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roject:C.U.B.E (2)
건삼군 2018-10-28 0
끝없는 복도를 달리기 시작한지 몇십분이 지났을까, 점점 지쳐가던 우리는 결국 잠깐 휴식을 취하기로 했다. 아무래도 그 ‘무언가’는 더 이상 우리를 쫓아오지 않는듯 했고 주변도 딱히 위험한게 없다는 것을 확인했기에 그나마 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쉴수있었다.
그렇게 쉬고있던 와중, 무전기가 잡음을 내며 작동했다.
“여보세요? 얘들아, 들리니? 괜찮아?”
“네 들려요 언니.”
“그렇구나... 정말 다행이야. 너희들이 접속하고서 모니터링이 갑작스럽게 끊겨서 무슨 일이라도 생긴줄 알았어... 상황은 어때?”
유정누나가 상황을 물어보자 이슬비는 자초지종을 설명했다. 그러자 유정누나는 믿기지 않는다듯이 잠시 침묵했다. 하지만 이내 마음을 가라 앉히셨는지 현재 현실쪽의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하셨다.
“이쪽도 지금 난리가 났어. 현재 CUBE시스템의 메인 서버에 문제가 생겨서.... 기술자들의 말로는 메인테넌스 시스템이 자동적으로 오류를 수정했다고 했는데 완벽하게 수정되지 않아서 분리절차 프로그램이 작동하지 않다고... 즉...”
분리절차 프로그램? 그게 고장나면 뭐 문제라도 있나?
“...그곳에서 사망처리되면 현실로 돌아오지 못할수도 있어.”
“...네?”
방금 분명 내가 잘못 들은게 아닐까? 이곳에서 죽으면 다시는 돌아가지 못한다니, 마음대로 돌아가지도 못하는데 죽으면 아예 못 돌아온다고? 아니 아무리 그 안전절차를 매번 무시하는 유니온이라고 해도 너무한거 아니야? 가상현실에서 죽으면 진짜로 죽는다고? 장난하나...
“지금 기술자들이 분리절차 프로그램을 고칠려고 안간힘을 쓰고있긴 하지만... 아무래도 힘들것 같아. 그러니 일단 내부 분리 장치를 너희가 찾아서 나와야 할것 같아. 장치의 위치정보는 너희의 단말기로 보내놨어. 부디... 조심하렴.”
통신이 끝나자 우리들은 서로 굳은 표정을 지은체 침묵했다. 아마 모두 상황이 얼마나 심각한지 깨달은 것이리랴.
“대체 여기에서 무슨일이 벌어진 걸까요...?”
모두가 쥐죽은듯이 침묵하던중 테인이가 지친듯한 목소리로 질문을 던졌다. 그러자 누군가의 목소리가 사방에 울려퍼지며 대답했다.
-구원. 그게 바로 이곳에서 벌어진 일들을 요약하는 단어다.-
“누구야!”
갑작스럽게 검은 형체가 출현하고 목소리가 들려옴과 동시에 제일 먼저 반응한건 내 손에 들려있던 건 블레이드였다. 반사적으로 휘둘러진 건 블레이드의 궤적은 검은 형체를 베어내었지만 목소리는 계속해서 울려 퍼졌다.
-나는 너희를 구원하겠다.-
구원한다고? 그게 무슨 개같은...
[콰광!]
순간적으로 말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한탓에 잠시 한눈을 팔자 굉음이 울리며 아까의 그 ‘무언가’가 벽을 부수고 나와 우리들을 바라본체 소름끼치는 웃음을 지으며 전기톱을 작동시켰다.
“**!”
가벼운 욕설을 내뱉으며 즉각적으로 반응해 건 블레이드를 ‘무언가’에게 겨눈 나는 그대로 지체없이 푸른화염으로 둘어쌓인 공파탄들을 발사했다. 푸른화염탄들이 ‘무언가’에게 명중함과 동시에 ‘무언가’의 꿰메진 왼쪽 팔을 절단했고 바로 뒤에있던 검은 형체로 함께 궤뚫었지만 목소리와 ‘무언가’는 여전히 그 모습을 유지하고 있었다.
하지만 내가 발사한 공파탄은 팀원들의 태세를 같추기 위한 시간을 벌기에는 충분했고 이내 대비를 마친 팀원들은 모두 일제히 공격을 퍼부었다.
“베어져라!”
기합과 함께 휘둘러진 서유리의 검이 ‘무언가’의 오른쪽 다리를 절단했다.
“움직이지 마!”
그리고 이어서 미스틸테인이 소환한 창들이 검은형체와 ‘무언가’의 움직임을 봉쇄했다. 그러자 이슬비가 끝내려는듯이 비트를 소환해 전자기력을 집중시키며 비트를 가속해 음속으로 쏘아내려 했지만 움직임이 봉쇄된 ‘무언가’가 절규하듯 비명을 지르며 전기톱을 휘둘러 주변의 모든것들을 부숴버리기 시작한 탓에 생긴 진동으로 인해 뒤로 물러날수밖에 없었다.
“대체 저게 뭐냐고...”
차원종처럼 보이지만 차원종이 아니다. 아니, 애초에 저 흉측한 모습은 이미 생물이라 할수도 없을정도로 끔찍한 모습을 지니고 있었다. 처음부터 우리들을 공포로 몰아넣었던 저 괴기스런 모습은 우리들의 공격으로 인하여 더욱 더 흉측하게 변한탓에 공격이 통했다는 안도감 보다는 꺼림칙한 거부감이 더욱 들고있었다.
하지만 저 흉측하게 생긴 생물체도 불사는 아니였는지 잘린 왼쪽팔과 다리를 바둥거리며 최후의 발악을 하다가 결국 힘이 빠졌는지 추욱 늘어지며 쓰러졌다. 평소같았으면 적을 해치웠다는 안도감에 빠져 팀원들이랑 하이 파이브라도 날렸겠지만 지금은 그저 공포감이 우리를 감쌀 뿐이였다.
“...대장, 지금 이라도 임무를 포기하는게 어때?”
그렇게 다들 왠지모를 공포감에 빠져 쓰러진 괴생명체를 보고있던 와중 제이 아저씨가 조용히 말을 꺼냈다. 임무를 포기하자는 말을.
“하지만... 아직 기술자랑 요원들을 구하지 못했잖아요...”
“어른으로써 이런말 하기는 좀 뭐하지만... 아마 이곳 상황이 이렇게 된걸 봐서는...”
냉철하게 생각해보면 제이 아저씨의 말이 맞다. 저런 괴생명체가 돌아다니고 저런게 여러개 돌아다니고 있을지도 모르는데 요원들과 기술자가 살아남았을 거라고 생각하기는 힘들다. 게다가 상황이 달라졌다. 여기서 나갈수 있는 방법은 바깥에서 우리를 꺼내주는것과 우리가 직접 이 세계에서 장치를 찾아 나가는 방법, 이 2가지가 있지만 전자는 프로그램의 오류로 불가능하다. 이곳에서 나갈 유일한 방법은 후자 뿐, 그것도 굉장히 위험하고도 까따로운 방법이다.
결국 우리에게 주어진 선택지는 구출작전을 계속하거나, 아니면 분리장치를 찾아 임무를 포기하고 이곳에서 나가든가, 둘중의 하나다. 하지만 두가지 선택지 모두 분리장치가 있어야 성립될수 있기때문에 결국 우리는 분리장치를 우선으로 수색하기로 했다.
“그럼 일단 이 복도에서 나갈 방법을 찾아야...”
[쾅!]
...아... 설마 또 나타난건...
또 다시 들려온 굉음에 설마하며 뒤를 돌아본 나지만 역시나 뒤돌아 본곳에 있던건 아까랑 똑같은, 혹은 더욱 흉측하게 느껴지는 괴생명체였다. 물론 아까의 전투로 우리들의 힘으로 괴생명체를 충분히 상대할수 있다는것을 알았기에 공포감을 뒤로 미루고 전투를 준비했지만 괴생명체의 수는 하나가 아니였다.
“...이거 꿈이지?”
복도를 가득 덮은체 이쪽으로 빠르게 다가오는 괴생명체를 본 나는 현실을 부정해 보며 내 눈을 의심했다. 물론 지금 우리가 있는 세계는 가상이니 꿈이라고도 할수는 있겠지만... 이런 꿈은 사양이다.
“모두 뛰어!”
괴기한 생명체로 가득한 복도에 울려퍼진 한마디에 우리는 일제히 도망치기 시작했다. 하지만 이곳은 끝없는 복도였고 저 괴물들을 따돌릴수 있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았다.
“이슬비! 이제 어떻게 할거야!?”
달리며 황급하게 이슬비에게 물어보았지만 이슬비 또한 나처럼 패닉한 상태였는지 내 질문해 대답하지 못했다. 평소에는 제이 아저씨 다음으로 침착하고 냉철한 이슬비지만 그녀 또한 결국 나와 똑같은 고등학생이다. 노련한 제이 아저씨 조차 답을 찾을수 없는 이 상황에서 이슬비가 패닉하는건 당연한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계속 달리며 도망갈수도 없다. 아까처럼 충격파로 저 괴물들을 묶어놓는 방법을 쓰기에는 괴생명체의 숫자가 너무 많았고 더불어 아까처럼 방화벽이 주변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그렇게 답이 보이지 않는 상황에서 서서히 자포자기를 시작한 나는 이제 끝인가 생각하며 앞을 바라보았다. 그러자 아까 까지만 해도 없었던 커다란 깨진 거울이 우리들의 앞에 놓여져 있었다. 거울에는 우리들의 모습 대신 한 마을이 비춰지고 있었고 그 비춰진 풍경을 본 순간, 나는 한가지의 도박을 걸었다.
“모두 거울속으로 뛰어!”
“뭐?”
내 목소리를 들은 팀원들은 순간 일제히 달리가다 내 얼굴을 쳐다보며 황당한듯이 의문스런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이내 내가 농담을 한것이 아니란것을 깨닫자 모두 고개를 끄덕거리며 거울을 향해 돌진했다.
“모 아니면... 도!”
그렇게 일제히 거울속으로 뛰어든 순간, 주변이 빛에 휩싸이며 우리들을 집어 삼켰다.
Hainsman님의 작품을 허락을 맡고 대신 업로드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