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39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8-04 1

취침시간이 되었다. 나는 복도로 돌아다니고 있었다. 그 사내가 살인동기를 제시해줬으니 내가 직접 그들의 방문 앞을 감시하기로 했다. 내가 감시할 대상은 하이드와 시환아저씨의 방이다. 다른 사람들은 전부 방 안으로 들어갔으니 내가 직접 감시하기로 했다.


몇 시간이 지나니 갑자기 졸음이 온다. 이럴 때는 곧바로 게임을 하는 게 낫다. 자리에 앉아서 게임기를 조작하고 있었다. 누군가가 나오면 문 소리가 나면서 알게 되니까 말이다. 다른 사람의 방문을 부수고 들어갈 수 있는 건 남자들이 가지고 있는 공구 세트 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나는 남자의 방만 감시해도 된다는 얘기였다.


잠시 후에 하이드 씨의 방문이 열렸다. 나는 즉시 세이브를 한 다음에 자리에서 일어나 하이드를 경계했다. 그러자 하이드 씨는 이렇게 말했다.


"이세하 요원님, 잠시 할 이야기가 있습니다."

"무슨 이야기죠?"

"여기서 이야기하지 말고, 저기 세탁실에 가서 이야기하시죠."

"아니, 여기서 이야기 해주세요."


하이드는 내 말을 무시하고 성큼 성큼 걸어가고 있었다. 이거야 원, 내 말을 무시하고 곧바로 세탁실을 가다니 말이다. 시환 아저씨의 방도 감시해야될 거 같았는데 이를 어쩐다? 내가 없는 동안 시환 아저씨가 나와서 살인을 저지를 지도 모른다는 불길한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사라져버린 하이드 씨의 진지한 표정이 맘에 걸려서 세탁실로 발걸음을 옮겼다.


*  *  *


무슨 일로 부른거냐고 내가 묻자 하이드는 안경을 끌어올리고 있었다. 평소에는 말이 없고 바이올렛 아가씨의 뒤에서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는 집사였다. 그런 그가 내게 부탁할 게 있다면서 말을 이었다.


"만약 제가 무슨 일이 생긴다면 저희 아가씨를 잘 부탁드립니다."

"그게 대체 무슨 말씀이세요? 혹시 살해당하기라도 하신다는 겁니까?"

"흑막은 조만간 절 죽이려고 할 겁니다. 제가 흑막의 정체에 대한 결정적인 단서를 잡았으니까요."

"결정적인 단서 말인가요?"


그게 뭐냐고 내가 묻자 하이드 씨는 고개를 좌우로 저으면서 말했다.


"죄송하지만 알려드릴 수 없습니다. 이세하 요원님이 알게 되면 흑막은 당신까지도 죽이려고 할 겁니다."
"전 어차피 표적이 된 몸입니다. 알려주셔도 상관없습니다."


나는 이미 그 녀석을 한번 도발했다. 그렇기 때문에 검은날개 녀석은 나를 죽이려고 할 수도 있다. 알려줘도 상관없다고 말했지만 하이드 씨는 마지못해 내게 뭔가를 건네고 있었다. 감시카메라로 흑막이 보고 있을 텐데 당당하게 보여주었다. 그것을 본 나는 놀란 표정을 지었다. 체육관에 있는 살인기계와 학급재판에서 처형할 때 쓰는 처형대를 설계한 사람에 관한 기록이었다.


"설마 그럴 리가... 흑막은 설마, 칼바크 턱스라는 겁니까?"

"어디까지나 추측일 뿐입니다. 하지만 그 장치에 관한 기록이 여기 있었습니다."

"이 기록, 어디서 나신 겁니까?"

"생물실에서 주웠습니다."


생물실? 설마 그 녀석이 떨어뜨렸다는 건가? 그 녀석이 떨어뜨린 거라면 너무 쉽게 정보 유출하는 거 아닌가? 아무리 생각해도 그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이 기록은 Union공식 문건이다. 아무래도 정말로 칼바크 턱스가 만들어낸 게 사실인 거 같았다. 어떻게 된 건지 모르겠군. 칼바크 턱스가 이런 걸 설계했다니 듣지도 못한 경우였다.


"이걸 보여준 이상 당신도 표적이 될 게 확실해졌습니다. 만약 제가 먼저 죽는다면 바이올렛 아가씨를 끝까지 지켜주십시오. 부탁드립니다."

하이드 씨는 이렇게 말하고 자리에서 벗어났다. 왜 나에게 그런 말을 하는 거지?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그나저나 칼바크 턱스가 그 기계를 만든 사람이라니 믿을 수가 없었다. 그렇다면 흑막은 칼바크 턱스인가? 분명히 칼바크 턱스는 유니온의 지하감옥에 갇혀있었다. 설마 감옥에서 탈출해 이런 짓을 벌이고 있는 건가? 그거라면 설명이 된다.


"칼바크 턱스, 네놈이었나?"


자리에서 일어나면서 곧바로 슬비의 방으로 찾아갔다. 슬비에게도 이런 정보는 알려줘야겠지. 초인종을 누르려다가 머뭇거렸다. 하이드 씨는 이게 흑막에 대한 중요한 정보이기 때문에 이걸 아는 한 표적이 될 수 있다고 말이다. 아니, 잠깐만, 그건 하이드 씨만의 착각이 아닐까? 흑막이 이런 걸 허술하게 생물실 앞에다가 떨어뜨릴 리가 없잖아.


뭔가 이상하다고 생각이 들었다. 나는 하이드 씨의 방에 찾아가서 초인종을 눌렀다. 어라? 안에 없나? 계속 눌러보았지만 조용했다. 이거 참, 골치 아프게 되었군.


"제 집사에게 무슨 볼일이 있으신 모양이군요."

바이올렛 아가씨의 말에 나는 깜짝 놀랐다. 천천히 다가와서 내게 미소를 지어보이고 있었다.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나는 들고 있는 문건을 등 뒤로 숨기면서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잘못하다가 그 녀석의 표적이 되게 할 수는 없지.


"어머, 세하 씨. 숨기고 있는 거 뭔가요?"

"아, 그게... 일기장! 이에요."

"제가 알기로는 이세하 씨는 일기를 전혀 안 쓰는 걸로 아는데요."


으윽, 어떻게 꾸며야 될지 모르겠다. 이마에 땀이 맺은 수준으로 뜨겁게 느껴졌다. 바이올렛 아가씨가 무슨 일이냐고 묻자 나는 뒷걸음질을 하면서 어쩔 줄을 몰라하고 있었지만 내 등 뒤에 숨긴 문건을 누군가가 낚아채는 게 느껴졌다.


"흐음, 정말로 일기장인 모양이네."
"슬비야. 언제 나왔어!?"

"목소리 낮춰. 지금 밤이잖아. 자는 사람 다 깨겠어."


어이, 방음이 되어있어서 시끄럽게 해도 방 안에 있는 사람들에게 안 들리거든요. 그나저나 일기장이라고? 설마 내 거짓말을 도와주려고 온 건가?


"어머, 그쪽도 그렇게 말한다면 어쩔 수 없네요. 그럼 이만 실례하도록 할게요."


바이올렛 아가씨는 그대로 방으로 들어갔다. 일단 바이올렛 아가씨는 ** 않아서 넘어가긴 했지만 슬비가 문제였다. 그런 중요한 문건을 읽어버리다니, 흑막의 표적이 되어버린 셈이었다.


"이세하, 이 문건, 어디서 얻은 거야?"

"남의 것을 멋대로 뺏어서 보는 게 어디있어?"

"그건 사과할게. 하지만 세하 네가 너무 수상한 모습을 보여서 나도 모르게 행동으로 옮겼어. 예상은 했지만 정말로 살인 기계를 만들어낸 건 칼바크 턱스가 맞구나."


슬비도 예상했던 모양이다. 벌쳐스, 유니온과 관련된 인물, 그리고 이 살인장치를 고안해낸 인물, 칼바크 턱스밖에 없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하지만 머리 좋은 사람이야 널려있는 편인데 이 문건이 결정적인 증거가 되었다.


"너도 이제 알게 되었구나."

"아니, 나는 이걸 보기 전부터 예상했었어."

"응? 그게 무슨 소리야?"

"아직 모르고 있었구나. 이 초커를 만든 사람은 바로 칼바크 턱스야. 자세히 봐봐. 늑대개 팀이 착용하고 있는 초커와 비슷한 구조라고 생각하지 않아?"


어라? 그랬었나? 늑대개 팀의 초커가 지금 우리가 착용하고 있는 초커와 비슷한 구조였다니, 가만 그렇다면 늑대개 팀의 초커를 처음 만들어낸 게 칼바크 턱스고, 그것을 변형해서 새로운 초커를 개발했다는 얘기로 들렸다. 혹시 내 생각이 맞냐고 물어보자 슬비는 고개를 끄덕였다.


"흑막은 칼바크 턱스, 아니면 칼바크 턱스의 제자일 확률이 높아."

"하지만 의문 사항이 있어. 이런 문건이 어째서 생물실에 떨어져 있는가야. 너무 허술하다고 생각안들어?"

"확실히 그러네. 흑막이 생물실로 시체를 옮기면서 떨어뜨렸다고 보기에도 이상하게 느껴져."


시신을 옮길 때 공식 문건을 가져갈 필요가 없다. 오히려 생물실에서 발견되는 게 비정상적인 경우라는 얘기다. 그리고 그것을 줍는 걸 감시카메라로 봤으면 즉시 로봇을 보내 저지해야 정상이었다. 그러지 않은 게 너무 이상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곧 있으면 12시야. 오늘은 여기까지 하고, 내일 다시 이야기하자."


슬비는 그렇게 말하고 들어갔다. 하지만 나는 들어가지 않을 생각이다. 오늘 밤에는 밤새도록 남자 방을 감시하기로 마음먹었으니 말이다. 지금 현재 11시 57분, 나는 방금 전 처럼 게임기를 조작하면서 밤을 새고 있었다.


*  *  * 


금방이라도 쓰러질 거 같았지만 아침이 찾아왔다. 하품을 하면서 녀석의 방송을 듣고는 눈이 동시에 크게 떠졌다.


-여러분 좋은 아침입니다. 그리고 여러분, 살인사건이 일어났습니다.


To Be Continued......


룰루루루, 걍 다죽이자~

2024-10-24 23:20:01에 보관된 게시물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