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13)
건삼군 2018-11-21 0
정신을 차려보니 나는 집에 있었다.
그 어느떄와 같은 집은 그 어느 것들도 낯설게 느껴지지 않았지만, 무언가가 계속해서 날 불안하게 만들고 있었다.
대체 무엇이 날 이렇게 불안하게 만드는 것일까 곰곰이 생각하며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난 나는 방문을 열고 부엌으로 향했다. 아무도 없을 터인 부엌에서는 누군가 그릇들을 만지는 듯한 소리가 들리고 있었고 그 탓에 대체 누가 부엌에 있는 걸까 의심하며 발걸음을 죽이고 부엌에 다가간 나는 어느 한 남자가 요리를 하고 있는 것을 보았다.
누구지? 대체 누구길래 내 집에서 요리를 하고있는거지?
남자의 얼굴은 보이지 않았던 탓에 누구일까 궁금해진 나는 남자의 얼굴을 확인하기 위해 한발짝 가까이 다가갔다. 그러자 남자는 뒤를 돌아 나를 바라보았고 동시에 바닥이 무너지며 나는 깊고 깊은 어둠속으로 떨어졌다.
“!!”
떨어짐과 동시에 몸을 일으키며 허공에 손을 뻗자 나는 그제서야 내가 꿈을 꾸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온몸은 식은 땀으로 가득했고 손은 불안감에 가득 찬 나머지 수전증이라도 있는 마냥 떨리고 있었다. 억지로 팔을 붙잡으며 진정시키자 떨림이 이내 떨림이 멈추었고 이내 눈앞을 가리던 분홍색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자 그제서야 한숨을 내쉬며 고개를 든 나는 무언가 뺨을 타고 흘러내리는 것을 느꼈다. 대체 무엇일까 싶어서 뺨을 손으로 닦아내자 나는 내가 눈물을 흘리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어쨰서 눈물이 나오는 걸까. 분명 슬플일은 하나도 없을텐데.
눈물이 흐르는 이유를 깨닫지 못한 채 그대로 눈물을 닦아내고는 자리에서 일어난 나는 그대로 침대에서 일어나 이불을 개기 시작했다.
그렇게 이불을 개기 시작한 나는 의외로 커다란 침대를 보고는 어째서 내가 2인용 침대를 샀었는지 이유를 생각하기 시작했다.
기억력에는 자신이 있기에 곰곰이 생각해 보았지만 이유가 떠오르는 일은 없었다. 반드시 이유가 있을텐데 말이다. 집에 혼자서 살면서 2인용 침대와 커다란 이불을 마련한 이유가 분명 있을 것이다.
마치 기억이 검은색으로 칠해진 것 처럼, 아무리 생각해봐도 기억이 나질 않았다. 그저 막막한 답답함이 느껴질 뿐.
어쩔 수 없이 기억하는 것을 포기한 나는 방을 나가 간단하게 아침밥을 준비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또,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다.
“...수저하고 그릇이 왜 이렇게 많지?”
분명 이렇게 많이 샀던 기억은 없는데...
요즘들어 이상한 느낌을 느낄때가 자주 있다.
분명 기억에 없는 것들인데 그리움이 느껴지거나, 집안에 있는 물건들인데 어떻게 해서 가지게 되었는지 전혀 기억이 나질 않는다든가. 그 탓에 항상 불안감이 나를 감싼다. 무언가 중요한 것을 놓친듯한 기분이 계속해서 날 불안에 떨게 만든다.
아니야, 너무 깊게 생각하지 말자. 그냥 기분 탓일꺼야.
억지로 불안감을 떨쳐낸 나는 이내 간단하게 식사를 하고는 준비를 마치고 집을 나와 언제나 처럼 팀원들이 매일 모이는 대기실로 향했다.
버스를 타고 10분거리를 지나 버스에서 내려 어느 건물 안으로 들어가 계단을 몇번 올라가고 복도를 지나 어느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가자 그곳에는 언제나처럼의 팀원들이 앉아있었다.
“슬비야 어서와~”
“오늘은 좀 늦었군 대장.”
“어서오세요 누나!”
팀원들이 반갑게 인사하자 나는 고개를 가볍게 끄덕거리며 똑같이 인사하였고 이내 의자에 앉아 밀린 보고서 처리를 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유리가 내게 가까이 다가와 말을 걸었다.
“슬비야, 네가 오기 전까지 나하고 테인이가 수수께끼 하나를 풀고있었거든? 그런데 아무리 생각해 봐도 도통 답을 모르겠어서...”
“수수께끼?”
“응. 그냥 어째서 우리 대기실에는 의자가 5개 있는지에 대한 수수께끼. 요즘 테인이가 탐정물에 빠진 것 같거든~”
“미안. 나 보고서를 먼저 작성해야 해서. 이따가 같이 생각해 보자.”
유리의 말을 듣자 여전히 유리의 순진함에 미소를 지은 나는 가볍게 거절하며 다시 노트북으로 보고서를 빠르게 작성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인간이란 원래 한 가지 의문이 들면 그것이 풀릴 때 까지 생각을 떨쳐내지 못하는 생물이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