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험담 중 일부인 이야기 3-3

한스덱 2018-10-04 0

이 이야기는 실제 게임 스토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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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들만 자신의 목숨을 불공평한 싸움은 그렇게 시시하게 끝나버렸다. 나는 의식을 잃은 쓰러져버린 녀석들을 내버려둔 이야기 속으로 다시 돌아왔다. 여러분의 상상은 또다시 종말을 맞이했고, 내가 허무한 전투에서 미처 쓰지 못한 에너지 역시 허무하게 사라졌다.


하지만, 싸움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이런 엄청난 능력을 가진 나에게 감히 싸움을 자가 이야기 속에 있었기 때문이다

  

 이 이야기의 주요 등장생물은 뿐이다. 그러니, 자의 뻔한 정체는 바로 그녀다.


그녀는 지금 나를 향해 블레이드의 총구를 겨누고 있다. 그리고 능력의 범위 안에 엄청난 에너지가 담긴 구체를 띄워놓은 그녀를 노려보고 있다. 그녀와 나는 서로의 무기를 겨누며 첨예하게 대치 중이었다.


세기의 대결이 갑작스럽게 벌어지기 1 시간 전으로 되돌아가보자.


인간의 영웅과 갇혀버린 차원종과의 역사적인 계약이 성공적으로 체결된 이후, 없이 목발 하나에 의지한 채로 일어났고, 그대로 동굴 쪽으로 들어갔다. 그런 나를 묵묵히 바라본 그녀 역시 마찬가지로 없이 일어나고선 나를 뒤따라왔다.


그녀가 꽁무니를 쫓아오고 있다는 알았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지금 중요한 일이 있어서 바쁜 몸이고, 시간은 겨우 하루밖에 남았다. 시간 안에 일을 모두 마무리해야 했다. 그녀가 일을 방해만 안한다면 가만히 지켜보던, 춤을 추면서 응원하던 전혀 상관 없었다.


동굴 속으로 깊숙히 들어갈수록 길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갔다. 하지만 동굴의 구조를 전부 꿰뚫어보고 있었다. 그래서 망설임 없이 목적지를 향해 절뚝댔다. 그녀는 뛰어난 안내자의 의도치 않은 지시 덕분에 미로 속에서 헤매지 않고 내가 걸은 길을 그대로 따라오고 있었다


지금 그녀와 내가 걷고 있는 길은 침실이 있던 공간처럼 평평하지 않았다. 동굴 쪽으로 깊숙히 들어가는 길은 지하로도 깊숙히 들어가는 내리막길이었다. 제법 경사가 길이었지만 그녀와 모두 내려가는 불편하진 않았다. 내리막길은 내부차원의 속에 등산로보다 지나가는 편할 정도로 칸이 넓적한 나선형 계단이었기 때문이다.


나는 절뚝대며 내려갔다. 그녀는 따라왔다. 나는 계속 절뚝대며 내려갔다. 그녀는 계속 따라왔다. 나는 끊임없이 절뚝대며 내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끊임없이 따라왔다. 동굴은 그녀와 내가 그렇게 끊임없이 추격전을 있을만큼 깊은 지하까지 이어져 있었다. 지하로 내려갈수록 그녀와 나를 지켜준 푸른색은 희미해져 갔고, 자리에 갈색이 진하게 채워졌다. 검붉은 색은 전혀 보였다. 끔찍한 위력을 가진 오염 위상도 이만큼 깊은 지하까지는 침투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은은한 빛이 희미하게 사라지면서 짙은 어둠이 깊숙히 깔려갔지만 그녀와 모두 신경쓰지 않았다. 나는 동굴 속을 감은 걷고 있었고, 그녀는 맹인을 길잡이로 쓰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녀와 나는 어두운 길을 같이와 따로 사이의 애매한 사이로 걷는 동안 마디의 대화도 나누지 않았다. 침묵은 3 시간만에 사라져버린 무거운 적막과는 다른 종류의 것이었다. 침묵도 앞의 것처럼 무거웠지만 때만큼 우울하진 않았다. 대신, 비장함이 넘쳐흘렀다.


침묵을 처음으로 깨트린 , 그녀가 목적지인 어느 안의 모습을 바라보고 내뱉은 탄성이었다.


우와…!”


방은 지옥의 밑바닥 속의 밑바닥에 숨겨진 낙원이었다.


방은 그녀와 내가 가장 많은 시간을 같이 보냈던 침실과는 다르게 반구형의 형태를 가지고 있었다. 내부의 전체적인 모습은 내부차원에서 이글루라고 부르는 건축물 내부와 비슷했다. 평범한 이글루보다 훨씬 넓적한 반구형의 벽에는, 이제는 신비함에 제법 익숙해진 푸른색 암석으로 만들어진 벽돌들이 층층히 쌓여 있었다. 밖의 짙은 어둠은 안의 은은한 빛을 휘황찬란하게 강조시켰다.


하지만, 방의 벽은 푸른색으로만 색칠되지 않았다. 담쟁이넝쿨처럼 생긴 식물들이 반구형의 벽을 타고 자라나면서 푸른색 바탕의 도화지에다가 싱싱한 초록색 선들을 이리저리 엉키게 그려주었기 때문이다. 끈질긴 생명을 그래피티로 그려낸 넝쿨과 마찬가지로 안은 약초들의 생명력을 상징하는 색깔들로 싱싱하게 물들어져 있었다.


무성하게 자라난 약초들은 밖의 짙은 어둠처럼 짙은 색을 땅에다가 뿌리를 깊숙히 뻗어놓았다. 식물들은 푸른색 빛과 갈색 토양에서 영양분을 마음껏 빨아들였고, 영양분으로 초록색을 몸을 자라냈다. 그리고, 머리에다가 수수하게 생긴 꽃들을 장식처럼 꽂아놓았다. 장식들에선 인공화합물 따위로는 흉내낼 없는 향기가 선명하게 풍겼다.


벽과 땅에서 나오는 만찬을 배불리 먹은 약초들의 목을 축여줄 또한 잔뜩 마련되어 있었다. 방의 출입구에서 가장 멀리 떨어진 건너편에는 다른 입구가 나있었다. 방을 통해서 건너가면 나오는 다른 공간은, 대체 어디서 흘러들어온 건지 없는 지하수가 가득 고여있는 저수지였다. 맑은 물은 저승의 강처럼 흐르지는 않았지만, 칙칙한 저승과는 한참은 동떨어진 화사한 낙원을 피워낸 원천이 되었다.


자연이 만들어낸 기적을 인공적으로 다듬어서 만들어진 공간 속에 피워올라온 생명들은, 자연만이 만들어낸 기적같은 풍경은 아니었지만 그것을 뛰어넘는 신비함과 아름다움을 그녀에게 보여주었을 것이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탄성을 내지르면서 생각이 옳았음을 증명해주었다.


그래서 화가 났다.


만일 내가 조금만 신경써서 그녀에게 공간을 먼저 보여주었다면,


그리고 그녀가 공간의 아름다음에 흠뻑 취해버리게 만들었다면,


그래서 그녀가 어서 돌아가야만 하는 잊어버리도록 했었다면,

 

 아니면 자신의 소망보다 낙원을 소중하게 만들었다면,     

  

 ~었다면, ~었다면, ~었다면.


이쯤에서 여러분은 상태를 정확하게 깨달았을 것이다.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그리고, 애초부터 제정신이 아니었다.


일어나지도 않은 비극을 걱정하면서 두려워했다. 그리고 비극이 사실은 희극으로 밝혀지자 꿈에 부풀어올랐다. 행복에 빠진 나머지 그것을 손으로 물거품으로 만들어버렸다.

 

 난 당연하게 결정해야 했던 선택을 하는 것을 망설였다. 그리고 망설임 때문에 커져버린 절망을 바라보면서 괴로워했다. 괴로움을 못참고 후회할 뻔한 선택을 해버렸다.


괴로움 때문에 억지로 고른 당연한 선택 때문에 화가 났다. 그리고 일어나지도 않은 망상들을 억지로 짜맞추면서 스스로를 괴롭히고 있다. 그만큼이나 어리석었다.    


멍청이였다.


추악한 멍청이였다.


스스로를 용서하지 못할만큼 추악한 멍청이였다.


하지만, 이젠 끝났다.


끝은 추악하지 않을 것이고, 그래서 나를 괴롭힐 것이다.


하지만, 아직 해야할 일이 남았다.


지금 난 내가 직접 정성껏 가꾼 약초밭의  가운데에 있었다. 싱그러운 향기가 코를 가득 간질였지만, 냄새가 원망스러웠다. 빌어먹을 공간을 만드는 바쳐버린 시간이 미웠다. 방에서 자라난 약초로 만든 연고를 발라줘야 끔찍한 고통에서 겨우 벗어나는 피부가 증오스러웠다.     


그리고, 그런 내가 꼴도 보기 싫었다.


그래서 그녀가 부러웠다.


그녀는 내가 배푼 온갖 호의들을 감사히 받아주었다. 그리고 내가 배풀어줄 마지막 호의 역시 감사하게 받아줄 것이다. 그녀는 끝까지 호의만 배풀어준 나를 절대로 원망하지 않을 것이다. 나와는 다르게 고통받지도 않을테고 말이다.


그런 그녀를 위해 일을 어서 마무리 해야만한다.


이건 내가 아닌 그녀를 위한 일이다.


그래, 이건 그녀를 위한 일이야.


사실 내가 서커스를 시작하기 전에 관객을 도발한 이유는, 관객이 무대에 집중하게 만드는 번째고,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모아두는 번째였다. 그녀가 다음에 던져댄 돌멩이의 운동 에너지만을 사용해서 묘기를 보여주었고, 내가 번째로 모아둔 엄청난 양의 에너지는 여전히 왼손을 노랗게 빛내고 있었다.


그리고 지금이 바로, 에너지를 써야하는 순간이다.


건틀릿에 충전된 전기를 에너지로 바꾸기 시작했다. 그리고 에너지를 머리 위에 모았다. 열에 불타버릴 장작이 아직 없었기 때문에 불덩이가 생겨나진 않았다. 대신에 약초밭의 모습을 흐려버리는 아지랑이가 가득 피어올랐다. 하지만, 내가 가꾸어낸 아름다움이 흐려져서 슬프지는 않았다. 어차피 아름다움은 그녀와 기억 속에만 남을테니까.


내가 만든 에너지에 불타버릴 장작은 바로, 약초밭이었다.


그녀와 여러분은 서커스가 끝났다고 생각했겠지만, 사실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관람을 마치고 돌아갈 준비를 서두르는 관객을 놀래켜주기 위해 준비된 마지막 묘기인 불꽃쇼가 기다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신기한 묘기들이 가득했던 서커스의 폐막을 화려하게 장식할 쇼가 것이다. 게다가 무대 위의 모든 잿더미가 돼버렸는데도 무대 바깥의 관객은 물론이며 무대의 중심에 광대의 안전마저 모두 보장되어 있다. 정말로 놀랍지 않은가?     


나는 입구를 등진 있었다. 그래서 그녀가 가진 에너지를 바라볼 없었다. 그녀는 지금 어떤 표정을 하고 있을까? 놀랐을까? 당혹스러워 할까? 아니면, 내가 지금 몸까지 불태우려 한다고 오해해서 필사적으로 말리려 들까?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상상하면서 헛웃음을 터트렸다. 허탈한 웃음과 함께, 애써 참았던 눈물이 같이 흘러나왔다.

2024-10-24 23:20:46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