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서를 사랑한 나쁜 아이

firsteve 2018-10-17 5

멸망이 찾아왔다 라고 그는 생각했다.

일반적인 차원종이라면 자신은 물론 파트너인 파이와 2분대 아이들까지 무난하게 대응할 수 있었겠지만, 이건 경우가 달랐다.

더스트. 차원전쟁 때부터 인류를 공포에 떨게 만든 최악의 차원종.

그나마 둘로 분리 되어 있던 시절은 불사가 없어, 제거가 가능했다지만 이제는 상황이 달랐다.

불사.

죽지 않는 자가 된 모든 걸 먼지로 바꾸는 멸망의 화신이 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후훗….역시 불사성을 손에 넣으니까 이렇게나 쉽구나. 뭐….벌레 같은 인간 치고는 잘 했어, 볼프강. 칭찬해주는 의미에서 네
가 그렇게도 좋아하는 그 사람들 앞에서 죽여줄게.”

“크윽….더스트…..너 이자식…..”

볼프강이 움직이려고 했지만 공중에 나타나있는 쇠사슬에 몸이 묶여 버둥거릴 뿐이었다.

“그건 쉽지 않을 거야. 예전에 서지수가 우리를 죽이려고 할 때, 썼던 사슬이거든. 네가 서지수 급이 아닌 이상, 풀기 힘들다고.”

더스트가 시선을 뒤로 돌려, 만신창이로 땅을 구르고 있는 사냥터지기 팀을 보며 웃음을 지었다.

“참 보기 좋은 광경이야. 인간들이 벌레처럼 바닥을 기는 모습이라니….아…..흥분되잖아? 홧김에 죽여버릴 지도 모르니까 일단은 결계~”

더스트가 손가락을 튕기자 거대한 회오리의 결계가 볼프강과 사냥터지기 팀을 갈라놓았다.

“보….볼프강 선생님!”

“선배!”

“볼프 쌤!!!!”

파이와 루나, 그리고 소마가 다급하게 회오리로 뛰어들자, 엄청난 격통과 밖으로 튕겨나왔다.

“아윽…..이….이게 대체…..”

“먼지로 만든다는 더스트의 힘인가요…..이건…..제 아이기스로도 버티기 힘들지도…..”

파이와 루나가 절망적인 표정으로 회오리를 보며 중얼거리자, 소마가 톤파를 집어들고는 자세를 잡았다.

“….파이 선생님. 루나야. 볼프 쌤은 내가 구해볼게. 그러니까 가서 젤리랑 의료팀들을 데리고 와줘.”

“무리야, 소마! 저건 너라도 못 뚫는다고!”

“괜찮아…나 튼튼하잖아. 그리고 죽을 만큼 아파도 선생님이 죽는 것보단 나아. 어차피 난 안 죽어.”

소마가 회오리를 향해 달려가 부딪히자, 그녀를 먼지로 만들어버리겠다는 듯 엄청난 격통이 소마에게 찾아왔다.

밀려나 튕겨 나오려는 몸을 그녀는 발로 바닥을 부수면서 억지로 앞으로 밀었다.

피가 쏟아지면서 회오리의 검은 색이 붉게 물들어지며 그녀의 시야를 방해했지만 그녀는 상관없다는 듯이 몸을 밀어붙였다.

인드라로 세 번 나눠서 가속하는 걸로는 못 뚫어….그렇다면….한 번에 내가 할 수 있는 9번의 가속을 사용한다면…..

소마가 머리에 떠오른 생각을 실행하기 위해 다리에 힘을 모으자, 그녀의 몸이 비명을 질렀다.

무리라고. 하는 순간 망가질 거라고.

몸은 그렇게 외치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앞을 보며 시동어를 외쳤다.

Neunfach beschleunigt(9배 가속)

그 순간, 그녀의 몸이 빛과 동화되듯 변하더니 결계를 강제로 비집고 들어갔다.

한 줄기의 번개 같은 소마의 등장에, 더스트조차 반응이 늦었다.

그 모습을 눈에 담은 소마가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우리 볼프 쌤한테서 떨어져, 이 못난아!!!!!!!!!!!!!!”

초가속된 상태의 천강성이 더스트에게 작렬하자, 그녀가 엄청난 충격과 함께 뒤로 날아가버렸다.

“하아….하아…..하아……못난이주제에….어딜 대들어…..꼴 좋다….”

하얀 특수요원복이 너덜너덜해져서 군데군데 피투성이의 살갗이 보이지만 그녀는 아랑곳 하지 않고 더스트를 향해 독설을 내
뱉었다.

“소마….이 바보가….왜 들어온 거야!빨리 나가! 그리고 녀석들을 데리고 얼른 이 자리를 뜨란 말이야!”

“싫어요!”

강하게 터져 나온 소마의 말에 볼프강이 압도된 듯 움찔하자, 소마가 눈물을 머금은 채 그에게 말했다.

“싫다고요! 내가 다 구할 거에요. 루나도 파이 쌤도 젤리도 엘리스도 언니도 발등닦이도 그리고 볼프 쌤도 모두 구해낼 거야!”

소마가 강렬한 의지를 내보이며 전투자세를 갖췄다.

하지만 상대는…..더스트다.

쉽게 이길 수 있는, 아니, 이기는 것이 가능한지 조차 알 수 없는 인류가 꺾기 힘든 차원종이다.

그러나 그녀는 톤파를 다잡고 자신을 향해 다가오는 거대한 악몽에 마주했다.

“이 누더기 물통이…..감히….감히 내 아름다운 얼굴에 상처를…..누더기인 네 몸뚱이를 산산조각 내주겠어!”

“해볼 테면 해 보던가! 못난이!”

소마가 땅을 차며 달려오자, 더스트가 엄청난 수의 광선을 그녀에게 쏟아 부었다.

피하기가 바늘 구멍보다 힘든 지경일 정도로 촘촘한 광선의 향연이었지만, 그녀는 웃음을 지었다.

“못난이, 너 까먹었나 본데…..나 이래봬도 꽤나 빠르거든?!”

파직 하는 전기가 튀는 소리와 함께 그녀의 몸이 잔상을 일으키며 그녀에게 다가왔다.

더스트의 공격보다 빠르게 그녀의 앞에 도착한 소마가 주먹을 꽉 쥐며 말했다.

“천강성 Doppelte Beschleunigung(2배 가속)”

순식간에 가공할 속도의 천강성이 2번 연속으로 더스트에 작렬하자, 그녀의 몸이 비틀거렸다.

“이게….!”

“아직 안 끝났어! 이거나….먹어!!!”

더스트의 말이 채 나오기도 전에 연이어서 그녀의 톤파가 머금고 있던 막대한 위상력을 내뿜었다.

바샤비 샤크티!!

그녀의 외침과 동시에 카트리지에 있던 모든 위상력들이 동시에 개방되며 벼락이 치는 소리를 냈다.

그 엄청난 열량과 충격파에 더스트의 몸이 하늘로 떠오르자, 소마가 불길과 함께 떠올라 그녀의 멱살을 잡았다.

“땅바닥에나 쳐박혀, 못난이!!!!!!!우랴아아아!!!”

엄청난 파괴력으로 그녀의 멱살을 잡은 채 그녀는 바닥으로 가속했다.

특수요원이 되며 강화된 파천아수라, 그 귀신의 춤이 더스트의 몸을 바닥에 내려찍었다.

엄청난 폭발과 함께 소마가 반동으로 날아가다가 얼얼한 팔을 다른 손으로 붙잡으며 말했다.

“이제….죽어!!!!!!!!!!”

소마의 분노를 담은 영겁의 불길이 더스트가 묻혀버린 땅으로 날아가 폭발했다.

순식간에 자신이 낼 수 있는 최대한의 화력을 연이어 쏟아낸 소마가 착지하자마자, 거친 숨을 몰아 쉬었다.

“헤헤….못난이 주제 까불기는….”

소마가 미소를 지으며 볼프강에게 돌아서려는 순간…그녀의 어깨에 구멍이 뚫리며 피가 흘러나왔다.

“아윽…..뭐….뭐야….?”

당황한 소마가 고개를 돌리자, 더스트가 먼지투성이가 된 몸으로 그녀를 향해 손가락을 내밀고 있었다.

“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감히 너 따위 **조각이 나한테 이런 꼴사나운 꼴을 보이게 해?! 계획 변경을 바꿔줄
게. 네 녀석부터 갈기갈기 찢어버리고 그 조각은 몽땅 우리 차원의 쓰레기들한테 먹여주겠어!!!!”

저주라는 저주를 다 하면서 다가오는 더스트의 모습은 가히 악마라고 칭해도 한참 부족했다.

“소마. 당장 여기서 도망가! 저 녀석이 진심으로 나오면 너는 죽는다고!”

“알아요. 하지만, 도망가지 않을 거에요….난…..선생님을 지키고 싶으니까. 포기 안 할 거에요!”

구멍이 뚫린 부분에서는 계속해서 피가 흘러나왔다.

회복되고도 남아야 할 시간인데도 그녀의 몸은 재생되지가 않았다.

“야, 못난이. 너 내 몸에 뭘 쏜 거야?재생이 안되잖아.”

“아, 그거? 어때? 질긴 네 재생력도 이거에는 못 당하겠지? 그건 회복불가의 저주야. 오리지널 전능의 영약이었다면, 이 힘으로
도 재생을 못 막겠지만 고작 인간이 만든 가짜에다가 그걸 희석하기 위한 여과기인 네 누더기 몸뚱이라면…..절대로 못 회복하지.”

“그럼 안 맞고 두들겨 패줄게.”

소마가 주먹을 꽉 쥐며 위상력을 끌어올리다가 밀려오는 엄청난 격통에 비명을 질렀다.

“아아악….! 아….아파…아파!!!”

“캬하하하하~!깜빡하고 말 안 했네~회복불가 저주를 쏠 때 동시에 위상력을 쓰면 격통에 시달리는 저주도 걸었는데~캬하하~”

“이 비열한 못난이가…..!아악…..!”

더스트의 도발에 소마가 순간적으로 위상력을 끌어 올리다가 몸이 뒤틀리는 듯한 엄청난 고통에 바닥을 뒹굴었다.

“캬하하~이제 어쩌려나~위상력이 없으면 날 때릴 수도 없고, 그렇다고 도망도 칠 수 없고, 볼프강을 구할 수도 없고, 끝이네, 소마? 캬하하~”

더스트가 비웃음을 지으며 그녀에게 고개를 돌린 순간, 그녀가 땅바닥에 주먹을 댄 채 중얼거리는 걸 보고는 순간 오싹함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더스트의 발밑에서 엄청난 불꽃기둥이 솟아올랐다.

아그네야스트라의 파괴력에 잠시 더스트가 주춤하자, 소마가 온 힘을 모아 그녀에게 달려들었다.

“한놈, 두시기, 석사아암!!!”

가공할 위력으로 날아들어오는 3연속 발차기에 더스트가 바닥으로 떨어지자, 다시 한 번 그녀에게 파천아수라를 내려 꽂았다.

폭발에 대한 반동으로 튀어 올라 바닥을 나뒹구는 소마의 모습에, 더스트가 이를 갈았다.

“어떻게 된 거야…..방금 같은 힘을 내려면 죽을 만큼 아플텐데….!”

“하아….하아….윽…..우…웃기지 마…..이런 거는…..엄마한테 겪어본 것 보단 약한 축이거든?!우랴아아!!!”

밀려오는 격통을 참아가며 그녀는 최대 위력의 뇌신무를 더스트에게 쏟아부었다.

“이제 좀 **, 못난이!!!”

뇌신무의 여파로 날아가는 더스트를 향해 소마가 다시 한 번 천강성을 날리려고 덤비는 순간….

“…….짜증나......”

더스트의 손이 그녀의 가슴을 꿰뚫었다.

“하…..악……”

“소마!!!!!”

볼프강의 절규에 더스트가 짜증난다는 듯이 손을 쑥 뺐다.

“짜증나, 더러워, 짜증나, 더러워, 짜증나. 너 같은 버러지가 나를 몰아붙여? 죽어, 죽어, 죽어!”

바닥에 쓰러진 채 꿈틀거리는 소마의 위에서, 더스트가 연신 발길질을 해댔다.

“후우…..정말이지…..이놈이고 저놈이고 짜증나게 하고 있어….”

더스트가 소마를 내버려둔 채 돌아서려다가, 발목을 잡는 느낌에 밑을 내려다보았다.

“절대….못 보내…..볼프강 선생님한테는….절대로….못 보내…..”

“이 누더기가…..! 이거 안 놔?!”

“절대…..안 놓을 거야…..!!!죽어도 안 놓을 거야.”

숨을 가쁘게 내쉬면서도 눈동자에는 의지가 가득했다.

“소마, 그만둬! 그러다가 너 정말 죽어!”

“싫어요. 내가 죽게 되더라도…..선생님이 날 지켜줬듯이 나도 선생님을 지킬 거에요….!”

다리를 붙잡은 손에 힘이 들어가자, 더스트가 가만히 있다가 뒤를 돌아섰다.

“아, 그래? 그럼 죽어.”

더스트가 한 손에 가시 달린 창을 불러내더니 그대로 그녀에게 꽂아버렸다.

움찔거리는 것도 잠시 곧바로 움찔거리는 것마저 사라지자, 세 사람 사이에는 정적이 흘렀다.

“소…..마?”

“…….”

“소마!소마!!!소마, 정신 차려!!!소마!!!내 말 듣고 있냐?! 소마!!!!”

볼프강이 쇠사슬에 묶인 채 절규하자, 더스트가 짜증난다는 듯이 중얼거렸다.

“아, 또 꿈틀거리네…..정말 왜 이렇게 질긴 거야…..하는 수 없지…..한 번 더 죽이지, 뭐….”

그만둬….

볼프강이 쇠사슬에서 풀려나기 위해 몸을 흔들었다.

그만둬……

넘어져있는 자신의 제자를 위해.

그만둬…..

제자를 향해 창을 드는 저 원수에게 복수하기 위해.

“그만둬!!!!!!!!!!!!!!!!!!!!!!!!!!!!!!!!!”

그는 쇠사슬에 묶인 채 절규했다.

하지만….그의 외침은……더스트의 손을 막지 못했다.

푹 하는 소리가 들리자, 볼프강의 머릿속에서 무언가가 끊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더스트…더스트…더스트!!!!!!!!!!!!!!!!!!!!!!!!!!!!!!!!!!!!!!!!!!!!!!!!!!!!!!!!!!!!!!!!!!”

그 순간, 그를 구속하고 있던 쇠사슬들이 일제히 금이 가기 시작하더니 이내 산산조각이 나며 흩어졌다.

“우리 소마에게서….그 손 치워, 이 버러지야!!!!!!!!!!!!!!”

인식을 넘어선 속도로 날아온 볼프강의 주먹에 더스트가 결계마저 부수며 날아갔다.

“소마. 소마, 정신차려….눈 좀 떠봐! 소마!!”

“콜록콜록…..커….억…..”

볼프의 목소리에 피를 게워내며 소마가 눈꺼풀을 파르르 떨었다.

“볼프….쌤?”

“그래. 나야. 정신이 드는 거야? 나 보여?”

“아니요…..안 보여요…..어둡고 목소리도 되게 먼 곳에서 들리는 것 같아요….”

“***…잠깐만 버텨, 소마. 곧 재리랑 의료팀이 있는 곳으로….!”

“무리….에요….볼프 쌤…..저…..한계에요…..”

“그런 소리 하지 마! 포기 하지 말란 말이야!”

평소답지 않게 그의 목소리에 물기가 많았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어디서 떨어지는 지 모르겠지만 빗방울들이 떨어졌다.

“쌤…..지금 비 오나봐요….얼굴에…..빗방울 같은 게…..내려요…헤헤….볼프 쌤이랑 루나랑 파이 쌤 비 쫄딱 맞겠다……헤헤…..”

아무것도 모르고 웃으며 말하는 소마의 모습에 볼프강이 무전기에 대고 소리쳤다.

“재리!!!!빨리 와!!!!당장 오란 말이야!!!!!소마가….소마가 죽는다고!!!!빨리 오라고!!!!!!!!!!”

“거의 다 왔어요!!! 2분….2분만 더!!!!”

“***!!!!!!!!빨리 와!!!!!!!!!”

절규에 가까운 그의 목소리에 소마가 팔을 올리며 그의 얼굴을 더듬거렸다.

“우와…..나 볼프 쌤 얼굴 진짜 잘 찾아….그리고 이게 뭐에요…..비에 잘생긴 얼굴 다 젖었네…..이러면…..나 편하게 못 간다고요…..”

“어딜 간다는 거야!!가지 마! 가지 말고 여기에 있으라고!!!이 말 안 듣는 바보야!!!!”

“헤헤…..”

소마가 힘 없이 웃으며 초점 없는 눈동자로 그를 찾았다.

“이쯤에 있으려나……우리 선생님 얼굴…..참 잘생겼는데…..참…..내 취향인데…..”

“소….마…..”

“진짜 죽을 때가 되니까….용기가 나네…..헤헤…..얼굴 보였으면 나 고백 못 하고 처녀귀신 될 뻔했네….”

“누구 마음대로 죽어? 살릴 거야. 살려서 벌 왕창 줄 거야!”

볼프의 말에도 소마의 목소리는 점점 약해져만 갔다.

“볼프강 선생님…..나….마지막으로 한 번만 투정 부려도 되요?”

“제발….제발 소마….그런 말….하지 말란 말이야…..”

이제는 거의 애원하듯 흐느끼는 볼프강의 말에 소마가 미소를 지었다.

“웃어요, 오빠. 오빠는 웃는 게 멋있으니까…..”

“소마….야…..”

“에헤헤…..진짜 마지막…..마지막으로…..고백…..해야겠다….”

소마가 초점 없는 눈과 손으로 겨우겨우 그의 눈을 찾아내고는 그를 바라보며 말했다.

“안녕, 내가…..좋아하는 볼프강…..오빠. 많이….좋아했…..어요…..”

그녀의 팔이 힘없이 그에게서 떨어졌다.

그녀의 몸이 한없이 가벼워졌다.

마치 무언가가 사라져버린 것처럼 그녀가 가벼워졌다는 느낌이 그에게 다가왔다.

“소마….?소마?소마…소마….소마소마소마!!!!소마!!!!!!!!!!눈 떠! 눈 뜨라고, 소마!!!!!”

그가 절규하며 그녀를 흔들었지만 그녀에게서는 미약한 숨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빌어먹을……빌어먹을….빌어먹을!!!!!!!!!”

볼프강이 흐느끼며 그녀를 껴안았다.

내 대답 아직 못 들었잖아….일어나….일어나…..내 대답은….들어야지….

그것은 어린애의 투정 같은 말이었지만 그 무엇보다 그의 마음을 대변했다.

언제부터인가 그녀랑 함께 하는 일상이 재미있었다.

동정이라고 생각한 적도 많았다.

하지만 동정이 아니라는 것을 깨닫고 난 후부터는 괜히 그녀에게서 거리를 두려고 했다.

자신이 가지기에는 너무나도 사랑스러운 사람이라서.

자신보다 더 좋은 사람에게 사랑 받아야 마땅할 사람이라서.

선생님과 제자이기 이전에 남자와 여자로서 서로 좋아했다.

그걸….이제야 깨달았다.

언제나처럼 그는 늦어버렸다.

자신의 소중한 사람을 지키지 못했다.

한심함에 절규가 그의 입에서 흘러나왔다.

“볼프!!!!!!”

“선배님!!!!!”

파이와 재리가 허겁지겁 뛰어오다가 볼프강이 껴안고 있는 소마와 그의 절규에, 털썩 주저앉았다.

“안돼….안돼….안돼!!!!!”

뒤따라오던 루나는 거의 오열을 하며 소마에게 달려갔다.

“소마…안돼…안된다고….같이 아이스크림 먹자고 했잖아…..이번에….맛있는 아이스크림 같이 사러가자며….!일어나….일어
나!!!!”

루나가 소마의 품에 얼굴을 묻고 오열했다.

“선배……”

“볼프…..”

두 사람의 목소리에 볼프강이 고개를 돌리더니 재리에게 소마를 안겨주었다.

“….살려줘, 재리. 소마를 살려줘…..”

“볼….프…..”

“부탁이야…..시키는대로 다 할게. 농땡이도 안 부리고 일도 열심히 하고 빨리빨리 다니고 VR도 안 할게. 휴가 가겠다는 소리도 안 할게. 안 놀릴게….그러니까…..”

말을 쏟아내던 볼프강이 재리의 어깨를 붙잡은 채 주저앉았다.

“부탁이야……소마 좀 살려줘……제발…..제발 부탁이야….”

처음 보는 그의 흐느끼는 모습에 재리가 이를 악물었다.

“걱정 말아요, 볼프. 내가 어떻게든 살려낼게요. 소마는…..당신에게도 소중하지만 저한테도 둘 다 없이 소중한 아이에요. 그러
니까….일어서요.”

“재…리….”

볼프강이 한 손으로 얼굴을 가리며 중얼거렸다.

“고마워…..고마워…..”

그 순간, 결계 밖으로 튕겨져 나갔던 더스트가 더할 나위 없이 격한 감정을 내뿜으며 다가왔다.

“이놈이고 저놈이고….안되겠어….다….죽여버려야겠어…..먼지도 안 남기고 몽땅 쓸어줄게…..”

공포스러울 정도로 격한 분노에 루나가 방패를 들며 파이에게 말했다.

“파이 선생님. 저거 당장이라도 뛰어올 기세인데요? 제가 선봉에 서서 막을 테니까 그 틈에 파이 선생님은 볼프강 선생님과 함
께…..읏….!”

루나가 파이에게 이야기하다가 볼프강을 향해 고개를 돌리다, 순간 온 몸에서 소름이 돋았다.

그것은…..볼프강에게서 느껴지는 소름 끼치는 기운 때문이었다.

“선….배?”

“……파이, 루나. 재리랑 소마를 데리고 멀리 떨어져. 이제부터…..여긴 내가 맡을게.”

무모하다고 말하려고 했다.

하지만 그것보단….그의 몸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살기가 모두의 입을 막았다.

“…..도망가. 지금부터…..난 모든 걸 걸고 저 자식을 죽일 거니까.”

볼프강이 책을 편 채 중얼거렸다.

“검은 책 1페이지부터 마지막 페이지까지 전체 오픈, 그리고, 나와, 책에 있는 모든 빌어먹을 것들아.”

그 말에 검은 책이 기이한 소리를 내며 펄럭이기 시작했다.

“영혼이 필요하면 가져가! 수명이든 뭐든 다 가져가! 대신에 저 자식을 죽일 만한 힘을 내놔!!!!!!소마를 저딴 식으로 만든 자식
에게 지옥보다 더한 걸 보여줄 수 있는 힘을 내놓으란 말이다!!!!!”

그의 말에 검은 책이 크게 한 번 두근거렸다.

그리고, 그의 머릿속으로 검은 책의 시동어가 들려왔다.

“검은 책 백귀야행, 시동.”

그의 말이 떨어지는 순간…..

“우오오오오!!!!!!”

세상이 악몽으로 가득 찼다.

엘리고스와 벨리알, 슈브와 다른 이름없는 차원종들까지 눈 앞에 볼프강이 가둬놓았던 무수한 차원종들의 사념들이 줄지어 나타났다.

“크으으….크아아아!!!!!”

무언가를 지시하는 듯한 말투로 소리를 지르던 그가 더스트를 보고 적의를 표하자, 더스트가 처음으로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뭐….뭐야….거….검은 책의 힘을…..강제로….흡수했다고? 마….말도 안돼…..게…게다가 그 숫자는….”

“크르르…..”

언어를 잃어버린 채 광기에 휩싸인 듯한 사념의 군대와 볼프강의 모습에 더스트가 히스테릭하게 소리를 질렀다.

“있을 수 없어! 나와, 나와!”

더스트의 비명에 엄청난 수의 차원종들이 쏟아져 내려왔다.

“죽여버려!!!”

“크아아아!!!”

두 사람의 외침에 양 진영의 군대가 격돌했다.

부딪히는 숫자는 비등했기에 장기적으로 예상되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더스트가 불러낸 군세는 속수무책으로 당하기만 했다.

차이가 나는 것도 당연했다

그녀의 군대가 아무리 강하다고 한들 지금 눈 앞에 있는 군대는 볼프강과 연결된 최강이자 그들이 보내버린 최악의 선봉대였으니까.

“치잇….쓸모없는 것들…..내가 직접….!”

더스트가 전방으로 나오려는 그 때, 그녀의 몸을 향해 화살들이 날아들었다.

“킥….이 정도 화살 가지고 내가 아플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인데?”

더스트가 키득거리며 공격을 하려다가 공격을 받은 손의 움직임이 부자연스럽다는 걸 깨달았다.

“뭐야….상처는 완벽하게 회복됬는데!”

“영혼을 잃으셨으니까요.”

어느새 그녀의 옆으로 다가온 슈브가 그녀를 보며 말했다.

“영혼을….잃어? 설마….이것도 그 책의…..”

“당신들이 버린 책은 당신의 목을 조이는 최악의 무기가 되겠네요, 더스트. 저런 이름 없는 분들의 무기에까지 영혼 강탈이 붙어있으면 저나 벨리알 씨, 엘리고스 씨는 어떨 것 같으세요?”

“읏…!”

더스트가 슈브의 말 뜻을 이해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볼프강을 비롯한 차원종들에게 공격당하면 당할수록 위험해진다는 것을 깨달은 그녀의 본능적인 행동이었다.

하지만…..그 망설임을 검은 책의 짐승은 놓치지 않았다.

“카악…..!볼프….강….!”

순식간에 전선을 밀어내고 달려와 검을 꽂은 엘리고스와 볼프강의 모습에 더스트가 더할 나위 없이 짜증난다는 표정으로 그들
을 밀쳐냈다.

하지만 그 행동으로 인해 또 다른 틈이 발생했다.

“**…..또 빼앗겼어….대체…..뭘 어쩌자는 거지?”

더스트가 욱신욱신 거리는 몸을 추스리며 그를 노려봤다.

이성을 잃은 짐승이라고 생각했지만, 더 할 나위 없이 노련한 솜씨였다.

그것은 사냥터지기를 이끄는 사서의 본능이었다.

그 본능적인 노련함이 더스트를 자신도 모르게 뒤로 후퇴시켰다.

“가….감히 나를 뒷걸음질 치게 해? 오늘 사념이고 뭐고 다 날려버리겠어!”

화가 머리 끝까지 난 채 달려드는 더스트를 보고 짐승은 입가에 미소를 그렸다.

그리고…..

“커……억…..”

너무나도 절묘하게 그의 손톱이 그녀를 꿰뚫었다.

“이….이까짓 걸로 뭘 하겠다는 건데? 이렇게 날 조금씩 마비시키는 게 고작이면서!”

더스트의 말에 사서의 눈에 초점이 돌아왔다.

“뭐긴 뭐야…..불사라며. 그럼 영혼 채로 봉인해두려고 하는 거지.”

“뭐….라고?”

불사라는 것은 죽지 않는다는 것.

하지만 그 뜻은 죽지 않는다는 것이지 무적이라는 것은 아니었다.

영혼을 잡아먹고 다스리는 그의 책이라면 그녀의 영혼을 포획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서….설마……그….그럴리가 없어…..그건 우리의 실패작…..그런 실패작으로 내가 봉인될 리가 없다고!”

“인간을 우습게 **마…..이건…..망할 물건이지만 나름대로 정이 든 내 책이거든!”

볼프강이 검은 책을 자신의 주변에 띄워 둔 채, 그녀의 몸에서 서서히 무언가를 잡아서 빼내기 시작했다.

“심연에 갇혀있는 악마 녀석이 영혼을 다루더라고? 그래서 복종시켜봤어. 어때…..?”

“마…말도 안돼…..내가….내가 인간 따위한테 봉인된다고 웃기지 마!!!!!”

더스트가 발악을 하며 그의 팔에서 떨어지려고 했으나……사서의 일처리가 먼저였다.

“이제 지옥으로 갈 시간이야, 더스트. 나중에 보자고!”

그의 팔이 완전하게 그녀의 영혼을 뜯어내자, 검은 책이 격렬하게 반응했다.

“자, 포식해라. 검은 책! 내 원수를 한 점도 남기지 말고 모조리 먹어!!!”

볼프강의 지시에 책이 그녀의 팔부터 흡수하기 시작하자, 그녀가 격렬하게 저항했다.

“싫어, 싫어, 싫어!!!!너 따위한테…..고작 인간 따위한테 2번이나 지다니….으아아아!!!”

“끈질긴 손님이군. 그럼 마무리는…..이걸로 할까.”

볼프강이 소마의 톤파를 집어들더니 비웃음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잘 가라, 머저리! 바샤비 샤크티, 발사!!!!”

소마보다 더 굉음을 내며 더스트를 강타한 사념의 일격은 그녀의 영혼을 밀어넣기에 충분했다.

“볼프강 슈나이더!!!!!!!!!!!!!!!!!!!!!!!!!!!!!!!!!!!!!!!”

절규 섞인 목소리와 함께 책이 닫히자, 볼프강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말했다.

“그 더러운 입으로 내 이름 부르지마. 난 미인이 불러주는 게 좋다고.”

울컥울컥 올라오는 피를 닦으며 더스트의 육체를 보던 볼프강이 조용히 중얼거렸다.

“영혼이 없어진 육체는 죽는 거지….불사는 무슨…..결국엔 너도 이렇게 사념 중 하나가 됐잖아. 정말이지…..지루한 이야기야.”

책을 내려다보며 말하던 그가 움직이려는 순간, 귓가에 소름 끼치는 목소리가 들려왔다.

“아직 안 끝났어……볼프강……”

오싹함을 느끼며 뒤를 돌아본 순간, 볼프강의 몸에서 검은 색 기운들이 다시금 쏟아지기 시작했다.

“끄아아악…..!!제….**…..!!서….설마….더스트, 책 안에서…..폭주를….!”

“꺄하하하~맞았어!!!!내 자아도 얼마 남지 않았지만 그래도 검은 책의 힘을 빌려 쓴 상태의 너를 오염시키는 것 정도는 할 수 있어!!!”

더스트가 광기 어린 웃음소리를 내며 계약을 타고 그의 몸 속으로 파고 들었다.

“자, 자, 이제부터 하이라이트라고! 의식은 남겨둘게. 몸은 내가 조종해줄게~의식이 깨어있는 채로 네 동료들이 쓰러지는 걸 똑똑히 지켜보라고! 캬하하하!!!”

“제….***……몸이……끄윽……”

있는 것 없는 것을 다 끌어서 검은 책의 힘을 끌어낸 탓에 저항하기에는 무리였다.

“선배!!!”

파이가 황급히 그를 향해 뛰어오자, 볼프강이 마지막 힘을 다해 외쳤다.

“파이! 당장 나를 얼려! 그리고…..재리랑 아이들을 데리고……멀리 떨어져!!!끄아아악…..!!!!”

이내 전신이 검은 기운에 침식되어버린 볼프강의 모습에 파이가 다가오다가 본능적으로 검으로 자신에게 날아온 화살의 비를 막았다.

“야단 났군…..선배가 먹혀버렸어…..일단은….선배…추워도 조금만 참으십시오!!!!하앗!!”

사검의 힘으로 만들어낸 거대한 빙하 속에 그를 가둔 파이가 차가운 입김을 뿜었다.

“하아…..선배….조금만…..차가워도 거기 있으세요…..”

죽이는 것이 목적이 아니었기에, 전신을 얼린 것이 아닌 목 위로는 남겨두었지만 그건 그녀의 실수였다.

검은 책의 짐승은 그렇게 호락호락한 존재가 아니었다.

“크아아아아!!!!!”

볼프강의 외침에 주변에서 무수한 차원문과 함께 화살비가 내렸다.

“아주……별의 별 재주를 다 쓰는 요술책이군.....시간은….오래 못 버티려나…..

때마침 파이의 귓가에 재리의 목소리가 울렸다.

“파이! 무슨 일이에요?! 방금 엄청난 크기의 얼음이 솟구쳤는데…..”

“재리! 선배가 더스트를 없애버린 것 같은데, 지금 볼프강 선배가 요술책에 조종당하는 것 같습니다. 근데 정도가 심각합니다! 아예 검은 기운에 쌓여있어서 볼프강 선배라고 보기도 어렵습니다!”

볼프…..결국….그렇게 되버렸나요….

재리의 목소리에 슬픔이 묻어났다.

언제나 그는 그랬다.

싫다고 하면서도 중요하거나 누군가를 위한 일이라면 툴툴거리면서도 달려가는 그런 사람이었다.

그런 과정의 자신의 안위는 안중에도 없었다.

언젠가 이런 결과가 나올 거라고…..그는 예상하고 있었다.

“읏….재리! 선배의 요술책이 제 얼음을 너무 빨리 깎아내고 있습니다! 여기서 제가 어떻게든 막아낼테니, 재리는 빨리 소마 양의 회복을 부탁드립니다!”

“파이…..!으으….미안해요….잠시만 막아줘요….소마를 깨워서 어떻게든 저 모습을 해제할 방법을 모색…..아…..안돼…..”

“재리?재리?!무슨 일이에요? 재리!”

갑자기 끊어져버린 재리의 무전에 파이가 다시금 무전을 하려고 했으나, 자신의 눈 앞으로 다가오는 검은 손에 뒤로 물러나며 검막을 펼쳤다.

“선배…..요술책에 지배당해서 얼마나 의식이 있으신지는 모르겠지만 오래 걸리진 않을 거에요. 재리랑 다른 분들이 방법을 찾아내고 소마 양을 치료할 때까지만 부족한 몸이지만…..”

파이의 검에 한기가 넘실거리며 용이 생성되자, 그녀가 그를 향해 검을 내밀었다.

“저와 함께 춤을 좀 춰 주셔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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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을 기점으로 깨달았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한다는 것을.

총장에게 제어코드로 지배를 받아 사람들을 다치게 만든 그 날…..다른 팀들에 의해 나는 겨우 지배에서 풀려날 수 있었다.

그런 나쁜 짓을 한 나한테 볼프강 선생님이 다가왔을 때는, 한 대 맞겠구나 라는 생각했었다.

하지만…..볼프강 선생님은 나를 껴안으며 다행이라면서 기뻐해주었다.

괜히 감정이 복받쳐 올라 나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그 날 난…..기쁘고 행복해도 울 수 있다는 걸 알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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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마!안돼….안돼, 정신 차려!!죽으면 안돼!!!”

눈물범벅인 루나의 목소리가 그의 정신을 깨웠다.

뭐 하는 거야, 김재리….지금 네가 할 수 있는 걸 해. 지금 네가 이것저것 따지고 있을 상황이야?

재리가 스스로의 머리를 흔들었다.

소마가 죽어간다는 사실만으로도 충격에 머리가 백지였지만 그는 그녀의 또 다른 선생님이었다.

“루나, 성좌의 가호를 펼쳐줘요. 여기서 바로 소마의 피를 이용해서 수술을 해야겠어요.”

“수…수술이요?! 하…하지만 설비도 없잖아요!”

“제가 타고 온 차량에 보면 의료용품이 있을 거에요. 그걸 가져와요.”

재리의 눈빛에 루나가 황급히 차량으로 달려가 의료용품이 든 가방을 들고 돌아오자, 재리가 그녀를 바라보았다.

“루나. 성좌의 가호를 펼쳐줘요. 그 범위 내라면 소마의 수술이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아질 거에요.”

“하….하지만 재리….그게 성공한다는 보장도 없잖아요…..시…실패…실패해버리면…..소마가…..!”

“루나 아이기스!”

처음 보는 재리의 외침에 루나가 흠칫 하고 몸을 움찔거리자, 재리가 강한 눈으로 그녀를 바라보았다.

“당신이 하든 안 하든 저는 수술을 할 거에요. 다시는 그 사람처럼 확실하지 않은 것을 위해 실험적인 시도를 하고 싶진 않았지
만…..해볼 수 밖에 없어요. 저도 소마를 살리고 싶어요. 이것저것 가리지 않고 제가 머릿속에 담아왔던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라도. 이 아이를 관리하면서 알게 된 유니온의 뒷기술을 이용해서라도 그녀를 살려낼 거에요.”

그러니까….도와주세요, 루나.

재리의 말에 루나가 방패를 내려꽂으며 말했다.

“성좌의 가호 최대 출력 전개.”

그녀의 말에 그녀를 기준으로 환하게 빛나는 별의 장벽이 세워지자, 재리가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시작할게요. 루나. 제 보조를 맡아줄 수 있을까요? 달라고 하는 것만 주면 되요.”

“네, 재리!”

루나의 말에 재리가 수술용 장갑과 마스크를 착용한 뒤 그녀의 피를 뽑았다.

좋았어….이 다음은 가지고 온 혈청과 섞어서….

재리가 루나가 건네는 혈청을 받아 소마의 수혈팩에 주입했다.

이윽고 혈청에 의해 활성화가 시작된 피를 지켜보던 재리가 손에 들려있던 또 다른 혈청을 그녀의 팔에 직접 꽂아 넣었다.

“루나, 메스를 주세요. 지금부터 조금 역겨울 수도 있어요. 보려고 하지마요. 당신이 봐서 좋을 건 없으니까.”

재리가 경고를 하고는 메스를 들고는 수술에 들어갔다.

더스트의 저주로 인해 회복불가인 조직들을 잘라내고 그것을 활성화 된 피로 치료하기를 반복했다.

그리고 뚫려버린 배는 아무래도 초월적인 회복력인 소마라고 할 지라도 재생이 늦었기에 그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녀의 배를 봉합했다.

그 때….

그녀의 몸에 부착해두었던 심장 박동 측정기가 심정지를 알려왔다.

“아….안돼….안돼!!!!안돼요, 소마!!!”

재리가 다급하게 봉합을 마치고 그녀의 각성을 촉구했다.

하지만 기계가 계속해서 심정지를 표시하고 있자, 재리가 깍지를 낀 채 그녀의 심장을 압박하기로 했다.

“루나! 제세동기를 가져와줘요! 저는 그 때까지 심폐소생술을 하고 있을 테니까, 빨리!”

재리의 다급한 외침에 루나가 차로 달려가자, 재리가 이를 악문 채 속으로 중얼거렸다.

민폐라고요, 소마…..멋대로 가버리는 건 우리한테 민폐라고요…..저는 어쩌라고, 당신의 친구인 루나는 어쩌라고, 당신의 스승인 파이는 어쩌라고, 빅터 씨는 어쩌라고, 흑지수 씨는 어쩌라고, 그리고….당신이 좋아하는 볼프는 어쩌라고요….

압박하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절대로 죽게 내버려두지 않을 거에요. 당신은 제가 살릴 거에요. 적어도 내 앞에서는 죽지 말아달라고요!!!

“재리! 제…제세동기!!!”

루나가 황급히 제세동기를 바닥에 내려놓자, 그가 빠르게 제세동기를 연결하고 시동을 켰다.

쿵 하는 소리와 함께 소마의 몸이 크게 뛰었지만 소마의 심장 박동은 잡히지 않았다.

“소…마….소마가….죽었….”

“누가 죽었다고 했어요?! 안 죽었어요! 아직 살릴 수 있다고요!”

재리가 입술을 꽉 깨문 채 다시 심폐소생술에 들어갔다.

“재리….그만….그만해요…..소마는….죽었…..”

“그런 소리 할 거면 말 시키지 마요! 소마는….소마는 아직 살릴 수 있다고요! 살려 낼 거에요! 소마는 내 제자에요! 그러니까 끝까지 노력할 거에요!”

재리가 이를 악물었다.

“그러니까 민폐 끼치지 말고 일어나라고요, 소마!!!!!”

재리의 외침이 닿은 것일까, 소마의 **가던 의식이 눈을 떴다.

누군가가…..날 부르고 있는데…..

미약한 의식과 감각으로 인해 잘 알아 들을 수는 없었지만, 비가 오는 것처럼 무언가가 그녀의 위로 떨어지는 것은 어렴풋이 느껴졌다.

여기가 어딘지도 모르겠고….그리고 어두운데…..뭘까….여기는…..

소마가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그곳은 아무것도 없는 어두운 방이었다.

내가…..지금까지 뭘 하고 있었더라….

기억이 나지 않았다.

자신의 이름조차도 기억이 희미했다.

그 때….가련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소마. 여기서 뭐해?

소마가 고개를 돌리니 곰인형을 껴안은 한 소녀가 그녀에게 다가왔다.

“안…..나…야?그것보다….내 이름이 소마야?”

“나에 대해서는 기억이 나는구나? 네 이름은 까먹었으면서.”

다정한 미소를 짓는 안나의 모습에 소마가 자신도 모르게 눈물을 흘렸다.

“어…어라라…..왜 나 눈물이 나지….?갑자기 슬퍼…..마음이….너무 아파…..”

소마가 울먹이며 그녀를 바라봤다.

“이상해…..왜인지 모르겠는데…..슬퍼…..돌아가고 싶어…..어디인지 모르겠지만 누구인지 모르겠지만 소중한 사람들이 울고 있는 것 같아…..나를 부르는 것 같아.”

“……”

“가르쳐줘….난 누구야?”

소마의 물음에 안나가 그녀에게 다가와 그녀를 꼭 껴안았다.

“어른들의 욕심에 상처받은 어린 아이. 너무나도 착해서 자신을 돌** 않는 아이. 그러면서도 자기 감정을 숨기려고 드는 아이. 같은 팀원들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아이. 사람들의 웃음을 좋아하는 아이. 철이 일찍 들어버린 아이. 그리고 세상에서 가장 의욕이 없지만 세상에서 둘도 없이 차가우면서도 따뜻한 선생님을 사랑하는 제자.”

이게 너야, 소마. 너를 이루는 것들이 이렇게 많아.

“내가…..그런 아이야?”

“응. 소마, 너는 그런 아이야. 사랑 받기에 충분한 아이. 그리고 사랑 하기에 충분한 아이. 세상에서 가장 사랑스러운 웃음을 가진 나의 동생. 그게 너야. 소마야.”

안나의 팔에 힘이 들어갔다.

“우리의 만남은 언제나 최악에서만 만나지만…..걱정하지마. 언제든지 네가 여기로 오면 돌려보내줄게. 네가 사랑 받는 세계로 널 보내줄게. 그러니까, 돌아가. 소마야. 너의 세계로.”

소마의 몸이 반짝이더니 서서히 하늘로 떠오르기 시작했다.

“또 봐. 소마야. 다음에 볼 때는 이런 최악의 만남이 아니기를 바랄게.”

멀어져 가는 소마를 향해, 안나가 손을 흔들자, 소마가 눈물을 흘리며 외쳤다.

“잘 있어, 안나 언니! 다음에….다음에 또 봐! 그 때도….그 때도 내 언니라고 해줘!”

소마의 모습이 사라지자, 어두워지며 닫히는 공간에서 안나가 웃음을 지었다.

“잘 가, 내 동생 소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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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콜록콜록….!하으으……”

소마가 목에 걸려있던 피를 토하며 눈을 뜨자, 루나와 재리가 그녀를 보고 소리를 질렀다.

“소….소마!!”

“소마…!!!”

두 사람의 격한 환영에 소마가 어리둥절하다가 자신의 상태를 느끼고는 두 사람을 꼭 껴안았다.

“다녀왔어, 루나. 그리고….젤리.”

“흐윽….왜 걱정 시키고 그래…..!!!얼마나….얼마나 걱정했는데…..”

“미안해, 루나야…..”

그녀를 껴안은 채 토닥이는 소마의 모습에 루나가 그녀의 품으로 파고 들며 웅얼거렸다.

벌이야. 그대로 있어…..내가 괜찮아 질 때까지.

그녀의 어리광에 소마가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소마…..정신이 들어서 다행이에요….”

“젤리……미안해요, 걱정 끼쳐서…..”

“….걱정 끼친 건 이걸로 대신할게요.”

재리가 그녀의 머리에 꿀밤에 약하게 때리고는 그녀를 보고는 미소를 지었다.

“어서 와요, 소마. 당신이 사랑 받을 세계에.”

“뭐에요…..볼프강 선생님도 아니고….아, 맞다, 젤리! 볼프강 선생님은요?! 그 못난이는요?!”

“진정해요. 말해줄게요. 당신도 알아야 하니까.”

재리가 파이에게서 전해들은 무전을 알려주자, 소마가 몸을 일으키려다가 넘어졌다.

“소마! 무리 하면 안돼. 너, 방금 전까지 중상이었고 게다가 심장까지 멈췄었다고. 그러니까 가만히 있어!”

“안돼. 볼프강 선생님한테 가야 해.”

소마가 떨리는 다리를 부여잡으며 일어나려고 휘청거리자, 재리가 그녀를 부축했다.

“정말이지….제자나 선생님이나 자기 몸을 생각 안 한다니까요….”

“젤리…..젤리도 절 막을 건가요?”

“막지 않을 거에요. 당신은 막는다고 해도 갈 사람이니까. 하지만, 가서 어떻게 할 건데요?”

“……혹시 제 혈청 같은 게 남아있나요? 그거라면…..어떻게든 해볼 방법이 있는데.”

“.......설마 흑지수 씨 때 처럼 내부에서 되돌릴 생각인건가요? 가능성이 높은 가설이지만 지금 소마….당신의 몸으로 그런 짓을 했다간…..”

재리의 말에 소마가 미소를 지었다.

“젤리. 걱정 하지 마요. 전 돌아올 거에요. 좋아하는 볼프강 선생님을 구하고 그 옆에서 마구마구 웃음을 짓게 만들 거에요. 그러니까….보내줘요. 제가 할 수 있는 일을 하게 해줘요.”

소마의 대답에 재리가 고개를 저었다.

“아, 정말…..선생님이나 제자나 왜 이렇게 나를 속 썩이는 거에요….절대로….죽지 마요. 당신이 죽으면….볼프강 말고도 슬퍼할 사람이 많으니까요.”

재리가 소마의 손에 혈청을 쥐어주고는 그녀에게 당부했다.

“잘 부탁해요, 소마. 볼프를 구하고, 돌아와줘요. 그게 당신의 관리요원인 김재리의 명령입니다.”

“헤헤…..김재리 관리요원님 말대로 둘 다 무사 귀환할게요.”

소마가 비틀거리며 걸어가자, 루나가 그녀를 부축하며 한숨을 쉬었다.

“힘 아껴. 볼프강 선생님한테 힘을 쏟으려면 조금이라도 힘을 아껴둬.”

“루나야….”

“너처럼 남자로서 소중한 건 아니지만, 적어도 나한테도 선생님은 구하고 싶은 사람이야. 너도 마찬가지고.”

“헤헤…..고마워, 루나야.”

“그럼 꽉 잡아. 날아 갈 거야.”

루나가 그녀를 붙잡은 채 공중으로 뛰어오르더니, 밑에서 화살비를 피하며 볼프강과 싸우고 있는 파이를 보고는 그대로 낙하했다.

“깔리기 싫으면 피해요, 선생님!”

루나의 외침에 파이가 얼음길을 생성하며 뒤로 미끄러지자, 루나의 메테오 점프가 그대로 볼프강의 결계에 부딪혔다.

결계가 깨지는 것과 동시에 튕겨진 루나와 소마의 모습에, 파이가 다급하게 달려왔다.

“루나 양, 괜찮습니까?! 아니, 소마 양도…..?!어떻게….?!”

“자세한 건 나중에 재리한테 들으시고, 일단은 선생님의 도움이 필요해요. 볼프강 선생님을 잠깐만이라도 무력화 시켜주실 수 있으세요?”

“뭘 하려는 건지 모르겠지만, 무력화만 시키면 됩니까?”

“네. 길만 열어주세요. 볼프강 선생님은 제가 돌려놓을게요.”

소마의 강렬한 의지에 파이가 검의 출력을 올리며 말했다.

“좋은 기세와 각오입니다, 소마 양! 그럼 루나 양! 선봉은 제가 가겠습니다!”

파이가 얼음들을 날리며 달려나가자, 루나가 그녀를 따라 달려나갔다.

“크아아아!!!”

“아쉽지만 선배, 그 행동은 이미 예측했습니다!”

파이가 얼음기둥으로 그를 띄우자, 루나가 하늘 위에서 외쳤다.

“선생님 죄송해요! 대지여, 울부짖어라!!”

루나가 그를 향해 유니버스를 날리자, 그가 그대로 바닥으로 내려 꽂히듯 추락했다.

낙하의 충격으로 생긴 먼지에 볼프강이 대응하지 못한 채 주변을 살피던 그 때, 에메랄드 빛 눈동자가 그를 향해 달려왔다.

“주사 맞을 시간이에요, 볼프강 선생님!!!!”

황급히 그녀를 향해 화살들을 사출한 그였지만, 그것보다 빠르게 날아온 파이의 검들에 제압당했다.

“지금입니다, 소마 양!!!”

“아자아아아아!!!!!!”

소마가 그의 품으로 뛰어오르더니 그대로 그의 목에 혈청을 꽂았다.

치익 하는 소리와 함께 혈청이 안으로 흘러들어가자, 소마가 그를 껴안으며 외쳤다.

“못난이 주제에 내가 좋아하는 남자를 독점하지 말란 말이야!!!!!!하아아앗!!!!!”

소마의 몸에서 위상력이 방출되자, 그가 괴롭다는 듯이 괴성을 질렀다.

“제발….제발 돌아오란 말이야, 이 바보야!!!!!”

소마의 외침이 통하기라도 한 것일까, 그의 몸에 흐르던 검은 기운의 격류가 잠잠해지기 시작했다.

“아…..성공했나봐요…..!격류가 멈추고 있어요.”

“다행입니다. 선배도 소마 양도 무사…..소마 양! 위험합니다!!!”

파이가 안심한 표정을 지으며 검을 내리다가 볼프강에서 무언가를 느끼고는 다급하게 그를 향해 뛰어갔다.

하지만 그것보다 그의 행동이 빨랐다.

“꺄…..윽………선….생님….?”

“크르르…..”

뱀파이어처럼 소마의 목에 이빨을 꽂은 채 그녀의 피를 빨아들이는 볼프강의 행동에 파이가 검을 조준하며 말했다

“….안되겠습니다…강제로라도 떼어놓아야겠습니다. 소마 양, 조금만 더 참으십시오!제가 곧….!”

“파이…선생님….오지….마세요…..볼프강 선생님…..하으……의식….있어요….”

“그게 무슨 말입니까?! 지금 소마 양에게서 피를 빨아먹고 있지 않습니까!”

“고칠…수 있어요…..부족하다고…..생각하고 있었거든요….”

소마가 고통에 숨을 몇 번이고 쉬어가며 말을 마쳤다.

“헤헤….볼프강 선생님, 영광인 줄 알아요….내 목에 뽀뽀한 사람은 선생님이 처음이니까….”

사람의 목소리가 아닌 짐승 같은 으르렁거림 뿐이었지만 그녀는 그를 상냥하게 쓰다듬었다.

“울지 마요…..조금 더….빨아들여요….그래야….내가 구할 수 있으니까…..”

눈물을 흘리면서도 피를 빨아들이는 그의 모습에 소마가 미소를 지었다.

“저번엔 선생님이 날 구해줬으니까….이번엔 내 차례네요…..보여줄게요…..선생님를 좋아하게 된 나쁜 제자의 능력을.”

소마가 그의 머리를 감싸안으며 조용히 중얼거렸다.

“[소마] 발동.”

그 순간, 환한 빛이 그녀의 주위를 감싸더니 이내 재리가 있는 곳까지 빛의 돔이 퍼져나갔다.

“소…소마!!!!”

“소마 양!!!!”

너무나도 눈부신 빛 때문에 보이지 않는 소마를 향해 두 사람이 외치자, 소마가 눈을 조용히 감았다.

그리고는 너무나도 당당한 말투로 허공을 향해 외쳤다.

“찾았다, 못난이.”

“어….어떻게 나를 인식한 거야?! 있을 수 없어! 고작 영약주머니인 주제에!!”

“그러니까 네가 못난이라는 거야. 영약주머니이기 이전에 나는 사냥터지기 팀 2분대의 말썽꾸러기이자 선생님을 좋아하는 나쁜 아이거든!!!말썽꾸러기인 내가 못 할 게 뭐 있냐!!!!”

거침없이 다가오는 소마의 빛에 더스트가 견디지 못하고 밖으로 튕겨져 나가려고 하자 그녀가 뒤에 있는 두 사람을 향해 말했다.

“루나! 파이 쌤! 마지막은 두 사람한테 맡길게요! 못난이를…..없애줘요!!!”

“역시 붙어있었습니까? 영혼 한 조각까지 얼려드리죠!!!”

파이의 외침에 소마가 두려운 눈빛을 하고 있는 더스트의 영혼을 향해 외쳤다.

“내 남자한테서 **, 이 못난아!!!!!!!”

순간, 폭발적인 빛이 더스트를 그의 몸 밖으로 튕겨냈다.

그리고 빛 사이로 튕겨져 나오는 검은 무언가를 발견한 파이가 검의 출력을 최대로 이끌어내며 말했다.

“이건 선배와 내 제자를 건든 벌이다….사라져라, 악령이여!!!”

그녀의 오의, 절명검이 그녀에게 뻗어지자 더스트가 얼음에 가두어졌다.

그 위로 루나가 아이기스를 든 채 외쳤다.

“이걸로 끝이야! 아이기스 최대출력!!”

얼어있는 그녀 위로 강렬한 우주를 담은 여신의 방패가 내려왔다.

대지를 울리는 그녀의 공격에 더스트를 얼린 얼음들은 그대로 증발해버렸다.

“….하아….하아….이제….끝….난거죠?”

“네….그런 것 같아 보이네요…..”

파이가 검을 집어넣으며 소마가 있는 쪽을 바라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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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편, 더스트가 떨어져 나간 볼프강의 의식은 소마의 기술에 의해 곧바로 수복되었다.

“……으윽……”

“볼프강 선생님…..이제 정신이 좀 드세요?”

소마가 그의 품에서 나오며 묻자, 볼프강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 덕분이야. 네 덕분에 내가 살았어.”

“헤헤…..다행이다…..볼프강 선생님이 돌아와서…..다행….이야….”

소마가 휘청하며 쓰러지자, 볼프강이 황급히 그녀를 받았다.

“소마! 괜찮아?!”

“에헤헤…..그렇게 놀랄 것 없어요…..안 그래도 아슬아슬한 몸 상태로 선생님을 되돌린데다가, 게다가 선생님한테 피를 주려고 그만큼이나 빨렸으니까…..이렇게 되는 건….당연한 거에요…..”

“이 바보가…..도망가라고 몇 번이나 이야기를 했는데….왜 말을 안 듣는 건데?”

“헤헤…..저는 나쁜 아이잖아요. 선생님을 좋아하는, 그래서 괜히 관심을 끌고 싶은 말썽꾸러기 소마잖아요.”

소마의 손이 그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이제야 보이네. 우리 선생님 얼굴….”

“아까는 오빠라고 해놓고는 이제 와서 선생님이라니…..밀당을 너무 하는 거 아니야?”

“어라?  저 100퍼센트 차였다고 생각했는데….?”

소마의 말에 볼프강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말했다.

“안 차였어. 대답은 승낙이라고. 나도….널 좋아한다고….”

들려온 볼프강의 말에 소마의 얼굴에 순식간에 여러 감정이 스치더니 이내 눈물을 머금은 미소를 지었다.

“헤헤…..그럼 정식으로 고백해줘요….승낙하게.”

“그래. 원하는 대로.”

볼프강이 그녀의 머리를 매만져주며 말했다.

“좋아해. 소마. 내 옆에 있어줘.”

동화 같은 세 문장이 그녀에게 펼쳐졌다.

“응. 나도 좋아해, 오빠. 내 옆에 영원히 있어줘.”

순수한 대답이 그의 귓가에 들려왔다.

“죽어가면서 하는 유언이 그거라니….놀랬다고 나도….”

“많이….놀랬나봐?”

“그래. 그러니까 앞으로 그런 짓 하지마. 알았지?”

볼프강이 투덜거리는 말에 소마가 희미하게 미소를 지었다.

그 모습에 뭔가 이상함을 느낀 그가 그녀를 흔들었다.

“소마?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정신 차려!”

“헤헤…..시간이…..다 됐나봐…..당연한 결과겠지….정상적이지도 않는 몸으로 오빠를 되돌려놨으니까……”

“안돼….안돼…안돼,안돼,안돼! 이런 게 어디 있어?! 이런 게 어디 있냐고!!”

“오버하지 마…..나 안 죽어….그냥……남들보다 조금 오래 잘 뿐이야…..”

“죽지 마! 겨우 행복해졌잖아! 아직 시작도 제대로 못 했잖아! 그러니까 죽지 마라고!”

“안 죽는다니까…..그냥…..조금만 쉬려고…….잠에서 깨면…..그 때……우리 다시 데이트 하자…..”

소마의 눈에 초점이 흐릿해졌다.

“잘 자….볼프 오빠…..일어났을 때…..오빠가 옆에 있으면….좋겠다….”

소마의 손에 힘이 빠지자, 볼프강이 그녀를 품에 안으며 고개를 저었다.

“안돼, 안돼, 안돼!!!!!가지 마….가지 마!!!!”

그의 품에 안긴 그녀가 그의 귓가에 다가가더니 그에게만 들리게 말했다.

Gute Nacht, mein Prinz.(잘 자, 나의 왕자님)

그녀의 얼굴이 그의 어깨에 힘없이 툭 떨어지자, 볼프강이 떨리는 목소리로 그녀를 불렀다.

“소마…?소마…..?소마?소마아아아!!!”

자신이 사랑하는 소녀의 이름을

자신을 사랑해준 사랑스러운 그녀의 이름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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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화롭기 짝이 없는 어느 한 아파트 안에서 자신의 몸보다 큰 셔츠를 입은 소녀가 앨범을 이리저리 보다가 무언가를 보고 배시
시 웃음을 지었다

“……뭘 그렇게 봐?”

“헤헤~나 15살 때 사진. 나 엄청 다쳐서 오빠 펑펑 운 그 날로부터 2주 뒤 내 중환자병동에서 젤리가 찍어준 사진. 오랜만에 보
니까 좋다~”

“되게 오래 전 일처럼 말한다? 고작 5년 지난 일인데.”

“뭐야~되게 낭만 없어. 나한테는 이 때 엄청나게 행복했던 기억인데.”

“다쳐서 10일을 잠만 잤잖아. 그게 그렇게 좋아?”

“좋았지. 눈을 떴는데 오빠가 책 읽고 있다가 날 보면서 좋은 아침이라고 했잖아. 나, 무지무지 행복했다구~”

배시시 웃음을 짓는 소마의 표정에 볼프강이 책으로 얼굴을 가렸다.

해롭다, 해로워. 저 웃음은….

“아~! 또 얼굴 가렸어! 정말이지…..잘생긴 얼굴 가리지 말란 말이야.”

“…..너 그거 안 부끄럽냐?”

“평소 오빠 말이 더 오글거리거든?”

투닥투닥 거리며 두 사람이 싸우기 시작할 때, 현관 초인종이 손님이 왔음을 알렸다.

손님의 정체는…..사냥터지기 팀 멤버들이었다.

“여전히 행복해 보이는 얼굴이네, 볼프. 연하의 제자랑 사는 게 그렇게 좋아요?”

“지긋지긋하거든….얼마나 말괄량이인지…..내가 왜 저거에 빠져서…..”

툴툴거리는 그의 말에, 파이가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네, 네. 너무 행복해서 매일매일이 꿈만 같아 로 해석하면 되겠습니까, 선배?”

“야, 너….그런 뜻으로 한 거 아니거든?!”

“좀 솔직해지십시오. 여자는 자고로 적극적인 표현을 좋아하는 겁니다. 소마 양이 불쌍해집니다….”

“멋대로 남의 아내를 불쌍하다고 하지 말아줄래?”

현관에서 수다를 떠는 그들의 모습에 소마가 털레털레 슬리퍼를 끌고 현관으로 걸어왔다.

“안녕하세요~어서오세요~볼프와 소마의 집에서 오신 걸 환영해요~”

“고마워, 소마……응? 소소소소소마?! 뭐야 그 복장은?!”

“응? 평범한 신혼부부의 집안 복장인데?”

“제…제대로 입고 나와!!!보기 민망해!”

“흐응~이게 편한데…..”

“빠…빨리 갈아입고 나와…!”

루나가 얼굴을 붉히며 말하자, 소마가 장난스럽게 볼프의 등 뒤에서 고개를 내밀며 말했다.

“그러는 루나도 남편이 생기면 이렇게 할 거면서?”

“그…그런 짓 안 해! 못 해! 나….나는 집에서도 꽁꽁 싸매고 다닐 거야!”

“그러면 남편이 싫어한다? 눈 맞아도 해체작업하기 힘들면 의욕이 없어지잖아?”

“선생님 도대체 소마한테 무슨 이상한 걸 주입시킨 거에요?!”

“난 아무 짓도 안 했거든?! 자가진화 중이야!”

폭탄을 연속으로 날리면서 배시시 거리는 소마를 데리고 거실로 돌아온 사냥터지기 팀이 주방 구석에 놓여진 배달음식들을 보
고는 한숨을 쉬었다.

“하여간에 밥 하기 귀찮은 두 사람의 식단은 뻔하죠…..볼프. 아무리 귀찮아도 요리는 하라고요.”

“귀찮아. 소마가 원할 때만 특별히 하는 거야. 그 외에는 외식이야. 돈이야 썩어나잖아, 우리는.”

“저는 목적이 있을 때만 요리를 합니다! 장어라던가 장어라던가 장어라던가!”

“목적이 너무 불순해!”

루나가 태클을 걸어보았지만, 이미 루나의 태클은 쓰레기통 너머로 사라진 지 오래였다.

한동안의 소란이 있은 후, 결국 소마의 부탁으로 주방으로 들어온 볼프강이 먼저 와서 재료를 손질하고 있는 재리와 함께 나란
히 서서 재료를 다듬기 시작했다.

“…..볼프.”

“왜, 재리.”

“……행복해보여서 다행이에요.”

“내가 불행할 줄 알았어?”

“둘 다 상처가 많은 사람들이니까요.”

재리가 손질하던 재료들을 요리할 냄비에 옮기면서 말을 이어갔다.

“상처 많아서 서로 너무 조심하다가 불행하지 않을까 했는데…..표정이 많이 부드러워졌어요. 그리고 분위기도.”

“이거 큰일인데…저 녀석이랑 같이 있으면서 나도 글러먹어지는 건가…..”

“글러먹은 건 원래부터였고요. 어찌됐든…..축하해요, 볼프. 당신의 결혼을, 그리고 당신의 행복을.”

“내 행복에는 너희의 행복도 포함이야. 그러니까, 너도 행복해지라고. 재리.”

볼프의 말에 재리가 조심스럽게 주먹을 내밀었다.

그 제스처를 아는 그가 조용히 주먹을 맞대어주고는 다시 손질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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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호평이였던 요리를 뒤로 한 채, 손님들이 모두 사라지자, 볼프강과 소마가 쇼파에 널브러졌다..

“오랜만에 손님맞이 하니까 힘들어…..결혼하고 처음이지, 이게?”

“그렇지. 그 전까지는 네가 멋대로 들어와서 살기 시작한 거였고.”

“후훗…..그 때의 오빠 반응, 되게 귀여웠는데. 잡아 먹힐 생각으로 왔냐고 말한 주제에 손도 제대로 못 대고.”

“…..그 때 만약에 내가 먼저 건드렸으면 나 잡혀갔어.”

“그 정도 패기도 없으면 어쩌자는 거야…..그래서 결국엔 내가 먼저 건드렸잖아. 건드리고 나니까 신나서 건드렸지, 아마?”

“그러니까 왜 남자 집에 멋대로 들어와서 유혹을 하냐고….네가 무슨 서큐버스도 아니고.”

“서큐버스만큼 매력적이었어?응?응?”

“야, 야. 가까워.가까워. 더워. 떨어져.”

“흐흥~싫은데~오늘도 내가 공격할 건데~”

장난스럽게 그의 귀를 무는 소마의 행동에 볼프강이 한숨을 쉬며 그녀를 안고 침실로 들어갔다.

“어라라….?이게 아닌데….?귀여운 반응 보려고 한 건데….?”

“더 이상은 못 참아. 오늘 혼 좀 나자.”

“자…잠깐만, 오빠?! 호…혼낸다고?! 그….그건 좀 아닌데?!”

“벌이야. 오늘 잠 못 잘 줄 알아.”

볼프강이 그녀의 위로 다가서자, 아까의 기세는 어디 가고 얼굴을 빨갛게 물들인 채 흐에에 소리만 내는 소마였다.

“오늘은 내가 이겼네. 소마.”

“…..두고 봐…..다음에는 내가 먼저 선수칠 테니까.”

“그러든지 그럼 오늘은 잘 받아봐.”

볼프강이 그녀의 콧잔등에 키스를 하자, 소마가 부끄러움과 행복감이 가득한 웃음을 지으며 말했다.

“응. 잘 부탁해, 내 남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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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firsteve입니다.

…….분명히 방금 전에는 15페이지였는데 어째서 끝이 되니까 38페이지일까요….?

언제부터인가 폭주하는 글쟁이의 본능입니다.

너무 길다가 읽다가 포기하지 말아주세요. 열심히 썼습니다.

다음 예고는 아마도 세하슬비 일 것 같습니다.

근데 그 다음은 뭐 쓰지…..뭐….세슬 소설 쓰면서 생각해보겠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날씨 추워진다는데 감기 조심하세요. (캐나다에 있는 저는 이미 글렀습니다 ㅋㅋㅋ.)

지금까지 firsteve였습니다.

(p.s 댓글은 작가에게 글을 많이 쓰게 해주는 원동력이 됩니다.)

2024-10-24 23:20:55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