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의 모험담 중 일부인 이야기 3-1
한스덱 2018-10-02 0
이 이야기는 실제 게임 스토리와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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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다. 이미 소개된 내 능력의 정체이다.
내 능력은 수 많은 한계가 있다. 이것도 이미 소개된 사실이다.
그런 내 능력이 가진 가장 큰 장점은 바로, 무궁무진한 활용 방법이다. 이 사실마저도 앞의 것들과 마찬가지로 이미 소개되었지만, 이건 내가 내 능력을 묘기나 부리는 데 쓰느라 대충 소개되었다. 그러니 이야기가 3부로 넘어가는 이 시간을 빌어서 여러분께 제대로 보여드리겠다.
여러분은 내가 부린 첫 번째 묘기를 기억하는가? 손을 안 쓰고 해낸 저글링 쇼 말이다. 왜 묘기 이야기를 또 꺼내냐면, 이 묘기의 원리야말로 내 능력의 무궁무진한 활용을 간단하게 보여줄 적당한 예시이기 때문이다.
내 능력의 좁아터진 범위 안에서 돌멩이 세 개를 빙글빙글 돌려댄 거에 무슨 원리가 필요하냐고 묻고 싶으실 것이다. 하지만 여러분, 잘 생각해보길 바란다. 여러분이 돌멩이를 휙 던졌을 때, 그 돌멩이가 지평선을 넘어서 날아간 적이 있는가? 만약 진짜로 있었다면 축하드린다. 당신은 그녀가 가진 위상력마저 뛰어넘는 위상력을 가졌거나, 혹은 내가 가진 이능력마저 뛰어넘는 이능력을 가졌을테니까. 저런 마법을 부려본 적 없었던 여러분은 기죽을 필요가 전혀 없다. 없는 게 당연히 정상이니깐. 휙 던진 돌멩이가 무한한 수평선을 그리며 날도록 만드는 묘기는 나도 못 부린다.
하지만, 난 그것과 비슷한 묘기를 보여줄 수 있다. 휙 던져진 돌멩이가 수평선 대신 원을 무한히 그리며 날게 만드는 묘기 말이다. 바로 내 첫 번째 묘기다.
내 첫 번째 묘기가 얼마나 대단한지 드디어 깨달았는가? 아직 모르겠다면, 친절히 설명드려주겠다. 난 그녀가 던진 돌멩이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시켜서 허공에다가 끊임없이 원을 그려냈다. 점점 떨어지는 속도 때문에 결국엔 땅바닥에 툭 떨어졌어야 할 돌멩이로 말이다. 그것도 세 개씩이나!
이 묘기의 원리를 그냥 소개해버리면 여러분이 조금 지루해 할 지도 모른다. 게다가 이 묘기 만으론 내 능력의 활용 방법을 많이 보여드릴 수도 없다. 그러니, 여러분을 만족시켜줄 설명을 좀 더 격렬한 묘사를 사용해서 드려주겠다.
바로, 이 소설에서 드디어 등장하는 전투씬이다.
내 능력을 실전, 그러니까 서로의 목숨을 건 전투에서 마침내 사용해보겠다는 말이다. 참고로 이 시뮬레이션 속의 나는 왼쪽 뿔도 잘려나가지 않았고, 절름발이도 아니며, 화상을 입지도 않은 데다가, 빌어먹을 마스크도 벗어버린 최상의 컨디션으로 설정되어있다. 여러분이 내 모습을 상상하면서 창조한 세계는 내 묘사를 직격으로 맞아서 멸망했지만, 이 시간만큼은 어느정도 아름답게 부활할 것이다. 기대되지 않는가?
우선 전투에 나서기 전에 준비물을 모두 챙겼는지 꼼꼼하게 확인하자. 내 보물 1호는 무사하고, 건틀릿과 각반 역시 빼먹지 않고 장착했다. 이걸로 준비 끝이다.
내 목숨의 가치가 안대랑 건틀릿이랑 각반을 다 합친 것보다 모자르다고 착각하진 말아주길 바란다. 난 지금 진지한 자세로 진심으로 싸우려는 생각이니까.
우선 목숨을 걸고 싸우려면 그럴만한 힘을 가진 적부터 만나야 할 것이다. 그래서 난 내부차원의 뛰어난 운동 선수와 비슷한 내 신체 능력을 사용해 이 가상 공간 속 어딘가에 있을 적을 향해 달리기 시작했다. 스타트는 성공적이다. 난 50 m 지점을 5초만에 돌파했다. 그리고 100 m 지점을 10초 만에, 200 m. 지점을 15초 만에, 400 m지점을 20초만에…
그리고 내가 달리기 시작한 지 1분이 지난 지금, 나는 약 102 km 지점을 돌파해버렸다. 내 속도는 약 170 m/s 이다. 지금 난 음속의 약 절반 가량의 속도로 달리고 있다는 말이다. 하지만 내 가속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나는 그 이후에도 계속 가속했고, 얼마 안 가서 음속을 뛰어넘어버렸다.
이게 대체 어떻게 가능한 걸까? 내 몸은 내 능력의 네 번째 한계 때문에 평범한 인간보다 약간 더 뛰어날 뿐이고, 설령 내가 내 다리만으로 음속을 뛰어넘었다고 치더라도 내 몸은 음속을 뛰어넘는 속도가 발생시키는 마찰 때문에 박살났어야 하는 데 말이다.
눈치 빠른 여러분은 위의 문단에서 답을 찾아냈을 것이다. 그렇다. 난 속도로 인해 발생하는 ‘마찰력’을 조작한 것이다. 그래서 나는 내 질주를 방해할 마찰을 조금도 받지 않으면서 내 다리만으로 끊임없이 가속한 덕분에 음속조차 뛰어넘었고, 내 주변은 바람 한 점 불지 않은 것처럼 멀쩡한 데다가 쥐죽은듯이 고요했다.
난 내 능력을 활용해서 ‘초 가속 능력’을 사용할 수 있다는 말이다.
여기서, 내가 저지른 반칙을 항의하기 위해 내 능력의 첫 번째 한계를 비장의 레드 카드로 꺼내들려는 여러분도 계실 것이다. 난 에너지를 파괴할 수 없다고 내 입으로 말했는데도, 내 능력으로 마찰력을 없애버렸다고 따지면서 말이다. 하지만, 나도 내 질주에 태클을 건 여러분께 항의할 것이다. 난 마찰력을 없앤 것은 맞지만, 에너지를 파괴한 적은 없다고 받아치면서 말이다.
다시 말해서, 지금 난 내 주변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을 전부 다른 에너지로 전환하고 있다. 그 덕분에 내 질주에서 발생하는 마찰력은 0이 되었다. 그리고, 마찰력이 0으로 줄어든만큼 생성된 에너지는 지금도 내 주변에 버젓이 있다. 인간 여러분이 만들어낸 현대 문명을 유지시키는 데 정말로 중요한 에너지로 전환되어 ‘충전’된 상태로 말이다.
이쯤에서 내 첫 번째 묘기의 원리를 정확하게 깨달으신 여러분, 진심으로 감사드린다. 어러분은 내 보물 1호 만큼이나 소중한 독자시다. 혹시 아직 모르시겠다는 여러분은 걱정하지 마시라. 그런 여러분도 나에겐 마찬가지로 소중하고, 더군다나 나는 그런 여러분을 위해 또다시 친절하게 설명을 해드릴테니까.
난 그녀가 던진 돌멩이의 방향을 조작하는 동시에, 돌멩이의 속도를 줄여버리는 마찰력을 전부 ‘전기’로 전환했다. 그래서 그 돌멩이에 가해지는 마찰력은 0 이 되었고, 그 돌은 관성의 법칙에 따라 자신의 속도를 일정하게 유지했다.
그리고, 마찰력이 전환되어서 생성된 전기는 ‘어딘가’로 전부 흡수되었다. 그 어딘가는 반투명한 전등이 달린 가로등에 불을 킨 것마냥 노랗게 빛나고 있었다. 여러분은 현명하시니 그 어딘가가 내 왼손에 끼워진 건틀릿에 박힌 보석이라는 걸 진작에 눈치채셨을 것이다.
내 건틀릿과 각반, 정확히는 그것들 모두에게 하나씩 박힌 반투명한 보석은 주변의 전기를 흡수하고 내부에 저장할 수 있는 배터리이다. 그리고 그 배터리 하나에 충전할 수 있는 전기의 총량은 한국의 신 수도에서 일주일동안 사용하는 전력의 양과 맞먹을 정도다. 난 그런 초고용량 배터리를 무려 4개나 가지고 있었다. 여기서, 여러분은 내 건틀릿과 각반의 놀라운 기능보다, 내 배터리 하나를 단 한 방에 절반 정도 충전시커버린 괴력을 떠올리며 아까 전 나와 같이 경악하시면 된다.
졸지에 괴물이 되어버린 그녀를 위해 첨언하자면, 난 100 %의 효율을 자랑하는 발전기와 마찬가지다. 난 에너지 보존의 법칙 때문에 에너지를 파괴하는 게 불가능하다. 그 말은 곧, 내가 100의 양을 가진 에너지를 다른 종류의 에너지로 바꾼다고 쳐도 그 에너지의 총량은 여전히 100이라는 소리다. 그래서 난 그녀의 괴력을 조금의 손실 없이 전환한 덕분에 어마어마한 양의 전기를 발전해냈다. 참고로 인간 여러분이 사용하는 전기의 80% 이상을 꼬박꼬박 공급하는 발전기에 쓰이는 증기 터빈의 효율은 겨우 30 ~ 40 %이다. 음, 이렇게 설명해도 그녀의 괴력이 더 돋보이는 건 내 탓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