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스토리는 실제 게임과는 상관이 없습니다. 하지만, 게임의 스포일러가 있으니 주의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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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이야기를 지금까지 읽고 계신 여러분 중에서, 지금 이 상황이 어떻게 돌아가는 건지를 완벽하게 깨달은 분이 계신다면 그 분은 자신의 명석함을 자랑스러워할 자격이 충분하다. 하지만, 이게 도대체 무슨 마법인지 전혀 짐작이 안간다고 나에게 따지실 여러분은 전혀 걱정할 필요가 없다. 깨닫지 못한 여러분이 깨달은 여러분보다는 훨씬 더 많이 계실 거고, 나는 이제부터 이 중요 사건을 최대한 알기 쉽게 설명드릴 테니까.

혹시 차원 전쟁이 벌어진 진짜 원흉이 무엇인지 기억하고 계신가? 정답은 ‘연구자들’이다.

그럼 그 연구자들이 연구하던 것은 무엇인가? 정답은 ‘--‘이다.

그럼 그 연구자들은 대체 왜 그 ‘--‘이 짜증을 참지 못해서 화를 낼 정도로 그것을 무리하게 연구했는가? 정답은 그것 속에 담긴 ‘힘’을 더 많이 가지고 싶었던 욕심 때문이다.

‘힘’.

지구상에는 전혀 존재하지 않았던 ‘초능력’이나 ‘괴력’같은, 괴물이나 악마, 그리고 인간과는 다른 존재들이 원래 가지고 있었지만, 악마가 가진 양이 괴물들보다 더 많았던, 인간들에게는 ‘위상력’이라고 불러지는 ‘그것’

그리고 나는 괴물이나 악마를 총칭하는 존재에 속하는 차원종이다.

그러니까 나 역시 ‘그것’, 그러니까 ‘이능력’을 가지고 있었다는 말이다.

여기까지는 여러분도 충분히 유추해냈을 것이다. 하지만 중요한 설명은 지금부터 시작이다.

그런 ‘이능력’은, ‘힘’이나 ‘위상력’을 가진 존재들이 모두 가지고 있는거다. 다만, 그 ‘이능력’에 들어가는 신기한 능력들에는 셀 수 없을 만큼 많은 종류가 있었다. 예를 들면, 물건을 둥둥 떠다니게 만들 수 있는 염동력이나, 상대의 마음을 읽거나 조종할 수 있는 정신계 능력, 혹은 ‘힘’이나 ‘위상력’에 각성해서 얻게 된 강인한 신체를 더욱 강화하는 데 쓰이는 신체 강화 능력도 이능력이었고, 그 밖에도 바람을 불게 만든다거나, 불을 피워 낸다던가, 어떤 것을 꽁꽁 얼려버린다던가 등등…

그리고 보통의 경우, 어떤 존재가 ‘힘’이나 ‘위상력’에 각성하게 되면, 그 존재는 자신이 맨 처음으로 가지게 된 그 한 가지 능력만을 사용할 수 밖에 없었다. 쉽게 말해서, 불덩이를 날리거나 번개를 내리치는 걸 동시에 해내는 존재는 실제로 만나는 게 매우 어려울 정도로 희귀하다는 말이다.

하지만, 한 가지 능력만을 가진 수 많은 존재가 두 개 이상의 능력을 쓸 수 있는 희귀한 존재보다 약하다고 말하는 건 절대 아니다. 어떤 존재의 강함을 다른 존재의 강함과 비교하는 방법은, ‘힘’이나 ‘위상력’의 총량을 비교하는 게 가장 대표적이다. 그리고, 그 비교 대상들 중에서 누가 자신의 이능력을 잘 활용하는지를 비교하는 건 의외로, 하지만 상당히 예리한 방법이다. 이걸 설명드리기 위해 허구의 세계에 살고 있는 두 존재를 여러분께 소개해드리겠다.

A는 염동력에 특화된 차원종이다. 이 차원종은 100 만큼의 ‘힘’을 가지고 있었다. 하지만 이 차원종은 머리가 나쁜 편이라 자신 주위에 존재하는 묵직한 것들을 공중에 띄워서 적을 향해 날려버린다는 공격 방법밖에 몰랐다.

 그리고 B 는 염동력에 특화된 위상능력자이다. 이 위상능력자는 50 만큼의 위상력을 가지고 있었다. 힘이 A보다 절반이나 부족한 이 위상능력자는 그 차원종보다는 머리가 훨씬 더 좋았다. 그래서 그 위상능력자는, 100정도의 ‘힘’을 가진 차원종 따위는 한방에 날려버릴 위력을 가진, 하지만 평범한 위상능력자의 근력만으로는 오래 들고 있기가 어려울만큼 무겁고 설령 그것을 겨우 들어서 쏘더라도 몸이 받는 반동 역시 심각하게 강력한, 위력과 내구성만이 장점인 실패작을 만들어버린 기술자를 직접 찾아가 그것을 폐기하는 대신에 자신에게 공짜로 넘겨달라고 한 뒤, 그 실패작을 자신의 염동력으로 공중에 띄워놓은 상태에서 염동력만으로 방아쇠를 당긴다는 공격 방법을 활용해 차원 전쟁에서 많은 활약을 보여주었다.

 여러분께 A와 B 중에서 누가 더 강한지를 알려드릴 필요는 없을 거라고 나는 믿고있다.

 어쨌든 내가 여러분께 알려드리고 싶은 사실을 요약하면, 복수 능력을 가진 존재는 매우 희귀하다는 것과, 어떤 존재의 강함을 판단하려면 제법 많은 요소들을 비교해봐야 알 수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그 제법 많은 요소들에 들어가는 것 중에는, 이능력의 희귀도가 연관되어 있다.

 내가 위에서 예시로 든 염동력은 이능력 중에서는 평범한 축에 속한다. 물론 그렇다고 염동력이 약한 능력이라는 말은 절대로 아니다. 내가 위에서 소개해드린 위상능력자는 자신이 가진 평범한 능력을 십분발휘해서 많은 활약을 하지 않았는가. 내가 이능력의 희귀도를 강함의 척도와 연관되었다고 말한 이유는, 희귀한 능력일수록 그 능력의 활용 방법을 적의 예상을 뛰어넘어서 보여줄 수 있기 때문이다.

 여러분의 영웅이 크나큰 위기와 마주쳐버린 이 심각한 상황에서 내가 왜 이능력과 관련된 지루한 설명을 하고 있는지 궁금한가? 자, 그럼 여러분께 문제를 내드리겠다.

 내가 가지고 있는, 날아오는 돌멩이를 활용해서 묘기를 부릴 수 있는 이능력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문제 속에 답이 있다라고 생각해서 “자신에게 날아오는 돌멩이로 묘기를 부리는 능력이다!” 라고 자신있게 외치려던 분들이 거의 없었기를 바란다. 난 그런 신기한 이능력을 가진 존재는 지금까지 살면서 단 한번도 만나지 못했고, 소문조차 듣지 못했다.

 문제를 열심히 풀고 있을 여러분을 응원해드리기 위해, 내가 부렸던 묘기들을 잠깐만 다시 살펴보자.

 손을 쓸 필요가 없는 저글링, 동굴을 환하게 비춰준 빛, 내 입에서 튀어나온 건 절대로 아닌 소리…

 이 사실들을 바탕으로, 내 정체가 염동력, 빛을 다루는 능력, 소리를 다루는 능력, 이 세 가지 능력들을 모두 가진 희귀한 존재라고 생각하신 여러분은 안타깝게도 틀렸다. 난 여러개의 능력이 아닌 단 한가지 능력만을 가졌다.

 여기까지 잘 따라와 준 여러분께 추가로 더 알려드리자면, 앞의 이야기에선 자세한 묘사를 생략했지만, 나는 그녀가 나에게 돌을 던질 때마다 그녀를 향해 바람이 불도록 만들거나, 내 옆에 놓여있던 풀 붕대에 불을 붙이거나, 내가 앉은 자리에서 약 7 m 떨어진 벽에 세워져 있던 건 블레이드를 바닥으로 쓰러트린다던가 등등의, 내 단 한 가지 능력을 활용해서 보여줄 수 있는 묘기들을 그녀에게 최대한 반복되지 않도록 보여주었다.

 혹시 내 정체가 이 세상의 모든 것을 다룰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신과 마찬가지인 존재라고 생각하는가? 이건 이 앞의 예상보다도 더 크게 빗나갔다. 난 내 이야기 속 세계의 균형을 부숴버리는 만행은 저지르고 싶지 않다. 그리고 그건 ‘진짜 작가’ 역시 원하지 않는 게 분명하다.

 대체 얼마나 대단한 능력이길래 이렇게 질질 끄는거냐고 화를 내실지도 모르니, 결정적인 힌트를 드리겠다. 사실 내가 여러분께 은근슬쩍 알려준 사실이다 

 저글링 묘기를 제외한 묘기가 펼쳐지기 바로 직전, 나를 향해 날아오는 돌멩이들은 모두 날아오던 도중에 허공에서 멈춰버린 채 땅으로 떨어져버렸다.

아직 감이 안 잡히는가? 그런 여러분을 깨우쳐 줄 질문 하나를 추가로 던져주겠다.

왜 그 돌멩이는 허공에서 멈춰버린 채 땅으로 떨어졌을까?

나도 슬슬 내 글이 지겨워질 참이었으니 정답을 바로 알려드리겠다.

정답은 그 돌멩이가 속도를 잃어버렸기 때문이다.

골인 지점까지 얼마 안남았다. 어쩌면 여러분 중에 이미 골인한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니 축하도 드려주겠다. 얼마 안남은 지점까지 헐레벌떡 달려오고 있는 여러분을 위해 마지막 질문을 던지겠다.

 그 돌멩이가 잃어버린 속도, 그러니까 운동 에너지는 그럼 대체 어디로 가버린 걸까?

 이 정도까지 알려줬으면 상당히 많은 분들이 골인하셨으리라 믿는다. 그러니 다시 이야기 속으로 돌아가서,

 그녀는 마지막으로 318 번째 돌멩이를 던진 뒤, 자신이 거의 확신한 내 능력의 정체를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 마침내 입을 열었다.

“너, 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는 거야?!”

“네.”

 두둥, 같은 큰 소리는 안 났지만, 그녀의 마음 속엔 이것보다 더 큰 소리가 울려퍼졌을 것이다. 어쩌면 여러분 중에서도 깜짝 놀란 분들이 계실지도 모르겠다. 그녀는 자신과 여러분을 위해 가까스로 정신을 차린 다음에 다시 질문했다.

“너, 말할 수 있었어?!!”

“안 했을 뿐입니다.”

그녀는 318번째를 마지막으로 더 이상 나에게 돌을 던지지 않았다. 그래서 애초부터 없었던 운동 에너지를 음파로 바꿀 수가 없었던 나는, 마스크를 쓴 채 말을 안해서 오해를 받아버린 내 멀쩡한 성대에서 나온 목소리로 그녀에게 분명하게 대답해주었다. 더 놀라운 건, 내 목소리는 내 세 번째 묘기에서 나온 인간 여성의 성대에서 나온듯한 목소리와 한 점의 차이가 없었다.

내가 멀쩡하게 말할 수 있었다는 건 그렇게 중요하지 않다. 그것보단 내가 얼마 전까진 그녀에게 말을 걸고 싶지 않았다는 게 더 중요하다.

그리고 그 더 중요한 거보다도 더 중요한 사실은 당연히 내 능력의 정체이다.

그녀의 말이 맞다. 난 에너지를 조작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차원종이다.

난 지금까지 돌멩이가 가졌던 운동 에너지를 내 머리가 아닌 다른 쪽으로 향하게 바꾸거나, 혹은 그 운동 에너지를 빛, 음파, 기압, 열, 그리고 자기력 등등의 여러 종류의 에너지로 바꿔버린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