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거, 미래, 그리고 너 (9) -바뀌다[End]
건삼군 2018-11-06 5
“...!”
더는 그의 상처입은 모습을 보고있을수가 없었다. 몸도, 마음도, 모든것을 타인을 위해 바친 그의 모습을 보고있자니 너무나도, 가슴이 찟기는것 처럼 아파왔다.
그의 과거중 나와 다른사람들을 포함한 그 누구도, 그를 이해하지 못하였다.
하지만, 정녕 이해하지는 못할지라도 그를 괜찮다고 타이르며 안아주는것 정도는 할수 있지 않았을까?
“...내 선택 떄문에 결과가 그런것인데도?”
“다른 여지가 없었잖아.”
“...나 떄문에 너와 다른사람들이 모두 죽어버렸는데도?”
“난 지금 여기에 살아있잖아.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고.”
“...언젠가는 내가 모든것을 망쳐버릴텐데도..?”
“그렇게 내버려 두지 않을거야. 너는 혼자가 아니야. 그러니... 나한테 맏기고 이제 그만 쉬어.”
“...쉬어도 되는건가 나는...?”
“당연하지 바보야. 너 지금까지 쉬지도 않고 노력했잖아.”
“...그런건...가.... 나 노력했구나...”
“그래. 넌 노력했어. 바보같이 모든것을 버리면서.”
그렇게 그를 위로하며 달래자 조금씩 그의 모습이 흐려지기 시작했다는 것을 알아채었다. 아마 곧 있으면 그는 이곳에서 사라질 것이다. 사라진 다음에 원래의 시간으로 돌아가는 것인지, 혹은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는 것인지는 모른다. 하지만 나는 알고있다. 어느쪽이든, 그는 더 이상 자신을 죽인다는 바보같은 결정을 하지 않을것이라는 것을.
자신의 인간성을 대가로, 하나의 기적을 이루어낸 소년이 있었다. 그러나 소년은 그 이루어낸 기적을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에서 자신의 손으로 직접 무로 돌려버렸다.
얼마나 허무했을까. 인간성까지 버려가며 이루어낸것을 자신의 손으로 부순 소년의 마음은 얼마나 텅 비었을까 생각하면 너무나도 가슴이 아파온다. 그러니 오만한 생각이긴 하지만 조금이라도, 끝내 모든게 메마르고 구름으로 덮힌 그의 마음에 빛이 되보도록 하자.
그렇게 속으로 다짐하자 그가 나에게 힘없는 목소리로 조용히 말을 걸어왔다.
“...이슬비. 한가지만 묻고싶은게 있다.”
“뭔데?”
“너는... _________”
“!!!”
반쯤 투명해진 모습으로 그가 마지막으로 내 귀에 속삭인 한마디가 그의 모습이 사라짐과 동시에 희미하게 머릿속에 울려퍼지며 나를 흠칫하게 만들었다.
그는 말했다.
[너는... 눈부시구나.]
“...바보.”
어느새 그가 내 품에서 사라졌다는 것을 자각하며 나는 그렇게 작게 읆주렸다.
나 자신도 왜 흘리고 있는지 모를 눈물이 계속해서 내 뺨을 타고 흘러 내렸지만 나는 그것을 닦으려고 하지 않았다. 그 대신, 나는 그대로 뒤를 돌아 상처 투성이인체 바닥에 쓰러져 있던 이세하를 바라보며 살며시 웃음을 얼굴에 띄우며 말했다.
“이세하. 앞으로는 네가 어딜가든 꼭 달라붙어서 따라갈테니까 도망갈 생각 하지마.”
“...그거 무섭네.”
“무서우라고 말한거야. 그래야지 네가 길을 잘못잡을 염두조차 내지 않을테니까.”
“참나... 말해두는데 나는 그녀석 처럼은 안될꺼거든?”
“그거야 모르지. 내가 보기에는 너나 그녀석이나 똑같았거든.”
잠시 그렇게 서로 가벼운 농담을 주고받은 우리는 서로를 보고 미소를 지으며 노을이 지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이세하는 노을을 바라보며 어딘가 먼 곳을 주시하는 듯한 눈빛과 함께 입을 열었다.
“노을이라... 왠지 쓸쓸해 보이네. 꼭 뭐가 끝난것 처럼.”
“동감이야. 하지만 무언가 끝나면 새로운것이 시작된다는 법이잖아? 그러니까...”
“앞으로 잘 부탁할게. 이세하... 아니, 세하야.”
“그래... 나도 잘 부탁할게. 슬비야.”
그래. 노을은 쓸쓸하지만 그 쓸쓸함 뒤에는 밤이라는 휴식과 일몰이라는 시작이 찾아온다.
오늘이 한해의 마지막 날이지만 내일은 신년의 첫 날인것 처럼.
그렇게. 지치고도 힘들었던 하루가 지나가며 우리는 운명을 조금씩 바꾸어 나갈것을 맹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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몸이 먼지처럼 사라지는 감각은 생각과는 달리 꽤냐 편안한 기분이였다.
그런 편안한 기분에 몸을 맏기며 나는 앞으로 어떻게 되는 것일까 생각하며 눈을 감았다.
다시 본래 있어야 할 시간으로 돌아가게 되는것인가, 아니면 또 다시 과거로 돌아가 같은 반복되는 시간속에서 지내게 되는 것일까. 대답은 나도 모른다. 하지만 그 어느쪽이라도, 아무래도 좋을것 같았다.
그렇게 생각하며 마음을 놓자 지금까지 조용했던 주변에서 갑자기 시끄러운 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일어나~ 안일어나면 버스 떨어뜨린다? 일어나. 안일어나면 버스 떨어뜨린다?]
무언가 익숙한 목소리가 반복해서 울려퍼진 탓에 눈을 뜬 나는 몽롱했던 정신을 간신히 똑바로 잡으며 소리가 바로 내 옆에 놓여져 있던 핸드폰에서 울리고 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뭐가 어떻게 된걸까 생각하며 알람을 멈추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핸드폰을 집고선 알람을 꺼버린 나는 그제서야 내가 침대에서 잠옷차림으로 있었다는 것과 내가 한때 자고 살았던 방에 있었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뭔가 이상하다. 칠흑의 갑주와 지옥과도 같던 풍경은 어디가고 이런 맥빠져 보이는 잠옷을 입고있는것과 내가 이런 평화로운 방안에 자고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렇게 아직 일어난지 얼마 되지않아 몽롱한 머리를 굴려보자 한가지의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쳐지나감과 동시에 내 몸을 완전히 일으켜 세워 방안에 놓여져 있던 거울을 향해 움직였다.
새하얗게 변했던 머리카락이 다시 원래의 염색된 흑발로 돌아와있었다. 그것뿐만이 아니다. 보라색으로 변색되었던 눈동자 또한 본래의 금색으로 돌아와있었다.
“설마, 그럴수가... 혹시...”
**듯이 뛰기 시작한 심장을 간신히 억누르며 그렇게 중얼거린 나는 그대로 자신이 잠옷을 입고있다는 사실을 잊은체 문을 열고 집에서 뛰쳐나와 나를 이상하게 쳐다보는 사람들을 무시하며 거리를 정신없이 달리기 시작했다.
그렇게 얼마간을 뛰었을까, 어느새 익숙한 건물에 도착한 나는 그대로 건물에 지체없이 들어가 계단을 수십번정도 오르고는 하나의 [임무수행중] 이라는 팻말이 비뚤어진채 걸려있는 문앞에 숨을 거칠게 내쉬며 섰다.
혹시나 아무도 없으면 어떻하지? 라는 생각이 뇌리를 스치며 불안감을 가져다 주었지만 나는 그 불안감을 억지로 떨쳐내며 간신히 숨을 고르고는 깊에 심호흡을 하였다.
그렇게 심호흡을 몇번 반복하며 심장이 조금은 가라않기를 바랬지만 **듯이 뛰는 고동은 그 움직임을 조금이라도 늦출 기색을 보이지 않았다.
그런탓에 진정하는것을 포기한 나는 **듯이 뛰는 심장을 뒤로한채 문고리에 손을 갔다대고는 천천히 문을 열었다. 그러자 여러 목소리가 나를 반기며 들려왔다.
“어? 세하형! 안녕하세요~”
“오? 동생, 왜 그런 잠옷차림으로 온거야? 혹시 잠 덜꺴어?”
“세하너, 또 밤늦게 게임한거야? 못말린다니까~”
이건 분명 꿈일거다. 꿈이 아니고서는 이런일이 일어날수가 없다.
“미안하지만 꿈이 아니야.”
“!!!”
꿈이라고 생각하며 이 상황을 의심하던 내게 나를 구원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리고 용서해 주었던 사람의 목소리가, 마치 꿈이라는것을 부정하듯 아주 선명하게 들려왔다.
약속, 지켰구나...
모든것을 시도해보고 지쳐있던 내가 선택했던 결정을 부정하고는 나를 나락에서 끌어올려준 너는, 끝내 약속을 지켰구나.
나는 결국 내 손으로 소원을 이루지 못했다.
나는 잘못을 바로잡지 못했고 노력하던 도중에 포기하고 안식을 택했다.
하지만, 내 소원은 내가 아닌 다른 이들의 도움으로 이루어졌다.
그러니 내가 지금 해야될 말, 그것은 바로-
“아아... 다녀왔어. 슬비야.”
“그래. 어서와 세하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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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