로저 팀 ‘검은양’ 에서 가장 나이가 많은 연장자이자 노련한 베테랑인 그는 언제나 처럼 능글스럽게 약품냄새가 나는 손으로 컵에 담겨진 물을 단숨에 들이키고는 시원하게 숨을 내쉬었다. 마치 자신이 아저씨라는 것을 증명하듯이.
“그래서, 뭐 떄문에 싸운건데?”
그렇게 단숨에 물을 들이마시고는 종이컵을 쓰레기통에 던진 아저씨는 대화를 이어나가며 내게 물었다.
“...그냥... 그 애가 갑자기 클로저를 그만 두라고 했거든요. 그것 떄문에 좀 다퉜어요.”
아저씨의 질문에 대답하자 갑자기 아저씨는 옅은 미소를 지으며 허리를 두드리셨다.
“클로저를 그만 둔다라... 내가 여태껏 들었던 말중에 가장 현명한 말이군.”
“네?”
클로저를 그만 두는게 현명한 생각이라고? 아니, 물론 클로저를 그만 두면 안전하게 살 수는 있겠지만 그렇다고 그게 현명한 생각은 아닐텐데...
“생각해 봐 동생. 넌 아직 고등학생이야. 보통이라면 평범하게 학교에 다니고, 친구를 사귀고, 진학을 걱정해야하는 나이라고. 이런 피튀기고 생사가 오가는 일을 하는 나이가 아니라.”
“그건... 그렇지만요...”
“그리고 아마 세리가 너한테 그렇게 말한 이유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어서 그럴 거라고.”
“...”
“뭐, 자세한 이유는 나도 잘 모르겠지만 말이야. 그래도 이유는 알아보는게 어떄? 어째서 세리가 클로저를 그만 두라고 했는지에 대한 이유말이야.”
“...물어본다고 해서 말해줄 것 같지는 않는데요...”
“굳이 본인에게 물어** 않아도 한명 더 있잖아? 미래에서 온 사람.”
“아...”
나타샤. 미래에서 온 나타의 딸, 이라는 소녀. 확실히 그녀는 알고 있을지도 모른다. 어쨰서 세리가 내게 클로저를 그만 두라고 했는지. 그런데...
“저 나타샤라는 애하고는 한번도 이야기를 나눈적이 없는데요...”
“그럼 이 기회에 이야기를 나눠보면 되잖아?”
“...그게 말처럼 쉬울리가...”
“일단 한번 이야기 해봐. 하지도 않고 어렵다고 하면 아무것도 바뀌지 않는다고.”
“네...”
결국 그렇게 해서 나타샤에게 물어보기로 한 나는 스마트폰을 꺼내 나타에게 문자를 보내고는 나타의 숙소를 향해 걷기 시작하였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