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험담 중 일부인 이야기 3-2
한스덱 2018-10-03 0
이 이야기는 실제 게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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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기 이야기가 너무 길어져 버렸다. 다시 정신 차리고, 전투에 집중해보자.
음속을 살짝 넘은 속도까지 가속한 나는 땅을 있는 힘껏 박차서 뛰어올랐다.
내 도약은 중력의 영향을 받아서 추락으로 끝나야 했지만, 나는 추락하지 않았다. 초음속이 발생시키는 마찰력으로 발전한 전기의 일부가 내 몸을 하늘에 띄워줄 에너지로 전환되었기 때문이다. 그 ‘양력’은 날개가 달리지 않은 내 몸을 공중에 띄워올릴 수 있을만큼 충분했고, 그래서 난 무사히 이륙했다. 너무 높게 날면 호흡하기도 힘들고 에너지도 많이 써야 하니, 난 대략 1 m 정도의 낮은 고도를 유지했다.
난 내 능력을 활용해서 ‘비행’도 할 수 있었다.
내가 굳이 하늘을 난 이유는, 마찰력이 0 인 상태에서 끊임없이 가속했다간 나도 내 속도를 주체할 수 없어지기 때문이다. 물론 내가 몇 분 동안 전력으로 달리느라 지친 것도 빼먹을 수 없다. 공중에 뜬 나는 더 이상 땅을 박차면서 가속할 수 없었고,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은 여전히 0 이었기 때문에, 내 몸은 내가 허공에다 돌려댄 돌멩이와 마찬가지로 일정한 속도를 유지하게 되었다. 난 초음속까지 가속하느라 고생한 내 다리를 주물러줬다. 내부차원에서 운행하는 비행기에 탑승한 승객이 된 것마냥 편안하게 말이다.
내 배터리 4개가 거의 다 충전된 그때, 마침내 나를 상대할 적들이 저 멀리서 보였다. 적의 숫자는 총 셋, 일렬 횡대로 서 있었다. 모두 A급의 힘을 가진 차원종임이 틀림없다.
우선 맨 왼쪽 녀석부터 공격하기로 마음먹은 난 그 녀석의 코 앞까지 초음속으로 날아간 뒤, 그 코 앞에서 그대로 멈춰섰다. 초음속의 운동 에너지는 0으로 줄어들면서 엄청난 양의 에너지를 발생시켰고, 난 그 위력을 내가 아닌 그 불쌍한 녀석에게만 정확하게 선사하도록 그 충격파의 방향을 조작했다.
신체를 강화 합금의 강도마저 뛰어넘을만큼 튼튼하게 만들 수 있었던 ‘그 녀석’은 무슨 일이 일어난 건지 깨닫기도 전에 저 멀리로 날아가버렸다. 무식하게 튼튼한 신체를 가진 덕택에 땅 바닥에 쳐박힌 채 의식을 잃어버린 걸로 끝났다고 한다.
어쨌든 내 적은 이제 두 녀석 남았다.
일렬 횡대의 중간에 서 있던 ‘이 녀석’은 내 첫 번째 공격을 뛰어넘는 위력을 가진 광선을 내뿜을 수 있었다. 녀석은 오른쪽에 착륙한 나를 발견하자마자 입을 크게 벌려서 자신의 주특기를 발사했다.
여러분은 어마어마한 위력의 ‘에너지’를 나에게 직접 갖다 바쳐준 이 녀석을 불쌍하게 여길 것이다. 난 그저 그 에너지를 역행시켜서 녀석에게 그 무시무시한 위력을 체험시켜주면 끝이니까. 하지만, 그랬다간 이 불쌍한 녀석은 흔적도 없이 사라질 것이다. 그래서 난 그것과는 다른 ‘공격’을 하기로 마음먹었고, 그 때문에 녀석의 최후는 더욱 비참해졌다.
난 내 바로 앞에서 발사된 그 광선을 발놀림만으로 가볍게 피해버렸다. 그리고 열심히 광선을 내뿜느라 쩍 벌어진 턱에다가 어퍼컷을 날려주었다. 급소를 정확하게 명중당한 녀석은 자신보다 세 계단이나 낮은 등급을 가진 신체가 선보인 격투술을 체험하고선, 비틀거리며 휘청대다가 결국 의식을 잃고 쓰러져버렸다.
나는 평범한 인간을 살짝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가지고 태어났을 뿐이다. 하지만, ‘지금의 나’는 A급 차원종을 뛰어넘는 신체 능력을 발휘할 수 있었다. 그 이유는, 내가 마찰력으로 발전한 전기를 ‘다른 에너지’로 전환해서 내 신체에다가 주입했기 때문이다. 그래서, 지금의 난 내 적들보다 더 강력한 ‘힘’을 가지고 있었다.
그렇다, 빛, 열, 소리 등의 평범한 에너지가 아닌, 차원종이 가진 특별한 ‘힘’ 역시 에너지의 범주에 속했다. 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는 나는 내 주변의 에너지를 그 ‘힘’으로 전환하는 게 당연히 가능하다. 나는 내 배터리에 가득 충전된 전기를 조작해서, 내가 가진 빈약한 ‘힘’을 그 전기가 잃어버린 에너지의 양만큼 추가시켰고, 그렇게 생긴 엄청난 ‘힘’ 덕분에 내 허약한 신체는 비약적으로 강화되었다.
내 전투를 여기까지 지켜봐주신 여러분은, 내가 내 능력을 활용해서 ‘초 가속 능력’, ‘100% 효율의 발전’, ‘비행’ 뿐만 아니라, ‘파괴적인 위력을 가진 일격’, ‘에너지를 사용한 공격을 허용하지 않는 절대적인 방어력’, 그리고 ‘신체 강화 능력’마저 사용할 수 있다는 걸 깨달았을 것이다.
하지만,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아직 적이 하나 남았으니깐.
내 마지막 적은 쏜살같은 속도로 달아나고 있었다. 게다가 ‘저 녀석’은 은신 능력까지 사용해서 자신의 모습을 감쪽같이 감춰버렸다. 하지만, 녀석은 자신의 능력을 사용할 필요가 전혀 없었다. 애초에 난 녀석이 은신 능력을 사용하지 않아도 그 생김새를 두 눈으로 바라볼 수 없었으니까.
하지만, 난 녀석의 생김새 대신, 녀석이 가진 ‘다른 것’의 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내 보물 1호는 이 세상의 생김새를 진짜 안대를 쓴 것처럼 가려버리는 대신, 에너지의 강렬한 모습을 바라보는 것을 전혀 고통스럽지 않게 만들어주는 특수한 렌즈가 달린 ‘고글’이었다. 그래서 난 내가 가진 그 어떤 것보다도 그 고글이 더 소중했다
나에게서 제법 빠르게 멀어져가는 운동 에너지, 열 에너지, 그리고 ‘힘’ 등의 모습만을 똑똑히 지켜보던 나는 ‘초 가속 능력’과 ‘신체 강화 능력’을 동시에 사용해서 처절하게 달아나던 그 에너지 덩어리를 순식간에 따라잡았다.
그렇게 순식간에 따라잡혀버린 녀석은 어쩔 수 없이 그 자리에서 멈출 수 밖에 없었다.
내 능력의 범위에 들어와버린 녀석의 몸이 마비되었기 때문이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던 녀석은 갑자기 몸이 돌덩이가 되어버린 탓에 균형을 잃어버렸다. 난 땅 바닥에 전속력으로 부딪혀버리기 일보직전이던 녀석을 붙잡아주었다. 내 덕분에 간신히 쓰러지지 않은 녀석은 여전히 투명했지만, 녀석은 내 손이 같이 떨릴 정도로 부들거리고 있었다. 나는 그런 녀석을 위해 정신을 좀 더 집중했다.
실에 묶인 꼭두각시마냥 어색하게 움직인 녀석은 편안한 자세로 앉아서 나를 향해 고개를 들어버렸다. 안타깝게도 녀석은 더 큰 공포에 빠져버린 것 같았다. 난 그런 녀석을 위해 차분하게 말을 걸었다.
“전 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습니다.”
내 뜬금없는 자랑을 들어버린 녀석은 어리둥절한 눈치다. 녀석을 위한 내 설명은 계속되었다.
“전 지금 당신의 근육을 움직이는 에너지를 제 ‘힘’으로 전환하고 있습니다. 그래서 당신은 몸을 움직일 수가 없는 겁니다. 또한, 저는 그 에너지의 방향을 조작해서 당신의 몸이 제 마음대로 움직이게 만들기도 했습니다.”
나에게 덤비지 않고 도망친다는 판단을 할 뿐만 아니라, 내 설명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을만큼 현명한 녀석은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녀석은 나에게서 도망치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난 녀석의 에너지가 자신의 일을 해내지 못하도록 느긋하게 방해했다. 내 친절한 설명은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만약 제가 당신의 몸에 있는 ‘다른 에너지’를 조작하면 당신은 어떻게 될까요?”
녀석은 내 질문의 정답을 상상하고 있나보다. 혈액이 혈관 밖으로 터져 나온다던가, 격렬하게 뛰는 심장이 멈춘다던가, 혹은 열로 변해버린 ‘힘’이 온 몸을 불태운다던가…
공포를 이겨내지 못한 녀석은 결국 졸도하고 말았다.
내 설명은 아직도 안 끝났지만, 난 저 불쌍한 녀석의 심정을 이해했다. 그래서 녀석이 편히 잠들도록 그 몸을 바른 자세로 눕혀주었다. 이제 이 광경을 여기까지 지켜본 여러분께 다시 설명드릴 시간이다.
난 적을 향해서 파괴적인 위력을 가진 일격을 날릴 필요조차 없었다. 그저 ‘초 가속 능력’과 ‘절대적인 방어력’, 그리고 ‘신체 강화 능력’으로 무장한 채 적에게서 3 m 떨어진 위치까지 달려들기만 하면 충분했다. 그걸로 그 싸움은 내 승리로 끝나버렸다. 내 능력의 범위에 들어와버린 적은 몸을 움직이기는 커녕 자신이 가진 에너지가 몸 속에다가 직접 저지르는 테러를 감당할 수 없을테니까.
이런 엄청난 사실을 깨달아버려서 할 말을 잃어버렸는가? 그런 여러분께 내 능력의 또다른 활용 방법 하나를 마지막으로 덤터기 씌어주겠다.
난 내 능력을 활용해 적의 신체 활동마저 조작했다. 그러니, 이런 생각도 충분히 해볼 수 있을 것이다.
만약 내가 ‘내 신체 활동’을 스스로 조작하면 어떻게 될까?
내 몸은 너무나 당연하게도 내 능력의 범위 안에 무조건 들어와있다. 내가 내 몸의 에너지를 조작하지 못하는 일 따위는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이다.
생물은 어떤 수단을 써서든 영양분을 섭취한다. 그렇게 체내에 들어간 영양분은 소화기관 등을 거쳐서 그 생물의 몸을 움직이는 ‘에너지’가 된다.
생물이 살아가려면 에너지가 필요하다. 그리고 난 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다.
그러므로, 난 내 몸이 살아가는 데 필요한 에너지를 내 능력만으로 외부에서 꾸준히 공급할 수 있다.
물론 에너지를 꾸준하게 공급하는 것만으론 노화를 방지할 수 없다. 혈액, 피부, 뼈 등등을 영원히 재생할 순 없으니 말이다. 하지만 나는 내 몸을 움직이는 데 쓰일 에너지 정도는 영양분을 섭취하지 않아도 얻을 수 있다. 설령 내가 늙더라도, 내 주변에 에너지만 있다면 난 끊임없이 움직일 수 있다. 녹슨 기계마냥 삐걱거리긴 하더라도 멈춰버릴 일은 없다는 것이다.
그리고 난 괴물이나 악마에 속하는 생물인 차원종이다. 내 몸은 아무리 허약해도 평범한 인간보다는 더 긴 수명을 가졌다. 게다가 난 약초학에 능통하다. 군단의 그 누구보다도 말이다. 내 약초의 효능은 3 시간 만에 다 자라난 그녀의 오른손이 대신 증명해 줄 것이다. 물론 목숨을 단 번에 앗아갈만큼 치명적인 외상을 입을 수도 있겠지만, 하필이면 내 능력의 활용 방법 중에는 ‘절대적인 방어력’이 포함되어있다.
쉽게 말해서, 난 제한적인 조건으로나마 영생을 살 수 있다.
여러분은 내가 이 정도까지 알려줄 필요도 없이 충분히 깨달았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