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혀지다(19)
건삼군 2018-11-21 0
“야 소영. 너 여기서 뭐해.”
“!!”
그렇게 아무도 말을 꺼내지 못하던 침묵속에서, 한 남자의 차가운 목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반사적으로 목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고개를 돌리자 나타가 소영누나를 째려보며 서있었다.
“나타...”
순간 나타를 바라보며 힘없는 목소리로 그의 이름을 부른 소영누나이지만 계속해서 흐르던 눈물 떄문에 소영누나는 말을 잇지 못한 채 조용히 흐느끼고있었다. 그러자 나타는 한걸음씩 소영누나에게로 다가가며 말을 이었다.
“병원 진단서, 봤지.”
“...응.”
“나한테 5년 밖에 없다는거, 알지?”
“...응.”
“그래서, 그것 떄문에 나한테서 도망치려 한거야?”
“...도망친거 아니야. 그냥... 잠시 혼란스러워서...”
“그러니까 결국 도망 쳤다는 거잖아.”
“...”
소영누나는 나타의 말에 뭐라고 답하지 않았다. 아니, 답하지 못했다는 것이 조금 더 정확한 표현일 것이다. 하지만, 나타는 대답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말을 이어갔다.
“나한테 5년 밖에 남지 않았다는거, 사실이야.”
“...5년이라도, 좋아. 난...”
“말해두는데 5년이 길다고 생각하면 큰 착각이야.”
“...알아. 하지만... 난... 너와 함께 있고싶어.”
“언젠간 헤어질텐데?”
“헤어지더라도.”
“내 성격 더러운거 잘 알텐데?”
“괜찮아.”
“평범하게 사는 방법을 모르는데도?”
“내가 알려줄게.”
“...후회해도 난 모른다.”
“후회하지 않을거야. 하지만... 무서워.”
“뭐가?”
“...언젠간 네가 사라진다는 사실이... 너무나도 무서워.”
“...하, 참나... 사람 곤란하게 만드는 여자네.”
순간, 소영누나의 바로 앞까지 다가간 나타가 소영누나를 껴안으며 조용히 소영누나의 머리를 토닥였다. 그리고 나지막하게 중얼거렸다.
“걱정말라고. 무서우면 내가 같이 극복할수 있게 도와줄테니까.”
삼류 드라마에서나 나올법한 그의 말은 어딘가 어설프고 융퉁성이 없는듯하게 느껴졌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여성의 두려움을 사라지게 하는데는 충분하였다.
그 후로 한동안 소영누나의 울음소리가 아무도 없는 거리에 서럽게 울려퍼지며 쓸쓸한 밤하늘을 에워쌌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밤하늘의 달빛은 거리의 쓸쓸함을 한층 더 깊게 느껴지게 하였지만, 그 쓸쓸함의 어딘가에서 자그만한 행복이 느껴졌던 것은 분명, 착각이 아니였을 것이다.
그날 밤, 나는 한 가지 소망을 떠올렸다. 지극히 평범하고도 보잘것 없는 소망을.
사랑하고 있는 사람과 같이 살고싶다는 소망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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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