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arallel World> - 10화

초코파이가나파이애플파이 2018-12-11 0

몽환 세계에서 돌아오고 시간이 조금씩 흘러 밤이 되었다. 밤이 되었음에도 대피소에 있는 모두는 안도하지 못 하고 잠깐동안 숙면을 취하는 것조차 힘들었다. 자신들도 모르게 안도하고 있는 사이 그들이 언제 쳐들어올지 알 수 없는 불안함 때문이었다. 그런 불안함 속에서 시간은 무신경하게 흘러만 갔고 어느덧 밤이 지나고 다시 날이 밝는 아침이 되었다.

아침이 되고 3팀의 멤버들은 누구보다도 일찍 언제든지 싸울 수 있도록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오늘이야말로 파우스트가 끝장을 보기 위해 모든 세력을 이끌고 쳐들어올 것이 분명하다며 직감적으로 알아차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해가 조금씩 중천을 향해가고 12시 정각이 다 되어갈 즈음에 또 다시 하늘에서 거대한 차원문이 열리고 파우스트와 그 세력이 다시 모습을 드러내었다. 그리고 즉각 생체전함의 내부에서 파우스트가 병사들에게 명령을 내렸다.

"지구 전역으로 산개하여 남아있는 인간들을 찾아내고 한 놈도 남김없이 없애버려라."

파우스트의 명령이 떨어지자마자 수백에 달하는 생체전함의 내부에서 대략 백만에 가까운 수많은 차원종들이 나와 지구 곳곳으로 넓게 퍼져서 살아남은 인간들을 찾기 시작하였다. 당연하게도 그들에게 발견되는 인간은 그저 문답무용으로 목숨을 빼앗길 뿐이었다. 

"왔군...!"

파우스트와 그 세력이 쳐들어온 것을 알아차린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또 다시 긴장과 공포의 끈을 놓지 않을 수 없게 되었다. 

"세하는?"

"그게 아직..."

그들에게 맞서기 위해서 몽환 세계에 남게 된 이세하가 눈을 떴는지 확인했으나 이세하는 여전히 그 파이와 함께 몽환 세계에 있는 상태였다. 

"크읏... 이렇게 된 이상 어떻게든 우리끼리 맞서고 있을 수밖에!"

결국 아직 몽환세계에 있는 이세하와 그 파이를 내버려두고 현재 있는 인원만으로 그들과 맞서기로 하였다. 이대로 대피소 안에 조용히 숨어있는 게 어떻겠냐는 의견도 나왔지만 밖에 있는 파우스트의 병사들은 자신들이 지나쳐오는 곳들을 풀 한 포기 남기지 않고 심지어 지하까지 초토화를 시키며 조금씩 대피소를 향해 진군하고 있었다. 이러한 낌새를 알고 이대로 있어봤자 결국 해결되는 건 없었기에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두려움에 의해 무거워진 몸을 억지로 끌고 대피소 밖으로 나와 파우스트의 병사들과 맞서기 시작하였다.

어제 처음 그들과 맞설 때는 호각 이상으로 싸웠던 저항군과 클로저들이었지만, 그 이세하에 의해 큰 피해를 입어 전력이 크게 깎인 것은 물론이고 싸우기 전부터 사기가 턱없이 내려가 있는 상태였기 때문에 이번에는 시간이 갈수록 점차 밀리고 있는 추세였다.

"빌어먹을... 이 자식들, 오늘은 아주 끝장을 보겠다는 거군... 그래! 좋다 이거야! 다 덤벼 보라고!"

전세가 불리하게 흘러가고 있는 와중에도 전력으로 분발하며 대등히 맞서고 있는 것은 3팀의 멤버들 정도 뿐이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병력의 수는 물론이고 전력으로도 열세에 몰리고 있었던 탓에 상황이 좋아질 기미는 보이지 않았다.

"흥, 그놈들인가? 마침 잘 됐군. 이번 기회에 확실히 숨통을 끊어주마. 자, 이세하여. 네가 나설 시간이 된 것 같구나."

"왕이시여, 잠시 기다려주시길."

"음?"

파우스트가 옆에 있는 그 이세하에게 지상에서 자신의 병사들과 맞서고 있는 저항군과 클로저들을 몰살하라고 명령을 내리려던 찰나, 어떤 여성 파우터가 다가와 말하였다. 그 여성 파우터는 서지수가 외부차원의 성에 있는 침실에서 눈을 떴을 때 서지수와 친근하게 말을 주고받으며 잠시 시중을 들었던 자였다.

"왜 그러지?"

"이 이상 저런 하찮은 오합지졸들을 상대로 왕자님의 손을 더럽힐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 그 일은 저희 친위대에게 맡겨주시지 않겠습니까?"

"흐음... 확실히 저놈들의 상태를 보아하니 굳이 나의 아들이 나설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군. 그래, 좋다. 가서 저 인간 놈들을 남김없이 없애고 와라!"

"예!"

파우스트의 허락이 떨어짐과 동시에 그 여성 파우터는 생체전함에서 빠져나와 저항군과 클로저들이 있는 지상으로 내려갔다. 

"응?"

파우스트의 병사들과 싸우던 와중에 심상찮은 기운을 느낀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그 기운이 감지된 방향을 올려다보았다. 그 위에서는 방금 전에 생체전함에서 나온 여성 파우터가 파우스트의 병사들 사이를 지나며 내려와 저항군과 클로저들을 향해 소리쳤다.

"하찮은 인간들아, 이제부터는 내가 상대해주겠다!"

"누구냐?!"

"훗, 두 번 말하지 않을테니 그 더러운 귀를 후벼파고 잘 새겨듣도록 해! 나는 [파우스트 친위대]의 대장인 <레아>! 그리고 지금 이 자리에 있는 네녀석들을 저승으로 보내줄 자다!"

그 여성 파우터, <레아>는 전대물에 나오는 히어로들이 취할 법한 포즈를 취하면서 밝고 명랑한 모습으로 한 점 부끄럼 없이 당당한 태도로 자신이 누구인지 밝혔다. 이런 황당한 모습에 지켜보고 있던 저항군과 클로저들은 물론이고 심지어 레아를 뒤따라 나왔던 같은 파우스트 친위대 병사들은 고개를 절레절레 가로저으며 짧은 한숨을 쉬었다.

"항상 느끼는 건데 대장님도 슬슬 어른스러워졌으면..."

"쉿, 들리겠어."

"... 다 들리거든... 뭐, 됐어. 너희들은 잡졸들을 맡아. 나는 이 중에서 비교적 강한 저 녀석들을 상대할테니까."

레아는 3팀의 멤버들을 혼자 상대한다 하였고 친위대 병사들에게는 나머지 저항군과 클로저들을 맡으라고 하였다. 레아의 명령과 동시에 레아를 제외한 친위대 병사들은 잘 짜여진 연계를 보이며 저항군과 클로저들을 몰아붙이기 시작하였다.

"이 자식ㄷ..."

(콰앙-!)

"네녀석들의 상대는 이 나라고 했을텐데?"

"유치한 포즈나 취하는 여자는 돌아가서 우유나 쳐마시고 있어!"

"뭣...! 유치하다고...? 이 건방진 인간이!"

나타가 아까 레아가 취한 포즈에 대해 유치하다는 말 등 막말을 퍼붓자 이에 잔뜩 열받은 레아는 위상력을 완전히 개방하였다. 그 이세하가 위상력을 개방했을 때의 수준은 아니었지만 레아의 힘은 왠만한 고위급 차원종보다도 강력하여 상당히 높은 수준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한 놈도 살려서 보내주지 않겠어! 애초에 그럴 생각도 없었지만!"

레아는 제일 먼저 자신에게 막말을 퍼부어 열받게 만든 나타에게 덤벼들었다. 나타는 양손의 쿠크리를 마구잡이로 난도질하듯이 레아를 향해 휘두르며 맞대응을 하였다. 허나 레아는 나타가 휘두르는 양손의 쿠크리를 전부 여유롭게 피해내고는 위상력을 실은 주먹을 날렸다. 

"크악!"

레아의 주먹에 맞은 나타는 땅바닥에 나뒹굴다가 쓰러졌다. 레아는 쓰러진 나타에게 연속으로 공격을 하려 하였다. 그 순간 소마가 톤파에 달린 총구에서 위상력을 담은 에너지 탄환을 레아를 향해 3발 연속으로 발사하였다.

"이거나 먹어, 차원종!"

"하, 이까짓 공격..."

레아는 콧방귀를 한 번 뀌고는 소마가 발사한 에너지 탄환 3개를 차례대로 손으로 쳐내고, 발로 차내고, 마지막에는 다른 한 손으로 붙잡아 그대로 쥐어 터트려버렸다. 그런 다음에 커다란 에너지탄을 한 개 만들어냈고, 

"에너지탄이라는 건 말이야, 이렇게 쏘는 거야."

소마를 향해 에너지탄을 날렸다. 

"소마!"

"위험해요!"

루나와 미스틸이 나서서 각각 결계와 방벽을 생성하여 레아가 날린 에너지탄을 막았다. 그런데 레아의 에너지탄은 계속 형태를 유지하며 조금씩 루나와 미스틸의 결계와 방벽을 부수고 있었다. 

"읏, 어떻게...!"

"설마 너희 둘, 어제 왕자님이 진심도 아닌 간보기 수준으로 대충 흩뿌린 공격을 막아낸 것 정도로 내 공격쯤은 쉽게 막아낼 수 있다는 식으로 얕보고 있었던 거야? 이래서 인간들은 어리석기 짝이 없다니까."

그렇게 말하고 레아는 다시 또 하나의 에너지탄을 만들어 망치로 못을 치듯이 앞서 날렸던 에너지탄의 뒤로 두번째로 만든 에너지탄을 충돌시켜 밀어붙였다. 두번째 에너지탄까지 합세하자 가까스로 버티고 있던 루나와 미스틸의 결계와 방벽은 허무하게 산산조각났고 레아가 날린 두 개의 에너지탄은 그 결계와 방벽을 부수자마자 강렬한 폭발을 일으키며 넓게 확산되었다. 

"약하네, 약해~ 응?"

그때 레아의 등 뒤에서 커다란 얼음 송곳 두 개가 화살처럼 날아왔다. 바로 파이와 그 슈에가 사검으로 만들어 날린 것이었다. 허나 레아는 제자리에서 한 발자국도 움직이지 않고 꼬리로 그 두 개의 얼음 송곳을 휘감으며 붙잡아 세웠다. 그러고는 꼬리에 약간의 힘을 줘서 막대과자 부러트리듯 두 조각씩 부숴버렸다.

"등 뒤에서 기습이라... 역시 비겁한 인간들이나 쓸 법한 공격이네. 당연히 예상하고 있었지만."

"그럼 이것도 예상하고 있었나요?"

뒤를 돌아보며 파이와 그 슈에에게 고개를 돌린 틈에 바이올렛이 재빠르게 달려와서 대검을 내리쳤다. 그러나...

"물론.'

"!"

(휘릭-)

"컥?!"

땅속에서 무언가가 솟아올라와서 바이올렛의 목을 휘감아 힘껏 조였다. 그것은 바로 레아의 꼬리였다. 레아는 이런 상황을 예상하고 파이와 그 슈에가 날린 얼음 송곳을 부수자마자 꼬리를 땅속에 집어넣은 채로 기다리고 있었던 것이었다.

목을 붙잡힌 바이올렛은 양손으로 자신의 목을 휘감고 있는 레아의 꼬리를 풀어보려 하였으나 얼마나 세게 조이고 있었는지 꿈쩍도 하지 않았다. 시간이 지체될 때마다 레아의 꼬리는 바이올렛의 목을 더욱 세게 조여갔고 바이올렛은 조금씩 힘이 빠지며 정신이 희미해져갔다.

"이대로 목을 부러뜨려 죽여줄..."

(서걱-!)

"...!!!"

바이올렛이 몸을 축 늘어뜨렸을 때 레아가 꼬리를 힘껏 조여 바이올렛의 목을 부러뜨리려는 순간, 갑자기 무언가가 날아들어와 그대로 레아의 꼬리를 절단해버렸다. 레아의 꼬리를 절단한 것은 바로 나타가 부메랑처럼 날린 쿠크리였다. 바이올렛의 목을 부러뜨리는 것에 잠깐이지만 정신이 팔렸던 탓에 레아는 미처 제때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만 꼬리를 절단 당해버린 것이었다.

"이것까지는 예상하지 못 했나**?"

"내 꼬리를... 감히...! 인간 따위가아아아!!!"

(슈욱-!)

"뭣?"
'재생했어!?'

꼬리가 절단 당한 것에 레아는 불같이 분노하며 괴성을 질렀다. 그러자 절단된 레아의 꼬리가 다시 원상태로 재생되었고, 레아는 자신의 꼬리를 절단한 나타의 눈앞으로 순식간에 이동하여 나타의 머리채를 붙잡아 그대로 땅에 내리찍었다. 

"크악!"

"역시 네녀석부터 죽여야겠어!"

그리고 손톱에 위상력을 집속시켜 날카로운 칼날처럼 만들어 나타의 심장을 꿰뚫어버리려 하였다. 

"그만둬!"

"!"

그때 그 슈에가 사검을 빼들고 눈으로는 쫓아가기 힘들 정도의 속도로 빠르게 레아를 향해 휘둘렀다. 허나 레아는 칼날처럼 만든 손톱으로 슈에가 휘두른 사검을 막아내고는 그대로 튕겨내 그 슈에가 손에서 사검을 놓치도록 만들었고 슈에는 레아에게 힘에서 크게 밀린 탓에 균형을 잃고 엉덩방아를 찧으며 넘어지고 말았다.

"앗...!"

"흥, 보아하니 힘을 사용할 수 있게 된 지도 별로 안 된 모양이지? 그런 주제에 방해하지 말라고!"

"슈에!"

레아는 다른 한 손으로 에너지탄을 만들어 그 슈에를 향해 날렸다. 그 슈에는 빨리 몸을 일으켜 피하려고 하였으나 이미 레아의 에너지탄은 빠른 속도로 날아와 코앞까지 도달한 상태였기 때문에 피하기에는 늦은 상황이었다.

곧 에너지탄이 직격하여 폭발을 일으켰고 폭발이 잦아들었을 때 그 자리에 있었던 그 슈에의 모습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았다.

"방해물은 처리했고... 자, 이제 죽여줄께."

그리고 레아는 다시 나타에게로 시선을 돌려 칼날처럼 만든 손톱을 바짝 세워 그대로 나타의 심장이 있는 부위를 향해 힘껏 뻗었다.

"죽어!"

(콰직-!)

"...! 뭐야, 어디갔어?!"

레아의 손톱이 나타의 몸에 닿기 직전, 어찌된 일인지 그 순간에 나타가 흔적도 없이 갑자기 사라져버린 것이었다. 나타가 갑자기 자신의 눈앞에서 사라지자 깜짝 놀란 레아는 고개를 이리저리 돌리며 나타가 어디로 사라진 것인지 살폈다. 그러다가 자신의 뒤에서 누군가의 목소리가 들렸고 그 뒤로 고개를 돌려보았다.

"슈에, 괜찮아? 그리고 당신도 어디 다치지는 않았나요?"

"넌..."

"언니...!"

뒤에는 아까 전에 완전히 처리했다고 생각한 그 슈에와 자신이 심장을 꿰뚫어버리기 전에 갑자기 사라진 나타가 누군가와 함께 있었다. 그 사람은 바로 파이, 정확하게는 이 세계의 파이였다. 그 슈에와 나타를 구했던 것은 바로 그 파이였던 것이다.

'뭐야, 어느 틈에 온 거지? 기척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는데...?'

"네가 왔다는 건... 이세하, 그 녀석도 왔다는 거냐?"

"아뇨, 그 분은 조금 늦을 겁니다. 그 D백작이라는 사람에게서 상황을 전해듣고 제가 먼저 온 겁니다. 그보다 전해들은 것만큼 상황이 좋지는 않군요. 어쨌든 다들 물러서 있으십시오. 저 사람은 제가 상대하겠습니다.'

그렇게 말하고 그 파이는 당당히 걸어나와 레아를 똑바로 노려보았다. 이에 레아는 불쾌한 표정을 지으며 그 파이에게 퉁명스러운 태도로 말하였다.

"뭐야, 그 건방진 눈빛은? 그리고 날 상대하겠다고? 그것도 혼자서? 하, 농담도 정도껏 해야지."

"농담이 아닙니다만."

"... 그런 태도가 열받는다고!"

레아는 손톱을 치켜세워 단숨에 그 파이의 가슴을 향해 뻗었다. 그런데,

(퍼어억-!)

"컥...!?"

레아의 손톱이 닿기도 전에 그 파이는 어느샌가 레아의 신체적 급소에 주먹을 열 번 정도 질러넣었고 레아는 약간의 피를 토하고는 몸을 조금씩 부들거리다가 순간 다리에 힘이 풀리며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뭐야...? 어느 틈에...!'

"확실히 말해드리죠. 당신은 제 상대가 아닙니다."

"우... 웃기지 마!!'

레아는 몸을 일으켜 파이의 눈앞에서 에너지탄을 날렸다. 틀림없이 피하지 못 할 것이라 생각했으나 놀랍게도 파이는 순식간에 레아의 등 뒤로 이동하여 레아의 등 부위에 있는 급소를 여러차례 강하게 손으로 찔렀다. 그 모든 행동이 1초조차 비교적 길게 느껴질 정도의 짧은 틈에 일어난 상황이었다. 

"아윽!"

레아는 다시 힘없이 주저앉고 쉴새없이 기침을 하며 그때마다 피를 토해냈다. 이러한 상황에 레아는 어떻게 된 일인지 도저히 가늠조차 할 수 없었다. 공격을 가했다고 생각한 순간에 그 파이는 이미 자신의 공격을 피한 것은 물론이며 오히려 그 사이에 자신에게는 공격을 이미 끝낸 상태였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항복할 의사는 없어보이는군요. 그럼 각오하시죠."

"!"

그 한 마디가 끝남과 동시에 그 파이의 공격이 이어졌다. 엄청난 속도로 파이의 공격은 하나도 남김없이 레아의 급소만을 찔러 레아의 몸에 외적으로나 내적으로나 치명적인 피해를 입혀갔다. 레아는 어떻게든 파이의 공격을 눈으로 쫓아가보려 하였으나 레아는 파이의 공격을 전혀 간파할 수가 없었다. 

혼자서 3팀의 멤버들을 상대로 우세함을 보였던 레아를 상대로 그 파이는 누가 보더라도 압도적인 차이로 레아를 밀어붙이고 있었다. 이러한 광경에 지켜보고 있던 모든 자들은 그 슈에를 제외하고는 경악을 금치 못하고 있었다.

"어째서... 공격이 전혀 보이지 않는 거지...?"

"제 공격을 볼 수 없는 게 당연합니다. 당신의 시간을 멈춘 사이에 공격을 끝낸 상태였으니까요. 그러니 당신이 저의 공격을 간파해내는 건 불가능합니다."

"뭐...? 시간을 멈춘다고...?!"

그렇다. 사실 그 파이는 눈으로 쫓을 수 없는 엄청난 속도로 공격을 한 것이 아니라 정확히는 레아의 시간을 일시적으로 정지시킨 뒤, 그 틈에 공격을 가하는 것이었다. 그래서 당연히 파이의 공격을 보고 간파하는 것은 불가능했던 것이다.

"그러고보니 이 세계의 파이 선생님은 능력을 자유자재로 사용하실 수 있다고 했었지..."

"무시무시하군..."

허나 시간을 멈춘 틈에 공격을 가했다고는 해도 강인한 육체를 가진 레아의 몸에 그 정도로 치명적인 피해를 입히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었다. 그것이 가능했던 것은 그 파이가 이 세계에서 오직 동생을 포함하여 많은 사람들을 구하고 지켜내기 위해 자신의 일족에게서 전수받은 암살기술을 버리고 자신만의 살상기술을 익혔기 때문이었다. 

아이러니하게도 일족에게서 전수받은 암살기술보다도 여러 특정한 형태에 일절 구애받지 않는, 어떤 형태로든 그저 상대방의 숨통을 확실하게 끊는 데에 집중한 살상기술이 더 자신에게 맞는 전투 스타일이었던 그 파이는 일족의 천재아이라 불렸던 자신의 동생인 그 슈에보다 얼음의 사검 없이도 전투능력면에서 더 높은 경지까지 오를 수 있었던 것이다.

"이제 그만 끝을 내도록 하죠."

그 파이는 다시 한 번 시간을 멈추고 이번에는 손과 발을 모두 이용하여 레아의 전신에 있는 모든 급소를 깊숙이 파고들어 체내의 혈을 대부분 끊어버렸다.

"시간은 다시 움직이기 시작한다."

(푸슈우우웃-!!)

"크어아악...!"

레아의 시간이 다시 움직이기 시작함과 동시에 레아는 눈, 코, 입, 귀에서 피를 쏟아내며 힘없이 땅바닥에 쓰러졌다. 파이는 쓰러진 레아의 상태를 살폈다. 레아는 숨이 멎은 것은 물론이고 심장 또한 뛰고 있지 않았다. 이를 확인한 파이는 작은 목소리로 레아에게 속삭이듯이 중얼거렸다.

"다음 생에는 착한 사람으로 다시 태어나길..."

"... 네녀석이 말이야..."

"!!!"

틀림없이 심장이 멈춰서 죽었을 터인 레아는 놀랍게도 다시 심장이 뛰기 시작하면서 살아나 천천히 힘겹게 몸을 일으켰다.

"위험했어... 하마터면 정말로 죽는 줄 알았으니까...!"

'일시적인 가사 상태가 되었을 뿐이었나... 하지만!'
"달라지는 건 없습니다!"

"글쎄... 과연 어떨까..."

그렇게 말하더니 레아는 손짓으로 친위대 병사들에게 무언가의 신호를 보냈다. 그러자 친위대 병사들은 가까운 거리에서 다른 인간들을 공격하고 있던 몇몇의 고위급 차원종들을 레아에게로 붙잡아 끌고 갔다.

"뭐, 뭐하는 겁니까?"

"시끄럽다! 따라오라면 따라와!"

"대장님! '가져왔습니다'!"

"좋아, 그럼..."

(슈욱-!)

"잘 먹겠습니다-♪"

친위대 병사들이 고위급 차원종들을 레아의 옆에 물건처럼 가져다놓자 레아가 꼬리를 넓게 펼쳐 친위대 병사들이 갖다놓은 고위급 차원종들을 포식하듯이 흡수하기 시작한 것이었다. 흡수당하는 고위급 차원종들은 비명을 지르며 발버둥을 쳤으나 이미 레아에게 완전히 흡수되버린 뒤였다.

"뭣...!"

"좋아, 좋아! 바로 이거야!!!"

흡수를 끝마친 레아는 그 파이에게 당했던 부상들이 말끔하게 회복되었고, 그것 뿐만이 아니라 위상력 또한 현저하게 상승하였다. 

"동료를 흡수하다니... 어떻게 그런 짓을!"

"동료? 너, 뭔가 착각하고 있는 거 아냐?. 과거에 그 녀석들은 우리 파우터들을 학살한 뒤에 끔찍한 외부차원에 추방시켰어. 그런 놈들이 동료라고? 농담이 꽤 지나친걸. 오히려 지금까지 살려주고 노예로 부려줬다는 사실에 감사해야 하는 게 아닐까? 그것도 마지막에는 나의 소모품으로 활약까지 했으니 이쯤되면 영광으로 여겨야지."

"당신... 그런 심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다니..."

"인간따위에게 이해 해달라고는 안 해. 됐으니 다시 시작해볼까? 이번에는 아까처럼 간단히 당하지는 않을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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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 모든 식재료(?)에 감사하는 마음을 담아 잘 먹겠습니다
2024-10-24 23:21:28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