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로저스x단간론파) 희망과 절망의 클로저 34화
검은코트의사내 2018-07-24 1
"무슨 일인데?"
티나가 나에게 할말이 있다고 하니, 무슨 일이냐고 바로 물었다. 그러자 티나는 손가락으로 입 주변을 가리키고 있었다. 입 주변이 어쨌다는 거지? 설마, 닦아달라는 건가?
"모르는 건가? 닦아달라는 거다."
그런 건 스스로 할 수 있지 않나? 왜 내가 그런 짓을 해야 되는 거지? 하지만 왠지 해주지 않으면 큰일날 거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티나는 사이보그니까 말이다. 일단 한번쯤은 들어주기로 하고 손수건으로 그녀의 얼굴에 묻은 빵조각을 정성스럽게 닦아냈다.
"혹시 샌드위치 더 먹고 싶어?"
"그렇다."
"알았어. 더 만들어 올게."
어쩌다보니 이렇게 되었다. 빨리 4층으로 가서 조사를 하고 싶은데 말이다. 이번에는 두 개 정도 만들어왔다. 그리고 우유까지 준비했다. 샌드위치를 너무 먹다가 목이 막힐 수도 있으니 말이다. 티나가 사이보그라고 하지만 음식을 먹는 걸로 봐서 신체 내부는 인체 장기로 되어있는 게 아닌가 생각이 들었다.
그녀가 만약 인간이었으면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그 녀석 말대로다."
"응? 누구 말이야?"
"레비아와 미스틸 테인, 그리고 바이올렛도 네가 사람이 좋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걸 내 눈으로 직접 확인하기 위해서 이런 심부름을 벌인 점, 사과한다."
내 인품을 확인하기 위해서 시험해 본 거라고? 으음, 지금이라도 좋게 봐주니 고맙기도 했다. 우유까지 말끔하게 마셔버렸다. 나는 빈 그릇과 컵을 주방에 가져다가 설거지를 했다. 일단 사용한 것은 제자리에 돌려놔야되니까 말이다. 티나는 내 모습을 지그시 쳐다보면서 관찰하고 있었다. 그렇게 보면 집중이 안 되거든요.
"저기, 티나. 갑자기 왜 그러는 거야?"
"늑대개 팀 인원이 얼마 남지 않았다. 그래서 나는 동료들에 대한 믿음을 잃어버렸다. 나타, 하피, 둘 다 살인을 저질렀다. 난 처음에 동료가 살인을 저지를 거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그래서 믿고 있었다. 하지만 너희 검은양 팀은 살인을 저지르지 않았지만 우리 늑대개 팀은 살인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래서 나는 늑대개 팀을 믿을 수가 없다."
늑대개 팀 내에서 살인범이 나왔으니 그녀도 이제 자기 팀원을 못 믿는 모양이었다. 그렇다고 나한테 오다니, 이건 너무 이상하지 않나? 검은양 팀이나 늑대개 팀은 애초에 다른 팀인데 말이다. 왜 나한테 왔냐고 물어보니 티나는 내 팔을 잡으면서 말했다.
"이세하, 너는 같은 팀원을 양호실에서 밤새 간호해주는 모습을 보였다. 그리고 살인을 저지른 범인들의 DVD를 보면서 그들을 이해하려고 했다. 그러한 너의 모습을 항상 지켜봤다. 그래서 너는 믿을만 한 사람이라고 판단했다. 넌 절대로 살인을 저지르지 않을 사람이라고 말이다."
"저기, 그건 아직 모르는 일이잖아. 다음에 어떤 동기부여가 나올지도 모르는데..."
다음에 동기부여가 나온다면 그 때는 내가 살인범이 될 지도 모른다. 슬비도 바이올렛 아가씨도, 하이드도, 시환 아저씨도, 더스트, 그리고 티나도 말이다.
"잠깐, 티나도 누군가에게 조종당할 수 있는 거 아니야? 사이보그잖아."
"그건 염려하지 않아도 된다. 내 제어장치는 주인을 또 다른 내 자신으로 결정했다. 타인이 나를 조종하는 건 불가능하다. 프로그램이 그렇게 설정되었기 때문이다."
으음, 그건 알 수가 없다고 생각이 드는 데 말이다. 본인이 어떻게 만들어졌는지 제대로 알고 있는 걸까? 뭔가 코드 인식명이 있을 거라고 생각이 드는 데 말이다. 그녀만이 모르는 뭔가가 있는 게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뭐, 코드 명이라면 그녀가 수면을 취하는 틈에 누군가가 바꿔놨을 수도 있을테니 말이다. 그 가능성을 생각해두기로 했다.
"혹시 나를 의심하는 건가? 이세하."
"어? 아니, 의심하는 거 아니야. 그건 그렇고, 티나. 혹시 괜찮으면 말해줄래? 네 DVD에는 어떠한 내용이 담겨있었는지 말이야."
"미안하지만 그건 말하기가 곤란하다. 내 주인이 그걸 거부하고 있다."
"그래? 그럼 묻지 않을게. 설거지 끝나고 4층으로 가지 않을래?"
"그렇게 하겠다."
얼떨결에 사이보그 여자애와 동행하게 되었다. 으음, 일단 설거지를 다 끝내고 싶은데 왜 자꾸 내 팔을 잡는지 모르겠다.
* * *
4층으로 올라왔다. PDA로 보니 더 이상 올라가는 계단이 없었다. 여기가 마지막이라는 건가? 후우, 그럼 여기까지가 끝이라는 거군. 다행이라고 생각이 들었다.
"저기, 티나. 그렇게 잡고 있으면 걷기가 불편하거든."
어째서인지 이 녀석은 내 팔을 잡고 달라붙은 상태였다. 왜 이러나 모르겠네. 하지만 티나는 떨어지려고 하지 않았다. 이유를 물어보니 주변에 믿을만한 사람이 나 혼자뿐이라고 했다. 어이가 없군. 바이올렛 아가씨도 같은 늑대개 팀인데 이래도 되려나? 바이올렛 아가씨도 믿지 못할 정도라니, 이거 참, 늑대개 팀의 결속이 완전히 깨졌다고 봐야 될 것이다.
이곳은 식물원이 있었다. 내부에는 엄청 수많은 식물이 보였다. 그리고 이곳에는 실내온도를 조절하는 스위치와 자동 물뿌리는 장치가 있었다. 아침마다 물을 준다고 나와있었다. 그리고 식물원 내부에 창고가 하나 있었는데 거기로 들어가보니 비닐 시트와 호미, 갈퀴 등의 연장이 있었다.
"이세하. 여긴 대체 뭐하는 곳인가?"
"아, 티나는 식물원 처음오는 구나. 간단하게 말하면 여기는 식물을 키우는 곳이야."
"아름다운 꽃들이 많았다. 가져가도 될까?"
"안 돼. 잘못하다가 큰일나면 어쩌려고? 함부로 손대지 않는 게 좋아. 전부 다 처음보는 식물들이니까 말이야."
내가 보았던 식물들과는 달랐다. 아름다워보일수록 뭔가 함정이 있을 수도 있으니 말이다. 나는 티나를 데리고 식물원을 나왔다. 그리고 다음에는 양궁장으로 들어갔다. 이곳은 평범하게 양궁을 벌이는 곳이다. 양궁에 쓰이는 도구들이 있었다. 별로 볼 것도 없을 거 같아서 생각하고 도로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나머지는 생물실, 이곳 뿐이다. 그곳으로 들어가보니 이상한 게 있었다. 불이 8개 들어와있는 시체 안치실이다. 그렇군. 시신들이 다 어디로 갔나 했더니 여기에 다 있었던 거였다. 그리고 안쪽에 또 다른 문이 있었다. 열려고 했는데 열리지 않는다.
"잠시만 기다려라."
티나가 갑자기 문에 귀를 대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후에 그녀가 내게 말했다.
"이 안에서 기계음 소리가 들린다."
뭔가가 있는 모양이었다. 부수고 들어갈까 생각했지만 교칙에 의하면 기물파손은 금지다. 그러니 어쩔 수 없이 그냥 내버려두는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시체 안치실에도 한번 꺼내볼까 했지만 그것도 그만두기로 했다. 누구 시신인지 이미 알고 있는데 꺼내봤자 뭐하겠는가?
* * *
4층은 일단 다 조사했다. 그리고 나서 곧바로 2층으로 갔다. 이번에는 시환 아저씨가 뭔가를 또 알아냈을 지도 모른다고 생각이 들었으니 말이다. 티나가 자꾸 달라붙은 탓에 불편하다고 생각이 들었지만 말이다.
"어머, 둘이 잘 어울리네요."
바이올렛 아가씨와 하이드가 보였다. 바이올렛 아가씨의 뒤에는 항상 하이드 씨가 말없이 그림자처럼 따라다니고 있었다. 그녀에게 있어서는 하이드 씨가 가장 믿음직스럽겠지.
"티나 씨는 역시 이세하 씨를 믿기로 하셨군요. 확실히 그럴 만도 해요. 이세하 씨는 멋진 남자니까요."
"네?"
갑자기 뭔 뜬금없는 소리지? 내가 멋진 남자라고 갑자기 말하는 이유가 뭐야? 혹시 양호실에서 슬비를 간호해준 거 때문에? 아니면 티나와 같은 이유 때문인가?
"그렇다. 이세하가 옆에 있으면 안심이 된다."
"저기, 티나."
"그럼 저도 이렇게 할까요?"
아니, 바이올렛 아가씨는 왜 갑자기 내게 팔짱을 끼는 건데? 이거야 원, 걷기가 더 불편해졌잖아. 하이드 씨를 보며 빨리 데려가달라고 했지만 그는 안경을 끌어올리면서 이렇게 말했다.
"아가씨의 뜻을 말릴 생각은 없습니다."
아, 빨리 방에 돌아가서 쉬고 싶은데 말이다. 그만 놓아달라고 말하고 싶은데 말하면 상처받을까봐 차마 못하겠다. 하아, 미치겠네. 그냥 이대로 걸어갈 수밖에 없을 거 같았다.
To Be Continued......